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봤어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완득이』로 처음 김려령 작가를 만났다. 그 전에 아이들 독서 관련 책으로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가 집 책꽂이에 있었지만 읽을 생각을 못했고, 『완득이』로 인해 책을 닳도록 아이들과 나, 신랑까지 온 집안 식구가 몇 번씩 돌려보았다. 중학생인 둘째 아이는 김려령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 나오지 않느냐며 자주 질문할 정도이다. 물론 『완득이』를 영화로 만든 것까지 봤을 정도로 우리집의 스타 작가이다. 작가, 김려령은. 지인으로부터 김려령 작가의 신작, 그것도 청소년 문학이 아닌 일반 문학으로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책을 구입했다.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열심히 클릭질을 하게 만드는 능력을 지녔다.

 

 

이번에 새롭게 청소년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다가올 『너를 봤어』는 역시 김려령 작가의 필력을 알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작가의 말에서 동화 작가에만 머물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다른 청소년 문학을 읽었을때도 그녀가 동화 작가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청소년 문학은 청소년도 읽지만, 어른이 더 많이 읽지 않나.

 

 

우선 『너를 봤어』는 연애소설이라고 분류되어 있다.

맞다. 연애소설이다. 하지만 연애소설에서 주로 볼수 있는 달달함은 거의 없었다. 3,40대가 가지는 그들만의 열정과 약간의 건조함이 있는 사랑 얘기랄까. 또는 한 사람에게는 간절한 사랑이야기이기도 했다. 작가 김려령은 이 연애소설에서 폭력을 이야기하고, 또는 죽음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에게 처음으로, '사랑' 으로 다가온 소설가, 여자 서영재. 그 여자를 바라보는 중견 소설가인 한 남자 정수현의 이야기이다. 또한 베스트셀러 작가였지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정수현의 아내의 이야기, 또는 모든 소설가 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 것은 다 가졌으면 좋겠는 사람이, 지금 여기 있습니다.  (163페이지)

 직업이 소설가 인 사람들, 책을 읽는 독자들이 보는 소설가들은 연예인 못지 않게 관심의 대상이다. 소설가인 주인공들 답게 그들은 모이면 책이야기를 한다. 모여서 책 이야기를 하고, 함께 밥을 먹으며, 술을 마시면서도 온통 책이야기 뿐이다. 소설가들에게 다른 소설가들의 이야기는 그저 소소한 것들이다. 글이 써지지 않음에 대한 것, 한창 글을 쓰고 있는데 누군가 걸려온 전화 때문에 쓰던 원고를 다 버려야 했던 이야기들을 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그래서 은둔하듯 글을 쓰는 구나 싶었다. 하물며 이 작은 리뷰를 쓰는데도 맥이 끊기면 문맥이 이상하잖나.

 

 

 

 

잘나가는 중견 소설가에다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하는 수현에겐, 수현을 콕 찍어 편집 일을 맡기며 수현과 결혼하고 싶어했던 아내가 있었다. 그런 아내를 수현은 집안의 정물처럼 바라보았다. 수현에게는 오랜시간동안 수현의 마음을 어지럽혀 온, 손밑의 가시같은, 엄마가 있다. 수현의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소설가 답지 않게, 살인자이기도 하다. 그가 살인자라는게 어쩌면 그가 쓰는 소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작가는 수현을 살인자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아버지는 형에게, 형은 수현에게 했던 폭력 때문이었는지, 수현이 살인자라는 걸 믿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아마도 그가 소설가이기 때문이었을수도 있다. 소설가는 그러지 않아야 한다는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인지도. 

 

 

그런 그가 처음으로 사랑에 눈을 떴다. 내 것이었으면 하는 사람, 서영재를.

서영재는 아직 젊지만 여러번 문학상을 받은 촉망받는 신예 작가이기도 하다. 주로 소설 속에서 누군가를 많이 죽이는 게 문제긴 하지만. 그런 예쁜 작가를 마음에 품었다. 그가 가는 곳엔 언제나 아내의 환영이 보였다. 사랑하지 않는 아내였지만, 아내를 위해 냅킨을 깔고 물잔을 놓는 무의식적인 행동을 하는 수현이다. 영재를 만나 사랑하면서 수현은 자신의 아내를 조금쯤은 이해를 하고 보내고 있었다.

