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 읽는 옛집 -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왜 건축에 중독되었는가?
함성호 지음, 유동영 사진 / 열림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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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던 게 언제부터인가.

강원도 여행을 갔을때 강릉 선교장을 방문했을 때와 몇 년전 전주 한옥마을에 갔을 때를 기억한다. 그 전에는 그냥 스쳐지나가고, 심한 추위를 타는 내게 한옥이란 '추운 집'이라는 강한 인식하에 별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더 싫어했다고 볼수 있겠다. 전주 한옥마을을 돌아다니며 고고하게 고요히 서 있는 집들을 보며 이렇게 아름다운 한옥을 나는 왜 싫어했는가. 그때 한옥이 가슴속에 들어 왔다.  고요한 멋을 풍기는 한옥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어딘가를 방문하면 옛집이 있는 풍경이면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집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마음속으로는 많은 사연이 담겨져 있을 옛집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한옥 건물과 흙으로 빚어져 담에서 이름모를 풀이 자리하고 있는 그런 옛담들의 모습까지 사진에 담고 있었다.

 

지금의 소박한 꿈이 하나 있다.

주말이면 시골에 조그만 땅 하나 사서 방 한 칸, 부엌 한 칸 이렇게 조그만 한옥 집을 짓고, 아기자기한 꽃들도 심고, 텃밭에는 우리가 먹을 야채를 기르고 살고 싶어한다. 그런 바람일까. 요즘 자꾸 건축에 대한 게 관심이 많아져 얼마전에는 양진석의 『친절한 건축이야기』를 읽은 적도 있다. 그 책에서는 서양 건축을 다루었지만 정작 내가 좋아하는 건축물은 우리나라 고유의 건물인 한옥이다. 창호지를 바른 방의 문도 정겹고, 닳은 마루바닥도 정겹기만 하다. 유려한 곡선을 자랑하는 지붕의 모습과 햇볕 가림과 비 가림을 위한 처마의 길게 내려앉은 모습까지도. 

 

시를 쓰는 건축가,

건축가가 시를 쓴다는 게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지만, 집짓는 시인 함성호가 조선시대 성리학으로 유명한 학자였던 이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사상과 철학을 얘기하며 그들이 지었던 집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조선 중종때의 학자이자 정치가였던 회재 이언적의 사랑채인 '독락당'을 보면 북송 때의 사마광의 「독락원기」에 나오는 시를 읽고 자신보다 4백년 앞서 살다 간 사마광의 생애의 자신을 동일시해 자신의 사랑채에 독락당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고 한다. 이언적이 가장 불우할때 지은 집이 독락당이고, 다시 복권되어 경상감사를 제수받고 금의환양하며 지은 집이 향단이다. (53페이지) 건축물과 그 주위의 옥계천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독락당의 모습은 아름다운 정원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많은 건축물을 남긴 철학자 퇴계 이황의 도산서당.

단순히 집을 소유한 건축주가 아니라 집을 짓는 데 있어 그의 성리학적 세계관을 건축 조영에 적용 시켰고, 직접 설계도를 그리는 등 탁월한 안목을 보여준 퇴계의 도선서당을 소개하고 있다.

퇴계가 가장 큰 스승으로 추종했던 주자의 무이정사를 모범으로 건축되었다고 한다. 동양철학사에 자연의 이성이 만물을 낳는다고 선언하고 그것을 건축이라는 도구를 통해 자연의 이성과 합일하는 인간의 모습을 구현하려 한 퇴계의 도산서당은 동양철학의 정원이라고 불릴만 하다고 말한다.

 

이외에도 은유와 상징의 집이라고 표현한 이언적의 양동마을과 향단, 남명 조식의 산천재, 해상의 물길을 자유자재로 움직였던 고산 윤선도, 생애 동안 5백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긴 강진의 다산초당, 김장생의 임이정, 우암 송시열의 우암고택, 암서재, 윤증고택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삼인행필유아사(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그 중에는 나의 스승이 있다)라고 했던가. 밥집 노파에서부터 천재 승려, 그리고 유배객을 보고 도망가는 순박한 촌로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모두 다산이라는 한 시대의 사상을 만들어 내기 위해 준비된 스승들이었다. (198페이지 중에서)

 

건축가가 한옥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도 조선시대의 성리학자들을 말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을거라고 보는데 저자는 직접 철학을 공부하고 학자들의 옛집을 철학과 연관시켜 우리에게 소개해 주었다. 옛집의 아름다움과 철학이 보기좋게 잘 어우러져있었다. 책을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집을 가보고 싶게 만들고 옛집에 반해 우리 한옥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고 있다.

