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볕좋은 아침을 그냥 내보내기 아쉬워 빨리 세탁기를 돌렸다..아직 빨랫줄엔 덜마른 빨래들이 줄줄이 걸려있는데도 말이다..

  또 눅눅한 바닥과 이불들땜에 보일러도 아침내내 돌리고 있다.. 마루바닥은 안 찐득한데 비닐장판은 장마땐 정말 찐득거린다..

  토요일에 이천에 사시는 애들 고모님네집에 가기로 했다..그 고모님은 내가 시집오기도 전부터 목소리로 먼저 만났었다..그 약간 비음섞인 목소리..낭랑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좋아 남푠에게 데이트 할 때 한번 얘기했었다..그런데 그이야길 만나면 가끔 꺼내신다..

  **이 엄마가 시집오기전에 내목소리가 좋다고 했다며? 에고 시어빠진 내목소리가 뭐가 좋아?  아니에요.고모님목소리가 얼마나 고우신데요.헤헤헤

  고모님은 늘 나에게 편하게 대해주신다..그분댁에 아들이 없는 관계로 울 아들을 참 예뻐하셨다..늘 가면(그땐 제천에 살아서 자주 갔었다.) 애 장난감에 옷에 담아논 김치까지 바리바리 싸주시는 시어머니와 같은 존재이셨다..가까이 있을때도 그 고마움을 표현 못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참 너그러우시고 따뜻한 분이시다...실제로도 아담한 키에 단아한 외모이시고 딱 부러지는 성격이신 고모님..그 고모님을 뵈러간다는 생각에 날마다 가슴이 설레인다..

  얼마전 애들 봄방학이 끝나기전에 서울을 시티투어하고 잠깐 하룻밤을 고모님댁에서 묵고 왔었다..내려와서 전화를 드릴때 얘기하는 내내 애들에게 “담엔 아빠차로 와“하셨단다..근데 그소릴 애들이 ”담엔 아파트로 와”라는 소린줄 알았다 해서 얼마나 웃었던지..멀리 있어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그래서 늘 죄송했었는데 그분의 마음을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린다..

  하시는 음식점은 그 밑반찬이 일품이다..우리가 시골에서 차려먹던 그 반찬이 고대로 나온다..그때 잠깐 들렀을때도 이건 우리만 먹을라고 만든건데 함 먹어봐 해서 먹은 무청시레기된장찌개 그맛을 잊을 수가 없다..내가 너무 맛있다고 그거만 자꾸 떠먹으니까 어허 이거 자네가 우리점심꺼리 다 먹고 가네.하시며 한 농담! 다 먹고 가도 좋다는 정겨운 말씀..정말 행복했다.고기도 직접 시댁시골에서 조달하시고 정말 정직하게 사시는 분들이다.. 안타까운 점은 단골들만 그 가게를 찾는 다는 것이다..이제는 귀퉁이에 자리잡은 그 식당...다시 한번 번성해야 할텐데...

  요전날에도 며칠있다 놀러갈께요..고모님. 하니까 그래 니네 차로 오는거지?하고 또한번 물으신다..그리고 어저께는 전화로 아이스박스를 준비해 오라 하신다.흐흐흐 남푠이 그소리에 우린 큰거 밖에 없어 했단다..ㅋㅋㅋ

고모님의 마음이 오늘도 하루종일 느껴질 것 같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달콤한책 2006-07-13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볕 좀 봤음 좋겠어요... 주말까지 비올거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빨래 돌렸답니다ㅠㅠ

치유 2006-07-13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긴 아직도 비많이 와요..고모님의 넉넉하신 사랑이 넘쳐납니다..근데 글을 읽는 내가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을까요?/

해리포터7 2006-07-13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여긴 화창한데 어쩌지요..제가 염장페파올린격이 되었군요.달콤한책님^^
배꽃님 흐흐흐 저두 그 아이스박스 들고 올꺼 생각하니 날아갈 것 같아요 ㅋㅋㅋ

똘이맘, 또또맘 2006-07-13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곳도 맑음입니다. 고모님의 고운 목소리가 느껴지네요. 기분좋은 하루입니다.

