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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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책이다. 돌이킬 수 없는 삶이기에 후회의 책은 쌓여갈 것이다. 만약 과거의 후회했던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그 삶은 행복할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일까.

 


직장에서는 실직을 당했고, 아끼던 고양이가 사고로 죽었고, 친한 친구와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 오빠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더욱 우울해진 노라 시드는 죽기로 결심했다. 죽음을 막아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깊이 절망했다. 아마 누군가 연락을 받았더라면 죽기로 한 결심을 멈출 수 있었을까. 노라는 우울증약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녀는 삶과 죽음의 공간 안에 갇혔다. 푸른색의 책들로 이루어진 도서관. 그곳에서 노라는 어릴 적, 자신을 위로해주던 도서관 사서 선생님 엘름 부인을 만났다.



 

 

도서관은 삶과 죽음의 공간이었다. 더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었던 노라에게 비밀의 도서관은 그녀가 후회했던 순간으로 돌아가 머물 수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오면 되었다. 노라에게 가장 후회했던 순간은 약혼자 댄에게 파혼을 통보했던 일이었다. 작은 마을에서 펍을 운영하는 게 꿈인 댄과 함께 살았다면 어땠을까. 노라는 댄과 함께 펍을 운영하는 장소로 갔다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있다. 우리는 항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만약 다른 길로 갔다면 어땠을까. 그 선택은 행복한 삶으로 이끌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 같은 거 말이다. 정작 다른 선택지에서도 실망하는 건 똑같다. 그 깊이와 차이만 약간 다를 뿐이다.


 


 

살아오면서 후회의 순간은 아주 많다. 후회의 책에 있는 그 순간으로 찾아가 다른 삶을 산다고 해서 후회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한 삶에서는 아버지가 살아있지만 다른 삶에서는 오빠가 죽어있을 수도 있다. 친구 이지와 오스트레일리아 여행을 함께 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지만, 다른 선택에서는 이지가 죽어있을 수도 있고, 여전히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었을 수도 있다. 성공한 삶이라고 해서 모두 행복한 삶인 것만은 아닌 것처럼. 우리 삶에는 다양한 선택 앞에서 후회하고 다른 삶을 갈망한다.



 

 

노라가 악기점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커피를 마시자고 청했던 애쉬와 함께 하는 삶으로 갔던 곳에서 그 삶에 안주할 줄 알았다. 사랑하는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있었고, 무엇보다 노라에게 딸이 있었다. 딸을 향한 애정이 마구 샘솟아 그곳에서 멈출 줄 알았지만, 노라는 다시 비밀의 도서관으로 돌아오고 만다. 행복해 보였지만 결혼식에 대한 기억도, 딸 아이 몰리를 낳았던 기억도 없는 곳에서 과연 만족할까. 행복하다 여길 수 있을까.


 

나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었을 것 같다. 노라는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절망뿐인 삶이지만 그래도 살아보면 무언가 행복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무심코 거절했던 커피 약속이 계기가 되어 새로운 사랑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살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못할 일이 무엇일까. 후회란 어떤 삶을 살아도 할 수밖에 없는 것.


 

 

삶을 계속 경험하기 위해 각 삶의 모든 면을 다 즐길 필요는 없었다. 그저 어딘가에 즐길 수 있는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마찬가지로 삶을 즐긴다고 해서 그 삶을 계속 산다는 뜻도 아니다. 더 나은 삶을 상상할 수 없을 때만 영원히 그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더 많은 삶을 살아볼수록 더 나은 삶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버리기 힘들다. 새로운 삶을 맛볼 때마다 상상력의 한계가 조금씩 넓어지기 때문이다. (302페이지)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 다른 누구의 인생도 아닌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선택을 하면 되었다. 그 삶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우리 삶도 달라지지 않을까.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선택과 결정에 머뭇거리지 말고 무엇이 나를 가장 가슴 뛰게 하고 설레게 하는지 그것을 찾으면 된다. 그것이 나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고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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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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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눈을 감고 있으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기억의 한순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그 주변을 맴돈다. 해결되지 않은 어릴 적 기억 때문에 힘든 적이 있었다. 고개를 뒤흔들어 보지만 그 순간을 바꿀 수 없다. 우리는 때로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가면 어떻게 할까, 라는 질문을 건네는데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애틋하고 현실에 안주하게 되는 거 같다.

