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방 - 신경숙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9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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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동안 TV가 없다가 이사를 하면서 다시 TV를 들여놓고 나는 하나의 습관을 들였다. 평소 밤 11시경이면 침대에 누워 책을 읽는터라 TV앞에 앉아 있지 않는다. 그래서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한 프로그램이 두 가지 정도 있는데, '힐링 캠프'와  '라디오 스타'이다. 이 두 프로그램을 보며 실없이 웃기도 하곤 해서 시간이 날때면 다시보기로 해서 보는게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사실 본방 할때부터 보려했으나 위와 같은 이유로 못보고, 신경숙 작가편을 다시 보았다. 작가가 조곤조곤하게 하는 말 중에서 그의 어린시절들의 이야기, 가족이야기, 배우고 싶었던 열망, 작가가 되어보라는 한 선생님의 말씀들을 했다.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작가에 대한 애정이 더 생기는 계기가 되었던 듯도 하다.

 

그러곤 이 책을 만났다.

책이 나왔던 해에 읽지 못하고 문학동네에서 20주년 기념으로 한국문학전집에 포함된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난  『외딴방』이 그녀의 십대 이야기, 공장을 다니며 산업체특별학급에 다녔던 시기의 이야기라곤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다른 소설들처럼 심연속 그녀의 생각들을 만날수 있겠다'라고 생각만 했다.

 

처음 작가의 책을 읽은게 『깊은 슬픔』이라는 책이었는데, 비슷한 느낌의 책일거라고만 생각을 했던 터라, 『외딴방』이 작가의 속내, 어쩌면 숨기고 싶었던 이야기, 너무 가슴이 아파 꼭꼭 숨겨두고 싶었던 날것의 감정들을 표현한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신경숙 작가의 『외딴방』에서 작가의 마음속 깊은 슬픔을 엿본듯 했다. 아픈 시절, 아픈 사연을 꼭꼭 숨겨두고 싶었지만, 십여년이 지난뒤에 날것의 감정을 풀어놓기란 쉽지 않았을텐데도, 작가는 자신의 심연을 드러냈다. 꼭꼭 숨겨두었던 감정들을 '이걸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를' 글쓰기로 드러냈던 것이다.

 

글쓰기란 나에겐 집이었을까. 내 속을 뚫고 올라오는 문장들은, 그 순간 내가 어디에 있더라도 나를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게 했다. (13페이지)

 

작가가 심연 속에 숨겨둔 외딴방에서의 일들을 꺼내게 한건 그 아픈 시절, 같이 산업체특별학급에 다녔던 한 친구의 확인 전화였다. 그때 그 애가 맞느냐고. 우리와 함께 다녔던 그 친구가 맞느냐고. 소설을 쓴다는게 너무 자랑스럽다는 그 친구의 말, 또한 왜 우리 이야기는 쓰지 않느냐는 친구의 말이 그저 목에 걸려 버렸다. 그 시절을 떠올린다는 건 그녀의 깊은 슬픔, 사람과의 관계맺기를 힘들어했던 그 시절의 아픔을 다시 꺼내놓는 일이기도 하므로 그녀는 아팠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누군가 떠올릴수밖에 없음을. 꼭꼭 숨겨두었던 자신의 아픔, 큰 상처를 꺼내는 일이므로 그녀는 오래도록 앓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적은 곳, 제주로 달려간 그녀는 다시 글쓰기에 매달린다.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녀는 열여섯 살의 시간속으로 들어간다. 학교에 가고 싶었던 열여섯 살 풋내기 소녀 시절로. 학교에 가고 싶어 오빠의 부름을 간절하게 기다렸던 것이다. 드디어 오빠의 편지를 받았다. 공장에 다니면서 학교에 다닐수 있다는 내용의 편지. 엄마와 외사촌과 함께 서울로 향했다. 거대한 대우빌딩을 마주한 서울역, 오빠의 안내로 직업훈련원에서 교육받고 동남전기주식회사 라는 곳으로 가게 된다. 너무 학교가 가고 싶어 갔던 곳, 학교에 다니게 되었지만, 노조가 새로 생기며 가입신청을 받았었고, 회사에서는 학교에 다니고 싶으면 노조 탈퇴를 하라고 압박을 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 시절의 이야기를 쓰려면 자신의 곁에 머물렀던 희재언니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서른일곱 개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던 공단 근처의 외딴방. 그 외딴방의 한칸을 차지해 큰오빠와 외사촌과 주인공이 기거 했던 곳. 나중에는 셋째오빠까지 그 좁은방에서 웅크리고 자야 했던 외딴방. 그곳에서 아주 작은 방 하나에서 같은 학교의 교복을 빨고 있었던 희재 언니를 만났다. 세 살 많은 외사촌에게는 '너'라고 불렀으면서, 희재 언니에게는 꼬박꼬박 언니라고 불렀다.