해리포터7 2006-07-13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똘이맘님 오늘은 기분좋은 바쁜하루가 될거 같아요.^^

토트 2006-07-13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볕나요? 여긴 비가와서 눅눅하고 날씨도 더워서 아주 우울한 날씨에요.ㅠㅠ

해리포터7 2006-07-13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토트님 전 좀전에 밖에 나갔다가 완죤 녹초가 다되어 들어왔습니다..넘 더워요..했볕은 또 얼마나 따가운지..

2006-07-13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또또유스또 2006-07-13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리포터님 어딜 그리 돌아 다니시나요? 다른 분 서재에 계시는 것 같은데..
얼른 돌아와 제게 알려 주세요!!!!!!!!!!!!!!!!!!!!!!!!!!!!꼭꼭꼭

해리포터7 2006-07-13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그러셔요.님?무슨일인가요!아 알겠사와요..방명록에 글 남겼구요..제가 내일 자세히 알아보구 글올릴께요.ㅎㅎㅎ
 

 

 

오늘 지른 책들이다 사고보니 만화책이 3권이다.에고 다시는 만화책을 안사준다 하였는데 두말하는 엄마가 되어버렸다..그넘의 한자시험때문에...한자시험을 잘봐오면 보고싶던 만화책을 1권씩 사주기로 하였다..1문제는 그냥 실수로 봐주고..했더니 헉! 진짜로 둘다 1문제만 틀려왔다..

난 정말 교육적인 엄마가 못되는 걸까? 어디서 읽어보니 이렇게 물건으로 공부를 유도하는 것도 나쁘다는데 난 번번히 그방법만 쓴다..게다가 만화책까정 줄줄이 대주고 읽힌다..ㅋㅋㅋ 나도 잼있는데 어쩌라고..ㅎㅎㅎ

마틸다는 아들이 읽고나서 넘 재밌다고 떠들어서 딸래미를 위해 준비했다.

프라하거리에서 울고다니는 여자는 어느분이 아주 재밌다고 해서 나를 위해 준비했다..

그리고 공짜책 아들을 위해서 고른 미하엘 엔데의 책이다..재밌어야 할텐데...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eylontea 2006-07-12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짜 책 덕분에.. 저는 9일에 주문하고.. 10일에 또 주문을 했어요... (공짜책 이벤트 시작이 10일..--;) 이번 달은 알라딘에서 주문 더 이상 안할거예요...(벌써? 주문 그만? 이라고 해도 --;;)

해리포터7 2006-07-12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실론티님 저 며칠째 계속 주문해댔더니 슬슬 카드값 걱정이 되어요.ㅎㅎㅎ

ceylontea 2006-07-12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엘지체크카드 사용 중이라 그냥 통장에서 확 빠져버려요..--; (월3회 할인이라... 나머진 다른 카드로 긁어버렸지만요..--;;)
(근데.. 첫번째 댓글 적고.. 돌아다니다가.. 장바구니를 누르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 화르륵 놀랐어요.. 이건.. 병인게야.. --;;)

해리포터7 2006-07-12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두 계속 4만원 채웠다가 그 2000원땜에 더나가는 돈 생각안하구....전 정말 바보 같아요.흑!그래두 나름 변명꺼린 다 필요한 책 좋은책이란거!ㅋㅋ

건우와 연우 2006-07-12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짜책 렝켄의 비밀 골랐는데 ㅎㅎㅎ
근데 행사탓이라 주문이 폭주하는지 배달이 늦군요^^

ceylontea 2006-07-12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다 필요한 책... 좋은 책.. ^^ 저두 그래요.. ㅋㅋ

해리포터7 2006-07-12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렝켄의 비밀 재밌을까요? 건우와 연우님? 실론티님?

