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의 시간 - 펜글씨로 만나는 세계문학 명문장 모음
유한빈(펜크래프트)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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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필사의시간

#펜크래프트

마음에 드는 것, 그것부터 읽어 보세요.

책 읽기가 두렵다면 필사를 추천드려요.

책은 읽고 나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 않나요? 읽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책장을 펼치기 두려워하실 텐데, 필사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냥 정해진 분량, 혹은 내가 쓰고 싶은 만큼만 쓰고 다시 덮으면 돼요. 이해는 필요하지 않아요.

그저 썼다는 사실이 중요해요. 마음에 드는 책이라면 쓰는 도중 궁금해서 뒷이야기를 술술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할 거예요. 이렇게 책과 친해져 보세요.

책을 두려워하는 분, 어디에서 손으로 글씨 쓸 일이 있으면 부끄러워 뒤로 쉽게 되는 분 모두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_5p.

고전, 세계문학이라는 장르가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 어렵다고 생각되기도 하고, 막상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아서 시도했다가 덮어두기 일쑤이기도 했다. 어려울 것 같아서 다가서기 어려웠던 고전, 명작.. 국내 최초로 세계문학 전집을 만든 을유문화사에서 새 시대에 맞게 출간한 양질의 명작 고전을 널리 알리고 싶어 <필사의 시간>에 등장하는 모든 작품을 다 읽고 '필사하기 좋은 문장을 직접 추리고' 그 문장들을 필사북으로 엮은 책이다. 누드 사철 제본 형식으로 페이지가 활짝 펼쳐져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필기하는데 어려움이 없으며 다양한 펜으로 필사를 경험한 바, 잉크의 흐림이 좋았던 만년필도 종이 뒷면의 비침이 없으며 종이 특유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좋아 자꾸 필사하고 싶어지는 문장을 뒤적이기도 했다.

책을 읽다가 문득,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문득, 잠들기 전 괜히 한 두 문장 등 손 닿는 곳 가까이 필기도구만 있다면 어디서든 문장을 적어볼 수 있었던 <필사의 시간>, 펜크래프트 작가 특유의 필체를 따라 써보기도 하고 내 마음대로 필체로 한 문장씩 따라 써보며 자연스럽게 읽고 싶은 책들을 추려보기도 했다. 책의 맨 뒤편엔 을유세계문학전집의 제목이 순차적으로 나와있고 필사를 끝낸 문장이 있다면 체크! 하며 표를 완성해가는 재미도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론) 문장을 먼저 필사하고, 이 문장이 어느 책에 등장했는지 저자에 대한 설명도 수록하고 있어 책 읽기가 막연하게 느껴지는 이라면 또는 좋은 문장들을 먼저 경험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자녀들과 함께 필사해도 나의 심신 안정을 위해서도 선물하고 추천하고 싶은 책.

#을유문화사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필사 #손글씨 #캘리그라피 #도서추천 #book #누드사철제본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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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스 고스트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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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페퍼스고스트

#이사카고타로

"나는 누군가 쓰고 있는 이야기, 예를 들면 소설 속 등장인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시안 씨는요?"

"없어." 러시안 블루는 즉각 대답했다. "그딴 생각은 안 해."

"아아, 그런가요." 어쩐지 동정심이 묻어나는 말투였다.

"요컨대 네가 어떻게 될지는 전부 다른 누군가의 뜻이라는 거야?"

"그렇죠. 소설을 쓰는 누군가, 뭐 프로 작가인지 심심풀이로 노트에 끄적이는 중학생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걸 쓰는 누군가가 있다는 뜻이에요." 아메쇼는 한순간 위쪽에 시선을 주었다. 하늘 위에 그 '필자'가 있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_114p.

연극 무대나 영상 분야에서 사용하는 기술 중 하나로, 조명과 유리를 사용해 다른 곳에 있는 물체를 관객 앞에 보여주는 수법을 말하는 페퍼스 고스트(Pepper's Ghost)는 다른 곳에 숨겨진 물체가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한다.

