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다 작가정신 시그림책
박완서 지음, 이성표 그림 / 작가정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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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를 읽는 이유, 아주 단순하다. 마음속 깊은 곳의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므로 그렇다. 마음이 울적할 때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시를 읽고 있으면 어느새 풀리는 걸 느낀다. 소설을 쓰는 사람도 시를 즐긴다. 우리 모두 마주하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므로.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중에서 발췌한 글을 일러스트레이터 이성표의 그림으로 이루어진 그림책이다. 박완서 작가가 시를 읽는 이유에 대하여 말했던 것처럼, 위로가 필요할 때 그림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감성적인 그림이다. 여성이 도시 위를 날아다니는 듯한 그림은 어쩐지 샤갈의 그림이 떠오른다. 하늘을 둥둥 나는 여성을 보노라면 마음속 근심은 저만치 날아가 버린다.


 


 

 

짧은 문장에서 삶의 모든 것을 느끼는 듯하다. 산다는 것에 대하여. 죽음을 맞이하는 마음. 그 모든 것이 표현된 문장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운다. 박완서 작가의 글과 이성표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에서 위로를 느낄 수 있다. 한참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그러고 보면, 굳이 긴 글이 필요한 건 아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과 함께 있는 짧은 글에서 오히려 위로를 느끼는 것을 보면 그림이 가진 역할을 생각하게 된다. 서서히 물들어가는 치유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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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레모사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8
김초엽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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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젊은 작가 중 눈에 띄는 한 사람으로 김초엽을 들 수 있겠다. SF적 시선의 소설은 우리 미래를 디스토피아의 세계로 그리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미래를 유추할 수 있다. 우리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기보다 절망적인 시선이 가득하다. 마음껏 숨을 쉬지 못하는 더스트, 물 부족으로 특정 계급만 신선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세계의 문제다. 그리 밝다고는 할 수 없는 미래를 젊은 세대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르슐의 므레모사는 생화학물질의 유출로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 마을이다. 돌아온 귀환자들의 마을로 그들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불분명하다. 다만 소문에 의하면 귀환자들의 신체가 좀비처럼 변이되었다는 거다. 므레모사의 존재는 외부에 숨겨져 왔고, 바깥사람들의 존재를 받아들이기 위한 첫 번째 투어를 시작했다. 뭐든 처음이라는 것은 두려움을 야기시킨다.


 



 

 

각자의 이유로 여행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여섯 명이다. 전직 무용수 유안, 정체를 알 수 없는 레오, 관광학을 연구하는 대학원생 이시카나, 다크 투어리스트 헬렌, 태국 출신의 여행 매거진 기자 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주연이 그들이다. 주인공은 유안으로 허벅지 중간에 다리가 잘려 보조기구를 달고 있다. 소설에서는 그림자 다리로 표현되는데, 다리가 있다는 환시에 시달린다. 유안의 연인 한나는 그녀가 춤을 추는 것을 좋아했다. 아마 그렇기에 한나에게 보여주려 꿈속에서조차 도약했을 것이다.

 


이들 모두는 비극을 찾아가는 여행자다. 비극의 장소를 여행하다 보면 다른 방향의 삶을 꿈꾸게 되는 걸까. 물론 기사를 써야 하고, 연구 논문 주제로 삼아야 하고 컨텐츠를 제작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다크 투어리스트의 감정을 백 퍼센트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그곳이 어떤 장소 일줄 알고, 무엇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곳에 대한 두려움을 즐기는 건가.

 


폐허가 된 도시의 여행자들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며 여행을 즐기고 있다. 다만 유안은 레오의 요구대로 그들과 따로 움직여 므레모사의 진실을 파헤치고자 한다. 여행자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진짜 므레모사를 탐색한다. 레오가 우려했던 대로 여행자들은 암시에 걸려 그들의 의도와는 다른 감정을 느낀다. 느릿하고 어울리지 않게 밝은 모습이다. 므레모사에 풍기는 냄새와 어떤 소리 때문에 혼란스럽다. 귀환자들을 만났을 때 받았던 느낌 또한 생각지 못했던 거다. 유안에게 전해졌던 마음과는 다른 말은 어쩌면 므레모사가 가진 진실일지로 몰랐다.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그렸던 지구 끝의 온실에서는 더스트 종식을 위해 힘을 합해 식물을 길렀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희망적인 미래를 그렸다면 므레모사는 더 절망적인 결말을 나타냈다. 움직일 수 없는 나무가 되는 존재, 도약할 필요도 사람과의 유대가 필요 없는 길을 선택했다. 스스로 변이체가 되고 싶었던가.

