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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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우리는중독을사랑해


우리는 모두 중독자다.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다. 동시에 무방비한 상태다. 그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상을 파악하고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하는 일일 테다. 그것에 결말이나 정답 따위는 없을 테지만, 우리가 손을 내밀어 준다. 같이 한번 뛰어들어 보자고. 이 지긋지긋하고 환멸 나는 중독의 세계로 가보자고. 잡은 손 놓지 말고, 계속 한번 살아 보자고. _#박참새 추천의글


갓생, 배민맛, 방꾸미기, 랜선 사수, 중고거래, 안읽씹, 사주풀이, 데이트 앱, #좋아요


"나의 너무 많은 것을 투사해버렸다"라는 도우리 저자의 글처럼 이 책은 대중적인 사회현상을 직접 겪으며 살아가는 젊은 도시인의 '중독'에 관한 사회보고서이자 우리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매 챕터마다 무릎을 탁! 치며 페이지를 넘기기에 바빴고, 조금은 생소하지만 깊게 파고드는 사회현상이나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중독'이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가볍게 시작하지만, 무언가에 꽂히게 되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나만의 '중독'된 습관들. 그리고 유행하고 있는 현시대의 중독들에 대해 이토록 통찰력 있고 재미있으며 공동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모두 중독자가 아닐까? 명쾌하고 실랄한 자본 없는 자본주의 중독 사회 보고서 일독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인테리어는 주거 housing 기념의 일부일 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방 이미지들에 주거의 질에 대한 이야기는 지워져 있다. 아무리 좁은 원룸이어도 넓게 보이게, 로망대로 실현하는 노하우 수준에서만 이야기된다. 평수나 환기 시설이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집이 넘치고, 성폭력 범죄에 대한 치안 비용을 여성 개인만 감당하는 문제 같은 건 러그나 포스터 뒤편에 그대로 가려져 있다. 가난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방식으론 눈에 보이지 않게 됐다. 오늘의 집들은 모두 다른 시공간에 살고 있다. _83~84p.


우리 대부분은 아무리 배워도 날로 가속되는 기술 발전에 따라 일못러가 되고, 언젠가 모두 대체 가능해진다. 랜선 사수는 그런 시대의 과도기 혹은 우리의 불안감을 채우기 위한 임시 땜질이다. _104p.


당근 마켓을 도시인들의 사이버 구황작물이라고도 빗대본다. 수익이 주된 목적이더라도, 당근 마켓에선 너무 척박해진 주민·시민 간 사회적 거리가 조금 좁혀져 있는 건 사실이다. 잃어버린 반려견을 함께 수소문해 주고, 낯모르는 사람에게 '혹시··· 당근이세요?'라며 인사를 건네고, 무료 나눔을 보탤 땐 어쩔 수 없이 약간, 잠시, 덜 외롭다는 기분이니까. _132p.


콜포비아나 톡포비아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세대로 지목된다. 그것은 단지 면대면 대화를 꺼리거나 사회화가 덜 된 미숙한 탓이라기보다, 메신저 플랫폼을 통해 초연결 노동과 갑질, 폭력에 더 쉽게 노출되는 청년의 현실과도 이어진 문제다. _147p.


이제 SNS를 하는 사람이 관종이 아니라, 안 하는 사람이 오히려 별종이다. 페이스북, 유튜브, 틱톡 중에서 하나라도 하지 않는다면 술이나 커피나 담배 중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그 사람이 귀엽거나 예쁘거나 잘생겼거나 말발이 좋거나 직업이 특이하다면 대단한 금욕주의자처럼 보인다. '아, 아깝다. 저 정도면 팔로워 5만 명에 좋아요 100개쯤은 금방 땡길 텐데.' _202p.


#도우리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책추천 #사회정치 #인문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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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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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아주오랜만에행복하다는느낌


"사는 건 자기 집을 찾는 여정 같아." _40p.


계절과 계절 사이, 짧아서 더 아쉬운 계절 가을. 서울에 이런 동네가 있다고? 책을 읽으며 그 동네는 어디 즈음일까? 언덕 위 단독주택을 상상해 보게 된다. 페이지를 넘기다 문득 마주하는 문장을 몇 번이고 읽고 더듬다 보면 남은 페이지가 얼마나 되지? 하고 살펴보게 된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내 마음의 흐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백수린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며 깊어가는 가을을 다가올 계절들과 시간들을 도닥여보는 시간이었다.


