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어떤 순간이 막힐 때마다 역사적 순간을 기억한다. 과거의 역사는 현재의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에게 치욕적인 역사에서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하겠다며 다짐한다. 우리나라의 역사 뿐만 아니라 우리 삶도 그렇지 않겠는가.

 

역사책으로 유명한 최태성을 TV에서, 라디오에서 먼저 만났었고, 그의 역사책을 누군가에게 소개하기도 했었다. 역사에 관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 책은 과거 어느 시기의 역사를 말하는 게 아닌 인문학의 관점으로 본 역사다. 역사의 한부분을 제시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글이라고 보면 된다. 강의실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듯 쓴 글이라 귀담아 듣는 기분을 느꼈다. 즉 청중이 된 느낌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다양한 역사서를 읽어왔지만 이처럼 인문학의 관점으로 본 역사도 꽤 좋다고 본다. 역사 속 인물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생각도 해볼 수 있고, 미처 알지 못했던 에피소드를 보며 무릎을 치기도 한다.

 

강연할 때마다 저자가 퀴즈를 내는 게 있다. 고려시대 귀족들이 즐겨 하던 고급 스포츠는 매사냥이었다. 매를 날려 보내면 토끼나 꿩 같은 작은 짐승들을 잡아채 오는데, 자기 매를 사용했다. 매 주인들은 매에 하얀 깃털을 달아매 이름표를 달았다. 이 이름표가 무엇일까다. 그것은 시치미라고 한다. 매가 비싸 시치미를 떼어내고 자기 것인양 했다고 해서 시치미를 뗀다고 한단다. 이런 걸 보면 참 재미있다. 역사적 사실을 알면 더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왕실도서관인 규장각은 정조에 의해 세워졌다. 정조는 자기 사람을 키우기 위해 규장각을 만들었고 당파나 신분에 관계없이 젊고 똑똑한 관료들을 뽑았다. 이때 서얼 출신의 박제가나 유득공 등도 있었다. 정조가 키운 학자 정약용과의 관계를 돌아보며, 정조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우리 역사가 많이 달라졌을 거라는 만약이라는 가정을 제시한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 세종대왕과 정조다. 독살설을 제시할 정도로 정조의 죽음은 많은 안타까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진 이상을 펼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안타까운 거다. 

 

 

 

고려의 외교가인 서희가 거란과의 협상을 어떻게 했는지 설명하면서 우리나라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이후의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 어떻게 협상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협상가에게 중요한 건 훌륭한 말솜씨보다 정확한 눈'이라고 말했다. 정세를 볼 줄 아는 눈과 통찰력과 관찰력을 꼽았다.

 

또한 『열하일기』를 쓴 박지원을 예로 들었다. 나도  『열하일기』를 읽으며 감탄한 부분인데, 청나라의 수레를 보고 우리나라에서 활용할 방법을 모색했다는 거다. 조선의 선비들이 청나라를 오랑캐라 하여 무시했지만 그들의 문물을 보고 유용한 건 받아들이려는 열린 시각을 가졌던 것이다.

 

또한 역사 드라마에서도 많이 거론 되었던 정도전의 이상을 말한다. 출신이 좋지 않았던 그가 큰 이상을 품고 이성계를 도와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는데 앞장섰다. 대안을 가지고 있었던 정도전을 기억하며 우리 삶에서 대안없이 성급하게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저자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역사를 바로 알아야 우리 삶의 질이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정치나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순간에는 늘 역사적 순간을 기억하듯, 우리에게 훌륭한 멘토도 역사적 인물에서 찾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말했다.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까. 수많은 길 앞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는 것. 역사에서 찾아보면 좋을 것이라는 걸 말한 책이었다.

