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0
진 웹스터 지음, 김양미 옮김,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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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아직 어린아이일 적에 세계명작동화 한질을 구입해놓곤 내가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몇번이고 읽어주곤 했었다. 그때 60여권이 명작동화 였는데 이상하게 『키다리 아저씨』만 없어서 아쉬워하며 개인적으로 구입해 아이에게 읽혀 주었다. 그만큼 내가 좋아했던 이야기였다. 딱 동화잖는가. 고아원에 살고 있는 여자아이에게 어떤 고마운 아저씨가 대학도 보내주고, 용돈도 주며, 대학생활을 하게 해준다는데 마다할 아이가 없을 것이다. 보답이라곤 아저씨에게 학교 생활 등을 적은 편지만 보내주면 된다고 하고.

 

몇개월 전에 이웃분의 블로그에서 이 책이 아닌 다른 출판사의 『키다리 아저씨』리뷰를 읽었었다. 나도 좋아하는 책인데, 괜한 설렘에 얼른 읽고 싶어 구입하려던 차에 이 책이 어떠냐고 소개해 주셨다. 그림도 예쁘고 책도 이뻐 보여서 이 책으로 구입을 했었다. 낼모레 오십이 다 되어가는 아줌마가 아직도 어린아이들이 읽을만한 책이나 좋아한다니,, 좀 철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을 쓰담쓰담하고 있는 나에게 신랑은 '자기가 애기냐?'며 퉁박을 주지만, 좋은걸 어떡하라구.

 

 

줄거리야 『키다리 아저씨』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이야기.

추억 속의 이야기 책을 다시 읽으며, 그 풋사랑의 설렘을 다시 느껴 보는 계기가 된다. 만화같은 일러스트, 어떻게 보면 『빨강 머리 앤』을 닮은 듯한 그림이지만, '빨강머리 앤'이나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 애벗이나 소녀적 감성을 불러오는 건 어쩔수 없다. 이 책을 읽고 자랐던 소녀라면, 누구나 한번 꿈꿔보는 이야기.

 

오래전에 읽을때는 주디 애벗이 대학교에 다닐 정도의 나이라고 생각을 못한것 같았는데, 다시 읽어보니 열여덟 살의 대학생이다. 그리고 키다리 아저씨는 주디 애벗 보다 열네살이 많은 부잣집 아저씨. 다시 봐도 너무너무 설레 혼자서 미소를 지으며 읽었던 책이다.  

 

 

다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왜 그리 설레냐고.

주디가 줄리아 펜들턴의 삼촌 저비스 이야기를 할때 혼자서 킥킥 거렸고, 샐리 맥브라이드의 오빠 지미 이야기를 할때는 키다리 아저씨가 많이 질투하겠구나 하며 킥킥 거렸다.

 

저비스가 키다리 아저씨라는 걸 눈치 챌 법도 하지만, 순진한 아가씨인 주디는 눈치가 없어서 알아채지도 못한다. 전혀 별개의 인물로 생각하는 것이다. 저비스가 키다리 아저씨라는 건 곳곳에서 다 나타나더구만. 근데 말이지, 키다리 아저씨 참 그렇게 어린 아가씨를 마음 속에 담아 버리다니. 자기보다 무려 열네 살이나 어린 소녀를. 편지로 하루 일과를 보고하고, 친구들과의 관계, 그 어느 누구보다 가깝게 느껴졌던 키다리 아저씨에 대한 고마움 등을 글로 보니 저절로 궁금해졌나. 그래서 줄리아 펜들턴의 삼촌이라하며 주디의 얼굴을 보고 점점 좋아했단 말이지. 편지에 프린스턴에 다니는 지미 맥브라이드와 함께 춤추었던 일 들을 이야기할때 얼마나 질투가 났을까.

 

 

 

저비스씨, 이건 뭐 키워서 잡아 먹은 꼴이다.

어리디어린 아가씨를 대학 보내준다고 꼬여내어, 작가가 되라고 북돋아주고, 보살펴주고, 결국에는 청혼까지 한 나쁜 아저씨. 근데도 그가 밉지 않다.

 

이래서 좋아하는 작품은 두고두고 읽나보다.