언니의 창문을 보며, 하나둘씩 빛이 차오르는 이웃들의 창문을 보며,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게 하는 놀랍고도 신비로운 힘에 대해서 이따금씩 생각을 해본다. 나는 여전히 이 세상의 많은 비밀들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아무리 계획을 세우고 통제하려 한들 삶에는 수많은 구멍들이 뚫려 있다는 것을 안다. 그 틈을 채우는 일은 우리의 몫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모서리와 모서리가 만나는 자리마다 놓은 뜻밖의 행운과 불행, 만남과 이별 사이를 그저 묵묵히 걸어나간다. 서로 안의 고독과 연약함을 가만히 응시하고 보듬으면서. _31p.


어째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죄다 하찮고 세상의 눈으로 보면 쓸모없는 것들뿐인 걸까. 하지만 이제 나는 쓸모없는 것들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촘촘한 결로 세분되는 행복의 감각들을 기억하며 살고 싶다. 결국은 그런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할 것이므로. _59p.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겠지만 슬픔이 너무 커서 세상에 대해 원망만 가득했던 마음이 찬란한 가을 햇살 속에서 맞닥뜨리는 어떤 풍경들에 황홀함으로 물드는 걸 느낄 때마다 나는 아름다움은 어쩌면 삶을 닮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정말 그렇다면 정해놓은 목적지도 없이 팔랑팔랑, 느릿느릿 걷는 매일매일이 쌓이는 동안 내 눈길이 오래 머무는 모든 것의 이름 또한 틀림없이 '아름다움'일 것이다. 아름다움은 도처에서 저마다의 빛을 품은 채 자라고 있다. _142p.


#백수린 에세이 #창비 #에세이 #에세이추천 #책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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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쓰담쓰담 - 이누·아리·두리와의 일상을 쓰고 담다
김성욱 그림, 임윤정 글 / 상상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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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오늘도쓰담쓰담


이누를 향한 사랑은 이전에 경험한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걸 깨달은 건 이누를 만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이 얘기인즉슨, 함께한 시간의 길이가 사랑의 깊이를 만들어내진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는 한 달 만에 이누를 완. 전. 히 사랑하게 된 것이다. _19


한 지붕 아래 사람 둘, 푸들 셋! 푸들 셋!이라니 이미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반해버릴 것 만 같은 예감이 들기 시작한다. 꽤 오래전, 검정 푸들을 입양해 새끼일 때부터 키웠는데 집에서만 키워서일까? 산책하는 습관이 들지 않았던 우리 강아지는 계단 내려가는 법을 몇 번 알려줬을 뿐인데, 현관문이 열린 사이 그길로 집을 나가버렸다. 전단지를 붙이고, 비슷한 개는 없는지 퇴근 후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비슷한 강아지는 없는지 찾기를 한 달여가 넘게 하다 집으로 돌아오긴 힘들겠다 싶어 포기했던 기억이... 함께 했던 시간들이 이별을 준비할 새도 없이 갑자기 다가왔던 아팠던 마음이 문득 떠오르곤 해서, 내 생에 반려견은 다시없을 거라는 다짐을 했더랬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애정,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이 작은 생명들을 막내동생처럼, 때론 자녀처럼 키우는 사람들이 대부분임을 알게 된다. 분명 언어가 달라 말이 통하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그 앞에서 넋두리를 하기도 하고, 꼭 안고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저 곁에 조용히 있다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스러운 존재. 김성욱, 임윤정 부부가 이누·아리·두리와 함께한 일상은 사람과 강아지의 공존과 유대는 잊고 있었던 작았던 꼬마와의 소중하고 뭉클한 감동, 귀여움 한도 초과, 행복했던 시간들을 떠올리게 했던 시간이었다. 반려견과의 삶을 계획 중인 이들, 또는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 반려견과 함께 사는 삶을 어떨까?를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나와 남편은 딩크(DINK)다.

'아이 낳아 기르기 힘든 세상이라', '아이가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라'라는 핑계를 늘어놓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노력해 나갈 용기와 끈기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어서 나는 이누·아리·두리의 엄마가 되었다. 자식을 낳아 길러본 적 없는 내가 감히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이누·아리·두리는 내 모든 걸 내어줄 수 있는 아들이고 딸, 내 자식이다. _44~45p.


우리 부부는 세 마리만 키우는 게 아니다. 더 많은 존재들을 키우고 있다. 그 과정에서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이누·아리·두리에게 받은 사랑이 너무 많아서, 가득 차서 넘쳐흐르다 흐르다 못해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강아지의 세계로. 모든 사랑스러운 존재들의 세계로. _109p.


강아지를 사랑하지 않거나 동물권에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동물 학대와 관련된 사건을 외면하지 않길 바람다. 잔혹성이란 점차 습득되고 강화되는 것이다. 동물 학대가 결국 인간에게 해를 입히는 강력 범죄로 이어진다는 통계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인간이니까, 인간의 존엄성을 귀히 여기는 인간이라면 인간의 격을 훼손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할 것이라 믿는다. _211p.


