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엔 보관가게
오야마 준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모두는 추억의 물건 한두 가지쯤 보관하고 있을 것이다. 나의 추억의 물건은 무엇을까 곰곰 생각해본다. 집에 두기 곤란한, 아니 누군가가 보면 좋지 않을 물건이 있다면 어딘가에 숨겨놓고 싶을 것이다. 만약 집에 있다면 누군가 찾아버릴까 겁이 날 것이기도 하기에 숨겨두고 싶은 물건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럴때 보관가게가 있다면 참 좋겠다. 하루 100엔의 가격으로 무엇이든지 보관할 수 있는 가게. 보관가게 주인장은 앞이 보이지 않아,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 필요도 없다. 그저 자신이 알려주는 이름 하나로, 자신에게서 나는 체취 하나로 물건을 맡길수가 있다. 100엔만 주면. 다른 것 아무것도 묻지 않고 물건을 보관해준다. 때로는 처치하고 싶은 물건일 경우 하루 혹은 며칠 보관비만 내면 주인장이 알아서 처분도 해준다. 

 

  보관가게 주인장은 어쩌면 추억을 보관해주는지도 모른다. 버려야 하지만 차마 버리지 못한 물건들, 그 물건들에는 추억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아주 사소한 물건이라도 받아주는 주인 때문에 물건을 보관하는 사람들은 보관 가게를 찾는다. 한 번 왔다 가는 사람도 있고, 꽤 여러번 오는 사람도 있다. 혹은 몇 년만에 찾아와 추억의 시간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상점가의 끝 쪽에 위치한 보관 가게는 사람들이 찾는다.

 

  보관가게 주인은 물흐르듯 고요한 사람이다. 깜깜한 밤이 되어도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밤을 의식하지 않고 고요히 앉아 점자 책을 읽고 있다. 그가 가게를 여는 시간은 오전 7시에서 11시까지, 오후 3시에서 7시까지다. 그 외의 시간에 그가 뭘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하루에 100엔을 받고 물건을 보관해 주는 가게의 주인을 바라보는 화자는 보관가게의 오래된 쪽빛 포렴, 자전거 집의 물색 자전거, 과자를 진열해 놓던 유리 진열장, 가키누마 마미, 사장님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다. 이곳 보관가게에 맡기는 물건들은 자전거나 유서, 이혼 서류, 값비싼 빈티지 오르골, 책, 냄비 등이다.

 

  보관가게에 물건을 맡기며 좋아지리라는 것을 기대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기도 했다. 이를테면 열 살의 여자아이가 부모의 이혼서류를 몰래 맡겼다가 찾았는데 그로 인해 여태까지도 이혼하지 않고 살아있다는 게 그 하나였다. 그리고 유서라며 가져왔다가 다시 가져가기를 반복했던 쥐색 양복의 할아버지, 눈먼 기리시마 도오루에게 점자책을 만들어 주었던 아이자와 씨까지. 그들은 다양한 사연들을 담고 보관 가게로 들어왔다.

 

 

  보관가게는 그들의 사연들을 들어주는 곳이기도 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이점이 무엇인가. 보관품을 읽거나 볼 수 없고, 손님의 얼굴을 보지 못하니 사생활이 보장되어 안심하고 물건을 맡길수 있었던 것이다. 각자의 사연들을 담아 보관 가게로 들어와 말없이 앉아 있는 주인에게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때로는 잘 모르는 이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일이 마음을 더 편안하게도 하는 것. 누군가 내 사연에 대해 공감하고 말없이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민이 반쯤은 해결되는 것 같지 않나. 보관가게 주인에게 하루 100엔의 돈으로 물건을 맡기며 감추고 싶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 위로의 시간이었다. 위로의 시간 다음에는 앞으로의 삶에 희망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실제로 몸이 더 좋아지기도 했다. 무심코 건넨 주인의 한 마디에 오랫동안 멀리해 왔던 사람과도 화해하는 시간. 이 모든게 말없이 들어주었던 보관가게 주인의 보이지 않는 힘이었다.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가능성을 위해서 주인은 여기에서 기다립니다. 보관가게는 기다림이 일이니까요.

