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 사이 1 밤과 낮 사이 1
마이클 코넬리 외 지음, 이지연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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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문맥 속에 들어있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느릿느릿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 잘못하다가는 문맥 속에 있는 의미를 알지 못하고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편소설 읽기가 어렵기도 하는데, 어렵다고 생각하다보면 계속 읽지 않게 되어, 시간이 날때마다 단편집을 읽고자 한다. 우리가 짧은 시에서 감동을 받은 것처럼, 단편 소설들에서 우리는 커다란 의미를 깨닫기도 한다. 왜, 그, 숨막히게 아름다운 소설을 만날때도 있지 않은가. 그런 느낌 때문에 장편 소설을 읽다가도, 단편 소설에 대한 목마름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미국과 영국이 장르문학 작가 들의 단편집이다.

사실 내가 작품들을 제대로 만나지 못했기 때문인지 많은 장르문학 작가들의 이름 중에서, 내 눈에 딱 들어오는 이름은 '조이스 캐롤 오츠' 뿐이었다. 그외에 다른 작가들의 작품은 읽어보았나 생각해보니 아닌 것 같다. 내가 작가들의 이름을 잘 기억하는 편인데,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그들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읽었다해도 커다란 울림을 준 작품들은 아니었겠다 하고 생각을 해 본다.

 

 

책 속에서의 작가들의 이력을 살펴보니 장르 문학 중에서도 추리 문학, 범죄 소설을 쓴 작가들이 많은 것 같았다. 조이스 캐롤 오츠의 작품 또한 여류 작가의 작품인데도 상당히 강력했었다. 오츠의 작품을 처음 읽었던게  『좀비』였고, 두 번째 읽은 작품이 『사토장이의 딸』이었다. 두 작품 다 너무 강렬했기 때문에 이번 단편집에 있는 『첫 남편』을 읽는 기쁨이 컸다. 또한 기대하는 바도 컸다. 조이스 캐롤 오츠의 작품은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한 남자가 결혼을 하고, 아내와 여행을 떠나려 여권을 찾던 중 아내의 서랍에서 아내의 옛사진을 들춰보는 이야기였다. 우연히 발견한 옛사진들중에서 남자는 아내의 첫 결혼의 남편 사진을 발견한 것이다. 자신에게는 사진이 없다고 했던 아내의 말이 의심스럽고, 시간이 날때마다 아내의 첫남편과 아내의 젊었을적 시절의 아름답고 섹시한 모습을 간직한 것을 보고 질투에 휩싸이는 이야기였다. 잊으려해도 아내와 아내의 첫남편의 그 모습들을 잊을수 없어 괴로워하는 남자의 이야기였다. 누구든지 그럴수 있겠다 싶었다. 아무리 쿨한 성격이라도 배우자의 전 남편을 만나는 일, 또는 좋았던 날들이 그대로 보이는 사진을 보는 것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그러지 않으려해도 끝없이 비교하는 모습을 보이고 말 것 같았다. 그런 감정들을 풀어낸 이야기였다.

 

 

내게 인상 깊었던 다른 작품 하나는 톰 피치릴리의 『밤과 낮 사이』라는 작품이었다.

스릴러작가의 작품으로는 꽤 유명한 작가인가 본데 역시 나에게는 생소한 작품이었지만, 단편집의 제목으로도 쓰였던 이 작품은 역시나 우리를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열기구의 밧줄을 잡고 있는 남자와 열기구가 내려오고 있고, 열기구의 바구니 안에는 한 아이가 타고 있었다. 또한 살려달라며, 밧줄을 붙잡아 달라는 아이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두 남자가 밧줄에 달려들었고, 또 한 남자가 두 사람을 살리기 위해 밧줄에 달려들어 잡았다. 하지만 힘이 빠져 한 남자는 죽었고, 다른 남자는 부상을 입었고, 또 한 남자는 아이 아빠와 함께 밧줄을 잡고 있었지만 곧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살려달라 외치는 아이는 열기구와 함께 날아가버렸다. 아이 아빠의 심정도 그렇고, 힘이 빠져 밧줄을 놓친 남자도 그렇고 아이를 걱정할 수 밖에 없다. 아이의 생사를 궁금해하지만 열기구는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도움을 주기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그 도움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았을때의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것 같았다. 아빠의 마지막 선택과 한 남자의 선택은 인간이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렇게 밖에 행동할 수 없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읽는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너무 많기 때문에 부담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음식을 꼭꼭 씹어먹듯 읽은 작품도 있었고, 설렁설렁 읽는 작품도 있었기 때문에 책을 읽는 시간이 길었다. 이 책은 오래도록 곁에 두고 한 편씩 꺼내 느릿느릿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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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와 몬스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8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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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나 지금이나 전염병은 우리를 걱정에 휩싸이게 한다.

