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이 책의 리뷰를 쓰며 많은 위안을 받았었다. 아마 나에게 생소한 작가이며 또한 보노보노의 이야기 또한 처음이어서 그다지 기대를 안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보노보노의 짧은 만화를 보며 느꼈던 이런저런 감정들을 담은 저자의 에세이가 요란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왜  그 있잖나. 자분자분 건네는 말투. 그게 좋았다.

 

때로는 가만가만히 이야기할 때 그 사람의 말이 더 가슴속 깊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작가의 글처럼.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에세이집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이었다. 아마 책이 출간되고 한동안 베스트셀러에도 올라와 있고, 이번 윈터 에디션을 읽으며 살펴보니 벌써 24쇄라고 하니 그 인기가 실감된다.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덕분에 우리나라 독자만을 위한 표지를 만들어  선물같은 윈터에디션을 선보였다.

 

벌써 크리스마스가 온것처럼 설레는 빨간색 표지다. 보노보노와 친구들도 모두 빨간색 모자를 써 겨울을 빛냈다. 무엇보다 한겨울의 크리스마스는 빨간색이 갑이라고 할 수 있잖나.

 

 

 

 

작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었는데, 역시나 비슷한 대목에서 감동을 했던지 포스트 잇을 붙이고 있었다. 그리고나서 작년에 썼던 리뷰를 다시 훑어 보았다. 달라진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작년에 리뷰를 쓸때는 살아계셨던 엄마가 올해는 계시지 않는다는 거다. 포로리와 아빠는 매년 꽃구경을 갔다. 포로리 아빠가 할아버지 병간호를 하느라 못갔던 꽃구경을 나중에야 가게 되었는데 노인네들과 하는 약속은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고 하며 젊은이들에게는 내일 혹은 내년이 있지만 노인네들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었다. 그 말이 나에게 다가올 줄이야. 리뷰를 쓴 뒤 몇개월 뒤에 엄마가 돌아가셨으니 어른들 말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왜 잃은 뒤에야 소중함을 깨닫는 것일까. 영원히 살아계실 것 같은 부모가 어느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사실이 가슴아프다. 비록 몇 컷의 만화로 이루어진 것이며 동물들의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에는 새겨들을 말이 많다는 것이다.

 

 

 

 

매일 쓸데없는 짓만 벌이는 것 같은 보노보노와 친구들에게도 그들만의 관계 유지의 기술이 있다. 그건 상대라는 존재를 '그러려니'하는 마음이다. (31~32페이지)

 

때로 우리는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고 그가 없을 때 뒷말을 하고 이해할 수 없어한다. 하지만 사람이란 건 자기만의 고유한 행동이나 생각이 있지 않나. 하물며 가족도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하는데 다른 사람이야 오죽할까. 너부리의 괴팍함이나 보노보노의 소심함을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것 또한 그를 아끼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그 사람의 고유한 특성을 바꿀 수는 없다. 그 또한 아무리 변하려고 해도 되지 않는 게 있는 것처럼.

 

 

 

 

각설하고, 이 책을 아직 안보신 분이 있다면 윈터 에디션을 구매해서 보셔도 좋을 듯 싶다. 흰색 바탕에 보노보노가 그려진 표지보다는 윈터에디션이 훨씬 사랑스러우므로. 문득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판본별로 소유한 내가 바보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똑같은 내용의 책을 왜 몇 권씩이나 사는가. 단지 표지가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하지만 책을 그렇게 판본별로 구매해본 사람만이 가지는 즐거움 혹은 행복감이 있다. 소유하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거리고 받았을 때의 기분을 즐기는 것이다. 다시 읽어도 좋은 김신회 작가의 글이었다. 특별한 선물같은 책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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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1-28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까 윈터 에디션이 나오는 책들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이 책도 처음 표지도 좋았지만, 이 표지가 더 예쁜 것 같아요.
breeze님,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Breeze 2018-11-29 14:4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사랑받는 책이 있으면 여러 판본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싶은게 출판사의 전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
 
블러드맨 모중석 스릴러 클럽 45
로버트 포비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는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주인공과 함께 호흡하는 데 있다. 주인공에게 강하게 이입되어 왜 살인을 저질렀는가, 무작위인가 아니면 원한 관계에 있는가가 관건이다. 하지만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이유를 찾지 못할 때 답답하다. 대개는 독자는 살인자를 알지만 살인범을 찾는 형사나 탐정은 모르는 경우도 있고, 미묘하게 살인자를 감춰 독자를 더 긴장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작가의 첫소설이라는 이 작품에서는 살인자가 누구인지 쉽게 추리하지 못하는 장치를 두었다. 혹시나 하고 의심을 했지만 결말은 처참하다.

