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사찰여행 55 -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 여행지
유철상 글.사진 / 상상출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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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싶다 생각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산림욕장이 있는 숲속의 펜션들이었다.  낮엔 내리쬐는 햇빛 속에 길을 거닐기도 하고, 평일의 고즈넉한 산사를 조용히 돌아보기도 하고 어두워지는 밤엔 숙소창가에 앉아 내다보는 깜깜한 밤하늘의 별이 도심의 그것과는 달라서 좋아하곤 했다.  어릴때부터 부모님의 영향으로 산사를 가끔 찾다보니 절에서 꼭 무엇을 하지 않아도 고요한 그 내부에서 나도 모르게 위안을 받고 나오곤 했던것 같다.  그래서 일까?  지금도 가끔, 힘들때면 가까운 절을 찾곤 한다.  꼭 공양을 드리거나 절을 하기 위해선 아니지만 그곳을 가는 길에 들어서면서부터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끼곤 해서 였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에도 무게가 있을까? 없다면 가슴 한편을 짓누르는 이것은 무엇인가.  생각에도 크기가 있을까? 없다면 머릿속을 꽉 채운 이것은 또 무엇일까.  크게 부족하지 않은 삶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마음에 텅 빈 공허감이 몰려왔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친구도, 행복도, 즐거움도 간 데 없고 삭막한 도시의 도로를 위태위태하게 걷고 있는 내가 있었다. / 저자의 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마음의 무게가 없을 수 있을까?  삶은 점점 힘들어 지는것 같고, 다른이들은 즐거워 보이는데 나만 힘든것 같아 괴롭다.  그것을 좀 떨쳐내고 싶지만 또 버티고 버텨 하루, 한달, 일년을 살아내고 살아내다보면 어느덧 빵빵하게 부풀은 마음의 짐을 어디 하소연 할 곳 없이 끌어안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이것이 곪으면 짐이 되겠지, 그래서 나만 아프겠지 싶다가도, 해소할 방안을 찾지 못해 아둥바둥하고만 있는 날 보게 된다.  그럴때면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곤 한다.  누군가에게 말을 해서 덜어질 짐이라면 누구보다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로 고민들을 털어냈겠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봄이 되고 부쩍 여행관련 책들을 많이 읽고 있는거 같지만, 아마도 당장 떠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더 책에 집착하는 중인듯 하다.  그러던 중 <나를 위한 사찰여행 55>를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10년을 준비했다는 저자의 시작글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의 내용은 참으로 알차다.  걸으며 사색하는 여행이 모티브인 이 책은 휴식 / 마음 / 수행 / 인연 / 여행/ 힐링 등으로 크게 나뉘어져 있다.

이 책은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읽어도 좋지만,  내가 관심 있었거나 혹은 다녀왔던 절 부터 찾아보는건 어떨까?  그간 다녔던 절들 중에 월정사 에 대한 기억이 남달라서 월정사를 찾아보았다.


모든 사찰이나 문화 여행이 그렇지만 특히 월정사 여행은 역사에 얽힌 이야기나 전설을 알지 못하면 그 즐거움이 줄어든다.  월정사에서 시작해 차로 편히 들어갈 수 있는 길을 택하지 않고 매표소를 지나 바로 시작되는 전나무 숲은 5백 년을 넘긴 나무가 1km가량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빽빽한 전나무 숲에서 피톤치드를 흠뻑 마시는 것이 월정사 여행의 첫걸음이다.  전나무 숲은 새벽부터 찾는 참배객들에게 청량감과 함께 엄숙함을 느끼게 한다. /p146


짧은 몇 줄이지만 이 몇 줄을 읽으며 월정사로 들어가는 그 기다란 전나무 숲길이 생각나고 숲의 상쾌한 향까지 느껴지는 착각을 잠시 경험하기도 했다.  작가의 개인적인 글과 절에 관한 역사나 템플스테이 그리고 이것만은 꼭!  이란 짧은 팁을 알려주고 있어서 모르고 방문하는 것보다 내가 가고자 하는 절에 대해 한 두페이지 정도 읽어보고 가면 여행의 즐거움이 더 배가 되지 않을까?  많은 절들이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어서 짧게 또는 길게도 체험을 해볼 수 있다고 하니 잘 찾아보고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다.

