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1
캐서린 스토켓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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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아이한테서 학원 영어 선생님이 바뀌셨다는 말을 했다.

학원의 원어민 선생님이 계시는데 얼마전까지만 해도 백인 남자 선생님이 가르치고 계셨다. 그 선생님한테 수학까지 배웠다며 선생님과 이제 친해졌다고 말한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조금 아쉬운 점도 없지않아 있었다. 학원비 계산하러 갔다가 새로 오신 선생님을 보았다. 아이한테서 말은 들었지만 그렇게 까만 피부색을 가진 분을 가까이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키가 훌쩍 크고 덩치도 약간 있고 어쩌면 벽돌색처럼 보이는 듯한 까만 피부가 반들반들하게 보인 여자 선생님이었다. 

나는 스스로, 아니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피부가 하얀 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같은 교육을 받은 사람이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백인 선생님을 선호한다지. 그리고 길을 물어봐도 백인에게는 아주 친절하다는 말을 들었었다. 내 속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백인과 흑인이 있을 때 백인에게 더 호감을 갖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아마 그럴지도.
정작 아시아 사람들이 미국에 가면 흑인보다도 더한 말을 듣는다고 하지 않는가. 피부색에 따라 차별을 두는 또는 그 차별을 묻는 이야기이다.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 생각 해본 적 있어요?

21세기인 지금이 아닌 1960년대의 미국이라면 그 정도가 얼마나 심했던지 사람을 죽이기도 했던 그때의 미시시피 잭슨은 인종차별이 심한 곳이었다. 흑인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아이빌린과 미니는 미스 스키터의 가정부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내자는 제안에 망설이다가 위험천만한 인터뷰에 응하게 된다. 쉰 살이 넘은 아이빌린은 아이를 보는 일이 행복하다. 그녀가 보고 있는 미스 리폴트의 아이 메이 모블리는 그녀에게 특별한 아이다. 그녀는 열일곱 명의 백인 아이들을 키웠고 그녀는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아이들이 엄마보다 더 따르다가도 피부색에 민감해질 나이가 되면 스스로 아이들을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자리를 포기한 것이다. 그녀는 사고로 죽은 아들을 생각하며 미스 스키터의 백인 가정에서 일하는 유색인 가정부의 이야기에 동참하기로 했다.

요리 솜씨가 뛰어난 미니는 욱하는 성질 때문에 입바른 소리도 참지 못한다. 자신의 어떠한 행위 때문에 미스 힐러의 어머니인 미스 월터의 집에서 해고되고 잭슨의 열 몇 군데에서 일자리를 구했어도 미스 힐러의 거짓말 때문에 퇴짜 당한 복수를 하기 위해 가정부로 사는 것에 이야기 하기로 한다.  

대학을 이제 막 졸업하고 예비 작가가 되려는 백인 여성 스키터. 그녀에게는 그녀의 모든 것이었던 가정부이자 유모인 콘스탄틴을 그리워한다. 대학으로 인해 떠나 있을때도 편지를 왕래했지만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니 콘스탄틴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가 어디로 떠났는지 왜 떠났는지 물어보지만 대답해 주는 사람이 없다. 그녀는 콘스탄틴에 대해 알고 싶어 아이빌린에게 물어 보지만 몇 마디 꺼내다가 입을 다문다. 아마도 미스 스키터는 콘스탄틴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가정부의 애환을 책으로 써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콘스탄틴과 함께 했을 때 느꼈던 그 행복과 충족감을 기억하고 싶었는지도.

사람의 진심은 절대 알 수 없는 거구나, 생각한다. 내가 루 앤의 하루하루를 조금 더 편하게 만들어줄 수 있었을까. 내가 그녀에게 조금만 더 잘해줬다면. 이것이 책의 핵심 아니었나? 여자들이 우리는 그저 두 사람이야. 우리는 가르는 건 그렇게 많지 않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어. 하고 깨닫는 것.
                         ~~~~~  2권  301페이지 중에서

몰래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그들이 말했던 내용들을 타자로 옮기며 점점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 이들은 언제 들통날지도 모르는 시간들을 공유하게 된다. 어두운 현실을 바꾸고 싶었던 이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날들을 보내지만 그들이 느낀 것. 그들을 가정부로 쓰고 있는 사람들이 느낀 것들. 유색인들에에 차별하는 사람만 있는게 아닌 숨겨진 따뜻한 면모를 보여준 백인들도 있었다는 사실. 그렇게 차별하고 병균이 옮을까봐 그들이 했던 행동들에서도 그들은 같은 공간에서 서로 더불어 살아가고 있지 않았나.

