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한 채 얻어맞고 우는
시인 많이 보았지



시도, 돈도 없는
시시한 인생이라 울고 울어서
더 맥빠지는 삶
내 얘깁니다



요며칠 위선자란
소릴 원없이 듣고 들어서
이제 농담으로 ˝이봐, 위선자 씨˝라고 들어도
무덤덤해졌다
오히려 길에서 뒤를 돌아볼 정도다
위정자여, 그래서 되겠는가
이 상황에서는 이상하게 들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비는 피하는 게 아니라 맞는 것이다
피해도 되고 맞아도 되고 라고 말해야 했을까




이웃과 이웃이 아닌 두 사람 덕분에
이상한 조합의 댓글이 만들어진다
이래서 내가 알라딘을 못 끊어...


˝알라딘 2015년 상반기 인기검색어 예상: 위선자 상대성 이론

다들 위선 자를 꺼내 자기 앞에 명명백백 떨어지게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밖에서 보면 자기를 향한 빗금으로 보이는데...
2015년 한여름 알라딘에서는 서로 증명하기 어려운 위선자 게임이 있었다˝




리고...
폭우에 휩쓸려 사라진 걸까
슬픔에 잠겨 안 보이게 된 걸까
어찌 되었든 잠잠해졌다
또 거기로 갔나보다



부터 바보처럼 현자처럼 앉아 있을 걸
여기 돌 하나 더 쌓는다고
무슨 티가 난다고
무슨 태가 난다고


아픈
사람 안부 한 번 더 물어볼 걸...위선자답게
술 취한 시인 안 되는 시 되도록 더 쓰라고 해도 되려나...위선자로서(그런데 이건 독백 같아)
하루종일 쓰러지는 그림만 그리고 있는데
끝이 안 보인다...위선자니까


집에
책이 기다리고 있다
점점 이상한 樂이다
책을 펼치면
돌아오지 않을 길 떠나는 것 같아서
하지만 기필코 나가야 될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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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dgling 2015-08-03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루토 닮았네요! 그림 잘 그리십니다~!

AgalmA 2015-08-03 08:58   좋아요 0 | URL
남의 그림 많이 그리다보니 그림체가 많이 짬뽕 돼서 사실 맘에 안 들어요. 그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퍽큐 때문에 알라딘에서 또 태클 거는 건 아닌지...아, 눈치볼 일이 한둘이 아니라능)))

2015-08-03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3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5-08-03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그림 그리시는 직업 갖고 계세요? 역시 솜씨가 보통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

AgalmA 2015-08-03 21:34   좋아요 0 | URL
밥벌이가 되면 어떤지 아시죠ㅎ;; 제 순수 창작이 아니라 재미없어요...

2015-08-04 0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4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점심도시락은 멸치샌드위치, 콜라, 왕꿈틀이 2마리(사진 찍자마자 홀랑 다 먹어 버렸지😋), 칸트 <순수이성비판1>
뭐? 뭐라고? 다시. 
오늘 점심도시락은 멸치샌드위치, 콜라, 왕꿈틀이 유령, 칸트 <순수이성비판1>

날이 너무 더워서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다.






˝미성숙이란 타자의 지도 없이는 자신의 지성을 사용하지 못하는 무능력이다. 그리고 그 무능력의 원인이 지성의 결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지도 없이 자신의 지성을 사용하고자 하는 결단과 용기의 결여에 있다면, 그 무능력은 자기 탓이다. 그러므로 계몽의 표어는 `과감히 분별하라!` `너 자신의 지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지라!`이다. ˝(p18)


오랜만에 사정없는 칸트식 정언을 접하니 왕꿈틀이 우물대다 멈칫.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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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7-23 13: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아갈마님 저건 그냥 꿈틀이에요. 왕꿈틀이는 콜라맛이라고요! ㅋㅋㅋ 잘 챙겨드세요 ㅠㅠ 멸치샌드위치 궁금.. 전 왜 칸트만 떠올리면 이런 생각이 드는지.. 치약 짤 때 중간부터 눌러 짜면 혼날 것 같지 않아요?ㅋㅋ

