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1 | 112 | 113 | 114 | 11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당신이 알아야 할 한국사 10 : 인물편 1 당신이 알아야 할 시리즈
서경덕.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한국사 분야별 전문가 엮음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부터 세계사가 아닌 한국사에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다. 여전히 세계사는 나의 독서목록 우선 순위 중 하나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올바른 한국사를 안다는 것의 중요성을 겨우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역사는 물론이고, 헌법에까지 자신들의 관심영역을 넓히고 있는 중이니, 올바른 방향이라고 해야겠다. 지난해인가, 영화 <암살>로 전지현이 연기했던 '안윤옥'이라는 인물이 실제 여성독립운동가였던 '남자현'이라는 이야기가 소개되면서 일제 강점기,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런 여성독립운동가 10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유관순에서부터,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그리고 방금 언급한 남자현 이외에도 윤희순, 조화벽, 안경신 등 생소하지만 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이 때로는 남성들보다 더 용감하게, 더 적극적으로 조국의 독립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역사 속 한 귀퉁이가 아닌 역사의 중심으로 끌어내고 있는 저자의 노력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우리가 듣고 보고 알고 있는 것들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이렇게 다방면에서 역사를 다룬 이야기들을 많이 읽어보고 각자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누가봐도 역사왜곡임에 틀림없는 그런 내용을 국정 교과서에 버젓이 싣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국민 각자의 노력이 요구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나라를 구하려고 했던 그들의 노력에 감사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들의 이름을 역사에서 지워버리는 만행이 이 땅에서 더 이상 자행되지 않도록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할 것이다.


   영화 <암살>에서 매국노 몇명 죽인다고 조선의 독립이 오느냐는 물음에 안윤옥이 말한다.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특별하다. 해방이후 열린 반민 특위 재판에서 밀정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경찰 간부가 된 염석진이 오히려 자신이야말로 진짜 독립운동가라고 열변을 토한다. 참 뒤틀린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영화를 보면서는 누가봐도 염석진은 매국노요 나쁜 놈이다. 하지만 오늘날 수많은 염석진이 존재하지만 그들을 매국노로 보지 않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역사를 안다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래서 알려줘야 한다,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내면에 남아있는 한 조각의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의지'에 대하여,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지키는 마지막 존엄성에 대하여,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나쁘거나 추해질 수 있다는 자각에 대하여.

 이것조차 잃고 나면 어떻게 인간이 인간을 재판할 수 있겠는가." (p311)


   최근 우리는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우리의 눈을, 우리의 귀를 의심케 하는 국정농단 사태를 겪었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로 인해 많은 일반 국민들이 우리나라 '헌법'에 관심을 갖게되는 계기가 되었는데, 법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평소에 법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도 아니며 법원이라고는 근처에 가보지도 않은 사람들까지 법이란 것에 대해 알고싶은 욕구가 생겼으니 국정농단이 가져온 드문 바람직한 현상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현직 부장판사가 쓴 소설이다. 재미없는 법문과 사건기록만 볼 것 같은 20년차 판사가 책벌레 기질을 살려 자신의 직업인 판사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면 재미있을까?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는 건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자신의 직업인만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사실에 충실할 수 있어 개연성과 보편성이 보증된다. 반대로 너무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사실에 충실하려다 보면 재미가 떨어지고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하게 된다.


  제목인 미스 함무라비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나서야 하는 주인공 박차오름 판사의 기질을 빗대어 지은 별명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유명한 함무라비 법전의 한 구절에서 비롯된 것인데, 사실 함무라비 법전의 이 문장은 자신이 지은 죄와 똑같은 벌을 받아야한다고 해석하기 쉬우나, 우리의 미스 함무라비, 박차오름 판사의 생각은 다르다. "평민이나 노예가 귀족이나 힘있는 사람의 털끝 하나만 실수로 건드려도 목이 날아갈 수 있었던" 시대에 "피해와 동일한 만큼의 처벌만 허용한다는 것은 사람들의 복수를 엄청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호..그러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이 말은 오히려 귀족들의 힘자랑을 막기 위한 법이었다는 것이다. 함무라비와 같은 정의의 사도 박차오름 신출 판사와 까칠하지만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한세상 부장판사 그리고 시니컬하지만 박차오름 판사를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 임바른 판사가 속해있는 제44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소설이지만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날때마다 법조 용어와 그들의 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을 위한 설명이 덧붙여있어 이해를 돕는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내용이 담긴 첫번째 에피소드와 마지막 에피소드의 연결과 제44부 세 판사의 인연을 밝혀주는 결말은 생각지도 못했던 보너스였다.