현실은 늘 변하기 마련이다.
어느 한자리에 고정되어 있는 건 별로 없다.
그들이 바꾸고자 했던 것. 그들이 투쟁했던 것들이 점점 변해져 지금은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나.무언가 새로운 걸 느끼고 자유로움을 느꼈던 이들의 용기와 활약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보이는 선과 보이지 않는 선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우리는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묵혀있던 구태의연함에서 아이빌린과 미니처럼 무언가 새로운 것을 느끼기를, 변화를 위해 노력해 보기를 바래 본다. 나 자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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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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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어떤 것일까.
우리가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완전한 믿음을 나누는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저 마음 깊은 곳에서 다른 마음을 숨기고 어떤 것을 억누르며 보이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누군가를 사랑했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글쎄,,,, 사랑하면서 그들에게 100% 내 마음을 보여주지는 못한것 같다.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은 과감하게 걷어내 버리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을 사귀지는 않지만 나는 그렇게 좋아하고 모든 것을 다 줄 친구를 사귀어도 어느 정도는 내 자신을 숨겨왔다. 아마도 나처럼 그런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불같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해 살고 있지만 그 사람을 모른다고 느낄때 우리는 먼저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알고 싶은 사실이 있을 때도 속시원하게 말하지 않고 무언가 숨긴다고 느낄때 말이다.

내가 만약 샐리라면 어땠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지구 반대편으로 돌아와 친구 하나 없는 곳에서 살아가는데 내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아마 미쳐버리고 말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믿었던 남편한테서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걸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럴리 없다고 되뇌이다가 나도 샐리처럼 무언가 시작했을까. 막막하지만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기에.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아이 둘을 낳았지만 산후우울증을 앓지는 않았다.
많은 산모들이 산후우울증을 앓는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내가 실제로 겪어보지 않았기에 이렇게 심각한 병 일수도 있다는 걸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힘든 난산으로 인해 아들의 뇌가 자신
때문에 손상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심한 자기 학대를 하는 걸 보고 많이 놀랬다. 그럴때 곁에 언니라도 아니면 친한 친구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미국에서 건너간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샐리에게는 그럴 사람이 없었다. 아이를 낳아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아이가 막 태어났을때는 밤낮 구분이 없어 세 시간마다 한번씩 우유 먹는 건 기본이고 아예 밤과 낮이 바뀌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큰아이를 낳고 한 달 반을 쉬고 출근했는데 밤낮이 바뀐 아이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자니 정말 힘들었다. 아이는 밤새내내 우는데 도와줄 신랑은 섬으로 발령이 나 전근 가 있는 상태에서 나 혼자서 그 아이를 키우기가 너무도 힘들어 울면서 키운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샐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남자들 대부분이 그렇기도 하겠지만 도와줄 사람 하나, 마음 터놓을 사람 하나 없는 상태에서 토니는 글을 쓴다는 핑계로 다락방 서재로 피해 버리는 모습을 보며 샐리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었었다.   

토니가 소설을 쓴다는 핑계로 그렇게 서재로 피해버릴때도 샐리가 그렇게 보았듯 남자는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사랑해 마지않던 토니가 그런 계략을 꾸미다니,,,,, 얼마든지 이런 사람이 있을거라는 생각을 해도 너무 어이가 없었다.

처음 작가의 「빅 픽처」를 단숨에 읽고 이 책 또한 그럴거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나를 또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할거라는 강한 기대감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책의 중간부분까지는, 샐리가 토니를 만나 함께 보내게 되어 임신을 하게 되고 때맞춰 런던지국으로 발령이 나자 둘은 결혼을 하고 카이로에서 런던으로 오게 된다. 힘든 임신과 육아를 하며 산후우울증 때문에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는 샐리와 토니 그리고 새로 태어난 아들 잭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분량을 차지해 책장이 더디게 넘어 갔다. 샐리에 대한 기분을 공감하면서도 작가가 이렇게 더디게 전개할 사람이 아닌데 하는 생각을 했었다. 토니의 계략이 밝혀지고 토니에 대한 샐리의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나오는 장면에서부터는 나는 소위 말하는 책을 읽으며 숨을 쉬기 힘들었다. 역시,,, 더글라스 케네디였다.