 

주인공에게 희재언니는 그 시절의 모든 상징이었다.

함께 학교를 다니고, 언니의 흔적이 묻어 있던 곳. 과거 속에 깊이 숨겨둔 그곳을 십여 년이 지나도록 한번도 가보질 못했다. 주인공은 그렇게 과거 산업체특별학급에 다녔던 일들을 떠올리며, 현재의 모습들을 마치 일기처럼 보여주고 있었다. 과거의 이야기를 연재하고, 연재글을 보고 연락해오는 이들, 흠모해 마지 않았던 오정희 선생님을 인터뷰 하던 일들을 담담하게 적어낸다. 아니, 담담하기보다는 가슴아픈 일들을 꺼내야만 했다.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하려면.

 

이제야 문체가 정해진다. 단문. 아주 단조롭게. 지나간 시간은 현재형으로, 지금의 시간은 과거형으로. 사진 찍듯. 선명하게. 외딴방이 닫히지 않게. 그때 방바닥을 쳐다보며 훈련원 대문을 향해 걸어가던 큰오빠의 고독을 문체 속에 끌어올 것.  (46페이지)

 

그냥 좋았어. 문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현실에선 불가능한 것. 금지된 것들을 꿈꿀 수가 있었지. 대체 그 꿈은 어디에서 흘러온 것일까. 나는 내가 사회의 일원이라고 생각해. 문학으로 인해 내가 꿈을 꿀 수 있다면 사회도 꿈을 꿀 수 있는 거 아니야?  (246페이지)

 

과거의 아픔을 가지고 있었던 소설가인 주인공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것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외딴방에 꼭꼭 숨겨두었던 아픔을, 슬픔을, 두려움의 문을 서서히 열게 된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는 일, 감추고 싶었고, 결코 열고 싶지 않았던 마음의 문을 열게 되면서 과거의 나, 과거 속의 희재 언니를 꺼내어 그 시간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열고서부터 진정한 자신 속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어쩌면 글쓰기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자신을 내보이는 일. 감추고 싶었던 일까지도 드러내야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일. 새로운 방법의 소설인것 같은데,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감동 속으로, 신경숙 작가가 말하는 그 시절의 아픔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작가의 그 모든 감정들이 내 깊은 마음속 심연으로 이끌게 했다. 굉장한 수작이다. 이 아름다운 작품을 왜 이제야 만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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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크랩 - 1980년대를 추억하며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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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이란 걸 해본게 아마 중학교 때 이었을 것이다.

한참 사춘기에 접어 들었을때, <여학생>이라는 잡지에 부록으로 딸려나오는 연예인의 사진을 오려 모았고, 내가 한창 좋아했던 조용필의 사진을 오려 스크랩 북을 만들었었다. 커다란 브로마이드를 방 벽에 붙여놓곤 만날 쳐다보며 흐뭇해하기도 했고, 스크랩북을 뒤적거리곤 했었다. 그 스크랩북을 나중에 친구 누군가에게 전해주었었다.

