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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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 술을 즐겨하는 신랑때문에 곁에서 한두 잔씩 거들다 보니 어느새 나도 애주가가 되어가고 있다. 새해가 되면서 이제 술은 그만, 하고 외쳐보지만, 그게 쉽지는 않은 일. 그래서 신랑에게 이야기했다. 올해엔 술을 덜 마시자고. 절주 하자고 이야길 했다. 많이 마시지는 않지만 자주 마시는게 좋지 않을 뿐더러, 생활 습관을 좀 바꾸고 싶기도 했다. 그 말이 끝나마자마 신랑은 1월 1일 새해 첫날 늦은 오후에 술상을 차렸다. 굴을 껍질채 찜통에 쪄 복분자를 꺼내와 몇 잔을 마시고 있었다. 물론 새해 첫날에 늦은 오후의 식사가 그날의 두번째 식사이긴 했다. 배가 고픈데다 안주가 있으니 술을 한 잔 하고 싶었을 터. 자꾸 바알간 복분자 색에 눈길이 갔지만 꾹 참았다. 올해엔 절주를 하는 거다, 라고. 새해 첫 날부터 술을 마시진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만약 현재 금주법이 시행된다면 어떻게 될까?

금주법이라는 걸 받아들이기도 힘든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리브 바이 나이트』에서처럼 누군가는 불법으로 술을 유통할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술은 인간과 함께 하여 온것 같다. 나는 솔직히 술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과하니까 문제가 될뿐. 하지만 사람들은 적당히 마시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자신의 양이 넘치도록 제어하지 못하고 마시는 사람들이 있어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금주법이 한창이던 1926년의 미국의 한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어서인지 현재에 금주법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을 문득 해보았다. 

 

조 커글린이라고 불리는 한 청년이 있다.

요즘 같으면 소년이었겠지만, 1926년대이니만큼 청년이라 해야 옳겠다. 데니스 루헤인이 말하는 조 커글린은 그곳의 경찰서장의 아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불법을 일삼는다. 폭력단의 소속에 들어 있으면서 다른 술집을 털기도 하고, 밤의 문화를 배우게 된다.

 

소설은 멕시코 만의 한 예인선에서 두 발이 시멘트에 담긴 채 굳어 있는 조 커글린의 회상으로 부터 시작된다. 그의 앞에는 12인의 총잡이가 서 있고, 조만간 바다속으로 던져질 예정이다. 우리나라 영화속에서 폭력배들이 사람을 드럼통에 시멘트를 부어 바다로 던져버리는 장면을 보고는 치를 떨었는데, 이런 일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갱들에게서도 있었다는 사실이 아닌가. 조만간 조 커글린은 죽겠구나 하고 생각되었다. 그가 회상하는 것 중에 그때까지 살아오며 의미있다고 생각되어진 기억들을 떠올리는데, 그의 기억속에 자리잡은 한 여자가 있다. 에마 골드라는 여자로, 그가 바르톨로 형제와 함께 앨버트 화이트의 비밀술집을 털었을때 바텐더로 일하고 있었던 여자다.

 

그에 관련된 모든 일들은 그가 에마 골드라는 여자를 만났을때부터 시작되었다.

한 남자에게 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란 굉장히 큰 것 같다. 물론 여자에게도 남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겠지만 말이다. 그의 삶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할수도 있겠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갱과는 반대인 앨버트 화이트의 여자였던 에마 골드를 사랑한게 그의 인생일 꼬이게 했을수도 있다. 앨버트 화이트 모르게 에마 골드와 함께 멀리 도망가기로 약속을 한후 은행강도를 하려 했고, 경찰관 세 명이 죽으며 그는 붙잡혀 감옥에 가게 된다. 감옥에서 2년간 있으면서 그는 삶의 다른 방법을 배운다. 감옥에서는 아무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었고, 보살펴 주겠다는 조직 보스의 말 때문에 아버지에게 다른 일당을 처리하여 달라고 말한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였다.  

 

 

갱스터와 술, 여자, 도박, 이 모두는 남자를 위한 것이었다.