 

 

 

 

 

 

 

 

 

 

 

 

 

 

 

 

 

 

 

 

역사를 공부하면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맥락이 잡힙니다. 역사에서 인간의 자유는 늘 이기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이것이 바로 역사의 수레바퀴에요. 역사를 통해 우리는 사회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안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문제란 별로 없습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화의 움직임도 알고 보면 역사에서 그 문제를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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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구라치 준 지음, 김윤수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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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부터 우리를 사로잡는다.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이라니. 어떻게 두부 모서리에 맞아 죽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때는 1944년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인 때, 한 연구소에서 이등병이 반듯이 누운 시체로 발견된다. 시체를 발견한 이즈카 이등병과 연구소의 박사 그밖의 대위와 특무첩보기관에서 나온 도네 소좌는 누가 죽였는지, 어떻게 죽였는지 미스테리다. 죽은 이등병의 후두부를 강타한 건 뾰족한 모서리로 짐작되었다. 실험실의 주변에 무기라 할 수 있는 건 저녁 간식으로 나온 두부 밖에 없는데 말이다. 더군다나 시체 주변에 떨어진 두부 조각과 둥그런 모양의 냄비 밖에 없었다.

 

모든 살인 사건에서 해결되지 않을 때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다른 방법, 다른 시선이 필요한 법이다. 밤새도록 자전거 페달을 밟았던 이등병, 어느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구조인데 누가 그를 살해했던 것일까. 정말 스파이가 존재하는 것일까. 의문이다.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아무래도 태평양 전쟁시의 상황이어서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더 눈에 들어왔다. 자살공격단으로 인간 어뢰를 사용했고, 페달식 에너지 추진기 즉 젊은 병사를 시켜 자전거처럼 페달을 밟게 하는 장치를 개발했던 연구소의 박사는 이 장치에 병사를 가두고 폭약과 같이 밀봉해 미국 본토에 떨어지게 한다고 했다는 거다.

 

인간의 목숨을 하찮게 여겼던 그들의 잔인한 행보에 다시한번 놀랬던 작품이다. 더불어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는지 궁금하게 여겼던 것도 사실이다. 그저 미스테리 소설로만 썼던 건지 태평양 전쟁 당시 행해졌던 잔혹한 실험을 고발하는 의도로 썼는지 말이다.

 

 

 

 

 

총 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단편임에도 하나의 작품을 마칠 때마다 꽤 긴장하며 읽었고 결말이 궁금해 쉽게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추리소설을 읽을 때 장편을 선호함에도 단편이 가진 재미에 빠질 수 있었다.

 

그저 무작정 사람을 죽여보고 싶다고 외치던 한 젊은 남자가 신문에서 살인사건을 살펴보다가 발견한 게 ABC 살인 사건이라는 점이었다. A 지역에서 A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과 B지역에서 B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죽었던 거였다. 현재 주식과 도박 등으로 돈을 날린 남자가 D지역의 D를 죽이기 위해 C지역의 C를 연습삼아 죽였다. 그런데 벌써 누군가 D지역의 D를 죽였다는 게 문제가 된다. 「ABC 살인 사건」의 결과는 아찔할 뿐이다.

 

반듯하게 누워 있는 여자의 입에 수직으로 꽂힌 대파와 케이크 세 조각이 놓여진 채 발견된 여자의 시체,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한지 알려주는 무시무시한 작품이  「파와 케이크의 살인 현장」이었다. 단편 속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은  「사내 편애」라는 작품이었다.

 

인간과 컴퓨터 운영체제의 사랑을 말했던  「그녀 Her」 라는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기업에서 직원들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마더컴이라 불렸다. 인사고과를 장악한 프로그램의 인간미를 나타내기 위해 일종의 버그를 만들었는데 문제는 마더컴이 료이치료를 노골적으로 편애한다는 거다. 부장이 그에게 모닝 커피를 배달하기도 하고, 어떤 상사는 마더컴에게 말 좀 잘해주라는 말까지 하게 되었다. 결말은 놀랍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이라서 헛웃음을 쳤을 정도였다.  

