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분노 조절이 안 되는 호텔리어입니다
제이콥 톰스키 지음, 이현주 옮김 / 중앙M&B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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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휴가때 아랫지방에서 가기 힘든 강화도 여행을 계획했다. 여동생 가족과 여행을 자주 다니는데, 합하면 일곱 명이지만 6.5평의 숙소에서도 같이 잘 정도로 편한 사이가 되었다. 강화도 여행에서 묵을 숙소는 신랑 직원들의 복리후생으로 만들어진 숙소다. 한 달 전부터 예약하고 추첨해서 당첨되어야 갈 수 있는 곳으로 5인 가족이 묵을 곳이었다. 평소처럼 강화도를 여행하고 오후 늦게쯤 숙소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는데, 묵을 사람이 몇 명이냐는 질문에 우린 일곱 명이라고 말했다. 프론트에 계시는 그분은 무슨 소리냐며 절대 입실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우린 몹시 당황했고, 같은 직원이니까 어떻게 좀 해주겠지 하고 아무리 사정을 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5인 가족 입실해야 하는 곳에 7인 가족이 머무르다 사고가 나면 모두 자신들의 책임이라며 안된다고 하셨다. 바리바리 싸들고 간 짐을 로비에 놔둔채 신랑은 다시 한 번만 봐달라며 통사정을 했고, 멀리서 왔다는 사정에 통했는지 결국엔 들어주셔서 이틀 밤을 그 숙소에서 묵으며 우리 여행의 한 추억을 또 만들었다.

 

우리는 강화도 여행에서 너무 정직하게 인원수를 말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한 달 전부터 부산 여행(11월 9일)을 하기 위해 숙소를 알아봤다. 역시 5인 가족이 머물수 있는 유스호스텔을 예약했고, 나는 나중에야 알았지만, 추가 인원수를 넣어 숙박비를 계산했다. 추가 인원을 넣었으면 이불이라든가, 숟가락 등 기타 주방용품이나 욕실용품을 넉넉하게 넣어주어야 하는데, 5인 가족 기준으로 되어 있어서 또 한 가지 배웠다. 5인으로 들어오고, 우리가 조금 준비해 올것을, 하고 말이다. 우린 주말 새벽 5시경에 출발해 부산을 여행했다. 야경을 볼수 있는 버스투어도 예약했지만, 오후 9시 이후에 비소식이 예정되었지만, 7시도 안되어서 비가 내렸다.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리며 장대비가 쏟아지는데 제대로 투어를 할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는데도 비는 그치지 않았고, 새벽부터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통에 나는 멀미가 시작되고 있었다. 비가 내리기 때문인지 평소의 코스를 지나친다고도 하고 그래서 다같이 중간에 내려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빗소리를 들으며 숙소에서 술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 조금 부족한 듯한 여행이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아 더 좋은 여행.

 

우리는 이렇듯 여행을 떠나면 숙소를 구할 수 밖에 없다.