   그래서 이 소설이 재미있냐고? 이 판사님 소설 좀 더 쓰셔도 될 것 같다고 말하면 답이 되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세트 - 전7권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최인자 외 옮김 / 시공사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와.. 대박 전집이네요..
눈 돌아갑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기, 뉴욕
E. B. 화이트 지음, 권상미 옮김 / 숲속여우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본문이 50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은 이 에세이의 정체는? 꽤나 유명한, 소녀와 거미와 돼지의 아름다운 우정에 관한 이야기인 <샬롯의 거미줄>의 저자가 1948년의 뉴욕을 담아낸 단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1999년에 저자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의붓아들인 로저 에인절이 본인의 서문을 실어 재출간한 것인데, 한국어판이 나온 계기가 또 재미있다. 파리의 고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편집부가 우연히 발견했다고 하니, 왠지 출판사에 확 믿음이 간다고나 할까.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책을 찾는 편집부라니.. 완전 좋아해야겠다는 사적인 감정이 팍팍..


   1948년의 뉴욕은 지금의 뉴욕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단순했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저자가 그 당시에도 뉴욕의 복잡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걸 보면, 뉴욕이라는 도시는 예나 지금이나 '핫'한 도시임에 틀림없나보다. 저자의 뉴욕에 관한 최대 칭찬은 아마도 뉴욕이 "원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고독이라는 선물과 사생활이라는 선물"(p21)을 선사한다는 문장일 것 같다. 저자는 이를 18인치라는 숫자로 설명하고 있는데, 지금의 뉴욕을 생각하면 상상되지 않는 묘사이다. 현재의 뉴욕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소식까지 시시각각 접하게 되는 정보의 홍수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나와 상관없는 사건들에서 나를 분리시킬 수 있다는 것만으로 저자가 살던 시대의 뉴욕에 매력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창의력은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생겨나는게 아니라 "크고 작은 한눈팔 일"에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을 때 가장 활발하다는 저자의 생각에 격하게 공감하게 된다. 별다른 노력이 없이도 터치와 클릭 몇번 만으로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데에는 물론 장점도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옳고 그름이 검증되지 않은 똑같은 수준의 정보에 노출된다는 것은 개성과 창의력이 점점 사라져간다는 뜻일 것이다.


"작은 마을에 하얀 교회의 첨탑이 있듯, 미국이라는 나라에는 맨해튼이 있다" (p33)


   이 한마디로 뉴욕이라는 도시가 미국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모두 설명되는 것 같다. 뜨내기 관광객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뉴요커들만의 '고유하고 비교 불가능한 것에 대한 소속감'과 우월감이 뉴욕의 공기속에 배어있다. 뉴욕이 다른 도시들과 비교되는 또 다른 특징은 바로 '관대함'이다. 아직은 인종적 편견이 당연시 되던 시대부터 시작된 관대함이라는 유전자를 지금의 뉴욕이 고스란히 물려 받은 것이리라. 물론 여기서 포용과 관대함이란 무조건적이라거나 아가페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살아가기에 딱 적당한 정도의 관대함이랄까.


"뉴욕 시민들은 기질적으로뿐만 아니라 필요 때문이라도 관대하다. 이 도시는 관대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증오와 적의와 편견이라는 방사능 구름으로 폭발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국제적인 소통의 평화에서 잠시라도 벗어날라치면 이 도시는 당장에 폭발해 버릴 것이다. 뉴욕에서는 모든 인종 문제가 안에서 곪고 있지만, 주목할만한 점은 그 문제가 곪아 터지지 않고 신성불가침의 휴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p51)


   1940년대를 살아보지 않은 나로서는 저자가 느끼는 향수를 그대로 이입할 수는 없어도, 응답하라 시리즈가 가져다 준 옛 기억에 충분히 감성적이 되었던 사람 중의 한명이라 저자의 이 짧은 글이 꽤나 인상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1 | 112 | 113 | 114 | 11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