데니스 루헤인의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벤 에플렉 감독의 영화로 제작중이라고 한다. 국가에서 금주법을 내세우자, 어떻게든 술을 만들어 파는, 마치 마약 판매처럼 그렇게 밀주를 하고 있었고, 서로의 이익을 위해 다른 무리들을 해치우는 것까지 비정한 세계를 만날수 있었다. 조 커글린이 조직의 주도권을 휘어잡고, 또다른 조직에게서 버림을 받으려하는 것 까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폭력배들의 행태와도 닮아 있었다. 내가 가진 것보다 남이 가진 것을 가지려하는 것은 어느 시대나 이렇듯 있었던 모양이다.

 

책표지에서의 남자의 모습은 참 여러 가지 표정을 담고 있다.

검은색 표지의 역시나 검은색의 옷을 입고, 담배를 피워 물고 있는 남자는 아마도 폭력과 비정한 세계의 모습들을 담은 조 커글린의 모습일 것이다. 또한 흑백의 표지는 흑백 시대의 밤을 살았던 남자들의 모습을 내보이고 있었다.

 

오로지 남자를 위한 소설이었는데, 한가지 여자인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건 조 커글린이 사랑 때문에 그 모든 것을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 사랑한 여자와 나중에 만난 여자를 사랑하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사랑에는 일편단심이었다는 것. 물론 어떤 상황에 왔을때 쿨하게 대처할수 있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영화로 보면 더 재미있을 책이다. 남자들은 더 신나할 책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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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그 책 - 추억의 책장을 펼쳐 어린 나와 다시 만나다
곽아람 지음 / 앨리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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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 좋아하는 아이로 자란 건 어릴적 시골학교의 선생님 곁에서 놀면서이다.

섬의 한 초등학교, 한 학년이 겨우 120명이었고, 60명씩 두 반으로 나뉘어 공부하던 학교였고, 40분여를 걸어가야 학교가 있었다. 한번 학교에 가면 학교의 선생님들 곁에서 많이 놀곤 했는데, 그때 나의 놀이터는 학교 도서실이었다. 가난한 집에서 책을 사줄리는 만무했고, 도서실 가득 책이 꽂혀져 있는 책장에서 우연찮게 한 권을 빼어들었는데, 그 책이 그렇게 재미있을수 없었다. 그날 이후 일부러 도서실로 찾아가 집에 갈때까지 책을 읽었던듯 하다. 소도시로 나온 중학교에서는 만화에 눈을 떠 책은 그다지 읽지 못했고, 고등학교시절엔 하이틴 로맨스 소설에 빠져 있었고, 정작 내가 다시 책을 읽은 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이다. 스무살 시절에 나는 공기를 흡입하듯 책을 읽었다. 한국소설이며, 세계문학전집을 날을 새면서까지 읽었다.

 

아마도 한편으로는 어릴적 읽었던 동화가 마음에 남아 있었을 것이다.

결혼후 아이들을 키우며 아이들에게 맨처음 사준게 동화책이었으니까. 장난감보다도 나는 책을 더 사줬고, 입이 마르도록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세계명작동화를 읽었던 시간들을 즐겼다. 왜냐면 어릴적 내가 읽었던 그 감성이 되살아났기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했던 동화속 공주님들, 왕자님들의 꿈을 아이들도 꾸길 바랬고, 내가 좋아했던 책을 아이들에게도 권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책을 읽어주며 아이들에게 말했었다. 이 책 어릴적 엄마가 무척 좋아했던 책이라고. 아이들이 커서도 책을 많이 읽기를 바랬고, 어릴때 읽었던 동화속 이야기에 아이들이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기를 바랬다.

 

몇년전 나는 한 블로그를 방문했다.