 

삼십여 년만에 찾아온 아버지 집. 알츠하이머인 아버지 제이콥 콜리지는 집에 불을 질렀고 화가로서 그림을 그릴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 정리되어 있지 않은 작업실과 침실은 드나들 수 없을 정도로 문을 닫아 걸었고, 아버지는 핏빛이 만연한 회색의 그림자를 그려두었다. 그리고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한 여성과 아이로 보이는 시체가 발견되었다. 산 채로 살가죽이 벗겨진 처참한 광경이었다. FBI 특별수사관 제이크 콜은 직관적 기억력이 뛰어나 사진처럼 완벽하게 기억한다. 사건 현장을 보면 범인이 남긴 미세한 특징을 잡아내고 그들의 시그니처를 해독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살인 현장에서 맞딱드린 광경은 처참했다. 과거 삼십여 년전의 사건을 떠올렸다. 자신의 어머니 또한 같은 방법으로 살해되었다. 살갗을 도려내어 그저 한때 사람이었던 핏빛 물체가 된 처참한 광경이었다. 살인자의 말이 들리는 듯 했다. 그 놈이 나타나 머릿속을 헤집었다.

 

아버지는 왜 불을 질렀을까. 그가 삼십여 년동안 그린 그림은 어머니를 죽인 '그 놈'의 얼굴을 가리켰다. 사람의 형체를 지녔으나 얼굴이 없는 그림이었다. 아버지와 말을 하지 않고 지냈지만 그가 왜 그 그림을 그렸는지 알 수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답답한 것은 아버지는 왜 제이크에게 쪽지나 편지로 말하지 않았는가 이다. 수수께끼 안에 수수께끼를 감춰 둔 형국이랄까.

 

 

 

블러드맨이라는 존재는 제이크의 아들에게도 나타난다. 마룻바닥의 남자가 되어 자신과 관계되는 사람들을 죽여 나간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그가 안타까워 아내인 케이와 아들이 찾아와 그 놈이 자기의 아들과 아내에게도 해를 가할까봐 두렵다. 그리고 몬탁 섬에는 1938년도에 찾아왔던 허리케인 딜런이 당도할 예정이었다. 허리케인의 눈이 몬탁을 향하고 있었고, 몬탁 주민들은 내륙으로 거의 대피한 상황이었다.

 

블러드맨은 누구를 죽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연습삼아 죽였던가.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의 간호사와 그를 위해 픽셀단위로 그려진 그림 사진을 동영상으로 보고 퍼즐을 맞추어낸 소녀와 그 엄마까지도 살해당했다. 블러드맨은 제이크를 옥죄어 오고 있었다. 아버지는 누구를 그리려고 했던가.

 

소설이 결말을 향해 갈수록 추악한 진실이 드러난다. 그러고보면 소설 곳곳에 독자들이 눈치챌 수도 있는 장치를 심어 두었다. 깊이 생각해보면 알수도 있는 단서를 놓치는 수가 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

 

이윽고 드러나는 진실은 추악하다.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소설의 소개처럼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사이코 패스적 성향을 지닌 살인범, 그를 가리키는 수많은 단서들. 드러난 충격적인 진실은 그저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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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손톱과 밤
마치다 나오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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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고양이에게, 개를 키우는 사람은 개에 관한 글에 매료되기 마련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밖에서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할 때 그들의 이야기를 하는게 이해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내가 그렇다. 고양이의 행동 하나, 울음소리에도 반응을 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상대방은 조금쯤 지겨워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림책을 받아들고 기쁜 마음에 책장을 넘겨 보았다. 유치원생들이 봐도 좋을 몇 문장 되지 않은 책이다. 그림 또한 아주 단순하며 스토리 또한 짧다. 한 달에 한 번씩 고양이 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수많은 고양이들이 어두운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무언가를 간절히 기다린다. 드디어 구름이 걷히고 드러난 건 하늘의 조각달이다. 사람에게는 조각달, 수많은 고양이들에게는 밤하늘에 떠 있는 그들의 손톱모양이다. 조각달의 모습을 그들의 손톱 모양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기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본다.

