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줏간 소년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패트릭 맥케이브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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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읽은 최초의 아일랜드 소설이지 않을까 싶다. 꼭 어느 나라의 소설이라고 일컫기 보다는 조금은 그 나라의 특색을 알수 있기 때문에 아일랜드 소설이라는 것을 음미해보고 있었다. 꼭 아일랜드 소설이어서는 아니겠지만 읽으며 꽤 불편했던 소설이었다. 어쩌면 이런 소년이 다 있을까. 소년이 이렇게까지밖에 될수 없었던 것은 소년의 부모 책임일까. 아니면 마을 사람들의 책임일까. 아니면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누전트 부인일까.

 

  삶이라는 것은 참 알수가 없다. 단순한 행동 하나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자신의 삶을, 살아갈 미래를 통째로 바꿔버릴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소설을 읽으면서도 못내 불편한 마음이 있었지만, 소설을 다 읽고서도 어쩌면 이렇게까지 행동할 수 있었을까.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코널리 부인처럼 좋은 사람들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그는 그 사람들의 친절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었던가. 하는 생각에 소설 속 소년에 대한 안타까움이 일었다.

 

  한 남자의 회고로 소설은 시작된다. 이십 년이나 삼십 년쯤 전의 소년 시절로 돌아간 것이다.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었던 소년 프랜시. 프랜시에게는 조라는 단짝 친구가 있었다. 프랜시와 조가 다니는 학교로 런던에서 살았던 필립이 오게 되고 필립에게는 평생 한번도 본적이 없는 만화책이 있었다. 만화책은 굉장히 비싼 책이었다. 프랜시와 조는 필립의 집으로 가서 만화책을 몰래 가져와 자신들의 은신처로 숨겼다. 필립의 엄마 누전트 부인이 집으로 찾아와 그냥 만화책을 달라고 했으면 순순히 주었을텐데 누전트 부인인 프랜시의 가족에 대해 경멸의 말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돼지들 같으니....'라는 말을 하는데 프랜시가 그 말이 들었다.

 

  자신들의 가족을 돼지들 같다고 표현한 누전트 부인 때문에 프랜시는 스스로 돼지라 칭하며 자신을 옭아매고 겉잡을 수 없는 감정의 변화를 느꼈다. 프랜시의 말처럼 그저 만화책을 돌려달라고만 했더라면 프랜시가 그렇게까지 변하지는 않았으리라. 그저 악동 시절을 겪으며 점점 착한 소년으로 커갔을지도 모른다. 허클베리 핀처럼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나중에 커서는 좀더 생각하는 청년으로 자랐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프랜시는 길을 건너는 누전트 부인의 앞을 가로막고 통행세를 내라고 했으며 누전트 부인의 집으로 찾아가 거실에 똥을 싸놓는 등 진짜 자신이 돼지가 된 것처럼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누전트 부인이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광경들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자신의 집에서는 볼수 없는 화목한 가정을 자신의 마음속으로 바라보며 그런 가족을 꿈꾸었는지도 몰랐다.

 

 

 

  누전트 부인의 말처럼 자신의 가족은 돼지들 같았고, 집은 돼지우리 같았는지도 몰랐다. 아버지는 한때 노래를 불렀지만 지금은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가정을 돌보지 않고 엄마에게 해를 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엄마는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엄마에게도 반가운 사람이 있었으니 앨로 삼촌이었다. 앨로 삼촌이 오기로 한 날에 엄마는 요리를 하고 앨로 삼촌을 맞을 준비를 했었다. 엄마에게 앨로 삼촌이 좋은 사람이었듯, 프랜시에게 가장 좋은 사람은 조였다. 프랜시가 누전트 집안에 해놓았던 일 때문에 잠시 떠나 있다가 돌아왔을때 단 하나의 친구였던 조가 필립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자 프랜시는 아주 막막했다. 친구 조를 필립에게서 자신에게 돌아오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아무리 가정환경이 불우하다고 해도 곁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지게 되어 있다. 긍정적인 사고 방식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개척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꼬인 줄을 제대로 풀지 못하면 그 사람의 삶은 수렁속으로 빠질수도 있다. 아마 프랜시가 그렇지 않았을까. 끝없이 조에 대한 우정을 되찾고 싶었고, 어느새 조가 자신보다는 필립과 더 친하게 지내는 것을 견디지 못한 모든 것들이 누전트 부인이라고 느끼게 되었다는 거.

