콩고양이 8 - 에이 설마~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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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키우다보면 한 마리 더 키울까 고민하게 되고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도 많다. 나 같은 경우 털 알레르기가 있어 처음엔 겁났었지만 사랑이 털 알레르기를 이긴 것인지 얼굴에 나던 것이 지금은 나지 않게 되었다. 인간 또한 적응의 동물인가보다. 집이 없는 아기 고양이를 보았을 때 키울 수 있다면 한 마리 더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집 고양이가 처음 왔을때는 낯가림을 하느라 딸아이의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한번씩 들어가도 어딘가에 숨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무래 아기 고양이들의 이야기인 콩알이와 팥알이를 보며 드는 아쉬움인 것 같다.

 

할아버지 방에서 자기가 고양이 인줄 아는 개 두식이와 팥알이, 콩알이가 함께 잔다. 동물들과 함께 잠든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들이 더 활개를 치고 잔다. 사람은 한쪽에서 웅크리고 잘 수 밖에 없는 법. 우리집 고양이도 우리방 침대 발치에서 자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면 신랑과 나는 한쪽에 찌그러져 있고 그 사이에서 가로로 반듯하게 펴고 잔다. 숙면을 못취하기 때문에 가끔씩 방문을 닫으면 밤새도록 우리 방문을 두드리고 방문앞에서 운다.

할아버지 내복씨가 팔순 생일이 지난 뒤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데 돌아와서 동물들과 함께 비비적거리고 자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아무래도 고양이들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마구 솟아난다. 만화를 보다가 문득 울집 고양이 털 빗어준 지가 좀 되었구나 싶었다. 물을 싫어하지만 목욕을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 고양이, 발톱을 깎아 줄 때는 하악질까지 해대지만, 그래도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을 볼 때면 마냥 이쁘기만 하다. 안방에서 책 읽을 때는 안방 침대에서, 혹은 내 배 위에서 나를 지긋이 내려다보고, 거실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으면 내 뒷편의 의자에 앉아 내 작업이 끝나길 기다린다.

우리집 고양이는 공을 굴리면 따라 잡는 놀이를 무척 좋아한다. 거실에서 다른 거라도 하고 있으면 빨리 해달라고 내 발을 물고, 공을 던졌을때 미리 잡기 좋은 곳에 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우리집 고양이 아이큐는 50은 훌쩍 넘는다고 주장하고 싶다.

 

 

사실 별거 아닌 에피소드 일수도 있다. 하지만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집사와 마담 북슬네 가족들이 여러 동물들을 키우는 장면들을 보고 동물을 참 사랑하는 가족인 것 같아 저절로 마음이 따스해진다.

개 두식이와 고양이 두 마리, 거북이 두 마리, 새들도 여러 마리여서 사료나 간식들 사는 것도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콩알이네 집에서는 그레이라 불린 고양이가 한마리 들어 왔다. 그레이는 개를 볼 때마다 물어서 왜 그럴까 싶었는데, 한 할머니가 벽보를 보고 찾아왔다. 자신의 개 사쿠라인것 같다고 말이다. 개한테 물려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느라 고양이를 미처 챙기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주인을 물었던 개가 싫어 다른 개들을 볼 때마다 물었던 걸 생각하니 왠지 뭉클해진다.

 

 

낯선 손님이 찾아 왔을때 개의 경우는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맞이 하는데 반해 고양이는 어두컴컴한 곳으로 숨는다. 낯선 냄새를 가진 사람들을 무척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명절에 많은 손님이 왔을 경우 발코니 벽장에 숨어 한동안 나오지 않은 적도 있고, 침대 매트리스 커버 속으로 들어가 숨어 잠자는 경우도 있다. 위 사진이 매트 속에 들어가 자고 있는 걸 들춰 찍은 사진이다.

