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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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갈수록,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들이 살아가는 기쁨이란 걸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

사람은 죽기 때문에 젊음을 그리워하고, 꽃이 지기 때문에 조화보다는 생화, 시드는 꽃들에 열광을 한다고 했다. 우리가 스러짐을 알기에 스러지는 존재의 그 찬란함을 느끼고 싶은 까닭일 것이다.

 

벌써 따스한 봄볕이 내리쬐고 봄을 알리는 매화꽃이 벌써 피었고, 이제는 벚꽃마져 활짝 피고 있는 계절이다. 무심코 아파트를 걷다가 햇볕을 많이 받는 곳에 벚꽃이 활짝 피어 햇볕에 반사되는 모습에 그저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렇게 따스한 볕이 내리쬐는 날에, 이렇게 화사하게 핀 벚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절로 행복해진 탓이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 다음 시간에는 결코 누리지 못하는 이 작은 기쁨이 굉장한 큰 즐거움이자 행복이란 걸 새삼 느끼고 있다.

헤세의 에세이에서 주옥같은 그의 문장들을 만날 수 있었다.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첫 번째 장에서는 영혼이 건네는 목소리라는 소제목을, 두 번째 장에서는 조건 없는 행복이라는 글로, 마지막에서는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좌 「오두막」, 우 「포도나무가 있는 정원 계단」

 

전에도 이야기한바 있지만, 작가의 소설은 새로운 삶을 사는 듯한 작가의 생각들을 엿보는 데 반해, 에세이에서는 작가의 일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 소설가로서 작품을 대하는 감정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예를들면,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읽는 작가가 참석하지 않는 행사에 몰래 참석해 자신이 젊었을 때 썼던 시들을 낭송하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는 불쾌감을 느꼈다고 한 부분을 봐도 그랬다. 작가가 아닌 우리들도 예전의 글인 일기나 리뷰를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작가 또한 그런 것 같았다. 그렇지만 약간은 어설펐던 젊은 시절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가 있는 것처럼 작가도 그랬을 것이다.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았다.

 

오늘 내가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내일이나 모레쯤은 지금 내가 있는 오늘의 이 순간에도 기억하지 못하고 지나갔던 숱한 날들처럼 심연을 알 수 없는 나락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100페이지)

  

 

화요일에 할 일을

목요일로 미루는 일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사람이 나는 불쌍하다.

그는 그렇게 하면 수요일이 몹시 유쾌하다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한다. (280페이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

 

헤세의 에피소드 중 많은 것을 이룬 작가임에도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그의 마음가짐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있었다. 바로 「휘파람 불기」다. 헤세는 휘파람을 불 줄 모르는 사람을 보면 애석하다고 표현했다. 휘파람이 자신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으며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멋진 휘파람 연주를 들려주게 될 날을 기대한다고 까지 말했다. 휘파람이라는 낱말도 참 이쁜데, 휘파람 연주를 하는 남자가 참 멋지게 느껴졌는데, 헤세의 휘파람부는 모습을 상상하니 차가워보이는 외모와는 다른 모습이 기대되었다.

 

이처럼 곳곳에서 헤르만 헤세의 인간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헤세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꽤 많이 수록되어 있었다. 자신이 머문 곳을 그림으로 남겼고, 그림 속에서는 그가 가진 감정들이 배어 있었다. 그림과 글에서 그가 머문 풍경을 가늠할 수 있었다.

 

즐거울 것 없는 것 같은 삶에서 소소한 기쁨을 느끼는 것 역시 우리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삶을 살아가며 아주 작은 것에 마음을 열고 그에 대한 기쁨을 누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일임을 헤세의 에세이를 읽으며 다시한번 깨달았다.

 

우리가 몹시 사랑한 그 모든 것을 떠나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것을 알기에 일상의 소소한 기쁨들을 느끼며 살아가는게 삶의 기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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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에 『도토리 자매』서평단에 모집한 분들은 응모하실 수 없습니다.

서평단 기간이 겹쳐 1인당 한 도서만 응모하실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알라딘 민음사 블로그 방문 회원님들께 인사 올립니다. (^^)  

안녕하세요? 민음사입니다.



어느덧 한기가 가시고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지는 봄 날이 되었습니다.