서양의 그림,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검색하다 들어갔던지 했던 블로그였다. 블로그의 글을 읽다보니 그림에 관련된 글이 있었고, 글을 쓴 블로거가 조선일보 기자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블로그를 즐겨찾기 해놓고, 새로운 글이 올라왔으려나 하고 몇번씩 방문하곤 했었다. 괜시리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듯 그렇게 띄엄띄엄 방문했었다. 나는 그분의 블로그에서 많은 그림을 알게 되었다. 내가 나의 캐릭터로 사용하고 있는 프란츠 아이블의 「책읽는 소녀」도 그분의 블로그에서 알게 되었고, 퍼온 그림이기도 하다.

 

어느 날 방문했을때 나는 그분의 블로그에서 어릴적 읽었던 동화책을 모으고 있다는 글을 보았다. 나 또한 어릴 적에 읽었던 동화책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있었던 차였고, 아이들이 읽었던 세계명작동화도 괜시리 헌책방에 팔아버렸다는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던 때였다.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동화책을 모으고 있다는 작가의 글에 깊은 공감을 했었던듯 하다. 어릴적에 읽었던 동화책을 읽으며 어린시절의 나와 조우할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저자의 책을 읽어보자고 마음먹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기회가 닿지 않았다. 그러던차에 저자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고, 우연히 들른 블로그에 있었던 글에 대한 책이라는 걸 알게 되어 반가움이 앞섰다. 그림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을 한다고 생각했었던 저자가 사실은 서울대의 고고미술사학과를 나왔다는 걸 난 이 책을 만나며 작가소개에서 알게 되었다.

 

저자 곽아람은 『어릴 적 그 책』에서 총 24편의 동화를 소개한다. 어릴적 추억과 현재의 시간을 아우르는 내용으로 책을 읽는 우리 또한 유년 시절의 추억으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살지만, 시간이 갈수록 과거의 일들을 추억한다. 그 기억이 어린시절 일수록 더 아련해지는 것을 느낄수 있다. 어릴적에 같이 놀던 아이들을 추억하는 경우도 많지만, 나 또한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에 어린시절의 향수를 느끼곤 한다. 그래서 다시 읽고 싶은 책에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 스무살 시절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꺼내 읽고 싶어한다.  

 

 

소설 속에서, 어릴적에 읽었던 동화를 만나는 날이면 그 책에 대한 호감도가 더 쑤욱하고 올라갈 정도이다. 한 예를 들면 김경욱 작가의 『동화처럼』에서 개구리왕자 이야기를 할때도 그랬으니까.

 

처음 소개하는 책은 초록색으로 된 계몽사 판 〈어린이 세계의 명작〉중 『일본편』에 있는 「학 색시」를 소개하고 있었다. 내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나도 이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내용이 확실하게 기억나는 걸 보면 어느 곳에선가 읽었다. 다만 우리집에 있지 않았던 책이라 기억하지 못할뿐. 아마도 시골의 초등학교 도서실에서 읽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어릴 때 읽었던 책을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일의 묘미는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어릴 때는 몰라서 지나쳤던 것들을 발견하고, 이야기의 한 장면으로 스쳐지나갔던 것들을 파헤쳐 '지식'으로 새로이 습득하는 즐거움은 정말 크다. (53페이지)

 

자연에 관심이 없었던 작가가 새로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떠가며 경탄한다는 이야기를 건넨다. 취재 때문에 호암미술관에 들렀던 때 한국 전통정원 '희원'을 둘러보며 고즈넉하고 아리따운 모습에 반하여 그날 저녁에 바로『비밀의 정원』을 주문했다 했다. 정원을 가꾸며 심술궂은 아이가 점차 따뜻한 아이로 변해갔고,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두었던 고모부도 어느새 비밀의 정원때문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나도 이 책을 읽지 않은 것 같다. 내용은 다 알고 있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이어서 나는 이번 기회에 책을 구입해 꼭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다. 그러고는 몇 권의 책을 메모했다.

 

동화속에서 많이 만났고, 작가가 어린 시절을 기억하며 소개한 책 중에서 『비밀의 정원』과 『소공녀』, 『작은 아씨들』등을 말이다. 어렸을때 읽었으나 새로이 읽으면 다른 맛이 느껴지기도 할 것이므로. 모든 책이 그랬듯, 어릴 적 읽었던 동화를 다시 읽는 일은 추억을 읽는 일이기도 하므로.

