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괴 1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괴決壞』라는 책을 구입하고 읽게 되었을때, 나는 '결괴'라는 뜻이 '매듭을 풀게 되다'라는 뜻이 아닐까 짐작했다. 뜻이 궁금해 인터넷 검색해보니 '방죽이나 둑이 물에 밀려 터져 무너지는 것'이 결괴라고 나와 있다. 책을 읽다보니 왜 제목을 '결괴'로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사람은 마음속에 둑을 쌓아놓다. 차곡차곡, 자신의 감정들을 그렇게 쌓아놓는데, 이 마음의 둑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조금씩 풀어내기도 하지만, 어느 한 순간에 그걸 악의적으로 풀어버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는게 힘들다고 푸념하는 사람들, 어떻게 보면,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 표현하는 사람들은 굳어있는 마음의 매듭을 조금씩 푸는 게 아닐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가, 속으로 혼자 침잠하다가 마음속에 매듭이 커다란 둑이 되어 버리는 일도 생길 것이다. 힘들다고 누군가에게 푸념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났지 않은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결괴』는 절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악의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출하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무차별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의 마음들을 담았다. 지방 도시에서 살아가는 한 젊은 가장이 있다. 세살 된 아들 아이와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료스케는 잦은 전근 때문에 마음을 터놓을 수 없는 친구 하나 없다. 그에게는 뭐든지 뛰어났고 뭐든지 잘하며, 좋은 직장에 다니는 형 다카시가 있다. 사이좋은 형이지만 형에 대한 열등감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터놓을 수 없는 속마음을 류스케는 인터넷에 일기를 쓰고 있다.

 

또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집단괴롭힘을 당하는 중학생 도모야가 있다. 친구들에게 당하는 일들 때문에 소년 역시 인터넷을 떠돌며 성인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살인에 대한 망상을 키워나간다. 누군가를 죽이겠다며 자신의 속마음을 자신만의 인터넷 일기장에 써놓는다.

 

 

결혼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여성들과 교제하며 살아가는 형 다카시는 국회도서관에 근무하고 있다. 동생 류스케의 아내 요시에는 류스케가 남모르게 일기를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않는 남편에게 서운함이 들었다. 그런 마음들을 류스케의 형 다카시에서 의논하게 된다. 그러던 차에 출장간 류스케가 마지막으로 형 다카시를 만난후 토막난 시체로 나타났다. 사체가 한군데서 다 나타난게 아니라 쓰레기봉투에 담아져 전국에 뿌려졌다. 류스케를 마지막으로 만났다는 이유때문에 다카시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그후에도 무차별적인 살인은 끊이지 않았다. 경찰은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자백만을 기다리지만 그는 자신은 살인을 하지 않았다며 자백하기를 거부했다.

 

살인에 대한 망상을 키우는 소년 도모야를 보면 아이 엄마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아이를 심하게 때렸다가 과도한 애정표현을 하는 것을 보면서 부모의 역할, 특히 한결같은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부모가 아이에게 일관성 있는 마음으로 대하지 않으면 아이는 부모의 기분에 따라 맞춰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혼란스러워하게 된다. 내가 본 도모야는 그런 엄마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아이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받고 다른 아이들에게 해를 가했을때 대처하는 엄마의 태도도 소설속 교사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소설은 아주 천천히 진행이 된다.

류스케가 느끼는 감정들, 가족을 만나는 이야기,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의 행동들, 형에 대한 감정들을 아주 세세하면서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또한 다카시가 만나는 사람들, 그가 나누는 대화들, 자신이 느끼는 기이한 마음들, 그리고 도모야가 학교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담담하게 말한다. 아주 서서히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깊은 내면 속으로 이끌어간다.

 

두 권의 책인데 류스케가 시체로 발견되는 것이 첫째 권의 마지막 부분이고, 살인자가 밝혀지는 시점도 거의 막바지 부분이다. 살인자가 왜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질렀는지도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바다. 하지만 한가지 알수 있는 건 정체를 알수 없었던 살인자 또한 유년 시절에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불우한 가정, 마음 잡을데 없는 가정에서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은 가정이 평안해야 불행하지 않다는 것 또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반사회성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이 그처럼 무차별적인,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왠지 무섭게 느껴졌다. 안전하다고 느끼는 우리의 주변에서도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는 우리 내면의 깊은 절망과 그에 대한 악의로 나타나는 범죄에 대한 생각들을 담았다. 범죄로 인해 가족들이 느끼는 깊은 절망과 상처가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도 알려주었다. 책을 읽는내내 말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다. 왜 그래야만 했는가에 대한 물음이 앞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은 드높아지고 파랗다.