 


우리는 은연중에 해피앤딩을 당연하게 여기는 거 같다. 불멸의 삶을 살지 못하는 우리의 존재를 인정하기 싫은 것인지, 새드엔딩을 보면 갑자기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것만 같다. 우리가 원했던 결말이 아니라고, 작가가 꾸며낸 소설일 뿐인데도 현재와 동일시 하는 거 같다. 현재가 가진 불완전성, 미래의 불확실성의 불협화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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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 - 문학×커피 더 깊고 진한 일상의 맛
권영민 지음 / &(앤드)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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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가진 문화를 사랑한다. 커피에 관련된 것은 커피의 역사에서부터 커피를 맛있게 만드는 법, 바리스타가 되는 법까지 다양하게 책으로 접했다. 그러한 부류가 아닐까 싶었다. 이 책은 커피 한잔에 담긴 문학과 커피가 가진 문화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서양 문학이 아닌 우리나라 문학에 들어있는 커피 이야기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오게 된 시기는 일제 강점기로 보인다. 고종이 커피를 즐겨 마셨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조선 시대에는 가비 혹은 가배로 불렸고 왕족 뿐 아니라 서민들도 커피를 즐겨 마시기 시작했다. ‘끽다점이라는 이름으로 커피점을 열어 가비차, 가배차로 불렸다. 시인 이상이 다방 제비를 금홍과 함께 열어 시를 썼다는 것은 유명하다. 시인 이상이 다방 제비를 열었을 때 소설가 박태원을 만났고, 이태준, 정지용, 김기림과 교유하였다.


 


 

 

우리나라 근대 소설을 읽지 않아서 잘 몰랐다. 익숙한 제목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라는 소설이 커피와 그 시절의 문화를 나타내었다는 걸 이번에야 알았다. 매일 경성 시내를 배회하는 이야기로 그는 하루에 세 번이나 다방에 들른다는 사실이다. 김기림의 커피 잔을 들고에서 커피를 연인으로 그 달콤함을 슈크림으로 표현하는데, 커피를 사랑하는 마음이 엿보인다. 그 시절 다방은 소설가들의 사랑방이었다. 지금의 다방과 비교된다. 퇴색한 이미지로 굳어있지 않은가.

 


저자는 커피문화의 시작을 우리나라 근대 문학에서 찾았다. 새로운 시도라 더 의미 있는 독서였다. 그 시절에도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 모였었고, 그 공간에서 작품을 쓰기도 하였으니 지금과 비교해도 다르지 않다.

 


근대 문학에서 드러난 커피 이야기와 함께 저자의 외국 생활에서 접한 다양한 카페를 말한다. 일본 긴자의 카페, 미국 버클리 대학 근처 카페, 저자가 대학 다닐 때 고향 마을에 생긴 다방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학림다방과 문화유산신탁이 만든 제비 다방은 꼭 한번 방문하고 싶은 장소다. 이상이 살았던 큰아버지의 집으로 이상의 작품을 생각하며 들러봐도 좋을 거 같다.


 


 

 

최근 인터넷 서점에서 게이샤 커피를 한정 판매했다. 게이샤 커피를 마셔보지 않아 그 맛이 궁금했는데, 볶은 원두 뚜껑을 열 때부터 약간 신맛이 올라오는 거 같았다. 파나마와 콜롬비아산 원두를 핸드 드립 해 마시자 생각보다 부드러운 신맛이라 마음에 들었다. 저자는 하와이에 있을 때 마셔본 커피 때문에 코나를 유달리 사랑하는 가 보다. 세계 3대 커피 중의 하나라 그 맛이 궁금했는데 나름대로 상상하며 그 부분을 읽었다. 얼마나 맛있을까, 하고.


