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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고 앉아 있네 - 문지혁 작가의 창작 수업
문지혁 지음 / 해냄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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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고 앉아 있네’라니. 무슨 책 제목을 이렇게 사용했는지 궁금해서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 물론 문지혁 작가를 좋아하긴 한다. 소설이 아니라 본인 이야기 아닌가 싶었던 『초급 한국어』와 『중국 한국어』까지 섭렵하고 나니 왠지 작가를 아는 거 같지 않느냐 말이다. 제목은 소설가를 지칭하는 부정적인 표현이긴 하다. 이런 제목을 쓴 작가의 의도가 궁금했다. 과거에 소설을 써보겠다고 생각했던 적은 찰나이긴 했지만 있긴 있었다. 그것도 아주 어릴 적에. 이런 제목을 사용한 작가의 위트가 좋다.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작가의 소설창작 수업은 여러모로 의미 있다. 실제 강의하듯 한 글과 문지욱 만화가의 그림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처음엔 작법서와 만화 컷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으나 계속 읽다 보니 글과 그 글을 표현한 만화가 적절하게 사용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을 쓰는(혹은 작가가 되고 싶은) 작가는 아니지만, 글쓰기에 관해서는 늘 부족하다고 여기기에 관련 책을 기웃거리긴 한다. 내 거로 만들기가 힘들어서 그렇지만 말이다.
작가들은 언제 어디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글을 쓰는 줄 알았다. 음악가가 악상을 떠올리듯 작가는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무작정 쓰기 시작한다고 말이다. 그건 독자의 착각일 뿐, 꾸준히 작업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작가는 아이 돌보는 밤에 소설을 썼다고 했다. 한국어 시리즈는 조리원 화장실에서 썼다고 하니 작품이 나오는 순간은 장소에 구애 받지 않은 것 같다. 작가가 카페에서 글을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던데 글을 쓰기 적합한 장소인 건 분명한 것 같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은 ‘작가의 눈으로’ 책을 읽어야 합니다. 그 책이 유명하거나, 걸작이거나, 권수가 많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독자로서 읽는 것이 아니라 작가로서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82페이지)라고 했다. 같은 사물이나 사람, 장소를 바라보아도 독자와 작가는 바라보는 시선을 다르다고 느꼈다. 작가는 작가로서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작가로서 ‘분석적이고 심층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느라 독서하는 재미는 없겠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너무 평범한 이야기는 소설로 이어지지 못한다. 단순한 이야기는 계속될 수 없다. 긴장감이 유발되어야 하고, 이를테면 독자는 ‘잘못된’ 이야기에 열광한다. ‘잘못된 이야기’는 싫으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수많은 예를 들어볼 수도 있겠지만 참겠다. 주변을 둘러보면 될 일이다.
작가는 소설 쓰기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의 차이와 디테일, 소설을 쓰는 작업실에 관하여도 경험에 비추어 말한다. 1인칭으로 작성했을 때의 시야와 3인칭으로 글을 쓸 때의 시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퇴고’란 완성된 원고를 고치는 작업이라고 알고 있었다. 작가는 퇴고를 선택하는 거라고 했다. 그 중의 첫 번째, 냉각기 갖기, 두 번째, 시간에 대한 감각, 세 번째, 한 번에 하나씩만 고치기, 다음으로 삭제 추가 분량, 내력벽 무너뜨리기, 결말, 감각하며 다시 쓰기, 초고에서 시작하기를 기억하면 된다.
기억하세요. 제 기준에서 단편은 열 편, 장편은 두 편을 완결할 때까지 일단 뒤돌아보지 말고 써보시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참고로 데뷔 전까지 제가 완성한 단편은 오십 편, 장편은 세 편이었습니다.) (303페이지)
작가는 12년 동안 작가지망생으로 지냈다. 작가로 등단하기까지 수많은 습작을 해 투고한 경력이 있다. 소설창작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이 책을 소설을 쓰고 싶은 작가지망생이 읽으면 더 좋을 거 같다. 습작기를 거쳐 작가로서 희망을 갖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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