언제 읽어도 기분 좋은 작품, 언제 읽어도 설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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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하트 -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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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소설은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감정들을 건드리는 소설이 많다. 심연 속에 자리한 감정들을 끌어 올리는 소설. 때론 이해하지 못할 말들의 잔치에 귀 기울여보고 생각해보지만, 읽은 소설의 전부를 이해했다고 할수 없는 소설이 많다. 작가와의 교감을 제대로 못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책을 읽는 독자가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때론 그립다. 책 속의 주인공이 생각하는 고민들을, 나도 하는 것이라 고개를 끄덕일수 있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들 생각하는 구나, 하고 알게 되면 조금은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이란 수식어 때문에 관심 가졌던 책이다. 내가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을 읽은 책은 꼽아 보니 단 두 권이다.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이다.  두 권의 책은 내게 색다른 경험을 주었기에, 18회 수상작, 정아은의 『모던 하트』에 관심을 가졌다.

 

『모던 하트』의 주인공 김미연은 전문대를 졸업한 뒤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며 사이버대학을 나온 서른일곱 살의 싱글이다. 헤드헌터로 일한지 3년,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들은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고 스펙을 가지고 있어도 출신학교가 취업의 당락을 짓는다. 내가 알기에 외국계 회사는 출신대학을 따지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지만, 외국계 회사가 더 출신대학을 따진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출신대학에 따라 계급이 정해져 있다. 그들이 원하는 사람은 거의 SKY 출신이라고 보면 된다는 사실이 우리를 씁쓸하게 만들고 있었다.

 

책에서는 결혼한 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며 아이를 키워야 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말한다. 미연의 친구들과 미연의 여동생 세연의 모습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두 아이까지 키워야하는 고충을 말하고 있었다. 세연을 보자면, 슈퍼맘이다. 일간지 기자로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두 아이를 키워내고 있다. 남편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고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점점 고시와는 멀어지고 있는 사람이다. 한때 미연의 집에서는 서울대 나온 사위를 보았다고 곧 판,검사가 될거라고 자랑하고 다녔지만, 아직까지도 고시공부를 하는 신세다. 집에서 공부한다고 하면서 밥도 차려줘야 먹고, 컴퓨터 게임을 할지언정, 앞집에 있는 아이를 데려오지도 않는다. 미연은 이런 제부가 너무도 싫다.  

 

 

 

미연에게는 두 남자가 있다. 한 남자는 그저그런 지방대를 나와 공사에 근무하고 있는 '흐물'이란 남자다. 다른 한 남자는 우리나라의 유명 사립대학인 Y대를 나온 인재로 외국계 휴대폰을 만드는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태환'이다. 태환과 몇번의 만남을 가졌지만, 그와 연인 사이라고 말할수는 없다. 친구에서 연인 사이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사이랄까. 태환은 스킨십 조차 하지 않으며, 채식주의자로 미연은 고기를 더 좋아하지만 그와 만날때는 채식만 먹는다. 흐물은 동호회에서 만난 남자로 대전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미연이 만나자고 하면 두말없이 서울로 달려오는 남자다. 미연은 흐물을 보험용 내지는 비상용 남자로 보고 있다.

 

정아은은 헤트헌터로 일했던 경험을 되살려, 헤드헌터로 살아가는 서른일곱 살의 한 여성을 통해, 싱글로 살아가는 여성의 직장 생활과 사랑에 관한 세태 소설을 썼다. 우리 사회에 깊게 자리한 출신 대학별로 나뉘는 계급 사회를 꼬집고 있었다. 사랑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결혼 적령기의 여성이거나 조금 지난 여성의 입장에서 두 남자가 있다 했을때, 눈에 콩깍지가 낀 사람이지 않고서는, 출신대학이 좋거나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좋을 것이다. 이왕이면 잘생기면 더 좋은 일이고.

 

『모던 하트』속 미연은 지금의 우리 모습과 너무 닮아 있다. 그녀가 하는 직장생활에서의 출신학교로 나뉘는 계급 사회와 사랑에 있어서 우리가 계산적으로 보는 것들, 또한 아이들의 양육문제와 시댁과의 갈등들 조차도 너무 똑같아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대가 생긴다. 헤드헌터로 일한 경험자로서 헤드헌터라는 직업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어 우리를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며 인력 관리를 해야하는 그들의 고충을 우리는 알수 있는 것이다. 잘 읽히는 책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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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사과 꽃이 피었다
황인숙 지음 / 문학세계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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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세 번씩 만나는 시인이 있다.

