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나기
비벌리 엔젤 지음, 정영은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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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학대에서벗어나기 #비벌리엔젤


우리는 약해서 피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인간이기 때문에 때로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살면서 한 번쯤, 아니 사실은 여러 번 피해자가 되며, 누구도 피해자가 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피해자의 입장이 됐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학대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이해한 후, 필요한 전략을 활용하여 학대적인 상황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이 책은 당신이 이러한 모든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_21p.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전문 심리치료사 비벌리 엔젤은 정서적 학대에 대한 네 권의 책을 펴냈지만, 이 책은 아마도 그가 집필한 책들 중 가장 중요한 책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정서적 학대는 가려져있고, 교묘하며, 이것이 학대인가?를 인지하기에 너무도 혼란스럽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피해자에게 심각한 상처를 남기지만, 그 피해 정도가 너무도 서서히 나타나 눈에 보이지 않기에 가장 어려운 학대에 속한다고 한다.


1부 수치심과 정서적 학대의 관계

2부 수치심의 감옥에서 탈출하기

3부 떠나야 할까 남아야 할까?

4부 떠난 후에 해야 할 것들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 경험해 봤거나 '그랬던 건가?' 하고 의심해 봤음 직한 사례들은 외국의 사례이지만 우리의 일상과 비교해도 크게 벗어나지 않아 쉽게 이해된다. 자신의 심리 상태와 지금 처해있는 상황을 파악해 보고 싶다면, 정서적 학대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면, 혹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체크해 보게 되는 글이다. 결국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돌보자. 내가 소중해야 나도 나의 주변 사람들도 행복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참 많은 생각을 하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책. 많은 이들이 읽고, 이야기하고 알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나도, 당신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일수 있으므로..


정서적 학대는 가장 알아보기 어려운 학대에 속한다. 너무나도 가려져 있고, 교묘하며,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정서적 학대는 피해자에게 심각한 상처를 남기지만, 그 피해는 너무나도 서서히 나타나서 처음에는 당사자조차 눈치채지 못하기도 한다. 학대와 마찬가지로 그로 인한 피해도 미묘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자신이 입은 피해를 별것 아니라 생각하거나 피해 자체를 부정하며 착각이라 믿으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서적 학대를 당하고 있는 이들에게 그들이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_10p.


정서적 학대는 종종 말을 통하지 않고도 이루어진다. 표정이나 몸짓만으로도 정서적 학대가 가능한 것이다. _43p.


정서적 학대는 물을 한 방울씩 똑똑 떨어뜨리는 고문에 비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이마에 떨어지는 물방울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지만, 계속해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당신을 점차 무너뜨린다. _51p.


가스라이팅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신호를 포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다시 자신을 신뢰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_168p.


스스로에게 연민을 베풀고 마음속 고통을 들여다보는 것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 인지, 나아가 존재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정서적 학대는 당신에게 많은 아픔을 남겼다. 그 경험은 당신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망가뜨렸고, 당신으로 하여금 나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자괴감을 품게 했다. 또한 학대 경험은 당신에게 인지와 정신에 대한 자기 의심을 품게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이 당신이 정서적 학대로 인해 입은 피해이며 상처다. 치유를 위해서는 우선 상처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_227~228p.


학대적인 파트너의 곁에 남기로 했다면 그것 또한 당신의 선택이다. 그러나 그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 그리고 때로는 그 대가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은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선택이 가져올 결괴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하고, 늘 최선을 다해 자신을 돌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_354p.


#도서협찬 #소미랑 #소미미디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인문 #심리 #인문심리 #book #도서추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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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 양조장집
도다 준코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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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양조장집 #도다준코


이 집에 온 지 벌써 50년이 되었다. 평생 대나무 소리를 들어왔다. 낮에도 밤에도, 더운 날에도 추운 날에도, 행복했을 때도 그렇지 못했을 때도. 긴카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 있어준 것은 양조장과 저 대나무 숲이었다. _9p.


오래된 양조장집의 공사를 시작하려던 날, 오래된 어린아이의 유골이 발견되고, 이를 좌부동자라 이야기하는 긴카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화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뚜렷한 돈벌이를 하지 못하는 나오타카, 요리사 못지않은 요리 실력을 자랑하는 미노리는 자신도 모르게 물건을 슬쩍하는 도벽을 가지고 있다. 늘 밝은 웃음을 지으려 하는 긴카는 화가인 아빠를 자랑스러워하지만 마음속으로 누구보다 엄마를 원망하는 열 살 소녀이다. 엄격한 할머니 다즈코와 인형같이 예쁘지만 얄미운 한 살 많은 고모 사쿠라코. 얘는 긴카와 개연성이 있겠어? 싶었던 쓰요시와의 인연까지..