 

몰라. 그냥 좋아. 처음으로 내 것이었으면 하는 사람을 만났다. 내가 가졌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 또 그렇게 나를 가졌으면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기까지 사십육년 걸렸다.  (124페이지)

 『너를 봤어』라는 제목은 소설속에서 수현이 차기작으로 정해놓은 제목이다.

또한 서영재와 윤도하의 작품 제목이기도 하다. 제목에서의 너는 수현이 바라 보는 영재의 모습이다. 김려령 작가는 서영재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킨 것 같았다. 집필 과정이나 원고를 썼다가 버리는 습관도 닮았다 했다. 또한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하는 것들, 작가는 밥을 먹듯이 글을 썼다 했다. 밥을 먹듯 책을 읽는 우리들의 모습과도 닮은 것도 같다.

 

저수지에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 도하랑 영재랑, 또는 영재랑 수현이랑.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조금 안타깝다. 그러면서도 발칙하다. 그들의 시선이 얽히는 곳, 저수지의 물결과 그 끝이 왠지 아련하다 느끼는 것은 나뿐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을 감으면 - 낮의 이별과 밤의 사랑 혹은 그림이 숨겨둔 33개의 이야기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을 감으면 보이고, 눈을 감으면 들리고, 눈을 감으면 안다. (133페이지)

 

 

그림을 좋아한다. 책 속의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림이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한참을 들여다 보곤한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희망」이란 그림. 그림을 넣어 둔 거울속에서 만난 그림을 보며 저자는 절망 만이 가득한 그림 속에서 간절한 희망을 빛을 보는 것이다. 희망을 빛을 가리게 하얀 천으로 눈을 가렸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게 말은 신발도 신지 않는 맨발이다. 그곳에서 희망을 엿본 저자의 그림을 보는 방법을 배웠다.

 

 

저자 황경신은 33편의 그림을 이야기한다.

그림을 보고,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 그림 속에 숨어있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황경신이 이야기하는 상상력 속으로 들어가 그림을 속속들이 바라보게 된다. 대부분의 그림에 관련 된 책들은 그림을 그리게 된 화가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돈이 없어 모델을 살수 없는 화가와 모델의 이야기를. 우리는 그 이야기 속에서 화가에 대한 마음을 열고 그림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황경신은 그림을 달리 보는 방법을 가르켜 준다.

 

 

조지 프레더릭 와츠. 「희망」

 

 

그림을 보며 그림속에 깃든 이야기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그림속의 이야기는 정말 진실인것만 같다. 아래 그림 「새장을 든 소녀」도 왠지 사랑을 기다리는 한 소녀가 새장 속의 새에게 노래를 가려켜주려는 것만 같다. 이렇게 그림속의 소녀의 이야기는 사실처럼 다가든다. 우리는 이야기를 듣는다.

 

 

요제프 리플로너이. 「새장을 든 소녀」 

 

 

황경신이 이야기하는 제임스 티소의 「지나가는 폭풍」을 말할때는 폭소를 터트렸다.

자신을 들여다 보는 남자, 그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서도 폭풍이 오기를 바라는 여자의 바램을 말했다. 폭풍이 오면 비가 내릴테고, 비를 피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기를 기다리는 여인, 남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저 여인을 보라. 때로는 평범하게 다가드는 사랑이 좋음을 모르는 것 같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사랑, 잊을 수 없는 기억 한 자락을 갖기 위한 여자의 모습이다.

 

 

제임스 티소. 「지나가는 폭풍」 

 

 

글의 첫머리에 있는 말처럼, 눈을 감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인다. 눈을 감으면 들리지 않았던 소리들이 들린다. 언젠가 친구들과 등산을 할 때이다. 시끄럽게 이야기하며 산행을 하고 있을 때는 새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조용하게 걷고 있을 때의 새의 지저귐은 굉장히 기분을 싱그럽게 만들었다. 산속에서 들리는 새들의 지저귐, 하나의 새가 지저귀면, 다른 새는 다른 지저귐으로 답을 하고 있었다. 조용한 산속이었기에 들리는 새소리, 평소에 듣지 않았던 새소리가 들리는 것은 우리가 눈을 감은 것처럼 입을 다물었기 때문일 것이다.

 

 

요가를 하면서 명상의 시간을 가질때, 눈을 감고 명상을 하게 된다.