분명 이곳은 모두가 돌아올 장소입니다.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장소입니다. (55페이지)

  그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힘을 얻을 수 있는 곳. 무심한 한 마디에 따뜻함이 묻어나는 곳. 보관가게가 일으키는 힘이었다. 아, 책의 말미에 상큼한 비누 냄새를 풍기며 책을 맡겼던 한 아가씨에게 느끼는 심장의 두근거림이라니. 서른일곱 살의 기리시마 도오루에게도 드디어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것을 읽으며 번지는 미소. 그렇다. 보관가게는 기다림이다. 물건을 맡기고 찾아가기를 기다리는 것. 마음을 털어놓고 간 사람에게는 다시 돌아오고 싶은 장소. 그들을 기다리는 주인. 어쩌면 이곳은 소중한 추억을 보관하는 가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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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판미동 출판사 입니다.

신간 도서 <메이블 이야기>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메이블을 길들이며 슬픔을 견디고 다시 나의 삶을 살고 싶었다.”

 

인간과 자연, 생명과 죽음, 애도와 치유가 어우러진 현재 진행형의 고전

 

야생 참매 메이블을 길들이며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견뎌 나가는 과정을 정직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그려 낸 화제작 메이블 이야기가 판미동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2014년 출간되어 논픽션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새뮤얼존슨상과 그해 장르를 불문하고 최고의 책에게 수여하는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코스타상까지 석권하며 작품성을 검증받은 이 책은, 가디언이코노미스트에서 올해의 책으로 뽑히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대중 독자들에게도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더 나아가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타임, 피플, 텔레그래프등 전 세계 유력 언론들도 앞 다퉈 올해 최고의 책으로 상찬하며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을 고전이 될 것으로 예견했다. 현재 아마존에서 선정하는 2015올해의 책리스트 선두에 올라 있으며,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브라질, 터키, 중국, 일본 등 20여 개국에 출간 계약되는 등 갈수록 그 명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고전이다.

 

2015 아마존 올해의 책’ 1

이 책은 노래다. 도저히 읽기를 멈출 수 없다.”

 

2014 새뮤얼존슨 논픽션상

2014 코스타 문학상

<아마존> 종합 1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  8월 20일 ~ 8월 27일

    당첨자 발표 : 8월 28일

    발송 : 8월 31일

 

2. 모집인원 : 10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필수)

    -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7일 이내에 '개인블로그'와 '알라딘' 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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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심판 모중석 스릴러 클럽 38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역사를 좋아하는 이로서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소설화 한 책을 꽤 좋아한다. 우리의 역사와 세계의 역사를 더불어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세계의 역사 중에서 중세 시대의 역사를 꽤 좋아하는터라 이번에 읽은 프레드 바르가스의 『죽은 자의 심판』을 읽는 일은 꽤 즐거운 일이었다. 중세 전공의 고고학자였던 작가의 경험을 살려 중세 시대 노르망디의 '유령부대'의 역사와 전설과 함께 추리 소설의 묘미가 살아있는 작품이었다.

 

  파리의 강력계 형사 아담스베르그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소설의 첫 사건은 '빵조각 살인 사건'이었다. 50년을 함께 산 부부가 있었다. 결벽증이 심한 아내를 보다 못해 빵조각을 입안에 넣어 질식사시킨 사건이었다. 그리고 노르망디의 오르드벡에서 온 한 부인이 찾아왔다. 오르드벡의 '중세시대의 성난 군대'의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딸이 어떤 환영을 보았는데 성난 군대가 나타났고 환영속에서 네 사람이 그들에게 끌려가고 있었다고 했다. 그 첫 번째 사람인 남자가 지금 실종된 상태라고도 했다. 성난 군대의 환영을 본 리나는 산 사람과 군대를 이어주는 매개자였다.

 