온화한 기온만큼이나 우리의 삶을 더욱 부드럽게 만들어줄

민음사 신간을 소개와 함께 서평단을 모시려고 합니다. 

 


 독일 아마존, 슈피겔에서 10만부 돌파한 베스트셀러

 『파이브』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우선『파이브』에 쏟아진 찬사 먼저 보실까요?



▶ “첫 작품이 이렇다면, 다음 작품을 읽을 때 내 심장은 멎을 것이다.” 

— 《브리기테》

▶ “엄청나게 성공적인 데뷔 범죄소설.” — 《디 벨트》

▶ “매우 뛰어난 심리 스릴러.” — 카린 슬로터(미국 범죄소설 작가)

▶ “박진감이 넘치고 눈을 뗄 수 없는 심리 스릴러.” 

— 앨리슨 헤니시(하빌 세커 편집장)

▶ “『파이브』는 지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 크리미카우치(스릴러 전문 포털)




 






▶ 『파이브』 줄거리 

 잘츠부르크 근교 방목장에서 한 여자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시체 발바닥에는 알 수 없는 숫자와 문자 조합이 문신되어 있다. 수사를 맡은 베아트리체와 플로린 형사는 시체 발에 새겨진 문신이 좌표라는 것을 알게 되고, 좌표 지점에 숨겨진 살인범의 메시지를 발견한다. 그리고 범인이 내는 기묘한 수수께끼에 따라 잔혹한 게임이 시작된다.

 범인은 GPS를 활용한 일종의 보물찾기인 ‘지오캐싱’ 게임으로 두 형사를 초대한다. 다른 단서가 없는 베아트리체와 플로린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게임을 함께할 수밖에 없다. 범인은 우선 신원이 불분명한 인물을 지목하고, 그 인물과 관련된 정보를 조합해야 풀 수 있는 복잡한 수수께끼를 낸다. 그리고 그 답이 가리키는 것은 다름 아닌, 또 다른 좌표다. 우여곡절 끝에 새 좌표를 알아내는 두 형사, 하지만 그 좌표가 가리키는 곳에는 끔찍한 ‘물건’이 숨겨져 있고 다음 수수께끼가 그들을 기다린다. 

 살인범은 왜 그들을 게임으로 초대하며 이상한 수수께끼를 내는 것일까? 메시지에 언급된 인
물들의 정체와 좌표에 숨겨진 ‘물건’의 의미는 무엇이고 범인과는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게임이 계속될수록 사건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지고, 새로운 실종과 사망 사건 소식이 잇따른다.

 주인공 베아트리체는 뛰어난 직감과 통찰력의 소유자이자 능력을 인정받는 형사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두 아이를 돌보는 동시에 살인 사건을 수사하느라 힘겨워하고, 이혼한 전남편과의 다툼과 상사인 호프만 국장과의 불화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한 동료 형사 플로린을 향해서 남몰래 애틋한 감정을 품기도 하는 등 현실에 있을 법한 여자 형사의 이미지를 실감 나게 구현해 낸다.

▶ 『파이브』 작가 우르즐라 포츠난스키


우르줄라 포츠난스키 Ursula Poznanski

1968년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1996년부터 저널리스트로 일했고 2003년부터는 작가

로 활동하며 주로 어린이책을 썼다. 2010년에 발표한 청소년 스릴러 『에레보스』로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널리 이름을 알렸으며 그 후에도 여러 청소년 스릴러 작품을 발표했다. 2012년에 출간된 『파이브』는 그녀가 처음 쓴 성인 스릴러이자 범죄소설로, 형사 베아트리체와 플로린 콤비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파이브』는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되며 호평을 받았다. 현재 가족들과 함께 빈 남부에 살며 글을 쓰고 있다. 

 


▶ 『파이브』서평단 모집 상세내용 

하나, 리뷰 페이지를 자신의 알라딘 블로그에 스크랩 한 뒤 읽고 싶은 이유와
간단하고 성실하게 댓글로 작성하여 스크랩 링크와 함께 남겨주면 응모가 완료됩니다.

둘, 응모 기간은 2014년 03월 26일 (수)~2014년 04월 03일 (목) (9일간) 입니다.

셋, 총 추첨 인원은 10명입니다. 