AgalmA 2015-07-24 02:03   좋아요 2 | URL
맞아요. 엄청나게 큰 놈이 콜라 띠를 두르고 있어 불쾌했어요😟 암튼 가장 큰 왕꿈틀이 먼저 사망ㅋ 이미 먹어버려 뭘 어떻게 할 수가ㅎ;;;
멸치 샌드위치는 멸치와 각종 견과류를 볶아 식빵 가장자리에 마요네즈를 둘러 멸치와 그 졸개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뒤 넣고 집에서 만든 피클을 올린 뒤 식빵 뚜껑을 덮습니다. 귀찮아서 다른 야채는 따로 씹음...괴상해서 딱히 타인에게 권하지 않아요ㅋ

칸트, 내 멸치샌드위치 보면 불호령 할 사람...잌😝

2015-07-23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5-07-23 23:55   좋아요 2 | URL
정상적인 식단이 아니긴 하죠ㅋㅎ; 꿈틀이는 칸트와 마찬가지로 에피타이저 혹은 디저트로도 가능합니다.
혹 불쾌하실 지 모르나 저는 칸트 숭상주의자도, 지성우월주의자도 아니라서 칸트 저서를 딱딱한 에세이로 읽는 식입니다. 그러면 주눅에 휩싸여 배우는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칸트 읽을 때 제 독서법입니다 :)

양철나무꾼 2015-07-23 1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왕꿈틀이 완전 좋아해요. 하리보도 좋고요~^^
근데 저런 어려운 책 읽으면서 샌드위치를 드시면 체하지 않으시려나~?
쿨럭~(,.)

AgalmA 2015-07-24 00:18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일전에 샌드위치 레시피 왕창 올리셨잖아요ㅎㅎ 제 샌드위치 보고 기함하지 않으셨나 모르겠네ㅋ; 나름 영양가는 있는데ㅋ
그 책 도서관에 신청해서 보고 제 샌드위치 레벨을 좀 올려야겠죠ㅎㅎ? 하루키에게 영향 받아 오이 샌드위치는 제법 먹을 만하게 만들기도 합니다ㅋㅋ

왜요~ 언젠가 콜린 윌슨 <잔혹>도 밤새워 읽고 샌드위치 해먹으며 대미를 장식~ㅎ))
제 식단과 독서 궁합은 `우리 제법 잘 어울려요` 합니다ㅎㅎ

fledgling 2015-07-23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칸트 3종 세트 사놓고 책장에 고히 모셔두고 있답니다... 언제 펼칠런지...ㅎ 리뷰 기대합니다!

AgalmA 2015-07-23 23:55   좋아요 0 | URL
스피노자랑 들뢰즈 제대로 읽으려면 칸트를 대충 파악해서는 안 되겠더군요. 책세상에서 나온 다이제스트판만 읽다가 이젠 제대로 봐야지 않겠나 싶아서 한 권 한 권 저도 사모으고 있어요^^...일만 아니면 집중해서 읽을텐데 여러모로 성질나는 여건입니다~_~)˝

북다이제스터 2015-07-23 2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순수이성 비판>... 저도 언젠가 원전 도전하고 싶은데ㅠㅠ 높은 산이란 느낌이 들어서 왠지 멀게 느껴져요.

AgalmA 2015-07-24 01:49   좋아요 0 | URL
북 다이제스트님 평소 읽으시는 책들에 비해 그리 어려운 책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 용어와 개념이 낯설어 초반엔 고역일 수 있지만, 칸트 철학이 명쾌한 부분이 많아 저는 `집중`의 문제가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올여름 칸트 집중해 보심은? 헤헤))

CREBBP 2015-07-24 0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왕꿈틀이가 뭔가 찾다가 이상한 유투브 보고 있었는데 답글 주셨습니다. 애들이 좋아하겠군요. 성인 점심의 후식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멸치 샌드위치와는 잘 어울릴듯

AgalmA 2015-07-24 01:50   좋아요 0 | URL
제가 젤리류를 너무너무 좋아해요^^;; 이동진 씨도 동류의 ˝마이구미˝ 엄청 좋아한다고 해서 ㅋㄷㅋㄷ
멸치 샌드위치와 어울린다고 말씀해 주셔서 몸둘 바를ㅎㅎ;;; 정말 짭짤하고 달콤하단 말이죠! 계속 밀고가도 되겠어!))
 

