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쬐기 창비시선 470
조온윤 지음 / 창비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햇볕쬐기 #조온윤


#그림자무사



나를 대신해서 명랑하게 살아줄

그림자를 찾습니다

나에게는 실체랄 게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길 원치 않거든요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손을 번쩍 들어주어서

나는 마음 편이 눈을 감았다

내일의 일들 따위 잊어버리고

내일모레의 일들 따위 전부 잊어버리고


그림자는 나를 대신해서 친구들을 만나 하하호호

농담을 주고받았다

주말에는 낯선 애인과 영화도 봐주었다

되풀이되는 말싸움도 대신해주고

사랑이고자 하는 게 곧 사랑이라는 주장을 포기하지 않았다

격렬하게 살아주었다


모든 게 가짜라는 걸

들키지 않았던 거 같지만


그림자야

진심이고자 하는 게 곧 진심일 수 있다면

가짜였던 마음은 언젠가 펄떡이는 심장이 되어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거기에 없어도

밤이면 거리는 어두컴컴해지고

가로등엔 불이 켜진다는 걸 안다

아, 실재하는 세계를 걷고 싶다


네가 거기 있다는 걸 안다

따라오지 말고 나란히 걷자고 말한다



■ 혼자가 되어야 외롭지 않은 혼자가 있습니다. _10p.


■ 우리의 불행을 처음 발견할 사람이 곤란하지 않도록

우리가 불행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_44p.


* 본 도서는 창비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시 #창비 #문득아무페이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book #bookstagram #책


+ 겨울의 끝자락,

이제는 이 찬바람도 그리워지는 계절이 오겠구나,

곧 봄이 시작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날,

햇살 같은 시집 한 권을 며칠이고 읽었다.

조금 낙낙한 후드를 걸치고, 주머니에는 시집 한 권을 넣고 걷다가 읽다가 그렇게 산책하듯 읽으면 좋을 시집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에세이&
김현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다정하기싫어서다정하게

#김현 #에세이 #창비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 느낌이 일어나는 마음을 정(情)이라고, 다정(多情) 한자 그대로 정이 많다고!!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출간 당시부터 눈길을 끌었던 제목이었다. 다정하기 싫은데 다정하다고? 다정하기 싫지만 다정하다고?

개인, 사회, 직장, 관계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글을 읽으며 '사랑'과 '삶' 그리고 '편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흘러가듯 이어지는 문장들은 꼬리물기를 하는 것처럼 이어진다. 가벼운듯하다가도 이내 깊게 파고드는 문장을 만나게 되기도 했던 에세이 길고 긴 겨울의 끝자락과 너무 잘 어울렸다고 할까?


나 혼자가 아니라 인류가 공평하게 절망하는 지금. 통쾌하지 않음? 나만 힘이 부치는 것이 아니고 나만 힘에 부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면 정말, 통쾌하지 않음? _25p.


애원하며 살지 않으려고 해도 애원하며 산다. 누구나 그렇다. 아닌 척할 뿐. _48p.


인생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큰코다치기 위해 일어나야 하는 하루가 하나둘씩 더 늘어난다는 것. 다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울기 위해 일어나야 하는 하루가 하나둘씩 더 늘어난다는 것. 그러니 허투루 살아라, 청춘이여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보다는 낫지?). _83p.


행복에도 크기가 있을까?

행복에 관해 자주 생각하는 요즘이다. 크고 무거운 행복이 아니라 작고 가벼워서 어디든 들고 갈 수 있고. 언제든 버릴 수 있고, 누구와도 나눌 수 있는 행복. 시시한 생각이지만, 창문을 활짝 열고 방바닥에 누운 채 생각에 잠겨 잇다 보면 '이거 꽤 행복한걸'하고 어깨를 으쓱하게 되기도 한다. _90p.


어른이 된다는 건 그저 나이를 먹는 일에 불과한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른의 얼굴은 나이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어른의 얼굴은 상상해 보게 한다. 그의 삶을. 그의 삶을 토대로 한 나의 삶을. 우리의 미래를. _149p.


#에세이추천 #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책


본 서평은 창비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은 생각한다 창비시선 471
문태준 지음 / 창비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련스럽게


지난여름 낮에 풀을 뽑고 있는 내게 지나가던 그 사람이 말했네

- 그걸 언제 다 뽑겠다고 앉아 있어요? 미련스럽게. 풀 못이겨요.


그리고 가을이 물러서는 오늘 낮에 풀을 뽑는 내게

그 사람은 말했네

- 그걸 왜 뽑고 있어요? 미련스럽게. 곧 말라 죽을 풀인데.


조용히 움직였지만 실은 발랄한 풀과

오늘에는 시름시름 앓는 풀이 그 말을 나와 함께 들었네

잠시 손을 놓고 서로 어찌할 바를 몰라서. 미련스럽게.


* 본 도서는 창비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아침은생각한다 #문태준 #시 #창비

#문득아무페이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book #bookstagram #책


+ 이 시집에서 제일 좋았던 시는 #꽃 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론 길고 길게만 느껴졌던 겨울,

나이가 들어갈수록… 추운게 싫어지는지… ㅠㅠ

곧 다가올 봄을 기다리게 되는 시들을 읽을 수 있어 며칠을 읽고 또 읽었던 시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자를 닮은 소녀
에릭 포스네스 한센 지음, 손화수 옮김 / 잔(도서출판)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사자를닮은소녀

#에릭포스네스한센 #손화수 옮김 #잔

 

"할 수 없어요! 이런 옷을 입고 나갈 수는 없다고요. 내 모습을 보세요!"

"괜찮아. 그건 단지 네가 이런 옷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내 눈에는 아주 예쁘게만 보이는걸."