 

  소설을 읽으며 불편한 마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또한 혼란스럽기도 했다. 소년 프랜시가 바라보는 광경이 소년이 진짜 바라보는 광경인지 그가 상상하는 광경인지 혼란스러웠다. 프랜시의 마음은 상상과 현실을 오갔고 마치 상상속의 광경이 현실인양 바라보고 있었다. 일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우리는 프랜시가 말하는 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그가 혼란스러운 광경에 처해있으면 우리도 혼란스러웠으며 레디를 따라 쓰레기들을 나를 때는 우리 또한 푸줏간 냄새를 맡으며 걸어가는 것처럼 느낄수 밖에 없었다.

 

  소년이 느끼는 모든 감정들은 곧 독자들의 몫이 되었다. 소년의 감정이 되어 조에 대한 마음때문에 슬펐고, 죽은 아버지를 방치하며 어떻게든 아버지를 붙잡으려 했던 소년 때문에 아팠다. 분명 소년은 나빴지만 소년을 미워할 수 없었다. 소년에 대한 안타까움이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아, 삶이라는 것은 이토록 고통스러운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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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5-10-2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로 보고 찜찜해했던 기억이 아주 오래전이네요
좋은 리뷰 고맙습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줄 덕분에 알았습니다

Breeze 2015-10-21 17:36   좋아요 0 | URL
저는 책을 읽고 리뷰 작성하고 나서야 영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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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전 한 연예인의 이혼소식을 접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부부들의 모습은 그 모습이 다가 아니라는걸 다시 한번 느꼈다.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만인의 아이 아빠였던 이. 그렇게 다정하게 보였던 부부의 표정들이 다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니. 우리들의 모습 또한 그렇지 않을까. 타인들이 보기에 그렇게 다정한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도 꽤 있다는 거. 그저 타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아픔과 고통을 쉽게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까. 참고 참다가 결국에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을수 밖에 없었겠지.

 

  문득 책 속의 주인공 매들린의 자조섞인 말이 떠오른다. 셀레스트는 온 몸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표현했을텐데,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다면 셀레스트가 처한 일들을 눈치챘을 수 있을텐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느라 셀레스트를 보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생각만 중요했고 그저 자신의 일들이 컸던 것이다. 그러고보면 우리가 친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모습을, 우리는 그저 우리가 보고싶은 모습만 보는 것일까.

 

  세 여자가 있다. 피리위 반도라는 곳에. 해변이 있고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 피리위 초등학교에 보낼 아이들의 엄마 이야기가 나온다. 첫번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딸 애비게일이 있고, 두번째 남편 에드와의 사이에 프레드와 클로에가 있는 매들린이 있다. 매들린은 피리위 예비초등학교에 다니게 될 클로에와 학교 설명회에 가는 길에 약간의 사고가 있었고, 피리위 마을에 이사오게 될, 역시 피리위 예비초등학교 설명회에 가는 지기의 엄마 제인이 도와주게 된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이들은 톰이 운영하는 블루블루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을때 매들린의 친구 셀레스트가 들어온다. 영화에서 막 튀어나온듯한 아름다운 미녀였다.  

 