 

들어가는 말에서 언급한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잔>이라는 노래가 가진 사연에서 조금 울컥하고 말았다. 월남 파병을 앞둔 형과 헤어지던 날 다방에서 들려오는 노래가 <커피 한잔> 이었다. 형을 전송하고 나오며 자기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다는 사연 때문이었다. 귓가에 울리는 노래 때문에 그 이별의 슬픔이 조금 옅어지지 않았을까. <커피 한잔>이라는 노랫말을 읽으며 저절로 따라불렀다. 추운 밤, 따뜻한 커피 한잔이 간절해지는 노래였다. 연인과의 이별이든, 가족 간의 이별이든 상관없다. 그저 커피 한잔이 유달리 생각나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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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산문
박준 지음 / 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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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때문일까. 연이어 시인의 산문을 읽게 되었다. 시처럼 다가오는 문장 때문에 더디 읽으며 글을 즐겼다. 최근의 산문은 일기 형식이 대세인 거 같다. 박준 시인의 산문은 누군가에게 전하는 편지 형식의 글이다. 물론 일월 산문부터 십이월 산문까지 이어져 있으니 일기라고 해도 좋겠다. 가만가만히 전하는 마음을 온전히 받은 느낌이었다.


 

시작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마음속에 문이 하나 새로

생기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중략)

 

시작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일이지만

그보다 먼저 나에게 그동안 익숙했던 시간과 공간을

얼마쯤 비우고 내어주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밖으로 열리는 문이 아닌

늘 안으로만 열리는 문

 

시작이라는 문 (15페이지)


 


 

 

한 편의 시다.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시작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건 두려움이 먼저, 설렘이 나중이었다. 시인의 말하는 걸 보았더니 그것은 역시 마음인가 보다. 마음에 문을 하나 만드는 작업이며, 그 문 안에서 서성거릴 마음조각들이 보여서 다독거려본다. 무슨 일을 하든 마음이 먼저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며 그다음에 몸이 움직이는 것이다.


 

침묵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게 되는 날이나 사무실에서 말을 많이 하는 경우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가라앉는다. 하지 않아도 되는 말, 마음속에 들어있던 것들을 꺼내놓으면 마치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처럼 공허하다. 침묵이 가진 좋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작가가 좋아하고 따르던 선생님과 한 공간에 있으면서 침묵이 주는 편안함을 느꼈던 것처럼 귀한 게 있을까. 아무 말이나 하지 않아도 되고, 침묵에서 오는 다정함을 알았다는 말에서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너무 말을 많이 하고 있지는 않은지,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것이 가져올 파장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해야 할 말이나 하고 싶은 말을 고르는 것은, 곧 그 말을 들을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126페이지)


 


 

 

바둑이점이라는 부제가 붙은 오월 산문을 읽다가 드는 생각이다. 화가가 초상화를 그릴 때 얼굴의 점은 그려야 할까, 빼야 할까. 그 사람을 나타내는 표식과도 같아서 당연히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눈썹과 눈꼬리가 만나는 곳에 점이 있어 여간 신경 쓰이지 않아 피부과에 가서 점을 뺀 적이 있다. 시인의 얼굴에 있는 바둑이점은 커가며 점점 넓어지고 옅어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슬프지 않는 일을 함께 슬퍼해달라는 표현에 그만 웃고 말았다.


 

예술과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 보다. 박준 시인의 글에서도 술과 해장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스콧 피츠제럴드나 어니스트 헤밍웨이, 레이먼드 카버의 술에 관한 책을 말한다. 최근에 읽은 책에서도 천상병 시인에 관련된 이야기를 읽어 공감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술을 즐겼던 분들의 해장법이 궁금해졌던 모양인데, 글쎄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 김수영 시인의 해장법은 기억해둘 만하다. 김수영 시인은 술을 마신 다음 날, 조를 갈아 죽을 쑤어 먹었다고 한다. 부드러운 죽이 들어가면 위벽을 보호해 좀 더 낫지 않을까 동감하는 바다. 조를 갈아야 한다는 수고가 따르겠지만 한 번쯤 시도해보고 싶다.

