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
로버트 판타노 지음, 노지양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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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다만죽음을곁에두고씁니다


만약 내게 남은 시간이 정확히 얼마나 될지, 그 사실을 절박하고 명징하게 깨닫는다면 그것은 과연 나에게 이익일까? 오히려 그 점을 깨닫고 나면 내가 가진 몇백 일과 몇 년이라는 시간을 자꾸 의식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상하게도 시간이란 의식할수록 잘 쓰기가 더 어려워진다. _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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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생이란 스트레스와 불행이 전혀 존재하지 않아서 좋은 인생이 아니라, 그 사람이 무언가를 믿고 관심을 갖고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겪은 위험과 스트레스와 불행이 존재했기 때문에 좋은 인생이 되었다 할 수 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도망갈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고통과 고난을 가치 있는 싸움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에 좋은 인생을 만들었다 할 수 있다. _93p.


내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이, 누군가에겐 절실한 하루 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보다 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날들이 늘어가고 있다. 중년의 삶을 지나고 있는 지금, 나의 노년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을 하지도 못한 사이에 죽음이 목전에 와 있다면? 생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는 서른다섯 젊은 소설가가 악성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마지막 순간까지 적어내려간 소설 형식의 에세이다. 죽음의 문턱에 다가가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과 주변을 향한 밀도 있는 글을 남겼다. 우리의 삶에도 언젠가 마지막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죽음과 삶 사이의 수많은 질문과 이야기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와 함께 이야기하고 생각해 보고 싶은 주제이기도 하다. 살아간다는 건 언제일지 모를 마지막 순간을 향해 하루씩 더 다가간다는 게 아닐까? 오늘을 잘 살아가고픈 이들에게 추천하고 함께 읽고 싶은 글이다.


평생을 고민하고 방황하고 떠돌면서 나의 인생이 아무것도 아니지 않기만을 희망하다가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쯤 죽음이 찾아온다. 내가 옳았는지 옳지 못했는지 확신하지 못한 채 끝나버린다. 나 또한 여기서 내가 옳은지 아닌지 절대 말할 수가 없다. 내가 옳은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과연 옳은지도 알 수 없다. _151p.


개인적으로 삶이 진정한 비극인 이유는 삶이 살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 믿는다. _172p.


#로버트판타노 #자음과모음 #자모단3기 #에세이 #에세이추천 #추천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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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혼란한 마음 -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변지영 지음 / 트로이목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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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한 마음은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다. 잘 볼 수 있도록 가라앉히면 여유가 생겨난다. 그렇게 한 뼘씩 넓어지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받아들여 전부 함께 나아간다.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고 억압하지 않는다.

연습하면 가능해진다. 당신은 그럴 수 있다.

무엇이 오든, 그 '무엇'과 함께할 수 있다. _264p.


해마다 계절의 변화가 빠르구나... 점점 더 빨라지는구나.. 생각하다 보니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책 읽기도 그 무엇도 하지 못하는 며칠을 보내고 있던 밤, <때론 혼란한 마음>을 매일 밤 조금씩 읽으며 마음을 조금씩 다독였다. 페이지의 왼편엔 유명 소설가, 시인, 철학자들의 문장을 오른 편엔 심리학자 변지영의 문장들을 읽고 써 내려간 글, 100여 편을 담고 있다. 문장 모음이었다면 크게 와닿지 않았을 이야기들이 저자의 글을 읽으며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듯, 지금의 삶을 응원하듯, 때론 그대로도 괜찮다고 조용한 위로를 건네주는 것 같다.


저자는 지금의 혼란스러운 마음에 대한 답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이야기한다. 힘들고 괴롭다고 생각되는 마음은 그 요인을 외부에서 찾으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대가들의 생각과 문장들을 여행하며 저자의 감성과 생각이 녹아든 글을 읽다 보면 어지럽던 마음도 어느덧 차분해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필사해두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도 많았던 책, 혼란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라면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는 각자의 언어만큼 산다.

언어 안에 살고 언어를 잠시도 벗어나지 못한다.

독서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내 언어를 확장해 조금이라도 더 넓게 살아가기 위해서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의 언어가, 몸짓이 내게 스며든다.