몇일 전 라디오 뉴스에서도 들었다시피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가 중국에서 발생해 사망하는 일이 있었고, 중국뿐아니라 대만에서도 환자가 나타나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 감염된 사람의 기침이나 재채기로 옮길수 있는 병으로 감기 증상과도 비슷하다. 또한 2009년에 신종 인플루엔자가 발생해 전 세계를 긴장에 빠뜨리기도 했었다. 그때 우리 가족은 신종 플루에 걸리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한 가족이 걸려 병원에 몇일이고 입원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지금도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니 괜시리 긴장을 하게 되는데 가이도 다케루의 이 책을 읽으니 역시나 지금의 상황과도 많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9년 4월 전세계적으로 나타난 신종 인플루엔자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쓴 가이도 다케루는 의사 출신 작가로 현재 Ai정보연구추진실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의학관련 출신 작가답게 의료계 부분 등을 언급할 때는 굉장히 자세히 그려져 의료계의 현실과 의료계가 중앙정부와 정치적으로 엮이는 과정을 볼때는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책은 오사카를 가리키는 옛이름이었던 가상의 도시 '나니와'를 배경으로 신종 인플루엔자가 나타난 시점부터 시작한다. 나나와라는 시에서 진료소를 운영했던 명예원장 기쿠마 도쿠에가 동네를 산책하고, 지금은 아들이 물려받은 진료소에서 오래된 환자들을 맞아 이야기도 나누는 일을 하고 있다. 신문에 언급된 낙타로 부터 전염되었다 하여 '캐멀'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가 발생했다는 기사를 접한다. 정부는 외국여행을 다녀온 사람으로부터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가 있을 거라고 얘기하고 나리타 공항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외국여행을 전혀 다녀오지 않은 나니와의 한 초등학교 아이가 캐멀에 감염되었다. 정부와 기자들은 그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나니와 시를 격리에 이르게 만든다.

 

 

『나니와 몬스터』는 신종 인플루엔자 캐멀에 감염된 아이를 치료하고, 치료법을 개발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감동의 물결에 휩싸이게 하는 내용일거란 생각을 뒤집는다. 나니와 시에서 첫 환자가 발생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와중에 그에 연관된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은 사망자가 나오지 않는데도, 마치 몇백 명의 환자가 사망한 것처럼 부풀리며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었다.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며 나니와라는 시를 파괴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 모두는 중앙정부와 관련이 있었다. 힘겨루기를 하며 갈등을 빚고 있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관련된 이야기로 전개되고 있었다. 중앙 정부의 음모로 부터 자신이 시장으로 있는 나니와 시를 구하고 싶은 무라사메 시장의 분투가 그려진다.

 

 

이 책은 의학 소설이면서 사회소설이다.

의료계의 현실과 일본의 정부와 정치의 현실들을 그대로 책에 담아 냈다.