단풍은 붉게 물들고 색색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이럴때 산에 가면 정말 좋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럴때 역시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 신작들은 두근거리게 한다.

읽었거나 읽으려고 예정인 작품을 먼저 보면 아래와 같다.

 

 

 

 

 

 

 

 

 

 

 

 

 

 

 

 

 

 

 

 

 

 

 

 

 

 

 

 

또한 후배가 구입한 책 중에서 빌려와 아직 읽지 않은 책도 있다.

 

 

 

 

 

 

 

 

 

 

 

신작 들을 보니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눈에 보인다.

조두진의 신작에서 부터 민음사 오늘의 작가상 작품도 보인다.

또한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이 보여 반갑다.

철학적인 에세이를 쓰는 보통은 <영혼의 미술관>을 어떻게 표현할까.

 

 

 

 

 

 

 

 

 

 

올 10월, 역시 누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것인지 기다리고 있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되었다.

80세가 넘은 단편 소설 작가 엘리스 먼로의 작품이 나왔다.

 

 

 

 

 

 

 

 

 

<나프탈렌>으로 만난 백가흠의 신작 <향>도 보인다.

또한 <헤밍웨이 단편선> 과 코믹 매카시의 <카운슬러> 또한 눈에 띈다.

<붉은 나무젓가락>은 아름다운 표지만으로도 눈에 띄어 관심이 가는 책이다.

 

 

 

 

 

 

 

 

 

 

작품이, 작품이 마구 쏟아져 나와 자꾸 읽을 책이 쌓이게 된다.

 

 

 

 

 

 

 

 

그리고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 생겼다.

 

전에 영화 <시라노 ; 연애조작단>을 보고나서 읽고 싶던 책이었는데, 그동안 잊어먹고 있다가 다시 생각이 났다.

 

검색해 보니까 열린책들과 문학동네 판이 보이는데,

어떤 책이 더 좋으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행공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에리카 종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실비아 플라스의 시 전집과 그의 자전적인 내용을 담은 소설을 읽을때 이처럼 고뇌하는 여성이 있는가, 끝없이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한 여성 소설가의 소설은 조금 충격적으로 다가왔었다. 어느 한 사람의 내면은 우리가 들어가보지 않는 이상 알지 못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하고 있지 않은 이상 알 수가 없다. 뜻모를 이야기, 뜻모를 행동으로도 알수가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일것이다. 또한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이기도 하다.

 

얼마전에 읽은 실비아 플라스의 시집과 자전적 소설의 감흥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실비아 플라스의 작품을 이야기하는 소설속 주인공 이사도라의 이야기를 만났다. 이 책이 나왔던 1973년 전 세계를 발칵 뒤집이 놓았던 에리카 종의 『비행공포』라는 소설을 말이다. 이 작품을 내놓고 작가는 욕설을 담은 협박편지와 찬사를 가득 담은 편지들이 동시에 쏟아지는 나날이었다고 했다.

 

소설속에서는 비속어라고 해야 할 낱말들이 난무한다.

우리가 잘 쓰지 않는 말, 아주 어렸을 때는 간혹 들렸던 말이지만, 우리가 금지하고 있는 말을. 책 속에서는 거의 보지 못하는 비속어 말이다. 이런 비속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불편할 소설이다. 그녀, 이사도라의 마음속에 낱말로 무수히 나타내는 낱말이므로,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읽어내다 보면 그녀의 마음속, 어쩌면 모든 여성들의 마음을 조금은 대변하는 글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사실 표현을 하지 않는다 뿐이지 성性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항상 고민하는 문제가 아니던가. 이사도라가 좀더 유별나게 표현한다 뿐이지.