#김성욱 그림 #임윤정#상상출판 #동물에세이 #반려가족 #반려견 #도서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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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지 마라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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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과 '청년'은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즐겨 찾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때의 '지방'과 '청년'은 한데 뭉뚱그려졌다가 곧 사라져버리는 대상이기도 하다. 작가는 좀 다르다. 작가에겐 애당초 보편적인 '지방'과 '청년'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각기 다른 지방과 각기 다른 청년만 있을 뿐이다. 이야기는 늘 거기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_작가의 말

_

하지만 정용은 지금 진만의 수중에 25만 원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남들은 몇억 원씩 되는 아파트를 영혼까지 끌어 마련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진만의 영혼은 과연 어떤 영혼인가? 무슨 다이소 같은 영혼인가? 다이소에서 파는 5천 원짜리 지갑에 깃든 영혼인가?_242p.


짧은 소설 연작이라는 부제답게, 매 에피소드마다 소제목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은 짧은 호흡인데도 그 흐름이 전혀 어색함 없이 흐르듯 흘러간다. 지방대를 졸업하고 함께 광역시 외곽에 보증금 없는 월세 30짜리 방에서 함께 살기로 한다. 짧은 이야기들이 언제까지고 이어져 다음 이야기를 예고하며 끝나길 바랬나보다.... 진만과 정용이 자신의 일도 찾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사는 모습도 보고 싶었는데..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소설에 무심한 듯 풀어낸 이야기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전공을 살려 취직할 길은 없어 보이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진만과 정용의 이야기는 어느 먼 나라 청년들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아프지 않아도 청춘이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미래를 그려보기도 하고 노력하면 되는 일도 있구나!라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갔으면 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다시 보는 책표지가 왜 이리 아련한지. 진심 추천하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지난달에 네가 방값 10만 원 더 냈잖아. 그거 그냥 바로 주려고."

"이건 뭐....다 물고 물려 있구나."

(중략) 진만은 생각했다. 왜 없는 사람끼리 서로 받아내려고 애쓰는가? 왜 없는 사람끼리만 서로 물고 물려 있는가? 우리가 뭐 뱀인가? _139p.


'얼른 들어와. 카드회사에서 고지서 나왔어. 이거 빨리 해결해야 할 거 아니야.'

정용은 여러 번 단어를 고쳐 적은 후 겨우 문자를 보낼 수 있었다. 기분이 나빠졌다기보단 어쩐지 조금 슬퍼졌다.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는 기분, 원인이 명확한 것은 감정. 그러니 그에겐 그것이 기분인 것이 맞았다. 그는 까닭 없이 조금 서글퍼졌기 때문이다. _274p.


#눈감지마라 #이기호 #마음산책 #소설 #한국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책추천 #도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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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택배로 왔다 창비시선 482
정호승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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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슬픔이택배로왔다


택배


슬픔이 택배로 왔다

누가 보냈는지 모른다

보낸 사람 이름도 주소도 적혀 있지 않다

서둘러 슬픔의 박스와 포장지를 벗긴다

벗겨도 벗겨도 슬픔은 나오지 않는다

누가 보낸 슬픔의 제품이길래

얼마나 아름다운 슬픔이길래

사랑을 잃고 두 눈이 멀어

겨우 밥이나 먹고사는 나에게 배송돼 왔나

포장된 슬픔은 나를 슬프게 한다

살아갈 날보다 죽어갈 날이 더 많은 나에게

택배로 온 슬픔이여

슬픔의 포장지를 스스로 벗고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나에게만은

슬픔의 진실된 얼굴을 보여다오

마지막 한 방울 눈물이 남을 때까지

얼어붙은 슬픔을 택배로 보내고

누가 저 눈길 위에서 울고 있는지

그를 찾아 눈길을 걸어가야 한다


올해로 등단 50주년이 되는 정호승 시인의 <슬픔이 택배로 왔다>는 제목부터 마음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올가을이 가기 전 이 시집 한 권은 꼭 읽어야지 했는데, 출퇴근길 들고 다니며 문장을, 시의 행간을, 단어를... 문장이 주는 위로에 다시 한번 시를 읽어야지 꼭곡 씹어먹지는 못하더라도, 그냥 훑어보다가 어! 하고 마음이 닿는 시 한 편을 만남에 행복해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몇 편의 시를 골라 독서노트에 꾹꾹 눌러 적어두기도 했다. 휘리릭 넘기다 어떤 페이지를 읽어도 좋다고 생각될 것이다. 올가을 좋은 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을 책으로 추천!


#정호승 #시 #창비시선482 #책 #도서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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