ceylontea 2006-07-12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렝켄의 비밀은 아직 안읽었어요.. 저는 전부터 메모의 기술을 보고 싶어했는데..
이번에 냉큼 질렀어요.. ^^ (렝켄의 비밀 읽고 재미있으면 알려주세요..^^)

해리포터7 2006-07-12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뭐 미하엘 엔데꺼니까 걱정안해두 되겠지요..전 메모의 기술말고 메모를 잘챙기는 뭐그런 책이 있으면 좋겠어요..아까 이매지님 서재에서 퍼온 건망증만화페퍼 보니 자신의 몸에 메모를 새기더군요.ㅋㅋㅋ 저두 그지경까지 가야할까봐요..지병고치기어려버서요.ㅋㅋㅋ

달콤한책 2006-07-12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속속 떠오르는 지른다는 페퍼들...

해리포터7 2006-07-12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달콤한책님 괜찮으세요? 아무 피해 없으시죠?

달콤한책 2006-07-12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무사하냐는 전화는 이쪽 저쪽에서 무지하게 받고 있슴돠 ^^ 아...근데 남편이 집에 못 올 수는 있겠군요....

치유 2006-07-13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저도 저거 고르려다가 다 아들녀석 책이라서 제가 볼것으로^^_
마틸다는 정말 제가 봐도 너무 재미있어요..강추~!

춤추는인생. 2006-07-13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알라딘 세일을 너무 강하게 해서. 저역시 유혹을 참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책 골라주는 엄마. 다정다감해서 너무 좋아요^^

2006-07-13 0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리포터7 2006-07-13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네 마틸다 저두 같이 읽어보려구요..아들이 입에 침이마르도록 재밌다고 하여서요.ㅎㅎㅎ
춤추는 인생님 네 요즘 세일 많이 해요..제가 산책도 다 쿠폰 붙어서 나오니 흑흑~
속삭이신님 헉!전 제가 님을 애타게 찾아서 나좀 내버려 둬라구 하시는 줄 알고 깜딱 놀랐슴다.ㅋㅋㅋ 재밌다니 다행이에요..저 어제 이책 알라딘에서 지르고요 도서관에 갔더니 새책들어왔다고 좋아서 이책 또 빌려왔답니다..ㅠ,.ㅠ 이건망증중증엄마..어째요.애들 다 봤는데...ㅋㅋㅋㅋ 오늘은 좀 한가하시겠죠?
 

거참 요상한 날씨다..애들 학교 데려다 줄때도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집에 올때 비가 그쳤는데 난 그냥 쓰고 왔다..왠지 모르게..우산접기 귀찮아서? 접는게 어색해서? 우산 말리려고? 아침나절의 내 몰골을 조금만이라두 가릴라구?  흐흐흐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당.

집에 들어서자마자 컴터 켜서 지금까지 냉커피 타마시고 감자칩한개 절단 내고 찬물 한컵들고 마시며 리뷰한편에 페파 하나 올리고 이리저리 댓글다는 이 와중에도 창밖에선 비가 오락가락...

하늘이 개어서 문을 활짝 열어젖이면 컴터앞에 앉기도 무섭게 곰방 어두워저 세차게 비가 내린다..우씨!

그러다 또 문을 꽁꽁 쳐닫고 다시 앉았드니 또 화창한 날씨! 오늘 이 하늘이 날 갖고 노나봐..나 오늘 좀 피곤한데..음 전화도 두군데 걸어야 하고 있다가 애덜 데리러도 가야한단 말야.~ 써놓고 보니 평상시 나의 일상이고 전화두군데만 추가했을뿐 그케 바쁘지도 않잔하..머쓱....

왜 이리또 주저리주저리 페파에 다 읊어대고 있을까나..책을 읽어야 하는데..그넘의 하늘땜시 분위기가 안잡히잖아 엥.!