  피리위 반도의 초등학교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부모들의 퀴즈대회가 열렸던 날 샴페인을 많이 마신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 죽었다는 것이었다. 누가 죽은 것일까. 여자? 아니면 남자? 설마 세 여자 주인공 중 하나가 죽었을까? 이야기는 현재에서 초등학교 퀴즈대회가 열렸던 과거의 시간을 오간다. 퀴즈대회에 참여했던 학부모들의 이야기, 학교측 교장선생님과 반스 선생님의 이야기가 단편적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초등학교 학부모들인 엄마와 아빠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겪어왔던 엄마들의 모습과 비슷해서 혼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누가 어쨌다더라, 이 편과 저 편으로 나뉘게 되어 끊임없이 이 사람과 저 사람과 이야기하는 엄마들. 그 와중에 어떤 남자아이가 이 학교의 영재인 레나타의 딸 아마벨라의 목을 쥔 사건이 이 모든 사건들의 중심에 있었다. 아마벨라는 제인의 아들 지기를 지목하고 엄마들은 폭력을 가한 지기를 학교에서 퇴학시켜야 한다며 탄원서에 서명을 받고 있었다. 아마벨라에게 폭력을 가하지 않았다는 지기의 말에 제인은 지기의 말을 믿었고 한편으로는 자기가 지기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나하는 마음이 들었다. 매들린과 셀레스트는 제인과 제인의 아이 지기의 말을 믿고 지기를 퇴학시키려는 엄마들과 다른 편이 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상처 하나씩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제인은 어떤 남자와 하룻밤을 함께 한 대가로 지기를 낳게 되었고, 매들린은 전남편의 새로운 아내와 그의 아이를 같은 초등학교에서 보아야 했다. 더군다나 딸 애비게일은 아빠와 살겠다고 집을 옮기기까지 했다. 셀레스트를 볼까. 셀레스트와 남편 페리는 피리위 반도에서 그 어느 부부보다도 아름다운 커플로 돈이 많고 행복해 보이는 부부였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페리는 셀레스트에게 폭력을 가하고 있었다. 폭력을 가한 뒤 그는 출장을 갔고 끊임없이 이대로는 살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페리의 돈, 페리를 사랑하는 마음,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폭력에 노출되는 것은 우리나라 뿐만 아닌 것 같다. 세계 어느나라건 폭력에 노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 일반인들, 가정내에서 성인들의 폭력까지 다양한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중고등학교에서는 폭력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도 폭력에 대한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것만 그만큼 사회에 폭력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타인들에게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을수도 있는데 일단 누군가에게라도 말해야 하지 않게나. 정신과 의사 수지가 말했던 것처럼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버리고 전략을 세워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잡는 것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  

 

  꽤 괜찮은 소설이다. 전작인 『허즈번드 시크릿』처럼 세 여자의 생활을 보여주며 말하고자 하는 주제로 다가가는 스토리 텔링이 꽤 매력적이다. 읽다보면 어느새 주인공들의 말에 귀기울이고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하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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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가 사는 집
김상현 외 지음, 전홍식 옮김, SF&판타지 도서관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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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상현실을 나타내는 소설이라. 우리 미래의 삶을 상상해볼 수 있어 즐겁다. 때로는 허황되지만 상상하는 마음대로이므로. 때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 짜릿하다는 느낌까지 든다.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보지 않았던가. 평소에 SF적인 이야기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왔지만 이처럼 영화로도 즐겨왔고, 책으로도 즐겨왔던 일인걸.

 

  이번 책 『조커가 사는 집』을 읽으며 새삼 우리의 상상력은 끝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SF작품을 믿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처럼 많은 발전을 해왔다는 걸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책 속에서는 모두 아홉 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다. 한 편마다 작가의 개성으로 빛나는 작품이었다. 이 책을 읽는동안 공상과학만화나 영화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져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블랙잭을 알지 못하고 그림 정도만 아는 상태에서 「조커가 사는 집」을 읽는 일은 흥미로웠다. 카드 카운팅이라는 거. 머릿속에 각자의 상상속의 카드 집을 지어 놓고 기억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 그 일은 블랙잭을 잘해보겠다는 것으로 시작해서 점점 특별한 기억력때문에 연구소에까지 가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정말이지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읽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런 기억법을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물론 주인공처럼 상상속의 집을 짓는 일이 힘든 일이라는 건 알지만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닐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한때 좀비가 한 소녀를 보고 반한다는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좀비는 우리 상상속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소설에서 자주 다루게 되는 소재가 되었다. 좀비가 나오는 곳에서 그들을 피해 숨어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옥상으로 가는 길」이라는 작품이다. 쓰레기 배출구를 통해 옥상으로 올라가 보급품을 가지고 내려오는 성국씨의 이야기였다. 힘이 있는 자는 어떠한 상황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비록 한때 청소부로 일했지만 그들을 위해 보급품을 가져다 줄수 있는 그의 작은 몸이 힘이었던 것.