호텔비가 비싸서 호텔에 묵지는 못하지만, 유스호스텔이나 리조텔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우리가 묵는 숙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굉장히 흥미로웠다. 더군다나 호텔에 근무했던 저자가 직접 쓴 글이 아닌가. 호텔리어가 바라본 호텔의 실상을 제대로 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10년을 호텔리어로 일해온 저자의 이 책은 호텔리어의 내부고발담이자 전미 호텔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문제작이었다. 첫페이지를 시작하면서, 체크아웃 시간을 연장하는 방법이나 호텔 방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 등 지금까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손쉬운 요령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사실 여행하면서 여행사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으로 숙소를 예약한 경우도 있었다. 숙박비가 왜 저렴할까 궁금했었는데, 이런 의문점도 시원하게 풀어주고 있었다. 이제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적은 팁으로도 프런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기분좋게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작년에 직원 한 분이 대상포진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직원은 먼저 입원해서 대학병원의 과장님을 찾아가 식사나 하시라고 이십 만원을 건네셨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등 특별대우를 해주셨다고 했다. 나는 그때까지 선택진료만 특별대우를 받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렇듯 몇백만원이 나오는 전체 병원비에 비하면 얼마되지 않는 돈이지만, 환자에게 특별 서비스를 해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런 것과 비슷하지 않겠는가. 제이콥 톰스키가 말하는 호텔에서 업그레이드를 받는 법, 특별 대우를 받는 법은 아주 작은 팁에 있었다. 얼마간의 돈으로 서로 기분 좋아지는 일이다. 여행할 때 숙소에서 체크인할때 이것만은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몇 년전에 통영에 여행갔을때도 바다가 보이는 호실에 묵고 싶었지만, 회색 벽만 보이는 곳으로 배정해주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이외에도 바퀴달린 가방이 나와 벨맨들의 직업을 휘청거리게 만들었던 일들과 팁을 받기 위해 서비스 전쟁을 벌이는 도어맨들의 이야기와 호텔에 출입하는 손님들의 비밀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발칙하게 호텔의 내부를 고발하는 호텔리어로 인해 호텔의 실체를 제대로 안 느낌이다. 나는 책의 말미에서 '해고 되지 말자!' 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이 인상깊었다. 분노 조절을 못해 해고 당하면 그 사람의 삶은 얼마나 피폐해지겠는가. 아무리 짜증나는 손님이 와도 겉으로 표내지 말고 억지로라도 웃음지어야 할 호텔리어들의 생존법을 표현한 말이었다. 어디 호텔리어 뿐이겠는가. 모든 직장인들의 애환을 만날 수 있는 글이었다.

 

이제 호텔에서의 대처법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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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계곡 모중석 스릴러 클럽 35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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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나오기 전 표지를 처음 보았을때부터 느껴지는 건 두려움이었다.

어두운 색 후드를 뒤집어쓴 거구의 남자, 얼굴도 잘 보이지 않고 어두운 얼굴 너머로 풍겨나오는 강한 눈빛에 두려움이 먼저 앞섰다. 악마를 보는 느낌이 이럴까. 제목 마저도 『지옥계곡』이었다.

 

우리 대부분은 욕심을 조금씩 감추고 살아간다. 친구와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무관심하거나 등돌리는 경우도 많다. 특히 어떤이에게 고통스러운 일이 닥쳤을때, 자신의 심연으로 침잠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 괜찮아 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내버려 둬 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덜 고통스럽고, 덜 신경쓰고, 결국, 곁에 있는 친구가 떠났을때에야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 보며 그때 왜 손 내밀지 않았을까 후회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같이 산악 등반을 하러간 친구들. 어느 한 사람이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어 올라가지 못하면, 같이 간 팀의 누군가는 그를 부축해 보살펴야 하는데도, 정상에 올라가겠다는 욕심으로, 팀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친구를 맡기는 일은 옳지 못하다. 낯모르는 이에게 자신의 친구를 맡긴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물론 내 개인적 생각으로도, 산에서 등산하다 만나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 없겠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사람들 전체가 좋은 사람이 아니므로 100% 믿을 수는 없지 않겠나.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지옥의 계곡이라 불리는 곳에 힘겹게 산에 오르는 여자가 있다.

등산화를 제대로 챙겨 신지 않았는지 자꾸 비틀거리고, 등에 맨 배낭은 빈 듯 하다. 그리고 산악구조대원으로 일하는 로만은 어느 한 사람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그런 날씨에 조난을 당하기 쉬우므로 발자국을 향해 간다. 저만치서 계곡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한 여성이 서 있다. 곧 뛰어내리려는 것처럼 위태위태한 모습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조심조심 그녀에게 달려가자 그녀는 뛰어내리려 하고 로만은 겨우 그녀의 팔을 붙잡는다. 살려면 그녀가 움직여줘야 하는데 그녀는 로만의 손가락을 움직여 풀려고 한다. 그리고 로만을 바라보는 눈빛은 굉장히 두려운 눈빛이다. 결국 손가락을 풀어 여자는 뛰어내리고 로만은 밤마다 그 여자의 두려운 눈빛이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후 그녀의 친구들 산악 등반 팀의 일원이었던 이들이 한 명씩 죽기 시작한다. 누군가에 의해.

