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비처네 (양장) - 목성균 수필전집
목성균 지음 / 연암서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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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누비처네』라는 책을 보았을때 그게 어떤 말인지 가늠하지 못해 제목이 얼른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누비라는 말은 알겠는데, 누비처네라니 그 뜻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처네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니 어린 아이를 업을때 두르는 얇은 이불이라고도 한다. 아아, 그래서 표지도 아이 업은 여성을 그렸구나 싶었다. 그리고 「누비처네」부분을 읽다보니, 이 글의 제목으로 썼던 점, 지난 몇십 년의 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저자의 수필이란 것이 마음에 들어왔다.

 

우리는 현재 에세이 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오래전엔 수필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썼다. 지금도 수필이라고 하면 에세이와 조금 다른 느낌의 기분을 갖게 한다. 뭔가 더 원론적인 글이 숨어 있을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또한 작가의 생각이 들어있되 조금은 꾸며써도 될듯한 느낌도 갖게 하는 것이다.

 

지금은 타계한 수필가 목성균의 수필을 읽었다. 

전집으로 나온 꽤 두꺼운 책의 수필인데, 나는 이상하게 단편소설을 읽는 느낌으로 읽었다. 나와 시대가 너무 다른 분의 글이라 그렇게 느껴졌을수도 있고, 저자의 글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다. 

 

저자 목성균의 글의 화두는 어머니 인것 같다. 

어머니와 할머니 그리고 아이들, 때로는 나무들의 모든 것이 이 책의 화두이기도 했다. 지니간 시간은 우리를 추억으로 이끈다. 과거의 기억들이 하나하나 새록새록 떠오를때, 과거를 몰랐던 우리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이다.  

 

「누비처네」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아이를 낳은지 몇개월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아들에게 편지를 써 동봉해온 소액환때문에 누비처네를 사와 밤길에 아내와 함께 아이를 업고 처가를 다녀왔던 일을 떠올린 것이다. 아내는 그 시간들을 품어두고 싶은 것인지 40여년이 지난 누비처네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살아가면서 부부에게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우리'라는 하나된 마음으로 오래도록 이어져 온 것이 '누비처네'처럼 소중한 물건들이 있기 마련이다.

 

소중한 기억들을 한 편 한 편 꺼내든 느낌의 수필이었다.

저자의 글은 편안하게 읽힌다. 지나간 시절을 담담하게 글로 표현해 놓은 걸 읽다보면,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 장모님을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아내를 생각하는 마음이 엿보이는 것이다. 「장모님과 끽연을」편을 읽어봐도 그렇다. 신경성 만성 위염 때문에 병원에 다녀온 후 금연하라는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금연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게 쉽지 않았던 저자는 아내 몰래 담배를 피우다 그만 들켜버렸다. 그것을 보았는지 같이 사는 장모님은 사위를 옥상으로 불러 담배 한 개비를 권하시는 것이다. 건강에 좋지 않으니 반만 피우라며. 그렇게 매일 옥상에서 장모님을 만나 담배 반 개비씩 피우던 일을 떠올려 쓴 글이다. 그곳에서도 장모님과 함께 한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는 저자의 마음이 보였다.

 

 

 

이 글을 읽으며 우리는 얼굴에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다.

그의 글에서 따스함이 전해져 온 탓이다. 임업직의 공무원으로 일하며 만난 아이의 글을 쓸때도 그러했다. 박지산 국유림내의 방화선 보수작업을 마치고 '육백마지기' 라고 부르는 고원을 내려올때 청노루 새끼같은 소년이 앞길을 막아 못가게 하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작업 때문에 며칠을 함께 지내던 아이인데, '내 년 봄에 꼭 올게'라고 다짐을 했지만 다른 지방으로 발령나는 바람에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마음을 「약속」에서 표현하고 있었다. 아직도 호각을 불면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것만 같아서 그길을 못내 머뭇거렸던 속내를 말했던 것이다.

