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 지상의 아름다움과 삶의 경이로움에 대하여, 개정증보판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문예춘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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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에세이를 읽는 것은 소설과는 또다른 느낌을 준다. 소설에나 시에도 작가의 생각들이 강하게 반영되었지만, 에세이에서는 작가의 본모습을 만날수 있다. 때로 작가의 내 감성과 공감하지 못하는 소설보다 에세이가 훨씬 마음에 와닿는 경우도 있다. 그럴때는 작가에 대한 미적지근한 애정이 샘솟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인이나 소설가들의 에세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아마도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과 사상에 다가감일지도 모르겠다.

 

헤르만 헤세의 에세이는 문예춘추사의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의 소설을 최근에 『수레바퀴 아래서』와 『데미안』을 읽으며, 작가의 작품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방황하고 고민하는 십대의 심정을 그대로 나타낸 작품이었고, 나는 두 작품의 리뷰를 썼을때, '주인공이 산책을 나갔을때 보는 풍경들을 책을 읽는 우리로 하여금 그가 안내하는 숲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고요한 아침의 숲에서 이끼 위에 드러누워 파란 하늘을 보는 풍경,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눈부신 햇볕을 바라보는 일이 그렇다.' 라고 했다.

 

 헤르만 헤세의 에세이를 읽어보니 독자가 느낄만큼 그는 자연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고, 자연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에 깊이 매료된 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작품들 속에서도 헤세의 생각들이 배어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나 같은 경우는 나이가 들면서 숲에 대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연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봄이면 예쁘게 피는 꽃들이 너무 예쁘다 느꼈고, 새파랗게 새순이 돋는 그 모습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었다. 꽃이 피면 왜 그렇게 엄마들이 꽃구경 다닌다고 돌아다녔는지 이해가 안된다 생각했지만, 요즘 내가 친구들과 그러고 있으니 할말 다 했다.

 

헤르만 헤세는 『수레바퀴 아래서』나 『데미안』과 같은 소설 뿐 아니라 수필, 시, 그림까지 남긴 다재다능한 예술가라고 한다. 스위스의 한적한 산골에서 말년을 보냈으며, 자연의 아름다움, 고향에 대한 향수, 인간의 위대함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이 에세이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가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대해 표현한 글들을 보자면 정말 아름답기 그지 없다. 마치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구름은 즐거움을 주면서 위로도 해 주는 존재이다. 그것은 신이 구름에게 부여한 축복이자 재능이며, 분노이면서 동시에 죽음의 위력을 지녔다.  (29~30페이지)

 

그처럼 나무는 저녁에 우리가 어린아이처럼 불안해할 때 솨솨 소리를 내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들은 긴 생각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들보다도 더 긴 삶을 살아 내어 길고 고요한 호흡을 한다. 우리가 나무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한 그들은 우리보다 현명하다. 나무들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우면서 생각이 짧고 어린아이 같이 서두르던 우리들은 더할나위 없는 즐거움을 느낀다.  (58페이지)

 

 

얼마전에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를 읽으면서도 느낀바지만, 나이가 들수록 우리가 나고 자랐던 고향에 대한 향수, 어린 날의 기억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 또한 유년시절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걸 보며, 그때 같이 놀았던 친구들이 그리워지는 걸 느꼈다.

 

헤르만 헤세도 예외는 아니었던지, 아름답고 소중한 유년의 세계로부터 멀어지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가 산책했던 숲길, 숲에서 만난 나무들, 이웃집 안나 아줌마에 대한 추억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영상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고향이 다른 세계보다 더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작은 것에도 감사해하는 어린아이의 선한 눈빛으로 그 영상들을 처음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167페이지)

 

난 그저 어린날의 추억때문에 유년 시절을 그리워한다고 생각했었는데, 헤르만 헤세의 위 문장에서 말하는 것 처럼 우리는 어린아이의 선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그 시간들이 소중하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헤세는 자연과 유년시저의 향수 뿐만 아니라 예술에 대한 생각들, 인간에 대한 사랑과 존엄성, 아름다운 곳을 추구하고자 하는 일상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까지 엿볼수 있는 글이었다. 현재의 언어처럼 헤세의 깊은 통찰력을 경험해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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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20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둘레 숲을 착하게 사랑하는 마음 늘 곱게 보듬어 주셔요

