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을 많이 읽은 때가 아마 이십대 초반 이었으리라.
집에 있는 현재 지금도 가지고 있는 삼성판 세계문학전집을 거의 매일 푹 빠져 읽고 있었다. 그때 읽었던 고전문학들의 여운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는걸 보면 책과 독서의 위대함이란 이루 말할수가 없는 듯하다. 그때 읽었던 그 마음과 느낌을 거의 몇십년 이어져 가는 걸 보면 말이다. 그동안 다른 책들을 많이 읽다가 요즘 다시 고전 읽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고리타분하게 보일지 몰라도 이토록 오랜 시간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그 여운이 십대에서부터 아마 육십 대 이후까지도 세대를 아울러서 사랑받는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된다. 

영원한 로맨스 소설의 고전인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다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오만과 편견』을 좋아한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찾아 읽던 와중에 얼마전 영화 '제인 에어'가 개봉이 되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읽었다. 너무도 재미있게 읽고 나서 그녀의 동생인 에밀리 브론테가 남긴 단 하나의 작품인 『폭풍의 언덕』을 너무도 읽고 싶었다. 

이십 년전에 읽은 이 책에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사랑은 내 마음속에 깊이 각인 되었던지 거의 기억이 났다. 물론 세세한 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다시한번 읽으면서 나는 다시금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에 애타하며 읽게 되었다. 사랑이란 것이 이토록 고통스러운 것이었는지, 그 잠깐의 행복과 격정적이고 증오에 가득찬 히스클리프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요크셔의 드러시크로스 저택에 세들어 사는 록우드라는 사람이 집주인인 워더링 하이츠(Wuthering Heights)에 사는 히스클리프를 만나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워더링 하이츠에서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 헤어튼을 만나고 와서 저택의 가정부 넬리에게서 히스클리프와 워더링 하이츠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워더링 하이츠의 주인 언쇼 씨는 리버풀에 다녀오면서 힌들리와 캐서린에게 선물이라며 누더기를 걸치고 얼굴이 까만 아이 히스클리프를 데려 온다.시간이 얼마 지나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아주 친해지고 힌들리는 그를 못살게 군다. 어느 날 드러시크로스 저택의 에드거와 이사벨라 린튼이 놀러 오고 캐서린은 점점 그들과 친하게 지내며 히스클리프를 사랑하면서도 에드거 린튼과 결혼하게 된다. 이를 참을 수 없었던 히스클리프는 사라져버리고 그동안 힌들리도 아내를 데려와 아이 헤어튼을 낳지만 아내가 일찍 죽어버리자 술에 빠져 헤어튼을 제멋대로 키우고 3년뒤 돌아온 히스클리프는 사랑하는 자신을 놔두고 돈 많은 에드거 린튼과 결혼한 캐서린을 잊지 못해 복수를 하기 위해 에드거의 여동생인 이사벨라를 꼬여내 결혼을 하게 된다. 

내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그에게 알릴 수가 없어. 히스클리프가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넬리, 그가 나보다도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되어 있든 그의 영혼과 내 영혼은 같은 거고, 린튼의 영혼은 달빛과 번개, 서리와 불같이 전혀 다른 거야.(133페이지 중에서)

린튼에 대한 내 사랑은 숲의 잎사귀와 같아. 겨울이 돼서 나무의 모습이 달라지듯이 세월이 흐르면 그것도 달라지리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어. 그러나 히스클리프에 대한 애정은 땅 밑에 있는 영원한 바위와 같아. 눈에 보이는 기쁨의 근원은 아니더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거야. 넬리,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까지나 내 마음속에 있어. 나 자신이 반드시 나의 기쁨이 아닌 것처럼 그도 그저 기쁨으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 내 마음속에 있는 거야. (136페이지 중에서)

이토록 히스클리프를 사랑하면서도 캐서린은 린튼을 선택한다. 아마도 이것이 캐서린의 운명이었는지도.

