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되찾다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도서협찬 #여름을되찾다

#오카자키다쿠마

 

 

🔖​"우리들의 여름방학. 되찾고 싶지 않아?"

하야토의 말에 나머지 네 명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되찾는다니.....? 무슨 뜻이야?"

"이렇게 재미없는 여름방학인 채로 끝내버리는 거. 너희들은 정말 괜찮아? 즐거운 여름방학을 맛보고 싶지 않아?"

(···)

"사건을 일으키는 거야." _10p.

초등학교 4학년, 끝나가는 여름방학이 아쉬운 아이들은 엉뚱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우리들의 여름방학, 되찾고 싶지 않아?" 학원에 다니느라 제대로 즐기지 못한 여름방학을 찾기 위한 밀실 상태의 실종사건, 그렇게 사라진 아이들 뒤론 모종의 메모가 남겨져 있고 이 아이들은 며칠 후 일상으로 돌아오고, 며칠 후 또 다른 아이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지역사회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월간 우라가와의 사루와타리와 프리랜서 기자 사사키의 탐문이 시작되는데...

'기노하라 아파트 아동 연쇄 실종'이라는 기획기사로 다뤄질 내용을 취재하며 밀실 실종 사건의 트릭을 해결하기도 하고, 단순한 장난으로 인한 가출이 아닌 지역사회 가족과 지역사회의 문제가 이면에 드러나게 된다. 한 부모 가정, 학교폭력, 집단따돌림, 수련회 사고 등등 아이들의 익살스러운 사건이라고 생각하기엔 지금 우리 주변,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다.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게 아쉬워 아이들이 일으킨 잠깐의 소동이 파문을 일으키며 커져가고, 생각지 못한 반전과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생각들은 단순한 탐정놀이가 아닌 우리 사회가 함께 생각해 봐야 할 이슈를 던져주는 글이기도 하다. 이후 성인이 된 5인방의 동창회 에필로그는 찡한 감동이!!! 귀여운 아이들의 밀실 트릭을 풀어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여름을 되찾다> 자녀들과 함께 읽어도, 또는 성인이 읽어도 즐거울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7년 전에 괴롭힘이 시작됐고, 약 6년 전부터 아파트 아이들이 사립 중학교에 가게 됐으며, 4년 전부터 운동회가 이 시기로 변경됐다. 도미노처럼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었다. --- 진짜 도미노와는 달리 불쾌한 도미노였다. _181p.

 

🔖​초등학교 4학년쯤 되면 '넌 어린애잖아' 하고 얕보면 안 될 정도로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을, 나는 실제 체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연쇄 실종 사건을 일으키는 아이들에게, 그토록 복잡한 소동을 계속 일으키는 그들에게, 진지한 이유가 없다고 그 누가 단언할 수 있을까.

이 연쇄 실종에는 평범한 놀이와는 다른 목적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_203p.

 

 

#한수진 옮김 #소미미디어 #소미랑 #소미랑2기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일본소설 #소설추천 #추천소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쿄 셀프 트래블 - 2023-2024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김미정.백진수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셀프트래블도쿄

#김미정 #백진수

누군가 내게 도쿄에 대한 감상을 묻는다면 오래되었지만 관리가 잘 된 집 같다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낡았지만 구석구석 세심한 주인의 손길이 닿아 정갈한 느낌을 주는, 조금은 깐깐한 주인의 성정이 배어 있는 그런 공간의 느낌을 주는 도시. _ 김미정

_

떠나기 전에는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 가는 도쿄인데... 용기 내어 혼자 가는 여행인데... 친구와 함께 가는 여행인데...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인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도쿄 셀프 트래블>은 같이 고민하고, 같이 찾아보고, 같이 걸어가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_ 백진수

가까운 나라 일본, 여행하면 한 번쯤 가볼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나라기도 하다. 블로그를 뒤적이다 보니 일본 여행 다녀온 지 올해로 딱 10년, 와우!!! 2~3번 정도 다녀왔던 일본의 인상은 단정하고 친절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먹거리 여행보단 걷고, 보고, 쇼핑하는 위주의 여행을 다녔던지라 다음에 일본을 다시 하게 되면 어떤 여행을 계획해 보면 좋을까? 라는 생각으로 슬쩍 넘겨보았던 가이드북.