 

 

할아버지 내복씨가 팔순이 된지 몰랐다. 팔순 생일 식사를 하고 얼마되지 않아 쓰러지는 장면을 보고 덜컥 했었다. 노인들은 아무리 건강하더라도 한순간에 아픈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족 한 명을 잃는 게 아닌가 싶었던 것 같다. 각자 개성이 뚜렷하지만 동물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콩알이, 팥알이가 머물고 있는 집은 오늘도 복작거린다. 그들의 동물 사랑이 아름다워보이는 이유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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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9-03-22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은비를 보면 개냥이가 아닐까 생각했는데,Breeze님 냥이 이야기를 들으니 비슷한 점이 많아서 개냥이 맞는것 같아요. ㅋㅋㅋ 낯선 손님이 오면 집에서 나오질 않고, 장난감 던지면 던져질 포인트에서 미리 가있거든요. 그리고 깜빡 안 던져주면 던져줄때까지 포복자세로 미동도 않해요.😝
한마리 키울때는 한마리 더 키울수 있을까? 했는데 두마리 키우고보니 한마리 더 키울까? 하는 마음이 생겨요. ㅎㅎ

이불속 모습 쫄아서 들어간건데 표정이 넘 귀여워서 웃음이 절로나요.^^

Breeze 2019-03-22 16:42   좋아요 1 | URL
보슬비 님 댁 은비 귀여워요.
자기가 개냥이라고 알고 있을까요?
우리집 냥이랑 행동이 비슷해서 혼자 웃습니다. 아, 정말 아주 작은 새끼 고양이를 봤는데 넘넘 예뻐서 한 마리 더 키우고 싶었어요. 근데 현재의 냥이가 슬퍼할까봐 참았어요. ^^
 
나의 마지막 히어로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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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실베스타 스탤론이 한참 날리던 시절에 나왔던 영화 <록키> 시리즈. 권투라는 스포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많은 히트한 영화라 꽤 여러 편을 보기도 했었다. 한 사람의 인생 역전을 다룬 영화라고 해야 하나.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건 실베스타 스탤론이 시합이 이기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크게 소리치는 장면이다.

 

소설 속 주인공 리즈는 우연히 <록키3>를 보고 인생을 새롭게 살 결심을 하게 된다. 의과대학을 다니다 그만두었던 리즈는 다시 엄마 아빠 계신 집으로 가서 그때 공부했던 책들을 챙겨가지고 오게 된다. 다시 공부할 계획을 세웠다. 오랜 시간동안 공부해야 하지만 지금의 삶을 버리고 새로운 삶, 즉 두 번째 삶을 새로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그녀가 공부하는 걸 반대했던 남자 친구와도 깨끗하게 헤어졌다.

 

낮에는 공부를 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러다 만난 잘 웃는 남자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리즈가 하는 일을 응원해주는 사람. 그녀만을 좋아하는 남자였다.   

 

 

 

소설은 꽤 짧다. 60페이지가 채 안되는 두께지만, 심플한 진행이 매력적이다. 한마디로 군더더기가 없다고 해야 하나. 소설 마지막 부분에 소설가 이종산과 씨네21기자 이다혜의 대담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리즈가 전 남자친구 미셸과 헤어지는 장면에서도 한마디로 쿨하다. 별다른 설명없이 그냥 헤어진 것이다. 그동안 간간이 좋아하는 연예인은 있었어도 덕질이라는 것을 해본적이 없었다. 소설 속 리즈는 덕질 중의 덕질을 한다는 것이다. 실베스타 스탤론의 영화가 흥행에 실패할 경우 그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기 위해 두 번째 계좌 개설을 했다. 그 통장의 돈을 사후 실베스타 스탤론에게 갈 유언을 작성해 유증으로 남긴다는 점이다.

 

소설은 두꺼워야 제맛이라고 평소 생각해 왔지만 이처럼 100페이지가 안되는 심플한 소설을 만나면 그만큼의 매력이 풍겨져 나오는 걸 느끼게 된다. 그저 다른 사람이 원하는대로 사는 삶이 첫 번째였다면 두 번째 삶에서는 내 뜻대로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요 쟁점이다.

 

 

 

 

 

 

나는 이 책으로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그의 작품은 이처럼 100페이지 이내의 소설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작가정신에서 출간된 그의 책들을 가리켜 '100페이지의 미학'이라고 일컬었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만큼 그의 경험이 녹아있는 글이었다. 작가의 다른 소설도 궁금해지는 건 당연하리라.