  중세 시대의 유령 기마 부대인 '성난 군대'의 표적이 된 사람들은 사기꾼이나 영혼이 썩은 사람, 착취자, 부패자 재판관, 살인자라는 것. 죄를 짓고도 벌을 받지 않은 사람을 성난 군대의 엘르켕 두령이 찾아내 그들을 심판한다는 전설이 있었다. 표적이 된 사람들은 모두 3주안에 죽음을 면치 못했다. 부인의 딸인 리나가 본 환영으로 인해 자신의 자식들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이야기를 하러 왔던 것. 그곳 노르드벡에서는 성난 군대에 대한 믿음이 커 부인의 딸이 본 환영 속의 인물이 죽게 되면 결국 마을 사람들에 의해 자신의 자식들의 목숨까지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파리시내에서 방화사건이 있었다. 고급 승용차인 벤츠 속에는 대기업 클레르몽 가의 회장이 타고 있었다. 방화범의 용의자로 차량 열 대의 방화 전과가 있는 모모가 붙잡혀왔다. 모모는 꼼짝없이 클레르몽 회장을 죽인 살인범으로 몰렸고 그가 빠져 나올 방법은 없었다. 아담스베르그는 이 사건들을 어떻게 해결할까. 일단 그는 노르드벡으로 향했고 치안을 담당하는 헌병대 에므리 대위를 만나고, 성난 군대가 지나간다는 본느발 숲을 거닐다가 레오와 레오의 개 플렘을 만났다. 성난 군대의 환영을 본 리나와 리나 가족까지 만났고 아담스베르그 서장은 레오의 집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노르드벡에 진짜 중세 시대의 성난군대가 다녀간 것인지 군대를 보는 사람인 리나가 본 환영 속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진짜 메르켈 대령이 출몰한건지, 누군가 리나의 환영을 이용해 살인을 저지르는지 알 수 없었다. 책 읽는 나도 처음엔 진짜 성난 군대가 나타나 그들을 죽인 것일까 생각했었으니까. 그러나 이 책은 판타지 소설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추리소설이므로 역사와 현실을 넘나드는 작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아담스베르그 서장과 그에게는 각자의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이 있었다. 늘 그의 옆에서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라 불리는 당글라르, 고대의 시를 읊는 베랑크, 커다란 덩치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르탕쿠르, 3시간마다 잠을 자야하는 수면과다증 마르카데, 동물학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부아즈네 등이었다. 이 모두가 한 팀이 되어 움직이는 강력반 덕분에 그들은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었다.

 

  조금 느리고 보고서도 잘 쓰지 못하는 아담스베르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지만 서장만의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이 있었다. 시각적 효과였다. 자신이 본 것을 그 장면 그대로 기억하며 그곳에서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추리소설 속의 다른 형사들에 비해 짜릿함을 주는 매력을 덜했지만 아담스베르그 만의 매력이 있었다. 프레드 바르가스의 활약이 돋보이는 책들을 좀더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프레드 바르가스만의 매력이 넘치는 글,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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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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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강명 작가를 『한국이 싫어서』라는 작품으로 만났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나에게 말을 걸듯 건네는 듯한 문장들도 마음에 들었다. 장강명이라는 작가를 좀더 알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던차에 그의 신간을 접했다. 제목도 마음에 들었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라니.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할까. 기대하는 마음이 컸다.

 

  이번 이야기에서 장강명은 고등학교때 학교 폭력으로 일진인 한 친구를 칼로 찔러 죽게 한 남자의 이야기를 했다. 그의 이름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고등학교때는 남자아이였고, 시간이 훌쩍 지난 뒤에는 그저 남자로 불렸다. 그런 그 남자에게 여자가 있다. 출판사의 학습만화 편집자로 일하는 여자다. 출판사에 원고를 보낸 남자의 응모작을 읽은 여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일이어서 그 작가가 궁금했다. 그리고 그 글을 쓴 남자가 고등학교때의 그 아이였음을 알게 되었다.

 

  소설은 고등학교때의 일을 다룬 소설의 내용과 현재의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된다. 책을 읽으며 이게 사실일까 싶기도 하다. 남자는 교도소에서 9년을 있었고 정신병원에서도 몇년을 있었다. 직업을 가질수도 없었던 남자는 소설을 썼다. 소설을 쓸수 밖에 없었다. 과거의 일들, 사건이 일어났던 일들을 썼다. 그에게는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라는 한 아주머니가 있다. 자신이 죽인 아이의 엄마였다. 그 아주머니는 남자가 어딘가에 정착하려고 할때마다 나타나 그의 존재를 알린다. 아주머니는 그 남자때문에 자기 자식이 죽었다며 그의 주변에게 그가 살인자였음을 알리는 것. 그가 속하고자 하는 곳에 발을 못붙이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아들을 죽인 남자가 제대로 사는 걸 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의 굴레에 빠진 남자. 그 남자의 곁을 맴도는 아주머니. 다행히 남자에게는 여자가 있었다. 이보람이라고 불리었던 여자. 보람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세 명이나 되어 이름을 바꿨던 여자였다. 남자를 쫓아다니는 아주머니가 싫었던 여자. 자신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남자는 자신이 죽는 날까지 알고 있었다. 그믐달이 뜰 때 다가온 우주 알. 자신의 몸 속에 우주 알을 받아들이면 또다른 자아를 찾게 된다.