 


삼십 대의 한 남자가 어릴 적 좋아했던 여자애의 성폭행 이후를 기억하는 소설이다.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 린디 심프슨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어떤 남자 혹은 소년은 그 시간에 맞춰 줄을 잡고 있다가 자전거를 타고 오는 소녀를 넘어뜨려 강간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소녀의 나이 열다섯 살. 소녀는 그 사람을 기억하지 못했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네 명의 용의자가 있었다. 한 사람은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소년이고, 마을의 문제아 보 컨과 제이슨 랜드리 그리고 정신과 의사 랜드리 씨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소년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데, 그건 끝까지 우리의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서인 거 같다. 그가 누구인지, 정말 강간범이 맞는지 궁금하게 한다. 마치 고백서로도 읽어지는데 그 시절 린디를 좋아하는 소년의 마음과 이혼한 아버지에 대한 감정, 아버지를 아직도 사랑하는 어머니와 누나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용의자들을 한 명씩 설명해 가면서 소년은 린디의 강간범을 찾고 있다. 그것이 사랑하는 린디를 위하는 일이라 여겼다. 밝고 활달했던 린디는 그 사건 이후로 변해버렸고, 린디를 지켜보는 소년 또한 조금씩 변해갔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소년이 정말 강간범인가 의문이 들게 한다.

 


소년 시절의 린디를 향한 마음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는데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내용이다. 그 사람이 누구인가는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는데, 그의 아내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인물이었다. 소년 혹은 남자는 책임감에 대하여 말한다. 린디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린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성폭행범을 잡고야 말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린디를 아프게 한 사람을 찾느라 고심하는데 의외의 장소에서 찾게 된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선량한 사람이지만 비틀어진 욕망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 여성들의 사진을 찍고 아이들의 모습까지 사진에 담아 욕망을 해결하려고 했다. 이를 본 소년은 그를 의심하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사진들을 증거물로 사용하고자 한다.


 


 

 

과연 누가 린디의 성폭행범일까. 스릴러 식 진행으로 가는 듯하지만, 이 작품은 성장소설의 옷을 입었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은 십 대의 소년. 소녀를 닮고자 하는 저면에 사춘기의 성장과 더불어 가족과 그 구성원에 대하여도 고민하게 만든다. 아이들을 기르는 것은 부모에게 아주 큰 숙제임을 상기시킨다. 그게 친부모든 양부모든.

 


그는 그렇게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미래의 가족을 위해 숨김없이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십 대 시절의 사랑과 성장, 그 기억들의 고백은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하는 원동력임을 다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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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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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고민이 담겨 있다. 혹시라도 누가 내 마음을 들여다볼까 봐 열쇠 달린 일기장을 구매해 쓰기도 했다. 지금은 어떤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일기를 쓴다. 물론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들보다는 불특정다수가 보는 거겠지만.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의 관심이 필요하게 된 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시인 혹은 소설가의 에세이를 즐겨 읽는 편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마음이 드러나는 글을 읽고 있으면 작가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공감의 일환일까. 어쨌든 에세이를 자주 읽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에세이를 잘 쓰지 않기로 유명한 작가들의 책이 나올 때면 몹시 두근거린다. 이제야 마음을 터놓을 준비를 한 그들의 진솔한 마음들을 느끼고 싶어서다.


 


 

 

황정은의 이번 책도 처음으로 펴낸 에세이라 의미 있다. 많은 사람이 기다렸을 작가의 에세이는 우리의 마음을 두드린다. 기억과 고통의 시간이 혼재하는 글들.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두고 말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절대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그냥 묻어버리고 싶은 기억들. 하지만 에세이를 쓰게 되면 말하지 않고서는 글을 쓸 수 없을 거 같다. 비슷한 경험과 기억이 있다면, 그걸 말하지 않고는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 혹은 자주, 글은 치유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드러냄으로써 치유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황정은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어떤 이는 황정은의 글을 읽고 출판일을 하게 되었다고도 밝혔다. 다른 사람들이 황정은을 높게 평가하니 읽게 되었다가 반하게 된 케이스다. 작가의 책이 나올 때마다 구매하게 되는 것.


 

시집과 같은 아담한 사이즈의 책에서는 진지함이 가득했다. 부모와 자매들의 애틋함. 고통스러운 기억.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행되는 것들 때문에 우리는 아프다.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도 애써 기억을 감춘다.