그 과정에서 서서히 닮아간다.

선망, 흠모, 동경을 통해 언어는 증식되고 증폭된다. _41p.


당신이 만약 오랫동안 자신을 힘들게 했던 누군가와 화해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과 화해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 안의 부분들과 화해하는 것이다.

당신의 기억과 화해하는 것이다.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던 당신의 감정과 생각들을 놓아주는 일이다. 제 갈 길 가도록 모두 내려놓을 때, 당신은 자유를 되찾게 된다. _137p.


#변지영 #트로이목마 #에세이 #에세이추천 #문장 #힐링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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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나다 다섯번째 피어나다 시리즈
최향미 지음 / 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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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에 빠진 요즘, 드라마를 보면서 책을 읽을 순 없으니 손으로 하는 뭔가가 필요했다. 스티커북도 해봤지만, 검은 바탕이 매력적인 피어나다 다섯 번째 시리즈를 보는 순간, 두려워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페이퍼 커팅을 시작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워밍업으로 쉬워 보이는 작은 도안을 시작으로, 마음에 드는 도안을 골라 드라마를 시청하며 집중해서 조금씩 커팅 하다 보니 3~4일이면 하나의 페이퍼 커팅을 완성할 수 있었다.


가까이 보면 비뚤빼뚤 난리도 아니지만, 멀리서 보면 정말 심쿵!

한 번에 완성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부담스럽지만, 매일 조금씩, 1~2시간 정도 투자하면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

검은 바탕은 정말 매력적이고 또 매력적인 것!!! 페이퍼 커팅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조금만 익숙해지면 어느덧 빠져드는 매력적인 취미가 아닐 수 없다!


#피어나다 #피어나다_다섯번째 #클 #최향미 #취미 #이달의취미 #월간취미 #페이퍼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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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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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가르 농장,작은집, 헛간 하나, 외곽의 벌판 몇 군데. 저게 도대체 뭐람. 네 글 자로 된 이름, 식구 중 두 명이 살아남은 집안의 성 姓. 다른 걸 모두 떼어냈을 때,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 사람은 신선한 공기와 사랑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 두 가지가 없어도 절대 살아갈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는 것. 나는 그것을 느꼈다. 우리 바로 앞의 트렁크에 죽음이 누워 있기 때문인지 그 느낌을 더욱더 강렬했다. 나는 살고 싶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 모든 것이 내게 달렸다는 것. 그 일을 지금 해야 한다는 것. _733~7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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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랑 비슷해, 로위. 네 엄마나 칼 같은 사람들보다 강인하지. 그러니 우리가 그 둘을 보살펴야 한다. 항상. 알았지?"

"네."

"우린 가족이다. 우리가 믿을 건 가족 뿐이야. 친구, 애인, 이웃, 이 지방사람들, 국가, 그건 모두 환상이야. 정말로 중요한 때가 오면 양초 한 자루 값어치도 안 된다. 그때는 그들을 상대로 우리가 뭉쳐야 해, 로위. 다른 모든 사람 앞에서 가족이 뭉쳐야 한다고. 알았지?" _12~13p.


<맥베스>에 이어 두 번째로 읽게된 요네스 뵈의 작품, 시리즈가 아닌 스탠드 언론으로 출간된 <킹덤>은 시리즈를 시작하기 부담스러운 독자들에게 그의 작품세계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로위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740여페이지의 꽤 묵직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사랑했지만 증오하기도 했던 가족을 지키기위해 버릴수밖에 없었던 가족을 위해 살인자가 되었고, 시간이 흘러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다시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자 '가족'을 위해 다시 살인자가 되는 선택을 마다하지 않는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족을 지키기 위한 살인은 정당화 될 수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선택을 그리고 마지막을 지켜보며 이제 행복해져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네스 뵈 시리즈의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라도 <킹덤>이라는 작품을 읽어보길 권하고 또 권하고 싶다. 미친 가독성, 한 번에 읽어내기엔 부담스러운 분량이지만 오프가르 형제의 이야기에, 마을의 풍경과 예이테스빙엔 , 후켄의 이미지가 한동안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금 읽어지고 싶을 것이다.


