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 - 한국의 미를 세계 속에 꽃피운 최순우의 삶과 우리 국보 이야기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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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지역에 갔을때 박물관이 있다면 꼭 찾아가 볼 정도로 우리 선조의 얼이 깃들어 있는 문화재를 들여다보는 일이 즐겁다. 아주 작은 파편 하나에도 그들의 삶이 보이는 듯 하고 우리 문화가 얼마나 고고하고 아름다운지 다시한번 실감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과 떠난 유적지에서도 아이들보다 내가 더 즐거워 앞장서서 걸어다니곤 했다. 내가 아는 것에 대해서는 설명을 해주고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설명서를 읽기도 하면서 아이들에게 더 많은 문화 유적을 보여주고자 했고,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알아 주었으면 했다. 전에는 가고 싶은 곳을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다녔다면 요즘의 나는 먼저 우리 문화재에 대한 책을 접하고 그 설명을 기억하면서 유적지를 돌아보고 있다. 우리의 문화유산을 처음 보기 시작했을때와 현재의 나는 좋아하는 기준이 달라진 것 같다. 전과 달리 나는 우리 문화유산 중 아주 소박한 것들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특유의 단아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빛나는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내 마음속의 잡념이 다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 일본이나 중국의 문화유산과는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찾고 알리는 일에 평생을 바친 박물관인 혜곡 최순우에 대한 글이다. 그가 개성박물관 서기에서부터 고등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만년 과장을 거쳐 국립중앙박물관의 관장이 되기까지의 일대기를 담았다. 그의 문화재 사랑, 학력이 짧다는 이유로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려고 우리 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를 박물관으로 이끈 첫 스승 고유섭은 선조가 남긴 문화유산의 가치, 내용, 시대를 연구하는 일도 민족에 이바지 하는 길이라며 조선 백자와 조선미에 대해 공부하기를 바랐다. 당대의 미술에는 그 시대 사람들과 세계관과 우리 민족만의 독자성이 있다는 걸 강조하며 그게 바로 조선미의 진가라는 걸 상기시켰다.

 

 

 백자달항아리

   조선시대 17세기, 보물 제1437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우리의 문화와 유산이 모여 있는 박물관이 왜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알게 된 혜곡 최순우는 평생을 바쳐 박물관을 지켰고 발전시켰다. 그의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은 수많은 그의 글에서도 나타난다. 문화재 해설, 미술 관련 에세이, 논문, 사료해제 등 모두 600여편의 글을 썼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자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서 국보 순회 전시회를 열었다. 또한 박물관의 예산이 없어 구입하지 못한 우리 유물들이 외국으로 밀반출하는게 안타까워 호림 윤장섭을 도와 구입하게 하고, 호림미술관을 여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또한 한국전쟁 중에도 그의 두번째 스승인 간송 전형필을 도와 보화각(현 간송 미술관)의 유물들을 지키고자 했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삼국시대 7세기초, 국보제83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최순우는 우리 문화를 철저하게 우리의 안목으로 보았다.

당시 미술연구 대부분이 일본이나 혹은 미국, 서구적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최순우는 우리말, 특히 사라져가는 옛어휘들을 찾아내어 사용했다. 한국미의 근원은 우리나라 산과 들의 편안하고 푸근한 자연환경에 있다고 주장해 온 그는 개성의 해나무골 고향집과 비슷하게 성북동 집을 한국의 아름다움과 기품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꾸몄다. 작은 꽃밭과 갖가지 나무들을 심어 한옥집을 꾸며 우리나라 한옥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나타내고자 했다.

 

 

사진으로 보는 최순우의 옛집은 조선의 백자달항아리처럼 단아하고 소박하게 보인다. 그곳에 가면 뼛속까지 박물관인으로 살았던 최순우의 발자취를 엿볼수 있을것 같다.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아름다움을 생각했던 최순우의 마음을 깊이 생각할 것 같다. 내년 봄이나 가을쯤에 서울에 가면 성북동으로 가 간송 미술관에 들른후 최순우 옛집을 둘러보고 싶다. 그곳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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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셀러 - 소설 쓰는 여자와 소설 읽는 남자의 반짝이는 사랑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3
아리카와 히로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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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이별을 경험한다. 또한 사랑도 경험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했을때 우리는 영원히 함께 할 것 같은 생각을 한다. 소설속 주인공들도 마찬가지. 거의 많은 소설속 내용들이 사랑을 하다가 결혼을 한다는 등 둘이 하나가 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결말을 느끼게 한다. 솔직히 새드 앤딩이면 마음이 그리 편하지가 않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잘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추리소설속 살인범들도 꼭 잡히기를 바란다. 은연중에 우리는 소설속에서 동화속 결말을 찾고 있다.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결말을. 삶이 힘들기 때문일까. 우리는 해피앤딩을 바란다. 마치 소설 속의 내용들을 우리 실제 삶과 결부시키며 간절하게 해피앤딩을 바라는 것이다.

