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양이 6 - 너구리 잠든 체하기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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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전 딸아이가 가족 회의도 거치지 않고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분양해왔다. 아토피가 있어 털 알레르기도 걱정되고 반려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키울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분양해 온 고양이를 어쩌지 못하고, 딸아이는 자기 방에서 키웠다. 고양이가 궁금해 딸아이 방에 들어가보면 낯설어서 그런지 책상 뒤로 숨어버렸다. 한달 정도가 지나자 점점 거실쪽으로 나오더니 이제 거실을 활보하고 다녔다. 딸아이가 없을 때 밥을 챙겨주고 집에 들어가면 반갑다고 애교를 부리는데 저절로 마음이 갔다. 손목만한 크기의 아주 작은 고양이에서 이제는 사진에서처럼 많이 자랐다. 밥을 챙겨주려고 서성거리면 먼저 달려가 자기 밥그릇 주변에서 기다린다. 신랑 말로는 내가 넘버 투에서 넘버 원으로 승격이 되었다나 어쨌다나. 그래도 딸아이가 우리집 고양이의 집사이긴 하다.

 

집에서 고양이를 키워서일까. 키우기 전에 보았던 콩고양이 만화가 더 정답게 다가왔다. 그림 하나의 세부적인 면들이 공통의 관심사가 되어 더 자세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고양이들이 하는 행동들마저 공감이 가는 것이다. 다만 만화속에서 아기 고양이들이 둘인데 반해 우리집엔 고양이 하나 뿐이라 외롭다고 느낄수도 있겠다 싶었다.

 

지금까지 6,7권에 이르기까지 콩고양이들을 직접 기르는 부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만화다. 처음 아기 고양이들을 데려온 집사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할아버지와 엄마, 아빠, 오빠들 모두 처음엔 고양이를 기르는데 반대해왔지만 키우다보니 나처럼 어느새 고양이들과 친해진 모습을 보인다. 할아버지 가발을 가지고 노는 고양이들은 주로 할아버지 방에서 잠을 자는 장난꾸러기다. 

 

 

 

집에는 자기가 고양이인줄 아는 개 두식이가 있다. 번역하기를 군대식 말투로 해서 굉장히 재미있는 부분이다. '~~하지 말입니다' 혹은 '~~ 했사옵니다'라고 말한다. 두식이와 콩알이, 팥알이는 이 집안의 귀염둥이이다. 말이 없는 아버지 조차 매일 두식이와 공원 산책을 한다. 아무래도 동물들이 많아서 일까. 너구리가 찾아와 두식이의 밥을 홀랑 다 먹어버리는 가 하면, 커다란 회색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와 역시 두식이의 밥을 빼앗아먹고, 두식이만 보면 으르렁거린다. 아무래도 개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듯 하다. 반면 아기 고양이들인 콩알이와 팥알이를 무척 챙긴다. 그래서 가족들도 회색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갈데 없으면 키울 생각까지 한다. 그래도 혹시 주인이 찾을까 싶어 그림을 그려 전단지를 만들어 붙인다. 

 

나 같으면 길고양이를 키울 생각도 하지 못할텐데, 이 집 가족들은 동물들을 무척 좋아하고 있는 듯 하다. 팥알이와 콩알이 그리고 두식이가 할아버지 방에서 함께 잠을 자는 걸 보며 우리집 고양이를 생각해본다. 우리집 고양이는 아기때 어미로 부터 홀로 떨어져서그런지 이가 나기 시작할 때 사람들을 무는 습성이 있따. 특히 졸릴때는 더욱 물어 성가실 정도다. 잠을 잘때도 혼자 떨어뜨려 놓았다고 거실문을 통해 발코니 창에 다가와 들어오고 싶다고 운다. 방충망을 오르며 애처롭게 쳐다보는데 안쓰러울 정도다. 팥알이와 콩알이처럼 형제가 함께 자라면 더 나을 듯 싶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보니 저절로 애정이 간다. 어렸을적에 고양이는 무섭다고 생각했었는데, 고양이처럼 애교가 많은 동물도 없는 것 같다. 소파나 식탁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면 꼭 가까이 다가와 체온을 닿게 하고 벌러덩 누워 자는 모습을 보면 무척 예쁘다. 언젠가는 딸이 분가할때 데리고 나갈건데 신랑은 벌써부터 내 걱정을 한다. 보내놓고 어떻게 살겠느냐고.  