<대나무숲 양조장집>의 표지글을 읽으며 '한 가족의 일대기, 가족소설이 재미가 있어야 얼마나 있겠어?'라는 생각을 했는데 가독성은 둘째치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생생한 등장인물들은 개성 있으면서도 사건이 하나씩 벌어질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로 놀라움에 긴장할 즈음이면, 엄마 미노리가 차려내는 음식들의 등장으로 쉽게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서술하고 있어 야심한 시각에 읽기엔 참으로 괴롭기도 했다. (후에 폭풍 눈물을 흘리는 계기가 되기도)

자기 멋대로인 고모와의 인연은 정말 너무도 얄미워서 나중에 사쿠라코 때문에 뭔 사건이 터져도 터지겠구나 싶었는데, 그마저도 보듬어 안는 스케일이라니. 일반적인 잣대를 들이대자면 미운 캐릭터도 있지만, 개개인의 사연을 놓고보자면 하나같이 안쓰러운 면이 있는 이들..


이정도 비밀은 있어야, 이정도 파란은 겪어야 단단한 가족이 되어가는 것이야! 가족이라고 비밀이 없고, 사랑으로만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 결국 '가족'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비밀과 거짓으로 얼룩진 밤들을 견뎌내며 하루하루 씩씩하게 웃으며 살아가는 긴카의 이야기는 , 그야말로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다음 페이지를 넘기고 또 넘기게 될 것이다. 추천!!


불을 켜자 구석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놀라서 숨을 삼킨 순간, 나무통 뒤에서 작은 사람 그림자가 후다닥 달려갔다. 남자아이다. 기모노를 입고 있다. 어둠 속에 하얀 발바닥이 떠올랐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나무통과 나무통 사이 어둠으로 사라졌다. 양조장 안에는 차닥차닥하는 발소리만 남았다. 방금 그 아이는 누구일까. 이웃집 아이인가, 하고 생각하고 퍼뜩 깨달았다. 좌부동자다. _101p.


쓰요시가 스스로를 얼마나 탓하고 있는지 안다. 네탓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죄 아닌 죄는 보통의 죄보다 더 질이 안 좋은 법이다.

긴카는 아빠가 죽었을 때를 생각했다. 내가 좌부동자를 보지 않았더라면, 하고. 내가 아니라 아빠가 봤더라면 이렇게 되지는 않지 않았을까, 하고.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을 한다. 분명히 죽을 때까지 생각할 것이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소용없다. 죄 아닌 죄는 그런 것이다. 죄가 아니기 때문에 속죄하지 못한다. 속죄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라지지도 않는다. _251p.


긴카는 오랜만에 오동통 참새 토령을 꺼내서 흔들어봤다.

딸랑, 달랑달랑.

토령은 여전히 옛날과 똑같은 소리를 냈다. 그렇다, 어디로 굴러가든 가다 멈춘 곳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안 되는 일에 생떼를 부려봤자 추하기만 하다. 가정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부모 자식 간이든, 자식이 없는 부부이든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내가 있을 곳은 여기야, 하고 긴카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_321p.


오탈자 222p. 아래서 세번째줄

나오타키 씨를 -> 나오타카 씨를


#소미미디어 #소미랑 #도서협찬 #이정민 옮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추천 #추천소설 #책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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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있는 그림 - 고통과 환희를 넘나든 예술가 32인의 이야기
이은화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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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있는그림 #이은화


미술 그까짓 것, 몰라도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을 테다. 무용하기 짝이 없는 미술, 깊이 있게 알 필요가 뭐가 있냐고. 그러면 나는 이렇게 답하곤 한다. 예술을 알아간다는 건, 허기진 영혼의 곳간을 채워나가는 일이라고. 세상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이해하고 궁극에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말이다. 작품 속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잘 모르던 작가도 어느새 나의 '최애'작가가 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 _프롤로그


이 책에선 미술사 책에 쓰이지 않은 여성 미술가들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여성 미술가? 그동안 미술에 관련한 에세이나 책을 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딱히 생각나는 이름이 하나도 없다니. (충격이었다.) 배운 적이 없고,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기에 모르고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잰슨의 <서양미술사> 초판에도 여성 미술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여성 미술사의 이름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성범죄 피해자에서 미술사 최초로 위대한 여성 화가로 거듭난 젠틸레스키, 마네의 뮤즈로 더 유명했던 베르트 모리조, 남성 화가 못지않은 부와 명성을 누렸던 엘리자베트 비제 르브룅, 아버지에게 총을 쏘고 싶었던 니키 드 생팔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 미술가들의 이야기가 마중물이 되어 더 많은 여성 미술가들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하고 싶어진다.


우리가 그림을 찾아보고, 그림이면의 작가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건, 작품 이면에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삶을 알고 보게 되면 그들이 남긴 작품을 더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예술가란 매일 두려움에 맞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한다. 어떤 고난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이들의 그림은 그들이 살았던 작가 이전에 '한 사람' 개인의 이야기를 이해하게 되면서 더 깊이 있게 다가오지 않을까?