 

시를 쓰는 건축가가 철학으로 읽는 옛집으로 우리 독자들에게 말을 건넸듯, 나 또한 자신의 철학을 담은 건축물을 지은 조선의 철학자들과 그들이 지었던 옛집에게 말을 건네는 좋은 시간이었다. 시간을 내어 저자가 소개한 철학자들의 옛집을 방문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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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게 - 제144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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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할까.

그때의 시간들이 너무도 막막하고 두렵기 때문일까. 무엇 하나 제대로 정해있지 않고 두렵기만 한때 우리는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한다.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되어 있고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기 때문일것이다. 열두어 살의 나 또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너무도 시간들이 더디어 가는 것이 몹시도 안타까웠던 시간들.

 

그 시절들의 마음을 닮은 책 『달과 게』를 읽었다. 

 

바닷가 모퉁이 바위틈에서 소라게를 가지고 노는 소년소녀들.

도교에서 직장을 다니던 아버지는 직장을 잃고 시골에 계신 쇼조 할아버지네 집으로 이사와 살게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빠가 암으로 죽는다. 자꾸 꿈속에서 게가 아버지를 먹어치우는 꿈을 꾸는 신이치. 엄마가 남자를 만나는 걸 보고 또한 괴로워한다. 쇼조 할아버지가 모는 배에 탔던 엄마가 사고로 죽게 되어 엄마없이 아빠랑 단둘이 살고 있는 나루미 또한 엄마가 왜 죽어야만 했는지 이유를 찾고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때문에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하고 있는 하루야. 어느 누구와도 친하지 지내지 않고 바닷가에서 소라게를 불로 지져 소원 비는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다. 소원을 비는 일은 소원을 비는 일에서 끝나지 않고 더 나아가 그것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모습도 보인다. 자신을 괴롭히는 누군가에게 좋지 않는 일이 생겼으면 하고, 엄마랑 만나는 남자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기도 한다.  

 

껍데기 속에서 갇혀있는 소라게와 어느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이 아이들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아직 혼자서 서 있기엔 힘든 아이들이지만 이 책에서는 어떻게보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전혀 어린아이라고 볼수 없는 살인까지도  생각하는 아이들. 하긴 엄마를 빼앗길수도 있다고 생각한 아이에게 그런 생각도 가능하리라.  너무 힘들면 차라리 그 사람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니까.  

 

 책이 나왔을때부터 읽고 싶었던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나에게 처음인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 『달과 게』라는 제목을 보았을때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표지도 그렇고 제목 또한 궁금해서였다.  또한 소년들의 성장을 담은 소설이기 때문. 미스테리 소설에 수상하는 나오키상에 비해 추리적인 면은 약하고 순수문학게 가까운 작품이었다. 하지만 추리적인 요소가 조금쯤은 있어서 다가올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해 금새 책장이 넘어가기도 했던 작품이었다.

 

미스테리 부분에서 수상도 많이 한 작가던데 나는 이 작가를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 그의 본격 미스테리 소설을 읽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이 소설 하나만으로도 굉장한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소라게를 보면 이들 신이치와 하루야, 나루미가 생각날 것 같다.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고 소라게를 가지고 불을 지져 게가 소라 밖으로 기어 나오게 만들어 소원을 빌었던 이들처럼 나도 소라게를 보면 한번쯤 소원을 빌고 싶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옛날의 나라면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지금의 나는 어떤 소원을 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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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집
나카지마 교코 지음, 김소영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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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두번 장르문학에 수상하는 나오키상.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이유때문에 책들을 고르곤 한다. 상을 받은 책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장르문학이라 그런가 나오키상 수상작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어떤 책이 받았을까? 어떤 내용을 담은 책일까? 이번 책도 그래서 더 기대했고 기다렸다.

 

처음 책 표지를 보았을때 빨간 지붕이 있는 이층 집과 집 주변에 있는 나무가 있는 집. 그 집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이렇게 따뜻하게 보이는 집. 그 집에서 다키 할머니는 정말 행복했겠구나.

다키가 오래도록 기억속에 살아 있는 그 집을 추억하는 글이라 더 기대가 되었던 책이다.

