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상욱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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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카카오 프렌즈 시리즈를 읽기 시작하면서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왔으나 잘 알지 못했던 캐릭터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어피치, 라이언을 읽었고 이번에는 튜브다. 사실 튜브란 이름도 몰랐고 오리 주둥이 같이 생겼다라고만 생각했지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튜브의 특성을 볼까. 작은 발을 부끄러워하는 소심한 성격이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나면 입에서 불을 뿜으며 밥상을 뒤엎는 미친 오리로 변신한다고 한다. 화가 나 있는 튜브가 초록색인 이유다. 스스로 시팔이라 부르는 하상욱과 카카오 프렌즈 튜브가 만났다. 하상욱 특유의 센스를 만날 수 있다. 그의 시를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시를 읽다가 생각지 못한 것에 파안대소를 터트릴 준비를 해야 한다.

 

 

 

 

싫은 사람과 잘 지내는 법은

서로 안 보고 사는 것뿐이다. (12페이지)

 

 

라고 한 부분을 보라. 사실 싫은 사람과 잘 지내기란 힘들다. 얼굴을 마주해도 껄끄럽고 가장 좋은 건 안 보고 사는 것뿐이다. 살아가면서 그런 사람을 만들지 말자고 생각 했는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불편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내가 잘못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상욱의 글은 이처럼 허를 찌른다. 입 밖으로 내보지 않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것을 확 내지른다고 해야할까.

 

 

누군가의 비밀을 지키는 이유는

비밀을 지키고 싶어서가 아니지.

 

 

그 사람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지. (38페이지)

 

 

누군가의 비밀을 알았다고 치자. 어느 누군가에게는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그래도 절대 말하지 않는 이유는 그 사람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 또한 친구를 보호하고 싶어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들이 있다. 때로는 그 친구를, 때로는 연관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상욱은 우리가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들을 아주 짧은 시로 표현한다. 그래서 그의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학생 : 공부가 하기 싫지만 학교 친구는 좋다.

직장인 : 일은 하고 싶지만 회사 사람이 싫다. (82페이지)

 

위의 사진 속 글과 위의 문장을 읽고는 나도 몰래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하, 하고. 다시 읽어도 미소가 지어지는 문장들이다. 매일 출근할 때마다 퇴사하는 생각을 하고,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것. 모든 직장인들의 비애가 아닐까 싶다.  

 

 

나 보다 어리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의 어제를 사는 게 아니더라.

 

같은 오늘을

그저 다른 나이로 살아갈 뿐. (182페이지)

 

나 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과 마주했을 때 그 사람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뒤돌아 볼 일이다. 나 보다 늦게 태어나기는 했지만 나 보다 월등한 생각을 가진 게 얼마나 많은지 알면 놀랄 수밖에 없다. 어느 누군가의 말씀처럼 어린이에게서 배우는 게 많지 않는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복잡한 내면을 표현하느라 그 사람의 진실됨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 또한 아이에게서 배운다.

 

 

당신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당신이 모든 사람을

실망시킬 수도 없다. (240페이지) 

 

세상에서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50%라면 반면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50%이게 된다. 100% 나를 좋아하는 사람만, 싫어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고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누군가는 나에게 실망하고 서운한 감정을 품는다. 반면 나를 좋아하고 그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하상욱의 위트 있는 문장과 함께 카카오 프렌즈의 오리, 튜브의 갖가지 캐릭터를 보며 즐거웠다. 화 났을 때 초록색으로 변신하는 모습마져 귀여웠다.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캐릭터, 튜브와 함께 하는 즐거운 여름 한나절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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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좋아해 커피 관련 책을 읽어볼까 싶어 찾다가 살림지식총서에서 나온 이 책 발견했다. 예전에 살림지식총서 서포터즈를 한적 있어 술 관련 책을 읽었던 것 같은데, 그때 커피 이야기를 읽었으면 더 좋을 뻔했다. 매우 얇은 시리즈로 가지고 다니기에도 편했고, 비록 작은 글씨지만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망라되어 있어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커피를 좋아해 매일 두 잔씩은 마시고, 주말엔 집에서 핸드드립커피를 즐기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좋아하는 커피를 로스팅된 것으로 주문하기도 하고, 딸이 유명한 곳에 가면 커피를 사서 보내주기도 한다. 그래서 블루보틀이 서울 성수동에 생겼지만 가볼 생각은 아예 하지 않고 있었는데, 딸이 줄서 기다렸다가 보내준 원두를 즐기고 있다.

