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에도 아침 출근 전에 신문을 대충 훑어 보지만, 토요일에 오는 신문은 유달리 깊이있게 들여다 본다. 바로 책을 소개하는 '책의 향기' 코너가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게 하겠다는 신문사의 배려로 나는 내가 읽고 싶었던 작가를 만나기도 하고, 읽었던 책, 구입한 책, 이거다 싶은 새로운 책들을 만나기도 한다.

 

 

나는 오늘 아침 신문에서 새로운 작품 『28』로 온 정유정 작가의 인터뷰 내용을 보며

미리 예약구매한 걸 기쁘게 생각하기도 했다. 곧 나에게로 올 작품이라서. 이처럼 인터뷰 사진과 기사를 보며 책을 읽을 기다림이 마냥 설레기도 했다.

 

 

 

 

 

 

 

나는 신문에서 오늘 책을 발견했다.

바로 미셸 페로의 『방의 역사』라는 책이다.

 

아주 비싼 가격을 자랑하고 있지만, 과감하게 구입하고 싶은 책이었다.

우리가 숨쉬고, 자고, 많은 사생활을 함께 하는 방의 역사를 알수 있다니, 이런 책을 이제야 보았던가 싶을 정도였다.

 

표지에서 보는 그림에서부터 오래전의 그림과 함께 방을 이야기하는 책이란 걸 알수 있었다.

 

왕의 침실에서부터 부부 침실, 여인의 방, 어린이의 방, 노동자의 방, 호텔 방 등 다양한 방 안에서 벌어진 역사를 낱낱이 모았다고 표현했다. 

 

또한 은밀한 방의 역사를 방대하게 복원해낼 수 있었던 것은 이 노학자가 옛 편지와 일기, 문학작품을 부지런히 뒤진 덕분이라고 했다. 또한 여성사, 노동사, 왕실문화사, 성생활사에 이르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이기도 했다.

아,, 책 값이 후덜덜덜 하지만, 갖고 싶은 책이 되었다.  

 

 

또한 신순옥이 지은 『남편의 서가』라는 책도 눈에 들어온다.

 

2년전 44세의 젊은 남편이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뒤 남편이 남긴 엄청난 책을 정리하려 했지만, 차마 치우지 못하고, 6개월이 지나서야 남편이 남긴 책들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풀어내는 책이라 했다.

 

이 책 또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일으킬 책이었다. 구입해서 읽고 싶은 책이다. 

 

 

 

 

 

 

다음은 그림에 관련된 책이었다. 

 

서양화든 동양화든 예전의 그림들을 좋아하는 내게 이 책의 표지부터 들뜨게 만들어 얼른 책을 소개하는 내용을 훑어 본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정선, 김홍도, 강세황 등이 그린 인물화를 다룬 책이라 한다. 

 

그림을 볼 생각에 역시 두근거림이 먼저 찾아드는 책이다. 

 

 

 

 

 

이외에도 이번 주 '책의 향기'는 관심가는 책들이 많았다.

제목을 보고, 책의 간단한 설명을 읽으면, 역시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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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서울
방현희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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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내게는 늘 그리움이었다.

이십 대 시절,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던 단짝 때문에 나는 휴가때나 주말에 자주 그아이의 집을 향해 기차를 타곤 했었다. 그 아이가 보고 싶어, 출발할때부터 보고 싶음에 가슴 설레어하고, 어서 서울에 도착하기를 바라며 창밖의 느린 풍경들을 바라보곤 했었다. 차창 밖은 빠르게 지나가는 듯 하지만 느린 풍경으로 있었고 나는 애써 마음이 먼저 달려감을 붙잡아야 했다. 그리고 서울역에 도착하면, 그리운 친구가 마중을 나와 우리 둘이는 손을 맞잡고 그 아이의 집을 향해 또다시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을 탈때마다 몇호선인지, 어디서 갈아타야하는지를 보며, 먼 거리였지만 그 아이와 함께 탄 서울의 지하철은 곧장 도착한 것처럼 시간이 빨리 흘렀다.