 

이외에도 도화서의 화원이었던 단원 김홍도가 연풍 현감을 지냈던 곳, 저자의 고향 연풍군을 묘사한 장면도 그렇다. 그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자신이 쓴 수필의 근원은 그처럼 돈독했던 풍경에 있다고도 말했다. 또한 팔도를 아내와 함께 유람하며 쓴 글들도 그 시절만이 가지는 풍경과 아내에 대한 마음 씀씀이를 알수 있었다. 또한 부모를 바라보았던 것과는 반대로 손자에 대한 내리 사랑을 보여주는 장면도 압권이었다. 할아버지가 좋다고 그렇게 따라다니던 손자가 어느새 학교에 입학을 하고, 할아버지 보다는 친구가 더 좋다는 손자를 보며 서운한 마음을 가졌던 일들도 말하고 있었다. 

 

당신의 수필은 사실을 적되, 어느 상황을 표현하는 글에서, 예를 들면 아버지와 피난을 가야했던 강을 건너는 장면에서 약간의 문학적인 조치를 표현하고 싶어 세한도에서 늙은 소나무를 표현하듯 늙은 버드나무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 글을 읽으며 생전 표현하지 않은 아버지의 마음을 본것 같아 괜시리 눈시울을 붉혔었다.

 

이처럼 수필을 새롭게 읽는 느낌이었다.

오래전에 교과서에 실렸던 피천득의 수필 「인연」을 읽는 그런 느낌이었달까. 잔잔하면서도 울림을 주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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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을 읽으면 성경이 보인다 3 - 여부스 성에서 수산 왕궁까지 지명을 읽으면 성경이 보인다 3
한기채 지음 / 위즈덤로드(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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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교회에 다닌 적은 아주 어렸을때 몇십 분을 걸어서 크리스마스 행사에 참여하느라 간적이 있었던 것 같고, 중고등학교때 친구 따라서 몇년 동안 다녔었다. 또한 청년부에도 잠깐동안 다닌적이 있었다. 청년부로 활동할때 성가대도 열심히 참여했는데, 주말마다 여행다니느라 바빠 자주 교회를 빠지곤 했었고, 나에게 믿음이란게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인가 성경책을 가지고 있었지만 온전히 읽어보지는 못한것 같다. 목사님께서 설교하시면 그저 열심히 듣는 정도였다.

 

지금은 교회와는 담 쌓고 지내고 있지만, 위즈덤하우스에서 나온 이 책의 제목을 보고는 몹시 궁금해졌다. 『지명을 읽으면 성경이 보인다』라는 제목의 세번째 작품이었다. 책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지명과 성경에 대해서 알수 있겠고, 간간히 그림으로 표현한 삽화를 보며 성경에 대한 지식을 좀더 높이겠다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책을 받고 읽기 시작했을때 너무 기독교적이라 사실 처음엔 부담감과 약간의 거부감도 있었다.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괜시리 읽겠다고 욕심부린 것은 아니었는가.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몇 장을 더 읽어보고는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명을 보며 성경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는데 하나의 소설처럼 재미있었던 탓이다.

 

책 속에서 이런 문장이 있다. '성경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위대한 인물이라고 해서 그들의 실수와 허물을 감추지 않습니다. 존경 받는 인물인 다윗이 저지른 최대의 수치와 부끄러움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게 된 가정 내부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87페이지) 라고. 

 

위 문장은 성경속에 있는 다윗의 이야기를 하는 대목에서 나온 문장이다. 다윗은 하나님을 향한 열정의 사람이었으며, 하나님께 전적으로 모든 것을 맡기고 인내하는 삶을 살았던 인물이었다. 책에서는 다윗이 범죄하게 된 이유를 말하는데,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의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본 일이며, 밧세바를 얻기 위해 다윗왕이 전쟁터에 나간 우리아를 불렀고,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우리아를 전쟁의 맨 앞에 나서서 싸우다 죽게하라는 명령을 내린 일을 말하고 있었다.

 

처음엔 오로지 하나님 만을 향한 마음으로 나라를 다스렸지만,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자 했던 행동들, 즉 간음이 살인까지 부른 일은 결국에는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었음을 나타낸 것이다. 그가 그렇게 행동했기 때문에, 그걸 보고 자란 아들 또한 그런 일들을 그대로 행동하게 된 일들을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인물 '솔로몬 왕'에 대해서도 책에서는 거론이 된다.

