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감 - 씁쓸하고 향기로운 야생초의 유혹
아리카와 히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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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길을 가다가 한 남자가 "나를 좀 주워가지 않을래요?' 라고 했을때 그 남자를 주워갈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내 나이가 젊고 그 남자 또한 젊고 잘생긴 남자라면, 또 표현 못할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면 이처럼 주워올수도 있을까? 소설 속에서는 그것에 당연히 가능할거라고 우기고 싶지만 실제로는 글쎄 그러지 못할 것 같다. 요즘처럼 세상이 무서운데 어떻게 그럴수 있을까. 다들 말리겠지. 만약에라도 그 젊은 남자를 주워온다면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비밀리에 그 사람과 동거 하겠지. 바로 사야카처럼.

 

 

어느 날 회식을 하고 약간 취한 상태에서 집에 돌아오는 데 한 남자를 발견했다.

 

지쳐 쓰러진 행려병자입니다. 아가씨, 괜찮으면 저를 좀 주워 가지 않을래요?

절대 물지 않을 겁니다. 예절 교육을 제대로 받은 강아지입니다.  (15~16페이지 중에서)

 

이렇게 말하는 남자를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겁을 상실한 듯 보이는 사야카는 그렇게 한 젊은 남자를 집으로 이끌었다. 아침에 일어 났을때 그가 차려준 된장국. 거의 텅 비어 버린 냉장고에서 재료를 찾아내 끓여준 소박한 된장국을 한 입 먹었을때의 그 만족감. 순전히 그것 때문이라고 우기며 사야카는 그렇게 그를 붙잡는다. 나무를 의미하는 수목樹木의 ''자를 쓰고 이츠키 라고 읽는 이름만을 알려준 남자를. 요리와는 담을 쌓고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지 않고 도시락 등을 끼니를 때워 온 사야카에게 요리 잘하는 남자 이츠키는 그렇게 요리도 하고 집안일을 해주면 한 집에 기거하게 된다. 그가 요리하는 냄새로 아침을 맞이하고, 담백한 양념을 해 싸 준 정성스런 도시락과 저녁 메뉴들. 그의 음식 솜씨에 점점 빠져든다. 또한 음식에 빠지듯, 그를 보면 얼굴이 발그레해지기까지 한다.

 

 

아주 작은 꽃을 피우는 우리가 들꽃이라고 부르는 것들. 그냥 스쳐 지나가는 들꽃들도 다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 사야카는 이츠키와 함께 가까운 강변으로 산책을 다니며, 그에게서 야생초 이름들과 어떻게 쓰이는지, 야생초를 꺾어와 만드는 요리를 거들며 그렇게 그와 사랑을 키워 나간다. 하지만 그가 궁금하다. 자신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아 애가 타면서도 물어볼 수가 없다.

 

 

우리가 몰랐던 야생초 들을 만날 수 있었다.

화려한 꽃을 피우는 관상 식물보다 요즘 이상하게 야생화가 눈에 들어온다. 집에 몇가지를 키우고 있기도 하고, 공원에라도 지나가면 하얀색, 노란색, 보랏빛을 발하는 아주 작은 꽃들을 보면 그렇게 이쁠 수가 없다. 겨우내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을 어떻게 느끼고 그렇게 빼꼼히 싹을 틔우는지. 잘못하면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 밟힐수도 있는 아주 작은 꽃들이 참 예뻐 그런 꽃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쭈그려앉아 가만히 들여다보곤 한다. 신랑이 집안의 화초들에게 그렇게 말 걸어 달라고 할때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다가도 화단 속에 핀 그 조그만 꽃들에게는 다정히 말을 건네는 것이다. 그 모습을 신랑이 봤다면 기어코 한마디 하고도 남았을 정도다.

 

 
 
 

책이 참 이쁘다.

야생화들을 그린 그림이 전체적으로 그려져 있는 표지도 예쁘고, 한 챕터마다 소개하는 야생화가 그려져 있는데 내용도 내용이지만 챕터의 표지를 더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 꽃을 자세히 알고 싶어 사진으로 나왔으면 좋았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집에 있는 건 세밀화로 된 식물도감이라, 책속의 주인공인 사야카가 보는 식물도감이 나도 갖고 싶어졌다. 사진을 들여다보며 들꽃에 대해서 알고 공원에라도 가면 사야카나 이츠키처럼 새로운 들꽃을 알아가는 일을 즐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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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아말리아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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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은 주로 철학적인 에세이가 많은 것 같다.

꼭 철학적이기 보다는 모든 장르의 글이 섞여 있다고 해야 할까.