, 발표일은 2014년 04월 04일 (금) 오후에 공개됩니다. 

다섯, 서평기간은 2014.04.07(월)~04.18(금) 총 2주간입니다. 

마지막, 당첨자 분들은 2주간 서평을 작성 한 후『파이브』서평 발표 페이지에

개인블로그/알라딘 북로그에 남기신 서평 링크를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해당 기간 안에 작성하지 않을 시에 다음 서평 모집 시 불이익이 있을 수 있습니다.


민음사를 아끼고 사랑하는 독자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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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노이의 불평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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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에 대한 책에 대한 정보를 접했을때, 필립 로스를 꼭 읽어주어야 할 작품처럼 생각되어졌다. 읽지 않으면 안될 작품 같은 것처럼 느껴졌달까. 대부분의 책은 내가 기대한 만큼의 감동을 주거나 재미를 주었다. 너무 기대한 작품이어서 그럴까, 생각보다 재미없었다.

 

필립 로스가 말하는 『포트노이의 불평』은 잘나가는 한 변호사의 성적인 생각들, 기억들, 생활들을 담은 것인데, 제목 그대로 불평 혹은 넋두리만 늘어놓는 것 같았다. 물론 어렸을때부터 유달리 성적인 것에 민감하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노골적인 성적인 표현과 비속어, 적나라한 표현에 질렸을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건데,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아무것도 아니었네.' 하는 생각과, 어쩌면 실비아 플라스의 『벨 자』와도 비슷하다고 느꼈었지만, 『포트노이의 불평』은 말 그대로 앨릭스 포트노이의 성적인 불평이 가득했고, 성도착증에 걸린 듯한 앨릭스의 내면이 드러난 소설이기도 했다.

 

유대인으로 자라면서 그들만의 의식과 생활을 거치는 곳에서 앨릭스의 내면은 온통 성적인 생각들로 가득했다. 한 정신과 의사에게 고백하는 형식으로 된 글로 그의 머릿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아주 상세하게, 노골적으로 그려낸 소설이었다. 작가가 그려낸 앨릭스를 바라보며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를 터트렸다.   

 

 

과거 엄마와의 애착이 이런 식으로도 나타나나 싶고, 아버지에 대한 빈정거림을 보는데, 책을 읽는 우리도 앨릭스의 아버지가 화장실에서 생리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앉아 있는 모습이 자꾸 상상이 되어 웃겼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성적인 취향이 있고, 성적인 환상을 갖기도 할 것이다. 

그에 대해 뭐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러한 것들을 때로는 숨기기도 하며, 자신만의 공간에서의 사생활을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건 뭐 너무 노골적이다. 노골적인 표현도 소설적인 재미가 있으면 다행인데, 『포트노이의 불평』은 소설적 재미는 없었다. 다만 이렇게 불평불만을 정신과 의사에게 털어놓으면서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잡지 않았을까.

 

이처럼 자신의 내면을 과감하게 표현한 작품을 필립 노스는 삼십대 중반에 쓴 소설이다.

당시 금서로 지정될 정도로 미국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던 작품이기도 한 이 작품은 주인공의 충격적인 고백과 작가의 생각들이 적나라게 표현된 작품이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의 절규에 다시한번 실소를 터트렸다. '아 아 아'가 한 백 번쯤 나왔으려나. 필립 로스의 이 작품에 백 퍼센트 공감할 수 없어서 아쉽다. 그의 다른 작품이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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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킬러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36
제프 린제이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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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꽤 많이 읽는다고 자부하는데, 추리소설의 주인공의 대부분이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가 많다. 아마도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 입장에서의 스토리가 추리소설의 내용을 거의 이끌어나가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본다. 전에 읽었던 거의 모든 추리소설 작품이 경찰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다가 이 책을 만났다. 제목도 『달콤한 킬러 덱스터』란다. 킬러가 주인공? 이런 의문을 안고 책읽기를 시작했다. 추리소설을 주로 내는 《비채》에서 덱스터 관련 책이 몇 작품이 나온걸로 알고 있었는데 정작 책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덱스터 시리즈로 나온 모양인데, 책 속의 덱스터는 전직 연쇄살인마요, 현직은 혈흔 분석가란 직업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경찰 관련직을 생각하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직업이다. 연쇄살인마가, 물론 용의자로 체포 되지는 않았겠지만, 혈흔 분석가로 일할 수도 있나 싶었다. 또한 이런게 소설 속에서만 있는 스토리가 아닐까 생각해 봄직도 했다.

