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쩌다 이 사회가 이렇게 되는 것인지... 쌍용을 볼 때 공권력도 공권력이지만 같은 노동자로서 지금은 살아났다고 저들만 죽어주면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노동자들을 볼 때 그냥 슬프다. 존재로서 슬프다.  

그들은 저들만 조용하게 물러나면, 다시 평탄하게 생활할 수 있으리가 생각할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욱 열심히 일에 매진하여 회사도 살리고, 예전같은 아픔을 갖지 않도록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가 살아야 하는데 그래야 자신의 안정이 유지되는데 그것을 방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죽도록 미울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동료였고,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에는 같이 소주와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자식교육 얘기 회사 얘기...소소한 일상을 나누던 동료였을 것이다.  

이제는 서로 새총으로 볼트를 던지는 사람들.... 자신들에게 볼트를 날리는 파업노동자들은 이제 동료가 아니라고 한다. 파업노동자를 지지하러 온 시민들에게 폭언을 일삼는다. 당신들 일이 아니니까 신경 끄라고... 심지어 위력적인 협박까지 저지른다. 그러면서도 회사의 지침 한마디면 헐레벌떡 뛰어나갈 것이다. 그래서 슬프다. 자신의 원초적 생존외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그 존재가 슬프다.  

살아남았다고 동료들을 죽음의 길에서 싸울때 연대하지 않는 당신들 때문에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그렇게 나설 수 밖에 없었다. 그게 당신들에게 걸림돌이었나? 당신이 경영자이고 당신이 자본가 인가? 당신은 살아났지만 죽음의 길로 몰린 당신들의 동료가 정말 불쌍하지 않은가? 그들이 혁명을 외치는가? 아니다 그들은 그저 생존을 원했을 뿐이다. 가차없이 쳐버리기 전에 어떻게든 안고 가야하는 사람들이다.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당신들도 당신들의 동료를 해산시키기 위해 행동했다. 아마도 살기위해서 했다고 외치겠지...그건 사는 길이 아니다. 같이 죽는 길이다. 당신들의 동료가 진압당하고 죽음의 길에 들어설때 당신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의 웃음이 피눈물이 될 수도 있음을 그대들은 왜 모를까? 하기야 현실은 그렇게 기회주의적인 사람들 편이었으니까...그래도 영원한 것은 없다. 언제고 변하고 바뀌는 것이 현실이니까...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지만...당신들도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 늦은 후회를 할 당신들이 난 가엽다.  

그리고 그 뻔한 공권력이야 원래 그렇다 쳐도 오늘만큼은 인간이길 포기한  당신들을 증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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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비정규직 법에 대한 여야협상이 결렬되었다. 정말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오늘부터 100만 실업자가 발생할 것인가? 실업자가 급증하여 거리가 IMF 때처럼 노숙자로 넘쳐날 것인가? 그렇다면 야당과 양 노총은 비정규직 문제에 아주 무책임한 집단이 될 테지만 실상 그럴 것 같지는 않다. 관련 전문가들이 '동시에’ 100만 실업자가 생길 일은 없다고 밝힌 지 오래지만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은 이런 목소리에 애써 귀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다.

물론 이 법의 시행으로 해고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법이 유예된다면 대개 자기 자리를 유지할 공산이 큰 이들이다. 오늘부터 일부 언론의 지면에는 야당의 무책임함을 강조하기 위해 각종 해고사례와 그 피해자들의 사연이 실려 독자들의 심금을 울릴지도 모른다. 그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현실이다.    

실업대란, 민생안정 호들갑 떠는 한나라당의 속내

그러나 이런 경우는 이 법이 지닌 애초의 시행취지에 반하는 것임을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 ‘사용기간 2년’이란 제한을 둔 것은, 그런 정도의 기간을 고용한다면 정규직으로 보아야 함을 전제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은 오로지 기업의 일방적 이해인 노동유연성 확보에만 매달린 탓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지난 며칠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정책을 강조하고 시장통을 다니며 각종 서민대책을 잇따라 발표하는 모습이다. 우리사회에서 비정규직만큼 ‘서민’이라는 계층에 딱 들어맞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런데 왜 이명박정부의 서민정책에는 비정규직 대책이 없을까?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은 사용기간 제한 때문에 기업이 비정규직을 해고할 것이고, 실업대란이 발생할 테니 사용기간을 연장하거나 이 법의 시행을 유예하자고 말한다. 결국 비정규직의 상태를 개선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이다. 서민의 핵심인 비정규직의 처지를 개선하려는 의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서민을 위한다며 자신의 진정성을 알아달라는 대통령의 호소는 이중적 태도라는 의구심을 확대할 뿐이다. 