난 한 가지만 기도하겠어. 내 혀가 굳어질 때까지 되풀이 하겠어, 캐서린 언쇼! 당신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편히 쉬지 못한다는 것을! 당신은 내가 당신을 죽였다고 했지. 그러면 귀신이 되어 나를 찾아오란 말이야! 죽은 사람은 죽인 사람에게 귀신이 되어 찾아온다면서? 난 유령이 지상을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어.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줘.어떤 형체로든지, 차라리 나를 미치게 해줘! 제발 당신을 볼 수 없는 이 지옥같은 세상에 나를 버리지만 말아줘. 아! 견딜수가 없어! 내 생명인 당신 없이는 못 산단 말이야! 내 영혼인 당신 없이는 난 살수 없단 말이야! (274페이지 중에서) 

캐서린을 향한 히스클리프의 사랑을 너무도 격정적이며 광적이다. 그토록 야만적이고 캐서린이 죽은 후에도 그녀를 잊지 못해 그녀의 유령이라도 만나고자 하는 히스클리프는 어떻게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그녀의 유령이라도 보고자 그녀가 머물렀던 방에서 캐서린을 향한 그리움에 떨며 울부짖고 그녀의 무덤가에서 정처없에 헤매고 있는 히스클리프의 광기어린 모습 말이다. 

서머싯 몸이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은 세계의 10대 소설로 꼽을 만 하다며 극찬을 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내가 어찌 이 작품에 대해 감히 평을 할수 있을까. 나는 히스클리프의 캐서린의 유령이라도 보고자 했던 캐서린과 닮은 헤어튼의 얼굴에서 그녀의 모습을 간절히 찾았던 그래서 잠깐이나마 행복했던 히스클리프를 마음속으로 그려본다. 또다른 캐서린과 린튼, 그리고 헤어튼의 인연까지도 어쩌면 그렇게 서로들 얽힐 수 밖에 없었는지. 히스클리프의 복수는 과연 행복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전 10권을 옆에 쌓아놓고 읽었던 적이 벌써 이십 년전쯤인가.
전 권을 다 쌓아놓고 읽어야 하는 내 습관으로 작가의 책도 몇날 몇일동안 푹 빠져서 읽었었다. 조정래 작가하면 '태백산맥'일 정도로 그렇게 각인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이 두번째 이다. 이 책을 읽는데 역시 연륜이 있는 작가의 노련미가 느껴졌다.

신문이나 TV의 뉴스에서 곧잘 나오곤 하던 어느 기업의 비자금 관련등 사건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소설로써 나온 걸 보며 뉴스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글에 통쾌함마저 느끼기도 했다. 작가는 아주 저돌적이며 야만적인 주인공들을 내세워 그려냈다. 솔직히 나는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에 다녀보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의 사장이나 회장의 그런 행태는 잘 모르겠다. 돈을 추구하는게 사업가라고 했듯 오로지 회사의 이익만을 위해 혹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그 어떤 행동도 불사하는 기업의 오너 들을 잘 모르겠다. 돈을 많이 번 만큼 사회에 환원을 해주면 좋겠지만, 고생고생해서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라니, 그런 말이 제일 싫다고 했던 남회장의 속내를 이해못할것도 없었다.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 1조원의 비자금을 만들기 위해 정치, 경제, 검찰, 국세청등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더이상 거절 못할 확실한 물건들과 돈으로 로비를 하는 모습을 보며 요즘처럼 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혹할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그렇게 확실하게 로비를 할때 거절할 사람은 많지 않을것 같다. 기업들과 결탁한 검사들의 비리와 기업들과 얽힐수 밖에 없는 언론계의 행태에 대해서도. 우리는 언론인들이 기사를 쓰면 그 글을 보고 기정사실처럼 받아 들이는데 반해 기업들과 결탁에 의해 그렇게 기업인의 미화된 기사를 쓴다는 것에도 씁쓸할 수 밖에 없었다.  