 

내가 읽은 책을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아이들과 책이야기 하는게 즐겁다. 이런 마음은 나만 가지고 있는게 아니듯 저자도 이런 이야기를 한다. 서울에서, 천 리 길 진주에서, 우리는 같은 책을 읽고 있다. 우리 가족은 한솥밥을 먹는 '식구食口'라기보다는 같은 책을 읽는 '독안讀眼'인 셈이다. (141페이지) 라고 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책으로 이어지는 가족의 모습인 것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책을 쓴 것은 나지만, 이 책을 만든 것은 두 분이다. 라고 말이다.

 

이 책을 만나는 일은 어린 시절의 자신과 조우하는 일이다.

작가가 말하는 글에서, 책을 소개하는 글에서, 우리는 작가의 어린시절을 생각하고, 우리 자신의 어린시절을 추억한다.

 

책을 읽는 일도, 책이 내게로 오는 것도 인연이 아닐까 한다.

어느 책에선가 내가 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책이 나를 선택한다고 했다. 내가 책한테 가는 게 아니라 책이 내게로 오는 것이다. 작가를 아는 일, 그 작가의 책을 읽는 일, 모두 하나의 인연으로 묶여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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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1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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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독자에게 꼭 맞는 감성을 느끼는 책을 찾는 기쁨이란 아주 크다.

반면 자신과 맞지 않는 것 같은 감성의 책을 만나면 사실 힘든 일이기도 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귀신이 나오는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밤에 꿈에 시달리기도 하거니와, 되도록이면 밝은 이야기, 되도록이면 따스함을 주는 이야기가 좋다. 사랑이야기라면 더더욱 좋아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미쓰다 신조의 책은 처음에 나의 감성과 꼭 맞는 책은 아니었다. 몇번이고 책을 읽다가 포기했던게 이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이제는 꼭 읽어야겠다, 책이 무서우면 얼마나 무섭겠느냐, 귀신이 나와도 괜찮다. 이렇게 내 마음을 다독이며 읽은 책이다. 막상 책을 읽어보니 약간 괴기스럽기는 했으나 생각처럼 무섭지는 않았다.

 

미쓰다 신조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책의 스타일에 대해서, 글의 스타일에 대해 알수 있으니 집중해서 읽겠지만, 일단 나는 미쓰다 신조의 책이 처음이었고, 등장 인물을 파악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이 책은 기담을 채집하며 전국을 방랑하는 환상소설을 쓰는 작가 도조 겐야 시리즈 작품이기도 하다. 밀실살인을 다룬 소설이기도 하다. 또한 추리의 틀에 지방의 토속적이고 민속학적인 괴담을 접목시킨 작품이다.

 

각 지방마다 특색이 있고, 지방마다 모시는 신들이 있는데 일본 같은 경우는 그 경우가 좀 더 특별한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마을을 지키는 혼령을 모신 집이라 해서 성황당에게 제를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 같은 경우는 기독교를 믿지 않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지 그 경우가 더 다양한 것 같다. 어느 책에서 뱀을 신으로 모신 내용의 책을 읽었는데, 이 책에서는 물의 신을 믿는 경우다.

 

우리가 우스개소리로 하는 말중에, 물은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다고 말을 하곤 한다.

바닷물이나 강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물이 자꾸 우리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물속으로 이끄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는 한다. 소위 물귀신이 그렇다고들 하는데,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에서도 물은 귀이쩍은 존재다. 더구나 물을 신으로 모시며, 가뭄이 들었을때는 비를 내려달라는 제를 지내고, 홍수가 났을때는 그 반대의 제를 지내는 것처럼, 마을 사람들의 모든 소원을 비는 것이 '미즈치'라는 신이다.