 

 

 

  소설에서는 이름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저 물이 흐르는대로 지나가길 바랐을까. 한 개인으로 다가오기 보다는 여러 개의 객체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아주머니로만 불렸던 이들의 삶. 결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어떤 관계의 의미가 그 끝에 달려 있는 거라면, 안 좋게 끝날 관계는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그 끝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과정이 과정이 아름답고 행복하다 하더라도? (87페이지)

 

과거와 미래를 보지 못하고 현재만 보는 사람이 더 유리할 때도 있어 여자가 말했다. 과거를 잊을 수 있으니까. 과거를 잊을 수 있기 때문에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 그러니까, 내가 널 지켜줄게. 과거로부터, 너를, 지켜줄게. (127~128페이지) 

 

  그믐달일 때, 달빛에 따라 바다가 움직이며 노래하는 패턴을 보았던 것처럼 바다는 패턴으로 가득차 있다고 했다. 남자가 쓴 「우주 알 이야기」때문에 서로 다시 만나게 된 여자는 남자를 지켜주고 싶어 했다. 남자를 쫓아다니는 아주머니로부터. 그의 과거로부터. 그가 과거로부터 자유롭기를 바랐다. 그는 죗값을 치뤘고 또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었다.

 

훨훨 날아가고 싶어. 나의 시간을 살고 싶어.

자유로워지고 싶어.  (162페이지)

 

  이토록 오랜시간동안 죗값을 치루듯 아주머니와 함께 하며 아주머니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남자의 삶이 불행해 보였다. 하지만 남자에게 여자가 있었기에 그나마 버틸수 있지 않았을까.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한 시간이 행복한 시간이었기를, 좋은 기억으로 오래도록 남아있기를 바랐던 한 남자. 과거는 과거일뿐. 굴레처럼 끌고 갔던 한 남자의 고통스러운 기억들의 편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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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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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의 역할은 아버지처럼 되는게 아니라 아버지를 뛰어넘어야 하는 거다. 어릴때의 아들들은 커서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고들 말한다. 물론 절대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제외하고 아버지를 사랑하는 아들들은 보통은 이렇다. 아버지처럼 되겠다고. 하지만 아버지의 입장이라면 어떨까. 아버지인 자신을 뛰어넘어 더 큰 사람이 되길 바란다. 더큰 세상에 가서 자신의 뜻을 펼쳐주길. 나보다 훨씬 뛰어난 아들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과연 요 네스뵈는 해리 홀레 시리즈를 뛰어넘을수 있을까 싶었다. 해리 홀레 시리즈 만큼 요 네스뵈를 각인시킨 작품도 없는데. 어쩌면 조금쯤을 우려를 했다. 내가 처음 만났던 『스노우맨』 그리고 뒤이어 출간된 해리 홀레 시리즈들. 왜 요 네스뵈의 작품 중에서 해리 홀레 시리즈만 보일까. 이런 의문에 그의 이름을 검색했더니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보였다. 반가움에 책을 구입했고 바로 읽었다. 그 책은 해리 홀레 시리즈가 아니었다. 어떠한 시리즈가 아닌 스탠드 얼론이었다. 모르겠다. 해리 홀레 시리즈를 기대하고 있어서인지 조금쯤은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이번 작품 『아들』도 해리 홀레 시리즈가 아닌 스탠드 얼론이라고 해서 조금은 우려했다. 해리 홀레 시리즈만큼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염려를 했던 것. 하지만 『아들』은 그런 나의 염려를 단숨에 앗아갔다.

 

  어쩌면 해리 홀레 시리즈보다 더 재미있는 작품이 탄생되었다는 거. 이런 스탠드 얼론을 자주 써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역시 작가는 자꾸 다른 시도를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해리 홀레 시리즈를 기대하는 독자들의 바램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썼다는 것. 그런데도 그 이야기를 훌륭하게 써냈다는 거. 재미와 흥미면에서 보아도 이전 작품들보다 월등했다는 점을 꼽고 싶다.

 

  역시 형사가 주인공이다. 시몬 케파스 경정. 형사일에 열심이고 살인자를 찾는 일에 능력이 뛰어난 경찰. 그에게는 아름다운 아내까지 있다. 다만 눈에 이상이 생겨 거액의 수술비가 필요하다. 경찰 생활로 번 돈은 없고 바닥을 치는데. 더군다나 한때 자신은 도박 중독으로 모든 재산을 잃은 터였다. 자신의 재산 뿐 아니라 아내 엘사의 돈까지 모두 잃었다. 도박 중독이 정말 무서운 이유. 자신의 손가락 뿐 아니라 딸까지 팔아 한다는 게 도박중독이기도 하다. 그런 시몬이 무엇을 할수 있었을까.

