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를 위한 변명
이용관 / 시각과언어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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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비평이 가장 힘써야 할 일은 '저주받은 명작'을 찾아 밝히고 알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아가 세계관의 창조라는 좀 더 높은 단계로의 '도약'도 포함한다) 그러나 요즘 현실을 꺼꾸로 가서 '각광받는 졸작'에 아기자기한 리본장식을 달아주는, 어떤 의미에서 마케팅의 부속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문학비평계에서는 이런 문제가 논쟁의 거친 수면 위로 자주 오르내리고 있지만 영화비평계에서는 모양새가 좀 우습다. 논쟁할 비평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저자 이용관은 7-80년대 한국영화의 몰락을 표현에 대한 압제와 자본의 불충이라는 점보다는 비평의 부재에서 찾고 있으며 본서는 그런 문제의식으로부터의 자기 화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용관이 영화를 다루는 방법은 이론적 성향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작품 자체를 꼼꼼하게 읽는 일에 몰두한다. 그리고 작가와의 대화에 몰두한다. 그리고 섣불리 큰 그림으로 점프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 점은 장점이자 단점으로 보인다. 그는 작가(작품)와의 내밀하고 꼼꼼한 대화에 치중하고 관객과 작품 사이의 대화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작품 바깥에 대해서는 비평사나 영화사의 관점에서만 다가갈 뿐이다. 이런 태도는 비평가의 철학 부재로 느껴질 수도 있다. 비평가란 '잘 읽는 사람'의 수준은 넘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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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가 된 신화
게리 그린버그 지음, 김한영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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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종교, 대화하는 종교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최근 기독교의 문자주의(Literalism)에 대한 강력한 비판서 두 권이 출간되었는데, 하나는 티모스 프리크와 피터 갠디의 <예수는 신화다(원제 The Jesus Mysteries)와 바로 본 저서다.

<예수는 신화다>는 주로 신약의 예수가 신화적 인물임을 주장하고 있으며 그 원류를 담고 있던 것이 초기 그리스도교의 그노시스파란 점, 더 나아가 그노시스파의 배후에 역시 이방의 신과 종교가 있음을 밝히고 있고 본서는 구약의 유대 신화들이 구 팔레스타인과 이집트 등 유대족의 주변국가와 민족의 신화에서 차용된 것임을 예증하고 있다.

구약을 유대민족의 역사이자 하나님 말씀의 기록으로, 예수 이야기를 신성한 역사로, 성서를 문자 그대로 역사로 받아들이는 이들에게는 가장 끔찍한 책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접근은 다른 종교와의 대화 가능성을 막고 자민족 중심주의나 배타적 독선주의를 낳는 경우가 많았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책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든 그건 개인의 자유겠지만 '종교'에서 '보편'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유익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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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모더니티의 조건 - The Condition of Postmodernity
데이비드 하비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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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는 리오따르의 <포스트모던 조건>와 함께 포스트 모더니즘 혹은 포스트 모더니티에 대한 대표적 연구서로 정평이 나있다. 리오따르가 '포스트 모던'을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소급하며 쓸만한 '포스트 모던'을 가려내어 그것을 정당화하고자 한다면, 하비는 '포스트 모던'이 이미 섭리화되어 있는 국면에서 '포스트 모던'이란 특정한 역사적 조건(과잉축적의 위기와 새로운 시공간적 해결책 찾기) 하에서 예상되는 심미적 움직임들(미학이 윤리학을 압도하고 이미지가 서사를 지배하며 일시성과 분열이 영원한 진리와 통일된 정치에 우선하는 것 등)이라고 규정한다.

하비에게 있어서 '포스트 모던'이란 단지 20세기만의 일이 아니며 역사 속의 축적단계에 따라 반복되어온 사태인 것이다. 이를 통해 당시 '포스트 모던'에 대한 논의에 대해 그가 비판하게 되는 바는 '설명이 물질적 정치적 토대의 영역을 벗어나 자율적인 문화적 정치적 실천을 고려하는 데 매달리는' 풍조다. 그에게 포스트 모던이란 '새로운 탈자본주의 사회나 탈산업사회의 등장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라 표면형태의 변화'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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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왜 틀을 거부하는가? - 난장과 파격의 미학을 찾아서
최준식 지음 / 소나무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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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점은 새로운 어떤 시각을 제시해 준다는데 있기 보다는(물론 난장과 파격, 무속이라는 요소를 자신의 이론으로 제시하고는 있지만 시론적인 수준에 그친다) 여지껏 한국미와 한국문화론과 관련하여 어떤 담론들이 있었는지 일목요연하게 집어준다는 점이다. 건축, 음악, 춤, 그림, 공예 등을 통해 중국이나 일본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가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글쓰기도 전문어를 내세운 꼼꼼한 학술서라기 보다는 대중적 교양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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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 페터와 함께 '참나를 찾아가는' 명상여행
전재성 글, 현관욱 사진 / 선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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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에게서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그의 '수행관'. 주변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을 때 그 수많은 변화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담을 쌓을까? 아니면 적절히 선용하도록 해야 할까? 대체적으로 퍼진 의견들은 후자에 가까운 것인 듯... 따라서 곧이 곧대로 초기 불교의 수행방법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는 페터의 방법은 폐쇄적인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부처님도 고행을 버리라고 했다면서 그를 공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세상의 이기에 물들어 있는 상태에서 그 이기의 환경과 도구 없이 산다는 것 자체가 고행이며, 그런 물들고 길들여져 있는 자기로부터 벗어나는 것 자체도 고행이다. 페터는 자신의 고행을 부처가 거부한 고행과는 다른 것일 뿐 더러, 모든 수행의 기초라고 말한다. 그의 말을 한 번 경청해 보자.

'부처님은 단지 극단적인 육체적 고행을 부정했을 뿐입니다. 여러분이 말한 고행은 부처님이 말한 고행이 아니니다. 나의 고행은 진실을 말하는 것,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는 것, 그리고 계율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사람에 따라서는 엄청난 고행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고행을 하지 않으면서 진정한 수행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 무소유를 한다는 것, 내일을 위해 비축하지 않는다는 것, 승려들이 명상을 하는 것 모두가 고행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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