시인은 신문에서 일주일에 세 번씩 시인이 엄선한 좋은 시詩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매일 아침 바쁜 시간에 신문을 훑어 보는데, 나는 바빠도 시인이 소개하는 시를 꼭 읽고 넘어간다. 시인이 소개하는 시들은 내가 모르는 시인의 시가 많이 있다. 시의 제목과 시인의 이름이 생소하다는건, 내가 그만큼 시를 읽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시를 많이 읽지 않아도, 시인이 소개하는 시들을 읽으며 나는 시를 읽고, 시인들의 이름을 머릿속에 기억한다. 금새 잊을지라도, 다음에 보았을때는 그래도 기억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내가 일주일에 세 번씩 만나는 시인은 『꽃사과 꽃이 피었다』라는 시선집을 낸 황인숙 시인이다. 황인숙 시인은 1978년부터 2007년 사이에 쓰고, 시집으로 묶여 나온 시들에서 시들을 골랐다고 했다. 나는 일주일에 세 번씩 시인의 글들을 만나왔기 때문에, 황인숙 시인의 시를 읽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시선집에서 시인의 시들을 만나보니, 처음이었다. 시인의 이름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봄에 분홍색으로 꽃망울 졌다가 하얀색으로 활짝 피는 꽃사과 꽃을 좋아한다.

사과가 익을 가을이면 큰 사과처럼 빨갛게 익어가는 꽃사과는 상당히 오밀조밀하고 귀엽다. 매실 만큼의 크기로 빨갛게 익어가면, 시큼한 단맛도 느낄수 있는게 꽃사과다. 이렇듯 좋아하는 꽃사과 꽃을 제목으로 하는 시선집이 나와서 무척 반가웠다. 시인의 30년간의 시작 활동을 갈무리 한 시선집이다.

 

시선집의 제목으로 쓴 시를 먼저 만나보면,

 

꽃사과 꽃이 피었다.

계단을 오르면서 눈을 치켜들자

떨어지던 꽃사과 꽃

도로 튀어오른다.

바람도 미미한데

불같이 일어난다.

희디흰 불꽃이다.

꽃사과 꽃, 꽃사과 꽃.   (「꽃사과 꽃이 피었다 」중에서)

 

금방이라도 꽃사과 꽃이 튀어오를 것만 같다.

 

시인은 길고양이들의 엄마라고 했다. 길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는 시인은 고양이들을 아껴서인지 고양이에 관한 시도 많이 썼다. '이 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라고 시작하는 시「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라는 시를 읽어보면, 자유로운 고양이, 벌판을 뛰어노는 고양이를 그리고 있었다. 죽어서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적이 없는데, 시인은 시에서 고양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고 있었다. 고양이를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인지, 나는 요즘 아파트 내에서 고양이를 보면 '야옹' 하고 한 마디 해주고 다닐 정도가 되었다.

 

 

나는 시인의 시를 두 번 정도 읽었는데, 어느 한 시를 읽으며 가슴이 저려왔다.

언젠가는 죽을지도 모르지만, 내 비명을 생각해 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어느 순간 삶을 달리할 지도 모르는데, 이처럼 시인은 비명을 시로 써 놓았다. 

 

그 여자를 반듯하게

편히 뉘어도 좋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녀 가슴 위에 공책 한 권.

그리고 오른손에 펜을 쥐어

포개어 놓으라.

 

비바람이 뚫고 햇살이 비워낸

두개골 속을

맑은 벼락이 울 릴 때,

그녀 오른팔 뼈다귀는

늑골 위를 더듬으리.

행복하게 뻐거덕거리며.   (비명碑銘) 

 

오랜만에 읽는 시는 무척 좋았다. 

시는 사람을 생각하게 하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효과가 있다. 느리게 읽는 시, 맨 뒷 장을 다 읽고, 다시 앞 장으로 와 다시 읽는 시, 시의 의미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삶을 돌아 본다. 현재의 삶을 생각한다. 