 

간결한 문장에서 드러나는 많은 감정들.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겨진 내용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배우는 법이다. 우리가 항상 상상하는 게, 삶의 기로에서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다. 수많은 선택지에서 한 가지 선택 만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게 가장 좋다. 진정 원하는 삶일 경우 힘들어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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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돈관리다 - '구멍'은 막고,'돈맥'은 뚫는 알짜 장사회계
후루야 사토시 지음, 김소영 옮김, 다나카 야스히로 감수 / 쌤앤파커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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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사라고는 해 본적이 없고, 직장 생활만 계속 하고 있어서 한정된 금액에서 빚 갚고, 저축하는 게 생활화 되어 있다. 혹시 특별 상여금이라도 생기면 어딘가로 여행을 가거나 저축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결국 무언가를 사는데 쓰기도 한다. 특히 갖고 싶던 옷이라던가, 신발이라던가 하는. 그래서 사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나 생활, 돈 관리를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잘 되는 사업장을 보면 부러워하고 돈잘 벌어서 좋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적지만 매월 급여가 나오고 주말과 공휴일에 쉴 수 있지 않나 하는 위안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꽃집을 경영하는 사장의 돈관리 노하우를 배우고 실천하는 책이다. 회계 무식자여도 상관 없다. 일년에 들어오는 금액과 지출되는 비용 중 급여나 일반 관리비등이 나가는 고정비와 한계 이익을 배워 돈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한계이익이 무엇인지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잘 모르겠다.

 

일단 일반 매장과 인터넷 사업으로 꽤 많은 매출을 하는 꽃집 사장이다. 몇 년안에 10억원의 지출을 했음에도 늘 돈에 쪼달리는 생활을 해야 했던 저자는 돈을 관리하는 방법, 즉 회계의 특성을 배우기로 했다. 10억원의 매출을 올려 부자가 된 것 같지만 신용카드 결재 시스템때문에 꽃을 사오는 대금 등이 늘 밀렸고, 은행에 대출도 늘어가면 늘어갔지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회계의 신' 이라는 회계사의 도움을 받아 돈관리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한계 이익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물건 하나를 팔았을 때 손에 쥐는 이익이다. 물건을 아무리 많이 팔아도 적자에 시달리는 꽃집 사장에게 아주 좋은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장사하는 사람이야 이익이 남아야 하는 법. 일단 인터넷에 2만원 짜리 꽃 한 개를 팔았을 때 드는 비용은 꽃값 만원, 포장비, 배송비 등 6천원을 제하고 나면 4천원이라는 한계이익이 나온다. 하지만 많이 팔기 위해 광고비를 100만원을 사용하게 되면 그는 매출은 많지만 늘 적자에 허덕이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그렇듯 그도 흑자를 내는 꽃집 사장이 되고 싶다.

 

 

흑자를 내기 위해서는 판매 단가를 올려야 한다. 회계의 신에 의하면 2만원 하는 꽃을 10% 올렸을때 한계 이익률은 27%가 되며 한계이익금도 2,000원이 오르게 된다는 점이다. 만약 10% 할인을 해서 팔 경우에는 20개를 팔아야 할인 전 이익과 같아지므로 한계이익률은 11%에 그치고 만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꽃집 사장은 당연히 꽃값을 인상할 것이다. 같은 꽃을 인상했을 때 꽃을 사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우려는 버리라고 한다.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고, 가격이 오른만큼 구매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하게 되면 입소문이 나게 되며 믿을만한 사이트라 여겨 곧 구매로 이어진다는 거였다. 꽃집 사장은 실제로 그렇게 해봤고 적자에서 곧 흑자로 이어졌다는 것을 밝혔다.

 

책에서 '장사란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그 가치를 파는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이익을 남기기 위함이다. 더불어 어떤 상품이 이익을 내는 상품인지, 많이 팔면 팔수록 적자 상품이 되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우리가 말하는 효자상품일 것이다. 한개를 팔아도 한계이익이 높아 이익에 공헌하는 상품 말이다.

 

또한 미래를 위해 자금조달표를 만들어 관리하면 돈이 새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매달 입금될 매출액과 현재 잔액, 매달 구입비와 현재 잔액을 예측하면 한해 동안 일어날 수 있는 트러블도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돈을 버는 상태는 돈이 원하는 대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자기 관리를 해 스스로 성장함으로써 손에 쥐는 것' (235페이지) 이라고 말했다. 물론 돈 관리를 지혜롭게 잘하고 있는 사업자 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장님들을 위한 책이다. 그 분들에게 많이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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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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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우리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뉴스 하나가 한국인 중 첫 우주인의 탄생이었다. 한국우주인배출사업에서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발된 우주인이 고산이라는 인물이었다. 유출이 금지된 자료를 반출했다는 이유로 우주인에서 예비 우주인이 되었던 소식이었다. 그가 고개를 숙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무언가 말했던게 지금도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그가 좌절하고 여성인 김소연이 첫 우주인이 되었다는 소식이 한동안 들끓었다. 한동안 강연도 활발히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소설은 그때의 일들을 떠올리게 했다. 작가 또한 2006년 우주인 선발 대회에 직접 나서 취재했던 경험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했다. 물론 탈락자의 소식에 안타까움도 있었으리라.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의 시선으로 써서 그런지 꽤 사실적인 소설이었다.