솔로몬은 다윗 왕과 다윗 왕의 아내 밧세바의 둘째 아들로 그 많은 아들들을 뒤로 하고 새로운 왕이 되었다. 솔로몬이라는 이름은 히브리어 '샬롬'과 같은 어근을 가진 '평화'라는 뜻이라고 한다. 하나님이 '내가 네게 무엇을 줄꼬?'(141페이지) 라고 했을때, 솔로몬은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죽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 (143페이지) 라고 했다. '듣는 마음'은 하나님의 뜻과 말씀, 사람과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마음이기도 하고, 성경은 이것을 '지혜'라고 했다.

 

솔로몬의 그 유명한 일화를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생모 가려내기'의 재판 말이다.

사흘 사이에 각각 아들을 낳은 창기 두 여인중에서 한 여인이 잠을 자다 자기의 아들 위에 누워 질식사를 시켰다. 그 여인은 자기의 죽은 아이를 산 아이와 바꿔치기 하였고, 다른 여인은 자기 아이라고 우겨서 결국에 솔로몬 왕에게까지 오게 된 사연말이다. 서로 자신의 아이라고 우기니 솔로몬 왕은 아이를 똑같이 둘로 나눠 가지라고 하자, 한 여인이 제발 아이를 살려달라고 하며 다른 여인에게 아이를 주라고 했고, 솔로몬 왕은 그 여인이 진짜 생모라고 했던, 솔로몬 왕의 지혜가 발한 순간이었다.

 

이렇듯 지혜가 뛰었던 솔로몬 왕은 영토를 확장하고, 여러 나라와 무역하고, 군대를 막강하게 하여 중동의 강대국으로 부상하였지만, 솔로몬의 극한 영광은 타락의 길을 예비하고 있었고, 서서히 죄의 싹이 나고 있었다. 자기를 위해서는 부요하고 다른 사람이나 하나님께는 인색한 사람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로써 솔로몬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가 있었다.

 

지상적 삶을 살아갈 때, 죽음은 우리에게 때때로 좋은 결과를 촉구하기도 합니다. 죽음이 있음으로 해서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중략) 그래서 우리는 죽어가는 것을 사랑합니다. 항상 똑같은 조화보다는 '죽어 가고 있는' 생화를 더 좋아하는 이유도 그래서인지 모릅니다. (112페이지)

 

얼마전에 TV 프로그램 힐링캠프에서 철학자 강신주의 말과 똑같은 말이어서 기억에 남은 말이다.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죽음이 있음으로 인해 우리는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운다는 말이다. 다윗 왕이나 솔로몬 왕처럼 사람이 살다보면 초심을 지키기가 어려운데, 언제나 처음 믿음을 잊지 말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처음에 다소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아주 즐겁게 책을 읽게 되었다.

성경을 새롭게 읽는 일과도 비슷했고, 성경속의 지명으로 인해 역사와 하나님의 메시지를 알 수 있었다. 꼭 기독교인이 아니더라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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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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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추리소설의 정수, 요 네스뵈의 신작을 만났다.

굉장한 충격을 선사했던 『스노우맨』보다 이전에 나온 작품이지만, 책의 내용은 만만치 않았다. '진짜 스릴러'를 쓰고 싶었다는 요 네스뵈의 『네메시스』는 역시, 요 네스뵈! 할 정도로 수작이었다. 책의 페이지가 600페이지가 넘어가면 다소 지루해질수도 있지만, 요 네스뵈의 소설은 그렇지 않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더 긴장되는 것이 마지막 장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모든 사건이 해결된 것 같았지만, 새로운 진실이 나와 안심하고 있었던 우리의 마음들을 다시 긴장하게 만드는 것이다.

 

『네메시스』는 『레드브레스트』와 『네메시스』, 『데블스 스타』와 함께 오슬로 3부작인 작품이다. 『레드 브레스트』에서도 느낀거지만, 시리즈 물을 읽다보면 재미없어지기도 하는데, 해리 홀레 시리즈 만큼은 늘 기다리게 만든다. 기다림의 설렘이 있는 것이다. 해리 홀레의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되는 것이다.