비정규직 현실 외면한 그들, 이제 와서 더 방치하자고?

한나라당이 기간연장을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을 내놓거나 법 시행을 유예하려 했던 것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동시에’ 100만이나 되는 실업자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자신들의 인식이 진실로 심각한 것이었다면 지난 2년간 비정규직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본격적인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2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와서 열악한 현실을 3년이나 더 그대로 두자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술 더 떠서 그것이 비정규직의 상태를 개선하는 것인 양 호도하는 형국이다.

민주당이라고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2년 전 노동계에서 그토록 ‘사용사유 제한’(일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기간제노동자 사용을 허용)이 중요하다고 목청을 높였을 때, 사용기간 제한과 함께 (현재 그다지 큰 실효성이 없는) 차별시정조치가 뒤따른다면 비정규직 보호가 가능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결국 단지 2년이란 시간만 연장해놓았을 뿐 처지가 달라진 것은 별반 없다. 그러므로 민주당 역시 지난 2년간 비정규직의 고용과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고 보기 어렵다. 당시 이 법에 암묵적 동의를 보낸 필자 본인을 포함한 일부 시민운동도 마찬가지다. ‘2년 후 정규직 전환’이라는 조항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지만, 이를 지키지 않을 때 벌칙조항이 없는 법은 실상 유명무실하다.

시급한 보호대책, 근본적 개혁처방 동반해야

한나라당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다시 비정규직 법의 처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제 이 법의 시행은 현실이 되었다. 그렇다고 비정규직의 처지가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당장 사용기간 2년을 채우기 전에 해고의 위협에 직면할 것이고, 그렇더라도 사용자가 특별한 불이익을 받을 벌칙조항이 없으니 해고된 노동자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현실에 내몰릴 것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우리 노동시장은 다른 나라처럼 비정규직이 정규직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규직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비정규직을 선호하도록 한다지만, 분명한 사실은 과도한 비정규직 노동시장 형성이 전반적인 노동조건을 급속히 악화하고 양극화를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다양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항과 일상적인 사회 불안정성을 일으키고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 보호법’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상태를 개혁하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정도(正道)임에 틀림없다. 물론 그것이 단기간 내에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현행 법이 시행되는 만큼 정규직 전환지원금을 통한 정규직 전환 유도와 더불어 2년 전 논의에서 반영되지 않았던 사용사유 제한, 실효성있는 차별시정제도 도입, 불법적 파견 철폐 등을 포함한 개정작업이 시급하다. 동시에 노동시장의 경직성 문제가 일부 노조 탓이므로 노조만 변하면 된다는 식의 희생양 만들기가 아니라 사회보장제도와 양극화되는 노동시장 체제를 전반적으로 개혁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세우는 일에 나서야 한다.

2009.7.1 ⓒ 하승창 [창비주간논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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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잔인하고 지저분한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자본자는 뒷짐지고 기자회견하면서 노동자들끼리 치고 받는 싸움. 한 쪽은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쪽이고 한 쪽은 아직 사망선고를 받지 않은 쪽이다. 그러나 이런식으로 싸움이 진행된다면 사망선고를 면한 이들 역시 조만간 사망선고를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이 지금 살아 남았다고 가진자의 수족 노릇을 한다면 계속 살아남기 위해 더한 짓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쌍용에는 짐승의 시간만이 남았다. 빌어먹을...