430여페이지에 달하는 책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건 나들이 하기 좋은 계절에 읽었고, 산길이 있어 걷고 싶은 길들에 절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종교를 떠나 절은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역사라 가족이 함께 방문해보는 것도 좋은 여행과 체험이 될 것 같다. 



사찰여행이 잠시 혹은 오랫동안 자신을 치유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숲이나 오솔길에 몸을 맡기고 걸으며 오로지 나를 위한 여행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걷는다는 것은 내면에 집중하기 위해 자연과 사찰이라는 매개로 에둘러 가는 방식이다.  사찰을 걸으며 숨을 가다듬고, 몸의 감각을 예리하게 갈고 호기심을 새로이 하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오로지 나를 찾아 떠나는 사찰여행은 번거롭거나 경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만 충분히 다잡고 그냥 훌쩍 떠나면 된다.  /저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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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재테크 최선입니까? - 두 배로 돈이 모이는 재테크 리모델링
이재철 지음 / 더난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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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상담의 궁극적인 목적은 재무상황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이다.  자산의 많고 적음과는 큰 상관이 없다.  현 상황을 개선하여 적은 자산이라도 효과적으로 증식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이 재무상담의 목적이다.  그래서 향후의 여러 인생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재무운영 방향을 설계하는 것이다. /p009




'재무상담' 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건 자산가들의 모습이 이었다.  크게 운용할 만한 자금이 있는것도 아닌데 재무상담이라니, 이렇게 없는데도 누가 내 재무상담을 해 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 조차도 한 달에 빠져나가는 고정적인 지출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걸 알고 있다.  통장에 잔고가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의 생활이 이십대 때부터 이어져왔던 터라 경제관념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언제나 고정적인 수입이 많으면 좋겠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끔 일을 길게 쉬었던 때도 있고, 버는것보다 쓰는돈이 더 많았던 시기도 있었던터라, 노후를 준비라는건 아직 크게 생각조차 해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내 상황이 심각! 하다 라는걸 알게 된다.




재테크를 하는 사람에게 포트폴리오는 평생의 동반자다.  한창 수입이 있을 때는 물론이고, 설령 은퇴를 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재테크를 하지 않는 시기란 없다.  매년 '내년에는 어떤 목표를 세우고, 어떤 취미생활을 주로 하지?'라고 주기적으로 고민하듯 재테크도 늘 고민하고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p021 



테크에 방향성도 없고,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는 상품에 잔뜩 가입하고, 가입한 상품과 금융사 이름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p031 



재테크는 돈이 있는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고, 돈은 벌어야 모으는 것이라고 그냥 막연하게 생각했던것 같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니 돈은 벌리겠지, 그리고 번 돈을 어딘가에 투자를 해서 운용을 해야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선뜻 움직이지 않게 되는것은 귀찮음 보다, 나의 재정 상태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지 않은(?) 심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십대 중반즈음 같이 직장생활을 하던 동료는 그 시절부터 금리가 좋은 상품을 꾸준히 알아보고 본인이 직접 금융상품들 찾아서 변경하고 투자도 하고 했었던것 같다.  정보를 공유해주기도 했는데 그 당시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나이에 비해 좀 큰 돈을 벌고 있던터라 그냥 흘리고 말았는데... 시간이 흘러 보니 그때부터 관심을 갖고 꾸준했던 친구는 지금은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듯 보였다.  책을 읽다보니 금융지식에 대한 정보가 정말이나 없구나 하는 생각에 아찔 해졌다.   저자는 분명 책을 쉽게 집필했을 텐데 뒤로 가면 갈수록 이건 숫자고, 글씨인가? 싶을 정도로 집중하지 않으면 흘려버리게 되는 글들도 있게 되다보니 조금씩 멈추어 읽게 된다.  어쩌면 내게 맞는 금융 재테크 포트폴리오는 내가 가장 잘 짤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막연하게는 곤란하다.  충분히 금융관련 지식을 쌓고 그도 부족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저자는 권하고 있다.  책에서도 소개 되고 있는 금융정보 관련 사이트들을 등록해놓고 자주 들어가보고 재테크와 관련한 공부를 지금이라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마도 재테크에 관한 분야는 평생 꾸준하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우리가 늙어서 죽을때까지 필요로 한게 돈이고, 나이가 들어갈 수록 경제 활동의 빈도는 적어지지만 병원비등 써야 할 노후자금은 늘어나게 되니까...