 

『네메시스』는 복수의 여신을 뜻하는 말이다. 복수는 자신이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수도 있으며, 그들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갈수도 있는 것이다. 두 개의 사건이 생겼다. 하나는 오슬로의 한 은행에 강도가 들었는데 은행강도는 돈을 늦게 담았다는 이유로 은행직원을 총으로 쏘고 유유히 달아난다. 해리는 연인 라켈을 만나고 있고, 라켈은 아들 올레그의 양육권을 찾기 위해 모스크바로 떠난 상태에서, 오래전에 사귀었던 안나의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안나와의 저녁 약속을 깨고 싶었지만, 차마 깨지 못하고 안나의 집으로 갔던 해리 홀레는 다음 날 아침 전날의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아 자신이 또 술을 마셨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안나가 시체로 발견 되었다. 해리가 안나의 집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신이 용의자로 몰릴 것도 같아 비밀로 하고, 안나의 사건을 조사한다. 한편 은행강도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해리의 곁에는 비디오 테이프만 보고도 은행강도 사건을 세 개나 해결했으며, 한번 본 사람의 얼굴을 그대로 기억하는 베아테 뢴의 도움을 받는다.

 

안나의 사건을 조사하던 중, 자신에게 온 메일이 있었다.

협박편지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또한 안나의 신발속에 숨겨져 있었던 사진으로 인해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었다. 사진은 아르네 알부의 아내 비그다스 알부와 아이들이 찍힌 사진이었다. 해리는 안나의 살해범으로 아르네 알부를 의심하고 수사하는 한편, 은행강도 사건으로 죽은 스티네 그레테의 남편 트론을 만났지만, 그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었다. 사건이 있었던 은행과 가까운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으며, 작업복을 입은 남자를 목격했다는 진술까지 듣게 되었다.

 

 

 

이렇듯 『네메시스』는 두 가지 사건을 동시에 해결하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하나 알아 가게 된다. 용의자로 몰린 해리와 어떻게든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해리의 갈등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때 우리가 제일 먼저 자문하는 게 뭡니까, 보스? 왜 죽였을까? 동기가 뭘까? 그게 우리가 하는 질문이죠. (81페이지) 그렇다. 모든 살인사건에는 동기가 있게 마련이다. 살인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동기를 알아야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모든 사건을 해결하려는 경찰들은 살인의 동기를 염두에 두고 수사하기 마련이다. 동기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 모든 것들, 은행강도 사건과 자살로 보였던 안나의 죽음은 모두 하나의 동기로, 이유로 뭉쳐지고 있었다.

 

인생에서 최악의 사건은 죽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죠. (219페이지)

 

인생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사라졌을때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사랑했던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해주는 일? 아니면 사랑했던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마음이 그리 넓지 못하다. 좁디좁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한때 사랑했지만 사랑했던 사람에게 어떻게든 복수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교묘한 장치를 둔 살인계획을 세울수도 있고, 증거가 될 수 있는 물품들을 살짜기 놓아둘 수도 있다.

 

책의 마지막 장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수 없었던 내용 때문에, 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들 때문에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온통 『네메시스』의 내용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앞으로 톰 볼레로의 일들도 어떻게든 해결이 되겠지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도 들어있었다.

 

책이 발간된 날에 흠모하는 작가 요 네스뵈가 일본도 아니고 한국을 방문하였는데, 지방에 거주하고 있어서 참석을 못해 못내 아쉽다. 한국에서 출간된 그의 작품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 나올때도 계속 소장하고 싶은 작가의 책이다. 차가운 북유럽의 감성, 북유럽 추리소설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진짜 스릴러'는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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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야 앙상블
밀밭 지음 / 청어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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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청어람에서 나온 로맨스 소설을 자주 읽는중이다.

청어람에서 나온 소설들은 일단 표지를 아주 잘 뽑는다. 작가에 대해 잘 몰라도 표지만으로도 읽고 싶게 만들고 있다. 이 책의 밀밭이란 작가의 책을 나는 처음 읽었다. 개인적으로 시대물보다는 현대물을 더 선호하지만, 표지가 이뻐서, 시놉시스가 좋아서 읽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사야, 모래 사沙에 밤 야夜의 사야.