애꿎은 하늘만 탓하는 해리퍼터. 그나저나 일어났다 앉았다를 10번을 반복하니 슬슬 짜증이 날라한다..운동부족 산소부족이야...건강관리좀 해야쓰겠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달콤한책 2006-07-1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래서 저는요...오늘 아침에 책 한권 다 끝내고 컴 켰어요. 그냥 눈뜨고 컴 먼저 켜버리면 애가 학교 가 있는 시간이 몽땅 다 날라가버려서요.

똘이맘, 또또맘 2006-07-1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오늘 날씨 왜 이러죠. 오락 가락... 갈피를 못 잡겠네요. 그래도 여긴 비는 안 와서 다행이예요.

해리포터7 2006-07-12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해떴습니다.여러분! 저 창문 열러 뛰어가요~~~ㅋㅋㅋ

토트 2006-07-12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진짜 비 많이 왔어요. 아침에 출근하는데 바지가 젖어서 말리느라고 힘들었어요. 이렇게 비 많이 오는 거 오랜만이에요. 오늘같은 날은 일하기 싫은데 말예요.ㅎㅎ

해리포터7 2006-07-12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토트님 퇴근하실때도 걱정되시겠어요...여기는 비가 아즉도 오락가락해요.^^

전호인 2006-07-12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넹 날씨가 주책이 없습니다.
날씨야!
네 갈길을 가라!!!!(버럭)

건우와 연우 2006-07-12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변덕스러우니 마음도 오락가락...
아이들 밖에 내보낸 엄마마음이 비슷비슷하군요..해리포터님 그래도 좋은하루되세요^^

해리포터7 2006-07-12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속삭이신님 잘 알겠습니다..저녁에 뵈요..감사해요.
건우와 연우님 또 하늘이 어두워졌답니다...님께서두 좋은하루 되셔요^^

치유 2006-07-12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락 가락..원주도 그래요..^^&

해리포터7 2006-07-12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호령듣고 어여 물러가버렸으면..ㅎㅎㅎ
배꽃님 덥기도 무지 더우면서 비가 오락가락하네요..ㅎㅎㅎ
 
 전출처 : 마늘빵 > [말들의 풍경] <19>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 (고종석)

2006. 7. 12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0607/h2006071117464985150.htm

 

[말들의 풍경] <19>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
가시내… 서리서리… 내 영혼 적시는 울림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은 세대와 계급에 따라, 더 나아가서 개인에 따라 다르다. 각자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를 꼽아보자.

김수영 시인

누구에게나 모국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다. 그것은 아름다움이 그 심판관의 편견에 깊숙이 연루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선 먼저 깊이 알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라서 외국어로 배운 언어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는 있겠으나, 그 아름다움에는 문화적 허영이라는 불순물이 섞여 있기 쉽다. 프랑스 바깥에서 프랑스 문화를 숭배하는 사람들이 제 몸뚱어리에도 이물감을 주는 프랑스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꼽는 것 따위가 그 예다. 마흔일곱 해 동안 한국어를 써온 한 남자에게 가장 아름답게 들리는 낱말 열 개를 벌여놓는다.

하나, 가시내. 컴퓨터 모니터 속 활자 ‘가시내’에는 붉은 밑금이 그어져 있다. 그것은 이 낱말이 규범 한국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말은 한국어 사전에 올라있지 않다. 그것이 표준어 ‘계집애’의 서남 방언이기 때문이다. ‘가시내’라는 말에 깊은 울림을 입힌 이로 서남 출신의 시인 서정주가 있다.

“가시내두 가시내두 가시내두 가시내두/ 콩밭 속으로만 작구 다라나고/ 울타리는 막우 자빠트려 노코/ 오라고 오라고 오라고만 그러면”(‘입마춤’)이나, “눈물이 나서 눈물이 나서/ 머리깜어 느리여도 능금만 먹?杵底? 어쩌나… 하늬바람 울타리한 달밤에/ 한 집웅 박아지꽃 허이여케 피었네”(‘가시내’) 같은 시행에서, 가시내는 순애와 애욕을 동시에 체현하고 있다. 사랑과 관련된 정서적 소구력의 크기에서, 표준어 ‘계집애’는 도저히 ‘가시내’에 다다를 수 없다.