 

일단 하루키 씨의 『더 스크랩』은 스크랩 북처럼(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왼쪽 끝이 잘려져 있어 마치 우리가 모아놓은 스크랩 북을 보는 느낌을 갖게 한다. 책 속의 종이 또한 흰색이 아닌 푸른 빛을 띈 종이 색깔이라 부담없이 가볍게, 혹은 옛 추억을 생각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우리가 잡지를 보며 좋은 기사나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이라도 나오면 스크랩하였듯, 하루키씨 또한 미국의 잡지 <에스콰이어>나 <피플> <뉴욕타임스>일요판 등의 기사를 스크랩하여 1980년대에 약 사 년 동안 <스포츠 그래픽 넘버>에 연재한 81편의 에피소드를 엮어 낸 책이다. 하루키 씨는 '이삿짐 싸다 벽장에서 나온 오래된 졸업앨범을 무심코 넘겨보는 기분으로 읽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맞다. 『더 스크랩』은 벌써 30년 전의 기사에 대한 하루키 씨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글이며, 30대의 하루키 씨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전에도 밝힌 바 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씨는 소설에서의 느낌과 에세이에서의 느낌이 전혀 다른 작가다. 소설에서는 빛나는 청춘의 고뇌를 많이 다루었다면, 에세이에서는 하루키씨 만의 소심하면서도 유머스러운 아저씨의 느낌, 즉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미국판 잡지 들을 스크랩한 것처럼 기사에 대한 다양한 생각, 그만의 독특한 감정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책인 것이다.

 

늘 작가도 한 사람의 독자라는 사실을 잊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 씨도 작가이기전에 독자라는 사실을 알게 한 부분이 있어 감동이었다. '<뉴요커>의 소설'이란 챕터인데, 하루키 씨는 잡지를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훌륭한 단편소설을 만나는 것이다.(26페이지) 라고 한 부분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신간 잡지가 나오면 목차를 보면서 자기가 볼 기사를 대충 훑게 되는게 하루키 씨 또한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 소설을 찾아 읽는 기쁨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뉴요커>에 실린 레이먼드 카버의 「내가 전화를 거는 곳」과 도널드 바셀미의 「벼락」을 추천한다고 했다. 늘 그렇듯이 카버의 작품은 금세 반할 정도로 좋은 단편이라고 했다. 그러고보니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은 읽어보지 못한 것 같아 무슨 작품이 있나 검색해보았다. 문학동네에서 출판한 몇 작품이 보여 읽어보고 싶어 메모 해보았다.

 

술술 읽히는데다 다 읽고 나면 마음에 뭔가가 남는다. 훌륭한 단편이란 그런 것이다. (28페이지)

 

 

 

우리가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우리보다 더 나이 든 사람들을 이해못하겠다는 등의 말을 하곤 하는데, 나이를 먹는 것, 즉 늙는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있다. <에스콰이어>란 잡지에 들어있는 늙는다는 것에 대한 특집 기사를 언급하며, 어떻게 하면 비교적 편하게 나이를 먹을까? 에 대해 <에스콰이어>는 '포기하는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포기하고 자신의 나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 맞는 말이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고 해서 우리에게 오지 않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해 예민해 질 수 밖에 없는지, 금연과 조깅을 통해 상당히 젊게 꾸미고 다니는 42세의 독신 작가가 있고, 그에게는 21세 여대생의 연인이 있다. 그의 연인은 그와 오래 사귀었지만 헤어지자고 말했다 한다. 젊은 여성과 사귀는 45세 이상의 남자분은 이런 식으로 어느 날 갑자기 매몰차게 차이지 않도록 충분히 주의해서 행동하길 바란다는 글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젊은 여자를 좋아하는데 이 기사를 읽는 남자들은 분발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또한 추억의 기사라고 하면, 그 옛날 로키 시리즈를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다. 로키 시리즈의 배우 실베스타 스텔론의 기사와 함께 마이클 잭슨 닮은 사람의 진짜 마이클다워지려고 피나는 노력을 한다는 이야기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얼마전에 읽었던 『미국의 송어낚시』의 작가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죽음에 대한 글도 있어 반가웠다. 이렇듯 80년대의 기사들에 대한 글을 우리를 추억의 시간으로 안내한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소치 동계올림픽 때문에 밤잠을 못이루며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데, 하루키 씨또한 1984년에 열렸던 LA올림픽에 대한 일기를 마지막 챕터에 넣어 경기를 바라보는 생각들을 글로 표현했다. 지나간 시간들을 이렇듯 글로 만나면 새로움을 느낀다. 또한 그때 그시절을 추억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다. 하루키 씨의 『더 스크랩』으로 인해 1980년대를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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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어웨이 - 도피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의 가장 황홀했던 그날
앨리스 먼로 지음, 황금진 옮김 / 곰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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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말미에 번역자는 이렇게 말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된 앨리스 먼로의 『떠남』을 새롭게 번역하여 출간한 작품이다. 그 당시에 이 작품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라고.