 

 

아무래도 구라치 준이라는 작가의 매력에 빠진 것 같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자국의 과거사를 미스테리 형식의 글로 나타낸 것도, 컴퓨터 프로그램의 노골적 편애를 받았던 SF 형식의 내용도 좋았다.  「ABC 살인 사건」의 경우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오마주 했다고 한다. 그 외에 밀실 미스테리로 보였던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 과 평소와 다른 바깥의 상황에 귀를 기울였던  「밤을 보는 고양이」 또한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몇 편의 소설을 펴낸 것 같아 작가의 이름이 기억에 없어 내 블로그를 검색했더니 역시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꽤 매력적인 작가인데 말이다.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에서 어수룩하게 보였지만 사건를 명쾌하게 해결했던 네코마루 선배의 시리즈가 따로 있는 것 같아 반갑다. 매력적인 작가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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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나의 집 모중석 스릴러 클럽 46
정 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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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한 작가, 정윤. 그가 말한 가족에 대한 화두는 한국인이 가진 많은 문제점을 도출시킨다. 어렸을 때 우리집에서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일어나곤 했던 일들이 바로 가족간의 폭력 문제다. 만약 부부싸움을 했을 때 누군가 경찰에 신고했다면 가족의 일이라며 조용히 무마되었던 게 과거 우리나라의 현실이었다. 절대 간과되어서는 안될 문제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니 이 또한 어렵다.

 

결핍을 메우기 위해 보호되어야 할 가족 구성원에게 폭력을 가한다는 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어쩌면 비겁하다. 눈 앞의 것에 눈이 어두워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흔히 말하길 폭력은 대물림 된다고 한다. 부모에게 사랑받았던 사람은 자식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법이다. 반면 부모에게 학대를 당했던 사람은 자식에게 절대 하지 않아야 할 행동임을 알면서도 부모를 답습하는 모습을 보인다.

 

미국에 거주하는 대학의 생물학 교수인 경에게는 백인 아내 질리언과 사랑하는 아들 이선이 가족이다. 가까운 곳에 역시 대학교수인 부모가 살고 있어도 서로 모르는 사람들처럼 지낸다. 물론 최소한의 한도내에서 할 일을 할 뿐이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가했던 폭력을 보고 자란 경은 부모와 몹시 불편한 사이다. 오래전의 한 사건이후로 더이상 어머니를 때리지는 않지만 경에게 부모는 어린 날의 상처 혹은 고통이었다.

 

 

 

 

학자금 대출과 무리한 담보 대츨을 했던 경과 질리언은 카드 돌려막기를 하다가 결국엔 집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 경기 불황으로 집을 구매했을 때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팔아야 하는 경은 방이 여섯 개나 되는 부모의 집으로 들어가자는 질리언의 말을 전혀 반갑지 않다. 공인중개사가 방문한 날 숲 쪽으로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여성이 달려오고 그가 어머니 임을 발견한다. 한국말을 모르는 경은 어머니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또 아버지의 폭력이 있었다고 여기게 된다.

 

하지만 쌍둥이 형제가 어머니를 강간하고 아버지에게 폭행을 가했던 사건이 벌어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신과 대화하기를 거부하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 온 질리언에게 화를 낸다. 이선과 질리언에게 어떠한 해도 입히고 싶지 않은 경. 그는 끊임없이 지난 날의 기억을 떠올리고 만다. 부모를 보살펴야 하지만 못내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제대로 된 직장과 큰 저택, 타인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가족이지만 문을 닫고 들어가보면 상처와 고통 뿐이라면 그 집은 안전한 곳일까. 할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장 행복해야 할 길임에도 집안이 안전하지 않다면 그것 만큼 불행한 경우도 없다. 오히려 가족이기에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 읽고 책을 살펴보니 이 책이 모중석 스릴러 클럽에 속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추리문학으로 봐야할까. 나는 순수문학으로 읽었다.

 

가족간의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이 더 어려운 법. 결국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화해의 시도를 할 수는 없었을까. 나는 아무래도 해피엔딩의 소설을 바란 것 같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가슴 졸였다. 한국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보는 것도 부조리한데 미국인의 시각을 가진 사람이 바라보는 한국인의 의식은 이해못할 일들이다. 무엇보다 가족을 중요시여기는 미국인의 시각과 부모가 한국인인 재미 한인의 불편한 시각이 부딪쳤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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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9-06-27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사건들을 만나야하네요
 
위즈덤 - 오프라 윈프리, 세기의 지성에게 삶의 길을 묻다
오프라 윈프리 지음, 노혜숙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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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수많은 질문을 건네도 특별한 답을 찾지 못할 때 우리가 종종 찾는 게 책이다. 책 속의 문장에 감동하기도 하고 삶의 지혜를 깨닫는다.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생각들과 마주한다. 이러한 문장들을 새기고 또 자주 읽어야 하는 이유다. 곧잘 잊기도 하니, 한 권의 책으로 세계의 지성들이 나누는 삶의 지혜를 읽을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다. 오프라 윈프리가 묻고 세계의 지성들이 답한 삶의 통찰이다.