Mission in Tokyo 도쿄에서 꼭 해봐야 할 모든 것

Enjoy Da Tokyo 도쿄를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

Around Tokyo 도쿄 근교를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

Step to Da Tokyo 쉽고 빠르게 끝내는 여행 준비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개인적으론 조금 더 넘치게 준비해서 덜어내며 여행하는 사람이라, 가이드북, 블로그 등등 최대한 정보를 활용해서 여행 준비를 하기에, 가이드북은 필수!! 여행 준비를 하다 보면 정말~ 많은 가이드북들이 나와있지만 꽤 오랜 시간 나의 원탑은 셀프트래블 시리즈로 꼽는다. 보기 편한 구성, 테마별 일정과 베스트 장소 등 여행하면서 필수고 꼽는 곳들이 가득해 알차고, 정확하고 꼼꼼한 전문가의 친절한 꿀 팁까지!! 하늘길이 열리고 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들썩이는 요즘 어디든 떠나고 싶어지네~ 요즘 여행 관련 유튜브 몇 편만 돌려봐도 여행 일정은 대충 짤 수 있지만 세세하고 완벽하게, 또는 너무 알려진 곳 말고 숨겨진 명소? 같은 곳을 여행해 보고픈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상상출판 #여행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도쿄여행 #도쿄셀프트래블 #도쿄여행가이드북 #상상팸 #신주쿠 #시부야 #롯폰기 #긴자 #기치조지 #요코하마 #가와고에 #가마쿠라 #에노시마 #하코네 #일본여행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울지마 인턴
나카야마 유지로 지음, 오승민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울지마인턴

#나카야마유지로

리리리링 리리리링.

모니터 알람 소리가 심야 병동에 울려 퍼졌다. 지금 이 층에만 서른 명 가까이 되는 환자가 잠을 자고 있다. 어떤 이는 수술 후의 통증을 견디면서 어떤 이는 수면제에 취한 채로 어떤 이는 소리 소문 없이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다. 그리고 이시이는 지금 그 짧은 생을 마감하려 하고 있다.

그는 '이번' 생에서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 그 영혼에 무엇을 새겼을까? 스테이션 좌우 양쪽으로 길게 뻗은 복도는 어두웠다. 그 어둠은 한도 끝도 없이 영원으로 이어져 있을 것만 같았다. _170p.

다섯 살의 류지는 같이 놀던 형이 돌연사를 목격했던 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지만, 25살의 현재 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이다. 눈치껏 배워야 하는 외과 인턴,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들은 너무도 많지만 차근차근 배우기란 쉽지 않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의료현장에서 구할 수 없는 생명을 마주할 때면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중상을 입고 혼수상태로 입원한 다섯 살 아이, 자신과 같은 나이의 말기암 환자, 기초생활수급자인 치매노인 등 다양한 환자들의 에피소드들을 겪으며 환자들과의 시간을 통해 내면적으로도 성장하는 시간을 통해 의사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의료 드라마이기도 하다. 25세 초보의사 류지의 고군분투 성장기는 마지막 장에 이르러 자신의 5살 시절, 외면했던 시간을 오롯이 마주하면서 한층 성장한 그의 내면을 보여준다.

현직 외과의사이기도 한 저자의 필력은 생생한 의료현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생생하며, 의료현실과 생명의 경중을 과연 누가 정할 수 있는 것인가? 살리고 싶어도 살릴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그저 인간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글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혀 무겁지 않은 흐름으로, '슬기로운 의사 생활' 드라마를 일본판으로 읽은 느낌이랄까? 꽤나 흥미롭게 읽었던 소설로 감동 의학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 하고 싶은 책.

외과 의사에게 있어서 환자의 인격은 그 치료행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자라고 무슨 생각을 하며 누구를 사랑하는지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의 일부인 피부, 근육, 장기, 혈관, 신경, 조직을 대면할 뿐이다. 이 '천 가리개'는 그런 용도에 딱 맞는 아주 훌륭한 발명품이었다. _25p.

도대체 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걸까. 94세라는 나이, 치매, 가족이 없다.

그러니까 그의 생존은 종료되어도 된다? 의료비가 전액 무료인 기초 생활수급과 관련이 있는 걸까? (···) 단지 수명 연장하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수술하는 게 맞다. 하지만 사회 전체로 본다면 어떨까. 수술을 해서 그의 생명이 연장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까. 사회 전체로 보면 부담만 증가할 뿐일까.... _65p

지난 몇 달간 인턴 생활을 하면서 류지 내면에는 주어진 일을 100% 지시대로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는 마음을 넘어서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 대립하는 마음을 어떻게 절충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그렇다고 모르는 척할 수도 없었다. 류지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고 한편으로는 아직도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조바심이 났다. 아무튼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의사가 되어야 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제대로 된 의사가 된다고 과연 이 마음속의 대립 해결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_142p.