기업의 회장의 심사가 뒤틀리지 않게 굽신거리며 아부의 말을 하고 또 오너에게 짤리지 않기 위해 회장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왕에 비유하며 설명하는 대목에는 정말 맞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얼마전 어느 재벌가의 재산권 불법 상속 때문에 한동안 시끄러웠었다. 시민단체들도 난리고 검찰에서도 수사한다고 시끄러웠는데 어느 순간 조용해지더라. 그리고 장학 재단을 설립하고 어디에 30억을 내놨다느니 그랬었는데 그 재벌가도 일광그룹처럼 했으리라. 기사 나오는 걸 차단하게 하고 각 신문사에 전면 컬러로 이미지 광고를 했을것이다. 비자금 1조원 중에서 3천억을 로비 자금으로 써도 생각보다 적게 들어간거라니 30억 정도야 그들에게 껌값일수도 있으리라. 일광그룹의 남회장의 최측근인 '문화개척센터'의 윤성훈과 태광그룹에서 스카웃 되어온 박재우, 박재우의 후배이면서 같은 경제학 박사인 강기준이 고생했다며 받은 스톡옵션 50억, 40억, 30억은 우리에게 너무도 먼 숫자인데 반해 그들 골든 패밀리에게 껌값과 다름없다는 사실에 우리같은 하류계급은 너무도 괴리감이 느껴진다.

너무도 오랜만에 읽은 작가의 책은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분야를 다룬 책인데도 술술 금방 넘어갔다. 작가의 솔직하고도 신랄한 고발에 난 웃음을 터트리며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뜨끔한 사람도 많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구리 왕자, 재투성이 아가씨를 만나다
진소라 지음 / 로크미디어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책을 여러 권 구입했을때 맨먼저 읽고 싶은 책이 있다.
그만큼 궁금하고 기대했던 책이라 그럴것이다. 이 책이 그랬다. 일단 드라마화 된다는 것에 호기심이 생겼고 내가 평소에 이 작가의 글을 좋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목을 보면 동화 『개구리 왕자』와 『신데렐라』를 섞어 놓은듯한 제목을 가지고 있어서 그 제목으로 인해 약간의 유머가 풍김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작가의 책들이 거의 다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실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어서 느끼는 바가 많은 책이기도 하다. 책의 주인공 주은이 처음 아이돌 스타 공달을 보고 개구리라고 놀리는게 나오는데 책의 마지막 부분까지 동화 『개구리 왕자』가 언급되는 걸 보고 그 전에 읽었던 『동화처럼』에서의 개구리 왕자 이야기가 생각나 동화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요즘 예전의 아이돌들이 군대를 많이 갔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현빈도 서른 살의 나이가 군대, 그것도 해병대를 갔으니 우리의 아이돌 가수 이자 배우인 스물네 살의 장공달은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구청 공익요원으로 간건 뭐 아주 일찍 간 거겠지. 전 총리인 할아버지의 꼬임에 빠져 공익요원으로 일하는데 본인의 사수인 노인복지담당 7급인 김 주사 만만치 않는 여자다. 성질이 하도 더러워 직원들도 다들 피하는 눈치다. 게다가 기럭지 길어줘 얼굴 잘생긴 일반인이 한번 볼까 말까한 아이돌 스타를 아예 몰라 볼 뿐더러 글쎄 '개구리'라고 한다. 공익요원으로 대충 얼굴만 내밀고 편하게 근무하려고 했던 장공달은 폼 안나게 공익요원 근무복 까지 입어야 했다. 공달은 2년만 잘 버티다 가자며 빨리 2년이 흐르기를 바란다.