분명 시대를 앞선 화가였지만 르브룅의 이름은 역사에서 빠르게 잊혔다. 사실 생전에도 외모와 사교술을 내세워 실력을 인정받았다거나, 심지어 다른 남성 화가가 대신 그려줬을 거라며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뛰어난 여성에게 종종 따라붙는 모함과 폄훼였다. 그럼에도 평생 800점이 넘는 작품을 남긴 르브룅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재조명되고 있다. 미모와 재능의 소유자, 모성애와 생활력 강했던 엄마, 국제적으로 활동했던 전문 화가. 21세기였다면 '슈퍼맘' '원더우먼' 소릴 들었을 르브룅은 곰브리치가 기록하지 않은 위대한 화가였다. _38~39p.


예술가가 직접 그리거나 만든 것이 아니라 공장에서 제작된 기성품을 선택해서 '이것도 예술이다'라고 선언할 때 관객들은 과연 그것을 예술로 인정할 수 있을까. 어쩌면 오늘날까지도 모두의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은 문제다. _181p.


#상상출판 #도서협찬 #미술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도서추천 #추천도서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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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 우리가 사랑이라 말하는 모든 것들 날마다 인문학 4
정지우 지음 / 포르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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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묻고인문학이답하다 #정지우


많은 사람이 사랑에 대해 어떤 정답을 찾기 위해 책을 펼쳐 든다. 어쩌면 이 책을 펼쳐 든 누군가도 사랑의 정답이 이 안에 있을 거라 믿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아는한, 사랑의 정답은 저마다 다르고 각자만이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자기 자신의 정답, 각자의 정답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가이드 정도에 가깝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 사랑의 정답을 찾아야 한다. _프롤로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은 정말 많다. 영화, 소설, 개인적인 에세이, 그림에세아 등 찾아보자면 대부분의 주재가 '사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이만한 책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기도 했다. 감정/ 관계/ 이별/ 믿음/ 사랑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짧은 챕터로 이어지고 있지만 책의 본문에 인용된 참고서적 32권, 영화로 보는 사랑과 삶을 이야기하기 위한 5편의 영화의 이야기등은 사랑이라는 감정만을 이야기하고 있진 않다. 인용된 여러 작가들의 글을 통해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글이다. '진실한 사랑이 있을까? 지금 이 사랑 괜찮은 걸까? 사랑 너 참 궁금하다!' 등등... 사랑 참 어렵기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읽어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읽을수록 이 책에 인용된 참고도서들을 찾아 읽어보고도 싶어질 <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일독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사랑에 들어서려면, 인간은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완전한 인간상에 대한 이상을 포기하고, 불완전한 신체에서 새어 나오는 피를 사랑의 원료로 삼아야 한다. _26p.


사랑의 방식은 이 세상 사람 수만큼 다양하다. 그러므로 무엇이 꼭 좋고 나쁜 것인지를 따질 필요는 없다. 다만, 모든 사랑에는 심대하든 대수롭지 않든 자기의 범주를 허무는 순간이 있다. 일상의 사소한 습관이든 거대한 인생관이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명심해야 하는 점은 '범주가 부서지는 일'을 두려워한다면 사랑도 없으리라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건 어느 정도 자기를 뒤흔들 각오를 하겠다는 뜻이다. 그 흔들림을 최소한으로 줄이며 행복을 찾을지,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며 행복을 찾을지는 각자에게 달린 문제다. _38~39p.


롤랑 바르트는 바로 그런 차원에서 말한다.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고. 그것은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동시에 나와 그가 개별의 사람이고, 완전히 동일시될 수는 없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게 우리는 '거리감을 쌓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를 통해 우리는 아주 다정하면서도 통제된, 애정이 넘쳐흐르면서도 예의 바른 사랑을 할 수 있다. 그런 '부드러운' 사랑을 할 수 있다. _118p.


#포르체 #도서협찬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인문에세이 #에세이 #에세이추천 #book #도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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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이해
이혁진 지음 / 민음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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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은 방 안의 어둠을 바라봤다. 거울처럼 자신을 또렷이 비추는 어둠. 부끄럽고 참담했다. 후회조차 할 수 없었다. 상실감을 감당하지 않으려 했으므로 종현에게 한 짓은 결국 도망이었다. 애정 없이 다가갔으므로 상수에게 한 짓도 결국 유혹이었다. 사랑했지만 사랑을 믿지는 않았다. 사랑을 원했지만 사랑만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을 종현이나 상수에게서 구하려고 했을 뿐 자신에게서 구하려고도, 차라리 깨끗이 체념해 버리지도 않았다. 누구라도 자신과 같은 처지였다면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변명이 될 수 없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종현,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상수, 그리고 그 자신이란 명백히 안수영, 자기 자신이었다. 부서지는 모든 관계가 그렇듯, 자신이 망친 것이었다. 모든 것을 자신이 망쳤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망칠 수 있는 것을 모두, 스스로 망쳐버린 것이었다.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사치와 자유로, 유혹하고 유혹당할 수 있는 그 힘과 권리로. _328~329p.