소설이되 소설 같지가 않고, 그녀의 삶의 이야기이되 또 음악과 함께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열정적인 삶을 사는 것 같아 보이지만 한 편으로 보면 인생에 대해서 관조하는 삶을 사는 것도 같다. 그의 작품 『옛날에 대하여』를 읽으며 이게 소설인가 싶었지만 엄연히 마지막 왕국 시리즈 장편소설이였다. 그의 작품을 읽노라면 나는 줄을 긋고 싶은게 많아진다. 그의 글은 우리를 심연에 들게 한다. 그래서 깊이 새겨두려고 색색의 포스트 잇을 붙여놓고 자주 들여다보길 즐긴다. 이번 책은 『옛날에 대하여』라는 책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읽기 편한 글이었다. 역시나 그의 사유를 엿볼수 있는 글이다.  

 

 

파스칼 키냐르의 분신과도 같은 안 이덴의 이야기이다.

음악을 하는 그의 모습과 역시나 음악 작업을 하는 안 이덴의 모습은 서로 거의 흡사할 정도이다.

『빌라 아말리아』에서의 안 이덴은 마흔일곱 살의 나이에 갑자기 모든 것을 정리한다. 함께 살고 있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키스 했다는 이유로 그의 짐을, 그가 속했던 모든 것을 지우고, 자신의 흔적도 지우기 시작한다. 그가 속해 있던 악보 만드는 일을 했던 직장도 정리하고 집도 매매해 버린다. 같이 살던 토마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모든 것을 지우기 시작한다. 지난 삶의 지겨움을 훌훌 털어버리고 오직 혼자가 되기 위한 삶을 꿈꾸었다. 새로운 삶에의 열망으로 아무 형체도, 존재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것은 다른 시간이리라. 그 시간을 다른 여인이 살게 되리라. 그 시간은 다른 세계에 존재하리라. 그 세계가 다른 삶을 열어주리라.  (95페이지 중에서)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중 안은 빌라 아말리아와 사랑에 빠져 버린다.

그녀는 집과 사랑에 빠졌다  - 즉 사로잡혔다.  ((155페이지)

그녀가 사랑하는 대상은 이제 남자가 아니었다. 자신을 부르는 집. 그녀를 매혹시킨 집과 열정적으로 강박적으로 사랑에 빠져 버린 것이다. 그곳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음악 작업을 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는 안. 그녀와 관능적인 우정을 나누는 라드니츠키의 딸 레냐를 만나며 안은 폭풍같은 사랑에 빠져 버리고 만다. 말을 잘 하지도 못하는 아주 어린 여자아이 마그달레나와  쥘리에타와 사랑에 빠져 버린다. 집착, 광기와도 같은 사랑.

 

 

아직 어린애일 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몸의 각 부분이 빛을 발산해. 완전히 태양계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어. 빛은 아이의 마음에서 나오는 거거든. 

 (319페이지 중에서)

 

 

그녀가 만드는 음악. 음악가에 대한 헌사를 보낸다. 자신이 발굴한 악보나 그것에 대한 기억을 최대한 단순화시키는 작업. 요약하고, 장식을 제거하고, 잘라내고, 쳐내고, 압축하여 음악을 만든다. 음악을 만드는 주인공이어서 그런지 나는 피아노 곡을 떠올렸다. 은은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울려 퍼지는 피아노 곡. 안 이덴이 작곡 한듯 그렇게 음악에 빠져 지냈었다. 이 책을 읽는동안.

 

 

솔직히 삶에서 도망치고 싶을때도 있었다.

안 이덴 처럼. 나는 안 만큼 냉정하지도 않아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기가 힘들어 떠남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도망친 아버지, 도망치는 삶을 사는 안 이덴. 우리는 모두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 또한 지금의 상황에서 아주아주 멀리로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새 삶을 준비하는 설렘, 두려움 그 모든 걸 극복하고 사는 삶이 과연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도 그런 삶을 꿈꾸어본다. 한 번쯤은 나도 도망치고 싶다. 소멸하는 삶, 생성되는 삶. 나도 안 이덴 처럼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

 

다시한번 파스칼 키냐르의 글에 매혹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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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초 : 연인들 사랑의 기초
정이현 지음 / 톨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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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많은 만남과 이별을 경험했다. 처음 하는 사랑의 이별에 너무도 가슴이 아파 죽을것만 같은 느낌을 갖기도 했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과의 자잘한 이별들. 가슴이 아플 정도로 이별이 힘들었지만 그동안 많은 이별을 연습했던건지 이제는 이별하는데도 그렇게 마음이 아프지 않다. 서운하고 아쉽지만 또 볼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의 많은 이별 연습에 이별의 아픔에도 어느 정도 무뎌진것도 같다. 그래도 이별은 역시 슬프긴 하다. 마음이 약한 나는 저절로 눈물이 흐르기도 하더라.