원달구청의 7급 공무원은 김주은은 성질이 아주 더럽기로 유명하다. 그녀는 같이 근무하는 은진은 좋아죽겠다며 언니 밑에 두지 않을거면 자신이 책임지겠다지만, 강제적으로 아이돌 스타를 떠맡아야 된다니 머리가 아프고 거부하지만 김 주사 소신대로 부려도 좋다는 특별지시를 받고 할수 없이 자신의 일을 도우는 공익요원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특별히 시킬 일이 없었던 공달이에게 통장 정리를 해 오라고 시키자 우리의 아이돌 스타 공달이는 통장을 가나다 순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아,,, 이런 어리버리 한 애를 엇다가 쓸꼬. 주은이 맡고 있는 할머니가 아프다는 전화에 공달이를 데리고 간 주은은 할머니들께 마치 친 할머니처럼 스스럼 없이 마음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은은 시설 출신이다. 언젠가 부잣집의 엄마가 데리러 올거라고 믿고, 스스로 공주처럼 행동하며, 다른 아이들과 같이 밥이라도 먹으면 공주가 아닐 것만 같고 엄마가 영영 데리러 오지 않을까봐  혼자서만 그렇게 지내는 아이였다. 공부를 잘해 후원자로부터 의대를 보내주겠다는 말을 듣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고 싶지 않았던 주은은 공무원 시험을 봐 스스로의 삶을 개척한다. 누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도 싫어 마음을 닫고 뾰족한 가시를 세우고 있었지만 공달을 만나고 그를 사랑하게 되며 점점 자신의 마음을 열게 된다.

그냥, 이해하지 않아도 아는 것들이 있어요. 그 친구가 그랬어요. 나도 그랬고. 설명하지 않고, 애써 위로하지 않아도, 그냥 마주 보는 것으로 다 알 것 같고, 위로가 되는. (154페이지 중에서)

아무리 닫힌 마음을 가지고 살아도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갈수는 없다.
더군다나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싫든 좋든 이 사람 저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데 여태 다른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던 주은이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은 어쩌면 성장소설과도 닮았다. 다른 사람의 마음도 궁금하고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는 그 모습이 말이다.

그런 주은과 점점 성장해 가는 공달 군을 보면서 나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래서 또 눈물도 흘리고 이런 스타들도 있는 모양이라며 스타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기도 한다. 동화속  『개구리 왕자』의 그후의 이야기에서 결혼한 개구리 왕자와 공주의 사랑이 순탄치 만은 않은것처럼 아직 나이가 어린 이 둘 커플에게도 분명 시련도 있을 것이고, 스타인 공달이의 스캔들이 또 터져 나올수도 있겠지만 주은은 외로웠던 지난 날을 생각하며 의연하게 대처할 것이라 생각이 된다.
한낱 개구리 왕자를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의 열쇠
타티아나 드 로즈네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기억할지어다. 절대 잊지 말지어다.

독일군이 프랑스 북부를 모두 점령하고 남쪽의 스페인 국경을 향해 진격하자 결국 6월 22일에 프랑스 총리 페탱이 히틀러와 정전에 합의했다. 그런 상황에서 프랑스는 무장을 해제하고 국토는 양분되었다. 북부 지역과 북부, 서부해안은 독일의 직접 통치를 받았지만, 남부지역은 나치에 협력한 페탱이 프랑스의 온천도시인 비시에 수립한 정부가 담당했다.(『20세기 전쟁사』111페이지, '제2차 세계대전'편 중에서)

벨로드롬 디베르 일제 검거. 줄여서 벨디브.
1942년 7월 16일 비시정부는 암호명 '봄바람 작전'으로 게슈타포에서 수를 정해 놓고 16세부터 50세 사이 유대인들을 그만큼 넘겨달라고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자 프랑스 경찰은 확대 적용을 해 프랑스에서 태어난 프랑스 국적의 두살 정도된 아이들까지 다 죽음의 수용소로 보내고 팔만 명의 유대인 중 살아나온 사람은 몇 되지 않았던 사건이다.