둘, 서리서리. 부사 ‘서리서리’는 동사 ‘서리다’에서 나왔다. 서린다는 것은 (국수나 새끼 따위를) 헝클어지지 않게 빙빙 둘러서 포개 감는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서리서리’는 포개어 감기는 모양과 관련 있는 부사다. 국수 뭉치를 세는 단위 ‘사리’가 ‘서리서리’와 동원어(同源語)임은 물론이다. ‘서리서리’는 사랑의 부사다. 이 낱말을 사랑의 부사로 만든 사람은 황진이라는 여자다. 이 여자의 유명한 시조 한 수는 이렇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애인과 떨어져 있는 황진이에게 겨울 밤은 한없이 길다. 그런데 그 밤은 애인과 함께라면 너무나 빨리 새버릴 밤이다. 시간의 빠르기는 각자의 심리 상태에 달렸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 시인은 이 밤을 여투어두기로 한다. 그녀는 밤을 한 토막 잘라내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어놓기로 한다. 애인이 온 날 밤에 굽이굽이 펴기 위해서. 황진이의 놀라운 상상력은 시간을 공간으로, 물질로 바꿔놓고 있다.

셋, 그리움. 그리움은 결핍의 정서적 효과다. 프랑스어 화자들은 “나는 네가 그리워”를 “너는 내게 결핍돼 있어”(Tu me manques)라고 표현한다. 모든 사랑의 시는 그리움의 시다. 사랑은 결핍과 부재의 상태에서 가장 격렬하기 때문이다. “아!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김영랑의 ‘내 마음을 아실 이’)나 “‘그립다’ 생각하면/ ‘그립다’ 생각하는 아지랑이”(서정주의 ‘아지랑이’) 같은 시행에서 그리움은 사사로운 감정이지만,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이성부의 ‘벼’)이나 “그러나 불현듯, 어느 날 갑자기/ 미친 듯이 내 가슴에 불을 지르는/ 그리움은 있다”(김정환의 ‘지울 수 없는 노래’) 같은 시행에서 그리움은 정치적 사랑과 이어져 있다. 그 둘은 다른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둘 다 빈 데를 채우려는 마음의 움직임이다. 그 마음의 움직임을 좀더 객관적으로는 ‘기다림’이라 부른다.

넷, 저절로. ‘저절로’는 인텔리전트빌딩이나 하이테크파크의 작동 원리다. 그것은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키는, 또는 노동에서 배제하는 새로운 사회의 부사다. 다시 말해 ‘저절로’의 공간은 ‘인간이 거세된 인공’의 공간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 자연의 공간이기도 하다.

16세기 문신 김인후(金麟厚)는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山) 절로 수(水) 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이 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절로”라 노래한 바 있다. ‘저절로’는 애씀이나 집착을 넘어선, 마음과 몸의 가장 높은 단계이기도 하다. 인위와 자연을 동시에 품고 있는 것이 ‘저절로’의 매력 또는 마력이다.

다섯, 설레다. 설렘은 마음의 나풀거림이다. 그것은 정서적 정신적 미숙의 증상일 수도 있다. 부동심(不動心)은 동서고금의 많은 현인들이 다다르려 애쓴 이상적 마음상태였다. 그러나 설렘이 없다면 생은 얼마나 권태로울 것인가. 소풍 전날의, 정인(情人)을 기다리는 찻집에서의, 설날 해돋이 직전의 설렘을 기억하고 되새기는 것은 생의 정당한 사치다. 그것은 생의 밋밋함을 눅이는 와사비다.