 


 

 

소설을 쓰는 일은 여우에 홀려 여우굴에 들어가는 일과 얼마간 닮았다. 백지를 바라보다가 한 계절, 두 계절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봄비 내릴 때 책상 앞에 앉았는데 소설 한 편을 마무리하고 나오니 낙엽이 떨어지는 때,라는 패턴으로 시간이 흐르는 일을 직업으로 택해 살다보니 나이를 띄엄띄엄 생각하거나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32페이지)


 

소설을 쓰는 일은 디스크 등 각종 통증을 유발한다. 소설을 쓰기 위해 파주로 이사한 뒤의 일상을 적은 글에서 작가는 자신만의 운동법을 소개한다. 호수공원 쪽으로 산책하는 작가의 일상과 책 이야기를 한다. 민요상 책꽂이는 라디오에서 내용을 들어 얼른 그 부분을 읽고 싶었었다. 네 살의 조카가 세계문학전집의 출판사 이름을 따라 쓴 민요상이라는 글자에서 조카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민요상 책꽂이라 이름 붙이고 조카에게 물려줄 것을 상상하는 그 마음에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목포행에서 작가는 목포 신항에 인양된 세월호를 보고 느낀 점들을 말한다. 고통과 치욕의 사고에서 멀어져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듯하다. 내 일이 아니라고 그동안 잊고 있었다.


 

빨강머리 앤을 보고 자랐던 우리는 앤에 대한 관심에서 마릴라 아주머니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라마에서 출발하여 학대당하는 아이에 대하여 말하는데 우리가 사회의 이면을 너무 모른척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연재가 이어지는 동안 문장을 계속 쓸 수 있었고 덕분에 소설 한편을 무사히 썼다.

쓰고 싶지 않다거나 쓸 수 있다거나, 아무튼 쓰는 것을 생각하는 일은 쓰지 않는 틈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도 새삼 알았다. (161페이지)


 

매일 일기를 쓰면서 문장을 쓰는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아무렇게나 쓴 글이 그의 일기다. 소설처럼 완벽한 문장들의 집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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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를 만났습니다 -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과 레지던트 성장기
애덤 스턴 지음, 박귀옥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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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면 병원에 간다. 마음이 아프면 정신과에 가야 한다. 사람들은 정신과에 가는 걸 두려워한다. 가족 중에 누군가 정신과에 다닌다고 해도 숨기기에 급급하다. 오점이 남는다고 생각한 것일까.

 


정신과 의사의 성장의 기록이다. 스스로 시골뜨기라고 칭하고, 말할 때마다 뉴욕 북부 주에서 왔다고 말한 애덤은 하버드 의대에 정신과 레지던트로 발탁되었다. 레지던트로서 4년 동안의 경험과 성장을 담았다.

 


정신의학과 레지던트인 애덤 스턴은 병원에서 다양한 환자들을 만났다. 섭식장애를 일으키는 거식증 환자, 심한 조증, 편집증 환자 등을 만나고 진단하면서 성장한다. 우울증과 불안증을 달고 사는 환자들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다. 그에 못지않게 정신과 의사들도 그들을 보며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된다.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의사들은 지켜보는 쪽을 택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직접 관여하기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고, 그에게 필요한 치료법을 말해주는 게 주된 일이다. 타인의 말을 듣고 그 말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힘들어 의사들도 별도의 치료사를 만나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애덤 스턴 또한 환자들을 본 후 불면증과 환자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쉬는 날에도 병원을 서성거린 적이 있을 정도였다.

 


송 교수는 그에게 마음속으로 안쪽에서의 삶과 바깥쪽의 삶 사이에 경계선을 만들어 보라고 했다.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라는 조언이었다. 양극성 우울증에 걸린 중년 여성을 진단할 때 어려워하는 그에게 환자의 스트레스 유발 요인과 환자에 대해서 파악하는 게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도 배워갔다.

 


아마 영화의 부정적인 영향이었을까. 전기경련요법 치료의 효과에 대해서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는데 저자가 담당한 환자 중에 ECT 치료를 받겠다고 한 이가 있었다.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거 같다. 정신질환은 유전되는 게 있는지 심한 조증을 앓았던 환자의 아들이 우울증으로 입원한 경우도 발생했다.

 


정신의학과는 여러 가지 이유로 대부분 환자와의 신체적인 접촉을 제한한다. 환자에게 손을 올리는 것이 상식적인 선에서 공감하는 태도로 해석될 수 있더라도 레지던트들은 그런 행위에 대해 경계하고 신중하도록 훈련받는다. (191페이지)

 


슬퍼하고 흐느끼는 환자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지켜봐야 하는 마음을 담은 부분이다. 환자의 감정에 이입되는 것을 막으려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울러 레지던트들은 환자와 대면할 때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더 높은 권위를 가진 사람에게 확인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방해꾼이 되기보다는 환자가 지속적으로 안정을 취하면서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292페이지)

 