 

제목이 너무 좋아 다시 읽고 싶은 시를 소개하겠다. 

 

비가 온다.

네게 말할 게 생겨서 기뻐.

비가 온다구!

 

나는 비가 되었어요.

나는 빗방울이 되었어요.

난 날개 달린 빗방울이 되었어요.

 

나는 신나게 날아가.

유리창을 열어둬.

네 이마에 부딪힐 거야.

네 눈썹에 부딪힐 거야.

너를 흠뻑 적실 거야.

유리창을 열어둬.

비가 온다구!

 

비가 온다구!

나의 소중한 이여.

나의 침울한, 소중인 이여.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제목도 좋고, 시 내용도 마음속에 들어온다. 비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지 이 시는 더욱더 마음에 들어온다. 나도 말하고 싶다. '비가 온다구!' 하고 소중한 이에게 말하고 싶다.  

 

 

가을하면 생각나는게 시인데, 황인숙 시인의 시는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읽었다.

우리의 인생을 알게 해주는 시인의 「가을밤 1」이란 시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사십 대의 나이, 몇 년 있으면 오십이 되는 나이. 그 나이를 알리는 듯한 시가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시詩, 정말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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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에 관하여
웬디 웰치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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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말 한마디쯤 할 것이다.

'책방 하고 싶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너무 부럽다' 이렇게. 나 또한 이 중의 한 사람으로 도서관에 책 빌리러 갔을때, 도서관 직원들이 마냥 부럽다. '책 속에 푹 파묻혀 일하는 직원들은 너무 행복하겠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우리의 그런 생각을 반박이라도 하듯,  막상 도서관 직원들은 책 속에 파묻혀 있어도, 책 분류하는 작업 하느라 정작 책 읽을 시간이 없다 한다. 책등이나 책 제목은 많이 안다고. 정작 책 안을 펴 볼 시간은 없다고 한다. 이런 걸 행복한 고민이라고 해야 하나.

 

또한 자주 가는 책방이 있는데, 오랜 시간 동안 책을 빌려보고 하는데라서, 책방 사장님과 친하게 지낸다. 여기에서 책방은 '헌책방'이 아닌 '책 대여점'이다. 나는 책방에 가서 책방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며, 책방에서 빠질수 없는 책이야기를 한다. 나는 신간 위주의 '이런 책이 좋더라 라'는 말을 하고, 책방 사장님은 나에게 신간 중 좋았던 책의 제목을 알려 달라고 한다. 그곳에서 나는 차도 한 잔 마시며 책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좋다.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염원인 '나만의 책방을 갖고 싶다' 라는 것을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버지니아주 애팔래치아 산맥의 작은 마을 빅스톤갭에서 헌책방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을 연 부부가 그들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남편 잭과 민속 문화 전문 칼럼니스트인 웬디 웰치는 가진 돈을 다 털어 에드워드 풍 저택을 매입하고, 몇천 권밖에 안되는 장서로 헌책방을 열었다. 헌책방이 잘 되리라는 보장도 없고, 생활비 조차 빠듯한데도 계획도 없이 시작했던 것이다.

 

책방은 마법의 장소

 

무작정 뛰어든 헌책방에서 그들은 그들이 가진 책들을 분류했다.

몇년동안 한번도 읽지 않은 책을 골라 아래층 헌책방으로 보내고, 자기가 가진 책중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로 책을 숨기고, 숨긴 책을 찾아 아래층으로 내려보낸 책들이 1천5백권에 달했다 한다. 책방을 열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진 책만 내놓을수 없어, 차고 세일을 다니며 헌 책들을 구했다. 또한 토박이 들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에 책방을 열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전단지를 만들어 홍보했다.

 

 

책을 좋아해서 읽는가, 허영심을 채우려고 있는가.

 

누군가에게 이 질문을 한다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들 하나같이 입을 모아 '책을 좋아해서 읽는다' 라고 할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허영심을 채우려고 읽는다'라는 사람들은 좀 이해할 수 없다. 그저 책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므로 책을 읽는다. 항상 책이 손이 가는 곳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책이 없으면 마치 목마른 사람이 물을 구하듯, 글자들을 찾는다.

