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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심장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지음, 권도희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그러고보면 나는 신문이나 뉴스에서는 익히 들어보았던 장기 기증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없는 것 같다. 한 십 년전쯤 되었을까. 친정 아버지로 부터 장기 기증에 서명하셨다는 말을 듣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고, 막상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아버지의 장기가 빌 거라는 생각에 심장 한쪽 끝이 아려왔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을 읽는데 갑자기 그 기억이 불현듯 생각이 났다.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나는 그런 결정을 쉽게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내가 만약 죽었을때 아직은 쓸만한 장기들을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소중하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태어날때부터 심장병을 앓았던 비다.
비다의 심장병을 보아왔던 비다의 엄마는 심장을 이식받기 위해 건강한 누군가가 죽기를, 그래서 비다가 심장 이식수술을 받아 건강해 질수 있기를 간절하게 원한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 인지. 자신의 딸이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죽어야만 하는 일이라니,,,,,,, 죄책감이 들면서도 엄마는 그 희망을 버릴수가 없다. 그리고 누군가가 죽어 새로운 심장이 비다에게 오게 되었을때의 비다 엄마는 어느 누구보다도 기뻐했고 기쁜 만큼 죄책감도 들었다. 열아홉 살의 비다. 이제 누군가가 죽어 심장을 받을 수 있어 자신이 살수 있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게 된 리처드.
너무도 큰 슬픔을 제대로 드러내지도 못하고 자신의 마음속으로만 슬퍼하고 있던 와중에 아내의 심장을 이식받은 비다를 보게 된다. 마치 아내의 모습인양 비다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리처드는 자신의 혼란스러운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예전에 어떤 소설에서 자신과 가까운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과 사랑하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었다. 그럴수도 있겠는가. 뇌와 심장등 기타 다른 장기들은 별개의 장기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각 장기들은 장기의 각 세포들에서도 실질적인 기억들이 살아있다고 한다. 뇌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다른 세포들에서도 기억하는 능력이 살아 있다는 사실에 어쩌면 이런 일도 있을수 있구나.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이런 일들이 실제로도 있을수 있구나 하는 사실에 나는 자연의 설명할 수 없는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심장이 먼저 기억한다는 사실.
리처드를 처음 만났지만 그를 만나자마지 심장이 먼저 그를 기억하고 그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 비다와 그런 비다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리처드의 마음들이 '비다의 이야기'와 '리처드의 이야기'에 번갈아 가면 자신의 마음들을 표현해 낸다.
막 태어났을때부터 심장병이 있었던 비다는 새 심장을 얻고 나서 열아홉 살이 되도록 엄마의 품에서만 있었다는 사실에 자신의 삶을 찾고자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나온다. 자꾸 자신의 품에서 빠져 나가려는 아직은 보살펴 주어야 할 아이로만 알고 있는 엄마에게 비다의 '자신을 찾기' 여행은 너무도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나도 부모된 입장으로서 이런 엄마의 입장이 이해가 되었다.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찾고자 하는 비다의 마음도 백 퍼센트 이해가 되면서도 비다의 엄마도 이해가 되는 것이다. 연락 하나 없이 여행을 떠나 버린 이제 막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딸아이가 염려도 되었으리라.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비다는 자신이 느끼는 그 모든 것들이 다 소중했을 것이다.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있었던 비다에게 그녀의 유일한 친구였던 에스더의 죽음으로도 조금씩 성장했고 자신의 심장이 기억하고 있던 곳을 여행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아픔도 겪으면서 조금씩 성장해 가는 비다의 모습이 보인다. 자고로 인생이란 것은 자신의 뜻대로는 되지 않는 법. 점점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비다. 나는 그녀의 점점 성숙해 가는 여정을 함께하며 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듯 성숙해져 가는 비다를 보며 나는 아직도 망설이고 했다. 조만간에 어떠한 결정이라도 해야되지 않을까. 내 고민이 길어질수도 있겠지만 다시 한번 장기 기증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갖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