 

 

 

 

고양이를 직접 키우는 작가는 고양이 모습을 그대로 그렸다. 마치 사진처럼 선명한 그림이다. 고양이의 동작 하나도 그저 반갑다. 발톱을 혀로 핥는 모습을 사진 찍으려고 했더니 벌써 다른 행동을 하는 고양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만이 느끼는 즐거움일지도 모른다.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길고양이들에게도 관심이 간다. 이 추운 겨울날을 어찌 버틸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날이 추워지면 고양이는 방금 들어온 차량의 본네트 위에 앉았다가 열이 남아있는 엔진 쪽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모르고 차량을 출발했다가 차량 밑에서 죽은 고양이를 발견한다고도 한다. 안쓰러울 뿐이다. 그렇다고 내가 키워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안타깝다.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하늘에 떠 있는 조각 달의 모습을 그들의 손톱 모양으로 보는 작가의 시선에 동감을 표한다. 나이가 들수록 잠이 늘어나 늘 누워있다가 어슬렁 거리며 다가와 자기의 꼬리를 사람에게 치는 행동을 하는 고양이. 겨울철 극세사 잠옷을 입고 극세사 이불에 누워있으면 사람의 몸에 올라와 끊임없이 꾹꾹이를 하는 모습에서 더한 애정과 어미 젖을 빨던 습관적인 행동에 애잔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꾹꾹이를 하는 고양이. 침대 발치에 가로로 대자로 누워 우리의 잠을 설치게 하는 고양이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낸다. 사랑스러운 고양이 그림책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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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즈음 2018-11-19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양이를 키우다보니, 고양이 관련 책은 더 반가워요. 그전에도 고양이 책은 많이 봤는데. 이 책도 읽어야겠네요. 사진속에 고양이가 breeze님의 고양이 인가요?

Breeze 2018-11-19 21:18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털 알레르기 있었는데 그것도 사라졌답니다.
 
조선 왕 독살사건 1 (양장 특별판) - 문종에서 소현세자까지 조선 왕 독살사건 (양장특별판)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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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시선이 어떤 쪽을 향하느냐에 따라 역사적 시각도 달라진다. 수많은 역사서 중에서 정조가 정순왕후에 의해 독살되었다고 주장한 학자들이 있는가 하면, 독살되지 않았고 사도세자의 죽음을 바라 본 홧병이 그를 죽음으로 이끌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역사서를 읽는 독자들은 정조 독살설이 유력하다고 믿는다. 정조가 죽었을때 정순왕후가 보인 행보에서 충분히 예상할만하지 않는가.

 

이러한 시각을 조선 왕조의 독살 사건으로 바라본 역사서가 바로 이 작품이다. 조선의 근간을 마련했던 태조와 형제의 난을 일으켜 왕이 되었던 태종의 피의 전쟁이 있었기에 세종은 문화 중흥의 시대를 열어갔을 것이다. 세종의 업적 중 많은 것들은 세자 시절의 문종이 함께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을 이어 왕위를 이어받은 문종의 독살설에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저자가 바라본 시각에 의해서겠지만, 이미 수양대군 시절의 세조가 자기 세력을 모았고, 문종 시절에서부터 독살에 관여했다고 보았다.

 

누군가가 죽임을 당했을때 가장 이익을 본 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독살설의 배후를 짐작할 수 있다. 많은 사료에서 세조가 즉위했을 때 문종의 종기에 맞지 않은 음식을 처방했던 의원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왕이 즉위를 하게 되면 소위 공신들을 정하기 마련인데, 1등 공신세력들 중에서 문종 시절의 의원 이름이 있는 건 이미 그때부터 왕위에 대한 욕망이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독살설로 유명한 왕이 정조와 인조의 질투를 산 소현세자일 것이다. 소현세자에 대한 이야기는 소설로도 나타났지만, 청나라의 심양에서 볼모로 잡혀가 있으면서 세계의 정세를 익혔던 소현을 민심이 그에게 가 있다는 이유로 독살했을 것이라는 설이 있었다. 사료들에서, 소현세자의 독살설을 주장하는 글들에서 거의 확신으로 바뀌게 된다.

 

수많은 가정을 할 수 있다. 소현세자가 죽지 않고 왕이 되었더라면 우리나라는 지금과는 다른 조선이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문종이 일찍 죽지 않고 오래도록 왕위를 이어갔다면 조선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알수 없는 일이다.