프레이야 2013-12-20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세의 이런 에세이가 있군요. 담아갑니다. 참 좋아보여요. 수채화까지 어쩜어쩜^^
 
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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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습관적으로 글에 대한 감상을 남긴다. 글에 대한 감상을 남겨놓지 않으면 어떤 책을 읽었을때 내가 어떠한 감정을 느꼈는가 알수 없기 때문에 기록 차원에서 남기던 습관이 어느새 몇 년을 넘겼다. 이렇듯 책에 대한 감상을 남긴 글을 시간이 지난 뒤에 읽어보면, 줄거리 보다는 내가 그 책을 읽었던 그 시간에 느꼈던 감정 위주로 적다보니, 자세한 내용은 알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일기를 쓰듯 책에 대한 감상을 적는 일이 어느새 습관처럼 굳어져 일상이 되어 버렸다. 책에 대한 리뷰를 남기는 일은 내가 일기는 쓰는 것과도 같다. 다만, 책에 대한 일기라고 해야할것 같다.

 

나는 평소 책 읽는 일을 작가에 대한 생각을 알게 되는 것,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찾고자 하는 것, 작가가 하는 말들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표현해 왔다. 왜냐면 책에서는 작가의 온갖 감정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으므로. 어떨때는 소설을 읽으면서도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들어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니까.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이라고 표현했던 아주 짤막한 한 문장에서 작가의 단편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고, 감동을 주었는가 느낄 수 있었다. 작가의 마지막 단편집이라고 할 수 있는 『디어 라이프』에서는 작가의 단편소설과 뒷 편에 따로 묶은 네 편의 단편은 그녀의 자전적 요소를 담은 소설이었다. 그녀가 나고 자랐던 캐나다의 한 타운에서 자신과 뗄레야 뗄수 없는 어머니에 대한 추억들이 들어 있었다.

 

모든 자식들에게 어머니는 마음에 들어 찬 존재다. 자신의 존재를 있게 했고, 자신을 키워준 사람. 만약 그런 어머니가 이 세상에 계시지 않다면 그 기억들은 더 가슴깊이 파고드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면, 늘 엄마가 맨처음인것처럼, 내가 나고 자랐던 곳, 나를 있게 해준 엄마의 품속이 늘 그렇게 따뜻하듯, 엄마에 대한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고향이란 것은 정말 특별한 것 같다. 이따금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을 헤매는 꿈을 꿀 때가 있다. 아마 작가도 그러지 않았을까. 늘 자신이 태어난 곳에 머릿속에 있었고, 어머니가 가슴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을 것이다.

 

단편들은 작가의 나이답게 삶의 연륜이, 진한 추억이 배어 있었다.

작가가 살았던 캐나다의 타운을 배경으로 한 단편들 속에서 작가가 느끼는 감정들, 책 속의 주인공 들의 삶을 바라보며 우리는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여러 작품들 중에서 나의 감성과 맞는 단편이 몇 편 있었다. 작품마다 다 특색이 있었고, 단편만이 가지는 긴 여운이 남았다. 「일본에 가 닿기를」 같은 경우, 단편소설의 맨 첫장에 있었던 것으로, 이 작품 만으로도 왜 앨리스 노먼을 '단편소설의 거장'이라고 하는지 한번에 느낄수 있었다. 아름답고 간결한 문장, 눈길을 끄는 문장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한 사람에 대한 감정 표현을 아주 짦은 시처럼 표현해 놓은 세 줄의 문장 때문에도 그랬고, 남편이 아닌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여자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문장들이 그랬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때 느끼는 감정들이 그대로 보였다. 예를 들면, '가을과 겨울과 봄을 보내는 동안 그녀가 그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 라고 표현된 문장 말이다. 남자를 만나기 위해 가는 동안 한 여자의 감정, 속절없이 빠지고만 남자에게 가는 길, 그녀에게 다가올 일들을 결코 피하지 않았던 여자의 모습들을 볼수 있었다.  