 

덱스터 모건, '오직 악당만 죽이는 착한 킬러' 라는게 그의 캐릭터이다.

정부관련 일을 하는 경찰관이 사람을 죽여도 되는 것인가? 사건에 관련된 유력 용의자 들을 마구 죽이는 게 아닐까, 조금의 염려도 되었다. 하지만 역시 그의 고유한 캐릭터 답게 악당만을 골라 죽이는 것 같다. 『달콤한 킬러 덱스터』가 아빠가 되었단다. 생물학적인 아버지는 아니지만, 아내의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했지만, 이제 태어난 아이 릴리 앤의 아빠가 되었다.

 

새로 태어안 아이를 지키고 싶어, 더는 어둠속의 덱스터로 살아가고 싶지 않다는게 그의 새로운 소망이다. 오로지 아이를 위해서, 착한 아빠, 아이에게 다정한 아빠가 되고 싶은 것이다. 자신의 과거 따위, 연쇄 살인마였다는 그런 것 따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새로운 형식의 추리소설이어서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그에게는 정확하게 말하면 의붓 여동생 데보라가 있는데, 데보라 역시 형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그들이 살고 있는 마이애미, 사만다 알도바르의 집에 피가 튄 현장이 있고, 아이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아이가 다니는 사립학교 에버글래이즈에 다니는 여학생 중 한 명과 사라졌다. 과학수사팀의 혈흔 분석가인 덱스터가 봤을때, 사만다의 방에 튄 피 속에서 펀치 음료가 피와 함께 섞여 있다는 걸 알고, 의문스러워 한다.

 

사만다 알도바르의 흔적을 찾던중 함께 사라진 친구 타일러 스파노스로 보이는 잔해를 발견한다. 그곳은 뱀파이어 파티가 열렸던 듯 하고, 타일러는 산산조각난 시체로 발견되었다. 이에 이들이 벌인 게 사람을 잡아먹는 파티가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또한 여동생 데보라의 잘생긴 파트너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의 볼이며, 가슴 등에 베인 상처가 있었고, 그 곁에는 불에 그을린 물체가 있었음이 발견되었다. 이제 덱스터는 그들이 식인 뱀파이어 들임을 알게 되었지만, 데보라는 그 사실을 믿지 않았다. 덱스터 에게는 오래전에 사라진 형 브라이언이 있었는데, 갑자기 자기 가족에게 나타났다. 오래전에 형에게서 칼 쓰는 법을 배웠던 덱스터는 브라이언이 자기 가족들과 가까이 있다는 게 몹시 불안했다. 자신의 불안감과는 반대로 아내 리타나 아이들은 브라이언을 무척 좋아하고 따른다는게 또 한가지 문제였다.  

 

추리소설로서는 조금 약한 면이 없잖아 있었지만, 덱스터 마음 깊숙히 숨어있는 어둠속의 검은 승객과 싸우는 부분이 압권이었다. 과거에는 칼을 쓰는 연쇄 살인마였지만, 자꾸만 들리는 검은 승객의 꼬임에 넘어가지 않으려 애쓰는 그의 심리를 볼수 있었다. 과거의 살인마, 현재는 새로 때어난 딸의 아빠로서의 그의 번민이 엿보였다.

 

추리소설이되, 전체적으로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추리소설이었다.

덱스터의 감정변화, 약에 취해 순간의 실수와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쩔수 없는 생활인의 캐릭터가 유쾌하게 느껴졌다. 다만, 식인을 하는 뱀파이어들과 그 반대의 사람들이 있다는 게 너무 작위적이긴 했다. 하지만 뱀파이어가 인간에게 사랑에 빠지고, 좀비도 인간 소녀에게 사랑에 빠진다는 영화나 소설이 인기 있었는데, 이런 추리소설도 독자들에게 꽤 인기가 있었던 듯 하다. 드라마로 만들어져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다는 게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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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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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인터넷상에 수많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