이 책을 통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재테크에 문제는 무엇이며, 이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여러 사례를 통해 안내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내가 재테크를 잘해왔는지,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방법은 무엇인지, 여유자금이 있다면 연 4~8%가량의 기대 수익으로 투자할 방도가 있는지 등 안정적 투자법이 궁금하다면 꼭 한 번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p011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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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길 거예요, 좋은 일 - 찹쌀독의 보통날
배성규 글.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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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예기치 못할 특별함이 행복을 가져다 줄 때도 있다.  이러한 자그마한 희망이 있기에 하루 하루의 일상속에서 반짝이는것이 아닐까?  친근한 이미지의 '찹쌀독' 은 읽으며 내 자신의 모습이 겹쳐지게 되곤 했다. 



찹쌀독의 주 무대는 집, 거리, 카페 등 우리가 어디서나 맞닥뜨리는 일상입니다.  평범하게 느껴지는 일상 속 무심코 지나치는 작은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 혹은 sns에 올라오는 특별한 일상을 담은 사진들을 보며 왜 나는 특별하지 못할까 고민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오늘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로 채우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보면 그다지 많은 수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행복은 수많은 인생 중 며칠 되지 않는 특별한 날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하게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에 숨어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전제조건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일상 속의 반짝임을 스스로 찾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도요. /p6~7



사실 특별한 일은 매일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평범함을 특별한 무언가로 포장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p25



보통날들에서 우리는 자그마한 특별함 들을 만들어가며 살고 있는건 아닐까?  짧은 문장들을 읽으며 위안을 받은건 비단 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동글 동글 찹쌀떡같이 말랑하고 귀여운 찹쌀독이 이야기하고 이끄는대로 따라가다보면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듯한 기분도 들어 지친 하루를 보내며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보곤 했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내일로 미루자, 일단.

내일 할 일이 있다는 것 또한 의미 있지 않을까. /p42



'따뜻한 위로라도 받으면 괜찮아질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딱히 누구에게 말하기도 애매해서 혼자 견뎌야 할 때가 많다. /p170



사실 많은 이들이 그렇지 않을까?  조금은 다른 특별한 삶을 살고 있으며 그러고 싶다고, 하지만 그런 강박관념 때문에 자신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생각하느냐는 개개인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예기치 못한 일상속에서 만나게 될 반짝이는 순간들은 그래서 더 값진 것이 아닐까?  애틋한 가족의 모습, 평범한 일상 속의 나, 주변인들 속의 나... 삶에 대한 애정이나 애틋함이 없다면 그러한 순간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길 거예요, 좋은일>  책을 읽다보면, 페이지마다 만나는 글과 이미지에서 정말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어쩌면 특별할 것 없는 우리의 일상속에서 만나는 그의 이야기가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 일상이 조금은 특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몽글하게 하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떠한 활자도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보는건 어떨까?  나른한 봄날에 마음으로부터의 작은 위안 한자락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친근하고 귀여운 찹쌀독과의 만남은 보너스!



추억이 가진 현실적인 의미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간은 흐른다.  눈 깜짝할 새 지나갈 뿐만 아니라,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은 되돌릴 수 없다.