 

자기를 올바르게 알기 위해서는 자기가 어떤 사람인가를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영적인 언어로 감동을 받을 수도 있고, 영혼을 울리는 언어에 무심할 수도 있다. 책의 초반부는 영적인 것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실었다. 더불어 오프라 윈프리가 어렸을 적에 받았던 상처와 극복에 대한 글도 실려 있었다. 

 

우리가 보아왔던 지성인들의 말 한마디가 심금을 울리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꽤 유명한 잭 콘필드나 틱낫한 등 다양한 지성들의 언어를 만날 수 있다.

 

깨어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우리가 가진 전부입니다. 미래에 대한 생각은 생각일 뿐입니다. 미래를 예측할 순 있지만 믿을 순 없습니다. (20페이지, 잭 콘필드)

 

모든 삶이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이 순간'이라는 말일 것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고 곧잘 말하지만 결국 미래를 믿을 수는 없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보다 본질적이고 철학적인 질문과 대답들이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게 아닐까 싶다. 수산나 타마로의 제목처럼 그 어느 누구의 마음이 중요한 게 아니다. 바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매주 사흘 씩 명상 요가를 한다. 피곤해서 빠지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되도록이면 결석하지 않고 참여하려한다. 음악을 들으며 요가 동작을 하고 있노라면 마음 속 수많은 번민들이 함께 하지만 결국엔 마음을 추스리게 된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 지금 하는 이 동작에만 집중하여 무념의 세계로 가려 노력한다. 이러한 과정들 때문에 마음의 병 없이 오늘을 사는 게 아닌가 싶다.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에 있는 고통을 인식하고 그 고통을 보듬어주면 위안을 얻게 됩니다. 마음챙김과 집중을 계속 수련하면 그 뿌리와 불행의 본질을 이해하게 되고 그것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알게 됩니다. (85페이지, 틱낫한)

 

오프라 윈프리 쇼를 마치고 슈퍼 소울 선데이를 진행하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중에서 직접 메모했던 글들을 모아 써낸 책이기 때문에 새겨 들어야 할 말들이 많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존재하는 진정한 목적은 진정한 우리 자신을 향해 가는 것이다. 각자 자신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삶을 사는 것이다. 가장 순수하고 정직하며 자연스러운 삶, 진정한 나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다.

 

참된 우리 자신으로 살게 된다면 우리 몸의 모든 세포가 깨어나서 진동하게 될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지치지 않고 힘이 솟아날 것이다.

직관을 따르기 바란다. 직관 속에 참된 지혜가 있다. (89페이지, 오프라)

 

영적인 존재, 영혼, 영성이라는 단어가 꽤 자주 거론되어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게 느껴졌다. 아마 오프라 윈프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목사나 신부 혹은 수녀와 대화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종교에 관해 심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아니다. 기독교인이나 불교 그외 다른 종교인이 쓴 책을 읽었었고 그 속에서 삶의 통찰을 자주 느낀 바 있다.

 

소위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 사람이 변화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삶의 지혜가 되는 말들은 비교적 단순한 삶을 지향한다. 단순한 생각이 오히려 감정의 깊이를 더하는 것도 같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 이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삶의 지혜를 깨닫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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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변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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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전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한 권을 읽고 반해 그의 작품을 다 찾아 읽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읽었던 소설이 『변신』이라는 소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에 비채에서 나온 책을 읽는데 느낌이 아무래도 비슷해 오래전 리뷰를 찾았더니 『변신』이라는 제목의 소설이었고, 이 소설은 개정판에 해당된다. 오래전에 읽었던 책을 찾아보니 느낌이 새롭다.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상세한 줄거리는 잊는 법. 책에 대한 약간의 느낌만 남아있는 상태에서 읽은 소설은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탄성을 지르게 했다. 물론 초기작이라 최근에 쓴 작품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그의 본래 소설을 맛을 느끼게 하는 건 변함이 없다.