 

 

최근에 가까운 사람을 병으로 잃었다.

삶이 그렇게 허무하더라. 겨우 삼 년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건강하고 주위 사람들을 살뜰하게 챙기셨던 분이 병으로 인해 바짝 마른 모습으로, 얼굴엔 병마가 깃들어 있는 모습이 그렇게 안타까울수 없었다. 당신이 아픈 와중에도 병에 걸리신 분의 병원으로 그 먼 길을 운전해 와 병문안을 오셨다. 우리는 그 분의 건강을 더 걱정했는데도 말이다. 삶이 이렇게 한 순간 일줄 몰랐다. 우리가 겪어야 할 일들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하긴 싫은것 같다. 애써 외면하고 싶은 게 더 솔직한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 한 남자와 한 여자. 같은 회사에 다니지만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우연히 알게 된 사실,  소설을 쓰는 여자라는 걸, 그 소설을 읽었을때 그 어느 누구의 작품보다도 좋았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남자, 둘은 사랑에 빠졌다. 한 사람을 위한 소설 쓰기와 오로지 그녀가 쓴 소설이 좋아 읽고 싶어한 남자. 좋아하는 작가를 만난다는 일은 왠지 상상 속의 일처럼 그렇게 느껴진다. 작가를 동경하고 작가를 만난 기쁨에 어쩔줄 모르는 그 남자의 모습이 마치 내 모습처럼 그렇게 오버랩되었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글을 읽고 싶은 마음에 책 욕심을 마구 부리는 사람으로서 같은 마음이었기에 공감을 했다. 그렇게 사랑해서 결혼한 그들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찾아온다.

 

작가가 돼서 기뻤어. 나는 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날 수 있다는 걸 당신이 가르쳐줬잖아. (104페이지 중에서) 

 

Side A의 이야기는 Side B의 내용과 이어지고 또한 서로 맞물리며 다른 이야기인듯, 같은 이야기인듯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을수 있을까 싶었다. 작가의 상상력이 빚어 낸 산물. 되도록이면 해피앤딩을 꿈꾸는 우리에게 죽음을 이야기하는 이야기는 조금 피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죽음에 이르러서도 끝까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여자와 남자를 보며 이들의 모습이 애틋하기도 하였다. 또한 끝까지 유머를 잃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모습은 상대방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사람들이었다.

 

 

연애소설을 맛깔스럽게 쓰는 아리카와 히로가 실제 남편의 모습들을 참고한 자전적 소설이라 한다. 작가들의 글에서 자신들의 생각과 전에 있었던 일들이 나오기 때문에 우리는 은연중에 작품속 주인공 들의 모습에서 작가를 연상한다. 작가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이런 모습이 보이는구나 하고 작가에 대해서 깊이 공감하고 그 공감속에 교감하기도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도 그랬다. 소설을 쓰는 작가와 소설속 여자 주인공, 아내가 쓰는 소설이 좋아 읽는 남자와 역시 소설속 소설 읽는 남자의 모습이 실제 작가의 삶인듯, 소설인듯 그렇게 느껴졌다.

 

 