 

작가의 나이가 있기 때문에, 그 나이가 가지는 고유한 느낌이 배어있는듯 했던 단편이 「호수가 보이는 풍경」과 「돌리」였다. 「호수가 보이는 풍경」은 기억력에 문제가 있어 정신 문제의 전문가를 만나러 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언젠가는 많은 기억들을 추억으로만 간직할 노년의 시기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만약 요양원이라는 곳에 기거하고 있다면, 그보다 몇 년 전의 운전하던 시절을 추억할 것이며,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지냈던 시절을 그리워 할 것이다.

 

주변에 올해 89세가 되신, 교장선생님을 하셨던 분이 계셨다. 며칠전까지 출신학교 회보에 당신 글이 수록되었다며 읽어보라고 내게 회보 한 권을 건네 주셨었다. 한문을 섞어 가며 쓰신 글이었는데, 그렇게 총명하셨던 분이 이틀전부터 치매가 와 힘들어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언젠가는 다가올 수도 있는 일이고, 나도 노년이 되겠지만,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자신이 살았던 삶의 기억들을 기억조차 하지 못할 때가 온다고 생각하니 슬펐다. 「호수가 보이는 풍경」을 읽다보니 삶을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들을 즐기며 소중히 해야겠다는 다짐같은거 말이다.

 

「돌리」는 자신들이 죽음을 맞이 했을때 어떻게 할 것인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장례식에 대한 것까지 생각해놓은 노년의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이다. 여든셋과 일흔하나의 나이인 이들. 우연히 알게 되었던 그웬이라는 여자가 한때 프랭클린과 사랑했던 여자였었고, 프랭클린은 그웬을 돌리라는 이름으로 불렀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상처받은 사람의 감정들이 담겨 있었던 작품이었다. 

 

나이가 들면 같이 살고 있는 남자(혹은 여자)에 대해 감정이 무뎌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리」의 작품 속 주인공을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사랑에 대한 감정, 내가 누군가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르는 감정은 나이를 떠난 모든 이들이 느끼는 감정인 모양이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까지 끝낸 사람이 프랭클린과 사랑했던 여자가 나타났다는 이유만으로 상처받아 혼자서 거리를 헤매고 질투에 휩싸인 일흔하나의 여자 주인공을 보고는 '귀여우시다'라는 느낌을 가졌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죽을때까지 함께 나아가고 싶은 마음들은 나이를 떠나서 누구나 갖는 감정이란 걸 다시한번 느꼈다.

 

나이가 들면서 느낀 점은 현재의 시간들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시간들이 자꾸 기억난다는 것이다. 특히 어렸을때 살았던 곳이 꿈에 나타난다거나, 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들이 먹고 싶고, 어렸을때 친구들이 보고 싶은 것들 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을 어른들이 하시곤 했는데, 지금 내가 조금씩 그러고 있으니 세상은 돌고도는 것 같다.

 

작가 앨리스 먼로가 노년에 이르러서 자신의 기억들을 네 편의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을 보면 역시 맞는 말 같다. 지금보다 몇 년이 지나 더 나이가 들었을때 나 또한 오래전 기억들을 추억하며 살 것이다. 오래전에 쓴 리뷰들도 들춰보며, 내가 어떤 책들을 읽었나 추억에 잠겨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을 추억해 볼 수 있는 단편들이었다. 삶에 대한 관조를 엿볼수 있는 문장, 연륜이 묻어나오는 감정들이 문장 속에서 배어 있어, 책을 읽는 그 즐거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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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별일 없이 산다 탐 청소년 문학 11
강미 외 지음 / 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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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을 읽다보면, 우리 주변의 청소년들의 이야기일텐데도 너무 동떨어진 청소년들을 만난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극단적인 아이를 만난다거나 실제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나 하는 놀라움이 생기곤 한다. 내 아이들이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다들 좋은 아이들,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는 아이들만 있을거라는 내 마음을 사정없이 무너뜨리기도 하는게 요즘 아이들인것 같기도 하다. 사실 큰아이 반 아이들중 두명이 자살한 경우가 있었다. 그 사실을 안 순간 나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아이 부모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몹시도 가슴이 아팠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아이들은 별일없이 3년을 그렇게 보냈었다. 내 일이 아니어서 잊는 것일수도 있지만,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속은 도무지 알수가 없는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고, 폭력적인 사건까지 생긴다는 걸 책으로 알면서부터는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 겠다는 절박감이 생긴것 같았다. 그래서 자주 청소년 문학을 읽으려 하고,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부담없이 하려고 하는 중이다. 내가 아이들을 100% 알고, 이해한다고 단정짓지는 못하겠다. 그저 아무 일 없이, 별 일 없이 지나가기를 바랄 뿐.