 

지옥계곡으로 떨어진 여자는 라우라 바이더였고, 마라 란다우는 그녀의 절친이었다. 그녀가 왜 죽었는지 이유를 알수 없는 마라는 팀과 함께 등반했던 일들을 떠올린다. 라우라의 부모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았고, 그 사건이 있었던 때부터 라우라는 친구들을 피하기 시작했고, 같은 팀의 연인이었던 리키조차도 피했다. 친구들은 자신의 일 때문에 라우라를 보살피지 못했고, 라우라는 고립되어 있었다.  

 

 

책은 라우라의 친구인 마라와 산악구조대원인 로만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라우라의 연인이었던 리키 슈뢰더와 베른트 린데케, 아르민 촐테크의 주변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한 장이 끝날때마다 정신이 약간 이상한 듯한 한 남자의 1인칭 독백이 이어지고 있었다.  

 

날씨가 좋지 않을때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지옥 계곡처럼, 이들 모두는 위태위태하다. 

지옥 계곡위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현재의 우리, 위태위태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비추는 듯도 하다. 아찔한 계곡이 펼쳐져 있는 곳, 지옥 계곡이라 불리는 그곳에 한 사람이 비밀을 봉인해버리면 영원히 찾을 수 있을까. 가장 친한 친구에게 너무 늦게야 진실을 알려준 라우라의 말없는 고통이 지옥 계곡으로부터 들려나오는 듯 하다.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책은 『사라진 소녀들』로 먼저 만났었다.  

시각 장애인의 실종을 두고 낯선 자를 조심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주었던 심리 스릴러로서 강한 긴장감을 주었었다. 『지옥계곡』또한 낯선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가족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고, 연인에게도 기댈수 없었고, 친구들에게도 마음을 터놓을 수 없었던 한 여자가 한 정신 이상자로 인해 어떻게 고통받고 죽음에 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 또한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추악한 진실은 또 어떤가. 모든 진실을 가지고 지옥계곡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던 라우라의 고통이 느껴졌다.

 

가장 가까운 사람도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가면 속에 감춰진 그들의 추악한 내면에 몸서리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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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 - 제18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홍희정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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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나는 누군가의 말을 잘 들어 주었다. 전화해서 나에게 이야기를 건네면 한 시간이 넘어가도록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건넬때 적당히 한 마디씩 말을 건네주고, 더 하고 싶은 말을 하게 조용히 들어주는걸 잘했었다. 요즘의 나를 예전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들어주는 사람'이 아닌것 같다. 하긴 전화보다는 휴대폰의 카톡으로 하는 세상이 되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와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며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의 이야기에 동화되어 나도 모르게 눈물 흘리던 때도 꽤 있었는데, 요즘은 꽤 시끌벅적하게 노는 것 같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재잘재잘 이야기를 하고 사진 찍기 놀이를 한다던가, 쇼핑을 한다던가, 아님 등산을 한다던가 해서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마음을 열어보일 시간을 덜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대신 나는 작가가 하는 말을 들어준다.

짧게는 200페이지도 안되는 것, 때로는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책 속에서 작가가 하는 말들을 듣는다. 누군가와 사랑하고, 어떤 이 때문에 가슴 아파하고, 때론 모험을 하는 이야기를 나는 묵묵히 듣는다. 몇시간이고 앉아서 작가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 내가 살아보고 싶은 삶, 세상 속에는 이렇게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나는 작가가 하는 말속에서 대신 살고 있다.