같은 영어권이지만 미국과 많은 문화적 차이가 있는 영국.
그곳에서 샐리는 힘들에 적응하고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지만 그녀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때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나게 된다. 사람은 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인지 그녀의 곁에서 조언해 주는 줄리아와 어눌하지만 샐리를 위해 모든 능력을 발휘하는 변호사들까지 그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녀를 위해 믿음을 주는 사람들이다.  이 시련으로 인해 샐리는 미국인으로서 영국에서 뿌리내리며 살지 않을까. 그렇게 마음 열기 힘들었고 영국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을 있게 한 사람들이 있는 영국 사람들이기에.  잭을 유모차에 태우고 공원을 산책하는 샐리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의 얼굴엔 잭을 향한 미소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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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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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즐기는 것 같다.

아마도 동화책을 너무 많이 읽었던 탓일까. 어렸을때부터 나는 자주 공상에 빠져 있었다. 가난한 생활을 뒤로 하고 멋진 집에서 멋진 옷을 입고 멋진 삶을 사는 나를 상상했다. 그 상상은 끝이 없이 이어지고 수업시간에도 그 상상의 나래를 폈었다. 그 마음속의 그림들을 책으로 옮겨보고자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으나 전혀 재능이 없다는 걸 알고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읽었다. 여러 분야의 책을 다 좋아하긴 했지만 특히 좋아하는 장르가 소설일 정도로 나는 다른 삶을 꿈꾸었는지도 모르겠다.

좋은 작가를 만난다는 것.
전혀 모르는 작가의 글을 처음 읽었을때 마치 그 작가와 깊이 교감하는 것처럼 내 마음을 울리는 글을 만났을때 나는 굉장한 가슴 두근거림을 느낀다. 내 온 감성을 자극하는 글을 만났다. 소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라고 말하는 책을 발견할 때가 있다. 깊이 감동 받는 책이거나 흡입력이 강한 추리소설을 읽을 때 그런 말을 하고는 한다. 어떤 사건이 있었을 때 그 해결해 나가는 것과 주인공이 어떤 일들을 헤쳐나가는 것을 보면서 깊이 공감하는데 아마도 전개되는 내용때문에 그럴 것이다. 조해진 작가의 문장들은 나를 그 문장들에, 그 페이지에 멈추게 했다.

책을 빨리 읽는 편인데 책속의 글들이 좋아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싶은 책이 있다. 
처음 만나는 작가 조해진의 「로기완을 만났다」이다.
내용이 더디 가는 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감성이 자극되어 천천히 읽게 되었다. 뒤로 갔다가 다시 앞으로 온게 몇번 되지만 나는 책 속의 '김 작가' 를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다지 두껍지 않는 책이었지만 천천히 읽게 되었다.

형편이 안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큐로 만들어 실시간으로 전화 ARS 시스템으로 시청자들로부터 후원을 받는 프로그램의 작가인 '나'는 피디 재이와 함께 우연히 연주를 만나게 된다. 한쪽 얼굴이 부어있는 열일곱 살 연주와 다른 출연자와는 다르게 인간적인 깊은 관계를 가지게 된다. 수술이 예정되어 있던 날에서 조금 뒤면 추석이라 더 많은 후원금을 받아 연주를 도와줄 요량으로 추석으로 방송시간을 옮기고 수술하던 날 그 신경섬유종이 악성 종양으로 변해버린 상태에서 연주에게 절망을 안겨주었다는 자책감에 사랑했던 재이 피디에게도 이별을 고하고 연주를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나'는 시사잡지에서 벨기에서 떠돌던 탈북인 로기완의 고백이 담긴 짧은 문장 때문에 그에 대한 글을 쓰겠다며 그가 머물렀던 벨기에 브뤼쎌로 떠나 온다. 이곳 브뤼쎌에서 '나'는 로기완의 일기 속에 있던 장소들을 더듬으며 로기완의 흔적을 한국에 두고 온 윤주와 재이 피디를 생각한다.   

우리의 삶과 정체성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들이란 어쩌면 생각보다 지나치게 허술하거나 혹은 실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  9 페이지 중에서

연민이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떻게 진보하다가 어떤 방식으로 소멸되는 것인가. 태생적으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성되는 그 감정이 거짓 없는 진심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포기되어야 하는 것일까.
                        ~~~~~  48 페이지 중에서

브뤼쎌에서 '나'는 로기완을 도왔던 '박'을 만나게 된다. 
박의 배려로 박의 비어있는 집에 머물던 '나'는 윤주와 재이 생각에 수면제가 있어야 잠을 잘 수 있는 불면의 밤을 보내고 로의 일기를 보며 그가 머물렀던 곳에 가 그가 했을 행동들을 생각하며 마음아파하며 로의 흔적들을 더듬는다. 그리고 박이 무엇때문에 고통스러워 하는지도 알게 된다.