 

사실 나도 꽤 많은 작가의 작품을 읽었다고,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앨리스 먼로가 노벨문학상을 받기 전까지 나는 그 이름을 몰랐다. 작가의 작품을 접해보지도 못했던 것이다. 책을 읽는 독자들이 대부분 장편소설을 좋아하고, 단편소설을 더디 읽고 있는 탓일게다. 나 또한 작년 10월에 발표한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앨리스 먼로라는 작가를 알았으니 말이다. 그다지 관심을 갖고 있다가도 무슨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 처럼.

 

이처럼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라는 것 때문에 작가의 단편집 『디어 라이프』를 읽고, 작가의 연륜에서 보이는 문장들, 깨우침에 대해 알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작품 『런어웨이』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볼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적혀진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두 여자였고,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소소한 모습들을 만날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모두 여덟 편의 단편 속에서 표제작 「런어웨이」에서 주인공 칼라의 이야기는 자신의 새로운 삶을 향해 남편으로부터 도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클라크, 클라크가 없는 삶을 살겠다는 그 이유 하나때문에 택한 칼라의 모험이다. 클라크가 없는 토론토를 향해 버스에 올라탄 이유가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으려는 것이었다. 도피하고 싶었던 그 특별했던 하루에 느낀 모든 것, 자신의 삶, 자신의 곁에 있었던 클라크와 자신의 곁에 없을 클라크의 모습을 생각한 칼라의 특별했던 하루였다. 또한 칼라에게 도움을 주는 실비아의 마음 속 깊은 속내는 잃어버린 새로운 감정들을 만날 수 있기도 했다. 칼라 또한 남편 클라크를 피해 달아나면서 자신의 모습과 클라크와의 관계를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

 

우리는 지지부진한 삶을 살고 있는 듯 하지만, 그 평범하게 아웅다웅하고 살고 있는 것이 큰 행복임을 아주 늦게야 깨닫곤 한다. 어떠한 새로운 일을 결행하고서야 자신의 주변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갖기도 하는 것이다. 

 

 

 

 

여덟 편의 단편 중에서 세 편, 「우연」, 「머지않아」, 「열정」은 모두 줄리엣을 주인공으로 하는 연작 소설이다. 연작 소설에서는 시기가 다른 주인공들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우연」에서의 줄리엣은 정교사 자리를 제안받지 못해 기차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에릭에게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어 「머지않아」에서는 웨일 베이에서 에릭과 함께 살고 있는 줄리엣이 딸 퍼넬러피를 데리고 어렸을때 살았던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가서의 이야기이다. 교사인 아버지가 채소 장사를 하려고 교사를 그만 둔 이야기를 담았다. 「열정」에서 줄리엣은 이제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이십대가 된 퍼넬러피를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들을 담았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설렘, 만남, 고향의 부모, 누군가의 떠남을 알수 있는 연작 단편 소설이었다. 

우리의 삶을 보아도 누군가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 나이가 들어 떠날 수 없는 이별, 그 시간의 흐름속에서 우리는 나이를 먹어가고 조금씩 성장해 가는 게 아닐까 싶다. 지나 간 시간들의 후회와 앞으로 내가 살아가야 할 모습들을 간접적으로 경험 할 수 있었다.

 

여덟 편의 작품 중에서 나를 사로잡은 작품은 「런어웨이」와 「반전」이었다.

「반전」에서 로빈은 매년 여름에 한 편씩 연극을 관람하고 있다. 기차를 타고 스트래트퍼드에 가 연극을 보고는 자신에 손에 들려 있었던 페이즐리 무늬의 천 가방이 없어졌음을 깨닫고, 다시 극장으로 가보지만 가방은 보이지 않았다. 기차표도 돈도 없는 로빈은 주노라는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남자를 우연히 만난다. 그의 가게에 가서 간단한 음식을 대접받고 그가 구입해 준 기차표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남자는 대니얼, 혹은 다닐로 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로 돈을 돌려주고 싶어하는 로빈에게 내년 6월 자신의 가게로 찾아올 것을 부탁한다. 아보카도 색으로 주름이 퍼지는 녹색 드레스를 그대로 입고 오라는 것이었다.