§

여러 책과 같이 읽다가 다 읽지 못하고 도서관에 반납하는 책이 종종 있다. 경험상 그리 되면 다시 찾아서 읽기 쉽지 않다. 왜 그런 걸까. 우리 연애하다 헤어진 거니? 서로 간 보다 틀어진 거야? 십중 팔구 새 책 때문이겠지...크흑, 미안해.....누가 재밌자는 농담인 건지-_-)))


도서관에서 이제 한 권씩만 빌려야겠다!

집에도 안 읽은 책이 많다. 아니, 이런 제목의 책이...꺼내 읽다가 아, 여긴 내 집, 이건 내 책! 좋군!!!🐒(끼끼) 집이 몇 백 평 되는 줄 알겠다...


얏호~ 소장하고픈 신간도 끝이 없다네~
<문학의 고고학>과 <행간>을 언제 사서 읽을까.















이봐, (끼릭끼릭, 욕조 물 밸브를 잠그며) ㅡ맞아, 난 장 필립 뚜생의 『욕조』도 읽다가 반납한 거 같다. 중고책 가격이 아주 올랐더군. 세상의 모든 사물은 읽다만 책 같아ㅡ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는? 응? 그것도 읽다 말았지! 그 밑줄들 다 어떡할 거야?

《대부 1》에서 마이클이 그랬듯 숨겨둔 권총을 빼들고 덤빌 거 같다. ((탕.탕.탕)) 방탄책! 방탄책!!! 

오, 돈 꼴레오네, 저와 제 책들을 지켜 주십시오. 
자꾸 엉뚱한 상상 넣지마!!


움베르토 에코 『중세 1』 출간소식을 듣고도 그리 마음의 동요가 없는 것이...
작년에 산 『1900년 이후의 미술사』비닐도 뜯지 않는 채 그대로다. 나는 보려고 작정했을 때 사는! 것이 아니라....비닐을 뜯는다. 『중세 1』은 비닐을 뜯고 싶을 때 살 것이다. 설마 비닐 커버가 없는 건? 그리 비싼 책이 그럴 리가!







(뜬금넚이) 내 희망도서 도착 알림문자도 안 주고 휙~다른 사람 주고 나쁜 거 아닙니까! ㅁㅁㅁㅁ도서관!

아직 시는 괜찮은데, 요새 소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웃 서재에서 페소아 얘기가 나와 다시 펼쳐 본 시집, 알베르또 까에이로(페르난도 페소아의 72개 필명 중 하나;) 《양치는 목동》은 여전히, 완벽하게! 좋았다.


˝사물의 신비? 우스운 소릴 뿐!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신비는 누군가 신비에 대해 생각을 갖는 것.
누구나 햇빛을 받으면 눈을 감는다.
더위 속에서 여러 가질 생각하겠지만
무엇이 태양인가 알려 하진 않는다.
그러나 눈을 떠 태양을 보면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햇빛은 어떤 철학자나
어떤 시인의 사고보다 더 큰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햇빛은 그 스스로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그러므로 결국 틀리지 않고, 일반적이며 좋은 것이다.

형이상학? 저 나무들이 무슨 형이상학을 가지고 있는가?
....(중략)... ˝



소설 읽을 때 머릿속 톱니바퀴가 굉장히 뻑뻑하게 느껴진다. 뇌과학 책 읽을 때보다 진도가 느리다니... 절망;
문학 독서 치료술이 시급하다. 회진 잘 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담당자 나와! 담당자 휴가 중입니다. 뭐, 누구 맘대로 휴가야! 가만 자넨 못 보던 얼굴인데 어디 담당인가?


멋대로 쓰니까 재밌다... 후후)
ㄷㄷ

신간, 매달 초, 이벤트, 괜찮은 알라딘 굿즈가 얽히면 알라딘 복잡계도 순식간.
어디든 사람 사는 데니까....
스스로 잘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체로 선택의 문제였다. 하거나 하지 않거나.