무념무상의 시간을 갖가고 하는 명상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한참이 걸린다. 눈을 감으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생각이 난다. 마치 그림처럼 그 광경이 보이는 것이다. 갖가지 생각들을 버리고자 하지만 그 생각들은 날개가 되어 춤을 춘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들, 애써 지우고자 했던 것들도 생각나, 때로는 지우고자 고개을 흔들기도 한다.

 

 

로렌스 알마-태디마. 「실버 페이버리츠」

 

 

 여태 그림에 관련된 책을 읽어왔던 것처럼,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과 화가의 이야기가 있는 글들이 훨씬 더 좋은 것 같다. 물론 그림을 보는 일은 즐겁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작가의 심미안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책 속의 그림과 작가가 그림을 보고난 뒤, 눈을 감고 생각난 것들을 그린 이야기들을 보며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들을 지어낼 수도 있을것 같다. 그림을 본 뒤, 눈을 감으면 생각나는 이야기들을 우리만의 감성으로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황경신이 눈을 감고 이야기하는 이별, 슬픔, 성장,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열고 읽고 본다. 그림을, 그림속의 이야기들을. 그림속의 이야기들을 우리만의 이야기로 만든다. 눈을 감으면, 이제 그림이 보인다. 그림속의 이야기들이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려움은 서둘러 찾아오고 용기는 더디게 힘을 낸다 - 더 행복한 삶을 만드는 용기에 관한 진실 31
고든 리빙스턴 지음, 노혜숙 옮김 / 리더스북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어떠한 일을 시작할때 제일 먼저 드는 건 두려움이다.

내가 잘 해 낼수 있을까, 지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애써 달래려 하며 한 발짝 내걷기도 한다.

첫째 아이를 낳고 난후 갑자기 신랑이 섬으로 발령이 나버려 나 혼자서 아이키우랴 직장생활하랴 너무 힘들었었다. 결국엔 참고 2년쯤을 더 하다가 신랑이 다시 지금 살고 있는 광주로 또 발령이 났다. 신랑은 내가 직장 생활하는 걸 싫어해 그만 두길 원했고, 아이도 키울겸 직장을 그만두고, 둘째 아이를 낳고 아이가 네 살 되던 해 까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직장을 다시 알아 볼때, 직장을 그만둔지 너무 오래되어 많이 두려웠다. 4년 정도 쉬었을 뿐인데도, 내가 일을 잘 해낼수 있을까 싶은 두려움에 직장을 포기하고도 싶었다. 두려움을 안고 면접을 보러 다니길 몇번, 드디어 취직이 되었다. 네 살 된 작은 아이를 큰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에 맡기고 출근한 첫날, 많이도 두려웠다. 아무것도 못하면 어쩌지, 문서 작업을 제대로 할수 있으려나, 잊지 않았을까. 그랬던 직장생활이 하루가 한 달, 일 년이 넘으면서 벌써 10년 이상이 되었다. 내가 그때 두려움에 지레 겁을 먹고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여전히 직장을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일에 두려운 일이 많고, 용기를 내기가 힘들때가 많다.

정신분석의이자 심리상담가인 저자 고든 리빙스턴은 우리에게 살아가면서 두려운 일에 대처하는 법, 용기를 내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것을 생각할때 가장 두려운 것 같다. 내가 만약 죽는다면,, 이렇게 곰곰 생각해 볼때, 내 존재가 없어지는 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볼 수 없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할 수 없는 것, 그런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에 상실감과 두려움이 생긴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우리는 언젠가는 죽겠지만, 자꾸 '죽음'이란 단어를 피하고만 싶어진다. 하지만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법, 죽음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에게 찾아 온다. 나에게, 너에게, 우리 모두에게. 죽음에 대한 것을 생각할때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두려움을 직면하는 것입니다.  (111페이지)

 

오늘도 출근 준비하면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오늘 죽는다면,,,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말인데, 어떤 분은 항상 깨끗하고 좋은 속옷을 챙겨 입고 다니신다고 했다. 자신도 모르게 죽게 되었을때, 아무렇게나 입은 속옷을 내보이고 싶지 않으셨다고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갑자기 내 복장을 다시 한번 훑었다. 이 정도면 부끄럽지는 않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이처럼 인간에게 죽음의 유한성 때문에 살아 있는 날들에 대한 소중함과 간절함이 커진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꾸 과거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난다.

