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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팝니다, T마켓 - 5분의 자유를 단돈 $1.99에!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지음, 권상미 옮김 / 앵글북스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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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학자들이 뽑은 최고의 소설이라는 문구에 어찌 혹하지 않을 수 있으랴.
소설의 부제도 '5분의 자유를 단돈 $1.99에'다. 5분이 든 통을 사면 자기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쓸 수 있다. 5분 동안 다른 용무를 볼 수도 있으며 담배를 피울 수도, 산책을 하거나 잊고 있던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소중한 5분을 단돈 $1.99에 판다면 누구나 사지 않을까.
‘시간은 돈’이므로 저자는 축약소설을 쓴다. 모든 단어를 축약하여 머리글자만 사용한다. 예를 들면 이 소설의 주인공 TC는 어렸을 때부터 붉은 머리 개미의 생식체계에 관심을 가졌다. 곤충의 세계를 관찰하겠다는 꿈을 가진 그는 회계사 자격증을 따 회사에 취직했다. 그는 열심히 일해 개미 사육장을 짓고 싶었다. 그러나 결혼이란 걸 하게 되었고, 아들도 둘이나 두게 되었다. 아내를 MTC, 아들들은 TC-1, TC-2, 시간은 T 등이다.
어느 날 그는 가진 것과 빚진 것을 계산을 해보았다. 가진 것은 아파트와 자동차, 가구, 약간의 은행 잔고와 주차 공간이다. 그에 반해 빚진 것은 시간의 빚 35년이었다. 즉 주택 융자금과 고정적인 생활비를 버느라 35년이라는 시간을 저당 잡힌 상태였다. 회계전문가인 TC는 고민 끝에 회사를 관두고 T(시간)를 팔기로 한다. 자명종으로 5분간의 T를 소변 용기에 담아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물론 특허를 내고 정부로부터 판매 허가도 받았다.
이 용기에는 소비자가 사용하고 누릴 수 있는 5분의 시간이 들어 있습니다. 플라스크를 열기만 하면 5분은 소비자의 것입니다. 즐거운 시간 누리세요! (72페이지)
처음에는 5분의 T가 든 용기가 팔릴까 싶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만의 T를 누리기 위해 기꺼이 구입한다. 회사의 경영진들은 처음엔 반대하지만 5분의 T를 구매한 사람의 작업 능력이 월등해지자 적극 권장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5분짜리 플라스크를 팔던 자유주식회사가 두시간 짜리 상자를 팔기 시작했다는 거다. 재계, 금융계, 정부 대표가 비밀 회동에서 이 상황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원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다. 일주일짜리 큐브를 판매하기 시작하자 자유주식회사를 억압하기 위해 계책을 세우자, TC는 창고에 쌓인 시간 상자를 판매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생각해낸다. 이러면서 사회는 일종의 마비 상태를 겪게 된다. 자기만의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시간을 구매하기 바쁘다. 주택을 담보로 해서 말이다.
여기에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 또한 급여를 받는 근로자로서 나만의 시간을 구매하여 소비할 입장이다. 일한 만큼 급여를 받는다고 했을 때 만약 일주일치 큐브를 구매하여 내 시간을 갖는다면 급여는 일주일치 만큼 적어지고 생산성이 급락하는 상태에 이른다. 받는 급여가 적어지면 구매력 감소까지 이른다. 가용 노동력이 줄어들고 은행 잔고가 줄어들 뿐 아니라 비소비 문화가 형성된다. 국고 또한 비게 되면 국가가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에 무슨 소설인가 싶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을수록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경제적 관념에 다다르게 되었다. 이러한 경제 체제는 곧 붕괴될 것이고, 국가적 재앙이 잇따르고 말 것이다. 시간의 소중함과 경제적 체제에 순응하고 사는 우리 인간들의 면면이 드러났다.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지만, 마음과 달리 쉽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 같다.
돈과 시간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늘 바쁘다고 하고, 돈에 관하여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어떻게 하면 그 틀에서 벗어난 삶을 살 것인지 고민해볼 일이다.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말한다. 인생의 관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책이었다. 경제학자가 쓴 책은 딱딱하다는 편견을 버려라.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묻는 풍자소설이다. 위트와 매력이 넘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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