살아가면서 상처와 그로 인한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고통을 해결하는 법도 저마다 다를 것이고 로에 대한 글을 쓰겠다는 '나'도 자신의 고통을 누군가를 빌어, 쓰고 싶고 나누고 싶어 했다. 그 글을 쓰므로 인해 그 글속에서 자신을 들여다 보며 치유를 받을 것이다. 장례식장 같은 곳이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우리가 우는 이유는 꼭 그 주인공들을 보며 울지는 않는다. 그 주인공들의 슬픔에서 자신의 슬픔을 보며 우는 경우가 많다. 타인의 삶을 보며 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 고통속에서 빠져나오는 일. 그 들의 삶에 비하면 나는 그나마 괜찮은 거라며 나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일이 그래서 나는 좋은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나 자신의 삶을 들여다볼수 있기에 책 읽는 일은 나를 치유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김 작가처럼. 로의 힘든 여정을 연민의 감정으로 글로 옮기며 자신이 도망치고자 했던 곳으로 다시 갈 수 있는 일. 그들을 다른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일.  

나를 먹먹하게 했던 책이었다. 
좋은 작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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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짜증바이러스 남자를 습격하다
아베 사토시 지음, 박혜원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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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첫 아이를 낳고서 나는 무슨 대단한 교육열이 높은 엄마라도 되는양 굴었었다.
결혼전에 나는 절대 아이들 교육에 열 올리지 않겠다며 아이들 학원에 쫓아다니는 엄마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내가 했던 생각들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더라. 나는 아이의 뇌를 발달시키기 위해 뇌신경학자가 쓴 일간신문의 칼럼을 읽고 스크랩해서 붙여놓고 어떻게 하면 아이의 머리가 영리해질까 갖은 노력을 다 했었다. 그리고 그때 한참 유행이었던 '신기한 아기나라'부터 '은물'등 해보지 않은게 없었고 잠 자고 있는 아이한테 책을 읽어주는 극성 엄마였다. 이제와서 느끼는 바지만 그렇게 해도 공부를 하는 아이, 안하는 아이는 정해졌다는 것. 한글도 빨리 깨우친 큰아이는 성적이 좋지 않는 반면에 책만 많이 읽어 준 작은 아이는 그나마 조금 하는 편이다. 

그만큼 뇌에 관심이 많았기에 나는 이 책을 무척 읽고 싶었다.
더군다나 뇌신경학자이자 임상병리사인 저자 아베 사토시의 여자의 짜증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는 심리학을 좋아하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저자의 말처럼 30대가 넘어서면서 이상하게 짜증이 많이 났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조금 받으면 굉장히 짜증이 나서 내 호르몬에 무슨 문제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하긴,,,, 내가 가지고 있는 갑상선 질병 때문일수도 있겠다. 그러한 짜증을 내는 것들이 뇌하수체에서 보내는 호르몬 때문이란걸 알려 주었다. 그로 인해 안달복달 하게 된다는 재미있는 표현까지도. 남성와 여성은 구조부터가 달라서 표현하는 방법과 위로받는 방법까지도 다 다르다. 그래서 남성의 무심함에 여성은 상처받고, 그 상처받은 여성을 보는 남성은 도대체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지만 어릴적 트라우마가 커가면서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 트라우마로 인해 직장이나 친구들과도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일들의 중요함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지금은 여성의 파워가 커진 세상이다. 오죽하면 사위가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은 장모 라는 말까지도 나오고 있다. 우리 주위에 있는 마더 콤플렉스 남성에 대처하는 방법을 보면 너무도 기본적인 것이다. 일례로 남자가 토라지며 책임을 전가시키거나 변명을 하는 남자에게는 기분이 풀릴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주거나, 냉정하고 담담하게 대하고, 화내지 말고 야단을 치고 난 다음 두배로 칭찬해주라는 해결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런 방법들을 보면 여성이 아이를 키우고 달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마음이라는 블랙박스는 정체를 알 수 없다. 꾸중을 들은 기억은 선명하며 기억 속에서 점점 더 부풀려지는 반면 사랑을 받은 기억은 금방 잊어버린다. 점쟁이의 말도 마찬가지다. 좋은 말은 그다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말을 들으면 계속해서 마음에 남는다.
                                ~~~~~  90 페이지 중에서