 

미즈치 님을 모시는 미즈시 신사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중 신남이 시체로 발견되고, 이 사건을 명탐정처럼 헤쳐 나가는 도조 겐야의 활약을 볼수 있다. 도조 겐야가 책을 내는 출판사 편집자인 소후에 시노는 도조 겐야의 조수처럼 그의 추리를 거들고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데 협조하는 인물이다.

 

 

한 신남이 죽었고, 그곳에는 배를 젓는 사공과 단 둘 뿐인 공간이었다. 사공의 행동을 다 볼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사공은 기우제를 지내는 사람들의 시선안에 있었고, 아주 잠시 자리를 비웠고, 순간 신남이 죽었다고 소리를 지른 인물이다. 다른 누구도 제를 지내는 배를 기웃거린 사람도 없었고, 배 곁을 스친 사람도 없는데 신남이 죽었다. 살인자는 누구란 말인가.

 

책을 읽는 독자도 신남을 살해한 사람이 누군지 정말 궁금하다.

이래서 밀실 살인을 다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은 것 같다. 괴담 방랑 환상 소설가인 도조 겐야의 추리에 혼을 쏙 빼놓고 읽게 되었다. 나름의 방식으로 신남 살인자를 추리를 해보았고, 책 속의 인물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민속학과 접목되어진 추리소설은 우리가 어렸을 때 믿었던 신들, 우리가 두려워했던 존재들을 새롭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되어주고 있었다. 또한 민속학적으로 접근하는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에도 빠졌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신비한 일을 많이 겪는다. 책 속에서 쇼이치가 만주에서 일본으로 오는 배에서 거대한 물체를 보았던 것처럼 말이다.

 

신비한 존재에 대한 공포,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와 명탐정의 활약이 책읽는 즐거움을 주었다. 무엇보다 도조 겐야의 활약과 그의 조수처럼 따라다니며 도움을 준 소후에 시노와의 관계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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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고전 : 한국편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김욱동 지음 / 비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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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우리 자연환경에 관심을 갖고 세제 덜 쓰기등을 생활화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쓰는 그 모든 생활필수품들이 우리 자연에 해가 된다는 사실, 우리만 쓸게 아니라, 우리 자손들도 오래도록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덜 쓰자는 주의이다. 샴푸를 할때도 세제를 조금만 쓰려하고, 바디제품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그 모든 것들을 꼭 필요한 양 만큼만 쓰려고 노력한다.

 

최근에 남편도 텃밭을 구입해 가꾸는데, 벌레들이 채소에 달라붙어도 약을 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살펴보고 벌레 쫓는데 좋다는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서 쓴다. 예를 들자면, 달걀 껍질을 모아 식초에 담갔다가 물을 20배 희석해서 그 식초물을 뿌려준다. 올해 고추를 가꿀때도 그랬고, 김장 배추를 가꿀때도 그랬다. 크기는 적지만, 우리는 안심하고 먹을수 있었다. 많은 양의 채소를 가꾸거나 할때는 이익을 봐야하기 때문에 농약을 하지 않을수가 없을텐데, 우리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에 밭을 생태학적으로 가꾸려고 하고 있다.

 

나는 김욱동 교수를 특히 고전문학 번역자로 알고 있었는데, 『녹색고전』을 읽으면서 살펴보니,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답을 찾아 '문학 생태학'이나 '녹색 문학'을 읽는 방법론을 도입하여 "환경을 지키는데 문학도 한몫을 해야 한다'고 주창했다고 했다. 이 책도 그런 일환으로 나온 책으로, 우리 고전 속에서 환경생태학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무심코 읽어왔던 글들에서 자연의 생태를 생각하는 저자의 마음을 엿볼수 있었다. 자연의 환경이나 생태를 생각하는 저자의 마음을 작품속에서 녹여낸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옛글들을 모아 우리에게 강연을 하듯 그렇게 쉽게 들려주고 있었다. 먼저 한국편을 소개하면서, 서사무가인 「성조풀이」를 보자면, '새즘생도 말삼하고/ 가막간치 벼살할졔/ 나무들도 굼니러고' 부분에서도 알수 있듯 "우리 선조는 우주에 존재하는 삼라만상에 영혼과 생명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19페이지) 라는 문장을 만날 수 있었다. 다른 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지만, 저자는 이처럼 생태학적인 생각으로 우리 고전을 만날 수 있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우리는 또 이런 내용들을 읽으며 무릎을 친다.