 

 

서울은 내게 영화의 도시이기도 했다.

내가 사는 곳에서도 새로 영화가 개봉하면 거의 다 챙겨 볼 정도로 영화 관람을 했지만, 서울보다는 시간이 더 지나야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서울을 가면 우리는 항상 시내로 나가 영화를 보았다. 나한테는 거대하게 보였던 대한극장에 먼저 도착해서는 영화부터 예매하고 시내를 배회하기도 했었다. 그 친구가 살고 있던 서울에 살고 싶기도 했다.

 

 

「로스트 인 서울」의 그렉안나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의 서울로 공부하러 왔다. 우수한 두뇌를 가지고 있었지만, 케이블 방송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다가 방송업체 사장인 강을 만나 그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안방을 연결하는 안쪽에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한 공간을 '나'에게 의뢰해 만들었다. '나'는 그곳에서 그렉안나와 강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원대한 꿈을 꾸고 서울에 왔지만 룰렛구슬은 그렉안나를, 강을, '나'를 점점 나락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 비밀의 방 때문에 그 집을 임대해 온 한 남자의 이야기는 서울의 모습을 우울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어딘가를 갔을때, 그곳의 풍경이 낯설지 않음을 느낄때가 있다. 꼭 예전에 와보았었던 곳 같고, 익숙함을 느낀다면, 우리는 과거에 이 곳에 와 본적이 있었나 하고 느끼는 때가 있다.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내 모습이 겹쳐보일때 우리는 순간 당황을 하곤 한다.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그러한 모습을 담았다. 중국의 가흥에 여행간 부부, 그곳의 낯설지 않음을 느낀 '나'는 그곳에 오래전에 형과 머물렀던 공간이었다고 느낀다. 마치 형과 함께 있는 듯, 이곳에 머물렀던 이야기를 아내에게 하자, 아내는 십육 년전 부터 같이 살지 않았느냐며, 그것을 강하게 부정한다. 내가 있되, 또다른 자신이 있는 듯한 느낌. 우리는 그것을 또 다른 나, 도플 갱어라고 한다.

 

 

자신의 몸 속에 있는 내장을 모두 도망시키고도 감옥을 빠져나가지 못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탈옥」과 어렸을때부터 가족을 때렸던 아버지를 아버지라 여기지 않고 그 남자라 부르며, 그 남자를 미행하며 정체를 파악하고자 하는 「그 남자의 손목시계」도 있다. 또한 위급한 상황에서 이별에 관한 섬세한 보고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후쿠오카 스토리」에서는 외로운 타국 후쿠오카에서 유학을 하며 사귀었던 네 명의 연인들이 다시 후쿠오카로 향하는 요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담았다. 로라 버넷과 로라 브랜든으로 살았던 미조에 대한 이야기를 쓴 「로라, 네 이름은 미조」외국인과 살면서 외국인의 문화에 애써 적응하고자 했지만, 겉돌기만 했던 로라의 아픈 이야기를 담았다. 기이한 죽음에 관한 세 가지, 혹은 한 가지 사례라는 부제의 「퍼펙트 블루」는 슈퍼스타 M과 K, M2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담은 이야기가 마지막이다.

 

 

우리는 서울에서 모두들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길을 잃고 헤매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느 것에도 정착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나의 도플갱어가 나를 다른 사람으로 이끌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자 한다. 하지만 어디에도 해답은 없었다. 그저 걷기만 할뿐. 

 

 

이런 사람들이 있음에도, 나는 이제 또다른 이유로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책 나눔하며 책에 대한 토론하는 모습이 참 부럽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시 하기 때문인지 이럴 때 난 서울에 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런 나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작가 방현희는 『로스트 인 서울』이라는 단편집에서 서울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비춰주고 있었다. 건강하고 밝은 모습보다는, 문학평론가가 말했듯, '병든 서울'의 모습을 말했다. 물론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을거란 생각은 한다. 누군가와 정을 나누고 베푸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누군가를 해하거나 핍박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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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 첫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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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너무도 평범하게 진행이 될때 우리는 일탈을 꿈꾼다.