우리의 주변 인물들은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주변을 돌아보며 우리 자신들을 바라보고 우리가 행복해지거나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것,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우리의 삶은 훨씬 밝을 것이고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랑을 하는 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사랑을 하면 사람은 얼굴에 미소가 끊이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너그러워진다.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면 우리의 짜증과 안달복달은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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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대 1 - 봄.여름
로버트 매캐먼 지음, 김지현 옮김 / 검은숲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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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열두 살은 어땠을까.
공부는 뒷전이고 동네의 많은 여자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고 마을을 누비고 다니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나는 그 때부터 막연히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선생님께 이쁨을 받았었다. 그게 나 혼자만의 생각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때 선생님이 지금까지도 내 생애 최고의 선생님으로 머릿속에 기억되는거 보면 사실인지도,,,,  늘 찾아뵈어야 겠다고, 늘 가슴속에 마음에 두고 있지만 지금은 살아계신지도 모르겠다. 아마 연세가 70 가까이 되셨을텐데,,,,, 

이 책의 코리의 이야기를 읽은 모든 사람은 자신의 열두 살을 기억해 낼것이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자신만의 추억속으로 빠져들겠지. 머릿속에는 나는 어느 부자집의 외동딸이 아니었을까 하는 꿈도 꾸었고 미래의 여러 모습들로 다가온 내 자신의 모습들을 상상했던 그때로 말이다. '한때 소년이었던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말에 끌리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우리도 한때는 소년이었기에. 그때의 시절을 지나왔기 때문에.

'산들바람'이라는 뜻을 가진 제퍼에서 살았던 열두 살 소년 코리의 이야기이다.
1964년의 마법의 땅인 제퍼에서 코리는 장래 작가가 되고 싶은 책을 좋아하고 글을 잘 쓰는 소년이었다. 어느 날 아침 아빠의 일인 우유배달을 도와주러 갔다가 목졸려 죽은 남자가 수갑을 차고 차에 갖혀 깊고 깊은 검은 호수에 가라앉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로 인해 아버지는 밤마다 죽은 남자의 살인자를 찾아달라는 꿈을 꾸게 되고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아 사건은 점점 흐지부지 해진다.

그날 코리는 아버지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곳에서 서 있는 어떤 사람을 보게 된다. 다시 돌아보자 사라져 버렸지만 그가 흘리고 간 듯한 초록색 깃털을 발견해 자신의 마법상자에 넣어 놓았다. 코리는 그때의 기억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나름대로 살인자를 찾기 위한 추리를 해보고 있었다.  

죽음은 결코 알 수 없는 것이다. 결코 친해지지 않는 것이다. 죽음이 만약 소년이라면 다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공기 중에 물결치는데 자기 혼자 운동장 구석에 서 있는 외로운 아이일 것이다. 죽음이 만약 소년이라면 혼자 걸어갈 것이다. 말할 때는 나직하게 소곤거리고 눈은 어떤 인간도 견딜 수 없을 지식의 무게에 눌려 혼곤할 것이다.
                        ~~~~~  2권 284 페이지 중에서

어른이 되려고 서두르지 마. 가능한 한 오래 소년으로 남아 있으렴. 일단 그 마법을 잃고 나면 되찾고 싶어서 구걸하는 거지 꼴이 되니까.
                         ~~~~~  2권 310 페이지 중에서

코리가 살았던 그곳 제퍼는 마법의 땅이었다. 
그냥 성장소설이려니 했지만 이 소설에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추리소설이기도 하면서 성장소설이며 또 판타지 소설이기도 했다. 전에 읽었던 책 『헬프』와 시대가 같은 1964년이다. 인종 문제때문에 KKK단이 활동을 했던 때이기도 하지만 두 작품을 보면 전혀 다른 느낌을 갖게 된다. 열두 살 소년 코리의 모험과 친구들과의 우정 그리고 살인자를 찾게 되는 추리물까지 모든 것이 혼합된 종합선물세트 같은 그런 소설이다. 잃어버린 세계에서 나온 트리케라톱스나 호수 속에서 살고 있는 괴물 올드 모세는 우리나라 한강속에서 살고 있었던 '괴물'과도 흡사하다.  
 
작가 자신이 이책에서 가장 동질감을 느꼈다는 인물이 버논이라고 했다. 
마음이 코리처럼 열두 살인 버논이 코리에게 흘려주는 말이 살인자를 찾는 힌트를 얻게 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에 대해서 더 많은 지면을 싫지 않고 코리에게 잠깐 머무는 사람으로 그렸다. 삶에서 잠깐 스쳐지나가는 사람이 자신의 어떠한 일에 큰 역할을 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우리의 지난 소년시절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코리가 했던 그 모험속으로 다녀오게 되었다. 마치 마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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