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임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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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망구엘은 독서는 여행자와 같다고 표현했다. 직접 가보지 않아도 책 속에서 우리는 많은 간접 경험을 하게 된다. 주인공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선들에 이입되어 주인공들의 세상에서 그들과 함께 울고 웃는다. 생소했던 나라나 도시가 친근하게 다가오고, 그들이 숨쉬고 살았던 장소를 찾아 떠나기도 한다.

 

소설을 읽는 일은 어쩌면 작가의 생각에 직접적으로 다가가는 일이다. 작가의 숨결에 속해 그가 이끄는대로 따라가는게 소설 읽는 일이다. 대부분 단편을 읽을 때는 하나의 작품을 천천히 읽는게 옳다. 하지만 다음 작품이 궁금해 이어서 읽다보면 소설 속 여러 인물들이 하나의 장편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임재희 작가의 아홉 편의 단편들이 그랬다. 단편들 속의 인물들이 마치 장편소설 속 인물들처럼 다가왔다. 외국에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사람들, 한국에서 타향에 살고 있는 동생 가족을 만나러 떠난 사람, 남편과 이혼후 새로운 언어를 쓰는 곳에서 조화를 만드는 사람. 감전 사고를 당한 남편이 떠난 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여성. 이러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 살아 숨쉬었다.

 

 

소설의 제목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들의 이야기라고 해야겠다. 정들었던 곳을 떠나 새로운 장소에서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곳이 어디든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는 건 두려움을 동반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새로운 것을 찾아 과감하게 떠난다. 비록 두렵고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알수 없어도 말이다.

 

우리가 고향을 떠나 타국으로 향해도 마찬가지다.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동생 부부를 만나러 엄마와 함께 일년에 한번씩 가는 그곳의 헌책방에서 한국 사람이 분명한 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 것 자체가 위안을 받는 일이라는 것을. 외국의 헌책방에서 한국 책과 판소리가 들어있는 LP판을 집어들고 눈물이 나올것처럼 감동을 받았던 일 또한 고향의 것을 발견했기 때문인가.

 

어린 나이에 미국에 입양된 압시드. 그의 영어 이름은 친아버지가 붙여준 이름이다. 스펠링 ABCD로 된. 자기가 아는 모든 영어 단어를 이용해 이름을 지어주었던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 참 뭉클했다. 아무리 이해못한다고 하지만 이처럼 이해되는 순간이 있는 법이다. 머나먼 이국 땅에 자식을 보내면서 그곳에서 불릴 이름을 만들어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표제작을 읽는데 이 소설집이 가진 주제를 담고 있지 않았나 싶다. 노동절 연휴기간때 찾아온 한국이라는 나라. 어머니가 한국인이지만 자신에게는 그저 다른 나라였다. 잠시 머물다 간 곳이라는 사실 뿐. 스탠바이 티켓을 구매한터라 바로 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호텔에서 하루 혹은 이틀을 머물러야 했다. 작은 행동 하나에 한국 혹은 한국인에 대한 친근함을 느꼈다는 감정이 중요할 것이다. 거부하고자 했으나 거부할 수 없는 그 무엇. 자신이 태어난 혹은 자라온 나라에 대한 감정이 아닐까.

 

투박하지만 느리고 친근한 남자의 목소리가 오래된 것들을 환기시키며 의식을 붙들었다. 좋은 기억이라고 부르고 싶은 것들이었다. 밤인데 밖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이 도시의 어둠은 희미한 빛으로 다시 태어나는 또 다른 하루였다. (219~220페이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중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지만 결국 어딘가에 속한 삶. 이게 우리가 원하는 삶이 아니던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은 것도,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찾는 일도 어딘가에 속하지 못했기에 떠나온 여정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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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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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산다는 것. 그것처럼 행복한 것도 없다. 쉬는 날이면 여행을 간다던가, 배우자가 좋아하는 캠핑을 따라간다던가, 아니면 조용히 집안에서 책을 읽는다던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쉬는 것이며 자유로운 법이다. 최근의 나는 직장이 끝난 저녁이면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소파나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는 등 널부러져 있다가 일주일에 세 번 요가를 다니는 시간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결혼 생활과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조금은 체계가 잡힌 것 같다. 그러다가 무슨 일이 생겨 내가 해 오던 대로 생활을 못하게 되면 굉장히 당황하게 된다. 정해진 규칙대로 생활하는 게 어느 정도 습관이 되어 그렇다.