일탈을 꿈꾼다고 해서 생각대로 일탈을 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속에서라도 상상의 나래를 펴며 평범한 일상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평범한 일상도 특별하게 가정에 별 일이 없어서 이고, 가족의 누군가 아프거나, 가족 모두가 힘들어 할 시련이 닥쳐 왔을때에야 우리는 평범한 일상이 굉장히 좋은 것임을 깨닫는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우리가 깨닫게 되는 순간, 우리는 중년의 나이에 접어 들었음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다만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 바랄뿐.

 

 

일상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써낸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번째 라디오다.

글을 읽는게 아니라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솔직한 단상들을 일주일에 한번씩 일본 잡지 '앙앙'에 연재 했던 것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 낸 것이다. 매일의 라디오, 누군가의 일상, 솔직하게 말하는 글을 들으며 우리는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보통의 음악들처럼 하루키의 글들도 그렇게 솔직하게 다가왔다.

 

 

무라카미의 세 번째 라디오를 읽고, 이젠 첫 번째 라디오를 만났다.

삽화가 없었던 기존의 판 본이 아쉬움을 주었던 것에 오하시 아유미의 삽화를 넣어 새로이 펴낸 작품이기도 하다. 하루키의 에세이 한 편에 오하시 아유미의 삽화 두 편을 실어 에세이를 삽화와 함께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었다.

 

 

하루키의 에세이는 정말이지 그의 평범한 일상을 보는 것 같다.

사진 찍히기를 싫어해 사진을 찍지 않는 것이며, 기차 안에서 있었던 일들이며, 비행기 안에서 음료를 시킬때 특별히 좋아하지 않지만, '블러드 메리'를 시킨다든가 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에 거부감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졌다. 다른 나라 사람이어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인데도, 그의 일상은 아주 평범하구나, 특별한게 없구나 싶다. 이런 그의 솔직한 단상들이 오히려 그에게 호감이 갖게 하는 것 같다.

 

 

하루키 씨는 아내와의 결혼기념일에 특별한 식당에 간 이야기를 말해 주었다.

식당에는 하루키 씨 부부와 젊은 한쌍의 남녀가 있었는데, 옆 자리에 있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으며, 깊은 사이가 되기 직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고 했다. 그들에게는 페로몬을 머금은 안개가 자욱하게 떠다니고 있었는데, 곧이어 들리는 소리에 하루키 씨 부부와 웨이터도, 소믈리에도, 남자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여자도 얼어붙었다고 했다. 바로 젊은 남자의 '츠르릅 츠르릅'하고 엄청난 소리를 내며 파스타를 먹는 소리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키씨는 그 커플이 어떤 운명의 길을 걸었을까 문득문득 궁금해진다고 썼다.

 

 

이 대목에서 나의 한 연애사가 생각이 났다. 내가 많이 좋아했고, 그 남자는 약간 뜨뜻미지근했던 사이였는데, 내 친한 친구에게 그를 소개했다. 같이 밥 먹는 자리에서 그 남자가 '쩝쩝' 소리를 내며 먹는다며 내 친구가 싫다고 했다. 나는 그가 '쩝쩝' 소리를 내며 먹는다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친구는 그 남자와 헤어지라고 난리였다.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덜 좋아하는 것이 싫었을 수 있고, 진짜로 소리를 내며 먹는 모습이 좋아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때는 헤어지라고 말하는 친구의 말이 싫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쩝쩝' 거리며 먹는 사람과 헤어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에는 헤어졌는데, 파스타를 맛있게 먹던 그 커플은 어땠을까 나도 궁금해진다.

 

 

여러분들은 컴퓨터 부팅이 될때 그 시간동안 무얼하시나요?