 

치열한 선발 과정을 통해 최종 선발된 네 명의 사람들이 어떻게 훈련을 받는지, 네 사람과는 어떤 관계에서 출발하는지 그들의 육성을 통해 우주인이 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가장 크게 자리했던 건 누가 우주선에 탑승을 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와 그에 따른 질투의 감정을 담았다.

 

 

 

최종 선발된 사람들을 보자. 생태보호연구원의 식물연구원인 이진우가 그 첫 번째다. 그는 연구를 하다 옥상에 올라 우주를 떠올리면 심장이 트이는 것을 느꼈다. 우주인 선발을 하는 공고문을 보고 당연하게 도전했다. 또 한 사람의 인물은 우주인이 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고더드 세너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인 김태우다. 그는 우주 마니아다. 우주인에 관해서라면 없는 물건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투어리스트'라는 벤처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정우성이 있고, 유일한 여성 후보이며 마이크로로봇연구원인 김유진이 그들이다.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은 기억하지만 두 번째 우주인이자 지구를 열일곱 바퀴나 돈 게르만 티토프는 존재감이 없다.' 라는 내용이 소설 전체에 흐른다. 무엇이든 첫 번째가 중요하다. 사람들은 첫 번째는 기억하지만 두 번째를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첫 번째가 되기 위해 애쓴다. 소설에서 네 사람의 우주인 들도 모두 첫 번째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에 임했던 것이다.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희망을 안고 훈련했다.  

 

누가 다음 발사 때 탑승 우주인으로 정해질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두 명씩 조를 나눠 활동했고 서로 도와 탑승자가 되길 바랐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관대한 편이라서 모두들 자기가 탑승자가 되길 기대했다. 드디어 탑승자가 정해졌다. 탑승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은 실망했고, 탑승자로 선발된 사람들은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 했다. 감기만 걸려도 탑승하지 못하고 백업이 탑승자가 되기 때문이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겼을 경우, 그러니까 탑승자가 어떠한 사건에 휘말렸을 때, 누군가의 이름을 말해야 할때 탑승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이름을 밝혀야 하지만, 여태 그와 함께 해 온 노력과 우정을 생각하면 밝힐 수 없다. 그의 고민이 충분히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중력을 탓하며 쓰러지지만 중력은 나에게 관심조차 없으리라. 하지만 지금 중력은 누구에게나 힘을 미친다. 누구나 똑같이 바닥에 닿게 하고, 서든 눕든 제 무게를 되살려준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있고, 태양도 지녔지만 티끌도 가졌다. 그래서 중력은 모든 것이 제가끔 움직이고 저마다 살아가게 하는 힘이고 조건이고 운명이다. (152페이지)

 

삶은 고민의 연속이다. 이진우가 다니고 있는 연구원에서 대기반으로 발령이 나 우주인 탑승자로 선발되지 않으면 그의 거취는 어떻게 될 것인가.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그에게 힘이 되어 주었던 건 가족이며, 함께 동거동락해온 우주인 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승자가 되고 누군가는 패자가 되는 현실이다. 선의의 노력을 해온 자들의 삶의 방법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그때 우주인은 어떤 삶을 살고 있나 궁금해 그의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우주인이 되기 위한 훈련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에 새로운 세계를 보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제조업을 하는 벤처 사업을 하고 있는 사진도 만날 수 있었다. 작가는 우주인이 되는 과정을 취재하며 느꼈던 것들을 이렇게 소설에서 다시 한번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우주인이 되는 훈련 과정이 결코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었음을. 경쟁 관계였지만 서로 돕고 함께 노력해 왔던 과정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승자가 아니라도 좋았다. 승자보다 더 승자다운 것, 승자의 됨됨이를 지니는 것, 그래서 미더움을 주고 소박한 정을 나누는 것이 더 소중했다. (394~395페이지)

 