 

김신회 작가의 책이라고는 고작 한 권을 읽었을 뿐이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라는 책으로 느리게 산다는 것, 굳이 복잡한 것에 얽매이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는 보노보노의 책 속 글을 만나는 책이었다. 삶을 어떻게 살아갈까, 나만의 행복을 찾는 비법 같은 것을 말해주는 책이었다. 그래서 김신회 작가의 신작 에세이가 나왔을 때 읽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제목 또한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이다.

 

때로는 직장을 그만두고 게으름을 피우며 몇 개월 동안이라도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저자처럼 자유로운 직업을 가진 사람이 부럽게도 느껴지는 시점인데, 나름대로의 애환이 있다는 걸 지금은 안다. 어쩔수 없이 일을 그만두고 수입이 없어 부모님께 의지해야하기도 하지만 아무 것도 안해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 삶을 즐긴다는 것. 그것 만큼 부러운 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삶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들을 글로 풀어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 그로 인한 깨달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네가 이해가 안 가'라는 말은 어찌 보면 지극히 맞는 말이다. 서로는 다르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지만 우리는 누가 나를 답답하게 할 때, 누군가가 미울 때 그 말을 쓴다. '나는 네가 이해가 안 가'는 '나는 너를 이해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18페이지)

 

가족도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는 법인데, 타인을 이해하기란 정말 어려운 법이다. 아무리 친하게 지냈어도 어느 한순간 사이가 틀어져 버릴 수도 있는 게 사람과의 관계다. 그래서 흔히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어려운 법이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사과의 타이밍은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이 정하는 것이다. 내가 너를 용서하겠다, 다 잊어버리겠다는 결심은 사과를 받을 사람만의 권리다. 사과하는 사람은 그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이후의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다만, 나처럼 너무 늦게 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사과받을 사람이 품고 있는 타이밍의 마지노선조차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152페이지)

 

소소한 감정들을 다루는 글들이 많았다. 친했던 후배와 있었던 아주 작은 일 때문에 지금은 연락조차 하지 않았던 일들이며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그대로 글로 풀어냈다. 마치 내가 느꼈던 감정들처럼 여겨졌다. 주변에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처럼 아주 가깝게 여겨졌다는 뜻이다.

 

마음은 액체다. 가고 싶은 대로 흐른다.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가 여행하기도 하고 넘치기도, 말라버리기도 한다. 때로는 당장이라도 데일 듯 뜨겁다가 한순간에 얼어붙기도 한다. 그렇게 어디로 갈지, 어떻게 될지 모를 마음의 흐름을 간수하는 방법은 딱히 없다. 그럴 때는 그저 이런 기도를 하게 된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해주세요.' (208페이지)

 

 

평소 솔직하게 내 감정을 나타내려고 한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한소리를 듣기도 하는데, 나는 간접화법을 쓰는 사람이 불편하다. 싫거나 좋거나 원하는 게 있으면 확실히 말해주어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이해하지 못한다. 직설화법을 쓰는 나와 간접화법을 구사하는 사람과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그런 경험을 하고 간접화법을 쓰는 사람이 진짜 불편하다고 느꼈었는데, 저자 또한 그런 경험을 말하며 솔직함에 대해 말했다.

 

성격의 차이겠지만 단순한 사람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친구들에게도 원하는 것이나 불편한 게 있으면 직접 말해달라고 한다. 알아주겠지 라는 말은 본인의 생각뿐이지 않겠나. 어떤 사람은 말하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세상에는 이미 확실한 화법이 존재한다. 미안함을 표현하는 말은 '미안해'이고 고맙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말은 '고마워'일뿐 다른 무언가가 아니다. (236페이지)

 

김신회의 에세이는 어떤 거창한 말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앞서 밝혔지만 일상에서 소소하게 느껴지는 감정들을 만날 수 있는 글이다. 비슷한 감정에 공감하며 내가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만날 수 있는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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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시작이 누군가의 죽음으로 시작했다면, 우리는 누가 살인범일지 궁금함에 책을 놓지 못하게 된다. 누가 죽였을까? 무엇 때문에? 그 이유를 알아가고자 아무리 지루하게 여기질지라도 소설의 마지막 권까지 파고들게 된다. 도나 타트의 이 소설이 그랬다. 전작 『황금 방울새』만큼의 흡입력을 기대했지만 그만큼의 재미는 주지 못했다. 다만 누가 로빈을 죽였을까, 이게 궁금할 뿐이었다.