그런데 새벽, 하늘이 파랗게 밝아온다. 파랗게 보는 게 아니라?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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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7-23 05: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다만 책~ 찔립니다. 그나마 죄책감이 덜하다고 생각되는 책욕심,. 이제 책이 저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나 읽어줘~~~ 책이 말을 하네요... ㅋㅋ 나도 읽다 말았는데.. 뒤적뒤적하다가 맙니다 ㅋㅋ

AgalmA 2015-07-23 13:05   좋아요 0 | URL
읽다마는 거 정말 싫어하는데, 양적 과부하 같아요ㅎㅎ;
그래도 갑자기 생각났을 때 책장에서 꺼내들 때의 기쁨이! 누가 들으면 1캐럿 다이아몬드 목걸이라도 찾은 줄 알겠으나ㅎ;;

하나 2015-07-23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었어요. 저는 소설 읽을 때는 한동안 소설만 읽게 되고, 이론서나 철학서적 같은 걸 읽을 때는 또 그런 책들만 읽게 되더라구요. 아갈마님은 책 분야에 상관 없이 전환이 잘 되시나보다, 하고 몰래 부러워했었거든요. 그나저나 요즘은 습하고 더워서 독서 치료술이 아니라, 날씨 치료술이 필요할 듯해요 ㅠㅠ 비 오는데 왜 덥기까지..

AgalmA 2015-07-23 13:16   좋아요 1 | URL
무슨 술이든 다 필요한 날씨 같습니다. 5분 마다 잠에서 깨길 반복했더니 잠을 잔 건지 만 건지 정신이 없어요; 아무래도 뭐든 날씨 탓으로 좀 돌려봐야겠어요ㅎ
독서 자체가 이미 노력이듯이 다방면 책들을 보는 것도 노력이며 적응이라고 생각합니다...삶을 사는 것과 같다고 봐요. 그래서 쉽게 낙담할 것도 없는 것 같고....수학은 정말 처음부터 다시 해야되지만ㅜ;

물고기자리 2015-07-23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매체도 마찬가지지만 북플의 흐름을 읽어 보는 것도 책을 읽는 것만큼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어쩌면 책을 읽는다는 것의 효용은 무엇에서든 읽게 된다는 게 아닐까도 싶고요. 무엇보다 제 자신을 읽게 되는 것이 가장 큰 효용이 아닐까 싶지만 서로에게 읽히고, 읽으면서 자신을 찾아가게 되는 거겠죠 ㅎ 전 늘 한 발 떨어진 상태로 마이웨이 하는 성향이지만 빨리, 많이 보단 우직한 읽기를 고집하며 사는 것이 저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

AgalmA 2015-07-23 14:02   좋아요 0 | URL
저도 북플에 대해 동감입니다^^ 점점 화젯거리가 몰리는 감이 있죠. 사람 사는, 독서꾼들 동네다 보니 어쩔 수 없는ㅎㅎ 요며칠은 <앵무새죽이기>와 <악스트>가 대세.
그럴 때 저는 딴 말, 마이웨이 재밌어요ㅎ

2015-07-24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5-07-24 00:54   좋아요 1 | URL
그래서 리뷰는 각종 호신술과 연금술이 필요해지는ㅎㅎ;;
 

 

§ 키티 제노비스 사건[*]의 시민이 되다 

일주일 넘는 강행군으로 녹초 상태였다. 잔업을 집에 가져 왔으나 책상과 의자가 지긋지긋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자고 일어나야지 하면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사달이 나는 걸 늘 겪었으면서.

다시 눈을 뜨게 된 건 고성 때문이었다. 언젠가 들었던 목소리였다. 나는 또, 하고 생각했다. 사람의 인지능력은 참 신기하지.

이곳에 이사 올 땐 언덕 끝 외진 곳이라 조용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집에 살면서 시시때때로 괴성과 싸움과 실랑이를 듣고 봐야 했다. 사회 분위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인지 이 동네가 유독 그런 것인지 점점 가늠하기 어려웠다. 집 앞은 구석이면서 제법 넓어 쓰레기 수거차, 레미콘 차량들조차 공회전을 하며 대기하는 일도 잦았다. 도서관 5분 거리 외에 이 집의 장점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었다.

무거운 몸을 일으키기 너무 힘들었으므로 누군가 나가 봐 주길 바랐다. 마침 옆집이 대문을 열고 나가보는 것 같았다. 나는 어떻게 해 주겠거니 하며 다시 잠들었다. 비명 소리가 1분 이내 내 의식에서 사라졌다.