 

1930년대의 일본. 시골집을 떠나 도쿄로 간 집에서 하녀 노릇을 하던 다키. 때로는 아주 잠깐의 시간이지만 평생을 그 기억속에서는 사는 경우가 꽤 있다.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 준 사람들. 주인집 도련님을 마치 자신의 아이처럼 사랑으로 품어 마음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 열두세 살의 아직 어린 다키에게 스물두어 살의 도키코 사모님과 함께한 시간들이 그렇다.

 

세월히 흘러 아흔 살이 다 되는 다키 할머니는 오래전에 하녀로 일했던 일을 경험삼아 책을 낸 후 다른 책들 내려던 중에 아직도 잊지 못하는 '작은 집'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자고 생각한다. 작은 노트에 빨간색 삼각지붕이 있는 그 집에 있었던 일들을 기억한다. 영화배우처럼 아름다웠고 어렸던 도키코 사모님과 자매처럼 지냈던 일들. 다리가 불편한 교이치 도련님, 완구회사에 다니는 사장님. 하녀살이란게 주인집의 일을 알아도 모르는 척, 보아도 보지 않은 척을 해야 한다.

 

그녀가 지냈던 그 작은 집에 있을때 역사적으로 일본은 중일전쟁을 했고, 도쿄 올림픽 유치를 반환해야했고, 제2차세계대전을 치르기도 했던 시대였다. 전쟁이야기가 주를 이루는게 아닌 전쟁속에서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배급을 받아야 하는 상황속에서도 손님이 오면 낼 음식을 준비하고 도련님이 커가는 시간들. 사모님의 마음속에 들어온 이. 그걸 바라보는 착잡한 마음들을 그려냈다.

 

사람은 비밀을 간직하면 언젠가, 누구에겐가는 말하고 싶은가 보다.

작은 노트를 준비해 몇십 년전을 일들을 말하고, 그 시절을 추억하며 후회하기도 하고, 그리워하기도 한다. 아마 후회하는 것보다 그리워하는 게 더 클수도 있다. 그녀가 말하는 진실 속으로 다가가며 우리는 그녀가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진실을 알수 있게 된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평생동안 그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 그 마음들을 책으로 펴내는 일 또한 그리움을 간직하는 일일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느껴지는 감정은 왠지 아련함이다.   

추억속을 맴돌듯 느껴지는 그런 아련함.

영화를 보는 듯한 스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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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유럽의 현대미술관 - 테이트 모던에서 빌바오 구겐하임까지 독특한 현대미술로 안내할 유럽 미술관 16곳을 찾아서
이은화 지음 / 아트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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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림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그림이 무척이나 좋다. 그래서 그림 관련 책이라면 늘 호기심이 생기고 갖고 싶어한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은 주로 고전 미술을 좋아했지 현대 미술은 전혀 모르기도 하고 관심도 없는 편이었다. 하지만 현대 미술도 나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는 것. 그림이 말해주는 의미를 몰라도 그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의 위안을 준다는 것 때문에 나는 오늘도 그림에 관한 책을 본다. 이왕이면 그림에 대한 설명도 같이 해주면,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도 그림에게로, 화가에게로 한 발 다가가는 느낌이 든다. 

 

현대미술가이자 평론가, 독립 큐레이터, 칼럼니스트, 대학 강사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저자 이은화의 2005년에 나온 책을 다듬어 펴낸 책이다. 이 책을 다듬기 위해 다시 미술관을 순례하고 미술관에 관한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사진과 함께 미술관이 생긴 유래 까지 다양하게 설명을 했다. 미술전문가가 펴낸 책이라서 그럴까. 현대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읽기에도 쉽게 다가온 책이다.

 

영국편에서는,

데이미언 허스트를 포함한 영국의 젊은 작가들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찰스 사치가 운영하는 갤러리 사치 갤러리와 가장 영국적으로 불리우는 데이트 브리튼과 화력발전소 건물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미술관의 기능에 제대로 맞게 개조해 만든 테이트 모던 미술관 등.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었더라면 훨씬 비용이 절감되었을텐데도 과거의 전통과 역사를 살리는 영국인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고전 미술과는 다른 파격적인 젊은 작가들의 현대 미술을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의 피로 두상 '헬프'를 만들었던 마크 퀸의 조각상과 투명한 유리 캐비닛 안의 흰색 양이 박제되어 있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무리에서 벗어난' 의 작품 등이 흥미로웠다.