 

 

만약 사람에게 치명적인 신종 인플루엔자가 발생한다면, 백신을 구해야 하는 사정에 처해 있을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 갑자기 전에 보았던 우리 나라 영화 '연가시'가 떠올랐다. 영화 '연가시'에서도 어떠했던가. 어느 제약회사에서 나온 백신을 먹기만 하면 낫는다는 말에 모두들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약을 구하려 하지 않았던가. 그 백신을 팔기 위해, 또한 그 백신으로 돈을 벌기 위해 연가시를 풀어놓았던 것처럼 이 책도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정치인들의 흑심이 보였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이런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다. 진실로 사람을 생각하는 정부, 웃는 시민들을 많아지게 하는 정치인 들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저는 옛날부터 정치란 결국 시민들의 웃는 얼굴을 지켜주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71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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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엮다 오늘의 일본문학 11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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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직장을 다니던 서고에는 내가 들지도 못할 '국어대백과사전'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볼때 아마 몇천 페이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검정색 가죽 장정으로 된 책을 나는 시간이 날때마다 사전을 들여다보며 말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단어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래서 자주 서고에서 시간을 보냈다. 낱말을 안다는 것, 그로 인한 설명과 예문을 보는 일들이 아주 즐거웠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제일 먼저 사준 것도 사전이었다. 아이들은 내 생각만큼 사전을 들여다보진 않았지만, 되도록이면 사전을 찾아보라는 말을 하곤 했었다. 또한 이십대 시절에 좋아하는 팝이 있었다. Kool And The Gang의 'Cherish'란 곡을 좋아했다. LP판이 늘어져라 듣다가 뜻이 궁금해 사전을 찾아보고는 그 뜻이 '~을 소중히 여기다, '을 마음에 품다', '(마음속에) 간직하다' 라는 뜻이 있어 한동안 'Cherish'란 단어를 무지 좋아했었다.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해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단어나 문장을 검색하면 그에 관련된 글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또한 무거운 종이사전을 가지고 다니지 않게 학생들에게는 전자사전이 보편화되어 있다. 스마트폰도 가세해 영어 단어를 찾을 수 있는 앱이 있어 자주 이용하게 되고, 나는 백과사전 앱을 받아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검색해 보고 있다. 이처럼 간편한 기기들이 나와 종이 사전을 들춰본 적이 언젠지 생각도 잘 나지 않는다. 그러던 차에 내가 좋아하는 미우라 시온의 『배를 엮다』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것도 15년을 할애해 사전을 만들고, 단어 하나를 만날때마다 메모하며 다른 사전과도 비교해보며, 자신이 갖고 있는 열정과 시간 전부를 쏟아 부어도 후회 없는 것이 사전이라며 온 열정을 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전은 말의 바다를 건너는 배야.

 사람은 사전이라는 배를 타고 어두운 바다 위에 떠오르는 작은 빛을 모으지. 더 어울리는 말로 누군가에게 정확히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만약 사전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드넓고 망막한 바다를 앞에 두고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을 거야.

바다를 건너는 데 어울리는 배를 엮다. 그런 생각을 담아 아라키 씨와 내가 이름을 지었죠.   (36페이지)

 

위 인용글에서처럼 사전이라는 배를 편집하고 엮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대학교수를 정년이 되기 전에 사직하고 사전 편찬하는 일에 평생을 매달리며 겐부쇼보 사전편집부에서 고문을 맡고 있는 마스모토 선생이 있고, 일생을 사전편집부에서 사전을 만들다 퇴직한 아라키는 계속 출근하면서 사전을 편집한다. 또한 영업부에서 있다가 사전편집부로 오게된 이 책의 실질적인 주인공 마지메가 있고, 계약직 사원 사사키, 사전편집부에 있었지만 마지메가 온 후 다른 부서로 이동된 니시오카, 십여년이 지난후 사전편집부에 발령받아온 기시베가 있다.

 

 

 

 

이들이 십오 년 동안 만드는 사전은 '큰 바다를 건너다'의 뜻을 가진 《대도해》라는 사전이다. 사전 만드는 일에 정신을 빼앗겨 지하철 시간은 넘기기 있쑤고, 사무실에서 잠까지 자며 그들은 사전을 생각하고, 사전을 만든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모르는 낱말을 찾아보고, 그에 관한 설명을 읽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하는 것 같다. 그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지금의 우리가 사전을 보는 것이다. 사전이 이토록 힘든 작업인줄 몰랐다. 전에 나와 있는 사전에 조금만 살을 붙여 만드는 것인줄 알았는데 이들이 평생을 바쳐 사전을 만드는 것을 보고 많은 감동을 했다. 《대도해》라는 사전을 만들기 위해 잘 팔리는 다른 사전을 만들고, 그 돈으로 자신들이 진정으로 만들고자 한 《대도해》라는 큰 바다를 건넜다. 아주 오랜시간동안.