눈을 떴는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나이는 몇인지, 가족은 있는지. 이곳은 조나라, 더구나 냉궁에 갇혀있는 신세인것 같다. 자신이 가둔 사람이 누구냐며 자해를 하려 할때 홀연히 나타난 사람이 있다. 검은 관모에 짙푸른 정복을 입은 남자가 나타나 말한다. 이름은 단목사야, 멸문지화당한 가문의 외동딸이며, 태후를 만나게 해달라고 말하라 한다. 그리고 사야가 살기 위해서는 황제 윤명을 유혹하라는 것. 금의위인 제천. 왕의 곁에 있는 자이나 어쩐지 자신을 아는 것 같다. 그래서인가 도와주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황제인 윤명에게로 인도하기도 한다. 

 

조나라의 황제인 윤명은 선조 황제가 재림한 것처럼 모든 면에서 뛰어난 자이나, 예부터 전해내려오는 단명의 운명을 타고났다. 그 또한 아직 서른 정도 밖에 되지 않았으나 밤에는 각혈을 하고 힘들어한다. 윤명에게는 교라는 황후가 있었고, 황후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였다.

 

제천은 단목사야의 아버지 단목장에게서 기묘한 이야기를 듣는다.

죄르 짓고 인간계로 떨어진 여신이 있었다. 정신이 잃은 여신을 발견한 이는 황제의 측근이었고, 한눈에 그녀가 범상치 않음을 알아챘다. 이어 신임하는 역술인을 불렀고, 그녀가 낙신落神임을 밝혔다. 황제의 보좌관은 예부터 낙신의 간을 취하면 무병장수한다는 말을 듣고, 신년마다 간을 취하라고 했다. 황제는 눈이 멀 듯한 미색이 유혹을 이겨내고, 여신의 생간을 빼어 먹었고, 순결을 잃는 즉시 간의 효능이 다한다고 들었기에 냉궁에 가두고 맹인들로 지키게 하였다는 이야기였다. (91~92페이지 부분)

 

 

이쯤되면 예전에 우리를 잠못들게 했던 구미호의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하고, 최근에 끝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같기도 한 환상적인 소설이다. 권력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아들을 살리고 싶은 한 어미의 심정을 본듯도 하다. 하지만 그릇된 모성이 어떻게까지 악랄해지는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않고 자식을 살리기 위한 수단으로만 본다는 것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권선징악이 있을수 밖에 없다. 악을 품으면 훗날이 좋지 못하고, 선에는 질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주 새로운 느낌을 주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 하는 한 남자의 순정한 마음과 살기 위해서 누군가의 그늘에 있어야 하는 감정들을 표현했다. 윤명의 이야기도 새롭게 나오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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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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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처럼 아픈 일이다.

내가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는데, 상대방은 다른 이를 바라보고 있다면 더욱 아픈 일이다. 하물며 마주 보는 사랑이어도 상대방의 마음을 온전히 알지 못해 아픈 법인데, 좋아하는 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일이란, 더구나 마주보지 못하는 사이면 더욱 그렇다.

 

은희경 작가의 작품을 몇 작품 읽었지만, 위 제목의 책은 제목이 너무 아름다웠다. 동화처럼, 사랑에 대한 떨림이 전해져 와 못내 읽고 싶은 작품이 되었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라는 제목이라니. 이 제목을 보고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리라.

 