 

 

 

 

나는 러브 스토리를 좋아한다.

러브 스토리만큼 나를 기쁘게 하는 것도 없다. 러브 스토리를 읽으며 나는 사랑을 꿈꾸고, 그들의 사랑에 동조하며 주인공 들의 감정에 깊이 이입되어 보게 된다. 그러면서 나는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기대되는 러브스토리를 읽었다. 알랭 드 보통과 공동기획한 장편소설로 알랭 드 보통은 사랑에 대한 낭만주의자인 40대의 남자 벤이 말하는 부부 이야기를 담았다면 정이현은 이십대 남여의 가장 보통의 연애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에 대한 환상과 러스 스토리의 끝은 결혼이라는 해피앤딩을 다루지 않았다. 우리가 많이 겪어왔던 보통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들의 첫만남.

민아와 준호는 그들의 첫만남을 각각의 방식으로 기억했다. 서른 살의 준호. 그의 기억은 셔츠에서부터 시작됐다. 예전 애인의 200일 기념으로 사준 셔츠를 기억했고, 몇 번의 연애에서 그녀들이 사준 셔츠를 외면하고 다른 셔츠를 입고 가기로 한 준호. 그는 입고 있는 셔츠의 얼룩으로 인해 진한 녹색의 카디건을 하나 사 그 얼룩을 가리고 두살 연하의 그녀를 만나러 나갔다. 그를 이해해 줄 것 같은 여자를 만났다.

 

 

 

 

스물여덟 살의 민아. 두분이 모두 공무원인 그녀의 부모는 정년 퇴임 전에 결혼시키려고 은근한 채근을 하고 있었던 차에 대학 동창으로부터 소개팅을 제안받는다. 소개팅 날 머리를 감으려고 샴푸를 하려하지만 샴푸를 사야한다는 걸 깜빡한 민아. 그녀는 미용실로 향한다. 개인적인 욕실을 갖고 싶은 그녀, 그녀가 좋아하는 바닐라 향이 나는 샴푸를 오로지 혼자 사용할 수 있는 날을 꿈꾸는 게 그녀가 생각하는 결혼이었다. 소개팅에 나온 남자는 같은 동네에 살고 무언가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결혼을 꿈꾸는 미혼남녀의 사랑. 이들은 운명적인 사랑을 꿈꾼다. 그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으로 사랑하고, 자신의 모든 이상을 꿈꾼다.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내가 감추고 싶은 것은 최대한 늦게까지 몰랐으면 하는 것. 언젠가는 말해야겠지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감추고 있다가 우연하게 다른 사람으로 알게 되면 느끼는 실망과 신뢰에의 부정때문에 사랑하는 이들은 때로 힘들어한다. 내가 진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인지. 조금은 불안하다. 준호와 민아가 느끼는 점들을 각각 이야기한다. 그들이 사랑을 시작하고 어떠한 이유로 점점 시들해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사람의 이별이란 거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구나 싶었다. 막 사랑에 빠져 있을때 어느 누구의 말도, 어느 누구의 시선도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그 사랑이 무르익고 어느 정도 권태에 빠질 때쯤 아주 작은 사소한 것 하나에서 조차도 말다툼을 하고 자기 마음을 몰라 주는 것 같아 실망하곤 하는 것 같다.

 

 

 

 

핑크빛 로맨스 소설을 기대했던 내게 이들의 덤덤함은 좀 의외였다.

연애소설은 연애소설 다워야 하지 않느냐고 외쳐보고 싶지만, 이 또한 연애소설의 다른 모습이니 할 말이 없다. 이들의 덤덤함이 너무도 사실적으로 다가와 우리 곁의 누군가를 보는 것 같았다. 많이들 이렇게 사랑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연애 한 번쯤 안해 본 사람이 없을 것이니, 사랑을 한 번쯤 해 본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도 닮은 모습에 많은 공감을 할 것이다. 혹은 뜨끔할지도 모르지. 에필로그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다. 에필로그가 없었기 때문에 마음속에 잔잔한 여운을 오래도록 남기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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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초 : 한 남자 사랑의 기초
알랭 드 보통 지음, 우달임 옮김 / 톨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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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읽는 많은 연애 소설의 끝은 거의 결혼이다.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우리의 염원.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고 싶은 마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기 싫어하는 마음이 결혼으로 이어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영원히 행복하게 산다면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다는지, 이혼하는 일이 없었겠지. 주변에서 이혼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처음엔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사랑의 감정은 무뎌지고, 같이 사는 '가족'이 되어 버리는 것같다. 예전의 설렘이나 떨림은 먼 기억속의 추억이 되어 버렸고 이제는 무덤덤하게 변해 버렸다. 마흔 즈음, 무언가 짜릿한 느낌을 갖기 위해 처음 사랑을 시작했던 스물다섯 살의 풋풋하고 건강해보이는 여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어느새 가슴이 뛰기도 하는 것. 그런 것들이 결혼의 보편적인 모습이지 않을까.