 

역시 반려동물을 키우며 반려동물에 대한 책을 읽는 것과 키우지 않으며 읽는 것은 전혀 다른 감정을 갖게 한다. 그나마 반려동물에 대한 책을 읽어서인지 거부감은 덜해서 다행이었달까. 전과는 다르게 더욱 공감하게 되었으며 앞으로도 기대하게 만드는 콩고양이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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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7-08-2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물들이 사람 맘 여는 마법을 부리는 것 같아요:) 좋은 인연 축하드려요:);):)
 
드림랜드
신정순 지음 / 비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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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미국은 꿈과 희망의 땅이었다. 그러다가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세탁소나 수퍼마켓, 접시 닦는 일을 하며 지낸다는 이야기에 이민에 대한 생각들이 모두 우리의 판타지 였음을 알게 되었다. 누구나 꿈꾸는 이민이었다가 그래도 내 나라가 좋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달까.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제도와 정치는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했기 때문일까. 필요에 의해 외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들의 삶이 모두다 행복하지는 않으리라.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화려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몇몇이라는 걸 우리는 이제 안다.

 

외국에서의 생활 중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일까. 간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은 언어적인 문제가 클 것이고, 경제적인 문제 혹은 이민 2세들은 인종간의 편견과 갈등 때문에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그곳의 생활을 청산하지 않는 건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다른 면들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현재의 삶을 버리지 못하듯, 생활의 터전을 이루고 사는 삶이기 때문일 것이다.

 

제목에서처럼 신정순의 소설들은 꿈을 향한 미래를 그리는 사람들을 말하는 글이다. 현재는 아프고 상처투성이의 삶이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것이다. 소설에서 보여지는 이민자로서의 삶은 아파보였다. 미국인들보다는 오히려 같은 한국인에게서 상처받는 경우가 많았고, 꿈을 찾아 떠난 곳에서 제대로 된 꿈을 펼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총 다섯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영주권 때문에 아이에게 폭력을 가했다는 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에 몇개월간 들어간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드림랜드」와 멕시코계 남편인 산체스의 사고로 백만 달러의 보험금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한 여자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폭우」이란 소설이 있다. 쌍둥이 오빠의 모든 운을 빼앗았다는 것 때문에 엄마로부터 차별을 받다 엄마의 죽음앞에 마주해 화해하기 되는 이야기  「선택」, 한센병에 걸려 사라진, 친형 보다 가까운 형을 우연히 만나게 되어 그가 걸어왔던 삶의 자취와 신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는 신학생의 이야기  「살아나는 박제」 그리고 인디언 보호구역의 '태양의 눈'을 바라보며 아픈 마음을 치유하게 되었다는 한 남자를 가이드했던 이야기  「나바호의 노래」가 있다.

 

 

 

 

왜, 발목을 잡는 덫이란 게 있잖아요.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해지지 않는 그런 운명 같은 거요. 여기 온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운명의 덫에 걸려 여기 온 것 같아요. 안 그래요? (40페이지,  「드림랜드」 중에서)

 

 

 

다섯 편의 소설의 주인공 모두에게서 소설 속에서 나타난 그들에게서 아픔과 상처를 보았다. 하지만 아픔만 간직하고 있는 건 아니다. 감옥 안에서 백인 남편을 총으로 쏘아 죽인 한국인 여자를 만나 자신의 삶을 좀더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겠다고 마음 먹고 '드림랜드'라 불리지만 언제 흑인들이 총을 들고 침입해 들어올지도 모른 곳에서 불안하지만 그 삶에 도전하는 여자가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두려움은 늘 우리 주변에 내재하는 것. 두려움을 이기고 새로운 삶에 대해 도전하다보면 자존감은 살아나기 마련이리라.