 

소설은 끝까지 로빈을 누가 죽였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소설 속 주인공이 로빈의 살인범이라고 여겼던 사람이 죽이지 않았다는 거. 마지막에 가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괴로워하는 부분이 있을 뿐이다. 이걸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두 권의 소설을 읽으며 과연 그가 죽였는가를 끝없이 묻고 또 물었다. 해리엇이 살인범을 찾아주기를, 끝까지 살인범을 찾고 소설이 끝나겠지라는 희망을 안고 있었다고 해야겠다. 그래서 소설의 결말이 궁금함에도 마지막장을 열지 못했다. 기꺼이 남겨두리라. 끝까지 읽을 때까지 호기심을 억누르리라.

 

다른 한편으로 이게 소설의 묘미 아닌가 싶었다. 모든 사건의 해결이 독자가 바라는대로 흘러간다면 우리는 소설 읽는 재미를 잃을지도 모른다. 독자가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을 주었을 때에야 비로소 소설의 전체를 흝어보고 생각한다. 오래도록 소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역시 작가다. 소설적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도 작가, 소설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소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인터넷 검색창을 두드리게 하는 역할도 작가가 한다.

 

미시시피주의 어느 마을, 가족 모임이 한창인 저녁, 로빈이 나무에 목매달아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때 마당에는 네 살의 앨리슨과 태어난지 몇개월 되지 않은 해리엇이 있었을 뿐이었다. 가족 모임 답게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먹고 마시느라 아이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로빈이 죽고 12년이 지났다. 아빠는 답답한 도시를 떠나 다른 곳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고, 엄마는 로빈을 잃은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해 침대 밖을 나오지 않는다. 열두 살이 된 해리엇은 누가 오빠를 죽였는가에 대해 천착한다.

 

 

아기였던 자신보다 네 살을 더 먹었던 언니 앨리슨에게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보라고 한다. 하지만 앨리슨 역시 아기였을 뿐인데 제대로 된 기억이 있을리 없다. 아픈 엄마를 대신해 이디 할머니와 이모할머니들 사이에서 친구 힐리가 있을 뿐이었다. 해리엇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많지 않았다. 그저 마을의 골칫거리인 래틀리프 형제에게 눈을 돌렸을 뿐이었다. 나쁜 일을 일삼고 다니는 그들이 오빠를 죽였을 것만 같았다. 해리엇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어린 아이의 눈에 왜 그가 살인범으로 비춰졌을지 의문스럽지만,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 해리엇은 그가 살인범이라고 확신한다. 이후 그의 자취를 뒤쫓는다. 그의 형제들이 있는 곳을 훔쳐보고 따라다니며 그들에게 복수할 기회를 찾는다. 물론 힐리와 함께 말이다. 

 

다르게보면 열두 살의 어린아이일 뿐인데 해리엇이 하는 행동들은 스무살 이상의 나이 못지 않다. 스스로 그들의 행적을 뒤쫓고, 뱀 상자를 뒤져 그들에게 해를 입혔다. 해리엇이 어린아이로 보이는 장면은 따로 있었다. 해리엇이 태어나기 전부터 집을 돌보았던 가정부 아이다가 그 주인공이다. 아픈 엄마 때문에 해리엇은 엄마의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아이다를 엄마처럼 따랐다. 그녀가 해준 바삭거리는 침대보, 냄새, 적은 돈을 받고 일하고 있었던 아이다를 엄마가 해고 했을때의 감정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유년 시절의 감정, 엄마처럼 모든 것을 의지했던 아이다의 빈 자리가 컸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이 아니다. 물론 오빠 로빈을 살해했다고 여긴 살인범을 쫓기는 하지만 어린아이의 생각일 뿐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오빠의 살인범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로빈을 죽인 살인범이 누구인지 밝히지 못하고, 해리엇의 아픈 모습을 담았다.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리비 이모 할머니의 죽음과 누군가를 죽일 뻔했던 자신의 행동들. 그 두려움에서 도망치고자 그토록 싫어하는 캠프를 떠났었다. 오빠의 살인범을 뒤쫒는다는 명분하게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살았을 뿐이었다.