 

 

 

 

 

프랑스편에서는,

고전 미술뿐만 아니라 현대 미술 까지도 허용한 루브르 박물관을 일컬어 예술품의 공동묘지라고 표현한 점이 흥미로웠고, 생존 작가들의 작품은 하나도 없고 예술가들이 죽고난 뒤에 이곳에 묻힌다고 표현한 것에도 너무 맞는 말임에 혼자서 웃었다. 모나리자를 비롯해 고전 미술품에 대한 것과 새로 설치한 유리로 된 피라미드에 대해서도 설명을 붙였다. 프랑스인들에게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으로 프랑스혁명의 상징적인 결과물이자 근대적 개념의 최초의 공공미술관이라는 점이 역사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이해와 감상은 분명 다른 것이다. 진정한 작품 감상의 출발점은 '작품에 말 걸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말 걸기'란 '끊임없는 질문하기'와도 같다. '나는 이 작품이 정말 좋은가?' '왜 이 그림은 명화일까?'로 시작하는 질문을 먼저 해 보고, 많은 미술사가들이 내린 해석에 질문한 다음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로 나아가야 한다. (155페이지 중에서)

 

프랑스 최고 명품의 집결지라고 할 수 있는 오르세 미술관에는 내가 좋아하는 반 고흐의 그림도 설명했다. 그외에도 파리지앵들에게 미술관 이상의 의미가 있는 퐁피두 센터와 팔레 드 도쿄도 소개했다.

빈센트 반 고흐 「자화상」

  

독일편.

자연과 건축, 미술과 사람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 홈브로이히 박물관 들어가는 길의 사진은 저절로 자연과 하나되는 박물관일거라 생각이 들었다. 초록숲속에 있는 박물관. 황량한 회색빛 도시에 있는 것 보다 훨씬 더 운치가 있어 보였다.  저자가 독일에서 공부해서 인지 독일의 미술관을 아주 상세한 설명을 곁들어 소개했는데 아무래도 독일하면 홀로코스트가 먼저 떠올라 '유대인 박물관'에 관심이 더 가게 되었다. 16년 동안 건축 이론을 가르치기만 했지 한번도 건축을 해본 적이 없었는 건축가 리베스킨트가 설계한 다윗의 별을 상징하는 번개모양으로 된 외관과 홀로코스트 타워와 망명의 정원 등은 역사를 알고 있는 내게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네덜란드편.

자전거를 타고 숲길을 달려가는 국립공원 안의 미술관 이자  '반 고흐 미술관' 다음으로 반 고흐의 그림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 '크뢸러 뮐러 미술관. 그곳에는 반 고흐의 초기작인  「감자먹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반 고흐를 좋아하는 내게는 꼭 가보고 싶은 곳. 어디인들 가고 싶지 않겠냐만. 양보다는 질을 중요하게 여겨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베스트 컬렉션으로 현대미술 애호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방직공장을 개조해 만든 드 퐁트 미술관.

 

이제 스페인으로.

이름이 귀에 익은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피어스 브로스넌과 소피 마르소가 주연했던 영화 '007 언리미티드'로 유명한 미술관이다. 나도 그 영화를 보았지만 그런 미술관이 있었나 싶게 영화속의 배우들의 얼굴만 기억난다. 이제 다시 보면 빌바오 미술관이 제대로 보일것 같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를 새삼 느꼈다.  

 

저자의 말 중에서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림들을 하나라도 더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던 사람들. 나도 그들중에 한 사람 이었다는게 생각이 났다. 얼마전에 간송 미술관에 갔을때 나 또한 책속에서 보았던 그림을 하나라도 더 보겠다며 수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 보고 온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읽을 때 쓴웃음이 나기도했다. 건축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저자의 그림에 대한 생각들이 세심한 정성으로 만들어진 책이었다.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들. 특히 나처럼 현대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서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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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라디오를 켜 봐요 - Navie 255
진주 지음 / 신영미디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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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도 훨씬 더 어렸을적엔 곧잘 라디오를 들었다. 그것도 심야시간이 다 되도록 라디오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사연과 함께 디제이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함께 음악 듣는걸 즐겼었다. 결혼을 한후 아이 키우느라 책도 라디오도 음악도 다 멀리하고 지내다가 최근에 책도, 음악도, 라디오도 다시 듣기 시작했다. 다만 달라진게 있다면 저녁시간이 아닌 아침시간에 라디오를 듣는달까. 항상 아침에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었다. 아마 잠 많은 내게 일찍 일어나서 식사준비하고, 아이들 챙기고, 출근 준비하는게 즐겁지만은 않아 항상 기분이 저조했었는데 아침시간에 라디오를 들으면서 아침시간이 즐거워졌다. 예전에 들었던 음악들과 최근에 나온 노래들을 들으며 따라부르기도 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곤 하기 때문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디제이의 목소리, 그리고 음악들이 나에게 많은 위로를 해준다. 이처럼 위로에 대한 이야기, 라디오 디제이를 하는 인디음악을 하는 사람 이은세와 신희수의 이야기를 읽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은 아주 많은 매력이 있는 사람이다.