잘 알지만, 문득 지난 날 내 모습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지나간 시간은 내가 가지고 있던 그 시절의 반짝임,

낭만적인 꿈, 그 시절 내가 사랑했던 것들을 함께 가져가기 때문이다.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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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과학 - 물건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탐험 사소한 이야기
마크 미오도닉 지음, 윤신영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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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이 눈길을 끌어서 읽기 시작했던 책이었다.  학창시절에도 과학엔 잼병이었고, 과학의 발전이 더이상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첨단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어린시절 영화에서나 보던 상상들이 요즘 들어 하나둘 이루어 지고 있는걸 보면 앞으로도 과학의 발전은 끊임이 없을것 같기도 하다.  일상속에서 과학의 이야기를 정말 이야기하는 것처럼 끌어내는 사람, 어쩌면 어린시절 그의 작은 호기심이 오늘날 그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이 책을 읽어가는덴 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이 책은 구성 방식도 독특하다.  10가지 재료를 다루는 10가지 이야기들이 모두 작가의 일상을 찍은 평범한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다.  사진에 나오는 낯익은 사물의 재료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그 '속'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개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각각의 재료에 따라 변주가 일어나기도 한다. /p5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하는 10가지 재료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등장하는 저자가 지붕에 앉아있는 사진 한 장으로 부터 시작한다.  그냥 한 장의 사진일 뿐인데.... 3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그의 갖가지 일상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사물들에 대한 관찰력과 해박한 지식은 읽는 동안 뇌가 즐거워 지는 기분이 든다.  단순히 과학적인 접근이었다면 읽다 금방 포기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유년시절과 경험도 양념처럼 곁들어 하는 이야기들은 그가 어떤 이야기를 더 들려줄지 궁금함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한다.



야누스 입자는 전자책을 읽는 행위를 실제 책을 읽는 경험과 훨씬 더 비슷하게 만든다.  최소한 페이지 위의 단어가 보여주는 모습이라도 말이다.  기록된 단어의 미래 모습일까.  하지만 전자종이가 책을 완전히 밀어낼 것 같지는 않다.  종이 특유의 냄새나 느낌, 소리가 없기 때문이다.  책 읽기의 큰 매력 중 하나는 이렇게 여러 감각을 자극하는 특징 때문이다.  사람들은 글이 적혀 있는 것을 사랑한다기보다 '책'이라는 형태를 사랑한다. /p85~86



더 샤드에서 다음에 일어난 일은 콘크리트의 잠재력을 찬양하는 것과는 별개였다.  강철과 유리가 천천히, 하지만 체계적으로 건물의 겉면을 덮기 시작했다.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 코어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서다.  이것이 주는 암시는 분명하다.  콘크리트는 부끄러운 것이다.  바깥세상, 혹은 거주민들과 민낯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은 없다. /p114




이상한 재료나라의 미오도닉, 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게 정말 갖가지 사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강철, 종이, 콘크리트, 초콜릿, 거품, 플라스틱, 유리, 흑연, 자기, 생체재료  '자기'라는 단어 하나 빼고는 우리가 매일같이 사용하거나 들어보았을 단어들 아닌가?  이러한 단어들을 수식하는 단어들 조차 세련되서 이 사람이 과연 과학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소설을 읽는 속도로 읽어 갔던 책.  어쩌면 우리는 주변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돌아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기전 책을 표현하는 단어들을 신뢰하지 않는 평인데, 미오도닉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어떤 재미있는 과학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줄지...



흔히 지구상에서는 더 이상 발견할 곳이 남지 않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상의 규모에서 볼 수 있는 장소를 말하는 것이다.  돋보기를 가지고 집의 아무 구석이나 들여다보라.  탐험으로 가득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강력한 현미경을 쓰면, 가장 환상적인 특성을 지닌 생명체로 가득 찬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니면 망원경을 써보라.  눈앞에 가능성의 우주가 열릴 것이다.  개미는 개미의 규모로 도시를 짓고 박테리아는 박테리아 규모로 도시를 이룬다.  인간의 규모와 도시, 문명에 특별한 것은 없다.  예외가 있다면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크기를 능가하게 해주는 재료를 가졌다는 점이다.  바로 유리라는 재료다.  /p23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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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
모리 아키마로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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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청춘은 누구나에게 빛나는 것일까?  어쩌면 청춘이라는 시간은 반짝이는 만큼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주는 시간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십 대때 동경했던 이 십대가 되어선 다른 이들보다 바쁘게 살아서 그 시간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삼십대가 되었다.  학창시절 이랄것도 없는 야간대를 다니며 직장생활을 병행했고 IMF 시기에 그 어렵다는 취업을 운이 좋게(?) 해서 그 당시에 뭘 하는곳인지도 몰랐던 증권회사에 입사해서 20대 중반~30대 초반을 보냈다.  어쩌면 나에게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았던 바빴던 시간들을 삼십대 후반이 되어서야 하고 있는걸 보면 누구나 살면서 그냥은 지나칠 수 없는게 삶의 어두운 터널인걸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모리 아키마로의 청춘 연애 미스터리 <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는 명문대 취리연구회의 동호회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청춘은 긴 터널이다.