#미래지향 #오승민옮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 #도서추천 #소설추천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파 #각각의계절 #권여선

한 계절이 가고 새로운 계절이 왔다. 마리아의 말대로라면 새로운 힘이 필요할 때였다.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_114p. #하늘높이아름답게

_

난 세상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아. 눈에 안 띄고 싶어.

(···) 나를 지키고 싶어서 그래. 관심도 간섭도 다 폭력 같아. 모욕 같고. 그런 것들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고요하게 사는 게 내 목표야. 마지막 자존심이고. 죽기 전까지 그렇게 살고 싶어. _75p. #실버들천만사

문동북클럽6기를 시작하고 2번째로 완독한 권여선 작가의 <각각의 계절>은 7편의 단편을 이야기하고 있다. 기억하고 살아가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던지는 많은 질문들이 이 한 권에 담겨 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때론 너무 내 이야기 같아서 헤어 나오지 못했고,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의 나 같아서 주춤거리기도 했다. 독파 챌린지를 하며 미션으로 주어지는 질문들을 적어보며 조금 더 깊은 책 읽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고, 함께 읽는 다른 분들의 글과 발췌 문장들을 보며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다시 보게 되기도 했다.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든다는 문장... 읽으면 읽을수록 그 의미가 다른 빛깔로 느껴져서 더 좋았던 권여선 작가의 소설집. 읽기를 참 잘했던 5월을 마무리해본다.

삼십 년 전, 너는 왜 연극이 하고 싶어, 내가 물었을 때 정은은, 나는 왜든 연극이 하고 싶어,라고 말했다. 어쩌면 나는 사슴벌레식 문답에 대한 심오한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어디로 들어와, 물으면 어디로든 들어와, 말하는 사슴벌레의 대답이 나는 상대에게 구구절절한 과정이나 절차를 해명하지 않아도 되는 의젓한 방어의 멘트인 줄 알았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그 문답 속에는 내가 읽어내지 못한 무서운 뉘앙스가 숨어 있었던 것 같다. (···) 어디로 들어와, 물으면 어디로든 들어와, 대답하는 사슴벌레의 말 속에는, 들어오면 들어오는 거지, 어디로든 들어왔다, 어쩔래? 하는 식의 무서운 강요와 칼 같은 차단이 숨어 있었다. 어떤 필연이든, 아무리 가슴 아픈 필연이라 할지라도 가차 없이 직면하고 수용하게 만드는 잔인한 간명이 '든'이라는 한 글자 속에 쐐기처럼 박혀 있었다. _28~29 #사슴벌레식문답

인간의 자기 합리화는 타인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경로로 끝없이 뻗어나가기 마련이므로, 결국 자기 합리화는 모순이다. 자기 합리화는 자기가 도저히 합리화될 수 없는 경우에만 작동하는 기제이니까. _36p. #사슴벌레식문답

반희는 채운이 자신을 닮는 게 싫었다. 둘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닮음의 실이 이어져 있다면 그게 몇천 몇만 가닥이든 끊어내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둘 사이가 끊어진다 해도 반희는 채운이 자신과 다르게 살기를 바랐다. 그래서 너는 '너', 나는 '나' 여야 했다. _50p. #실버들천만사

나는 한참 눈을 꾹 누르고 있었다. 오래전 젊은 날에, 걸리는 족족 희망을 절망으로, 삶을 죽음으로 바꾸며 살아가던 잿빛 거미 같은 나를 읽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아니, 그런 사람을 나를 알아본 그 사람을 내 등을 두드리며 그러지 마, 그러지 마, 달래던 그 사람을 내가 마주 알아보고 인사하고 빙글 돌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그 사람은 나와 춤추면서 넌 거미가 아니라고, 너는 지금 스스로에게 덫을 치고 있는 거라고, 그렇게 작고 딱딱한 결정체로 만족하지 않아도 된다고, 너는 더 풍성하고 생동적인 삶을 욕망할 수 있다고. 이 그물에서 도망치라고 말해주었을까. _241p. #기억의왈츠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추천 #문동북클럽 #문동북클럽6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의 빛
마이클 온다치 지음, 아밀 옮김 / 민음사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기억의빛

#마이클온다치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때는 잘 믿기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그 시기에 내 생활이 망가졌었는지 아니면 활기에 찼는지 분간이 잘 안 간다. 나는 가족의 습관에서 비롯된 규칙과 제한에서 벗어났는데, 나중엔 자유를 너무 빨리 소진한 게 아닌가 싶어 주저할 정도였다. 어쨌든 지금의 나는 당시 일에 대해, 낯선 사람들 품에서 보호받으며 자란 경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이는 우리 부모님, 레이철 누나와 나, 나방, 그리고 나중에 우리와 함께한 다른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었던 신화의 의미를 명확히 밝히는 일과도 같다._18p.