 

성수동에 방문했을때 몇 개의 원두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었을때 내가 골랐던 것이 온두라스 산타바바라 싱글 오리진이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무래도 2004년도에 출간된 책이라 커피 전문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어서 우리나라의 다양한 커피 관련 이야기는 부족했다. 커피를 즐기는 애호가가 많이 생겨 지금은 직접 로스팅을 하는 카페도 많이 생겼다. 직접 찾아다니기도 하는데, 그런 다양함이 없어 조금은 아쉬웠다.

 

커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수록했다. 커피의 원산지와 태어난 배경, 역사, 전파를 말했고, 우리나라의 인스턴트 커피의 탄생 과정등을 말했다. 예전에는 인스턴트 커피의 대명사로 불렸던 동서식품의 커피가 회사나 사무실에 기본적으로 갖춰졌었다면 지금은 웬만하면 원두커피 기계를 설치해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은 아직까지도 믹스커피를 구비하고 있어 집에서 분쇄된 커피를 가져다놓고 마시는 형편이다. 고로 좋은 회사가 아니라는 점.

 

얇은 책 속에 커피에 관련된 역사가 기록되어 있어 커피의 역사 등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입문서 역할을 해주었다. 본격적으로 커피를 알고 싶으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다거나 하면 더 좋을 듯 하다. 실제 가까운 친구들이 나중에 써먹을까 하여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하였는데 커피 관련 지식이 더 나아진 것 같다. 나도 배워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커피를 좋아하기는 하나 커피 관련 지식을 좀더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유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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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청소년 시절을 그리워하였던가. 청소년 소설이 나오면 궁금해져 읽고싶어진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그렇다. 그러고보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청소년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소설 속 청소년이 모든 것을 잘하는 우등생일 경우 친구들에게도 재수없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내가 보기에도 조금쯤은 재수없다. 어떻게, 모든 것을 잘하고 모든 것에 그렇게 완벽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못하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 아닌가.

 

우연찮게 이 작품을 발견하고 구매하게 된 책이다. 청소년 소설이라는 것과 아마 제목때문이 아니었을까. 열일곱 살의 민서현. 공부도, 다른 사람을 대하는 성격도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다. 다만 수학 성적이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낮다는 거? 소논문 동아리에 가입해 우승을 하면 내신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던 지은의 제안에 가입하게 되었다. 동아리에는 많은 여자애들의 시선을 받는 동주가 있었다. 함께 가입한 지은 또한 동주를 바라보게 되고 동주의 고백에 괜시리 불편한 마음이 든다. 중학교 때 사귀던 남학생이 자기 친구와 함께 다정하게 있던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학원에서 동주와 많은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서현. 점점 동주를 향한 마음을 거부할 수 없게 되었다.

 

청소년 시기, 사랑에 막 빠지기 시작할 때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내용이다. 서현은 소논문의 주제로 범죄자는 유전에 의해서일까, 아니면 후천적인 환경에 의해서일까를 고민하며 소년원에 수감되어 있던 현수와 편지를 나누게 된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의 이야기를 말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현수에게 연락하게 된 서현은 그를 이 세상을 향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게 되고 현수는 점점 자신의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편지라는 게 자신의 내밀한 마음을 표현하기 마련이다. 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소년원에서 친구로 지내는 이의 이야기 등,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게 된다.

처음부터 예상 가능했던, 현수가 서현을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였다. 소설의 마지막, 서현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좋아하게 되었음을 고백하며 끝나는 데 한편으로는 예상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제야 삶의 희망을 말하는 현수가 안타까웠다. 동주와 사귀게 된 서현이 처음부터 못을 박았지만 이제 현수는 어떻게 될까. 약자에 대한 안쓰러움이었던가.

 

그게 가장 마음이 쓰였다. 짧은 소설임에도 작가의 전작이 궁금해졌던 소설이었다. 오늘의 청소년을 있는 그대로를 그렸으면서도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그늘 속의 청소년을 그렸다. 어딘가의 청소년은 제대로 된 환경이 주어졌더라면 보통의 청소년들처럼 평범하게 지내지 않았을까. 그런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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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편지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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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자 칸막이로 된 작은 공간에 누워있는 소녀들. 공간 문 밖에서 줄 서 있는 일본 군인들. 하루에 수십 명을 받아내야 했던 열세 살 혹은 열네 살, 열다섯 살의 소녀들. 지옥이 따로 없는 그 공간들. 냇가에서 삿쿠(콘돔)을 빨래하는 소녀들의 얼굴이 그나마 평화로워 보였었다. 영화 「귀향」의 한 장면이다. 김숨 작가는 영화  「귀향」 과 닮은 소설을 펴냈다. 살아돌아온 위안부가 마지막 한 명 남았다는 가정하에 썼던 『한 명』에 이어 『흐르는 편지』는 위안부들이 속해있는 위안소의 그 지옥으로 향한다.

