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방 속의 책
정진국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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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은 기간이라도 여행 가방을 꾸리게 될때 늘 빼놓지 않고 챙기는 게 있다. 바로 책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시간이 나지 않아 읽지 않더라도 잠깐의 그 빈 시간을 채우기 위해 책을 챙길 것이다. 무게 때문에 많이 넣지 못하게 되면 안타까워하며 옷가지를 하나 더 빼고 책을 더 넣게 되지 않을까. 가까운 거리를 가게 되더라도 나는 항상 책을 챙긴다. 보던 책을 그냥 놔둘수 없어 영화보러 나가는 길에도 나는 책 한 권을 챙기는 것이다. 무슨 일로 잠시 기다려야 할때 멍하니 있기 보다는 책을 읽는게 생활화 되어 있다. 소위 '활자중독'이라고 들어보셨는지. 나는 자칭 타칭 활자중독이다. 아침에 출근 준비에 여념이 없을때도 늘 신문을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고, 읽을 거리가 곁에 없으면 과자봉지에 적혀 있는 글자라도 읽어야 할 정도이다. 그래서 내 곁엔 늘 책이 늘어져 있다. 안방과 거실의 책장 그리고 거실 소파 한 귀퉁이에도, 사무실 서랍에도 늘 책이 있다. 책이 없으면 불안해 할 정도인 책이 너무 좋은 사람이다. 아마도 나 같은 사람이 꽤 될거라 생각된다. 아마 서로 내 얘기라고 하실지도 모르겠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은 아주 오래전에도 꽤 있었는지 이 책은 학자, 문인, 언론인, 혁명가들이 세계 곳곳을 여행할때 책을 챙겨가 힘든 여행길에서도 책을 꺼내 읽으며 외로움을 달랬던 내용을 다룬 책이다. 무슨 책을 챙겨갔는지, 어떻게 읽었는지, 읽으면서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여행하면서 읽은 책의 내용과 함께 그들의 기행문과 함께 한 저자 정진국이 펴냈다. 저자는 내가 읽었던 유럽의 시골마을을 돌아다니며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유럽의 책마을을 가다』와  서유럽 작은 마을의 향수 박물관이나 시계박물관등을 방문하고 그 이야기를 담았던『유럽의 괴짜박물관』을 펴낸 작가이기도 하다. 두 작품에 비해서 약간 더 딱딱한 면은 있었지만 오래되어 내가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의 기행문을 보며 책속의 책들을 알아가는 과정은 즐거웠다. 여행서라기보다는 인문학 서적에 가까운 책이었다.


영화 '사관과 신사'의 원작을 썼던 이블린 워, 헤밍웨이와 결혼해서 잠시 살았던 여성 종군기자 마사 겔혼의 아프리카 여행을 비롯해, '20세기의 가장 놀라운 여행자'로 꼽혔던 엘라 마야르와 007 시리즈의 이언 플레밍의 친형으로 007 제임스 본드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피터 플레밍,  강렬한 시적 영감이 넘치는 문제로 기행문과 소설을 남긴 안네마리 슈바르첸바흐, 남태평양 항해와 폴 고갱에 대한 조사에 나선 사연을 기록했던 빅토르 세갈렌, '잃어버린 세대'의 마지막 '댄디'로 일컬어졌던 알랭 제르보, '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미학을 빼어나게 함축한 전시회 관전평으로 이름을 날린 장 루이 보두아이에, 『빈센트 반 고흐의 비극적 삶』의 전기를 썼던 루이 피에라르, 아르헨티나의 혁명가인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등 16인의 여행기와 그들이 읽은 책들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저자는 글을 마치는 글에 책 읽는 일을 '언어의 감옥' 이니 '창살 없는 감옥' 이라는 표현을 한다. 여행하면서 다른 민족과 다른 문화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어도 책을 뿌리치지 못하고 우리 스스로 그 '감옥'속으로 들어간다는 표현을 쓴다. 그들이 여행했던 곳을 같이 더듬어가며 그들이 읽은 책을 같이 음미하며 그들의 여정을 함께했다. 흑백 사진이 곁들여진 책은 과거의 시간으로 나를 데려갔고 전쟁속에서도 여행을 하는 그들의 속내를 알 수 있었다. 내가 직접 가보지 못한 곳을 책으로 여행을 하고 내게 생소한 책들도 알게 되어 유익한 책읽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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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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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꿈을 꾸었었다.
전혀 이루어지지 않을 것도, 말 그대로 꿈으로 끝날 꿈들을 꾸었었다. 내가 꿈꾸었던 대로의 모습을 지금 하고 있는가. 전혀 아니다. 일상에 젖어 아직도 가슴속에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오랜만에 잊었던 옛날의 꿈을 꾸었다. 