 

 

여기, 사랑해서, 모든 걸 함께 하고 싶어서 결혼한 한 남자가 있다.

아내와 결혼해 두 아이가 있는 남자 벤, 그는 아내 엘로이즈를 많이 사랑하지만 그 옛날처럼 많이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고, 엘로이즈를 때때로 사랑하는 것 같다. 그녀와 성관계라고 할라치면 그녀가 피곤한지, 오늘은 할 마음이 있는 건지 조심스럽게 손을 내민다. 이번엔 육 주 만이었고, 그 전엔 십 주 만이었다. 일 년에 여섯 번 정도 하는 부부사이. 아내 엘로이즈의 거절로 침대에 누워있는 벤의 심장은 저 아래로 무너져 내린다. 그토록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사랑했던 만큼의 열정은 이제 거의 사라져 버린것도 같다.

 

 

오래된 관계에 대한 이야기.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말했다.

낭만적인 사랑을 시작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오랜 시간을 지난 뒤 어떻게 변해 가는지,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를 묻는 이야기이다. 책을 읽어갈수록 어쩌면 우리의 모습과 이렇게 비슷한지. 적나라한 그들 부부의 모습에 속으로 혼자 웃고 있었다. 벤의 말하는 진심과 솔직한 말들은 주변 사람들의 모습,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그가 진지하게 고백하는 듯한 글들은 우리를 뜨끔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은 이상이지만 결혼은 일상이다. 결혼 생활을 하는 벤의 소소한 일상적 고민들. 예를 들면 늦게 까지 남아서 일하는게 아이들에게서 벗어나는 것 같아 너무도 후련하면서도 아이들의 침대맡에서 잠을 재워주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아내가 아닌 아름다운 젊은 여성과의 일탈을 꿈꾸지만 엘로이즈가 없으면 자기가 곧 죽을것 같은 애틋함도 느껴진다.

 

 

삶에 연습이 필요하듯이 사랑에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하는 일에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하는 사랑법에 문제가 있으면 방향을 바꾸어 사랑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전폭적인 사랑, 아무 대가도 없이 사랑을 주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았다. 우리가 아이에게 사랑을 주듯 그렇게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 부부간에도 그런 사랑을 한다면 싸울 일도 없을텐데 우리는 자꾸 바라게 된다. 우리가 부모에게 받았던 사랑과, 아이들에게 주는 사랑을 기억하며 우리는 서로의 배우자를 사랑하는 연습을 해야하는 것 같다.

 

 

한국의 『달콤한 나의 도시』정이현 작가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여행의 기술』의 작가 알랭 드 보통의 공동기획 장편소설이다. 알랭 드 보통은 장편소설『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이후 십칠 년만에 장편소설을 내놓았다. 결혼과 함께 새로운 시작인 부부 관계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철학적인, 알랭 드 보통 특유의 느낌이 들어있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는 '뭐, 이런 책이 다 있어' 라고 할수도 있고, '사랑과 결혼에 대한 환상이 다 깨졌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40대인 남자의 이야기에 역시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 속웃음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만 알것이다.

이제 곧 정이현의 20대의 사랑이야기『사랑의 기초 _ 연인들』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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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지구마을 여행 - 꼭 한번은 떠나야 할 스물다섯, NGO 여행
이동원 지음 / 예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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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를 꿈꾸었던 스물다섯 살의 청년이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인 유럽 등 선진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왔다. 우리가 마음속으로는 도움을 주어야지, 또는 TV에서 그들의 실상을 보면서 마음아파하곤 했던 곳으로의 여행. 어떻게하면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까 생각하고 떠났던 NGO를 찾아 하게 된 여행이다. 책이나 영화속에서 보아왔던 인물들을 직접 만나고 싶고 조금 특별한 여행을 하고자 동남아에서 남미까지의 NGO에 수많은 이메일을 보냈고 답장을 받아 구체적인 여행 계획을 세웠다. 남미 여행을 위해 스페인어를 배우기도 했다. 지구마을의 다양한 모습을 접하고 싶어 떠난 여행기.