음악으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를 해주는 사람. 우리는 힘든 일이 있을때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마음과 이토록 같을수 있느냐며 공감하며 위로를 받는다. 그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기에 나에게 이은세는 멋진 사람이었다. 아마도 신희수에게도 그랬겠지. 음악을 하는 사람이기전에 이른 아침에도 말끔한 그의 모습과 바람결에 풍겨오는 바디로션 냄새때문에라도 마음이 먼저 앞서가긴 했지만 말이다. 

 

희수에게 은세.

힘들었던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잠시 안식년을 갖고 있는 희수. 이른 아침에 시장의 따끈따끈한 두부를 사기 위해 두부집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을때 모습보다도 먼저 풍겨오는 상큼한 바디로션 냄새를 풍기며 서 있는 은세. 그의 말끔하게 차려입는 모습을 보고 느껴지는 설렘. 어느 날 우연히 듣게 된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의 '이은세의 뮤직트리'. 그의 이름을 모르는 희수는 그를 두부남이라며 부르며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 자신의 알수 없는 마음을 고백한다. 그녀에게 은세는 봄볕처럼 따스한, 흩날리는 벚꽃잎처럼 연분홍빛 설렘이다. 

 

희수에게 엄마.

아빠없이 홀로 남동생과 희수를 키웠던 엄마. 

좋은 대학을 다니고 좋은 직장을 다니는게 힘들어도 엄마와 가족을 생각한다는 책임으로 버텼지만 남동생이 결혼을 하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는 것 같자 희수는 직장을 그만두고 때아닌 방황을 하고 있다. 서른두 살의 적지않은 나이,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고자 여행을 계획하며 보내지만 결혼을 재촉하며 선을 보라는 엄마에게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한다. 전에는 내 생각이 더 크고 내 고민이 더 커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자신에게 오셨다가 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희수는 울컥한 마음을 감출수 없다. 어느 새 좁아진 어깨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늘 지켜보았을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 딸에게 엄마의 뒷모습은 늘 안쓰러움이다. 눈물이 차오르는 안타까움이다. 희수가 엄마와 전화를 나눌때, 엄마가 찾아와 엄마가 해 주신 밥을 먹을때 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엄마를 생각하는 희수의 마음이 마치 내 마음처럼 그렇게 울컥하고 뭉클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눈물이 날 만큼. 

 

직장을 그만두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속으로 침잠할때 불쑥 다가온 봄볕처럼 따스한 설렘을 느끼게 해 주는 사람. 다감한 목소리를 지녔고 또한 음악으로 다정하게 위로를 해 주는 사람, 은세. 은세에게 설렘을 느끼고, 자신을 찾고자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희수의 이야기는 사랑이야기인 반면에 또한 그녀의 마음이 성큼 성장을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정통 로맨스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어쩌면 심심한 소설일수도 있다. 그만큼 잔잔하고, 짜릿한 달달함도 덜하다. 하지만 나는 한밤에 음악 디제이를 하는 은세에게로, 그의 확실한 마음을 알 수 없어 '은세 씨 마음은 어디까지 흘러왔을까요?'  '우리 인연은 ..... 어디로 흘러갈까요?' 라고 묻는 희수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한 챕터가 끝날때마다 실제 사연을 담아 은세가 음악으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코너 또한 특별한 구성이었다.

 

음악은 그처럼 우리에게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위로를 건넨다.

나에게 진주 작가가 그러하다. 어느 날 문득 라디오에서 위안을 얻었던 희수처럼, 나에게 진주 작가도 어느 날 우연히 다가와 마음을 다독이고 설렘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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