쌍용차 노조의 파업 36일째를 맞은 가운데 쌍용차 관리직과 비해고 노조원 등 3천여명이 파업 이후 처음으로 평택공장에 진입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3시40분께 평택공장 정문 옆 철조망 20여m를 뜰어내고 평택공장 본관 앞으로 진입했다. 이들은 지난 23일부터 갈고리 등을 동원해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공장 주변을 돌면서 파업 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고 공장 진입을 시도해왔다. 쌍용차 직원들은 앞서 이날 오후 1시45분께 평택공장 정문 인근 기숙사 옆 쪽문을 통해 공장 안으로 진입했다. 흰색 목장갑을 낀 채로 비무장한 임직원들은 기숙사 옆 쪽문 담 곳곳을 무너뜨리고 진입했다.

이날 쌍용차 회사쪽의 공장 진입은 오전 회사쪽의 쌍용차 정리해고자 처리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리고 4시간30여분 뒤에 이뤄졌다. 노조쪽은 쇠파이프로 무장한채 정문 등을 막고 있었으나 이들이 진입하자 정문에서 수백여m 떨어진 도장공장 안으로 물러났으며 이날 오후 4시 현재 쌍용차 관리직과 비해고 노조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쌍용차 노조의 파업 36일째를 맞은 가운데 쌍용차 관리직과 비해고 노조원 등 3천여명이 파업 이후 처음으로 평택공장에 진입했다.

 

진입과정에서 일부 노조원들과 회사쪽 직원들간에 충돌이 빚어져 11명이 다쳤고 3명이 구급차에 실려 이송됐다고 경기도 소방당국이 밝혔다.

회사쪽 진입 당시 평택공장 주변에는 경찰 21개 중대가 배치되어 있었다. 경찰은 그동안 사쪽의 공장 진입을 막아왔으나 이날 경찰은 따로 이들의 진입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앞서 쌍용차 이유일·박영태 공동 법정관리인은 이날 오전 11시께 경기 평택시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주차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리해고자 976명 가운데 2012년까지 100명을 우선 재고용 하고 100명은 무급휴직을 실시해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또 “450여명에게는 3∼5개월치의 퇴직 위로금을 받을 수 있는 희망퇴직 기회를 재부여하는 한편, 250명은 분사, 70명은 영업직 전환을 통해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회사쪽은 아울로 인력구조조정 뒤 남은 전임직원을 대상으로 △기본급 3년간 동결 △2년간 상여금 250% 반납 △3년간 복지일체 반납 등의 고통분담 방안도 밝혔다.

박영태 공동관리인은 “파업 사태를 오래 끌 경우 협력업체는 물론 딜러도 어려워지고 법원에 내야할 회생계획안을 마련하지 못한채 주저앉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안을 제시하게됐다”며 “노조쪽에 안을 제시한 만큼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보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쪽 기자회견 직후인 이날 낮 12시30분께 평택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분사와 영업 전직, 희망퇴직 및 우선 재고용 등 사측의 제안은 정리해고를 전제로 한 것이며 2012년까지 무급휴직안 역시 해고나 마찬가지”라며 “이는 정리해고 강행을 치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평택/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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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영(36)씨가 10살 난 딸과 4살 난 아들을 데리고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안에서 잠을 잔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20여 일 전 남편 이금주(37)씨가 동료들과 함께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저 집에서 아이들 잘 돌보면서 뒷바라지만 해주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상황이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정부는 2000명이 넘는 대량해고 사태를 두고도 "노사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사태해결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은 채 뒷짐으로 일관했다. 게다가 회사 측에서는 정리해고에서 제외된 직원들을 동원해 노조를 압박했다.

16일 공장 안으로 밀고 들어오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공장 정상화'가 명분이었다. 그래서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공장 안에 있는 남편도 그것 때문에 싸우고 있는 것이다. 기어코 권씨가 아이들 손을 이끌고 공장 안으로 들어온 이유다. 

장미꽃과 함께 아스팔트 위로 쓰러지는 부인들
16일 오전 7시, 큰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공장 정문 앞으로 나온 권씨는 이미 도착한 정리해고자 부인 20여 명과 인사를 나눴다. 대부분 "울 남편 힘내라"라고 적힌 연두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오전 9시경이 되자, 길 건너편 공터에 그들의 50배가 넘는 숫자의 건장한 남자들이 모여들었다. 정리해고 비대상자들이었다. 그들은 연습이라도 하듯 팔을 치켜들며 연신 "정상조업, 파업철회"를 외쳤다. 긴 쇠갈고리를 들고 금방이라도 공장 안으로 들어올 기세였다.  
  