 


계절의 안부를 읽으며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머무는 자리마다 기억 조각들은 훗날 추억이 된다. 어느 시간으로 잠시 돌아갈 수 있다면 이처럼 안타깝지도 않으리라.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애틋한 법. 우리가 사는 현재가 곧 우리의 과거가 되며 시간이 모여 우리의 삶이 된다. 그러므로 귀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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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1-17 11: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작 부분 잠깐 들춰봤는데 좋았어요
따뜻한 느낌?

Breeze 2022-01-17 13:04   좋아요 1 | URL
산뜻하고, 다정하고. ^^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지음 / 난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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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 시인의 산문집을 읽고 리뷰 쓴다는 게 어쩐지 부끄럽다. 최승자 시인의 시를 읽고 그를 닮고 싶은 시인들의 감탄사를 읽으며 더 부끄러워하는 중이다. 시인의 산문 속에서 드러나는 것들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기록 차원에서 남겨둔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기 바라는 바다.


 

최승자 시집은 쓸쓸해서 머나먼만 읽어보았다. 죽음과 쓸쓸함, 그 고독이 전해져 와 묵직한 여운을 남겼던 시집이었다. 오래전 1989년에 나온 산문집에 네 편의 산문을 더하여 32년 만에 증보판으로 산문집이다.


 


 

 

시가 인간에게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시가 시를 읽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시가 시를 쓰는, 시를 생산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시가 시를 쓰는, 시를 생산하는 수많은 사람 중의 하나인 내게 무엇이 될 수 있을까. (124페이지)

 


시를 직접 써보기 시작한 시인은 혹시 시인이 될 수 있을까 시험해 보기 위해 신문사와 잡지에 투고했었다. 예심에 오르지 못한 채 떨어져버리고, 몇 년간 회사를 다녔지만 재미가 없었다. 시인이 되고 싶어 친구가 타이핑해준 시를 봉투에 넣어 서랍 속에 잠재워둔 채 몇 달이 지났다. 게으름 때문에 부치지 못했던 봉투를 어느 날엔가 부쳤고 잡지에 게재되어 시인이 되었다.


 

내가 찾는 것, 내가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실은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내가 불안하게 기다리고 있는 그것, 아니 나의 불안 자체가 명확하게 활자화되고 공식화되어 신문기사로 나타나길 바랐던 것인가. (56페이지)

 


쓸쓸함과 고독 그리고 죽음은 어쩌면 비슷한 단어인지도 모르겠다. 쓸쓸함과 죽음의 화두를 안고 살아갔던 시인의 마음이 전해져오는 듯하다. 시인의 글 중에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삶을 점검하게 된다’(96페이지) 라는 문장이 있다. 들려오는 죽음 소식은 안타깝다. 전혀 교류가 없는 타인일지라도 그의 죽음에서 내 삶의 미래를 보게 된다. 어쩌면 미래의 우리 모습이기에, 다양한 모습으로 오지만 그 끝은 죽음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1980년대가 문학에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그것을 어떻게 구체화시켰는지 알려달라는 편집자의 말에 시인은 그것을 가위눌림이라고 표현했다. 1980년대는 문학인에게 표현의 자유를 잃은 억압의 형태였다. 가위눌림의 공포를 에둘러 말하였다. 그 시절을 견뎌온 사람들만이 공감할 표현이리라.

 


시인은 오랫동안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 퇴원 후 약 먹는 걸 잊어버려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는 시인이기에 그가 쓴 글이 더욱 귀하게 여겨진다. 증보판 작가의 말도 병상에서 썼다 한다. 최근 트위터에서 작가의 글들이 간간이 보이기에 무탈없이 지내시는구나, 하고 여겼는데 말이다.

 


시인들의 시인, 최승자 시인을 사모하는 시인들의 문장은 커다란 울림을 준다. 최승자 시인의 시를 마치 먹이처럼 먹고 자란 시인들의 마음이 그대로 표현되었기에 감동이다. 그들만큼 시인의 시를 알지 못하여 시집들을 더 읽어야지 않겠나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시인이 말하였다. 젊은 날의 기록이 부끄럽고 치기 같다고. 그 모든 편린이 나 자신이니 수필집을 쓸 거면 더 먼저 써서 털어버릴 걸 하는. 지나간 시간의 기록들은 이처럼 하나의 문학이 되는 걸 다시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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