이 책을 읽고난 후 꿈속에서 나는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내 곁에 누군가가 있었지만 나는 그와 함께 기차를 타고 가다가 어딘가에 내려 내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가지 못하고 지나가는 기차를 향하는 시선을 늘 가지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가지 못해 안타까워하며 현실속에서 살고 있는 곳이 꿈속인양 그렇게 만족하지 못했던 모습 말이다. 꿈 속에서 나는 이 글을 재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보면 기차는 늘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하는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다.
기차를 많이 타지 않던 시절에 늘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싶어 했다. 성년이 되어 내가 여행을 갈 때에도 버스를 이용하기 보다는 늘 기차를 이용했다.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 바퀴의 덜거덕거리는 소리가 좋았고 창에 기대어 지나치는 풍경들을 바라보기를 즐겼다. 그러면서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
배는 북서쪽으로
철학자와 일곱 곡의 모차르트 변주곡
붉은 부표 저편에
두 시절의 만남
양귀비
그가 돌아왔다
럼주차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랍니다. (중 략)
그것이 당신이 원한 것이지요. 당신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면, 기차가 이곳에서 정차했던 바로 그때 당신은 내리지 않았을 것이고 기차를 놓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 모든 순간마다 당신은 당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이지요. ( 「곰스크로 가는 기차」 중에서)

대학가에서 개인이 번역한 이 책이 떠돌게 되어 소리소문없이 퍼지게 되어 오르트만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TV에서 단막극으로 만들었던  '곰스크' 마니아층을 이루고 있었던 단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아 오르트만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알 수 없고 이 책을 번역하기 위해 애썼던 옮긴이의 노고를 알 수 있었고, 옮긴이의 열정과 노력으로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책이 나오게 된거라고 생각이 든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도 하나의 운명이 아닐련지.
친한 이의 리뷰를 읽고 '곰스크'라는 말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 이 책을 꼭 읽어야 하겠다는 느낌을 갖게 하고 내 손으로 책이 들어온 일, 또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큰 감동을 느끼지 못했을거라는 감정까지. 이 책이 나에게로 온 것도 나의 선택에 의해서 운명처럼 내게 다가 온 책이다. 이러한 감동이 있는 책을 많은 사람들이 같이 느꼈으면 하는 생각이 들고, 나는 나의 '곰스크'를 그려본다. 나의 곰스크는 아마도 '프랑스 파리' 쪽일거라 생각이 든다. 늘 가고 싶었고 지금도 늘 마음속에 있는 도시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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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창문으로 영국을 보다 - 맨밥 같은 일상, 양념 같은 여행 처음 여는 미술관 2
김혜란 글.그림 / 인문산책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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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여행서적을 꽤 좋아하고 읽고 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영국으로가 기러기 엄마로 생활하면서 그곳의 일상들을 담은 내용이라고 해서 저자의 소소한 일상과 함께 영국의 풍경들을 볼 수 있겠다 싶어 읽게 되었다. 저자가 영국에 살면서 느끼는 이웃사람들과의 관계, 영국 사람들의 습성, 그리고 늘 흐린 영국의 날씨를 보면서 외로워하고 한국을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담겨있었다.


저자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상을 조근조근하게 말해주는 것은 크게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아,,, 이런 삶을 살고 있구나 그런 느낌. 남의 일기장을 보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저자가 소개한 영국의 풍경들은 상당히 고풍스러웠다. 우리나라에서는 재수 없다며 이빠진 접시나 찻잔 등을 사용하지 않는데 반해 영국인들은 조상들의 숨결이 묻어 있어서 이 빠진 찻잔을 많이 쓴다는 것에 대해 전에도 들었었지만 검소한 그들의 삶들을 알수 있었다. 요즘에 내가 집에 대해 굉장히 관심이 많은데 영국의 오래된 건물들을 보며 이렇게 집을 지어놓고 살아도 괜찮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오래된 건물 위로 늘어진 초록빛 나무들과 현관 양쪽에 울긋불긋 자잘한 꽃들이 피어 있는 모습은 참 정겹게 다가왔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구나. 삭막한 회색 콘크리트의 박스 속에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예쁜 집에서 살고 싶은 나는 그 건물들이 못내 부러웠다.


나는 여러 챕터 중에서 저자가 여행한  '작가의 고향을 찾아서' 편이 가장 좋았다.
아무래도 책을 좋아하는 이로서 작가의 고향을 찾아 그들이 글을 쓰고 살았던 곳을 보는 기쁨은 직접 가보지 못해도 대리만족을 느꼈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폭풍같은 사랑을 그렸던 브론테 자매나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오만과 편견』의 제인 오스틴의 생가나 기념관을 보는 기쁨이 컸다. 그리고 중학교때이던가 보았던 영화 '테스'의 작가 토마스 하디의 고향이나 엘리자베스 여왕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던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생가까지 내겐 기쁨이었다.