 

나의 이런 마음들을 아는지 일곱 명의 청소년 소설을 쓰는 작가들의 단편이 나왔다. 『우리는 별 일 없이 산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이 책에서 만난 청소년 아이들은 그저 보통의 아이들이었다. 특별하게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아니었고, 특별하게 어긋난 아이도 아닌 보통의 아이들 말이다. 물론 보통의 인문계 고등학교 보다는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있었다. 학교에서 어떠한 사건으로 큰 상처를 받게되면 그곳에 적응하기가 힘든 아이들에게 대안학교 라는게 생겼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것, 공부보다는 다른, 뭔가 아이들의 진정성을 만날 수 있는 학교라는게 대안학교라는 이미지이다.

 

주변의 아이 중 대안학교에 가려고 했지만, 부모의 바램으로 다시 일반학교로 갔던 아이도 실제로 있었기 때문에 어디서든 잘 적응하기 바라는게 부모의 마음이요, 부모를 알고 있는 나의 바램이기도 했다. 비단 그 아이 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그랬으면 하는게 나의 마음이기도 하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아이들이 너무도 많고, 사실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도 꽤 있기 때문에 남의 아이들 같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강미의  「오시비엥침」은 대안학교에 다니는 선영의 이야기이다. 여행학교는 학기 단위로 세계 여러곳을 여행하는 학교로 공연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 여행은 폴란드로 정은, 찬과 함께 같은 조로 되어 있으며, 한국인 강마마가 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벽화를 그리기로 했다. 그곳에서 아우슈비츠, 폴란드어로는 오시비엥침으로 가 그곳에서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의 울림을 듣는 이야기였다. 선영의 마음속에 가시처럼 박혀있는 동주와의 일을 바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가장 아픈 사건이 있었던 곳에서 자신의 아픔을 들여다 보는 일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일이었음을 깨닫는 일이었다.   

 

 

또한 실업계 고등학교 관광학과에 다니는 지수의 이야기인 「유자마들렌」, 만화가가 되고 싶은 취업준비반의 이야기인 「팩트와 판타지」, 학교 공부와 학원에서 하는 공부보다는 드럼치는 일이 즐거운 현제의 이야기 「두드ing」과 한동안 아이들은 즐겁고, 어른들은 싫어했던 체벌금지와 두발자유에 대해 말하는 청소년인권활동가의 이야기인 「나우」, 스타를 향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내사랑은 A+」, 아빠가 다쳐 아빠가 하는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는 영재의 이야기인 「영재는 영재다」등 모두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보통의 아이들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모든 것을 공부로 귀결짓는 어른들에게 일침을 놓는 글이기도 하다.

부모들이 원하는 공부보다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말하는 글들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이들에게 욕심을 부리는데 끝이 없는 부모도 있긴 하다. 아이들이 숨쉴수 있는 공간을 주지않고 다그칠때 그로인해 폐해가 생기는 것을 우리는 주변에서 보아왔다. 그 매체가 책이건, 뉴스건. 그 사실들은 우리를 가슴아프게 한다. 이렇듯 그렇게만 생각할게 하니라 아이들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며 살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별일 없이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아이들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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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의 남자
백민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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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작가를 알아가는 기쁨이 크다.

새로운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읽는 일, 그의 작품을 읽으며 작가를 알아가는 일은 마치 새로운 사람을 만난양 설렘이 가득하다. 백민석 작가의 이름을 신작의 제목을 보고 처음 알게 되었는데, 10년간 절필했다가 새로이 발표한 작품이라고 해 어떤 작가이길래 10년간이나 글쓰기를 멈췄을까 궁금함이 컸다.