 

 

무언가를 찾아본다는 것, 찾을 사전이 있다는 것. 우리가 궁금해 하는 뜻을 알수 있는 사전이라는 이야기에 며칠동안 푹 빠져 있었다. 앞으로 종이 사전이든, 전자 사전이든 사전에서 무언가를 찾을때마다 이들의 이야기가 생각날 것 같다. 그들의 땀이 들어있을 노고에 고마움을 느끼게 될 것 같다. 다시금 'Cherish'라는 단어를 검색해봤다. 인터넷 검색페이지와 휴대폰에서도 검색해보고, 오랜만에  Kool And The Gang의 'Cherish'란 곡을 들으며 흥얼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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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돌콩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0
홍종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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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 만화방에서 거의 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난 순정만화 보기를 즐겼었는데, 그때 본 만화 중 하나가 '기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었다. 여자애가 기수가 되고 싶어 기수 교육을 받고, 시합에 나가고, 또 누군가와 좋아하기도 했던 내용이었다. 기수 생활을 하며 좌절도 하고, 또 승리를 위해 노력했던 여자애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었다. 그때엔 기수 라는 말이 너무 생소해서 외국에만 있는 건줄 알았다. 아주 부자들만 하는 스포츠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워낙 체구가 작아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받거나, 핍박을 받게 된 아이가 기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오래전에 보았던 만화가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었다.

 

 

키 159cm에 몸무게 46킬로그램의 열여덟소년, 오공일이 있다.

일요일에 태어났다고 공일(오래전에 어른들은 토요일은 반공일, 일요일은 공일이라고 부르셨다)이라 이름지어져 친구들에게 숫자 501이라고 불리우기도 했던 소년. 공일이는 엄마가 47세에 재혼해 낳은 아들이고, 아버지가 다른 형이 하나 있는데 그 스물여덟 살 차이난 형에게는 아들 도민이 있고, 도민이는 자기보다 두 살이 많아도 족보상으로는 조카다. 그런 공일이 자기에게 덤비는 애들을 피해 달아나다가 세워져 있던 다마스를 타고 형이 하는 목장으로 향했다. 달리 갈데가 없었다. 형의 소를 키우는 목장엔 농업고 축산과에 다니는 금주가 가끔씩 와서 도와주는데, 그곳에 가다가 금주를 만났다.

 

 

학교를 그만 두고 형의 목장, 축사에서 기거를 하게 된 공일은 기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인터넷에서 기수가 되는 방법등을 보다가 기수 교육원에서 기수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거기에 응하게 된다. 도민과 함께 응시했던 고아영과도 티격태격하며 기수가 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주 작은 돌콩이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일에 온 몸으로 맞서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책 속에 인용되었던 김민수 시인의 시에서 돌콩에 관련된 시를 본 것처럼, 자신의 꿈을 위해 열정을 다해 달리는 모습은, 공부하라는 말만 하는 어른들의 생각에 일침을 주는 글이기도 했다. 사실 공부가 다가 아닌데 부모들은 공부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아이들을 닥달한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런 말을 한 것 같다. 공부를 아예 못하건, 조금 하는 아이건, 그래도 공부를 해야 자신의 원하는 것을 더 하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 아이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면 좋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물론 특별하게 재능이 보인다면 자신의 길을 향해 가라고 당연히 밀어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아무래도 부모의 욕심이 아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다.

 

 

나는 아이가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니 이뻐보인다.

자신이 노력하는 만큼 결과도 좋으면 더 좋겠지만,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돌콩인 공일이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기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혹시 안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굳건하게 일어섰으면 좋겠다. 아주 작고 연약한 돌콩이 얼마나 단단하게 여물어지는지를 보여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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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천하최강 - 제6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49
정지원 지음 / 창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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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친한 친구들 몇명이서 모여 '또래'라는 모임을 하고 있다.