 

오늘 나는 이레라는 이름을 가진 스물여섯살 젊은 여자의 삶을 바라보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하며 율이네 구멍가게에서 율이와 함께 앉아있곤 하는 이레는 율이를 만난지 6년, 혼자 짝사랑중이다. 율이에게 거쳐간 여자 친구들이 많아, 고백해서 그의 여자친구가 되어 곧 헤어지고 싶지는 않다. 이대로 그의 옆에서 그를 바라보기만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때론 마음속에서 불이 일어날 때도 있다. 그의 마음을 얻고 싶어 그에게 사랑의 말을 하고 싶기도 하다.

 

율이는 할머니와 둘이 사는데, 여든 살이 넘은 할머니는 암에 걸렸으면서도 밝고 기운차게 살아가고 계신다.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고 직장을 찾다가 <들어주는 사람>이란 회사에 취직한다. 이곳  <들어주는 사람>의 사장은 이레가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일을 잘한다며 취직시킨다. 이야기 할 사람이 없어 <들어주는 사람>에 가입해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를 바라는 모습은 요즘 우리의 삭막한 현실을 보는 것 같다. 일주일에 두세 번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를 바라는 사람, 매일 들어주었으면 하는 사람. 결국에는 사람과의 소통이 잘 안된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하면서 위로를 받기도 하는 것인데,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건 외롭다는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한다는 건 대화가 꼭 필요해서만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만 해도 위로를 받는 사람을 많이 보아왔다. 타인에게 의견을 구한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타인의 생각보다는 자신의 뜻대로 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스스로 고민하는 것을 이야기할 뿐이다. 결정을 하기 전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를 바라는 것 때문이다.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라는 제목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걸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짝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제목의 말에 공감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좋아한다는 고백을 못하고, 그의 주변에서 얼쩡거리기만 하고 있을때, 만약 좋아하는 사람에게 여자 친구라도 생기면 온 세상을 다 잃은 듯 슬프기도 할 것이다. 마음속에서는 고백을 하고 싶다고 아우성을 칠테지만, 소극적인 이레는 율이에게 그러지 못하는 것처럼.

 

 <들어주는 사람>에서 통화하고 있을때,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을때, 이레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었음을 알게 되는 일도 그렇다. 사랑에 소극적일뿐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는 것에도 느리게 나아가는 이레의 모습은 어느 누군가의 모습과도 겹쳐 보였다. 느려서 때로는 손해를 보기도 하겠지만, 이레처럼 느리게 율이를 바라보는 것도 괜찮은 일 같기도 했다.

 

6년이라는 시간동안 느리게 율이를 바라보았던 이레의 다급한 몸짓이 어쩐지 귀엽게 느껴졌다.

나의 곁에서 나를 느리게 보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저 일상일 뿐이지만 어느 순간에 그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으니, 우리는 또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나 싶다.

 

나에게 건네는 누군가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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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그림을 보는 법 - 전통미술의 상징세계
허균 지음 / 돌베개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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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는 일은 마음을 다독이는 일이다.

삶이 힘겨울때, 위로가 필요할때 들여다 보는 그림은 시름을 잊게 하고 위로를 받는 일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언제 고민이 있었는지, 언제 슬펐는지 모든 것을 잊고 만다. 그런 위로와 위무의 시간이기에 그림을 들여다보는 일을 즐긴다.

 

산수화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고즈넉해진다.

우리 선조들의 여유로움이 느껴지고, 여백의 미에서 복잡했던 마음을 비우기도 한다. 서양화와는 또다른 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서양화와 우리나라 산수화와 다른게 여백의 미가 아닐까 한다. 비어있는 공간에서 삶의 여유로움을, 마음을 비우게 되는 느낌을 받는 것. 이래서 옛그림이 마음에 더 들어오는 일이기도 하다.

 

저자는 우리 옛그림을 아는 법은 바로 우리 문화를 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나라 선조들의 풍류와 사상들을 알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그림이 그려진 그 시대의 생각들, 염원들을 알수 있는 것이 옛그림에서 나타났다. 우리는 옛그림을 보면서 그림에서 풍겨져 나오는 흥취를 느낄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여유로움이 그림속에서 느껴진다. 