다들 눈을 질끈 감고 싶어질 정도로 눈부신 빛을 향해 달리고 있을 터이지만, 터널의 한가운데에서 빛은 보이지 않는다. /p52



어쩌면 인생이라는 건 이런 식으로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저 흘려보내지는 대로 살아가는 걸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그걸로 나는 이렇게 줄줄 흘러 나갈 수 있어 행운인지도 몰랐다. /p77



'술'자리를 즐기긴 해도 즐겨마시진 못하는 편이라 술을 좀 잘 마셨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글의 소재가 술이다보니 다양한 사건들이 너무도 어색하지 않게 벌어지고 어려운 공부를 해서 대학에 들어왔는데 이렇게 까지 풀어져서 괜찮을까? 싶은 사건들도 긴 인생에서 이 정도의 방황은 이 시기에만 가능한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웃음 짓게 된다.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지만 과거 잘 나갔던 아역배우 사카즈키 조코는 자신의 과거를 들키고 싶지 않아하고, 도쿄의 도야마 대학의 유서깊은 '추리연구회'에 가입하러 가던중 미키지마 선배의 이끌림에 '취리연구회'에 가입하게 된다.  그녀가 양조장의 딸이라는 것이 취리연구회에서 조금은 강점이었을까?  ^^



"술이든 뭐든 취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사람은 비틀거리면서 나아갈 수 있어." /p100



"목적이란 게 때로는 달처럼 구름 너머로 숨어 버리곤 하잖아.  인간이라는 것도 아무리 발아래를 똑바로 보고 있다고 하더라도 문득 어떤 타이밍에는 뭘 위해 살고 있는지 모르게 되는 생물이라고, 그래서 아마도 달을 보는 거겠지.  달이 뜨지 않는 밤에는 '그런 거지.'라고 포기할 수 있고, 또 달이 뜬 밤에는 '좋아, 그렇다면 나도!'라고 할 수 있잖아." /p189



꽃에 취하는 로직 / 공에 취하는 로직 / 해변에 취하는 로직 / 달에 취하는 로직/ 눈에 취하는 로직 등 총 5개의 짧은 단편 형식의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글은 단편 특유의 끊어지는 듯한 문맥을 묘하게 비켜가며 흐름이 자연스러워 쉼 없이 읽어내려갔다.  어쩌면 꽃이 만발하는 계절 시작으로 한 해를 지나며 취리연구회와 함께 한 해를 보내고 그들과 함께 나도 취했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대학가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보니 학생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학창시절을 즐기는 이들은 1,2학년에 국한 되는것 같다.  2학년 후반에 접어들면 휴학으로 시간을 벌고 스펙을 만들기 위해서 학원, 시험, 취업준비 등으로 바쁜 아이들을 보고 있지면 그런 그들의 청춘도 조금 부럽긴 하지만 내가 그런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지나온 시간들을 궂이 다시 돌아가고 싶을것 같진 않다.   캠퍼스와 술 그리고 소소한 미스터리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었던 <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  봄날 캠퍼스에 앉아 읽어도 참 좋을것 같다.  가벼운 낮술 한 잔과 함께라면 더 좋겠지만?



여전히 인생의 목표는 보이지 않았다.  여배우가 되고 싶다고도, 지금은 아직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래도 혹시 앞으로의 삶에서 한번 더 무언가를 연기할 수 있다면,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뭘 할 수 없는지 그런 시시한 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무언가를 행하는 것도 내가 아니다.

손님을 취하게 만드는 술은, 시나리오 속 허구의 인물.

신체는 그 그릇 같은 데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가능해졌다.

스스로를 조이던 방해물을 하나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이렇게까지 색채가 풍부해졌다. 4월에 비해 마음이 가벼워졌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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