지금의 시간에서 멀지 않는 기억들은 잊어 먹기도 하고,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마치 스캔하듯 기억했던 것도 이제는 그 사람의 이름이 뭐였더라,, 하고 생각하는 때도 있다. 내가 읽은 책들의 제목도, 내용도 간간히 기억나지 않아 블로그를 열어 검색을 해봐야 알 정도다. 나이 들어 가면서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닌가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듯, 저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이듦에 대한 두려움, 우리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에 있다. 젊은 날들이 그립긴 하지만, 지금도 나쁜 것은 아니다. 나에게 투자하는 여유로운 시간이 있기 때문에 사십 대도 굉장히 편안하게 다가온다. 다만,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 안타까울뿐이다.

 

 

저자는 총 서른한 가지의 진실로된 두려움과 용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특히 용기는 막연한 감정이 아닌 습관이라고 말하고, 용기는 타고 나는게 아니라 보고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닥쳤을때 용기있게 행동하라고 가르치지만, 그것은 가르쳐지는게 아니고 부모들과 주변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 배우는 경우가 많다. 몇 년전에 일본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고 본인은 죽은 일이 있었다. 일본인들은 가만히 보고 있는 상태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사람을 살려내어 의로운 죽음이라했던 적이 있었다. 최근에도 술취해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해냈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 기사를 접한 사람은 다행이다. 그 청년 참 용기 있는 친구다.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막상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고민만 하고 있었을때, 그 청년은 용기를 내 사람의 목숨을 구해내었다. 이런 행동들을 우리는 두려움을 극복한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베트남 전쟁이 참여했던 저자는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었다.

또한 백혈병으로 아들을 잃은 일과 자신의 출생 때문에 힘들어 했던 일들을 용기를 내어 말하며 우리 앞에 주어진 일들이 더 중요함을, 고통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말라며 말하고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리 앞에 놓여진 많은 장애물과 그로 인한 두려움을 애써 피하지 않고 용기를 낼때 두려움은 극복되는 것 같다. 젊은 날의 추억만 반추하고 있을 게 아니라 우리 앞에 놓여진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 하는 중입니까?
김지운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긴머리칼을 가진 남자를 그려본다.

찰랑거리는 길다란 머리칼, 뒷모습을 보면 여잔지 남잔지 구별할 수 없을만큼 머리결도 고운 남자를. 나는 책속에서나 만화속에서 만나보았다. 오래전에 신문에 연재될때 일부러 연재되는 날을 기다려 만나보았던 김동화 작가의 『빨간 자전거』 속에서 젊은 우체부 아저씨가 긴 머리칼을 하나로 묶고 나왔었다. 남자가 머리를 길러도 이렇게 멋질수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또한 TV 속에서 만나는 어떤 락가수는 여자보다 더 찰랑이는 머리결을 자랑한다. 뭐,,외모는 순정만화 속 주인공과는 전혀 다르지만.

 

 

또한 예술하는 남자를 그려본다.

책 속에서도 나왔지만, 예전에 '사랑과 영혼'이란 영화에서 주인공 남녀가 같이 물레에 겹쳐 앉아 흑으로 무언가를 빚으며 사랑을 나누던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를 것이다. 우리의 이런 마음을 들여다 본듯 작가는 주인공 그린에게 영화 '사랑과 영혼' 속 그 장면을 그대로 상상하게 만든다. 또 남자 문정효는 그린의 곰곰, 하고 있는 장면을 딱 알아맞춰주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이 예술하는 사람들이 나오면 특히 더 좋던데, 이 작품 속에서 남자주인공은 도예가다. 하나의 항아리를 빚어 팔면 1천만원을 호가하는 그런 유명한 도예가인 것이다. 그리고 길다란 머리칼을 하나로 묶어 늘어뜨리고 흙으로 무언가를 빚는 남자가 주인공인 그런 책이다.  

 

알고 싶다.

알고 싶다.

알고 싶다....... 저 남자를.

 

알고 싶다.

알고 싶다.

알고 싶다....... 그 여자를.

 

이름도 싱그러운 그린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여자가 도예가를 좋아하는 이야기다.