여섯, 짠하다. 내가 늘 펼치는 한국어 사전에는 ‘짠하다’가 “지난 일이 뉘우쳐져 못내 마음이 언짢고 아프다”로 풀이돼 있다. 내가 굳이 사전을 펼쳐본 것은 컴퓨터 모니터 속 활자 ‘짠하다’에 붉은 밑금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당연히 밑금이 그어지리라 지레짐작했다. 이 말을 서남 방언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전의 설명이 표준어 ‘짠하다’의 올바른 정의일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아는 ‘짠하다’는 사전의 정의와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

그 뉘앙스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한국어 화자 가운데서도 서남 지방 사람들일 것이다. 서남 사람들이 잘 쓰는 ‘짠하다’는 표준어 ‘안쓰럽다’와 뜻이 비슷하지만, 그렇다고 고스란히 겹치지는 않는 것 같다. ‘짠하다’에는 안쓰러움과 애틋함이 버무려져 있다. ‘짠하다’는 마음 가장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연민의 형용사다.

일곱, 아내. ‘아내’라는 말이 내게 아름답게 들리는 것은 내가 남자이기 때문일 테다. 요즘엔 젊은 세대고 나이든 세대고 할 것 없이 ‘아내’ 대신 ‘와이프’라는 말을 즐겨 쓰는 듯하다. 힘센 언어에서 차용된 외래어는 그 비릿한 사용 맥락에도 불구하고 우아하게 들리게 마련이지만, 이 ‘와이프’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한국어 속에 끼여든 ‘와이프’는 그 본적지에서와 달리 천박하게 들린다. 나만 그런가?

여덟, 가을. 지방에 따라 ‘가을’이라는 말이 ‘가을걷이’ 곧 ‘추수’의 뜻으로도 쓰이고 있는 걸 보면 한국인들의 상상 속에서 가을은 무엇보다도 결실의 계절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가을은 또 조락(凋落)의 계절이기도 하다. 미국 사람들의 ‘가을’(fall)에는 그 조락의 상상력이 또렷하다. 성함의 끝과 쇠함의 시작이 맞닿아 있는 때가 가을이다.

아홉, 넋. 넋에 대한 믿음을 지닌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것은 공식 통계와 상관없이 인류의 종교적 심성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는 뜻일 테다. 넋이 과학의 까탈스러운 눈 앞에 제 모습을 번듯하게 드러내지 못했으니, 이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넋이 사라진 세상은 얼마나 허전할 것인가. 얼마나 납작할 것인가.

열, 술. 이 말이 아름답게 들리는 것인지 이 말이 가리키는 물질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인지 섞갈릴 때가 있다. 아무튼 ‘술’이라는 말만큼 술처럼 들리는 말이 내가 아는 외국어에는 없다. ‘술’의 마지막 소리인 설측음 /ㄹ/은 술의 물리적 성질을, 다시 말해 액체로서의 유동성을, 그 흐름의 본성을 드러내는 것처럼 들린다. 한편 그 첫 소리인 치마찰음 /ㅅ/은 술이 예컨대 증류수 같은 무미 무취 무색의 액체가 아니라 빛깔과 향기와 맛을 지닌 매력적인 액체라는 것을 상상하게 한다.

그리고 그 두 자음을 이어주는 원순 후설모음 /ㅜ/는, 내게, 술은 내뱉는 것이 아니라 마시는 것이라는 점을, 또 마시되 예컨대 모음 /ㅏ/가 연상시켰을 수도 있듯 폭음하는 것이 아니라 절제 있게 느릿느릿 마시는 것이라는 점을 함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술은 뇌세포에 상처를 낼 정도로, 또는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청각이 흐릿해져 서로 악다구니를 써대거나, 과장된, 또는 가장된 애상의 몸짓이 펄럭일 정도로 마실 일이 아니다. 이 말을 해 놓고 보니 쑥스럽긴 하다. 나 자신 ‘음주인’의 직업윤리를 잘 지키지 못하고 있으니.


