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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정글만리 1~3 세트 - 전3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평점 :
십 년전쯤 5박6일동안 부부동반으로 중국여행을 한 적이 있다.
짧은 기간안에 많은 것을 보여주겠다는 여행가이드의 안내로 이른 아침 5시부터 일어나 밤 12시까지 다니는 강행군이었다. 생전 처음하는 외국여행이었음에 나름 기대도 했었지만, 여행지를 돌아보며 감탄을 하는 것 외에는 피곤에 절어 있었던듯 하다. 아주 오래된 기억으로 남아있는 중국여행중에서 몇가지 기억나는게 있는데, 한 가지는 중국사람들의 만만디를 알수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베이징에서 다른 지역으로 두시간쯤 비행기로 갈수 있는 곳이었는데, 다섯 시간을 비행기 안에서 쪼그리고 있다가 그래도 비행기가 뜨지 않아 공항 한켠에서 80여명이 몇 시간을 웅크리고 있었던 듯 하다. 그때 비행기 고장이던가 했다고 했는데, 중국사람들 참 대단하구나 느꼈었던 기억이었다.
이번에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를 읽고 느끼는 바가 많았다.
정치나 세계 정세에 관심이 없었던 터에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중국의 모습들을 제대로 만날 수 있었던 책이었다. 오래전에 중국을 얕보았던 시각을 새롭게 써야 할 정도로 중국은 새로운 정치를 하고 있었고, 새로운 자본주의를 하고 있었다. 한국 기업들이 싼 인건비 때문에 중국에 나가 있는 업체가 많았었는데, 그 대단한 중국에 의해 망한 업체도 많았고, 피해도 많이 보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중국인들의 특성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책에서 말한 것처럼, 중국은 변해도 엄청나게,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빠르게 변해 있었다.
세계적으로 G2가 되었던 것이 그랬다. 언젠가 신문에서 시진핑과 그의 아내 펑리위안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나온적이 있었다. 그 사진에서 시진핑은 그의 아름다운 아내 펑리위안의 핸드백을 들고 있었다. 한 나라의 국가주석이 아내의 핸드백을 들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던지 신문에서도 사진과 함께 기사를 써낸것 같았다. 현재의 중국 여성의 위치를 보여준 사진이었달까
중국은 유교의 나라였다. 공자의 가르침을 우리나라 선비들이 가장 본받고 싶어했던터라 현재의 중국도 남존여비사상이 남아있을줄 알았지만, 책을 읽다보니 세상의 반은 여자라고 하며 개혁에 몰두했던 마오쩌둥으로 인해 오늘날의 중국 여성들은 맞벌이를 하는 여성들이 많고, 집안 살림은 남자가 거의 다 할 정도로 여성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했다. 또한 성적으로도 많이 문란해지고 말이다. 소위 동남아 여성들이 대체적으로 성이 문란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중국여성들 또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고 하니 이것 또한 충격이었다.
작가는 중국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썼다.
『허수아비춤』이 야만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의 모습을 그렸다면, 『정글만리』는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하는 미래의 모습인, 세계가 깜짝 놀랄 정도로 그 위상이 높아져버린 오늘의 중국, 내일의 중국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중국이 이토록 영향력이 커버린 나라가 될줄 몰랐다. 우리의 예상을 뒤엎고, 중국은 지금 세계를 향해 이미 발을 뻗고 있었다.
대기업의 종합상사 상하이 주재원인 전대광의 입과 행동을 빌려 우리는 중국을 알수 있었다.
한국에서 성형수술의 하나인 양악수술로 인해 의사에서 살인자가 되어버린 서하원 박사를 중국의 한 병원으로 스카우트해 전대광의 꽌시, 즉 중국의 영향력 있는 관리에게 소개시켜 주는 일 등을 하고 있다. 이 관계에서 중국의 당원이자 관리인 꽌시 샹신원에게 뇌물을 주고, 종합상사 직원인 전대광인 그에 대한 리베이트를 받는 식으로 말이다. 중국에서 일을 할때는 자신을 도와주고 연결해주는 꽌시의 힘을 빌려 써야 일을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의 공무원들이 부정부패를 일삼고, 부정부패로 축적한 돈으로 수많은 '얼나이'들을 둔다는 것 또한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책에서는 전대광 외에도, 베이징대학교로 유학와서 경영학을 전공하다가 중국사학으로 전과한 그의 외조카 송재형의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의 젊은이들, 지식인들의 생각들을 엿볼수 있게 한다. 또한 포스코의 영업부장인 김현곤이 어떠한 사건으로 진시황의 병마용이 있는 시안으로 가 새로이 철강산업을 개척해야 하는 애환도 만날 수 있다.
중국에서 명품의 수많은 짝퉁들이 나와도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나 궁금했었는데, 중국인들의 생각을 엿볼수 있는 문장이 있다. '문제 삼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문제 삼으니까 문제는 된다' (2권, 348페이지)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말이라고 했다. 명품 짝퉁을 만드는 한국인이 중국에 가서도 많은 돈을 벌며 살아남는 일 또한 중국의 편의성을 엿볼수 있었다.
우리가 과거 일본의 식민지 였다는 역사적 사실앞에서 열등감으로 이해 일본을 미워하듯, 중국도 한국보다도 일본에 대한 반감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알수 있었다. 일명 난징대학살로 많은 인민들을 학살했던 일본의 사과 한 마디 없는 행태나 영토 분쟁으로 인한 반감을 중국식 표현으로 보여주는 것 또한 중국의 다른 한 모습이었다.
중국사람들이 미국에 유학다녀온 사람을 제일로 친다고 한다. 미국과 백인을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도 자기나라의 이익과 관련해 '중국은 미국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라는 질문에 대답한 중국인 대학생의 말이 참 걸작이다. '친구로 대하면 친구고, 적으로 대하면 적입니다.' (1권, 317페이지) 짧은 문장에서도 중국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생각들을 엿볼수 있는 문장이다.
내의 한 개를 팔아도 1억개, 그걸 돈으로 치면 얼마, 이익을 얻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통사를 배워 그들과 친화력을 키워 돈을 벌어야 하는 모습을 통해 오늘날의 중국을 엿볼수 있는 책이었다. 한번 실패했어도 다시 또 들어가 사업을 벌일수 있는 곳, 중국인들이 돈을 좋아하듯, 그렇게 거대한 기대치가 큰 나라였다.
중국에서 15년을 산 전대광의 입을 빌어 ' 중국에 대해서 알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고, 중국에 대해서 안다고 하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이다. (2권, 381페이지) 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전대광이 이 한마디가 이 책을 나타내는 한 문장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을 읽고 중국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또 알수 없는게 중국이 아닐까 한다. 알면 알수록 오리무중이라는 말이 정확한 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