 

우리가 학교다닐때 국어책에서 보아왔던 「청산별곡」을 보자. 후렴구가 재미있어 어느 누구든 기억하고 있을 대목이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쳥산애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쳥산애 살어리랏다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64페이지)

 

 

이는 작자 미상의 고려시대에 부른 노래로 고려가요, 혹은 고려속요라고 불렸다. 고려시대 사람들이 겪은 삶의 애환을 반영한 작품이라고 알고 있었고, 현실에 대한 체념과 절망, 삶의 고독과 비애라는 관점에서 읽어왔다. 나도 학교 다닐적에 이런 비슷한 내용을 책속에 깨알같이 메모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저자는 「청산별곡」에서 애상적인 목소리 못지않게 현실을 긍정하는 낙천적인 태도를 읽을수 있다고 표현했다. 또한 생태주의의 관점에서 읽는다면 이 시는 인간과 자연의 합일에 대한 소망을 간절한 노래한 작품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이처럼 문학 작품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노래를 듣더라도 자신의 사연 때문에 울고웃듯, 문학작품을 읽어도 자신의 상황때문에 울고웃고 감동을 받듯 말이다.

 

김소월 시인의 「산유화」을 보아도 그렇다.

'산에 피고 지는 꽃을 소재로 하여 삶과 자연 모두에 스며있는 근원적 고독을 노래한 작품'(235페이지) 라고 풀이한 작품인데, 저자는 역시 이 작품도 생태주의 관점으로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다고 표현한다. '무엇보다 작품 소재에서 자연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산, 꽃, 새 등, 하나같이 자연을 가리키는 환유라고 말이다. 생태계에서 '중하지 않은 개체나 종은 하나도 없습니다'(242페이지) 라고 저자는 주창한다. 

 

책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다 입적하신 법정 스님의 글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부분을 말할 때 이다. 우리 곁에서 새소리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낸 글인데, 저자는 무소유를 몸소 실천했던 법정 스님의 유언을 다시 이야기하고 있었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의 철학에 따라 제자들에게 유언을 남겼는데, 장례식을 하지 마라, 수의도 입히지 말고 평소에 입던 무명옷을 그대로 입혀라, 관도 짜지 마라, 다비식에서 사리를 찾지 마라, 남은 재는 오두막 뜰의 꽃밭에 뿌리라고 유언을 쓰셨다. 그때 나도 이런 대목을 어디에선가 본 기억이 나고, 역시 돌아가실때도 무소유의 철학을 실천하시는구나 싶었었다.

 

제자들은 법정 스님의 모든 유언을 그대로 따라했는데, 법정 스님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법정 스님이 머문 송광사에서 다비식을 치르기로 되어 있어, 법구를 순천 송광사로 운반하기 위해 길상사에 도착한 것은 최고급 캐딜락 자동차여서 놀랐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고 있었다.

 

저자는 생태주의 전도사로서, 생태주의와 관련된 글의 양이 많고, 각 문화권의 성격을 고려하여, 한국편, 동양편, 서양편 으로 묶어 출간하기로 했다고 했다. 『녹색고전』은 '생태주의의 경전'이라고 할수 있고 '녹색 문학'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의 고전 문학 속에서 생태에 대한 것을 알수 있었던 유익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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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낯선 오늘의 젊은 작가 4
이장욱 지음 / 민음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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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을 공유한 연인을 보아도 그들이 기억하는 그 시간들은 조금씩 다르다.

다른 언어, 다른 시간에 있었던 듯, 함께 공유한 시간을 전혀 기억 못하는 사람도 있고, 그 시간들을 세세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나의 경우도 그러했다. 신랑과 처음 연애하던 시절을 나는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데, 신랑은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잠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고 나서의 기억들은 나는 자세히 기억하는 반면 신랑은 또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말을 하곤 한다. 어느 사람에게는 한없이 소중한 기억들도, 다른 이에게는 그저그런 시간들이었는게 참 아이러니하기는 하다. 결국엔 모든 사람은 자신의 생각대로 기억한다는 것.