 

드라마 방영이 시작되고 나서야 이 책이 궁금해졌다. 원작 소설은 어떤 내용일까? 얼핏 책의 내용과 드라마 초반의 흐름이 비슷하다는 이야기에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드라마 정주행을 하는 게 낫겠다 싶어 읽기 시작했는데...

수영, 종현, 상수, 미경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은 사랑인 듯 사랑이 아닌 듯, 사랑이라면? 하지만 또 사랑이 아니라면? 이건 무엇이란 말인가? 미경과 사귀고 있으며 결혼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수의 마음엔 수영이 있고, 종현을 사랑하지만 현실에 지쳐가고 있던 수영은 상수와 미경의 모습을 보며 상수를 괜히 찔러보게 되고, 미경과 종현은 엇갈린 상수와 수영 사이에 끼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전개도 빠른 편이고, 글의 흐름이 어렵지 않아 페이지가 잘 넘어가며 사랑과 연애, 한 조직 내에서 엇갈린 네 남녀의 심리 변화와 전개는 이 정도 읽었으면 드라마는 보지 않아도 좋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실제로도 드라마는 엔딩 부분만 궁금해서 찾아봤다. 책의 엔딩에 이르르면 앞 페이지로 넘어가 뒤적이게 되는 문장들이 몇몇 있는데... 정말이지... "사랑을 원했지만, 사랑만 원한 건 아니었다." 딱인 한 줄 요약.

 

연애란 순전히 길들이기의 문제, 누구를 만나든 결국에는 언제 어떻게 왜 내주고 받을지 서로 약속하고 그것에 적응해 나가는, 험난하고 지루한 과정이었다. 대상이 가장 중요했다. 굶주린 사자는커녕 미어캣도 못 되는 상수 같은 남자는 애당초 제외해야 했다. _74p.

 

상수는 진심을 다해 미경과 만났다. 수영에게 입은 상처를 아물리고 수영과 하고 싶던 모든 것을 미경과 해 나갔다. 아주 즐거웠다. 단지 감정 때문만이 아니었다. 수영에게는 정중하자니 거들먹거리는 것 같고 친밀하자니 찝쩍거리는 것 같았다. 솔직하자니 고지식해지는 것 같고 쾌활하자니 실없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_105p.

 

미경은 좋은 여자였다. 좋은 연애 상대였고 아마 좋은 결혼 상대일 터였다. 좋다고 다 갖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갖고 싶지 않다고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좋다는 것은 그런 뜻이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다음에는 좋은 여자. 어른들이 누누이 얘기하고 부모님이 불경처럼 외며 등골 휘게 깔아 준 철로가, 궤도가 진즉부터 그곳으로 이어져 있었다. _108p.

 

행복에는 늘 거짓이 그림자처럼 드리우기 마련인 듯했다. 아니, 어쩌면 거짓은 조명일지도 몰랐다. 행복이라는 마네킹을 비추는 밝고 좁은 조명. _148p.

 

두 사람이 함께 살게 된 것은 분명 사랑 때문이지만, 사랑만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기울어 있었다. 아마 사랑일 것이라고, 그렇게 믿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 이상을 바라는 것도, 더 깊게 생각하는 것도 지금의 자신에게는 모두 사치였다. 어쩔 수 없는 일 같았다. _159~160p.

 

"결혼을 한다는 건 말이야, 그 향긋한 똥밭에 알몸으로 뒹굴어도 하지 말아야 할 게 생긴다는 뜻이야. 제 아비, 어미는 몰라봐도 제 마누라, 자식새끼는 몰라보지 말아야 한다는 거네. 힘든 일이지. 결혼이 그래서 어려운 걸세."_174p.

 

사랑하는 사람이 휘청거릴 때 어떻게 부축해 줘야 하는지 몰랐다. 함께 있고 싶었고, 있어 줘야 한다 생각하면서도 번번이 호텔 방으로 도망쳤다. 약하게도, 어리석게도. _225p.

 

"터널 속에 갇힌 것 같아.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나가야 한다고 혼자 걷고 계속 걸었는데, 걷고 있었는데 눈앞에서 앞도 뒤도 다 무너져 내리는 걸 보고 있는 것 같아. 모르겠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어. 힘들다는 느낌마저 안 들어. 끝인데, 끝이 안 나는 끝에 나 혼자만 감금당해 있는 것 같아." _286p.

 

#사랑의이해 #이혁진 #소설 #드라마원작소설 #소설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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