 

 

 

 

  수많은 영화에서 지구를 집어 삼키려는 외계인의 침공을 이야기했다. 「장군은 울지 않는다」도 마찬가지. 갓 태어난 쌍둥이가 울지 않아 부모는 불안해하며 무당에게 데려가 굿을 하게 되지만 진짜 진실은 따로 있었다는 것. 왜 제목이 「장군은 울지 않는다」일까 궁금해 며 읽고 있었는데 그들의 진실이 드러나자 실소를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장군이어도 지구에서는 한낱 아기였을 뿐인데.

 

 

 

  만약 자기가 사랑하는 이의 진실한 사랑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마치 저주가 내린 것처럼 고통스러울것 같다. 좋아하는 이의 진실한 사랑이 자신이라면 더할 수 없이 행복한 일이겠지만 내가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자꾸면 사랑하는 이의 곁에 보인다면 사는게 절망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다룬 비틀어진 「큐피드」 트위터에서 듀나라는 이를 팔로우하고 있다. 영화를 많이 보고 주로 영화에 대한 글을 올려 영화와 관련된 일만 하는줄 알았는데 이처럼 소설도 쓴다는 걸 최근에 알았고, 작가의 단편을 처음 읽게 되어 반가움이 일었다.

 

  이외에도 가상현실 공간에서 아내의 죽음을 재구성해보는 「사건의 재구성」, 컴퓨터로 만든 세상속에서 씨앗을 키우려는 나무들의 이야기를 다룬 「씨앗」, 죽은 사람을 살리는 약을 만들어 생체실험을 하는 「지하실의 여신들」, 영화 「메멘토」를 모티프로 한 「도둑맞은 어제」에 대한 이야기까지 모두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우리나라의 SF 소설도 많이 발전을 했구나. 나같은 일반 독자들에게 아직 알려지지 못했지만 이처럼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어도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작품을 읽는 일도 상당히 중요한 일이겠구나 했다. 이런 작품들을 영화로 만든다면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찾아서 읽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가상현실을 다룬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거. 생소한 작가들이지만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야겠다. 기회가 된다면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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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주말 저녁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 교양 역사 토크쇼

「역사저널 그날」의 재미를 온전히 책으로 담았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부터 광해군까지,

한 권으로 끝내는 임진왜란 편,

<역사저널 그날> 4 권이 출간되었습니다.




출간 기념 서평 이벤트

 
1. 
이벤트 신청 기간
- 2015
 10 20 ~ 10 27일까지 
당첨자 발표 : 10 28 (리뷰 작성 기간 : ~11 15)

 
2. 
모집인원 
- 10

 

3. 참여방법
이벤트 페이지를 자신의 블로그에 스크랩 해주세요.(필수)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서평단 응모 링크(https://goo.gl/wiEUIv)를 클릭하여 설문지 작성해주세요.

 

4. 당첨자 미션
도서 수령 후, 10일 이내에 '알라딘'에 도서 리뷰를 꼭올려주세요.
서평이 등록되지 않는 경우 추후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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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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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면은 우리에게 아주 유용한 음식이다. 어렸을 적 라면만큼 맛있는 것도 없었다. 한때는 매 주말 점심은 라면일 정도로 아이들과 함께 라면에 열광했었고, 지금도 밥맛이 없을때 한끼 식사로 라면을 끓여 먹고는 한다. 그리고 캠핑을 갈때면 꼭 라면을 챙겨간다. 집 안에서보다 집 밖에서 먹는 라면 맛은 정말이지 끝내준다. 캠핑을 하며 내가 끓이는 것보다 누군가 끓여주는 라면이 더 맛난데 최고의 라면은 후배의 신랑이 끓여준 라면이다. 김치를 약간 넣고 콩나물을 넣고 라면의 면은 살짝만 익혀 청양고추와 함께 끓인 라면은 정말이지 끝내주는 맛이다. 술 마신 다음날 속풀이에 그만이다. 친구들 가족과 함께 간 캠핑에서 그 라면 맛을 보고 몇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할 정도다.