 

 

여행지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스무살 시절 곧잘 혼자서 여행을 떠났었다. 배낭을 꾸릴때 어느 여행가의 말처럼 쌓던 옷을 몇개 더 꺼내고 돈은 더 추가해서 떠났던 여행. 혼자서 계룡산을 찾았던 날, 나에게 친절하게 말을 건네던 여자분을 만났다. 내 나이보다 열 살 정도 더 많아 보이던 분. 나도 혼자, 그분도 혼자여서 우린 이야기를 나누며 산을 내려왔고 저녁이 되어 잠잘 곳이 필요해 같이 민박집을 이용하게 됐다. 같은 방에서 둘이 자는데 속으로는 내심 불안했다. 배낭속에 넣어둔 여행 경비 때문에 깊은 잠을 잘수가 없었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했지만 방을 비울 수가 없어 화장실 가고 싶었던 것도 참았다. 원래도 집 떠나면 잠을 잘 못자는 습관이 있지만 그 날은 돈 때문에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아침이 되어 둘이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나는 공주를 향해, 그 분은 다른 곳을 향해 헤어졌다. 공주 가는 버스는 계룡산을 타고 내려오던 길이었는데, 버스안에서 나는 조금씩 졸면서 그 여자분한테 얼마나 미안했던지 모른다. 괜한 사람 의심을 했던거다. 나이도 어린 내가 여행하는데 그분은 생각하고 나랑 같이 민박집에서 하룻밤 묵어준건데도 나는 내 돈을 훔치러 온 사람이 아닐까 의심만 했던 것이다. 이 책속의 청년처럼.

 

 

앙코르와트를 보겠다고 간 캄보디아 버스 안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해 주겠다는 똘라 아저씨. 똘라 아저씨는 그가 찾는 숙소를 향해 공짜로 뚝뚝이를 태워다 주겠다해서 탔지만 자기 돈을 뺏어가지 않을까 의심하고 두려워하면서 타고 갔지만 그게 아니란 사실을 알고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앞섰던 이야길 했다. 그는 이야기 한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 친구이자 가족이 되었다고.

 

휠체어를 제작해 캄보디아 전역에 '기부'형태로 보내는 소반 아저씨. 유창하게 영어를 하는 그 아저씨가 사실은 난민 캠프에서 배운 영어라고 했을때 놀랐다. 열네 살의 어린 나이에 살기 위해 영어를 배웠던 소반 아저씨를 보며 자신의 열네 살과 비교하며 아저씨에 대한 희망을 응원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입양해 키우는데 대학 학자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소반 아저씨에게 청년 동원은 고개를 끄덕일수 밖에 없었다.  

 

매년 두세 차례 항해를 통해 세계 전역을 여행하면서 평화, 인권, 반핵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NGO 피스보트 항해에 참여했다. 피스보트 크루즈 여행에서 평화를 꿈꾸는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 아저씨를 만나기도 했고, 일본에서 조선인으로 살았던 이도 만난다. 그리고 남미여행에서의 멕시코 해변에서 거북이를 지키는 이들. 곰을 보호하려는 안드레스, 소년 광부들의 막장 인생을 접하며 청년 동원은 안타까워하고 울음을 삼킨다.

 

 

7개월 간의 여행을 하고 온 동원 청년,

그는 그 7개월간의 시간 동안 삶의 겸허한 자세를 배운 것 같다. 자신이 얼마나 편하게 살아왔는지, 그들을 위해 무얼하고 싶은지. 친절하게 대해준 그들에게 많은 신세를 지고 있다는 그. 마음의 빚더미를 벗고자 이 책이 많이 팔려 이자라고 갚을 수 있었으면 한다는 그의 바램. 나도 그러기를 바래 본다. 나처럼 나이 든 사람에게는 내 아이들이 동원 청년처럼 삶의 열정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는 사람이 되기를 바랄것 같다. 동원 청년처럼 젊은이들이 이 책을 본다면 내가 지금 힘들다고 다가올 미래도 어둡지 않다는 것. 그의 열정을 보며 삶의 희망을 다질 것 같다. 우리들의 조그만 정성이 그들에게는 생명을 연장시키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여행을 떠나서 우리는 한층 성숙해져온다. 이 청년을 보니 우리의 미래는 어둡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처럼 열심히 사는 청년들이 있어 우리의 미래에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 이 책의 인세는 지구마을 여행을 함께한 NGO에 기부합니다. 라는 이 문구를 기억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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