 

 [*] 키티 제노비스 사건(Murder of Kitty Genovese)1964313일 뉴욕 주 퀸스에서 캐서린(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강도에게 강간살해당한 사건으로, 방관자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

위키백과 : https://ko.wikipedia.org/wiki/%ED%82%A4%ED%8B%B0_%EC%A0%9C%EB%85%B8%EB%B9%84%EC%8A%A4_%EC%82%AC%EA%B1%B4

 

 ※ boooo님이 <한국 스켑틱 2015 vol. 2>를 보고 이 사건이 기자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한 글이 생각났다.

 http://blog.aladin.co.kr/764863113/7607878

 

 

 

 

 

 

 

§§ 마봉춘 기자가 나타나다

역시 사달이 났다. 연신 시계를 봐가며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을 하고 있었다. 아래층부터 또각또각 구두소리와 함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구두소리가 낯설었다. 전도하는 사람들이 신고 다니기엔 너무 굽 높은 구두소리였다. 어쨌거나 나는 매우 바쁘오. 제발 날 귀찮게 하지 마쇼! 오지마, 오지마…… 속으로 중얼대며 책상에서 안절부절이었다. 스케줄 펑크내서 죄송하다고 언제 전화로 알려야 하나 별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시계를 또 봤다.

. . .

(올 것이 왔군. 다 알면서) 누구세요?

마봉춘 기자입니다.

(의외의 답. 요즘 전도(傳道) 멘트가 색달라진 건가;) 네?

마봉춘에서 나왔는데, 간밤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혹 아시는 것 없나요?

(아, 어제의 비명소리가 …….)

취재를 나올 정도의 사건이었다면 내가 더 묻고 싶었다. 시계를 보았고 세수도 못한 몰골로 7센티 이상의 구두를 신은 마봉춘 기자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왜 하필 오늘! 모든 불운이 다 닥친 것인가! 물론 이걸로 끝나지 않았다. 10시까지 밥도 먹지 못하고 책상에 코를 박고 있어야 하는 상황을 계속 겪는다.

나는 대문 손잡이를 잡은 채 마봉춘 기자를 정식으로 만날 기회를, 사건의 의문을 버렸다.

열린 창 너머 또각거리는 마봉춘 기자의 동태가 전해졌다. 낭랑한 목소리로 오가는 주민들을 붙잡으며 어제의 사건 소식을 묻고 있었다. 일이 잘 진척되지 않는지 푸념소리가 들렸고 조금 후 사라졌다. 나는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곧 튀어나와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마봉춘에 복직하게 된 이상호 기자는 잘 지내고 있을까. 징계 처분 외에 무엇이 더 기다리고 있을까. 

광화문에서 이상호 Go발 뉴스 인터뷰 하던 때가 아주 오래 전 일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정원이 제일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 또 밤

하루 종일 복기한 어제의 사건을 급히 검색해봤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사망사고는 아니었다.

요 며칠 계속 프로파일러 생각을 했다. 하루 일과의 시작은 간밤의 지구대에 보고된 사건 사고 중 범죄성이 짙은 사건을 골라낸다고 한다. 트라우마 때문에 잦은 이직률에 자살까지 한다는 직업의 특수성을 전하는 전직 프로파일러는 결혼과 대인관계를 포기하는 말투였다. 꿋꿋한 표창원 씨를 떠올리고 있을 때 그도 표창원을 언급했다. 한동안 언론에 잘 나오지 못했던 표창원 씨가 요즘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 자주 나와 반갑다.

지난주에 본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처음 알게 된 사실. 화재 현장에서 심상치 않은 사건은 대번에 냄새가 난다고 한다. 사람이 탄 비리고 역한 냄새.

오늘도 내가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 자신도 겨우 구해냈다. 11시에 밥을 먹고 있었다. 머리 위 형광등에서 벌이 마치 어떤 의식처럼 붕붕거리고 있어 어떡해야 하나 생각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벌의 날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벌은 영영 멈춘 것 같았다. 그 잔해를 찾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잔해는 꼭 찾아야 한다. ■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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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07-17 0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같은일들이 실제에서도 일어나고있다는것이 소름돋아요. 괜찮으신가요?

AgalmA 2015-07-17 02:23   좋아요 0 | URL
저도 도울 수 있었을 일이었는데, 제 상태가 너무 좋지 못했던 게 내내 맘이 걸렸습니다...이리 반성문 비스무리하게 쓰고 있는 정도면 괜찮다고 봐야겠지요ㅜㅜ? 정말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안부 인사 감사드립니다

2015-07-17 0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7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돌궐 2015-07-17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경험으론 벌은 자기가 들어온 구멍을 알고 있습니다. 놔두면 알아서 나가더라구요. 힘드신 일도 그럴 거에요.