 

또한 정조의 손자이자 순조의 아들인 효명 세자의 독살설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물론 저자의 시선으로 따라가다보면 그가 주장하는 모든 것이 정설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이끌었던 노론 벽파가 정조의 죽음 이후 다시 정권을 잡은 경우는 그 의심을 더하게 된다. 아직 연치가 어려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가 순조의 수렴청정을 하게 되었는데, 순조는 일찌감치 효명세자에게 대리청정을 하게 했다. 어린 시절부터 영특했던 효명세자가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효명세자가 제대로 정치를 펼쳐보기도 전에 생을 달리했다. 이는 순조와 달리 노론 벽파인 안동 김씨의 세력에 반격을 가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신의 정적들을 과감하게 제거해 권력을 유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조선은 왕조의 나라임과 동시에 신하의 나라이기도 했다. 왕이 모든 권력을 갖고 있을 것 같지만 왕이 하고자 하는 일에 신하들이 무조건 따라주지는 않았다. 왕의 의중을 알고 있으면서도 당파가 내세우는 의견에 동조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에 해가 되는 왕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광해군을 몰아내 인조 반정을 일으킨 것도, 폐주 연산군을 몰아내 중종반정을 일으킨 것도 신하들이었다.

 

권력을 가지려는 자와 유지하려는 자의 싸움이 바로 당파간의 전쟁이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권력 유지를 위해 당파가 나뉘게 되고 왕의 죽음까지도 불사한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일을 도모하고 만약 그들이 내세웠던 새로운 왕이 탄생하면 바로 그들의 세상이 되는 것임을 알기에 그랬을 것이다. 어떤 세상을 추구하느냐 보다 자신들이 이익이 더 컸던 자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글이었다.

 

마치 소설처럼 흥미롭게 읽힌 역사서이다. 역사서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가 의문스러울 정도로 왕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과 그에 대한 결과를 제시했다. 수많은 역사 소설과 드라마 혹은 영화로 제작되어 역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다채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면 우리의 역사에 직접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우리의 미래도 예견할 수 있다.

 

조선 왕의 독살이란 코드로 바라보는 조선의 역사를 제대로 짚어낸 역사서이다. 역사에 관심이 없거나 어렵다고 여긴 독자들도 충분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누누이 말했지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자기들의 권력에 도움이 될 왕을 내세웠던 자들의 기록이므로 사실과 다르게 기록되었을 수도 있다. 기록된 역사의 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역사서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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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8-11-12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두 권으로 내용 더 넣어서 다시 나왔나 보네요.
전 이 책 읽다보면 이 사람들.. 살아서 정치 했더라면 지금보다 나은 세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재미있지만, 또 가슴 아프기도 했습니다.

Breeze 2018-11-13 19:43   좋아요 0 | URL
원래도 두 권이 아니었나요? 구간을 보니 두 권이었거든요. 역사서를 읽다보면 정말 안타까운 죽음들이 많아요. 권력을 위해서 왕을 죽이기까지 한다는 사실이 무섭고요.
 
프랑스어의 실종 을유세계문학전집 95
아시아 제바르 지음, 장진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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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문학 작품 속에서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배운다. 수많은 작품들을 읽지만, 세계의 역사를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문학 작품을 접하게 된다. 그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소설 속 사건 혹은 역사에 대해 알아보거나 소설속 내용을 이해하려 애쓴다. 아시아 제바르의 작품 『프랑스어의 실종』도 내게는 숙제처럼 여겨지는 소설이었다. 일단 프랑스와 알제리의 역사를 모르는 상태에서 이 소설을 백 퍼센트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작가의 시선에 다가가고자 했고, 소설 속 인물들을 이해하고자 했던 독서였다.

 

아시아 제바르가 누구인가. 알제리에서 태어난 작가는 초등학교 교사인 아버지 덕분에 아랍의 여자 아이들과는 달리 일찍 결혼하지 않고 프랑스 학교를 다녔다. 알제리 여성으로는 최초로 세브르 여자고등사범학교에 입학했다고 하는데, 이 시기에 여자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 된다. 작가는 평소에도 언어, 역사, 여성에 관한 문제를 다룬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은 남자지만 그의 어머니와 할머니 혹은 그가 만난 여성의 목소리로 역사 속에서 여성에 대한 생각들을 만날 수 있다.