아름다운 이 제목은 사이토 마리코의 「눈보라」에서 그대로 따온 제목이다. 이 제목의 책을 짧게 줄여 '눈송이'라고 불러보면, 눈송이가 나에게 다가와 사르르 녹는 느낌이 든다. 눈송이의 무늬를 본적 있는지? 어렸을때,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내릴때 그저 함박눈이 내린다고 생각만 했었지, 눈의 모양을 제대로 본적이 없었다. 눈은 어떻게 생겼나 하고 하나의 눈송이를 받아 모양을 살펴봤을때, 그 아름다움에 놀랬었다. 이어 받아본 눈송이도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었고, 같은 모양의 눈송이는 몇개 없을 정도였다. 꽃처럼 생긴 눈송이, 손에 내려놓았을때 사르르 녹아버리는 눈송이처럼, 여섯 편의 단편은 모두 아련한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들을 담았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속에는 두 여고생이 있다. 이들은 성당에서 처음 만났고, 남쪽 바닷가가 있는 곳에 살고 있었다. 이둘의 이름은 안나와 루시아. 아주 어릴때 만나, 고등학교까지 모든 시간을 함께 했다. 십대의 마지막, 입시를 앞두고 마지막 총정리를 위해 서울입시학원을 다녀야 하는 그들. 안나가 서울에 도착해서 느낀 것은 '춥다'라는 것이었다. 나 또한 겨울에 서울가면 느끼는 건 늘 춥다라는 것이었다. 바람이 뼛속까지 들이친다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서울의 바람은 시렸다. 멋진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어하는 그들. 같은 학원에 다니는 남학생중 요한이라는 남자아이를 안나는 마음에 담지만, 요한은 결국엔 루시아의 남자친구가 되었다. 사랑은 이처럼, 서울의 겨울바람처럼 시린것이다.  

 

 

서울 외곽의 신도시 K시에 살고 있는 엄마를 말하는 뱃속의 아이가 있다. 「프랑스어 초급과정」이라는 단편이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이곳 K시로 남편과 왔다. 바쁜 남편을 뒤로하고 그녀만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녀는 뜨개질을 열번쯤 풀었다가 다시 하기도 하고, 보랏빛 바이올렛 화분을 여러개 키우고 있다. 바이올렛 잎을 면도칼로 잘라 물에 담가 놓으면 실처럼 뿌리가 내리는 걸 보며 그곳 K시에 자신의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스페인 도둑」이나 「T 아일랜드 여름 잔디밭 」은 모두 우리나라를 떠나 외국에서 공부하거나 뿌리내리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스페인 도둑」에서는 고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남자애와 반 아이들이 그 아이 집으로 몰려가 월드컵 축구 경기를 관람했고, 그 아이가 있었던 곳에서 괜시리 그때 보았던, 승부차기에서 우리나라를 승리로 이끌게 했던 스페인 선수의 이름을 기억하려 한다. 만날 여행계획을 짜고 있었던 그녀에게 스페인 여행에의 계획을 다시 세운다. 그곳에서 엽서를 보내겠다 생각한 것이다.

 

 

「독일 아이들만 아는 이야기」와「금성녀 」라는 작품도 있는데, 이들 모두는 지나간 시절을 추억하는 이야기이다. 더구나 소년 소녀 시절에 있었던 기억들을 떠올리는 것이다. 한때 어떻게 살았고, 어떤 추억을 갖고 있는가를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은희경의 여섯 편의 단편들은 모든 작품이 연작 단편소설처럼 엮여져 있다.

마치 씨실과 날실이 엮인 것처럼 하나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다른 작품 속의 엄마 였다가, 먼 친척이었다가 하는 식으로 단단하에 엮여 있는 것이다. 전제 작품을 다 읽고 다시 앞으로 가 다시 읽다보면 그 관계를 더 정확하게 알수 있다. 사실 장편소설을 재미있어 하는 이유가 몇 명의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많고,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을 숨겨놓고 하나씩 알려주는 쾌감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짧은 글에서 글의 많은 함축적인 의미를 찾는 것보다, 쉽게 설명해주는 글을 더 선호하는 수가 있다.

 

최근에 단편소설을 읽는 재미에 빠졌는데, 이 또한 단편만이 가진 매력을 발견하고 있어서이다.

단편도 등장 인물의 에피소드가 다음 편에 이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면 굉장히 반가움을 느끼는 것 때문인지, 은희경 작가의 단편들속에서 만나는 다른 작품의 인물들이 반갑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어두움과 슬픔을 간직한 소설 같지만, 내가 받아들인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사랑의 슬픔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 아련함을 주고 있는 것이었다. 지나간 사랑, 소년소녀시절, 더 젊었던 시절의 그 감정들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하나의 눈송이가 여러 갈래의 눈송이로 갈라져 다른 이야기들을 전해준 것이다. 여섯 편의 단편들은 모두 여섯 개의 눈송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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