_

내 기억 속에는 이름표가 없는 파편들이 너무나 많다. 조 부모님 침실에서 나는 어머니가 학창 시절 격식을 갖추고 찍은 사진들을 보았지만 그곳에 아버지 사진은 없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분의 삶과 죽음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고 화이트 페인트를 뒤졌지만 아버지와 관련된 사진은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아는 것은, 아버지 시대의 정치적 지도가 광대하고 국제적이라는 사실이었고, 아버지가 우리 가까 이에 있는지 아니면 머나먼 곳들로 영원히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은 수많은 곳에서 살고 어디에서든 죽는다는 말이 있듯이._248p.

제2차 세계 대전 직후인 1945년, 너새니얼과 레이철의 부모는 남매를 후견인이라는 인물에게 맡긴 채 싱가포르로 가버린다. 전쟁 중 이런저런 임무를 수행한 나방(후견인)이 범죄자가 아닐까 의심하던 남매는 그들이 사는 집으로 이런저런 사람들이 왔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함께 어울리면서 낯선 사람들과의 생활은 이들 남매가 아이의 삶에서 어른의 삶으로의 시간을 압축해버린듯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버지와 싱가포르에 간 줄 알았던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낯설기만 한데... 남매들이 알지 못했던 어머니의 삶, 마지막까지 알 수 없었던 아버지의 생존 여부 등... 성인이 되어 어머니의 흔적을 더듬어가는 너새니얼의 여정은 전쟁시대 어쩌면 희생자이고, 영웅이었을 사람이 삶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살았던 시절의 자락들이 아니었을까?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후 성장한 아이가 사실과 기억으로 상상하는 조금은 묵직한 첩보 미스터리 즈음이려나..

역대 부커 수상작 중 최고작에 주는 황금 부커상을 수상한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거장 마이클 온다치의 새 소설. 「기억의 빛」은 아름다운 문장과 겹겹이 쌓여가는 이야기들이 입체적으로 형태를 갖추어가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다. 페이지가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제목의 의미가 점점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느낌! (읽어봐야 알 수 있는데~) 꽤 긴 시간 천천히 읽었던 글이지만 적어두고 싶은 문장들이 많아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마지막페이지를 덮으면 다시 맨 앞장으로 돌아가 페이지를 넘기게 될 것이다. 추천, 또 추천..

나는 느릿느릿 움직이는 버스 2층에 앉아 텅 빈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도시의 어느 지역들은 작은 유령처럼 무기력하게 홀로 걷는 아이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전쟁의 유령이 떠돌던 시절이었다. 회색 건물들은 밤에도 불을 밝히지 않았고, 유리가 박살 난 빈 창문들에는 여전히 검은 천이 덮여 있었다. 도시는 아직 아픔에 잠겨 있었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에 인간들이 규칙 없이 지내도록 놔두었다. 모든 일은 이미 벌어졌다. 그렇지 않은가._52p.

우리는 어떤 종류의 가족이었을까? 돌이켜보면 누나와 나는 날조된 서류들이 덧붙여진 개들만큼이나 익명성 뒤에 숨겨진 존재였던 것 같다. 개들처럼 울타리를 벗어났고, 규칙과 질서가 줄어든 세상에 적응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정확히 무엇이 되었던 걸까? 청소년들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잘 모를 때면 사람들이 으레 예상하듯 억압되지 않고 도리어 불법의 영역으로 넘어가곤 한다. 그리하여 쉽 사리 이 세상에서 보이지 않고 지각되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_142p.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라다 보면 사람들을 하루 단위로, 혹은 아예 더 안전하게 시간 단위로 대하게 된다. 사람들에 대해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얘기 다. 어차피 혼자니까. 그래서 나는 과거에 의존하고 그것을 다시 해석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행동을 기억하는 방식에는 일관성이 없었다. 유년 시절 대부분을 균형을 잡으며 수면에 떠서 보냈기 때문이다. . _232p.

우리는 간신히 유지되는 이야기들로 우리 삶을 정돈한다.

혼란스러운 곳에서 길을 잃은 듯이, 눈에 보이지 않고 말이 되지 못한 것들 - 레이철 또는 렌도, 나, 즉, 스티치도-을 모두 한데 모아 꿰맨다. 전쟁 때 지뢰가 묻힌 해변에서 자라 났던 갯완두들처럼 불완전하게, 무시당하며, 그럼에도 살아남기 위해._386p.

#소설 #민음사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추천 #인글리시페이션트 #war_light #책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