AgalmA 2015-07-17 11:44   좋아요 0 | URL
그 벌이 저 벌이 아닌 것일텐데 일순간 착각ㅎ;;....헌데 벌이 들어올 때 소리도 들었던 터라 다시 날아가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형광등에서 그쳐서 말이죠. 어쨌거나....

에이바 2015-07-17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 그동안 바쁘셨군요.. 식사는 하셨나요? 포스팅은 반갑지만 마음은 무겁네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AgalmA 2015-07-18 00:37   좋아요 0 | URL
비빔면 먹었습니다~^^...바빠도, 돈이 적어도 감안하겠는데 책 볼 시간이 없다는 게 가장 화납니다ㅡㅜ 일하며 온종일 생각만 하다보니 책 얘긴 쥐꼬리고 생각만 잔뜩 입니다;

cyrus 2015-07-17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영화나 소설에서 나올법한 일이지만, 정말 영악한 놈은 사건 취재 오는 기자나 사건 증인을 확보하기 위해 찾아오는 경찰로 가장해서 증인으로 여길 만한 사람들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AgalmA 2015-07-18 00:39   좋아요 0 | URL

삶처럼 아무리 대비해도 무언가 온다면 기습적이겠죠...
cyrus님은 이제 하드보일드 SF 소설을 쓰시면 되겠습니다! ^^

CREBBP 2015-07-18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습작 소설 정도로 알았는데 실전 얘기였군요. 그 방면으로도 소질 있으신듯.. 묘사가 묘하게 재밌어요. 아 재미있으라고 쓴 건 아니라는 건 알지만..

AgalmA 2015-07-18 01:27   좋아요 0 | URL
소설쓰기를 즐깁니다만 이런 소재와 방식은 제가 원하는 게 아닙니다ㅜ 겪는 일화들이 이렇다보니~_~);

2015-07-18 0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07-18 0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일 없었다면 되었습니다. 병나지 않도록. 잘 챙겨 먹고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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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가 한국정부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5조다. 서울시 한 해 사회복지 예산에 육박하는 금액이자 대구시 한 해 총예산에 맞먹는다. 슈킹 할 만큼 해 놓고도 한국의 빈틈을 남김없이 공략하는 론스타의 꼼꼼함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나꼼수부터 지금 그알싫, 기타 유사 언론들에서 이 문제의 중대성을 논하지만 자꾸 묻힌다. 여전히 사태에 대해 `내 일 아니니까`, 늘 하던 대로 `나라꼴....` 툴툴대며 에이 소주나 한 잔, 어, 이거 살까? 하는 상황...

[그것은 알기 싫다]-이슈대이빨:내 돈 30만원은 어디로
http://www.podbbang.com/ch/7585?e=21739328

론스타가 이 조정건에서 이기면, 다음 만수르, 그리고 더더 얼마나 나올 지 모른다. 막을 능력이 없다는 게 더 무력하지.
대부분 멍하니 자기 앞만 걱정하는 동안 이런 정부의 실책을 견제하지 못해 매년 휘청휘청이다. 그러면서 국민 세금 타령 소리가 나오나?
욕을 하며 해마다 4대강 녹차라떼 뉴스를 계절 풍경처럼 본다.

금리 내려서 집 사게 해 놓았지만 세계불황의 계단에서 살짝 누군가 건드려도 곧 변동금리의 지옥을 맞보게 될 걸? 그리스 사태가 강 건너 불구경이 절대 아니라는 것.
최저임금 협의는 언제나 몇 십원 몇 백 원...구걸보다 못한 논의 수준이고, 15년을 일해도 깎을 수 있을 때까지 깎기 위해 `프리랜서 수위`라는 명칭까지 붙이는 비정규직 쇼크랜드는 재미인지 공포인지 연일 헷갈린다.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넘기는데 일조한 정부인사가 이번 론스타-정부 조정건에 참여하고 있는 건 역시나 한국답다.... `또 뵙네요~ 하하)) 잘 지내셨죠?` 이런 총체적인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정쟁과 제 밥줄-연줄 찾기 바쁜 인사들을 정부로 보내놓고 국민의 삶을 잘 지켜줄 거라 생각하는 순진함은 생각의 기네스감이다. 그 국민의 그 정부 꼴....뭘 제대로 해 보지도 않고서 무관심한 이들은 이젠 욕 들어가며 배워도 시원찮을 상황이다. 자유? 네 자유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등짝 스매싱)))