 

소설 속 중요한 역사는 프랑스의 식민지로 있었던 알제리의 독립 운동이다. 독립운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감옥에 갇혔다. 알제리가 독립된 후 많은 사람들은 프랑스로 이주했고, 자기의 고향에 쉽게 돌아오지 못했다. 소설 속 주인공 베르칸은 20년 동안 프랑스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연인 마리즈와 헤어진 후 고향인 알제리로 돌아오게 되었다. 알제 근처의 바닷가 마을에서 살다가 어린 시절의 추억이 살아있는 카스바에 가지만 그곳은 이미 그 시절의 카스바가 아니다. 

 

글을 쓰고 싶었던 베르칸은 바닷가에 면한 집에서 마리즈에게 그리움의 편지를 쓰고,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되살려 소설을 쓰려 하지만 쉽지 않다. 동생 드리스의 친구인 알제리의 여성 나지아가 찾아오고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여기에서 프랑스 여성 마리즈와 알제리의 여성 나지아는 언어의 대척점이 된다. 프랑스 여성인 마리즈와 사랑을 나눌 때면 알제리 사투리로 말하지만 그녀는 알아듣지 못하고 그에 대한 공허감을 느끼는 데 반해 나지아와 사랑을 나눌 때 터트렸던 알제리의 언어는 비로소 그를 편안하게 한다. 아주 짧은 기간의 사랑이었지만 그에게는 궁극적인 사랑이 되었던 이유다. 

 

 

 

 

너무나도 친근한 그 나른한 목소리. 제2의 언어로 보존하기 위해 그 아랍어 단어들을 이동시키고, 흘려버려야 할까? 우리 모국어로 포명된 그녀의 말들을 나는 그 특유의 음악 속에서 듣는다. 그리고 내게 있어서 프랑스어는 내 숙소의 공간 속에서 반짝이고 있는 관능적 쾌락의 고백을 보존하기 위한 하나의 '좁은 문'이 된다. (153페이지)

 

 

나는 그와 이야기 할 때 사투리만 쓰고 있다오. 상실된 수많은 단어들과 부활한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일종의 언어의 춤 같은 것을 다시 발견했다는 흥분에 싸여서 말이오. (29페이지)

 

소설은 베르칸의 1인칭 시점으로 시작되었다가 3인칭 시점으로 되었다가 다시 1인칭, 그리고 그가 사라진 후의 이야기들을 말하는 3인칭 시점으로 되어있다. 베르칸의 시선으로 바라본 알제리의 독립 운동과 가족에 얽힌 이야기들은 알제리의 역사가 되어 나타난다. 알제리의 여성으로 잠시 사랑의 대상이었던 나지아는 베르칸에게 자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베르칸 또한 나지아에게 알제리의 사투리로 기억속의 고통을 함께 나눈다.

 

베르칸은 나지아와 며칠을 함께 보낸 후에야 글을 쓰게 되고, '청소년'이라는 소설을 완성한다. 소설 속 문장들은 프랑스어와 알제리의 언어에 대한 것들이 많다. 작가가 얼마나 언어에 천착했는가를 볼 수 있는 문장들이다. 수많은 문장들 속에서 언어가 가진 힘, 여성의 지위, 고통의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누누이 말하지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하지만 수많은 작품들 속에서 작가는 자기의 목소리를 낸다. 기록의 역사를 무시할 수 없지만 역사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비로소 진실을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진실의 기록이 허구의 문학 속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내 젊은 시절의 추억을 글로 쓰면서 프랑스어가 내 기억을 되살리는 언어가 되고 있어. (222페이지)

 

프랑스의 여성 마리즈와 사랑을 나눌 때 아랍어를 알아듣지 못했던 것에 대한 답답함. 반면 나지아와 사랑을 나눌 때 마음껏 알제리 사투리를 내뱉을 수 있어 편안함을 느끼던 베르칸 이었지만 위의 문장처럼 자신의 기억들 또한 프랑스어로 쓴 글에서 떠올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랍어로 글을 쓰지 못하고 프랑스어로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것. 그에게 프랑스어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번역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지만, 을유문화 세계문학전집의 번역은 유려하다. 어느 문장을 읽더라도 어색한 면이 없고, 다른 문학전집에서는 볼 수 없는 작품들이 많아 좋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시아 제바르의 작품이 초역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매년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었던 아시아 제바르의 소설을 을유문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아시아 제바르의 또다른 언어의 사유들을 더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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