 

우리 편지는 주고받지 말기로 해요. 편지는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니까. 그저 서로를 머릿속에 담아만 뒀다가 내년 여름에 만나요. 나한테 미리 알릴 것도 없어요. 그냥 오기만 하면 돼요. 지금 이 마음 변치 않는다면 그냥 오기만 하면 돼요.  (377페이지,「반전」중에서)

 

일 년의 시간을 기다린 후에 그녀는 다시 연극표를 예매하고 그를 만나러 스트래트퍼드에 갔지만 그가 무정하게 내쫓는 바람에 그를 만날 수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사람의 감정은 바래기 마련이다. 반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그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늘 마음속에 남아있었을 다닐로, 혹은 대니얼에 대한 마음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었다.

 

우리 또한 그렇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찾아갔을때 그 사람이 부재할 경우 혹은 내침을 당할 경우 마음을 다치고 돌아온다.  평생 오해를 안고 돌아오지만 시간이 지난후 진실을 알았을 경우엔 주인공의 마음을 바라보는 독자의 마음도 아플수 밖에 없다.

 

앨리스 먼로의 단편집을 읽으며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장편과는 다른 단편만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새삼 느꼈달까. 단편도 이렇게 재미있고,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 둘 수 있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유려한 문장속에서 느낄수 있는 여러 감정들을 다시 느낄수 있었던 귀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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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붓다의 십자가 - 전2권
김종록 지음 / 김영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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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휴가를 역사유적 탐방차원으로 강화도를 다녀왔다.

강화도에서 며칠 머물며, 고려 시대의 숨결을 느꼈고, 아픈 역사를 실감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방문으로 인해 강화도는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 곳으로 새롭게 다가왔다.

 

이런 기억들과 함께 언젠가 TV에서 했던 드라마 '무신'으로 인해 몽골의 침략을 제대로 바라보았고, 노비출신으로 고려 무신정권 최고 권력자가 된 김준의 이야기를 보며, 고려 황제보다도 더한 권력을 누렸던 고려 무신정권의 역사를 알수 있었다. 

 

김종록의  『붓다의 십자가』는 드라마 '무신'의 시대적 배경과 일치한다.

몽골의 침략으로 집정 최이(최우)는 수도를 개경에서 강화도로 옮겼고, 그곳에서 대장경판을 새롭게 만들어 지금의 팔만대장경을 만든 인물이다. 『붓다의 십자가』는 팔만대장경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소설이다. 대장경을 새롭게 만들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함께 그들이 권력을 누리기 위해 했던 일들을 허구의 인물인 지밀 승정의 시선으로 우리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강화도 선원사 대장도감, 대구 부인사의 초조대장경을 몽골군이 불태운후 대장경을 새롭게 쓰는 일을 하고 있는 지밀 승정. 스승 수기 도승통의 부름에 달려가 남해에서 올린 경판에 십자가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지밀은 경판을 새겨 올린 김승이란 각수장이를 찾아 나선다. 남해의 각수마을에 들어선 순간, 의문의 회오리바람으로 지밀은 앞이 보이지 않게 되고, 같이 갔던 시자 인보 또한 며칠후 의문사 한다.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지밀은 인보의 죽음을 조사하려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책 속에서 불상 가운데 새겨진 십자가가 새겨져 있는데, 책을 읽으며 나는 기독교를 경교라 부른게 아니었나 했는데, 고대 동방기독교인 경교는 대진경교라고도 불리우며 불교와 기독교가 접목되어진 게 아닐까 싶었다. 불교가 석가모니의 말씀을 따르고, 경교가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니 이 모두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신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이겠다. 

 

왕이 백성을 버리고 강화도로 들어가 버리고, 백성들은 굶주리고, 의지할 곳이 없었다.

백성들이 굶주리는데 집정 최이의 비호를 받는 승려들은 호위소식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들이 의지하는 건 예수의 말씀이었고, 모두가 평등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꿈꾸었다. 서방정토라 여겨진 김승 촌장이 이끄는 각수장이 마을에서 지밀은 그마저 그곳이 자신이 꿈꾸던 곳임을 느꼈던 것이다.