 

사고로 머리에 총을 맞아 뇌를 관통당한 환자가 있다. 부동산소개소에 들어왔던 살인범에게 총을 맞을 뻔한 어린 소녀를 구하려가 그렇게 되었다면 국민들은 그가 살아주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한 대학교의 뇌과학 연구팀은 그를 살리기로 결정했고, 심장사한 사람의 뇌를 그에게 이식시켰다. 대학교의 연구팀은 전 세계의 최초로 뇌이식 수술을 성공시켰다. 깨어난 그의 이름은 나루세 준이치. 말이 없고 온순하며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다. 회사에서도 그에 대한 평을 그렇게 말했고, 그와 사귀던 메구미도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수술후 그가 달라진 것 같다. 그에게 뇌이식 수술을 주도한 도겐 교수팀은 그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기록하기에 바쁘다. 세계적으로 이목을 받았고, 그에 대한 수술은 실패가 없어야 했다. 깨어난 준이치는 자신에게 뇌를 제공한 사람을 궁금해했고, 도겐 교수가 말한 도너는 세키야 도키오라는 인물이라고 했다. 그의 집을 찾아가 아버지를 만나 이야기해보지만 자신과 전혀 접점이 없는 것 같다. 장기를 이식받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친근감 혹은 애틋함 같은 게 전혀 생기지 않았던 거다.

 

 

 

오래전 심장을 이식한 환자의 이야기를 말한 소설이 있었다. 그 소설에서 나타난 것도 심장을 이식해 준 사람의 가족을 만났을때 저절로 흐르는 눈물과 애정을 갈구하는 듯한 감정을 느꼈었다. 또한 최근에 방영한 한 드라마에서도 심장을 이식받은 사람이 공여자의 어머니를 만났을 때 느꼈던 감정 그리고 죽은 공여자가 당한 사고 현장이 꿈으로 나타났었다.

 

나루세 준이치가 이식받은 뇌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그가 일하던 직장 사람들도 하나같이 말한 그의 평온한 성격과는 다른 면모를 보이는 그. 여자 친구조차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뇌이식 수술팀은 그에게 다방면으로 검사를 하게 된다. 그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과격한 행동을 하게 되는 준이치에게서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다른 사람의 뇌를 이식했을 때 그 사람은 나루세 준이치일까, 아니면 뇌를 공여한 사람으로 변화되는 것일까. 그림을 그리기 좋아했던 준이치가 원하던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되고, 오히려 음악에 깊은 관심을 표하게 되는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라면 전혀 하지 못했을 행동들까지. 준이치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그를 주시하게 된다. 뇌는 특별한 것일까. 그를 변하게 만들 정도로 장기는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인가.

 

그에게 뇌수술을 하게 했던 사람들을 보면, 김호연의 『파우스트』를 떠올리게도 한다.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행해진 수술의 효과를 강하게 기대하는 자들. 소설 속에서만 나타나는 거라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먼 훗날 가진 자들에게 원하는 것을 제공해 줄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것. 머잖아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게 씁쓸할 뿐이다.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이라 충분히 예상가능한 스토리다. 추리소설 좀 읽는다는 사람은 어느 정도 예상했을 터다. 어떤 내용이 진행될 거라는 걸 예상했으면서도 또한 한번 읽었던 소설임에도 책을 놓을 수 없었던 건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의 작가의 필력 때문이리라. 많은 작품을 낸 작가로 유명하기에 그럴테지만 아마 내가 가장 많은 추리소설을 읽었던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닐까 싶다.

 

인간의 본성과 뇌라는 장기가 가진 힘, 변화하는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했던 인간의 행동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책 속에서 던지는 물음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는가. 인간으로서 제대로 된 삶을 산다는 건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질문을 던져 주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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