너는 끝까지 가보았으니까. 그 말이 마치 성큼 걸음을 내딛듯이 나에게로 들어왔다. 너는 끝까지 가보았으니까…… 꿈이 스러져가도 최대치를 다했으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 (442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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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의심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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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로서 추리소설 작가로 이름을 알린 작가의 소설이다. 이제는 판사 신분이 아닌 변호사로서 본격 법정 추리물을 다룬다. 법정 추리물이라고 볼 수 있지만 더 들어가서는 인간으로서 판사에 대한 수많은 고뇌를 다룬 글이기도 하다. 판사도 인간이다. 죄를 저지른 자를 보면 분명 죄를 저질렀다는 확신이 들지만 증거주의 원칙에 의하는 형사재판의 특성상 증거가 명확하지 않을 때 판결내리기가 쉽지 않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을 따른다'는 원칙에 의거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는 '합리적 의심'이 존재한다면 판사는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선에서의 '의심'이 전혀 없는 수준까지 입증되어야 한다는데, 아무리 판사가 피고인에 대해 범인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해도 증거가 없으면 무죄로 판결내릴 수 밖에 없다는 거였다. 이게 형사재판의 원칙인데, 반면 민사재판은 두 사람이 싸우는 일이기에 상대방보다 많은 증거를 갖고 있기만 하면 유죄로 할 수 있다.

 

 

저자가 판사로 재직당시 있었던 사건을 소설화 한 것이라고 한다. 다만 소설 속 주인공은 여자에서 남자로 바꿨고, 저자 또한 실제로 사건을 담당한 게 아니라 인터넷 기사와 판결문을 보고 쓴 작품이라 하니 독자들과 같은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죽인 사람은 당연히 죄를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증거주의 원칙에 따라 증거가 많지 않을 시 무죄로 풀려나기도 한다. 많은 영화와 소설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다. 하지만 판사도 인간인지라 생활인으로 봤을 때 분명히 유죄로 보이나 판사라는 법관으로 보았을때는 무죄로 판결할 수 없는 심정들을 담았다.

 

이른바 '젤리 살인 사건'은 스물다섯 살의 남자와 그 보다 연상인 여자가 모텔에 투숙후 젤리가 목에 막혀 질식사 했다. 남자가 죽은후 여자를 수익자로 하는 거액의 보험에 가입되었을 뿐 아니라 그 여자가 3억이라는 보험금을 타서 다른 남자와 여행도 다녀왔다는 것이다. 그 여자의 행실을 보았을 때 누가 봐도 유죄지만 이미 화장해버린 뒤여서 여자에게 불리한 증거가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는 재판장과 배석 판사 두 명이 있다.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같은 판결을 해야 재판장은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판결을 내린다. 만약 재판장이 유죄라고 추정했을 때 두 배석 판사가 무죄라고 하면 그에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설 속 판사는 유죄, 즉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어지는 스토리는 그야말로 심장이 쫄깃해지는 순간이다. 도진기 작가의 추리물의 위력이 발현한다는 소리다.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젤리 사건의 가해자 김유선이 대법원 항소는 당연하고, 대법원에서는 무죄로 판결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피해자 가족은 힘든 상황에서 민사 재판으로 가게 되는데, 김유선이 현민우 부장 판사에게 가하는 행동은 가히 짐작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물론 소설 속 현 판사도 예상하지 못했다.  

 

 

판사라는 직업의 특성을 실제 경험자에 의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검사에 비해 판사는 독립된 기관이다. 그래서 판사를 선택했다는 것과 신임 배석 판사의 강직함을 바라보며 신임 시절의 자신을 마주하는 것 같은 장면 또한 인상적이었다.  

 

"재판이란 건 말야, 시늉이야, 시늉."

 

"법정이란 말야, 정의 그 자체보다 정의가 행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게 중요한 곳이거든."

(204페이지)

 

소설 속 현민우 부장 판사에게 말하는 동료의 말로 듣는 판사들의 애환이다. 법은 우리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여러 매체속에서 느껴지는 건 역시 법을 이용하는 자들의 법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자부한다. 최선을 다하여 사건을 파악하고 증거를 수집하여 판단을 하지 않는가. 비록 증거불충분으로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도, 반대로 자유로운 신분이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그럼에도 다른 한편으로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것 같다. 보기에 죄인이 분명함에도 자유로운 몸으로 세상에 날갯짓하는 듯 보이는 걸 보면 억울함을 감출 수 없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법은 정의롭다고 여기지만 인간이 판단하는 법이기에 진정으로 정의로운 판결을 하였는가, 이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숙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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