1942년 7월 16일.
현관과 가까운 방에 있던 사라는 새벽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프랑스 경찰이 들이닥쳐 명부를 확인하고 사라의 가족들을 연행해 간다. 이삼일 입을 옷가지들을 챙기라고 하자 사라는 자신의 방 비밀 벽장에 네 살된 동생 미셸을 몰래 숨기고 열쇠로 잠근다. 금방 돌아와서 구해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떠났지만, 금방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던 사라. 엄마와 아빠는 죽음의 열차를 타고 사라는 비밀 벽장에 갇힌 동생 미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다가 드디어 탈출을 하게 된다. 이제 파리의 자신이 살던 아파트로 돌아가 미셸을 구해야 한다.

2002년 5월.
파리에서 미국인들을 위한 잡지사 기자인 줄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에 있었던 벨디브 일제 검거의  '벨디브 60주년 기념식'을 맞이하여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보기 위한 벨디브 사건의 취재를 맡는다. 그녀는 아주 잘생긴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고 10살짜리 딸 조에와 함께 살고 있다. 남편 베르트랑의 할머니가 살았던 아파트를 개조하여 살기로 하던 중에 벨디브 사건의 취재를 맡으며 자신의 집과 연결되어 있던 감추어진 비밀을 알게 된다. 줄리아는 자신의 딸과 같은 나이의 사라와 사라의 가족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너무도 궁금해 자꾸 그 일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사라의 흔적을 좇기 시작한다. 마치 사라와 운명처럼 엮인 것 같은 사라를, 그 사람들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

1942년의 사라와 2002년의 줄리아의 교차 시점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사라의 시점에서는 수용소에 있으면서도 오로지 동생을 구하려는 절박한 사라의 마음을, 줄리아의 시점에서는 줄리아가 처한 상황과 줄리아가 느끼는 미국인으로서 프랑스인인 시댁 식구들의 이해할 수 없는 점과 사라에 대한 감정들을 그대로 내 마음속에 이입하여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설움에 북받친 듯 그렇게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었다.  

전쟁은 늘 아픔과 고통을 동반한다. 아마 나는 그런 아픔들을 마주하기가 싫어서 전쟁을 싫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오죽하면 전쟁영화도 좋아하지 않는 내게 이 작품은 새로운 감동을 주었다. 유대인들을 상대로 자행되었던 나치들의 만행과 내 일이 아니면 된다는 그들의 무관심. 그들의 무관심 속에 지금(2002년)의 프랑스인들은 벨디브 사건도 나치의 만행으로 알고 있을 정도였다. 세계는 지금도 전쟁이 계속 되고 있다. '인종이나 종교나 정치 이념이 과연 인간의 목숨보다 더 귀할 수 있을까. 이유가 뭐가 됐건 우리 인간에게 타인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가 있을까.'(옮긴이의 말 중에서)이렇게 말한 옮긴이의 말에도 나는 숙연해진다. 그 무엇보다도 소중히 해야 할 사람의 목숨, 그리고 그들의 살 권리를 묵살한 전쟁에 대해서 다시는 있어서도 안되고 잊지 말자고 얘기한다.


가장 슬프고, 가장 감동적인 내 온 마음을 울렸던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차 1
서누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아마도 많은 분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추천하는 책은 꼭 보고야 마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물론 나도 그중의 하나다. 그것도 많은 책을 읽었을때 공감하는 부분이 더 많으면 더 그럴지도. 그 예전에 현빈이 나온 <아일랜드>를 나는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죽자사자 챙겨보았다. 지금도 생각나는 그 드라마 <아일랜드>의 작가가 바로 인정옥 작가다. 인정옥 작가가 오랜만에 TV 드라마로 복귀하면서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고 해서 또 그냥 넘어갈수 없는 나는 부랴부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나는 최신작인줄 알았지만 2005년에 나온 작품을 드라마 시작하면서 재판한 책이었다. 어쩐지 들어본 것 같은 제목이더라니.