 

사실 이사도라 식의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적나라한 그녀의 표현에 미리부터 질리기도 했지만 충분히 있을수 있는 일이며, 숨겨두고 있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내가 쓰는 모든 글은 사랑을 얻기 위한 나의 노력이야. (463페이지)

 

학회때문에 빈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사도라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비행기 안에는 117명의 정신분석 전문의가 탑승하고 있었고, 이사도라는 적어도 여섯 명에게 상담 치료를 받았고 일곱번째 의사와 결혼했다. 늘 정신분석을 받고 있었지만 그녀가 겪는 비행공포증은 해가 갈수록 더 심해졌다. 남편  베넷과 함께 가는 비행기 안에서 그녀는 지퍼 터지는 섹스를 경험하고 싶다. 아니 상상한다. 낯선 남자와 눈빛을 교환하고 어디론가 향하는 그런 상상 말이다. 여기에서 이사도라는 꼭 낯선 남자여야 했다.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보지만 어느새 바람빠지는 풍선처럼 그 상상은 사라지고 만다. 그녀와 함께 5년째 살고 있는 남편 베넷은 이제 낯선 남자가 아니다. 때로 침대에서 그녀는 베넷을 낯선 남자라고 상상한다. 누군가 그랬다. 남편은 남자가 아니고 가족이라고. 문득 그말이 떠올랐다.

 

학회가 시작될 무렵, 정신분석에 관한 학회의 기사를 쓰겠다고 기자의 신분으로 그곳엘 갔지만 그녀에게 출입증은 건네지지 않았고, 그녀는 자신에게 말을 거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상상 속 남자와 부합하는 인물이다. 눈빛 한번 마주치자마자 불꽃이 타오른다. 그 남자, 에이드리언은 말을 건네며 자신의 엉덩이를 꼬집는다. 이 남자는 자신의 환상속 지퍼 터지는 섹스의 대상자였다. 그와 함께 이야기를 하고, 뭔가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상상속 인물, 즉 낯선 남자인 에이드리언은 현재의 자신에게 최고의 남자가 될 것 같았다.  

 

 

이사도라는 적개심으로 불타는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한 명의 단짝 친구 정도는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결혼의 의미를 믿은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결혼생활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때 고개드는 그 갈망 때문에 힘들어 할 뿐이었다. 그 불안감과 그 굶주림, 그 모든 것의 울림의 소리를, 욕망을 주체할 수 없을 뿐이었다.

 

침묵이야말로 악기 중에 가장 무딘 악기다. 침묵은 나를 땅으로 박아넣는 망치다. 침묵은 나를 죄책감의 심연으로 끌어내린다. 침묵은 내 머릿속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오는 그 어떤 목소리보다 가혹하게 나를 비난하게 만든다.  (201페이지)

 

부분적으로는 그런 이유로 나는 글을 쓴다. 내가 어떤 글을 쓰는지 보지 않고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나의 글쓰기는 내 머릿속 미지의 세계로 나를 데려다줄 잠수함이고 우주선이다. 그 모험은 끝이 없고 무궁무진하다. (395페이지)

 

자신의 가족의 치부를 과감하게 드러냈고, 그래서 가족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기도 했던 에리카 종은 이사도라 윙의 입을 빌어 자신의 속내를 과감하게 쏟아냈다. 그럼에도 그녀가 하는 말에 우리는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 한 사람의 아내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외로움, 여자로서 살아가는 삶, 사랑이 필요한 사람으로서의 내적 갈등을 과감하게 드러냈다. 수치스럽고 은밀한 생각들을 이사도라 윙의 이름으로 말하며 자신의 자아를 찾는 여정이다.

 

에리카 종이 40년 전에 발표했던 소설이지만, 요즘의 세태와 별다를게 없다.

자신의 내밀한 감정들을 과감하게 표현하지 않을뿐, 지금의 많은 여성들도 이사도라 윙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칠수 있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에 관한 감정은 이성을 사랑하는 것이 있고, 동성을 사랑하는 것이 있다.

또한 종교적 인물에 대해 사랑하는 감정을 갖는 경우가 있다.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바치겠다고 한 이들이 수녀, 신부들이다. 일반인이 나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과연 인간에 대한 사랑이 찾아오면 어찌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늘 갖고 있었다. 예전에 어느 에세이에서 수녀를 사랑한 목사의 이야기가 나와, 사랑은 그처럼 거부할 수 없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또한 얼마나 그를 사랑했으면 수녀라는 신분을 버리고 결혼을 했겠는가 이런 생각도 했던것 같다.  

 

사랑이 찾아 올때는 모든 삶이 사랑으로 비춰진다.

온 세상의 빛이 나를 향하는 것 같고, 세상은 우리 주변을 향하여 다가오는 것 처럼 느껴지는게 사랑할 때의 감정이다. 죽을때까지 신에게 헌신 하겠다고 한 사람에게 사랑이 찾아 왔을때 어떻게 해야할까. 자신의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어느새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고 말것이다. 한창 젊을 때이므로. 자신에게 찾아온 떨림을 주체할 수 없는 때이므로.