고등학교 다닐때부터 부모님이 잘 안계시는 친구집에 몰려가 그 친구집 냉장고를 거의 털다시피 꺼내 먹기도 하며, 밤을 새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또한 시험기간이 되면 공부를 한답시고 모여 공부는 뒷전이고,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친구들이 모임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사는게 바쁘고 멀리 떨어져 있어서 모임 안한게 몇년이 되었지만, 늘 계속 만나왔던 친구들처럼 스스럼없이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다. 갑자기 '또래' 친구들이 몹시도 그리워지는 책을 만났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책이다.

 

 

남자들의 우정은 여자들의 우정과는 좀 다른 진한 피를 나눈 느낌이 든다.

여자들의 우정이 질투를 동반한 우정이라면, 남자들의 우정은 좀 다른 것 같다. 얼마전에 본 영화 '전설의 주먹'에서 본 것처럼 좀더 끈끈한 감정을 나누는 것 같다. 이 책도 남자들의 우정을 다룬 내용이다. 서른이 된 현재의 시점에서 친구가 다쳐 입원을 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가는 전동차 안에서 자신들의 과거의 추억을 꺼내보는 구성으로 전개되는 내용이다. 서른 살의 현재, 대학을 졸업하고도 다시 임용시험이라는 이름하에 공부하고 있는 이의 고난한 여정은 오늘날의 젊은 세대들의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비애를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어렸을때부터 어울렸던 친구들과의 우정을 되새겨볼 수 있는 내용이다.

 

 

흥선군에게 '천하장안'이라는 사람들이 있어, 개인 경호와 정보 수집 등을 해주는 심복들이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귀관이라고 불러 '귀관'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중학교 국사 선생님이 친구들 네 사람의 이름 '천완균, 하승언, 최성운, 강영인'을 따서 '천하최강'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셨다. 이들 네 사람은 성격도, 성적도 다 제각각이었다. 영인이는 전교등수 10등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했고, 덩치가 큰 완균이와 이 책의 화자 '나' 승언은 마른 몸매에 소심한 성격에 공부는 그럭저럭이었고, 성운이는 공부는 못하는 쪽에 들면서 싸움을 잘하는 친구였다. 이들은 영인의 집에 모여, 영인의 부모님이 영화를 좋아해 많이 갖고 계신 비디오테이프로 된 영화 보기를 즐겼다. 그들에게 특히 사랑받았던 영화들은 이소룡의 영화거나 성룡의 영화였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에서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 받고 전화를 하지만, 그때 90년대의 소년들은 휴대폰이 없었을때였다. 주로 친구들 집에 모여 운동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이들이었다. 지금의 청소년들과는 다른 그들의 추억담을 읽으면서, 슬며시 눈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연애편지를 썼던 이들이다. 문장 실력이 없어 글을 조금 쓴다는 '나' 성언에게 그 여자애의 성격이나 취향, 생김새를 알려주면 성언은 연애편지를 대필해 주었다.

 

 

연애편지 대필 사건을 보니, 갑자기 고등학교 때의 일이 떠오른다.

학원을 다녔었는데, 축구를 잘하고, 피부색깔이 가무잡잡한 한 아이를 좋아했었다. 그 아이에게 쪽지를 건네고, 그 아이는 그 글씨체의 장본인을 찾고, 나란 걸 알게 되어 나를 빤히 쳐다보았던 그 남자애. 몇년이 지난 후 우연히 연락이 닿아 둘이서 찻집에서 만났던가, 맥주집에서 만났던가 했었는데, 핑크빛 마음을 품었던 감정들은 다 어디로 가고 오래 알아온 친구처럼 느껴졌었다.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없는 그런 추억들로 가득 찬 소설이었다.

 

 

몇 년간 만나지 못했어도 늘 마음은 어제 만난 것 처럼 느껴지는 친구들.

우리는 그 친구들과의 사이를 우정이라고 말한다. 각자의 사정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늘 만나고 있는 사이처럼 느껴지는 친구. 별일이 없으니 연락도 없을거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이렇듯 한 친구가 아파 병원에 입원해있으므로 해서, 함께 어울렸던 친구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내용이었다. 늘 영원할 것 같은 그들의 우정. 그들은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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