 

이미 가졌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가지게 될 거라고 희망하고 있을 때 기쁨이 더 크잖아요. 제게 있어서 미국은 그러니까 ..... 희망, 그래도. 아직 가지지는 못했지만 앞으로는 가지게 될 거라는 희망을 주는 곳이에요. (110~111페이지,  「선택」 중에서)

 

우리는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미래에 고요한 적막만 가득하다면 금새 삶을 포기해버릴지도 모른다. 현재는 힘들어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기에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희망마저 없다면 그 삶은 견디기 힘든 상처고 고통이다. 여전히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육성으로 듣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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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의 딸 (양장)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이영의 옮김 / 새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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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에서 유시민 작가도 말했지만, 그 유명한 시인 푸시킨의 시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정말이지 너무도 흔하게 어디서든 볼 수 있었던 시 한 구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라는 시를. 유시민 작가처럼 어딘가를 갈 때마다 푸시킨의 시가 적힌 액자가 벽에 걸려져 있었다. 그래서 습관처럼 외우고 있던 시. 얼마나 시가 좋았으면 그렇게 흔하게 사용했을까. 삶이라는 단어 때문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청춘의 독서』를 읽고 그가 소설가 이기도 했음을 알게 되었다. 어디선가 『대위의 딸』이라는 제목을 분명히 본 것 같은데 이 작품이 푸시킨의 작품인줄은 몰랐다.

 

작가는 『대위의 딸』이란 작품에서 표트르 안드레이치라는 청년 장교와 그의 사령관의 딸 마리야 이바노브나의 사랑 이야기와 다른 한편으로 농노 제도를 둘러싸고 반란을 일으킨 푸가초프을 내세워 러시아 역사를 말하는 소설이었다. 성장 소설임과 동시에 러시아 역사소설이었다. 유시민 작가도 말했지만, '로맨스를 빙자한 정치소설'이었던 것이다.

 

수많은 소설에서 그 나라의 역사를 본다. 그 시대가 가진 암울함, 지배계층을 바라보는 농도들의 생각과 정치인들의 사리사욕과 구태의연함을 바라본다. 이런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과감하게 나선 사람들이 역사속에서는 항상 있어왔다. 작가는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소설 속에 나타냈다. 하나의 에피소드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으며, 한 여자를 생각하는 지극한 마음과 변절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게 되는 과정들이 주인공의 신념으로 이겨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소설은 꽤 재미있게 읽힌다. 태어났을 때부터 군대의 중사로 등록이 되어있었던 표트르 안드레이치가 열일곱 살이 되자 장교가 되라는 아버지의 명을 받고 군대로 향하는 여정은 상당히 희극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떠날때 나이 든 하인을 한 명 데리고 갔다가 한밤중 눈보라에 길을 잃었다. 그때 자신들에게 여관까지 길을 안내해 준 사람에게 고맙다는 표식으로 토끼털 외투(그 남자와 전혀 맞지 않은)를 주었다. 그는 농노제도에 대한 반란을 일으킨 푸가초프였다.

 

 

 

한 번의 선의가 자신의 목숨을 살리는 역할을 했다. 마리야를 사랑하는 표트르 안드레이치는 그녀를 구하려 신부의 집에 숨겼을 뿐만 아니라 마리야의 부모님의 죽음을 막을 수 없어 안타까워했다. 소설에서 요새의 사령관 부인이 그 곳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었다. 사령관인 남편과 젊은 장교들의 숙소와 행동 하나까지 관여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예나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 또한 들었던 게 사실이다.  