 

공지영 작가의 신작『높고 푸른 사다리』는 한 젊은 수사의 사랑과 방황 그리고 구도에 이르게 되는 그의 성장이야기이다. W시의 수도원, 정요한 신부는 사무엘 아빠스로부터 조카 소희가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소식을 듣는다. 더군다나 자신을 만나러 오겠다는 것이다. 과거 10년전에 속수무책으로 사랑에 빠졌던 소희를,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소희를 추억한다.

 

수도원의 일과가 시작될 때 들리는 종소리. 종소리로 하루를 시작하는때, 종소리가 듣기 싫어 수도원을 뛰쳐 나가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수사 생활을 할때 요한의 곁에는 미카엘 신부와 안젤로 신부가 있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힘든 수사 생활도 견딜수 있었다. 요한은 대학을 2년 다니다가 수도원으로 들어왔고, 미카엘은 대학을 마치고 수도원으로 들어왔고, 안젤로 신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들어왔다. 이들은 모두 두 살의 나이 차이가 났지만, 그 어느 누구보다도 마음을 터놓고 지냈던 이들이었다.  

 

요한은 아빠스님의 비서수사로 일하고 있었고, 아빠스님 미국의 조카가 연구 논문 때문에 수도원으로 오게 되었으니 도움을 주라는 것이었다. 연두색 스웨터에 나풀거리는 하얀색 스커트를 입었던 소희를 보고 떨림을 느끼게 되고 자신이 사랑에 빠졌음을 느낀다. 하느님에게 기도를 하고 마음을 다잡아 보려하지만 쉽지 않았다.

 

 

사랑에 대한 고통때문에 하느님게 기도를 하지만 하느님은 침묵.침묵.침묵하고 있었다.

그토록 애타게 기도를 해도 침묵을 하던 하느님은 언젠가 자신에게 말을 거셨다. 사랑하라 더욱 사랑하라. 그 목소리에 요한은 대답을 받았다는 생각때문에 소희를 향한 사랑에 더욱 열을 올린다. 늦은 밤 함께 산책을 하고, 그들이 거닐었던 담벼락을 기억하고, 수줍게 손을 잡은 일, 그가 옷을 걸어두었던 목련나무에 대한 애틋함을 가졌다. 그녀가 머문 모든 공간이 그에게는 애틋함이었고 사랑이었다.

 

죽음처럼 강하고 저승처럼 억센 것, 큰물로도 끌 수 없고 강물로도 휩쓸지 못하는, 그런 사랑이 우리 두 사람을 적시는 것 같았다.  (150 페이지)

 

요한은 휴가를 내 집으로 가 할머니에게 처음으로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한국전쟁이 한창인 때 만삭으로 배불러 있을때 피난을 가기 위해 흥남부두에 할아버지와 함께 서 있었던 때의 이야기, 피난민을 실었던 커다란 외국의 배를 탔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마리뉴튼 수도원의 인수 문제로 미국엘 가게 되고 그곳에서 요한은 마리너스 수사님의 한국전쟁 이야기를 듣는다. 예전에 수송선의 선장이었던 마리너스 수사의 이야기에서 마리너스 수사와 할머니의 이야기의 접점을 이루는 곳, 그것을 보며 인연과 고귀한 사랑에 대한 것을 깨우친다.

 

한 사람을 사랑할때의 고통이 밀려올때는 대체, 왜,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라고 기도를 하고 부르짖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침묵 뿐일때의 그 안타까움. 그 모든 것들은 그를 강하게 이끌기 위해서였는가. 하느님의 사랑을 진정으로 깨닫게 하는 소리없는 외침이었는가. 진정한 사랑의 깨달음. 사랑에 대한 고통때문에 힘겨워 할때도 그 또한 사랑을 하라는 침묵의 메시지 였는지 모른다. 

 

공지영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삶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과 같다'라는 이 한 구절을 떠올리고 소설을 쓰기로 했다고 했다. 젊은 수사에게 찾아온 사랑, 그로 인해 고통을 겪게 되지만 더한 사랑을 깨닫는다는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작가는 젊은 수사의 마음을 빌어 인간을 사랑하는 것과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 이 모든 사랑이 하나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사랑도 숭고함으로 승화시켰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3-12-09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밤 열한 시 - 120 True Stories & Innocent Lies
황경신 지음, 김원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밤 열한 시.