무조건 막아야 했다. 급히 다른 정리해고자 부인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던 부인들이 속속 달려나왔다. 그래 봐야 60여 명. 개중에는 갓난아기를 옆집에 맡기지 못한 채 안고 나온 부인도 있고, 유모차를 밀고 나온 부인도 있다. 

일단 흰 천을 길게 이어서 인간띠를 만들었다. '제발, 이 선을 넘지 마라'는 간절한 호소였다. 권씨를 비롯한 몇 명은 흰 상복으로 갈아입었다. "해고는 곧 죽음"이라는 의미에서다. 얼마 전 유명을 달리한 두 명의 동료 노동자를 잊지 말자는 상징이기도 했다. 장미꽃도 들고 나왔다. 같은 직원들끼리 싸우지 말고 평화적인 대화로 해법을 찾아보자는 뜻에서다



하지만 장미꽃은 남편의 직장 동료들에게 전달도 되기 전에 아스팔트 위로 내동댕이쳐졌다. 어쩔 줄 몰라 당황해 하던 한 부인은 회사 측 방송차량 앞을 가로막고 눈물로 하소연했다. "제발, 우리 함께 삽시다." 아예 차량 앞 아스팔트 위로 드러눕는 부인도 있었다. 곳곳에서 서러움에 북받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우리 같이 한솥밥 먹던 동료들이잖아요."

권씨가 남편과 한 부서에서 일하는 선후배 동료를 발견한 건 그때였다. 정리해고 비대상자들은 부서별로 대열을 만들고 서 있었기 때문에 찾기도 쉬웠다. 남편과 입사 동기로 주말이면 축구동호회에 함께 다니던 사람도 있었다. 10년 넘게 한 부서에서 일하면서, 남편이 '형님, 형님'하고 깍듯이 모셨던 사람도 있었다.
 

권씨는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왜 거기 서 있느냐'고, '제발 이쪽으로 나오라'고…. 하지만 그 모든 말들은 권씨의 입 안에서만 맴돌 뿐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남편의 동료들도 권씨를 발견했지만, 쓴웃음만 지은 채 방송차량에서 나오는 선창 구호를 따라 했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일터를 정상화시키자!" 
 

상황이 여의치 않자, 회사 측에서 동원한 정리해고 비대상자들 1000여 명은 서문을 돌아 약 2km를 행진하며 후문으로 향했다. 부인들도 그들을 따라나섰다. 미리 준비한 현수막을 앞세웠다. 현수막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한솥밥 먹은 20년지기 동료들에게 더 이상 비수를 꽂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 살기 위한, 오로지 살기 위한 공장 점거 파업을 이어가며, 당신들의 동료들이."
 

"함께 삽시다" 눈물로 호소해 보지만...

회사 측은 결국 이날 공장 진입을 포기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장인 곽상철 전무는 "앞으로 궐기대회와 같은 방식을 통해 노조에 우리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갖겠다"며 제2, 제3의 재진입 시도를 시사했다



오전 11시 40분경, 공장 후문 앞 공원에서 회사 측 임직원과 정리해고 비대상자들이 모여 정리 집회를 시작했다. 송승기 부장이 무대 차량 위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송 부장이 "공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구호를 외치자"며 선창을 하자, 정리해고 비대상자들이 "정상조업, 파업철회"라는 구호를 따라 했다. 송 부장이 다시 "공장 안으로 들어가고 싶죠"라고 묻자, 그들은 "예"라고 크게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공장을 향해 함성을 지른 뒤, 정리 집회는 끝이 났다. 

멀리서 집회를 지켜보고 있던 정리해고 대상자들의 부인들 두 눈에 또 눈물이 고였다. 땀을 뻘뻘 흘리며 울먹이던 한 부인은 그들이 야속하다는 듯 원망의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같은 노동자들끼리 싸우게 만든 사람들이 누구냐? 정부 아니냐. 솔직히 나중에 직장에 모두 돌아간다고 한들, 어떻게 서로 얼굴을 마주 보겠나. 저 사람들은 정리해고 대상자가 되지 말라는 법 있나?"