비말 감염으로 타인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중학교 국어교사 단, 고지모(고양이를 지옥에 보내는 모임) 사냥꾼인 러시안블루와 아메쇼의 두 갈래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의뢰인의 의뢰를 받고 고양이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찾아 똑같은 방식으로 복수하는 일을 하는 러시안블루와 아메쇼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있는 후토 마리코는 국어교사인 단에게 소설을 보여주며 의견을 물어본다. 그런데... 이미 러시안블루와 아메쇼라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있는걸? 그런데 각자의 스토리를 끌고 가는 이들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사고처럼 맞닥뜨리게 된다. 소설과 현실의 충돌?!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이 이야기 속재미난 장치들을 잘 설치하기도 하고 떡밥 회수도 참 맛깔나게 하는 작가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500여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까울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유약해 보이는 국어교사 단의 독특한 능력과 복수 대행이라는 직업이 무색하게 냉혹하고 잔인할 것 같지만 티키타카가 유쾌하게 느껴질 정도인 러시안블루와 아메쇼 2인조 사냥꾼 이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이 책과 함께 읽어야 하는 참고 서적인가 싶을 정도로 메인으로 등장하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영원회귀'사상에 대해 궁금해지게 될 것이다. 다음 편은 있니?라고 떡밥을 던져주셨으니.... 이야기가 더 나올 거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유쾌하고 흥미롭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들의 이야기는 페이지 넘김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진심 날샘주의)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되네요."

"제가 말했잖아요. 우리는 소설 속에 있는 거라니까요." _276p.

"인간의 바쁜 삶을 신들이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내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아메쇼가 그렇게 말하고는, "그렇다기보다" 하고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실제로 있을 거예요."

"누가요?"

"신처럼 우리를 위에서 보고 있는 누군가." _428p.

"다음 편은 있니?" 후토 마리코가 쓴 소설에 관해 이야기를 계속했다. (중략) "호평이라면요." 후토 마리코는 미소를 지었다. _473p.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미랑 #소미랑2기 #소미미디어 #일본소설 #소설 #소설추천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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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평범한 심리상담소 - 누구에게나 상담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이원이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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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이상한나라의평범한심리상담소

#이원이

우리네 인생에서 어떤 아픔에 대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정답 같은 것은 없다. 그렇게 아프기까지 수없이 많은 상처와 좌절이 켜켜이 쌓여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어떻게 몇 번, 몇 달 만에 아무것도 없었던 일처럼 만들 수 있겠는가? 다만 상처가 이해되고, 나 자신이 좀 더 이해될 때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_12p.

_

상담소는 소위 '답정너'처럼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원하는 답을 받는 곳이 아니다. 이전에 하지 않았던 질문,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던 질문을 받는 곳이다. 무언가 일이 꼬이고 있다면, 왜 그런지 더 꼬이기 전에 풀고 싶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소의 문을 두드리기 바란다. _144p.

가끔 상담이란 각 잡고 해야 하는 이야기처럼 쓰인 글을 만나곤 하는데, 지나다 편하게 들어가 차 한잔하며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위기의 글이랄까? 부모님과 가족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게 습관처럼 자리 잡아서인지 나를 감추는데 너무 익숙해져 나도 모르는 가면들을 하나씩 덧씌우며 살아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장래희망이 귀여운 할머니였는데... 이러다 욕쟁이 버럭 쟁임 심술궂은 할머니가 되어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이 문득문득.. (하지만만 오늘은 내가 좀 막 나갔지 싶다. )

저자가 상담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상담소를 찾은 이들의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깊숙이 숨어있던 무거운 마음들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던 <이상한 나라의 평범한 상담소>는 우리가 마음이 힘들 때 혼자가 아닌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글이기도 했다. 나는 맞고 당신은 틀리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꽤 자주 듣게 된다. 자영업을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어서인지,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질러버리는 성질들이 튀어나오곤 한다. 오늘도 그랬던 날들 중의 하루라 편치 않았는데 이럴 때면 가까이 있는 심리 상담에 관한 책들 중 아무 페이지나 펼쳐 마음 길을 잡아보곤 한다. 어떤 아픔도 한 번에 치료될 수 있는 건 없다고 하는데, 하물며 마음의 상처는 오죽할까? 상처가 이해되고 나 자신을 더 이해했을 때 우리는 조금 더 나아가게 될 용기를 얻게 된다고 한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마음건강을 위해 일독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한 번은 '솔직함'이라는 낭떠러지 아래로 번지점프를 해봐야 나의 가면과 거추장스러운 옷을 날려버릴 수 있다. 내가 나를 잘 포장하는 것이 나 자신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 서는 그렇기도 하다. 살면서 때로는 스스로를 포장도 해야 하고 가면도 써야 한다. 하지만 끝까지 포장을 벗길 수 없고, 항상 가면을 쓰 고 다녀야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다. 그러한 인생은 주어진 선물 상자를 한 번도 열어보지 못하고 포장된 상자째로 평생 들고 다니는 것과 같다. 365일 24시간 화장기 없는 얼굴을 보이지 못하는 사람, 안경이나 깔창 없이는 밖에 다니지 못하는 사람, 공연이 끝났는데도 무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빈 객석을 향해 공허하게 밤샘 공연을 하는 그런 사람과 같다._81p.