 

『혀끝의 남자』에는 총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이중 두 편은 새롭게 쓴 작품이고, 일곱 편의 작품은 전에 쓴 작품을 새롭게 다시 쓴 작품이라 했다. 내게 『혀끝의 남자』의 아홉편의 단편들은 모두 다 생소한 작품이었다. 작품을 읽으며 이 작품의 제목으로도 쓰인 「혀끝의 남자」에서부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작가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고자 집중을 다했다.

 

아홉 편의 단편들은 거의 일인칭 시점으로 소설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여행기, 작가의 어떠한 생각을 말하는 에세이 느낌이 강했다. 그의 작품은 소년 시절의 느꼈던 일들을 글로 써낸 느낌이었고, 아이들 만이 가지는 그런 생각들, 어쩌면 아이들도 이런 폭력적인 단어들을 쓸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혀끝의 남자」에서는 인도를 여행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비슷한 여행을 하는 한국여자와 한국 남자를 만나 인도의 속을 들여다보는 여행기를 담았다. 인도 여행에서 만났던 남자가 혀끝의 남자인가. 머리에 불을 붙인 채 혀끝을 걷고 있는 남자라, 머리에 불을 붙인 인간을 못봤기 때문에 그는 신 일수도 있었다.   

 

「신데렐라 게임을 아세요?」는 여러 작품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었다. 

신데렐라 책의 여러 판본을 보유하고 있는 신데렐라 서점을 배경으로 한 내용으로 한때 도서관 소년이었던 주인공 '나'가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한두 권씩 책을 구입하고 다시 책을 읽게 되는 이야기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누가 떠민 것처럼 유리문을 열고 책방 안으로 반보쯤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아니면 누군가 손목을 잡고 안에서 당긴 것처럼. (117 페이지) 서점을 이용하는 젊은 여성들은 모두 신데렐라 책을 구입해가고, 어떤 내용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가는 이야기여서 비밀의 서점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여자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때 신데렐라를 꿈꾸기도 한다. 그런 여자들의 생각을 반영한 드라마도 많이 방영이 되고, 영화로도 나오는 걸 보면, 영원한 로망이 아닐까. 이런 여자들의 감성을 남자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 같았다.

 

또한 「재채기」에서는 어느 집앞을 지날때마다 재채기를 하는터라 당연히 그 집에,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게 되어 하지 않던, 자신의 직업과는 무관한, 그림 전시회를 다닌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도산한 가게나 집에 들어가 필요한 물품들을 정리하는 한 남자가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재채기를 했던 것도 한때의 꿈처럼 물거품처럼 사라져 다시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허무한 마음을 담았다.

 

여러 작품을 읽으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귀를 기울였다.

작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뭔가 다른 느낌을 갖게 했다. 「혀끝의 남자」에서도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 인도에서 만난 어느 소년의 모습을 보며 약간 환상적이거나 추상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10년간이나 절필하며 글쓰기와는 전혀 다른 일을 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절필하는 중에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했다. 글을 쓰는 사람이, 한때 도서관 소년이었던 이가 작가로서 자신을 죽이면서도 책은 계속 읽었다는 것을 말했던 단편 「사랑과 증오의 이모티콘」은 작가 자신의 독백이었다. 작가로서 글쓰기가 숙명처럼 느껴졌을텐데도 글쓰기를 중단하고, 그 와중에서도 책을 계속 읽었던 작가는 이모티콘을 바라보는 이야기 속에서 글쓰기와 전혀 다른 삶을 살수 없었던 작가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했다.