부인들은 집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정리해고 비대상자들을 향해 연신 "함께 삽시다", "공권력은 물러가라", "회사에 속지 마세요"라고 호소했다. 부인들의 두 눈에선 눈물이 뚝뚝 흘렀다. 상복을 입은 한 부인은 입을 틀어막고 서럽게 울었다. 그는 이내 "두 명이나 죽여 놓고 얼마를 더 죽여야겠느냐"고 통곡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또는 수건으로 얼굴을 둘러싼 채 돌아가던 정리해고 비대상자들은 아무 말 없이 그들의 눈물을 힘겹게 외면하고 있었다. 반면 공장 안쪽에서 얼굴에 마스크를 한 채 한 손에 쇠파이프를 든 파업 참가자들은 철조망 담벼락에 매달려 부인들의 절규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회사 측이 모두 돌아간 것을 확인한 뒤, 부인들은 다시 공장 정문 앞에 모였다. 권씨는 "이렇게 사람들이 갈고리에 굴착기로 밀고 들어온다고 해도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은 없다"며 "공장 안에 있는 사람들을 자극만 할 뿐이다. 정부나 회사 관리자 측이 그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그래서 더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목이 멘 권씨가 한참 동안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결국 북받치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울먹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이런 일 없었으면, (사원) 아파트 앞에서 (직장 동료) 가족들이 전부 모여 삼겹살 사다가 구워먹으면서…. (부인들끼리는) 서로 언니 동생 하면서 지냈는데…. 가슴이 미어지고, 너무 아프다."


출처 : "나중에 복귀해도, 어떻게 얼굴 마주 보겠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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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 2009-06-17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이 방송을 보면서 내 이해력을 의심했었는뎅..노동자들끼리 싸우다니..헉~~이런일도 있었나..

머큐리 2009-06-17 13:14   좋아요 0 | URL
자본을 너무 만만하게 보지마라...ㅎㅎ

마늘빵 2009-06-17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노갈등... 아휴. 왜 이리 사람들이 못됐지...

머큐리 2009-06-17 15:25   좋아요 0 | URL
아주 나쁜 놈들 말고는 회사에서 동원되어 억지로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일거에요..그 사람들도 안 짤리려면 회사 눈치를 봐야하기에...저렇게 갈등을 조장하는 놈들은 정말 사람도 아니죠..나쁜 시키들..
 

ㆍ한국정부에 ‘차별 시정’ 노력 요청

국제노동기구(ILO)가 비정규직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법적 보호 수준을 높이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16일 노동부에 따르면 ILO는 지난 12일 제98차 총회 기준적용위원회에서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고용 형태에 기반한 차별에 대해 정부가 노사단체와 협의하여 법적 보호 수준을 높일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ILO는 한국의 ‘ILO 111호 협약’ 준수 상황을 심의하고 “한국에서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인 점에 주목한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ILO 111호 협약’은 ILO의 핵심 협약 중 하나로 고용 및 직업상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 정부는 1998년 12월 이 협약에 가입했다.

기준적용위는 한국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현격한 임금 격차 및 사회보장제도 적용 범위의 차이를 지적했다. 또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여성인 점에 우려를 표명했다.

기준적용위는 비정규직법상 차별시정제도와 관련,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신해 노조가 차별시정 신청을 제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 제공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노동계는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노조에도 차별시정 신청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줄곧 요구해왔지만 아직 받여들여지지 않고 있다.

기준적용위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바꿀 수 있도록 적절한 유연성을 허용하는 것이 외국인 노동자의 취약성을 축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노·사·정 간 협의를 촉구했다.

이번 ILO 총회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25개국의 협약 준수상황에 대한 심의가 이뤄졌다. 기준적용위의 심의 결과는 오는 19일 ILO 전체 총회에서 승인될 예정이다.

이승철 민주노총 대변인은 “ILO가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을 밀어붙이려는 정부 계획에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제혁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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