평소에는 침대에 들어 책을 펴는 시간. 단 몇 페이지를 읽더라도 꼭 책을 펴야 하는 시간이 나의 밤 열한 시다. 그 시간에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늘 책을 끼고 있다. 졸음이 와 잠깐잠깐 졸려도 붙들고 있는 책. 책을 읽다가 나는 책 속에서 일어난 일들을 내 일인양 꿈 속에서 만나기도 한다. 어떤 때, 먹먹한 책을 만날 때는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한참을 울고, 눈물을 훔치고 다시 읽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온전한 나 만의 시간을 가질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곁에 누워있는 이는 무슨 일 일어 났느냐며 울고 있는 나를 어이없어 한다. 책을 읽는 시간처럼 행복한 시간이 있을까. 나의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이지만, 마치 내 이야기인것처럼 책 속에 푹 빠지게 되는 이야기가 좋다. 그게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이건, 꾸며낸 이야기이건.

 

황경신의 글들이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마음 속에 언제나 사랑을 담고 있는 이의 마음이 들여다 보여,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감성에 젖게 한다. 황경신의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저절로 감성적이 될지 모른다. 그녀의 감성적인 글에 동화되고 말것이므로. 『눈을 감으면」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책 『밤 열한 시』에서도 그랬다. 김원의 그림과 함께 어우러져 엮어진 『밤 열한 시』는 밤의 감성을 느낄수 있게 해주었다.

 

밤에 쓴 연애편지를 보라.

아주아주 감성적이 되어 자신의 감정을 마구 쏟아놓고, 그 다음 날 읽은 글은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감성이 풍부한 글이 보인다. 풍부하다 못해 감성이 넘치는 글 말이다. 어떤 이는 밤에 쓴 편지를 아침에 읽어보고 찢어 버리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그 편지를 그대로 부쳤다. 그 시간, 그 시간을 즐기는 나만의 감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글이기 때문이었다.  

 

 

당신이 내내 오는 시간이

내게는 내내 오지 않는 시간입니다.

그러니 말해주세요, 사랑,

언제쯤이면 내게 올 것인지.  (「언제와」 중에서)

 

황경신 작가가 시를 쓰는지 몰랐는데, 이처럼 아름다운 시를 썼다.

위의 「언제와」라는 시를 보면,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그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마음들을 담았다. 시를 읽으면 상대방에 대한 마음을 알 수 있다. 상대방을 사랑하는지, 마음을 닫고 있는지, 열고 있는지. 우리가 작가에게 마음을 열듯, 시는 그렇게 우리의 감성을, 마음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녀의 글이 거의 그랬다.

일기처럼 쓰여진 글,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있는 듯한 시, 밤 시간에 대한 감성, 밤을 지새우고 맞는 아침에 대한 인사, 작가가 만난 사람에 대한 단상들도 잔잔하게 다가왔다.  

 

 

밤 열한 시

하루가 다 지나고

또 다른 하루는 멀리 있는 시간

그리하여

가던 길을 멈추고

생각을 멈추고

사랑도 멈추고

모든 걸 멈출 수 있는 시간

 

참 좋은 시간이야

밤 열한 시           (「밤 열한 시」 중에서)

 

혼자만의 오롯한 밤 시간. 사방이 조용해 풀벌레 소리만 들려오는 그 고요한 시간에 진정한 나를 찾는 아주 소중한 시간. 그 시간이 밤 열한 시가 아닐까. 황경신의 시「밤 열한 시」를 읽으며 든 느낌이다. 할 수만 있다면 그의 시 전문을 리뷰에 옮겨 놓고 싶은 글들이 많았다. 짧은 에세이처럼 쓰여진 시에서 밤에 읽는 감성에 깊은 공감을 했다.  

 

황경신 작가의 『밤 열한 시』는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생각이 나서』의 그후 삼 년 동안의 이야기라고 한다. 『생각이 나서』를 읽지 않았지만, 이 책과 비슷한 감성의 책이 아닐까 싶다. 사실 내가 황경신의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다. 황경신 작가를 안지도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작가의 책을 읽노라면, 왠지 마음 속 깊은 곳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자꾸 책 장을 넘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책 속의 글을, 책 속의 그림을 다시 음미해보고 싶은 책이었다. 어쩌면 이 가을의 감성과 딱 맞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