저자가 몇 년째 그림일기를 쓴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저자의 몇 컷씩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었다. 나는 처음에 그게 마음에 와닿지 않고 굳이 글이 있는 걸 만화식의 그림을 넣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 약간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들어 영국의 풍경들과 저자의 생각들을 담은 글이 있었다면 더 나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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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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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게 대체 뭘까.
대개 가족이라 함은 가정이라는 울타리안에서 서로 화목하고 서로 위해주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족이되 가족보다도 못한 관계들이 많고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도, 재산을 위해 싸우는 파렴치한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요즘엔 새로운 가족제도가 많이 생기기도 한다. 혈연으로만 묶여 있지 않은 그런 가족관계 말이다. 오히려 혈연으로 묶여있지 않는 사람들이 더 가족같이 느껴지기도 하다. 서로를 좋아하고 서로에 대해 배려하는 사람들 말이다. 한 집에서 같이 살지만 너무도 외로움을 타는 사람들. 제각각인 사람들.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의 같은 식탁에 앉아 음식을 마주해도 마음속엔 저마다 다른 생각들로 가득차 있는 사람들. 마음에서 우러나는 말 한마디 나누지 않는 사람들이 과연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도 가족 구성원 중에서 누군가가 사라졌을때 자신들의 뒷모습을 들여다보는지 잃어버리는 아이를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제각각이던 가족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서로를 받아 들이는 모습에서 상대방을 향한 배려를 볼 수 있었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서로 배려하지 않으면 화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남에게 베풀줄은 모르고 받으려고 하는 사람이 다른 이들에게 외면 받을수 밖에 없는 것처럼.


아버지 김상호가 하는 일을 보며 너무도 거부감이 들었다.
전에 영화 '아저씨'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사회의 부조리가 보이는 그런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면서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누군가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겠지만 그 과정들이 너무도 싫었다. 이러한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싶지도 않고 거부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우리 사회는 아직도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고 믿고 싶은 것인지도.


정이현 작가의 소설은 처음으로 접했다.
작가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이런 작가가 있구나 하고 별 관심이 없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이런 작가의 작품이 나왔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는데 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아주 날카롭게 파헤친 소설이라는 느낌이다.


다섯 명의 가족 구성원이 있다. 하지만 저마다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관심도 없을 뿐더러 제각각 생활하고 있는 가족이다. 이 가족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서로의 마음이 다칠까 염려하는 마음이 생기는 걸 보며 그래도 아직은 '가족'이라는 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거구나 하고 믿고 싶다. 가족 문제를 다루는 소설을 보면 왠지 불편한 감이 있다. 아주 날카롭고도 덤덤하게 써내려간 걸 보며 그래도 마지막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만하면 됐어. 하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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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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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김훈 작가의 책을 나는 두 권 밖에 읽지 못했다.
『공무도하』와 『내 젊은 날의 숲』.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칼의 노래』조차도 읽어보지 못했다. 작가의 직업탓인지 날카로움과 감정이 배제된 듯한 차가운 글에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었다. 이 작품 또한 내게는 감정을 배제한 글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그의 책을 거부할 수 없는 건 무엇 때문인지 나 자신조차도 잘 모르겠다. 

 『자산어보』를 지었던 정약전이 머물렀던 흑산도. 그 흑산에 대한 이야기이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정조가 죽고 순조가 왕이 된후 수렴청정을 했던 대왕대비 정순왕후가 성리학적 질서와 전통을 고수하려 천주교 박해를 가하였다. 그로 인해 독실한 천주교도였던 정약종은 죽임을 당하고, 정약전은 흑산도로,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되었고, 정약전의 형 정약현의 사위 황사영은 정씨 형제들로부터 천주교를 알게 되고 천주교 박해가 시작되었을때 제천의 배론 산중으로 피신하여 조선 천주교 박해의 실상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글인 백서를  토굴속에서 작성한 인물로 능지처참을 당한 인물이다. 그들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천주교를 믿었던 서캐처럼 천한 신분을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너무도 담담하게.

많은 인물들이 나온 만큼 더한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았는데 좀 짧은감도 있었다.
정약전과 황사영의 주변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 이야기라 줄거리를 따라감에 있어 감정이 분산되는 느낌이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파악하느라 그랬을수도 있겠다. 등장 인물에 대해서 어떠한 사적인 감정을 갖지 못하겠금 차단막을 친 느낌이랄까. 정약전과 황사영을 집중적으로 다루었으면 더 깊이 빠져 읽고 그들의 삶에, 그들이 느꼈던 감정들에 깊이 동화되었을수도 있겠다. 

종교란 이런 것인가. 
종교에 깊이 빠져보지 않는 나로서는 이 작품 속에서 그들이 간절히 원했던 구원과 그들이 찾고자 했던 새 세상에 대한 마음들을 이토록 간절한 염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그러고보면 내 마음은 얼마나 차갑게 식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종교 박해가 있을때 매를 때리고 고문할 때 끝까지 버티고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살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같은 뜻을 품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말해 그들을 배반하는 일. 그 배반하는 사람으로 인해 핍박을 당하면서도 구원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여기에 머물러 있지 않고 저 먼 곳을 본 사람들로 인해  이렇게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말이나 글로써 정의를 다투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다만 인간의 고통과 슬픔과 소망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나는, 겨우, 조금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이나 글로써 설명할 수 없는 그 멀고도 확실한 세계를 향해 피흘리며 나아간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또 괴로워한다. 나는 여기에서 산다. (작가의 후기 중에서)  

이 책을 읽고 나는 정약전의 형제인 정약용, 정약종의 이야기가 담겨진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라는 작품이 궁금해진다. 그들의 삶을, 천주교 박해가 있었던 시절의 역사를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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