박근혜 정부가`증세없는 복지` 맞추려고 온갖 것(교통벌칙금, 담배세, 연말정산 세금폭탄 등등...)에서 세금을 갈취하는 행태는 박정희 정권 때 증세 욕 들을까봐 부가세 도입한 것과 꼭 닮았다.
정책지원금 마련하고도 정작 제대로 된 정책이 없어 쓰지 않고 있는 육아지원금은 누구의 돈인가.
전염병 연구소를 300억 넘게 들여 지어놓고 방치하고 있다가 `메르스`, `홍콩독감`을 무력하게 맞고 있는 한심함은 끝이 없다. 연구도 안 되면 초기 방역이나 잘 해라! 무능을 가릴 재주도 없냐! 아 참참, 이 나라에선 그래도 되지~~
급[어떤 부패와 비리도 정부급이면 무마해 드립니다]

국민이 죽어나가든 말든 군기 잡고, 폼 잡기 바쁜 인간들이 만드는 지금 한국의 시간. 반쪽이 움직이는 이상한 세계. 세상의 움직임은 참 이상하지.

주름살과 뱃살 걱정, 맛있는 거!, 돈에 열광하는 게....생활 전반에 이렇게 뿌리깊게 깔려 있는데, 세상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는 걸까. 저 무대 뒤편의 악취나는 거래를 커텐으로 덮으며 자기 고민에 빠져 뭘 하려는 걸까. 이미 검은 땅에 발목이 빠진 채.
정치에 관심 없다. 정치가 여기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말하는 사람은 심각하게 반성해 봐야 할 것이다. 그것은 고상함도, 중도도, 현명함도 아니다. 사회 속에 사는 한 모든 인간은 정치성을 가진다. 자유를 추구한다고 말하는 것도 이미 정치성이다.


참여정부 때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넘어가게 만든 건 성과주의의 실책이었다고 보지만, 그 뒤라도 한국은 외국기업계 제재 방안을 강화했어야 했다. 슈킹하기 바쁜 정치인과 정책 발의가 전무한(그나마 있던 국회법 발의도 골치 아파지자 본인 게 아니라 발뺌...)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아놓고 정상적이길 바란 게 비정상적이겠지만...설마 그 정도까지야 했던 것이 정확히 우리 뒤통수를 친다. 같은 한국인? 우스운 구분이 된 지 오래다. 한국에는 세계적인 구분이 있지. 갑이신지 을이신지~ 우유 쳐 안 받아? 땅콩 먹을래요? X, 땅콩 안 까 줬어!

정책이 아닌 정치인, 정치색을 따지는 문화. 연예인이든 작가든 정치인이든 대상을 경배하기 바쁜 나라.
작은 일엔 불같이 화내면서 큰 일엔 생각도 움츠러드는 문화. 얕잡아볼 대상을 찾아 억지 가득한 욕을 해대는 나라.
왜 이토록 기본적인 것 마저도 안 되는지 화가 난다. 이게 과연 교육과 언론과 경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 걸까.

배달시켰던 수박이 깨졌다며 운송 기사분이 반품을 할 것인지, 다시 받을 것인지를 물었다. 더운 날 기사분이 왔다갔다 하는 게 고생스러울 거 같아 반품하기로 했다. 근본적으로 지금 내 형편에 수박은 사치인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작동한 거 같다.

내 일처리 능력은 예전보다 더디다. 자주 쉬었기 때문이다. 일이 밀리고 눈치가 보인다. 자고 싶다. 내 속에 스위치가 있다면 좋겠다.
007 같은 영화를 볼 때면 기상천외한 발명품이 한 번 사용된 뒤 얼마나 쉽게 버려지는지 유심히 바라보았다. 내 가난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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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7-10 0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은 `좋아요`보다는 `슬퍼요`를 누르고 싶습니다. ㅜㅜ

AgalmA 2015-07-10 22:23   좋아요 1 | URL
응원~응원~ 슬픔의 에너지로 발전소를!

2015-07-10 0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0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0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5-07-10 22:24   좋아요 0 | URL
내용이야 잔인해도 재미의 미장센 추구!

2015-07-10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0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0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0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