 

최근에 거실 한켠에 놓인 책탑들을 정리하면서, 책장을 구입해, 책을 정리했다.

신랑이 자꾸 쌓이는 책들을 다 갖고 있을거냐며, 자신의 직장에 있는 젊은 대원들에게 50권쯤 기증을 하라고 했다. 몇 번쯤 망설이다가 그들에게 줄 책들을 추렸다. 그동안 젊은이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책들과 내가 한번도 손에 대지 않은 책들, 읽고 난 뒤, 다음에 들춰보지 않을 책들로 고르다보니 80여권쯤 된것 같다. 책을 누군가에게 주는 일도 즐거운 일임을 최근에야 알았다.

 

우리집 거실의 책장

 

 이 책의 저자인 웬디 웰치는 책방의 활성화를 위해 책을 모으는 것 만큼이나,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책이야기를 하는 모임을 꾸렸다. 예를 들면, 뜨개질 모임이라든가, 글쓰기 모임을 통해 책방을 '동네 사랑방'으로 만들어 동네 사람들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을 만들었다. 가족에게 슬픈 일이 발생했을때 가지고 있던 책들을 정리하기 마련인데,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죽음으로 인해 책을 박스에 담에 책방으로 가져왔다. 슬픔을 참지 못하는 사람에게 차 한잔을 대접하며 그들을 위로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그들을 위로했다. 저자는 책에서 '낯선사람 효과'를 말하며, 친구나 가족에게 말하기 곤란한 고민들을 낯선 사람에게 털어놓음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나누는 일을 했고, 그들을 단골로 만들었다.

 

누군가의 집을 방문했을때 나는 제일 먼저 보는게 '그 집에 책이 있는가' 이다. 아무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책 이야기 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있을까. 또한 감동적으로 읽었던 책을 만나면 무지 반갑다. 그 책을 읽는 사람과 교감하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저자는 책방을 하면서, 책을 고르다가 '책과의 동창회'를 치루는 손님들을 많이 본다고 했다. 우리가 어렸을때 읽었던 책을 만나면 반가운 것처럼, 어렸을때 엄마가 읽어주시던 책을 읽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손님의 이야기를 건넨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내가 초등학교 도서실에서 읽었던 동화책들이 지금의 자양분이 되었듯이 사연을 담은 책들은 우리를 추억속으로 인도한다.

 

작은 탄광마을에서 '나만의 책방'을 갖고야 말겠다 라는 즉흥적인 감정으로 시작한 책방이 동네 주민들에게,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정도로 성공한 따스하게 다가온 책방 이야기였다. 헌책방의 풍경, 에드워드 풍 저택의 모습을 책 속에 담았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생각을 했다. 리뷰를 쓰면서 보니 책 소개하는 곳에 있어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책방을 나만의 상상력으로 그려왔는데, 그 실체를 보는 느낌이었달까. 이들 부부처럼 애서가들은 남의 집이나 서점, 도서관의 책장만 보아도 흐뭇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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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2 - 아스카.나라 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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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적을 만나는 일은 늘 즐겁다.

우리나라 문화유적을 봐도 그렇고, 세계 여러나라의 문화유적을 봐도 즐겁고, 사진으로라도 보기를 즐겨한다. 사실, 여건만 된다면 우리나라의 문화유적 뿐만 아니라 외국의 문화유적들도 만나고 싶다. 사진속에서, 화면속에서 보는 역사적 유물들은 그 나라의 역사를 알수 있어서 좋다. 여행을 좋아하는데, 어디론가 가서 즐기는 것 보다는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처럼 문화유산을 보는 여행을 더 좋아한다. 아이들 어렸을적에 하도 데리고 다녔더니, 아이들은 문화유산을 보는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지, 가기 싫거나 다리 아프면 '박물관병'에 걸렸다고 할 정도였다. 

 

이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은 내가 실제 가보지 못한 곳으로, 나중에 일본 여행가면 꼭 가봐야 할 곳이라 생각하고 본 책이다. 일본 문화속에 녹아든 우리의 문화유산들을 직접 보는 일은 너무 즐겁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을 읽는 것은 책으로 하는 일본 여행이며, 일본 문화유산 속에 깃든 우리 역사도 함께 알 수 있는 일이다.  