 

나 같은 경우는 사무실에서는 컴퓨터를 켜놓고 비번을 넣고 부팅이 되는 사이에 자잘한 일들을 하고, 집에서는 읽고 있던 책 몇 페이지를 보거나, 스마트 폰을 보곤 한다. 반면 하루키 씨는 부팅이 되는 그 시간동안 짤막한 동화를 읽는다고 했다. 줄거리가 복잡한 소설이나 킬링타임용 잡지 보다는 오래된 동화집을 읽는다고 했다. 컴퓨터 화면이 다 떠도 더 읽어도 좋을 것이라며 동화의 한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동화의 뒷이야기에 궁금증이 일게 하기도 한다.

 

 

아주 소소하고도 솔직한 그의 단상을 보는 일이 즐거웠다.

얼굴에는 그의 잔잔하게 다가오는 글처럼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읽을 수 있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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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결전
우영수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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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적에 역사 시간에 배웠던 '묘청의 난'을 새롭게 조명하는 책을 만났다.

고려시대, 서경 출신의 묘청은 풍수지리설에 의거, 개경의 지덕이 쇠약한 때문에 고려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판단, 서경 출신의 정지상과 백수한 등의 지지를 받아 당시의 왕이었던 인종에게 서경으로 천도를 옮길 것을 제안하였다. 인종은 서경의 명당인 임원역에 '대화궁'을 짓게 하였고, 반면 경주 출신의 김부식은 서경천도계획을 극구 반대하였고, 인종은 서경천도계획을 단념하고, 묘청은 반란을 일으켰다.

 

 

인종의 외할아버지이기도 했던 이자겸의 난을 비롯, 우리 역사서에 있는 난들이 왕권을 도전하는 난들이 있었던데 비해, 묘청의 난은 왕권을 도전한 것은 아니었다. 국호를 대위(大爲), 연호를 천개(天開)라고 지었으며, 새로운 왕을 옹립하지 않았다. 이는 새로운 왕을 세우기보다는 현재의 인종을 왕으로 세우고, 단군 왕검이 나라를 세웠던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자 했던 것이다.

 

  

『최후의 결전』은 묘청의 난을 재구성한다. 고구려의 정통성을 계승하여, 고조선을 세웠던 단군 왕검의 뜻을 이루어 북방으로 나가려 했고, 자주적인 고려를 찾고자 한 정지상과 중국의 유학사상을 바탕으로 지금의 고려를 유지하고 싶은 김부식의 한판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자신들의 정치적인 입지를 강화하고자 한 일이었다. 서경파와 신라 출신인 김부식의 동경파의 대결이었던 것이다. 서경파인 정지상은 운명을 바꾸려 했고, 동경파인 김부식은 권력을 지키려했다. 묘청이 뜻이 아무리 위대하였다고 해도, 그는 대결에서 패한자다. 묘청의 난이 끝난 후 김부식은 승승장구했고, 인종의 곁에서 다시 권력을 그러쥐었다.

 

 

고려의 권력 구조가 개경 세력과, 개경 세력을 견제하는 서경 세력으로 인해 권력이 균형을 이루었다면, 묘청의 난으로 인해 묘청과 함께 서경천도계획에 참여했던 정지상 등이 죽고나서는 개경의 문신 세력들이 독주를 하게 되었다. 힘이 없던 인종의 곁에서 김부식등의 문신세력들은 왕을 허수아비처럼 여겼고, 문신 귀족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과 문제들이 후에 무신 정변을 일으켰다 하니, 권력을 향한 욕심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정지상과 김부식의 대결을 그린 이 책이 소설이 아닌 역사를 있는 그대로 써낸 역사서적인줄 알았다. 묘청의 난을 일으켰던 배경과 정지상과 김부식의 대결을 역사서로 써냈다면 역사의 진실을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소설이어서 더 흥미진진한 면도 없잖아 있었다. 예를 들면 정지상의 여인을 가상의 인물로 내세웠던 점이 그랬다.