 

  시몬 케파스 경정외에 이 책의 주인공은 역시 아들이다. 후디를 둘러쓴 아들. 혹은 소년으로 불리우는 소니라는 아들. 강력한 주인공의 탄생이었다. 소니는 모범수였다. 그는 다른 수감자들의 죄를 사하여 주는 역할을 했다. 긴 수염, 풀어헤친 긴 머리칼. 죄수들은 그에게로 와서 죄를 고백했고 그들을 용서했다. 마치 신의 대리인처럼. 그리고는 목사가 찾아온다. 두꺼운 성경책 속에 무언가를 숨기고서. 그에게 온 목사는 어떠한 살인사건을 알려주며 소니가 범인 자백을 하라고 한다. 살인이 일어났던 곳. 살인당한 여자. 그는 다른 사람의 죄를 뒤집어쓰고 무언가를 받는다. 성경책을 뜯어낸 상자 속에 든 마약이었다. 강력한 헤로인. 목사가 떠난후 그는 헤로인 주사를 자신의 팔에 놓는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잊고자 한다.

 

  교도소의 부교도소장이 어느 누구와 한패다.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만들기 위해 소니는 교도관 한 명과 외출을 했고, 살인 사건을 조작하기 위한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오래도록 교도소에서 일한 범죄자 요하네스의 고백을 듣는다. 한 경찰의 이야기였다. 범죄 조직의 스파이를 했다는 누명을 쓰고 죽임을 당했다는 경찰. 모두가 자살인줄 알았지만 그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것. 아들과 아내를 지키기위해 가짜 유서를 쓰고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아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비리 경찰인 줄로만 알았다. 범죄 조직의 스파이였고 그걸 견디지 못해 자살을 했다는 것. 오래도록 소니를 감옥에 있게한 아버지. 또는 그를 헤로인 중독으로 몰고간 아버지였는데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였다는 거. 그런 그가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소니는 탈옥을 했다.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워 죽인 자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탈옥하고 그들을 찾아나섰다.

 

  마약은 범죄행위다. 그럼에도 마약 중독자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가까운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에 무심하게 생각하고 있다가도 소설 속에서, 혹은 뉴스에서 이처럼 마약 중독자들이 많은 걸 보면 굉장히 놀란다. 분명히 불법임에도 마약을 접하기가 쉬운 외국이라는 점. 마약 중독이 되면 비싼 마약값을 치루기 위해 불법적인 살인을 하거나 마약 운반책이 되거나 한다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알코올 중독자는 그래도 이해를 하겠으나 마약 중독자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은 의지가 약하다는 것. 그만큼 절망에 빠졌다는 것일테다.

 

  요 네스뵈의 소설에서 해리 홀레가 알코올 중독자인 것에도 안타까웠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또다른 중독자가 나왔다. 도박 중독자와 마약 중독자. 죽음과도 같은 절망을 견딜수 없었던 것. 혹은 강한 유혹에 저버린 사람들. 소설에서는 경찰이되 정의의 편에서만 서는 경찰만 있는게 아니고, 선한 사람이되 무조건 범죄자를 싫어하는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죄를 지었다고 누구나 생각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것. 나에게 최고인 아버지가 모두에게 최고인 아버지도 아니라는 것. 소설 속에서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누구든 100퍼센트 선한 사람만 있지 않다는 것. 그럼에도 정의는 필요한게 아닐까 싶었다.

 

  소설이 아닌 실생활에서 만약 악한 자들에게 대가를 치루게 하게 했더라도 그가 여러명의 살인을 했다면 우리는 분명 그를 살인자로 보게 된다. 하지만 소설속에서라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영화속에서 피해자보다 살인자가 주인공일 경우에 살인자에게 동화되어 살인자를 응원하게 된다. 아들의 살인 행각을 나쁜 사람들을 처단하는 것으로 본 오슬로의 많은 시민들처럼. 책을 읽는 나도 아들이 이제 그만 살인을 멈추고 진실을 알았으면. 그리고 제발 작가가 아들 소니를 살려주었으면 하고 바랬다. 어떻게 보면 살인자를 미화한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아들에게 그럴만한 사정이 있지 않았나. 소니가 마르타와 멀리 도망쳐 새로운 삶을 살았으면 하고 바랬다. 이게 무슨 아이러니인지. 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자를 응원하고 있으니. 하지만 소니는 아직 소년이고, 더구나 잘생긴 외모를 가졌잖은가. 비록 사람은 죽였지만 아직은 순수하고 때묻지 않았잖은가. 

 

  이처럼 살인자인 소니를 응원하게 만든 나를 욕하지 말고, 부디, 요 네스뵈의 필력을 탓하시기를. 요 네스뵈의 글에 감탄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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