 

소설은 마치 로맨스 소설의 공식처럼 해피엔딩을 다룬다. 우연히 들른 곳에서 한 여성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표트르 안드레이치를 감옥에서 구하고, 처음에 반대를 했던 그의 부모에게까지 인정을 받았다. 이런 고전 작품을 읽으며 느끼는 것이 190여 년 전에 쓰여진 소설이지만, 현대 소설 못지 않게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일 것이다.

 

잘가거라, 표트르. 충성을 다해 복무해야 한다. 상관의 명령에 절대복종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아첨을 해선 안 된다. 또한 공을 세우려고 함부로 나서도 안 되지만, 근무를 게을리해서도 안 된다. '옷은 새것일 때부터 아끼고, 명예는 젊어서부터 지켜야 한다'는 말을 깊이 새기도록 해라. (18페이지)

 

위 문장에서 보면 아버지는 아들에게 삶의 지혜가 될 만한 말을 한다. 군인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하지만 굳이 경거망동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공산주의 국가의 특성상 모든 작품은 검열을 받았다. 쇼스타코비치가 만들었던 음악도 공산주의 체제에 어긋나지 않는가 검열을 받아야 했고, 푸시킨의 소설 또한 마찬가지였다. 검열을 거치고 난 작품이라 푸시킨이 말하고자 하는 정치적 내용이 많은 부분 삭제되었을 거라는 생각은 어쩌면 당연했다. 아울러 책의 뒷편에는 소설에서 생략된 장이 수록되어 있어 상상했던 일들을 읽어볼 수 있게 했다. 좋은 작품을 선별해 읽어야 한다는 것. 우리가 왜 고전을 읽는지 그 의미를 일깨우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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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스페셜 에디션)
박민규 지음 / 예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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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억이란 얼마나 믿을 것이 못되는가. 기억들은 때로 자신의 생각대로 변형되어 나타난다. 똑같은 상황에서 같은 경험을 했어도 그때의 내가 어떻게 생각했느냐에 따라 기억 조각들은 다르다. 같은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역시 조금씩 다르다는 걸 경험할 수 있다. 하물며 책도 마찬가지다. 8년 전에 읽었던 소설의 전체적인 내용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작가가 나타내고자 했던 내용, 즉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는 거. 그때의 느낌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었다는 거. 작가에 대한 호감을 높였다는 거.

 

이런 기억들을 가지고 작가의 스페셜 에디션을 읽는 즐거움은 기억을 확인하는 작업 혹은 그때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나는 8년전과는 다른 또다른 감동을 느끼게 된다. 잊고 있었던 감동, 가슴뭉클함. 이런 이야기를 빚어낸 작가의 필력에 다른 감정들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책 내용과는 별도로 그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다른 감정들을 보게 된다. 아빠에게 버림받았던 남자, 버림받은 거나 마찬가지였던 요한, 그리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늘 고개를 수그리고 다녔던 한 여자의 아픈 삶이 못내 가슴에 와닿았다.

 

이런 소설을 읽을 때면 드는 생각이 내가 이 소설 속 상황에 있다면 못생긴 여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나 또한 소설 속 다른 여자들처럼 그녀를 무시하고, 그녀와는 말 한 마디 섞지 않을 것인가. 나 또한 이성을 바라볼 때 다른 것 보다는 외모를 먼저 보게 되는데. 친구들에게 농담처럼 얘기하지만, 나는 잘생긴 사람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란 걸. 마치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나도 소설 속 백화점에 근무하는 여자들처럼 속물이었구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분명히 잘생긴 남자가 못생긴 여자를 사랑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처음 만났던 장면을 다시 읽으며 나는 잠시 충격에 빠졌다. 남자가 여자가 너무 못생겨서 그를 얼어붙게 만들었던가. 내 기억이 잘못되었던가 싶었다. 못생긴 그녀이지만, 자꾸 눈이 가는 거. 그것이 그에게는 사랑이었을까. 요한의 말처럼 동정이 아니었을까. 누구라도 요한처럼 질문했을지도 모른다. 어떤 남자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못생긴 여자였으니까.