시인 김수영이 꼽은 말은?
마수걸이·에누리·은근짜·총채… 상인집안 내력에 장사 용어 많아

시인 김수영(金洙暎ㆍ1921~1968)은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라는 수필에서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말들로 마수걸이, 에누리, 색주가, 은근짜, 군것질, 총채, 글방, 서산대, 벼룻돌, 부싯돌을 꼽은 바 있다. 시인 자신이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말들은 아무래도 내가 어렸을 때에 들은 말들이다. 우리 아버지는 상인이라 나는 어려서 서울 아래대의 장사꾼 말들을 자연히 많이 배웠다”고도 고백하고 있거니와, 이 말들 가운데는 ‘시장 언어’가 꽤 있다. 장사꾼의 공간이라는 ‘아래대’란 동대문에서 광희문에 이르는 지역을 가리킨다. 그 맞은편의 서울 서북 지역은 ‘우대’라 불렀다.

젊은 독자들 귀에 설지도 모를 말들을 설명하자면 ‘마수걸이’는 하루나 한 해 중 처음으로 물건을 파는 일을 뜻하고, ‘은근짜’는 몸을 파는 여자를 뜻하며, ‘서산대’는 옛날 글방에서 학동들이 책의 글자를 짚는 데 사용하던 막대기다. 먼지떨이라는 뜻의 ‘총채’도 요즘은 많이 쓰지 않는 듯하다.

김수영이 꼽은 이 말들은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이 세대(와 출신지역과 계급)에 따라, 더 나아가 개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요즘 젊은 세대라면, 설령 이 말들의 의미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아름다움을 느끼는 단계로 건너가기 위해 포착해야 할 뉘앙스를 도무지 잡아낼 도리가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말(의 뉘앙스)이 변하는 것은, 그래서 아름다운 말의 기준이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수영은 이 수필에서 자신이 ‘매우 엉거주춤한 입장’에 있다며 “‘얄밉다’ ‘야속하다’ ‘섭섭하다’ ‘방정맞다’ 정도의 낱말이 퇴색한 말로 생각되고 선뜻 쓰여지지 않는 반면에, ‘쉼표’ ‘숨표’ ‘마침표’ ‘다슬기’ ‘망초’ ‘메꽃’ 같은 말들을 실감 있게 쓸 수 없는 어중간한 비극적 세대가 우리의 세대”라고 푸념하고 있다. 그렇지만 김수영 세대만이 아니라 모든 세대는 언어의 생태학 속에서 ‘매우 엉거주춤한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어중간한 비극적 세대’일 수밖에 없다. KBS 텔레비전의 오락 프로그램 ‘상상플러스’의 ‘세대 공감 OLD & NEW’라는 코너는 한 세대의 말이 다음 세대로 고스란히 옮겨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각자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를 꼽아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땡때이는 예전에 도서관에 한번 델꼬 갔더니 그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는데..다시 찾는다..재밌나보다..

검정고무신은 나도 볼라고...

작은딸래미는 요 그림책 레미제라블을 읽히고 아들은 예림당에서 나온 장발장을 읽혔다.

불휘와 샘물이의 잉카여행은 내가 보고파서..잉카문명에 관심이 가기에  아덜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이거 앞에 좀 읽어보니 재밌드라 너도 함 읽어봐~~~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유 2006-07-12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발장은 한번 더 읽어 보더라구요..재밌다구..

해리포터7 2006-07-12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오늘은 한가하세요?

달콤한책 2006-07-1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땡이가 난리지요...소년조선일보에도 실리거든요. 그림도 글씨도 넘 작고...전 별로인데 애들은 좋아라 하네요.

해리포터7 2006-07-12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히 남자아이들이 좋아라 한다죠?ㅎㅎㅎ

내이름은김삼순 2006-07-12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발장은 정말 어릴적에 몇번이나 읽은 책인데,,^^
검정고무신~저거 좋아요 ㅎ 티비에서 만화로 해주는데 볼만하드라구요^^

해리포터7 2006-07-12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두 함 읽어보려구요.내이름은김삼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