 

 

해리엇의 지독한 성장통이었다. 해리엇은 오빠의 살인범을 찾는다는 일념하에 십대의 그 시절을 치열하게 살았다. 그녀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렀지만 이 또한 삶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작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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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9-22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reeze님, 추석인사 드립니다.
오늘은 연휴 첫 날이었는데, 편안한 하루 보내셨나요.
가족과 함께 즐겁고 좋은 추석 명절 보내세요 .^^

Breeze 2018-10-05 22:30   좋아요 1 | URL
댓글이 늦었습니다. 추석은 잘 보내셨지요? 몇년전부터 우리집에서 명절을 지내니 부담감 백배랍니다. 철없이 놀던 싱글일때가 그리워지는 시점입니다. 감사합니다. ^^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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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알람이 울리면 습관적으로 휴대폰의 앱을 실행시킨다. 라디오 앱으로 방송인 김제동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 전부터 듣기는 했지만, 김제동이 진행한 후부터는 더 즐거운 마음으로 듣는다. 오늘 아침도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출근 준비를 했다. 그의 소탈한 방송을 들으면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달라진다. 오늘도 그렇다.

 

방송인 김제동의 책을 몇 권 읽었다. 방송인으로서도 좋아하지만 책을 쓰는 작가로서도 좋아한다. 이번에 꽤 달달한 제목의 책을 냈길래 궁금했는데 헌법에 관한 이야기란다. 일명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이라고 했다. 그가 헌법을 말한 영상을 본적이 있었다. 헌법 제1조 제1항에 관련된 조항을 들며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말했다. 이제 김제동이 헌법을 말하는 구나 싶어 그가 하고자 하는 말들을 유심히 들었었다.

 

 

그렇다. 김제동은 그가 헌법을 읽고 그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건넨다.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와 의무에 대하여 말하는 헌법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저 법관들의 법조문이려니 했던 게 사실이다. 김제동은 헌법을 읽고 헌법이 무척 쉬웠으며 헌법에 따라 우리가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와 의무에 대해 논한다. 어려운 말을 쓰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의 예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헌법이 법관들의 주인이 아니라 보통의 사람이 주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가 헌법에 관해 논하는 것을 읽고 있다보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우리가 알아야 할 법인데 우리는 남의 법처럼 관심이 없었구나, 라고 느끼게 된다. 좀더 일반인들 가까이에 있는 헌법이라 여겨지는 효과를 가진 것이다.

 

 

법이라고 하면 늘 우리를 통제하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테두리 지어놓은 것으로 생각하는데, 헌법은 국민이라는 권력자와 그 자손이 안전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기 위해 우리가 만든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적어놓은 거잖아요. 그러니 얼마나 짜릿합니까?  (20페이지)

 

 

얼마전 평화적인 시위, 즉 촛불 시위로 권력에 몸 담은 자를 내려앉히고 새로운 대통령을 세운 다시 쓴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울분을 토하며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을 들었었다. 저자는 진짜 권력은 국민에게서만 나온다는 말을 강조하며 권력과 권한에 대하 이야기한다. 대통령이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대행하는 사람을 '대통령 권한 대행'이라고 하지 '권력 대행'이라고 하지 않는다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예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김제동이 쓴 글을 불편하게 쓴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안다. 그를 종북이라고 칭하고 보통에서 벗어난 방송인이라고 하는 경우를 보았다. 나 또한 정치에 앞장서기 보다는 방송을 열심히 하길 바랐던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가 했던 행보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불의에 맞써 싸워야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헌법은 우리의, 국민의, 나라의 약속이니까요. (195페이지)

 

우리가 내고 있는 세금에 대해서도 말한다. 우리가 낸 세금의 생로병사를 알고 싶다는 것이다. 납세자들이 낸 세금이 어디쯤에서 쓰이고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세계 여러나라의 헌법이 영국과 프랑스의 시민 혁명의 영향을 받아 그 형식을 들여오고 문화와 철학을 들여오지 못한 게 아쉽다는 말을 했다.

 

또한 한 챕터가 끝나는 부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 현직 헌법재판관 과의 화상 인터뷰와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 총회 의장과의 인터뷰를 실어, 헌법을 읽고 많은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물었음을 알수 있었다. 본인이 헌법에 대하여 알아야 독자들에게 제대로 설명도 할 수 있는 법이다.