 

그 친구를... 좋아하고 싶은 거니, 아니면 좋아해주고 싶은 거니? (131페이지)

 

잠시 여기서 생각해봐야할 게 있다. 물론 배우로서 다져진 이미지겠지만, 나는 못생긴 배우 유해진을 좋아한다. 어떻게 보면 진짜 못났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가 가진 진정성, 그가 가진 유머를 사랑하는데 못생겨도 어필하는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안다. 못생겼지만 여자는 책과 음악에 대한 깊이가 있었다. 많은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감정들을 그것들과 나눴던 것이다. 그녀와 그를 이어주는 요한이 셋이서 늘 만나던 켄터키 옛집에서의 대화. Beer를 Bear로, Hof를 Hope로 잘못 표기된 그곳에서 그들은 성장을 했다.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희망을 찾아 떠나는 길처럼 그곳은 그들의 희망을 향한 기착지였다. 우정과 사랑, 사랑과 사랑에 대한 끝없는 질문을 했던 곳이었다.   

 

 

「시녀들, 벨라스케스, 1656」

 

지금 이 시대는 외모지상주의다. 초등학교, 중학교 다닐 때부터 성형수술을 하며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고자 한다. 사실 거의 대다수의 남자들은 못생긴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성격이 나빠도 예쁜 여자만을 좋아하는데, 오죽하면 남자가 따지는 조건 중 첫 번째도 이쁜 여자, 두 번째도 예쁜 여자일까. 아이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부모는 아이의 성형수술을 해주는 것 같다. 처음 읽었을 때도 든 생각이었지만, 다시 읽을 때도 드는 생각이 여자가 성형수술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물론 1985년도라는 소설의 시점상 성형수술은 지금과는 다른 의미였을지도 모른다. 그 여자가 가진 경제적 상황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마 여자가 가지 자신감 결여, 수군대는 남자들의 시선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려는 그녀가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부끄럽지 않은지, 또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곧 부끄러워지는 게 아닐지... 모르겠어요. 나는 그저 나 자신을 납득하기가 힘든 거예요. 문제가 많은 여자죠. 그리고 두려워요. 굳게 잠긴 그 방에 누군가 찾아온다는 것이... 들어올 것 같다는 것이... 언젠가 문을 열게 된다면 이제 다시는 그 문을 닫을 수도, 잠글 수도 없다는 걸 느끼고 있는 거예요. 문이 활짝 열린 채로 버려진 방을 가져야 한다면 그래서 다시 그곳에 혼자 남게 된다면... 세상의 빛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211~212페이지)

 

그녀의 말 중에 아프게 다가오는 말이, '부끄럽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못생긴 여자와 함께 다니는 그가 부끄럽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들이 많은 곳 보다는 없는 곳을 거닐었던 여자의 심정이 못내 아팠다.

 

누군가를 사랑한 삶은

기적이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았던 삶도

기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361페이지)

 

한 남자의 절절한 고백이 마치 액자소설처럼 쓰여졌다.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지만, 희망(hope)으로 포장했던 그 사랑이 그래도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다. 여기에서 우리는 하나의 질문을 건네받을 수 있다. ' 못생겼어도 나를 사랑해 줄 건가요?' 아내의 이 질문으로 인해 탄생한 소설. 이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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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08-10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근래 소설가 중에 박민규를 좋아하는데, 아니 했는데... 표절 시비가 나와서 조금 시들해져버렸지 뭔가요 ㅜ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정말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2017-08-10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1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0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eeze 2017-08-10 11:10   좋아요 0 | URL
네에. 다시 읽어도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

물감 2017-08-25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을 최근에 읽어서 그런지 리뷰만 봐도 아련해져요... 잘 읽고 갑니다ㅎㅎ
 
아바나의 시민들 슬로북 Slow Book 1
백민석 글.사진 / 작가정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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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의 풍경은 아름답다. 비록 사진으로 만나는 풍경이지만, 그곳의 풍경을 전하는 말을 읽다보면 저절로 상상의 나래를 편다. 뜨거운 태양 아래, 그 자리에 서 있는 오래된 건축물들,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어리거나 젊거나 늙은 사람들. 여행자들의 발길로 붐비는 곳이 될 수도 있고, 여행자들이 적어 한산한 거리의 풍경을 만날 수도 있는 곳. 직접 가보지 못하지만 사진 속에서, 작가가 뿜어내는 글 속에서 그곳의 풍경을 그린다.