 

  우리 아버지뻘인 작가가 아직도 라면을 드실까? 라는 물음으로 이 책에 대한 관심을 더했다. 제목에서처럼 그가 직접 라면을 끓여 드실까 라는 생각을 먼저 했었고, 책의 첫 장을 읽으며 작가에게도 라면은 그리움의 맛이구나 라고 느꼈다. 라면에 대한 추억 한두가지쯤 있을 것이다. 주린 배를 안고 먹었던 라면 한봉지. 먼 시골에서의 학교 관사에서 선생님이 끓여주시던 라면 맛이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로 나에게도 라면은 그리움의 맛이다. 작가에게도 라면은 그리움의 맛, 추억의 맛이었을 것이다.

 

  김훈 작가의 이번 작품 『라면을 끓이며』는 지금은 절판된 『밥벌이의 지겨움』『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바다의 기별』이라는 작품 중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만한 산문들을 가려 뽑고, 최근에 쓴 산문을 엮어 만들었다. 첫 장에서부터 밥벌이의 지겨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느 정도 좋은 직장을 다니고 글을 쓰는 작가에게도 밥벌이의 지겨움이 있을까 싶었다. 작가가 말하는 밥벌이의 지겨움을 읽으며 동질감을 느꼈다. 우리 모두는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까. 밥벌이의 지겨움과 힘겨움에 허우적거리고 있으니까.

 

아, 밥벌이의 지겨움!!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  (70페이지) 

 

  밥벌이를 한다는 것은 삶의 비애인 것 같다. 밥벌이를 하므로써 하고 싶지 않아도 어떻게든 살아가야하는 것. 작가는 밥, 돈, 몸, 길, 글에 대한 다섯 가지의 챕터를 정해놓고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행을 떠나는 길 위에서의 생각들, 자식에 대한 애틋함,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들이 글 중간중간에까지 보였다. 그가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또 어떤가. 작년 4월에 일어난 세월호에 대한 생각도 엿볼수 있었다. 한 여자아이가 가지고 있던 물건 중에서 나온 만원짜리 지폐 6장을 바라보며 통곡의 글을 쓴 심정에 우리 또한 눈시울을 붉힐수 밖에 없었다. 한 소방관의 죽음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서도 애써 슬픔을 참고 있는 글이었다.

 

  작가의 글은 묵직했다. 글을 음미하고 문장을 음미하다보니 사흘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다 읽고 나서도 다시 읽고 싶은 문장들이고 글이었다. 그의 주옥같은 문장들을 만나보자.

 

죽을 생각 하면 아직은 두렵다. 죽으면 우리들의 사랑이나 열정도 모두 소멸하는 것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삶은 살아 있는 동안만의 삶일 뿐이다. 죽어서 소멸하는 사랑과 열정이 어째서 살아 있는 동안의 삶을 들볶아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 사랑과 열정으로 더불어 하루하루가 무사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복은 아니지만, 그래도 복 받은 일이다. (137~138페이지)

 

가을은 칼로 치듯이 왔다. 가을이 왔는데, 물가의 메뚜기들은 대가리가 굵어졌고, 굵은 대가리가 여름내 햇볕에 그을려 누렇게 변해 있었다. 메뚜기 대가리에도 가을 칼로 치듯이 왔다. 그것들도 생로병사가 있어서 이 가을에 땅 위의 모든 메뚜기들은 죽어야 하리. 그 물가에서 온 여름을 혼자서 놀았다. 놀았다기보다는 주저앉아 있었다. 사랑은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의 이름이라고, 그 갯별은 가르쳐주었다. 내 영세한 사랑에도 풍경이 있다면, 아마도 이 빈곤한 물가의 저녁썰물 일 것이다. 사랑은 물가에 주저앉은 속수무책이다. (224-225페이지)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마주하는 듯 했다. 그의 글은 그처럼 우리 마음속에 들어왔고 이 가을날 오래도록 우리 마음을 달래주었다.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듯, 그의 글에서 만나는 일상도 우리와 많이 다르지 않음을 그의 글에서 느꼈다. 간결한 문장에서 그의 생각들을 읽고 다시 그의 문장들을 더듬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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