 

옛그림은 아는 법은 바로 우리 문화를 안다는 것.

  

 우리 옛사람은들은 그림속에 자신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 누군가에게 건네는 그림에서 강한 바램을 넣기도 하였다. 달을 보며 계절의 정취를 담아 마음의 즐거움을 느꼈고, 선비들은 사군자(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그리며 자신들을 고결한 군자의 모습으로 닮고자 했다. 사군자의 각 특징을 보자면, 매화는 인고와 수절의 상징이었고, 난은 문인의 품격과 정신세계를 표현했으며, 국화는 고고한 기품으로 드러내는 선비의 지조를 비유했고, 대나무는 군왕의 높은 덕망으로 군자의 동반자를 비유했다. 

 

윤용,<월야산수도>「편유영환첩」종이에수묵. 이경윤, <월야탄금도>16세기 후반경, 비단에수묵

 

위 오른쪽 이경윤의 <월야탄금도>에서도 보면 전체적으로 여백이 많이 주었다. 달밤의 자연 속에서 탄금을 타며 풍류를 즐기는 선비, 풍경도 복잡하게 그리지 않았으며, 절제미가 있어 어딘가 환상적인 공간에 있는듯한 느낌을 준다. 이처럼 그림에서 흥취를 느낄수 있는게 우리 그림이란 생각이 든다.

 

조선시대의 문학은 당, 송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로 인해 조선 문인들은 당, 송의 영향력인 도연명과 그의 뒤를 이은 시인들의 시취(詩趣)에 빠져 들었다 한다. 그들의 시를 읽으며 자신의 시작에 사용했다. 자신의 그림에 짧은 시를 짓기도 하고, 자신의 그림에 도연명이나 다른 이들의 시 한 구절을 넣기도 했다. 선비화가 윤두서의 작품 <무송관수도>에서 도연명의 「귀거래사」의 한 구절을 넣은 것처럼 말이다. 옛그림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림속에 짧은 시가 들어있는 것이 많았었다.  

 

허련, <일지매도> 조선 후기, 종이에 수묵

 

조선의 문인들은 매화를 즐겨 그려 시와 그림의 소재로 삼았다. 특히 일지매는 봄의 전령사로서 특별히 사랑받았다. (84페이지)  몇 년전 이사하며서 집을 꾸밀때, 매화 그림이 너무 예뻐, 안방의 한 벽을 매화 그림으로 채워놓고 싶었다. 벽지가 너무 비싸고, 가구나 기타 다른 것과 조화가 잘 되지 않아 포기한 적이 있었다. 이처럼 봄의 전령사인 매화 한 가지를 그려 보낸 글에서 사람들은 안부를 느꼈고, 점점 일지매가 안부를 나타내는 그림이 되었다 한다.

 

불교에서 연꽃은 청결, 순결, 불염의 상징이라고 한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자신에게 이롭게 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받아들여 '연이어 아들을 낳는다는 것'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다 한다. 그래서 연꽃 그림에 연밥을 새가 쪼아 먹거나 하는 그림이 있는 것은 남자 아이를 잉태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또한 석류가 알알이 박힌 그림들 또한 남아를 잉태하는 의미로 그렸다 한다. 이런 상징성을 알고 보는 그림이 더 재미있었다.

 

또한 TV 드라마 속에서 조선의 왕이 나오는 장면에서 왕의 의자 뒤엔 <일월오악도>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일월오악도>는 '왕이 하늘의 아들임을 널리 알리다'라는 뜻을 가졌다. 다섯 봉우리의 산, 파도치는 물, 흘러내리는 폭포, 짙푸른 적송, 해와 달로 구성되어진 그림이다. 군신들의 관념속에 자리잡은 우주관과 음양사상, 천명사상과 길상 관념이 모두 농축되어 있는 그림이라는 것이다.

 

그림의 상징성을 알고 그림을 다시 보는 일은 그림이 새롭게 보인다.