3인칭 시점으로 그려진 내용은 본문에서는 그린의 시점으로 읽혀진다. 하지만 하나의 장이 끝날때마다 들어있는, '곰곰, 하는 중입니다.' 는 그린을 처음 만나면서부터 자신의 마음을 담은 정효의 시가 들어 있다. 그린을 바라보는 정효의 마음이 보이는 시詩 속에서 우리는 두근거림을 느끼게 된다. 무릇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그대로 들어 있는 탓이다.

 

마음이 온다.

몸보다 먼저 오는 마음이 오로지 붉다.

연한 분홍인 줄 알았는데.

봄꽃의 망울처럼 마냥 여리고 싱그러운 줄만 알았는데.

내게 오는 그 마음이 때로 진한 노을빛이다.    (181페이지, 곰곰, 하는중입니다.)

 

일단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 우리는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눈빛에서 드러내게 된다.

상대방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눈빛. 눈빛에서 다른 이들은 마음을 알아챌 수 있다. 아무리 눈을 돌리려 해도 어느새 좋아하는 이에게 고정되고 마는 그 눈빛때문에. 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은 내게 어떤 마음일까?', '나를 좋아하기는 하는 걸까?'하는 것들이 궁금해 곰곰 생각하게 된다. 둘이서 마주앉아 있어도 서로의 마음이 궁금해 곰곰, 하는 것. 이것이 사랑의 시작이 아닐까. 

 

 

 

 

김지운 작가의 책을 꽤 여러 권 읽었는데, 내가 아는 작가의 작품들은 그 흔하디 흔한 삼각관계가 없다. 여자 남자가 사랑을 할때 꼭 끼어드는 악녀 캐릭터도 없다. 난 이런 점이 특히 마음에 든다. 솔직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짝사랑이 아니고서야, 둘이서 눈빛을 들키고 마음을 들키고 둘의 사랑이 절정을 향해 다가가기도 힘든데, 옆에 끼어드는 악녀 캐릭터는 반갑지 않다. 이 작품처럼 서로에게 다가서는 시련, 즉 딸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반대를, 함께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아버지에게 할말 하고 자신이 원하는 사랑에 용기를 낸 그린도 좋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그린을 마치 채가듯이, 둘이서 갔던 곳 선운사의 동백과 청보리밭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간 정효의 용기있는 행동도 좋았다.

 

또한 김지운 작가의 책은, 책을 읽으면서 미소짓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는 사실이다. 통통 튀는 말투를 따라 읽다보면, 어느새 입으로 그네들의 말투를 따라 해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린.

너를 생각하며 앉아 있는 시간들이 길어져만 간다.

깨어 있는 시간들이 깊어져만 간다.

믿을 수 없다.

동백은커녕 그녀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그 순간, 순간, 순간들을.

정녕 미치지 않고서야.

아마도 나는, 중독.

남그린에게.       (210페이지,  곰곰, 하는중입니다) 

 

작가는 책속에서의 주인공과 새로운 사랑에 빠진다고 했다.

작가가, 만들어 낸 주인공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 않고서야, 어떻게 독자들이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진 작가가 있기 때문에, 스물아홉 살의 문정효에게, 이 글이 연재하는 동안,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도 그린과 함께 문정효와 사랑에 빠져 있었다. 드라마 '구가의 서'를 보면서 구월령과 사랑에 빠져 있었던 것처럼. 구월령이 나오는 때면 나는 잠자기 전 설레는 마음을 부여안고 구월령의 모든 것을 곰곰, 하고 있었다. 행복해진 문정효와 남그린, 나는 이제 정효를 곰곰, 하지 않을 것이다. 정효는 그냥 그린에게 줘버릴 것이다. 마지막에 아이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는 그네들이 얄미워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쿨한 여자 - 최민석 연애소설
최민석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잃어버린 사랑을 향해 다시 손내밀고 싶었던 적이 있었던가.

한때 나는 그에게 손내밀고 싶었었다. 온통 그의 기억으로 가득찬 그때. 헤어지고 나서도 그가 꼭 곁에 있는 것만 애달픈 심정이 되면 차라리 전화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같이 걸었던 길, 함께 했던 시간들이 생각났던, 내가 누군가의 헤어진 어느 날들의 풍경이었다.

 

 

작가 최민석은, 지 한때 이별했던 이를 다시 만날수도 있을까, 우연히 길에서 만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하는 기분을 연상케 하는 글을 썼다. 최민석 연애소설이라 지칭한 『쿨한 여자』다. 여자가 얼마나 쿨하면 쿨한 여자일까. 쿨한 여자는 과연 끝까지 쿨할 수 있을까.