소설 읽는 내가 소설 쓰는 남자를 만났다면 내 삶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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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 가쁜 사랑
폴 세르주 카콩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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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의 책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거의 천재적인 그의 글솜씨에 반해버리고 말 것이다. 단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말이다. 나도 아는 작가분으로부터 로맹 가리의 책을 소개 받고 처음 읽은 책이 새벽의 약속』이었다. 로맹 가리가 어머니를 추억하는 자전적 소설로 자식에게 모든 것을 걸고 너는 예술가가 될 것이다, 외교관이 될 것이다 라고 간절한 염원을 했던 모성애가 그려졌던 작품이었다. 그후 『자기 앞의 생』을 읽었다. 에밀 아자르 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써 공쿠르 상을 받았던 작품. 열네 살의 모모와 자신을 돌봐 주었던 로쟈 아줌마에 대한 이야기로 가슴속에 굉장한 울림을 주었던 책이었다. 그 뒤로 그의 책을 더 읽어보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열렬한 포옹이라는 뜻을 가진 비단뱀 그로칼랭을 키우는 평범한 회사원의 이야기인『그로칼랭』을 읽으며 도시인의 우울한 삶, 고독 등을 느낄수 있었다. 그의 글마다 다 다른 특색이 있었으며, 읽다 보면 내용에 쏙 빠지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삶, 외교관이면서도 천재적인 소설가였던 이, 또 숱한 여자들과 염문을 뿌렸던 이 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진 세버그를 만났다. 아내 레슬리가 있는 상태로. 또한 진 세버그도 누군가와 이미 결혼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이들은 서로 한눈에 반해 버리고 만다. 서로에게 매혹된 그들은 그 마음을 멈추지 못한다. 서로에게 달려가는 마음을 어쩌지 못해 세상 사람들의 비난과 수근거림에도 그들은 함께 한다. 한 사람 만을 바라보며. 서로에게 유일한 사랑이 아니었음에도, 그들은 헤어진 뒤 곁에서 지내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 입에 권총을 물고 자살한 로맹 가리와 실종된 지 열흘 만에 자동차에서 죽은 채 발견된 진 세버그의 의문스러운 죽음에서도 그들은 닮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진 세버그의 사진들을 훑어 보았다. 사진에서처럼 짧은 커트 머리의 아주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발랄하고 풋풋해 보이는 그녀. 스물한 살의 진 세버그와 마흔다섯 살의 로맹 가리. 스물네 살의 나이 차이. 누구라도 사랑에 빠지고 말 진 세버그였다. 그런 그녀가 흑인 인권 운동에 뛰어 들어 점점 추락하며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나는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사랑 이야기를 세기의 사랑처럼 영화적인 면을 은근히 기대했었나 보다.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하고, 그들의 아들 알렉상드르 디에고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그런 로맨틱한 이야기들을. 내 그런 기대와는 다르게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그들이 서로에게 매혹된 상태에서부터 그들이 어떻게 자라왔는지, 서로에게 맞물리는 시간들 까지를 말한다. 그런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달콤하지만은 않다. 저만치서 바라보는 듯, 약간은 차가운 감성으로 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열정적이고도 운명적인 만남과 이별, 그후의 애틋한 우정과 연민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마지막 작별에 이르기까지.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사랑과 삶은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영화처럼 느껴졌다. 아름답고 슬픈 영화.

 

로맹 가리가 힘들때마다 마음을 풀어 놓았을 그의 소설들을 좀더 살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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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민주주의 역사
로저 오스본 지음, 최완규 옮김 / 시공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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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민주주의에 대해서 얼마나 알까.

여태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은것 같다. 그저 당연하게 받아 들였다. 가장 가까운 북한이나 중국을 볼때도 민주주의가 아니니 그렇구나 그렇게만 생각해왔던 것 같다. 이번 책 『처음 만나는 민주주의 역사』를 읽으며 우리 민주주의가 어떻게 생겨났고 발전해 왔는지 알게 되었다. 수많은 전쟁과 그들의 싸움이 있었기에 오늘의 민주주의가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저자 로스 오스본은 이 책을 쓴 목적을 민주주의에 대해 확실하게 매듭을 짓거나 아예 밀쳐두자는 것이 아니라며 민주주의와 우리 사회의 통치 방식에 대해 고민할 때 양분을 제공해 줄 만한 역사적 밑거름을 제공하자는 것이라 했다.

 

 

아테네를 가리켜 최초의 고대 민주주의 사회였다고 말한다. 자신들의 의사를 제대로 정리해 표현하고 실천에 옮기기 위해 민회를 뒷받침하는 갖가지 제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런 아테네를 비롯해 유럽의 영국과 프랑스, 아시아의 인도와 중국, 아프리카 등을 포함해 각각의 민주주의 역사를 말한다. 최근의 중국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 위해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민주주의는 어떤 것인가. 우리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누리고 있는가

 

 

민주주의를 논할때 다른 어떤 문화적 습성 보다 중요한 것은 부유층과 줄곧 권력의 지렛대를 틀어 쥐게 해주는 뿌리 깊은 사회 구조이다. (258페이지 중에서)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화의 일부다. 거의 모든 신생 독립국 들이 낯선 시대와 장소에서 만들어진 이질적인 정치 문화를 짊어지고 고달픈 생존 투쟁을 시작한 이유다. (435페이지 중에서)