 

비단 공장에 취직시켜주겠다는 동네 아저씨에 의해 트럭에 올라탔던 소녀. 바늘 공장, 고무 공장에 가서 돈을 벌겠다는 말에 혹해 하나라도 입을 덜어주겠다는 마음으로 나섰던 소녀들은 위안소라는 지옥으로 흘러들었다. 머나먼 중국 땅인 만주에서 일본 군인들을 받았다. 제대로 먹을 것도 주지 않고 위안소에서 지급하는 모든 것은 그들의 빚이 되었다. 하루에 수십 명의 군인들을 받아냈던 어린 소녀들은 아래가 곪고 헐었다. 삿쿠가 터져 임신이라도 되면 자궁을 들어내었다. 그 어린 소녀들에게 일본은 어떠한 만행을 저질렀는가. 겨우 열세 살, 열네 살에서 열여덟 살의 소녀들에게.

 

무거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위안소에 있던 소녀들의 사연이 잔혹했다. 입에 풀 칠하기도 어려웠던 가족들, 가난을 피해 나온 길이 지옥인줄도 몰랐다. 소녀들은 말한다. 무슨 죄를 지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가, 하고.

 

 

열다섯 살의 소녀 금자, 일본군인들이 붙여준 이름은 후유코. 그 외에도 열 개쯤 되는 일본 이름이 있는 소녀. 임신을 했다. 아기가 죽어버리길 바라며 흐르는 물에 손가락으로 편지를 쓴다. 글을 알지 못해 어머니에게 불러주는 편지다. 닿지 못할 편지를 쓰며 소녀는 아기가 뱃속에서 죽길 바란다.

 

소녀들을 지옥에 있게 한 일본 군인들이 전쟁에서 졌으면 좋겠지만 한 편으로 이기길 바란다. 만약 일본군이 지면 소녀들의 목숨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지옥의 한 복판에서도 삶을 꿈꾼다.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서 일본군이 이겨 돌아오길 바라고, 살아 돌아 와달라고 빌어주라는 말에 마치 그들의 어머니처럼 살아오라는 말을 건넨다.

 

그들의 몸 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위안을 해주어야 하는 소녀들이었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목격했다. 중국인들, 어린 소녀들의 죽음. 죽음앞에 눈을 돌리고 살길 바랐다. 살아서 어머니가 계신 집으로 가고 싶었다. 집주소도 모르는 소녀들이지만 집으로 향한 꿈을 매일 꾼다.

 

작가가 『한 명』을 쓸 때는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이 40명쯤 살아있었다면 이 소설이 쓰여진 2018년에는 겨우 27명이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온전한 기억으로 살아 남은 사람들이 몇 명 남지 않았다.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 일본은 과거 일제 강점기에 징용에 관련된 일로 우리나라를 경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헤쳐나가지 않을까 희망에 찬 마음을 품고 있다. 다른 방법을 찾아낼거라고. 고통스러운 지옥에서도 소녀들이 살아남았듯.

 

어머니, 그런데 나는 무슨 죄를 지은 걸까요.

무슨 죄를 지어서 이 먼 데까지 끌려와 조선삐가 되었을까요. (291페이지)

 

소녀들의 아우성 때문에 깊은 잠이 들 수 없었다. 누군가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계속 들려왔다. 마치 내 귓가에 소리치듯 그렇게. 글을 쓰는 작가 또한 굉장히 고통스러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금자가 되어 내레이션을 하듯 말하며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에 치달은 그 지옥 속에 살았을 것이므로. 살아서 다행이다. 이렇게 우리가 그때의 상황을 알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살아남았기에 가능한 일이잖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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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하고 게으르게
문소영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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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는데 어쩐지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히 알고 있는 인물인데 작가를 어디서 봤더라. 한참을 생각해봤다. 프로필을 보고는 내가 팔로우하고 있는 이웃임을 알게 되었다. 미술 관련 자료를 찾다가 작가의 블로그에서 발견했었다. 이웃 신청하고 글이 올라올때면 조용히 지켜보았던 독자였다. 미술관련 글을 쓰는 기자 분들 중 몇 분을 팔로우하고 있다. 마음속에 자리한 미술에 대한 갈망을 타인들에게서 푸는 것처럼.