 

 

아이들이 어렸을때 그토록 읽어주었던 삼국사기도 이긴 자의 역사를 다르게 쓰기였던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 이처럼 역사는 승리한 자들의 기록이다. 기록을 남길때 자신들이 했던 잘못은 슬쩍 빼버리고, 역사를 새롭게 쓰기도 한다. 이런 면을 이 소설에서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역사서를 읽는다는 것은 역사를 새로이 보는 시각을 열어주는 일인 것 같다. 잊고 있었던 역사적 지식을 기억해내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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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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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어 결혼하게되고, 그 사람과 몇년을 살때까지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을 얼마나 이해하는가, 또는 그 사람을 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 말고 진실한 내면을 알수 있는가. 또는 이해할 수 있는가.

 

 

굉장한 찬사를 받았던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는 결혼하고 5년을 산 부부의 각자의 내면의 깊이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가란 질문을 가지게 만든 작품이었다. 맨처음 배우자를 만났을때의 그 두근거림, 설렘, 사랑으로 가득찬 나날들이었을것이다. 어느 정도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숨기고, 잘 보이고 싶고, 좋은 모습만을 보이고 싶지만, 여러 해를 살다보면 그이의 습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습관 등을 하나하나 알아 가게 된다. 사랑하는 연인으로부터 그 사람의 사소한 습관까지도 알수 있는 가족으로 변하게 된다. 설렘보다는 편안함이 더 자리하는 곳. 때로는 권태기가 찾아와 다른 이를 마음에 품기고 하고 바람을 피우는 일까지 생긴다. 누군가 그러더라. 결혼해 10년쯤 살다보면 '그저 가족'이라고. 어떤 이는 남편과 자신을 가리켜 '우리는 형제'라는 말까지 하더라.

 

 

 결혼 5주년을 맞아 아내인 에이미가 사라지고, 결혼기념일마다 하곤 했던 보물찾기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녀가 남긴 보물찾기 쪽지를 발견했던 것이다. 에이미가 왜 사라졌는지 알 수 없다. 최근에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에이미는 미소를 지으며 아침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경찰들이 오고, 에이미가 남겨둔 보물찾기 단서를 찾아가던중 닉에게 불리한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에이미가 사라지는 날 부터의 닉의 시점, 7년전 처음 닉을 만나 일기를 써 온 에이미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진행이 된다. 우리는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진실된 속마음, 그동안 멀리해 왔지만, 아내에 대한 측은한 마음도 생겼고, 식었던 사랑이 다시 부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점점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가 나오기 시작하고 닉이 에이미를 죽였을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TV 매체의 여론도 닉에게 적대적이 되어간다.

 

 

대중과 가까운 사람들, 흔히 연예인 부부들 중에 '쇼윈도 부부'가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집에서는 남남처럼 지내지만 대중에게 보일때는 한없이 다정하고, 사이좋은 잉꼬부부처럼 보여주는 걸 일컫는 말이다. 책 속에서 에이미의 부모는 에이미를 주인공으로 한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시리즈로 된 책을 쓰고 있었다. 에이미는 '어메이징 에이미'와는 전혀 다른 애인데, 부모앞에서는 자신의 진짜 에이미를 감추고, '어메이징 에이미'처럼 행동하게 된다. 외동인 자신에게 모든 기대를 거는 부모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었다. 부모에게는 에이미 이외에 다른 어린애는 없었으므로. 부모의 큰 기대가 아이를 망칠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였다.

 

 

모든 여자들에게 부러움을 주는 사랑스러운 에이미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지 못했을때, 닉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을때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에이미는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이런 부부가 있다면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났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닉은 에이미를 죽였다는 누명을 벗을수 있을까. 에이미를 죽였을지도 모르는 마당에 어린 여자애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사실이 발각이 되고, 임신한 아내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데 그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수많은 의문으로 가득찬 소설이었다.

읽어갈수록 닉을 미워하다가 또 에이미를 미워하다가 결국에는 이 둘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었을때 그 사람의 단점까지도 품을 수 있는 사람과, 그 모습이 가짜 모습인것처럼 변했다고 느꼈을때 불륜을 저지르거나 의문을 남겨놓고 사라지거나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들이 다시 가정을 꾸렸을때 그들은 서로 진정으로 이해하며 살수 있는가. 나는 이게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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