우리가 열어본 페이지들, 친근하다 느끼는 사람들에게 남기는 공감의 흔적, 한 줄의 댓글들이 쌓이고 쌓여 수많은 흔적들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취미생활로 그날의 느낌을 간단하게 쓰거나, 아이들의 사진을 담아놓거나 또한 책의 리뷰를 담아놓는 일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일도 그렇다. 이 수많은 흔적들이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때 과연 남겨놓고 싶을까? 우연한 기회에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내가 가고 없을때 블로그 안의 사진들만은 아이들이 간직했으면 싶었다. 아이들의 어렸을 적 모습이 담겨 있으므로. 자신들이 한때의 모습들을 바라보며 추억에 젖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던 탓이다.

 

이번에 김중혁 작가의 신작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은 이런 나의 마음을 대변하듯,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딜리터deleter' 혹은 '딜리팅deseting'에 대한 소설이다. 살아있으면서 간직했던 나의 흔적, 나에게 소중했던 기억이지만 죽어서는 잊어주었으면 하는 흔적들을 없애주는 일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들이다. 그들이 딜리팅 해달라는 것은 한 장의 사진, 컴퓨터 속의 하드 디스크, 또는 소설의 원고나 편지들인 것이다. 아주 사소한 편지들, 쓴 사람에게는 그날의 감정이 짙게 배어있을 것이고, 받은 사람에게는 소중한 기억들인데도 그것을 없애달라고 원한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본다.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어떤 것을 가장 지우고 싶은건 어떤 것일까?

수많은 사진들, 인터넷 상의 일기장들,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나의 자잘한 흔적들이 높게 쌓여있는 쓰레기장 만큼 쌓여있다면 이걸 지우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딜리팅 탐정 일을 하는 구동치처럼 휴대폰은 전화 기능만 사용하고, 문자나 기타 다른 기능은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지우고자 하는 일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 것인가.  

 

 

한때 경찰이었던 탐정 구동치는 딜리팅 작업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자신이 죽으면서 남기고 싶지 않은 자료나 발자취는 삭제하고, 남기고 싶은 것만 남길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다. 그들은 자신의 비밀을 지우고자 하며, 현재는 그 비밀을 간직하고, 자신이 죽었을때 지워달라고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전직 경찰이었던 직업때문인지 현직 경찰 선배로 부터 도와달라는 부탁도 받으면서 자신의 일과 맞물려 일을 처리하고 있다. 타인의 비밀을 없애달라고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사무실의 캐비닛에 그들의 보관품을 보관해오고 있다. 차마 버릴 수 없어서 비밀 보관함에 보관하고 있으면서 그들이 숨기고자 했던 것을 한번씩 들여다 보는게 일이기도 하다.

 

자신이 썼던 십 년전, 혹은 삼십여 년전에 썼던 일기장을 들여다 보고 있는 한 회장처럼 말이다. 우리도 우리의 오래된 흔적들을 들춰보지 않는가. 사진이나 그때 썼던 글들, 그날의 감정들이 글로 나타난 걸 보며 '그땐 그랬었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김중혁 작가의 소설에서 자주 느끼는 점은 위트있는 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좀더 무거운 위트가 있는 내용의 글이었다. 사건을 해결해가는 구동치 탐정의 동선을 따라가다보니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구동치 탐정 시리즈가 계속 될 것 같은 느낌도 그렇다. 책 속의 마지막 부분, 노르웨이에서 한 남자를 만나고 있는 구동치의 모습에서 두번째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았으니까. 

 

나는 오늘도 이처럼 인터넷 상에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내 마음이 드러난 글들, 소설의 리뷰라고 해도 글을 쓴 이의 마음이 드러날 수 밖에 없는 글을 남기고 있다. 내가 죽은 뒤에도 누군가 이 글을 올렸던 글을 삭제하지 않은 이상 영원히 남아 있을것도 같은, 생각해보면 불안한 일이기도 하다. 전부터 생각하던 것인데, 아이들에게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남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필요한 것은 남기고, 다른 것들은 다 지워버리라고 말이다. 

 

결국엔 나도 몇 개쯤 그 흔적을 없애버리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이 쌓아두는 것보다는 시간이 날때마다 조금씩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지 않을까, 이런 것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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