 

사람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어느 시간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같은 시간을 겪어도 자신의 시선으로 사물을 보고, 사람을 보고, 생각마저 자신의 의지대로 한다. 그래서 같은 장면을 본 사람들은 각자의 기억으로 굴절되어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책을 읽는 느낌도 각자의 시간대 별로 다 다르듯, 각자의 기억들도 각자의 생각들에 의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늘의 젊은작가 네번째 작품인 이장욱의 작품 『천국보다 낯선』도 이런 내용을 다루었다.

대학시절 친했던 친구 A가 죽고, A의 죽음으로 인해 조문가는 네 사람의 이야기가 각자의 시점으로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진행된다. 우선 함께 차를 타고 가는 세 사람 김과 김의 아내 정, 그리고 최의 1인칭 시점으로 교차되어 진행되고, 마지막엔 함께 차를 타고 가지 못했던 염의 이야기가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되어지는 소설이다.

 

같은 차를 타고 K시 까지 가야하는 이들은 한 공간에 있으면서 들리는 음악들도 각자의 생각으로 다른 뮤지션으로 생각한다. 책을 읽는 나 또한 내가 기억을 잘못하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앞 장으로 다시 가서 음악이 나오는 부분을 다시 읽었을 정도로, 자신만의 음악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굴절된 기억, 굴절된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들이 나눈 대화 또한 그렇다. 대화를 나누는 것만 봐도 자신의 생각대로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는 모습들을 발견하고 있었다.

 

 

각자의 시선으로 죽은 A를 기억하는 것도 그렇다.

그들 각자에게 A는 다른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그녀가 말이 없었다는 것, 한 사람에게는 연인이었고, 한사람에게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는 것, 또다른 한사람에게는 짝사랑 상대였다는 것, 그래서 자신의 친구와 연인으로 지냈던 걸 바라만 봐야 했다는 걸, 또는 A의 모든 것을 따라했던 게 자신의 모습이었다는 걸. 같은 차 안에서 그렇듯, 각자의 생각에 빠져있는 이들이 보였다. 이들의 시선, 이들의 기억들을 따라가며, 우리는 그들의 기억속에 있는 A의 모습들, 그들 각자의 모습들을 들여다 보게 된다.

 

죽은이에게서 오는 문자들. 모든 문자들은 그들이 함께 있는 시간들을 나타냈고, 죽은 이에게로 조문을 가는 시간 조차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들에게 전해지는 문자들은 그들이 함께 했던 시간들, A가 만들었던 영화속의 사연이기도 했다. 모든 것은 그들이 함께 공유했던 시간들을 나타내는 문자들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장욱의 소설을 읽기 전, 전에 읽었던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인 「곡란」을 다시 읽었다.

작가 이장욱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였다. 처음 책을 읽었을때보다는 다른 감정이 배어 들어, 이래서 책은 읽고 또 읽어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나서 『천국보다 낯선』을 읽으니 첫 문장에서부터 마음을 빼앗겼다.

 

머릿속에 작은 방을 하나 만든다. 그 방에 불안이나 외로움 또는 우울 같은 감정들을 넣는다. 외출할 때는 그 방의 문을 단단히 잠근다. 외출이니까. 외출에는 적당한 햇빛과 소음, 목적지 같은 것만 있으면 되니까.  (9페이지)

 

그들이 겪는 그 모든 것들이 하룻밤의 꿈처럼 느껴졌다.

하룻밤 꿈처럼 일어난 일, 그들에게 일어난 일들은 모든 일이 사실인건지, 결국 A가 찍었던 '천국보다 낯선'이라는 영화때문이었는지 결말까지 안심할 수가 없다.

 

이장욱의 소설이 좋아졌다.

그가 말하는 문장들을 읽는 기쁨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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