 

유홍준 교수는 일본편 두번째 권에서는 아스카와 나라의 유적지를 답사했다.

여기에서 아스카와 나라는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찾아가는 답사의 핵심이며, 일본의 아스카를 가면 우리나라의 부여가 떠오르고, 나라의 옛 절을 보면 경주를 연상하게 한다고 했다. 사진 속에서 보는 아스카와 나라의 문화유산 들은 우리나라의 문화유산과 다르지 않았다. 아스카의 들판이 펼쳐져 있는 모습 또한 우리네 시골의 모습을 보는 듯 그렇게 정겨웠다.

 

일본여행 하는 이들을 보면, 우리나라와 흡사한 게 많아 한국에 온건지 외국에 온건지 구분이 잘 안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아래 사진 왼쪽의 다카마쓰 고분벽화를 봐도, 우리가 역사책에서 익히 보아왔던 벽화와 비슷한 느낌이 난다. 불교의 불상 또한 우리나라 절에 있는 불상들과 흡사하다.

 

상, 귤사의 다카마쓰 고분벽화,    하, 아스카사 대불

 

  

나는 우리나라 한옥 건축물과 한국 고유의 정원,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끼기도 한다. 일본의 건축물이나 불상등, 문화유산을 책으로 들여다보는데, 우리나라 가야나 백제의 문화를 닮아서인지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보는 듯 가깝게 느껴진다. 유홍준 교수는 책에서 '한국의 건축은 하늘을 향해 날갯짓하는 상승감의 표정이 많은 데 비하여 일본의 건축은 대지를 향해 낮게 내려앉은 안정감을 강조한다' 고 말했다. 사진 속에서 보는 일본의 건축물은 우리나라의 건축물과는 다른 우아함 들이 덜한것 같긴 했다. 일본의 건축물은 일본 만의 독특함이 있었다.

 

1권의 규슈 문화유산도 좋았지만, 2권의 아스카, 나라 편에 있는 건축물이나 불상 등은 더 아름다웠고, 마치 우리 문화유산을 보는 양 꼭 가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상, 법륭사 전경,    하, 법륭사 금당의 청동석가삼존상

 

아래 왼쪽 사진은 중궁사의 반가사유상이다. 전에 책에서 본 우리나라의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많이 닮은 목조반가사유상이다. 저자 유홍준 교수의 법륭사 답사의 마무리를 하는 곳이라 한다. 

 

저자는 외국을 여행할 때는 그 나라, 그 시대 역사의 줄거리, 그리고 당시의 역사적 과제와 이를 풀어간 상징적 인물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각 유적이 갖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문화유적지를 방문했을때, 아무런 지식없이 방문 했을때는 그 문화유적이 갖는 의미를 시간이 지나서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같은 서적을 읽고 그 문화유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읽은 뒤 바라 본 곳은 굉장한 의미로 다가왔다. 그럴 때 섬돌 하나, 불상도 쉬이 지나치지 않고 자세히 들여다보며 책에서 본 것처럼 같은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림도 마찬가지 아닌가. 우리가 혜원과 단원의 그림을 책에서 먼저 만나고 전시회를 가면, 그저 가슴이 벅차오른다. 눈물이 나올것처럼 감격을 했던 경험이 있는 것처럼. 

 

 좌, 중궁사 반가사유상,  우, 약사사 동탑

 

 

우리 문화유산 답사는 한국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싹트게 마련이다.

문화유산을 설명할때 역사적인 사실을 알게 되면 안타까움을 저절로 생기기도 하며,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는 뿌듯함이 생긴다. 반면에 일본 문화유산은 우리나라 건축물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생소함과 백제의 여운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에 가깝고도 먼나라 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는 것은 저자와 함께 하는 여행이다.

우리는 실제 그 여행지에 있는 것처럼, 저자가 말하는 문화유산을 애정으로 바라본다. 아마 직접 방문한다면, 그곳의 건축물이나 불상들의 문화유산들을 다시 보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다만 직접 그곳에 있으면서 설명을 듣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거라는 생각은 든다. 일본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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