환자에게 중요한 존재에 대하여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질문 방법도 중요하다. 정신병 뒤에 감춰진 수수께끼를 푸는 것보다 환자 내면의 중심에 공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 드라마를 자주 챙겨본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환자들과 그들을 치료하는 의료진들의 노고에 감동한다. 정신의학은 마음의 병을 치료한다. 무조건 약물을 거부하는 것보다 약물로 치료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다. 어떤 사람들한테는 약물이 도움이 되겠지만, 약물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정신과 레지던트의 열정적인 기록. 그 성장의 중심에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그의 헌신적인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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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킹덤 1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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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부분 정의가 승리하기를 바란다수많은 범죄사건에서 정의가 승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여긴다정의를 위해 앞장서 싸우는 활동가들우리는 그들을 응원하지 않는가살인사건 소식이 들려올 때도 살인범을 단죄하기를 바란다그러나 인간은 약한 면이 없잖다이 소설의 경우처럼 범죄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할 때면 범죄자인데도 결코 미워할 수만은 없다.

 

요 네스뵈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있다해리 홀레 시리즈다그의 다른 어느 작품도 해리 홀레를 능가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이제 그 생각을 바꾸게 될 것 같다.  킹덤 때문이다놀라웠고감탄했다.  킹덤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그 어떤 이야기와도 비교할 수 없다

 

 

 

형이 들려주는 형제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가족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사랑이 무엇인지그 사랑이 어떤 식으로 변질되는지도저히 악의를 가졌다고 볼 수 없는 한 남자의 진혼곡에 가까운 이야기다어쩌면 카인과 아벨의 다른 버전 같다질투에 눈이 멀어 동생을 살해한 카인은 스스로 동생을 지키는 자라고 했다로위 오프가르는 동생을 지키는 자였다하지만 자주 질투에 눈이 멀었다그가 탐내는 것모두 칼의 것이었다

 

오스의 황무지 농장에 동생 칼이 찾아왔다아내 섀넌과 함께 성공한 자의 모습으로 나타났다스파 산정호텔과 오두막을 건설하겠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서였다작은 마을에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투자하는 마을 사람 모두가 부자가 되는 길이라고 했다조용히 지내던 로위에게 작은 파문이 일었다어머니와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때가 떠오르고동시에 후켄으로 추락하는 꿈을 꾼다.

 

작가들은 서사를 계획하고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자 중요한 사실을 하나씩 나타낸다고 했다요 네스뵈 또한 마찬가지였다독자로 하여금 어떤 사건을 보여주고 그것이 누가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독자들은 작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가 어느 시점에 진실을 깨닫는다우리가 의심했던 인물이 당사자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동생을 지키기 위해 저질렀던 살인이었다로위는 왜 그때까지 두고 보았느냐이다진실을 알면서도동생이 고통스러워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서지 못했다그저 울음소리를 들으며 그 또한 울 뿐이었다혹여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을까. 순간 섬찟해진다. 사건을 은폐하고의심스러워하는 경찰을 따돌리는데 경찰은 왜 제대로 보지 못하는지 궁금했다누가 봐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데그 증거를 왜 찾지 못하는가크리포스에서 온 경찰도 마찬가지였다눈앞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안타깝지만 작가는 살인자인 로위의 감정을 독자에게 강하게 이입한다.

 

수치심을 견디지 못한수치심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그것에 무너진이 세상에 단 둘뿐이라던 형제는 어느 순간에 사이가 벌어진다자기 것이 없어졌다고 느끼는 순간타인의 것을 탐낸다타인의 것을 탐낸 자는 과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게 또한 현실이라는 점이다순식간에 무너지고 말 모래성이다왕국이라 여겼던 곳은 그들만의 왕국에 그친다어떻게 할 수 없다그들은 형제이므로그는 동생을 지키는 자이므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소중한 것은 지키라고 있는데 그는 지키지 못했다그저 후켄에 시체가 쌓일 뿐이다그게 눈이든, 차든, 사람이든의심은 하나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덫에 갇혔다그 왕국에서 영원히 나오지 못할 것이다.



 

 

 

가족이라는 건 얼마나 허울 좋은 이름인가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수많은 일들가족이기에 말할 수 없고가족이기에 함부로 할 수 있다 여기는 것이 문제다아무리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다고 해도 범죄는 범죄다.

 

살인자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었다더불어 가족과 사랑에 대한 감정이 어디까지인지어떻게 변질되는지그로 인해 상처받은 인간의 내면과 복수를 그렸다사이코패스인데 왜 그를 응원하게 하는지단죄를 받아야 마땅하다 여기면서도 마지막 장에 다다른 순간 숨을 멈출 수밖에 없는지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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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10-28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책 두꺼워 보입니다!! 해리 홀레 시리즈를 능가한답시유? 킹덤 찜요!!!

오거서 2021-10-28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같은 책 두 개의 탑… 책탑의 새로운 시도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