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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쌍둥이
홍숙영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4월
평점 :
같은 해에 태어나 생일이 일 년이 채 차이 나지 않는 아이들을 아일랜드 쌍둥이라고 부른다. 형 재이는 1월 7일에 태어났고, 존은 같은 해 크리스마스이브에 태어났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재이가 죽자 존은 재이가 원했던 군인이 되었다. 작전 수행 중 피폭되어 피폐한 삶을 살고 있다. 재이의 삶을 대신 살고자 했던 게 문제였을까.
군대에서 남동생을 잃은 수희는 견딜 수 없어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상담과 미술치료를 공부하고 있었다. 존의 엄마 조안 집에서 지내다가 그를 만났다. 그를 미술치료로 이끌어 죽음으로부터, 상실의 고통으로부터 빠져나오는 방법을 배운다.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이 기저에 깔려 있다. 동생이 죽었던 바다에 가지 못하는 수희. 형 재이의 죽음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존의 고통이 전해온다. 과거의 고통은 트라우마가 되어 마음을 지배한다. 고통을 표출해야만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 존과 에바, 수희는 미술치료 워크숍을 하며 비로소 자기의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어머니와 아버지, 할머니, 삼촌, 재이와 함께였던 가족은 이제 뿔뿔이 흩어졌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이층에 세를 놨던 젊은 여자와 바람난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계속 기다리는 어머니. 천재 같았던 형의 발병과 죽음은 고통의 시작이었다.
부모와 나의 관계, 사랑했던 연인. 두려움을 표현하는 방법은 그림을 통해 이루어진다. 사람의 신체를 본을 떠 표현하는 방법, 오브제와 사진, 종이 등을 이용해 보물 상자를 만들고, 인간을 구성하는 우리 존재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시간 등 상처를 드러내고 타인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법이다.
에바의 사연이 인상적이었다. 에바는 흑인 엄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다지증을 갖고 태어났다. 덧붙여진 손가락은 바로 수술해서 사라졌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근원을 향한 질문을 건네는 인물이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에 대한 상처와 고통의 근원을 표현하는 에바를 보며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가, 그 존재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
새는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닌다. 알에서 부화하고 어미가 물어다 준 먹이를 받아먹던 아기 새는 이제 독립해서 스스로 날아야 한다. 새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며 날 준비를 해야 한다. 암울함에서 벗어나 새가 되어 하늘을 날아야 한다.
자신의 그림자를 보기 위해 뒷걸음질을 치며 사막을 걷는 순례자처럼, 빨리 떨어지려고 안간힘을 쓰는 마지막 꽃잎처럼, 높은 골짜기에서 메아리라도 들으려는 산지기처럼 나는 지독하게 외로웠다. (120페이지)
한 발 더 내딛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모두에게서, 그리고 모든 것으로부터 버림받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고, 침묵했고, 슬픔의 힘으로 버텼다. 너무 많은 나를 가두었고, 북적거리는 내면이 내는 소리가 시끄러워 귀를 막은 채 미움과 원망을 타진할 때까지 시간을 갉아먹으며 살고 있었다. 한 발 나아가려면 나를 응시해야 하는데, 아직도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 (164~165페이지)
슬픔을 그림으로 나타내며 내면의 고통을 치료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상처를 마주할 수 있어야 치유가 가능하다. 누군가 자기의 고통을 말할 때 들어주고 함께 아파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더 이상 마음을 다치지 않게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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