 

수많은 나라가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지만, 정부가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제 한 나라의 정치 체제가 민주주의 인가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민주적이냐가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  (485페이지 중에서)

 

 

민주주의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 

한때 일본의 식민지 였고, 같은 민족인 사람들을 죽여가며 북한과 전쟁을 치룬 이유도 다시 찾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싶어서 그러지 않았나. 윗 글에서처럼 더 나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우리 국민이 끊임없이 정부와 싸우는 이유 또한 민주적으로 정치하길 바라는 염원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미에 민주주의의 두가지 진리를 말한다. 첫째, 민주주의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적응력을 길러야 하고,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은 살아남기 위해 부당한 간섭을 뿌리치고 독자적인 구조와 관행을 도출해내야 한다. 둘째, 민주주의를 포기하면 우리의 삶은 처절하게 위축된다고 했다. 아울러 민주주의는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늘 '현재 진행형'일 수 밖에 없다고도 한다. 우리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 우리는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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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 류시화 제3시집
류시화 지음 / 문학의숲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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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집을 많이 읽었다.

그의 시집이 좋았다고 해야겠다. 그가 내는 시집마다 가슴을 울려서 늘 손에 끼고 읽고는 했다. 그가 15년 만에 새로 시집을 냈다. 그래서 더 갖고 싶은 시집이었다. 그의 시를 읽었다. 어느 한 시를 읽다가 난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직박구리의 죽음」이란 시 중 어느 한 부분이었다.

 

 

아이가 돌아온 것은 그때였다.

다시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아이는 신발 한 짝을 내밀며 말했다.

새가 춥지 않도록 그 안에 넣어서 묻어 달라고

한쪽 신발만 신은 채로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을 하고서

새를 묻기도 전에 눈이 쌓였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인가   (45페이지 중에서)

 

 

옆집에 사는 다운증후군 아이가 죽은 새 한 마리를 손에 들고 찾아와 뜰에다 묻어 달라고 온 아이에 였다. 눈발을 날리는 길을 그렇게 걸어간 아이가 다시 돌아와 신발을 건네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을 읽는데 눈물이 계속 흘렀다. 지금이야 날이 더운 여름이고 비가 내리는 날이지만 그 추운 날 새끼 직박구리가 추울까봐 자신의 신발 한 짝을 벗어 내민 그 마음에 아이의 그 순수한 마음이 느껴져서 였다. 때묻은 우리는 그런 걸 전혀 생각하지 못할텐데 그 아이는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건넨 것이다. 그 죽은 작은 새 한 마리를 위해 자신은 한쪽 발을 맨발을 하고 있었다.

 

 

어제 가족 중의 한 사람을 땅에 묻고 왔기 때문일까.

유달리 그의 시 중에서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이를 그리는 시가 마음에 들어왔다. 그리움을 내비치는 시어에서 시인과 교감하는 느낌이었다. 위암 판정을 받은지 2년이 채 못되어 가신 분. 아직 젊디 젊은 분이라 안타까움이 더했다. 자식을 먼저 보낸 어머니는 오열을 하시더라. 어머니의 마음이 그런 것인가. 그 안타까운 심정에 눈물을 흘렸다. 남편을 먼저 보낸 시누이는 지금 어떤 심정으로 계실까. 그분의 마음들이 류시화 시인의 시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몇년이 지나면 그 사람이 그렇게도 그리울텐데 우리는 그 시간들을 어떻게 견디며 살까. 잊은 듯, 잊혀진 사람인 듯 그렇게 살아갈까.  

 

 

누군가를 사랑하는다는 것은

그 사람 가슴 안의 시를 듣는 것

그 시를 자신의 시처럼 외우는 것

그래서 그가 그 시를 잊었을때

그에게 그 시를 들려주는 것

 

만일 사인이 사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단어들이 바뀌었으리라

눈동자는 별을 잡는 그물로

상처는 세월이 지나서야 열어 보게 되는 선물로

목련의 잎은 꽃의 소멸로

죽음은 먼 공간을 건너와 내미는 손으로

오늘 밤의 주제는 사랑으로

 

                                           32~33페이지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중에서

                                                         

 

류시화 시인의 시는 언제나 마음속에 들어온다.

사물을 바라보는 그 시선 하나, 그리움을 내뿜는 시어들 하나 하나에도 시인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우리는 그 시를 읽고 마음 속에 담는다. 그리고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슬픔과 그리움 들을 말하는 시에서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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