 

새빨간 표지의, 어쩐지 강렬한 붉은 태양 같기만한 눈부신 표지 속에서 우리는 아바나라는 도시의 강렬함을 느낀다. 백민석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에 그만 눈을 감을 뿐이다. 백인이거나 갈색의 피부를 가졌거나 아예 검은 피부를 가진 사람들의 풍경이 보인다. 젊은이들으 젊은이들 대로 젊음을 발산하고 아이는 아이대로 순수하고도 부끄러워하는 미소를 짓는다. 늙은 노인들은 그 자리에 붙박이처럼 있으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민다.

 

잠시의 스쳐지나감이 아닌 한동안 머물고 있었던 작가는 아바나의 이곳 저곳을 떠돌았다. 배낭을 메고 카메라를 들고서 거리를 걸었다. 거리의 풍경들을, 거리의 풍경이 된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그곳 아바나는 이미 추억의 풍경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비가 오는 날, 사진을 찍고서 카메라를 가방에 넣었다. 가방의 지퍼를 채 닫지 못하고 비오는 거리를 우산을 쓰고 걸었다. 배낭 속 카메라는 우산에서 내리는 빗물로 젖어갔고, 고장이 나 버렸다. 아바나는 카메라를 제대로 구할 수 없는 곳이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녀봐도 구할 수 없어 결국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나머지 풍경들은 머릿속에, 가슴 속에 깊이 새겼다. 물론 저렴한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긴 했다. 사진을 찍어야 하므로.

 

사진으로 채 보이지 않는 풍경은 머릿속에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저장된다. 시간이 가면 흐릿해지는 기억일 수도 있지만, 한동안 선명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 빗 속을 우산이 있다며 힘차게 걸었던 작가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카메라가 젖어가는지도 모른 채, 우산을 들고 힘차게 걸었을 작가의 당당함을. 곧 비에 젖은 카메라를 발견할 테지만, 이것 또한 여행의 한 풍경이 아닐까 싶다.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무언가를 새롭게 찾게 되는 것들. 

 

 

아바나에서는 아주 오래된 원색의 월드카 행렬이다. 빨간 색 혹은 파란색의 클래식 카가 아직도 거리를 달리고 있다. 피델 카스트로에 의해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했고,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를 혁명으로 이끌었던 체 게바라의 나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물라토라 불리는 백인과 흑인의 혼혈족이 국민의 반을 차지하는 곳이다. 백인이 가장 많고 좀더 희거나 좀더 갈색이거나 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그곳의 풍경을 작가는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영화속에서나 보았던 사람들의 에너지가 넘치는 곳, 뜨거운 열정과 수줍은 표정을 간직한 아바나의 시민들의 모습이었다.

 

 

 

아바나의 진정한 볼거리는 자연경관이나 유적보다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아바나의 현재를 구성하는, 과거를 짊어지고 미래를 향해가는 시민들인데.  (136페이지)

 

작가는 '당신'이라는 표현으로 아바나의 풍경들을 전한다. 그의 말처럼 자연 경관이나 유적들을 나타내는 사진보다는 아바나 시민들의 모습들이 있는 사진들이다. 제복을 입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사람들, 교복을 입은 모습으로 수줍은 표정으로 포착된 학생들. 그리고 인생의 한 부분을 열정적으로 보내는 젊은이들의 즐거워 보이는 표정들. 그들의 자유로움과 생동감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작가는 그런 아바나의 사람들을 담았다.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본 풍경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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