 

가장 소중한 독자는 나 자신이다. 라고 말했던 작가의 맨 마지막 말이 오래도록 귓가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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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은 맛있다
강지영 지음 / 네오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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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리를 한 탓인지 책 읽으려고 침대로만 가면 하품을 계속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피곤할 때 나오는 하품. 하품이 자주 날때 보면 어느새 책 읽다가 눈을 감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하품이란게 전염되는 것이어서 퇴근후 요가를 하러 가 누워있다보면 누구 한 명이 하는 하품에 여기저기서 하품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하품을 할때 저절로 입을 벌리고 하게 되는데, 어른들에게 입을 가리고 하는 거라는 교육을 받았던 탓인지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곤 한다. 손바닥으로 입술을 두드리기도 하는 하품. 제목에서처럼 하품이 맛있기도 할까? 그런 의문에서 시작된 소설 읽기였다.

 

붉은 표지속에 있는 젊은 여자인 듯한 모습에 연애소설이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미스테리 소설이었다. 기대하지 않고 읽은 소설은 꽤 흡입력이 있었고, 결말이 궁금해 쉼없이 책을 읽게 되었다.

 

평소에 꿈을 많이 꾸는 편이다. 피가 난무하는 추리소설이라든가, 사람을 많이 죽이는 공포영화라고 본 날이면 꿈 때문에 깊은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처럼 꿈속에서 다른 이의 삶을 산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물론 소설이니까 그런 상황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나는 상대방의 과거를 보고, 상대방은 나의 미래를 보는 꿈이라. 어느 순간엔 상대방이든 나든 꿈을 조절할 수도 있다는 것. 이들의 꿈은 꿈이 아니고 그저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산다고 해야 맞겠다.

 

뒷표지의 책 소개 란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살해 현장을 청소하는 가난한 여대생, 이경

학벌, 미모, 재력까지 모든 걸 갖춘 연예인 지망생, 다운

오직 꿈속에서만 이뤄지는 전혀 다른 두 여자의 수상한 동거!

 

이것 때문에 읽으려고 쌓아놓은 다른 책들을 미뤄놓고 이 책부터 꺼내 읽었으니까.

저 소개글에서처럼 살해 현장을 청소하는 이경이 어느 원룸 아파트에 청소하러갔다가 스노우볼을 들고 나온 날부터 죽은 다운의 꿈을 꾸게 되는 것이다. 다운은 이경의 미래를 꿈꾸고, 이경은 다운의 과거를 꿈 속에서 만난다. 다운이 왜 죽게 되었는지 진실을 알려면 이경은 계속 다운의 꿈을 꿀 수밖에 없다. 이경이 꿈을 꿀수록 다운의 과거의 행적을 알게 되며 자신도 꿈을 꾼다는 걸 다운이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런 일들을 이경은 특수청소대행업체 사장인 남사장에게 상의하기에 이른다. 이미 누군가를 의심하게 되었으므로.

 

다운이 어떻게 죽게 되었는가 궁금할 수 밖에 없는 독자는 작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잠이 들어야만 과거를 볼 수 있고 미래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또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려면 잠이 들 수 밖에 없다. 책을 읽는 독자마저 그들의 꿈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나의 삶을 산다면, 내가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어떻게 할까. 다른 사람은 평범하지도 않고, 나보다 훨씬 외모도 아름답고, 부자라면, 그 사람의 삶을 훔치고 싶을수도 있겠다 싶었다. 예전에 읽은 정수현 작가의 『그녀가 죽길 바라다』에서는 뇌사상태에 빠진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여자가 다른 여자의 몸에 들어가 그 여자의 영혼을 공유하며 육체마저 빼앗으려는 내용을 담았었다. 최근 타임슬립의 내용을 다루는 책이나 영화가 나와 흥미를 돋우게 했다.

 

또한 얼마전에 본 영화 '열한 시' 에서는 시간 여행을 다루는 내용이었다. 24시간 앞으로 돌아간 그들, 그들 앞으로 다가온 불행을 보고 현재로 돌아와 바꾸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똑같이 일어난걸 볼수 있었다. 결국 미래는 바꿀 수 없는 것인가.

 

하지만 우리에게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의를 실현하기 보다는 자신의 목숨에 더 비중을 둘 것이다. 어떻게든 살고 봐야하니까. 살아 있어야 사건을 해결할수도, 자신의 뜻을 펼칠수도 있을테니까. 다소 눈살을 찌푸릴만한 장면도 있었지만, 꽤 흡입력있게 읽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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