저자는 옛그림을 이해하는 법을 고전을 가까이 하라고 하였고, 그림의 의미를 더 풍부하게 알고 싶다면 문집을 읽으라고 하였다. 또한 유교 역사관의 핵심 원리인 상고주의와 복福, 녹祿, 수壽로 나누어지는 길상 사상을 이해하면 된다고 하였다. 그림의 소재를 알고, 상징을 깨달으면 옛그림이 훨씬 가까워진다고 했다. 

 

이렇게 옛그림을 보는 법을 보고나니 그림이 훨씬 이해하기가 쉽다. 서양화와는 또다른 멋이 느껴지는 우리 옛그림은 우리 선조들의 사상과 흥취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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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인 아이 시험도 끝났고, 기념으로 동생네와 함께 부산 여행을 가기로 했다.

몇주 전부터 해운대 근처의 숙소를 예약하고, 밤엔 야경을 보겠다고 버스로 야경투어까지 예약을 했다.

어제 무사히 수능시험도 끝나 이제 내일 새벽에 떠날일만 남았다.

새벽 4시부터 준비해 새벽5시쯤 출발할 예정이다.

여동생도 책을 조금 읽는데, 아침 9시에 부산 보수동헌책방 골목 입구에서 만나자고 했다.

광주에도 헌책방 골목이 있는데 뛰엄뛰엄 있어서 별 재미가 없는 편이다.

인터넷으로 본 보수동 책방 골목은 책방이 모여있는 곳이어서 훨씬 멋스러워 보였다.

 

일단 여행을 가니 좋긴 한데, 주말에 책을 많이 읽지 못하는게 조금 아쉽다.

 

11월 들어서 내가 구입하지 않는, 구입하고 싶은 책들이 보여 반갑고, 그 책을 다 읽어주지 못한다는게, 갖지 못한다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김연수 작가의 신작이 예판한다.

많이 친해지고 싶은 작가인데, 점점 그의 글에 친해지고 있다.

그리고 헤르만 헤세 선집 세트가 표지도 이쁘게 현대문학에서 나왔다.

다 갖고 싶구나.

책꽂이 한귀퉁이에 넣어두고 싶다.

있는 책 빼고서라도.

 

 

 

 

 

 

 

 

 

 

 

 

 

 

 

 

아는 후배가 제주 여행을 다녀왔는데 이중섭 거리에서 찍은 사진이 있었다.

뭐 별로 볼게 없고, 집만 덩그러니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데도 가고 싶었다.

그러다가 이중섭을 클릭했더니 이렇게 책이 있었다.

 

 

 

 

 

 

 

 

 

김동영 작가의 신작도 보인다.

닉 페어웰의 <GO>는 가지고 있는 책이다.

신문에 인터뷰 기사가 막 쏟아져 나오니까 얼른 읽어주고 싶은 작가가 되었다.

<향나무 베개를 베고 자는 잠>이란 책은 제목이 왜이리 이쁜지.

어디가서 향나무 베개를 구해다 베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역시 내가 좋아하는 예술사를 다른 서적이 출판된다.

내가 믿고 사보는 유홍준 교수의 작품이다.

예판이 뜨자마자 구입하고 싶어 몸이 달았다.

<옛그림을 보는 법>을 읽고 있는데 이것과 비교하는 기쁨이 크리라.

 

 

 

 

 

 

 

 

 

 

 

 

 

 

 

 

 

부산으로 떠나기 전날 밤인데 벌써부터 부산 해운대의 파도와 바다가 눈에 어른거린다.

결혼전부터 부산을 좋아했다.

부산의 바다를 좋아했다고 봐야겠지.

혼자서도 여러번 갔었고, 친구와도 다녀오고, 작년엔 신랑과 둘이서도 다녀왔다.

부산은 나의 제2의 고향처럼 친근한 곳.

 

떠나기 전날 읽고 싶은 신작들을 보고 괜시리 몇자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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