비차. 하늘을 나는 수레.
책 첫머리에 임진왜란때 천재과학자 정평구란 사람이 비차를 만들어 진주성에 갇힌 사람들을 구해내고 왜구를 패하게 했던 사실을 알려준다. 지금으로 말하면 전투기가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새처럼 하늘을 날면서 폭탄을 터트렸다니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뒤처진 것인지.  

구한말. 
생활이 어려워 기생을 하던 엄마가 좋아해 첩으로 들어가 살다가 역관인 아버지가 죽자 그대로 쫓겨나와 주막집을 하며 살아가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엄마가 하는 주막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성당일도 도와주며 그렇게 살고 있는 해인. 제물포 시장을 거닐던중 악소패거리 3인방에게 곤욕에 처하던중 길을 가던 기준과 성주호에게 도움을 받는다. 일을 하던 성당에서 다시 기준과 주호를 만나고 주호가 친일세력의 최대부호인 영신상사의 대갓집 둘째도령이란걸 알게 되고 그들이 외부인에게는 출입이 금지된 저택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잠을 자다가 전부터 첩으로 들어오면 빚을 탕감해주겠다는 장서방에게 당할뻔 한 해인은 정처없이 걷다가 어느 새 주호의 저택을 발을 내딛게 되고 그곳에서 하늘을 나는 괴물체를 발견한다. 임진왜란때 정평구가 만들었던 비차를 비밀리에 연구하고 만들던 두 사람은 혹시라도 해인이 소문이라도 낼까봐 해인의 엄마 빚을 모두 갚아주는 조건으로 하녀로 일하게 한다. 

마치 외국인들처럼 훤칠한 두 남자인 홍기준과 성주호와 저택에서 함께 머물며, 그들의 고민이었던 풍력통의 결함까지도 보완을 하여 비차를 완성하고 이제는 해인이 함께 비차를 타고 비행 실험을 하며 하늘에서 우리나라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점점 멀리가는 비행 연습을 하게 된다. 

그때의 시대적 배경이 조선의 국왕인 고종은 일본인들의 꼭두각시가 되어 있고 일본은 육지로 떠 뻗어나가기 위해 러일 전쟁을 치루는 시대이다. 친일 세력가들이 판치고 힘들게 살던 조선 청년들은 한편으로는 일본의 앞잡이가 되어 의심스러운 조선사람들을 고발하고 또 한편으로는 독립운동을 하는 청년들이 있다. 

책을 읽으며 나는 기준이 참 마음에 들었었는데 마지막에 이상한 방향으로 가버리니 참 실망을 했더랬다. 그 마음 끝까지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았으련만, 기준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할수 밖에 없었다는걸 알면서도 안타까웠다. 반면 성주호 도령이 참 인상적이었다. 부잣집 도령이라고 해도 한량으로 있지도 않고, 친일 세력인 아버지에 반발해 항일운동을 하지도 않고, 오로지 사이언티스트로만 있었던 남자였다. 또 과학자 답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서툰 남자. 해인은 TV에서 하는 트렌디드라마의 주인공을 딱 닮았다. 사람 헷갈리게 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같고, 저 사람을 좋아하는것도 같고, 도대체 누구를 좋아하는지,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지 몰라도 헷갈리게 만들었다. 마지막에서야 나왔지만, 아,,, 해인의 이런 점이 마음에 안들어.

이런 작품을 어떻게 드라마로, 맛깔스러운 대사로 나오게 될지 드라마가 너무 기대된다. 또 하늘을 나는 비차를 어떻게 만들어 어떤 주인공들이 해인이나 기준 또는 성주호 역할을 할지. 인정옥 작가를 믿기 때문에 실망은 안할 거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괜시리 가슴이 두근거린다. 생각보다 로맨스가 조금 약한 편인데 그것 또한 어떻게 다룰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