누군가가 남의 약점을 들추거나, 상대를 무시한다면 그냥 쿨하게 지나가지 마십시오. 오히려 나는 지금 네 말에 기분이 안 좋고, 네 말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_105p.

내 인생의 주체는 내가 되어야 한다. 나의 방식으로, 내가 직접 운전해야 한다. 누구에게도 맡길 수가 없다. 훈수를 두는 사람들의 말에 가끔씩 솔직할 수는 있지만 훈수를 두는 사람은 실제 경기를 하는 나 자신일 수는 없다. 나 자신을 믿어보자. 때로는 눈을 감고 다른 사람의 눈초리가 아닌 내 속에서 확신을 주는 날카로운 메시지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나는 내가 제일 잘 다룰 수 있다. _130p.

#교양심리학 #심리학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믹스커피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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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빈칸 - 당신의 생활 속에 반짝이는 크리에이티브 조각들
최장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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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일상의빈칸 #최장순

광고인 제프 굿비(Jeff Goodby)는 이렇게 말한다.

"브랜드는 놀이공원이다. 상품은 놀다가 사가는 기념품이다."_74p.

_

우리에겐 의미의 다양성과 깊이가 필요하다. 더 많은 상상의 여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의미의 빈칸이 필요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타인의 생각, 상상, 경험을 존중하는 관용과, 스스로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대담함이 필요하다. _198~199p.

<기획자의 습관>, <의미의 발견>, <본질의 발견>을 집필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장순의 신간 <일상의 빈칸>은 가장 가까운 일상, 우리 생활 속 새로운 발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판형도 부담스럽지 않아 가방에 쏙 넣어 다니며 페이지 여백에 문장과 이미지 사이 나만의 생각을 첨부해가는 나의 일상 빈칸을 만들어 채워보는 재미도 있는 책.

거리의 빈칸 / 장소의 빈칸 / 사물의 빈칸 / 언어의 빈칸 / 시대의 빈칸

거리의 간판, 인테리어, 길거리에 뿌려진 명함들, 라벨 디자인, pc방, 인쇄소, 초코파이, 사라지고 있는 공중전화 부스, 지하철 등등 쉽게 지나치고 또는 너무 익숙해서 생각해 보려 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튀어나오는 이야기들은 변화가 없다고 생각했던 주변의 일상을 새로운 관점과 기발한 생각으로의 시각, 감각을 경험하게 한다. 기획과 생활의 감도를 높이는 크리에이터 북 <일상의 빈칸>은 어느 페이지부터 읽어도 흥미롭고 모든 일상의 순간에 숨어있는 인문학, 마케팅, 기획, 브랜딩 등 톡톡 튀는 상상과 영감들을 펼쳐볼 수 있을 것이다.

일상 (日商)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

생 (生)은 반복을 이루어 일상이 된다.

일상의 반복은

우리를 둔감하게 만든다. _11p.

일상은 비일상이 되고,

비일상은 새로운 일상이 된다.

그렇게 일상은 새로운 일상의 가능성을

빈칸에 담아둔다. _17p.

장소에서 행동 규범을 깨고 나오면, 쓸데없지만 소소한 자유가 생긴다. 장소는 일종의 '문법'이다. 그 문법 체계 안에서 어떤 일들이 왜 벌어지는지, 어떻게 문법은 파괴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 또한 소소한 재미가 있다. 장소의 문법대로 바르게 살고 있다면 한 번쯤은 '비문(非文)'의 일상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 _57p.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패키지 디자인을 잘 살펴보자. 어떤 이유와 전략에서 만들어졌는지 추론해 보고 서로 대화를 나눠보자. 인터넷에 검색도 해보고 토론하다 보면,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_114p.

#기획자의 습관 #크리에이티브 #더퀘스트 #읽고싶어질지도 #교양인문학 #인문 #도서추천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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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맥베스
하야세 고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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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미필적맥베스

#하야세고

 

 

🔖​나는 화장실로 가는 모리카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뒷모습은 '당신을 믿어도 괜찮을까요?'라고 묻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째서일까? 그때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밸런타인데이에 육상부 트랙을 가로지르던 나베시마 후유카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물론 모리카와는 화장실까지 달려가지도 않았고 세일러복을 입지도 않았다. 어쩌면 그때 나베시마는 '너는 리본 달린 초콜릿에 속을만큼 단순하지 않지? 널 믿어도 되지?'라고 등으로 묻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열다섯 살이었던 나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리본 달린 초콜릿을 선택해 나베시마의 꼭두각시 줄을 쥐고 있던 여학생을 여자 친구로 택하고 말았다. _167p.