 

헌법은 국민을 위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무조건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합니다. 헌법을 만들고, 해석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주장하고, 국가와 모든 이들에게 의미와 특질을 부여하는 것에 말입니다. (356페이지) 

 

연애편지 같은 제목 답게 헌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글이다. 그의 유머와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가를 고민한 결과의 글이다. 아침에 방송할 때도 '문득문득 행복하세요!'라고 말하는 그 답게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향한 강한 외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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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3 11: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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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3 11: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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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3 11: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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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3 18: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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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7 11: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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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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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뜨거웠던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으로 남는다. 헤어졌든 계속 만나왔든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오래전의 기억을 더듬는 경우가 있다. 때때로 아프고 때때로 미소를 짓기도 한다. 아팠던 사랑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되는 것처럼 좋았던 일들만 떠오른다. 그러고보면 이상하다. 아팠던 기억들은 다 잊는 모양이다. 헤어지는 순간만 아플뿐 함께했던 좋았던 일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속에서 살아숨쉰다.

 

몇십 년 전의 일들을 떠올리게 되면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기억나는 경우가 없다. 노트에 메모를 남기지 않는 한. 드문드문 기억나는 일들에서 누군가와 처음 맞닥들인 순간은 영원히 지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열아홉 살의 폴이 엄마 아빠의 권유로 테니스를 치러 갔을 때 스무살 이상 차이 나는 수잔을 보았을 때의 그 순간을 말이다. 복식으로 한 조가 되어 테니스 경기를 하게 되며 소위 사랑에 빠진 걸 알았다. 열아홉 살의 폴이 마흔여덟 살의 수잔에게 반했던 것이다. 수잔에게는 폴 또래의 딸이 두 명 었었고 술에 절어사는 남편까지 있었는데 말이다.  

 

순전히 기억에 의존해서 쓴 글이다. 총 3부에 걸쳐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는데, 폴이 가장 사랑에 빠져있었을 때의 기억은 1인칭 시점이다. 기억이란 게 기억하는 자의 입장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순전히 자신의 의도대로 수전과의 일들을 떠올린다. 수전의 집에서 저녁을 먹고 가는 경우도 많았고, 수전의 남편 고든이 정원사 인줄 알 정도로 그의 존재는 미미하게 비춰졌다.

 

소설은 본격적인 사랑에 빠진 시기를 다룬 1부와 2부에서는 함께 살면서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수전을 바라보게 되는데 이때는 1인칭 시점과 2인칭 시점을 넘나든다. 자신이 바라보는 감정과 어느 정도 거리를 떨어져 바라보게 되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3부에서는 급기야 3인칭 시점으로 기억들을 소환한다. 멀리 떨어져 마치 타인의 기억인듯 그렇게 떠올린다.

 

첫사랑은 늘압도적인 일인칭으로 벌어진다. 어떻게 그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압도적 현재형으로, 다른 사람들, 다른 시제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137페이지)

 

 

 

기억은 기억하는 사람의 요구에 따라 정리되고 걸러진다. 우리의 기억이 우선순위를정하는 알고리즘에 접근할 수 있을까? 아마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내 짐작으로는, 기억은 무엇이 되었든 그 기억을 갖고 사는 사람이 계속 살아가도록 돕는 데 가장 유용한 것을 우선시하는 듯하다. 따라서 행복한 축에 속하는 기억이 먼저 표면에 떠오르게 하는 것은 자기 이익을 따르는 작용일 것이다. (39페이지)

 

 

한 사람의 시선으로 기억되는 일은 종종 답답함을 일으킨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들 뻘인 남자와 사랑에 빠져 집을 뛰쳐 나온 수전의 마음은 알 수 없다. 내내 폴의 기억속에서만 소환될 뿐이다. 스캔들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도 폴에겐 아무말도 하지 않으며 둘이서 도주하기로 했을 때도 묵묵히 그를 챙길 뿐이었다. 때로는 하숙집 주인처럼, 아들처럼, 조카처럼 혹은 대자처럼.

 

젊었을 때는 미래에 아무런 의무가 없는데, 나이가 들면 과거에 의무가 생긴다. 하필이면 자신이 바꿀 수도 없는 것에. (301~302페이지)

 

 

사랑했던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며 희미해진다. 그토록 뜨거웠던 사랑도 기억속에서 간간이 떠올릴 뿐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자신에게 오래된 사랑이 있었음을 떠올린다. 소중했던 기억마저 퇴색되어간다. 알코올중독에 빠지고 기억을 잃어가며 점점 자신을 놓는 여인을 바라보는 폴의 심정과 닮았다.

 

오래된 사랑의 기억들은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바꿀 수 없는 과거의 기억들 속에서 사랑과 슬픔, 고통들의 기억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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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1 13: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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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1 14: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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