"하지만 다들 이상하게 쳐다볼 거라고요."

"그래, 틀린 말은 아니야."

"지금 내 모습을 보라고요. 나는...."

"하지만 네게 잘 어울려. 매우 이국적으로 보이는걸. 이제 얼른 나와보렴.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어. 이건 네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잖아." _18p

 

서커스단의 홍보 멘트로 시작하는 글의 시작은 독특한 외모와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에바가 무대에 오르기 전 무대 뒤의 상황으로 시작하고 있다. 보통의 부모에게 태어났지만 황금빛 털은 더욱 무성하고 아름답게 길었고 털에 가려진 얼굴에선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갓 태어난 에바를 돌봐준 약사 부부, 에바의 탄생을 도왔던 의사, 그녀의 유모인 한나와 에바를 편견 없이 봐준 무선사 등 그녀의 주변에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돌봐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에바가 성장하면서 학교를 다니게 되고, 아이들의 악랄한 따돌림과 괴롭힘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다.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차별은, 외로움 속에서도 사랑을 갈망하는 소녀의 성장기는 인류와 보편적인 편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소녀가 어른이 되어가며 겪어가는 성장통이라기엔 참으로 힘겹고도 뭉클한 슬픔이 있지만 마지막 장에 이르러 시작 부분을 다시 넘겨보게 될 것이다.

 

더 가까이 오세요. 북유럽의 작고 외딴 시골 마을에서 온 저를 가까이에서 두 눈을 크게 뜨고 잘 보세요. 더 가까이 오세요. 곧 장막이 걷힐 거예요.

당신도 더 가까이 오세요. 누군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벌써 만났을지도 모를 당신. 내가 보이나요? 이제 나를 볼 수 있나요? 더 가까이 오세요. _프롤로그

 

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보다 그들이 예의 바르게만 행동해 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무려나를 사랑해도 타인의 사랑을 받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던 것이다. 나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홀로 지내는 걸 훨씬 좋아했다.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내 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꿈을 버렸고, 우정이나 동지애에 관한 유치한 환상도 갖지 않았다. 그런 것들을 바라지도 않았다. _325p.

 

나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질에 결코 무지하지 않았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았지만 그를 찾아 나서는 걸 거부했다. 아직 어리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제3자의 눈에 비친 내 모습 때문이기도 했다. 아이들의 경멸과 조소가 담긴 말들, 어른들의 손가락질과 놀란 표정으로 뚫어지게 바라보는 얼굴 그리고 항상 닫힌 문을 마주하고 살아야 하는 고립된 나의 처지. 동시에 내 몸은 소녀에서 여성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불쾌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_353p.

 

#북유럽소설 #소설 #도서출판잔 #까망머리앤의작은소설 #노르웨이 #zhanpublishing #차별 #따돌림 #카펠렌상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할머니와 나의 3천 엔
하라다 히카 지음, 허하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3천엔, 우리 돈으로 3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을 어떻게 생각하고 소비하는 습관이 쌓여 그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 간다고 이야기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독립을 시작한 미호, 가정을 꾸려가며 자녀 양육과 앞으로의 인생을 계획하며 친구의 화려한 결혼 준비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마호, 있는 돈을 알뜰하게 굴리며 살아왔던 할머니는 작은 일을 시작하며 자신의 삶을 다시 계획하게 되기도 한다. 지금은 돈이 있으니까 이대로 돈이 모이면 모이는 대로 살아도 되는 게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은 이 책을 읽으며 미래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을 하고,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일을 하며 소액이라도 자신이 돈을 벌어 만족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어쩌면 '돈'이라는 건 죽음 이후까지 대비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다양한 연령과 다양한 상황에 놓인 여성들의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들을 포함하고 있어 '어! 이건 내 이야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이 어떤 해결책을 찾아가는지를 읽으며 나만의 답을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 독파 챌린지는 독파 메이트 신예희 작가의 코멘트로 인생에는 돈이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 있던가? 경제 개념을 가볍게 짚어주는 소설이지만, 가볍지만은 않고 현재와 미래에 대한 '돈, 잘 모으고 잘 쓰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다.


"말 그대로야. 3천 엔 정도의 소액으로 사는 것, 고르는 것, 하는 일이 쌓여서 그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간다는 뜻이지." _10p.


"그래. 쓴 돈을 적는 것뿐만 아니라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지. 이달에 돈이 얼마 들어오고 얼마 나가는지. 그중 자신이 쓸 수 있는 돈은 얼마인지를 파악해두는 게 중요하다고 했어."

"흐음."

"마호 너는 나와 다르게 어느 정도 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니? 적어도 사호의 취직 무렵까지는 예정이 확실하니, 앞으로 이십 년 뒤까지 언제 어디서 얼마나 돈을 쓸지 미리 계획해두면 좋지 않을까? 그리고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한 번 더 잘 생각해 보렴. 그럼 공연히 불안해지거나 남과 비교하는 일은 없을지도 몰라." _176p.


어느 인생에도 절대적인 안정 같은 건 없어. _186p.


"노후 대비는 해둬서 나쁠 게 없단다."

과연 그럴까. 지금 돈을 쓰지 않아 미래에 후회하진 않을까?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죽기 직전에 역시 돈이나 마음껏 쓸 걸 그랬다고 생각하는 일은 없을까? _202p.


인생에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많잖아요.

나이, 질병, 성별, 시간...

어떤 종류의 빚은 이처럼 어쩔 수 없는 일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빚을 졌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건 이상하지 않나요?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되는 걸까요?

"돈이나 절약은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저희 할머니가 하신 말씀인데요, 지금은 저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_413p.


#할머니와나의3천엔 #하라다히카 #허하나 #소설 #문학동네 #독파 #완독챌린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전자책 #이북 #eboo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