_

🔖​반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아마도 나베시마 후유카가 바로 레이디 맥베스라는 것이다. 나는 마카오 타워를 등지고 번화가로 돌아가는 길을 걸으며 벚꽃색으로 칠해진 중학교를 올려다보았다. 사람은 누구나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을 20년씩 끌어안고 살아갈까. 그리고 그 사랑에 도착했을 때는 어떤 기분일까. 그것은 꼭 두세 페이지밖에 읽지 않은 책 같다. 이야기는 묻이 닫혀 있는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어딘가에서 그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수 있다면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던 내가 이미 죽었다 하더라도. _484~485p.

IT기업에서 동남아를 중심으로 교통카드 IC를 판매, 영업을 하는 나카이 유이치는 고교 동료인 반과 같은 회사에 근무하며 방콕에서의 큰 계약을 성사시킨 뒤 귀국하는 중 공항 문제로 인해 마카오에 머물게 된다. 카지노에서 가볍게 시작한 게임으로 큰돈을 손에 넣게 되고, 묘령의 여인에게 "당신은 왕으로서 여행을 계속해야 한다."는 예언 같은 말을 듣기도 한다.

그리고 얼마 뒤 유이치는 홍콩 자회사의 대표이사로 발령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카이저라는 남자의 접근으로 HK 프로토콜의 미공개주를 매입하게 되고, 본사와 자회사인 J프로토콜과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유이치와 반은 전임자들의 행적을 알게 되면서, 자신들이 어쩌면 헤어 나올 수 없는 함정에 빠진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온갖 도청장치가 된 사무실, 딱히 업무는 없고, 오로지 접대를 위해 먼저 체험하고 현지에서 얼굴을 익히는 게 업무라는 사무실 분위기, 유이치는 자신의 비서 모리카와도 믿어야 의심해야 하는 상황.

그러던 중 20년 전 고교 동창이었던 나베시마 후유카가 남긴 장문의 메세지를 받게 된 유이치는 그녀 역시 반과 자신처럼 같은 회사에 근무했었고 어떤 프로그램을 발명해 생명의 위협을 받다가 성형을 하고 신분세탁까지 한 후 잠적한 걸 알게 된다. 암호화 방식의 비밀키를 추측하는 방법이 있다는 말을 동료에게 흘렸는데... 이를 알게 된 회사에서 효율적인 해법을 내놓으라는 강요를 받게 되고, 급기야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 어쩌면 유이치에게 닿길 바랐고, 그가 끝내주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 유이치를 돕는 사람들, 친구인 반, 입사 동기인 다카기 누구를 믿고 누굴 의심해야 하며 이들의 어떤 결말을 마주하게 될지... 나라와 나라를 넘나드는 비즈니스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유이치의 담대함, 의외의 복병들은 지금껏 읽어왔던 추리소설과는 결이 다르게 느껴졌달까? 경제소설이자 범죄소설이고, 연애는 없지만 애틋한 여운이 남는 연애소설, 맥베스에 대한 묘사가 꽤 자주 등장하는데 진작 맥베스를 읽고 읽었더라면 더 재미있게 읽지 않았을까? 했던 <미필적 맥베스>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넘기게 될 것이다. 날샘주의!

🔖​만약 그날 밤 카지노에서 돈을 따지 않았다면 내 여행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전에 이미 여행이 시작되었다면 그날 밤 캐세이퍼시픽의 도착지를 변경할 수 있을 정도의 시나리오 작가가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뜻이다. _235p.

🔖​나는 뱅쿠오를 암살한 맥베스의 감정을 모르겠다. 실재 맥베스 왕에게는 부인이 데려온 아이가 있는데 희곡에서는 맥베스 부인이 "내게는 자식이 있습니다." 라는 대사만 나오고 부부의 왕위 계승자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맥베스는 세 마녀에게 뱅쿠오가 왕이 되지 않는다는 예언을 들었지만 그에게는 핏줄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전우인 뱅쿠오에게 암살자를 보내는 게 대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세 마녀의 예언을 듣고 암살자를 보낼 동기가 생기는 건 맥베스가 아니라 오히려 뱅쿠오여야 스토리의 아귀가 맞는다. 뱅쿠오는 자신의 자식을 위해 왕위에 앉는 맥베스를 죽일 이유가 있다. _408p.

#한수진 옮김 #소미미디어 #소미랑 #소미랑2기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일본소설 #소설추천 #추천소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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