 

제대로 글을 읽은 기억이 없고 그림만 보았었기에 작가의 글을 잘 알지 못했다. 늦게 꽃핀 대가들을 말하는 글에서부터 작가의 열망이 드러났다. 문학과 예술부분의 많은 작가들이 늦은 나이에 데뷔하여 꽃을 피웠다. 마흔 살이 되어 등단한 박완서 작가나 피에르 르메트르 작가도 꽤 늦은 나이에 데뷔하여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글을 말하며 그 기조에 미술이 있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미술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작가가 언급한 그림들에서 익숙함을 발견했고 반가움이 들었다.

순전히 샐리 호킨스 때문에 본 영화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였다. 영화를 보고 난 뒤 함께 본 이와 많은 이야기를 했었는데, 작가가 말한 것과는 좀 차이가 있었다. 괴생명체를 사랑하게 된 일라이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어렴풋이 느끼긴 했지만, 그녀의 외로움이 괴생명체를 사랑하게 되었음을 말이다. 제임스 진이 그린 <셰이프 오브 워터>가 익숙한 아름다움을 준 그림이라 여겼었지만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참고했다는 건 새로운 발견이었다. 두 그림을 마주하고 보니 전체적인 구도가 닮았다는 게 느껴졌다.

 

 

 

봄이면 벚꽃이 만발한다. 벚꽃잎들이 휘날릴때면 그저 마음이 설렌다. 이처럼 벚꽃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자체는 벚꽃축제를 한다. 벚꽃하면 일본이다. 일제 강점기기 생각나서인지 사람들은 벚꽃의 원산지가 제주임을 밝혔었다. 나 또한 그런 말을 하곤 했었다. 일본에는 벚꽃을 말하는 하이쿠가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는 걸 보면 벚꽃은 일본인들이 사랑한 꽃임을 알 수 있다. 작가가 말했다시피 우리나라엔 주로 매화나 진달래꽃을 노래했다고 한다. 혜원의 그림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말이다.

 

TV의 코미디 채널에서 흑인 분장을 하고 나왔을 때 웃기려고 참 고생하는구나, 이렇게만 생각했지 인종차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국내에서 바라보는 것과 외국의 아프리카계 사람들이 불편하게 바라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 또한 아시아계 인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면 매우 기분나빠하지 않는가. 세계화와 세계시민의식을 일깨우는 말에 뜨끔했다. 아니라고 하지만 은연중에 그런 마음을 내비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되었다.  

 

미술관련 서적에서도 읽은 바 있지만 영국박물관에는 한국관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한국관과 일본관, 중국관의 차이점을 말하는데 아무래도 국가의 차이점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중국관과 일본관과는 다르게 심플하게 몇 작품만 있는 있어 빈약한 유물 전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백자 달항아리는 많은 예술인들이 아름답다 말하는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그 고유한 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커다란 달이 떠 있는 듯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이 점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하정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의 에세이를 먼저 읽었다. 하정우도 에세이에서 자신의 먹방 이야기를 했었는데 문소영 작가 또한 먹방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하정우를 언급했다. 영화 <황해>에서의 하정우의 먹는 장면을 담은 사진과 함께 말이다. 하정우는 먹는 장면을 찍을 때 식은 음식 말고 따뜻한 음식을 주라고 한다고 한다. 그리고 맛있게 먹는다고 한다. 먹방에 대한 이야기를 『제인 에어』 속의 문장을 말하며 고전문학 작품 속에서도 먹는 장면이 꽤 많았다는 걸 말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에 대하여 말하는 글이다. 삶의 통찰을 다루는 글들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는 시였다. 나에게 두 갈래 길이 있을 때 내가 갔던 길과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신비로움을 말했다. 인생이란 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늘 선택의 기로에 서 있게 된다. 그 길에서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는 자신에게 달렸다. 훗날 과거를 떠올렸을 때,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질문 받았을 때, 어떠한 시기로 가겠다고 답을 하곤 했지만 지금 드는 생각은 역시나 그 시기로 가도 똑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다. 그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뿐이다.

 

예술에 대한 저자의 특별한 감각과 함께 폭력과 문화 또는 유물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담았다. 문학과 일상에서 바라보는 수많은 예술적 감각을 기르는 방법들을 말했다. 느리게 혹은 게으르게 가도 삶에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할 일이 덜하지 않을까.

우리의 인생도 이런 망설임과 선택의 연속일 것이다. 그리고 어느 길을 택하든, 가지 않은 길은 그 미지로 인한 신비와 아쉬움을 황홀한 안개처럼 두르고 저 멀리에 있을 것이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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