 

 

그녀를 다시 만난 건 순전히 외로웠기 때문이다. 라고 시작하는 첫 문장.

몇 년을 만나고 헤어진 연인들이 있다. 아니 나 ' 경도진'이 있다. 나는 그녀와 헤어진 후 글을 쓰겠다는 이유를 대고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었다. 그래서 하루종일 하는 일이라곤 밖에서 노는 아이들을 구경하거나, 구름을 바라보거나, 글을 약간 쓰거나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 한 가지 빠졌다. 나는 그녀의 사진을 바라보길 즐겼다. 혼자 한강변을 뛰고 샤워를 한후 베란다로 나간 후에 찬 바람이 불때면 그녀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의 사진을 헤어지고 난후, 한 13,873,456번 정도 보았다고 했다. 헤어진 지 3년, 남아공 월드컵을 가자는 터무니 없는 약속을 지키고자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보고 싶어 만나게 되었는데 늘 만나왔던 것처럼 느껴졌다. 같이 술을 마시고, 하룻밤을 예전처럼 보내고 헤어졌다. "나 쿨한 여자야"

 

 

처음의 1부는 원래 단편소설이었다.

이 단편 소설을 버릴 수 없어 작가는 하나의 이야기지만 또 다른 이야기인듯, 연작 소설처럼 2부와 3부, 4부를 이어 써 한 편의 중장편 소설로 펴냈다. 1부에서 헤어졌던 그녀를 다시 만나고 헤어진 후 2부와 3부, 4부에서는 잊고 있었던, 아니 가끔씩은 궁금해하고 있었던 그녀를 우연히 만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제주도로 가는 모임에서 여자 시인과 함께 타고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그는 그녀를 생각한다.

 

 

사랑이란 감정은 그런것 같다.

아무리 헤어졌어도 생각나기 마련이고, 우연히라도 만나게 되면 왠지 불편함마저 느껴지게 되는 것. 내가 만나는 사람이 없고, 상대방에게도 만나는 사람이 없을때 그들은 다시 만날 수도 있을 것이고, 서로에게 상대방이 있다면 아예 못본척 그냥 지나칠수도 있을 것이다. 마음속으로는 당황해하며. 서로에게 가는 시선을 애써 붙들어 맬 것이다.

 

 

 

 

헤어진 사람들은 맥주를 마신다.

그것도 기네스를 마신다. 한때 정우성이 이 맥주를 광고할때, 포털사이트만 열면 나타나서는 나에게 눈을 맞추며 맥주를 권하는 모습에 설레어 마셔 본 맥주를 책 속의 남자가 마시고 있었다. 부드럽게 감기는 흑맥주의 맛인 기네스를 마시는 남자 도진때문에 나는 또 기네스 맥주를 사러 갈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때 내가 그토록 바라던 것은 그녀와의 재회가 아니라, 그래서 그녀와의 또 다시 펼쳐질 미래가 아니라, 그리움 자체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나는 그리움의 감정 자체를 불러일으켜 세워 내가 가장 나다웠던 시절과 재회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만나고 싶었던 것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와 함께 있는 나 자신이었던 걸까. (178~179페이지)

 

보통의 헤어진 사람들을 보면 상당히 구차하거나 질질 짜거나 하는데, 작가 최민석은 구차한 소설을 쓰지 않았다. 상당히 깔끔하다. 헤어진 연인들이 이렇게 쿨하면, 누군가 사랑때문에 복수하는 일도, 눈물짓는 일도 많이 없을 것만 같다. 최대한 쿨하게, 최대한 깔끔하게 써낸 글이다. 작가의 글에서 도진이 아주 잠시 만났던 여자 시인을 가리켜 '잠재적 이별 대상', 이하 '잠별'은 , '점진적 이별' 이하 '점별', 을 거쳐 '실재적 이별' '실별'을 거쳤다고 표현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단어들이다. '나는 쿨한 여자'라고 했지만 절대 쿨할 수 없는 여자와 쿨하고 싶지 않았지만 쿨한체 하고 있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사랑 거 참 오묘하단 말이지.

달거나, 아프거나, 쓰거나 하다. 눈물이 흐르니까 짠맛도 있으려나. 우리의 오감을 다 끌어내는 거 사랑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