 

처음 책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때, 대장경에 예수란 이름이 있다는 말에, 작가의 상상력이 아닌가 했다. 붓다의 불상에 새겨진 십자가 또한 작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산물이라 느꼈지만, 책 1권의 첫머리에 보면 그에 관련된 사진이 수록되어 있었다.

 

합천 해인사에 팔만대장경이 있고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것은 우리가 학교 다닐적부터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수학여행때에도 합천 해인사를 들렀던 것 같은데, 이 책을 읽고 나니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고려인들의 아픔과 나라를 잃고 싶지 않은 염원으로 새겨졌을 팔만대장경이 새롭게 보였다. 비록 최이가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그렇게 했을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이 책으로 인해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새롭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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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 펭귄클래식 56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곽명단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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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다시 읽는 일은 우리를 추억의 시간으로 안내한다.

우리가 꿈을 꾸었던 그 시간들, 동화속 이야기에 동화되어 우리는 많은 꿈을 꾸었다. 풍족하지 못한 삶을 나는 책속의 사라처럼 상상의 나래를 펴며 꿈을 꾸었었다. 내가 공주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들. 그런 달콤한 상상을 하느라 매일매일이 즐거웠다. 아마 많은 소녀들이 그러지 않았을까. 몇몇 이성적인 소녀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소공녀』속 사라도 그런 소녀이다. 

처음엔 공주처럼 자신을 사랑해주는 아버지 크루 대위가 있었고, 아버지가 부자이기 때문에 많은 걸 누릴 수 있었다. 가진게 많은 소녀였어도 사람을 대할때 함부로 대하지 않고, 책을 많이 읽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상상의 나래를 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재능이 있었다. 

 

크루 대위에 의해 민친 학교로 오게 된 일곱 살의 사라 크루는 돈이 많은 아버지때문에 민친 교장으로부터도 특별 대우를 받았다. 아빠는 다시 인도로 돌아갔고,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걸로 위안 삼았다. 열한 살의 생일날 공주처럼 성대한 생일 파티를 하던중 아빠가 사라에게 돈 한푼 남기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해져왔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민친 교장은 화려한 사라의 방을 빼앗고, 쥐가 들끓고 겨울을 견디기 힘든 다락방으로 옮기게 한다. 하룻밤 사이에 공주에서 하녀로 바뀌어버렸다.

 

춥고 배가 고프지만, 다락방에 있는 쥐에게도 멜기세덱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빵부스러기를 주던 마음씨 착한 소녀였다. 오래전에 읽을때도 마음 아팠지만 다시 읽어도 마음이 아픈 구절을 보자면, 빵집 앞에서 동전을 주워 빵을 샀지만, 자신보다 더 배고파 보이는 아이에게 여섯 개의 빵중에 다섯 개를 주고, 자신은 한 개의 빵만을 먹었을때이다. 코끝이 시큰해질정도로 감동적인 부분이었다. 배고픈 아이에게 자기보다 더 배고픈 아이가 보일리가 없는데도 사라는 따스한 마음을 가진 아이였다.  

 

 

오래전에 읽었던 이야기인데도 얼마전에 읽은 것처럼 내용이 자세하게 기억이 났다.

다락방 옆방에 사는 부엌데기 베키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던 일, 우연히 원숭이 때문에 알게 된 람 다스와의 인연도 그대로였다.  

 

어쩌면 내게 이런 시련이 닥친 건 나를 시험하기 위해서인지도 몰라.  (126페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갑자기 경제적으로 어려울때 견디기 힘들어하는데, 사라는 자신에게 시련이 닥쳐 왔어도 그에 굴하지 않고, 힘겨운 상황을 상상력으로 이겨낸 것이다. 견디기 힘들 정도로 배가 고프고 추우면 자신이 공주라 생각하고, 힘겨운 시간들을 이겨내고자 한 것이다.  

 

우리에게 고통이 주어질때 절망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라는 절대 절망하지 않았다. 

자신을 버리지 않았고, 스스로 공주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행동했다. 우리가 이야기에 위안을 얻고자 책을 읽듯이, 힘겨울때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그 시간들을 견뎠던 사라였다.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 깨닫게 되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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