세상의 종말이 왔다가 지나가고, 우리는 살아남았다. _187p.


나는 칼이 그렇게 정제된생각을 갖고 있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하기야 세상일이 원래 그런법이다. 누군가를 내 손바닥처럼 잘 아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그 사람에게서 짐작도 못 하던 일면을 보게 되지 않는가. 사실 우리는 주머니 속의 어둠을 손으로 더듬기만 하는 꼴이다. 그것이 자신의 주머니라 해도 마찬가지다. _420p.


엄청난 속도다. 심연을 향해 돌진하는 짐승. 금속, 크롬, 가죽, 플라스틱, 유리, 고무로 이루어진 검은 덩치. 냄새와 맛, 영원히 남을 줄 알았던 기억,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 줄 알았던 사랑하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멀어져간다. 그것을 움직이게 만든 사람이 나였다. 이 이야기 속에서 연달아 이어지는 사건들에 가정 먼저 시동을 건 사람. 하지만 어느 시점에, 정확히 언제 어디인지를 콕 집어서 말하기는 엄청나게 힘들지만, 이야기가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 시작한다. 중력이 추진력이다. 짐승은 점점 속도를 높이면서 자율적으로 움직인다. 이제는 내가 마음을 바꾼다 해도 결과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엄청난 속도다. _462p.


"형이랑 나, 우리 둘뿐이야." 이건 칼이 옛날에 하던 말이었다.

"우리가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 우리를 사랑하는 것 같은 사람들, 그 사람들은 전부 사막의 신기루야. 하지만 형이랑 나는 하나야. 우리는 형제니까. 사막의 두 형제. 한 명이 사라지면 다른 하나도 사라져."

그래. 죽음은 우리를 갈라놓지 않는다. 우리를 하나로 만든다.

짐승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우리 모두가, 살인할 수 있는 심장을 지닌 우리 모두가 가게 될 그 지옥을 향해 가는 길이었다. _686p.


*로위가 멈추지 않았다면 아버지의 비뚤어진 사랑은 계속 되었을까?

*칼은 아버지를, 로위는 어머니를 닮았던게 아닐까?

*칼은 로위의 비밀을 정말 몰랐을까?

*섀넌이 로위를 멈춰줄 수 있진 않았을까?

칼의 죽음으로 남은 둘은 가족을 이루고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

*시그문 올센의 죽음을 파헤치는 그의 아들은 결국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까?

*형제를 지키기 위해 시작된 살인은 정당화 될 수 있을 것인가? (딜레마...)

*후켄의 절벽아래 쌓인 죽음들위에, 더 이상의 이야기는 없는 것일까?

*남은 두 형제의 이야기가...더욱 궁금해진다.


#킹덤 #요네스뵈 #소설 #강력추천 #추천소설 #비채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북클럽피오나 #함께읽기


📚북클럽피오나 월별 도서목록 @hyejin8900

𖤐10월 킹덤 👍

𖤐9월 소송

𖤐8월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

𖤐7월 맥베스 👍

𖤐6월 그녀의 몸과 타인들의 파티

𖤐5월 허쉬 👍

𖤐4월 불만의 집

𖤐3월 오래전 멀리 사라져 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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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자를 쓴 여자 새소설 9
권정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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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검은모자를쓴여자


지금도 민은 그날 보았던 검은 모자를 똑똑히 기억한다. 낯선 존재를 감싸고 있던 외피의 특징 중에서 유달리 검은색 모자를 기억하는 이유는, 모자의 검은 후광이 한 존재의 전체를 압도해버릴 만큼 강렬했기 때문이다. _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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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까지 공연을 한 40여 분 동안 여러분은 결코 고양이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고양이가 허상일까요? 아닙니다. 고양이는 모자 속 어딘가에 숨어 있었겠지요. 안과 밖, 두 가지로 구분하지 마십시오. 실재하는 것이 허상이고 허상 또한 실재합니다. 무대 밖으로 내려가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겠지요. 모자 안팎에 진실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있습니다. 그것들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순간 비로소 형체를 갖고 여러분을 따라다닙니다. 따라서 삶이란 모자 속 고양이를 꺼내는 일의 연속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운명은 정해진 게 아니라 꺼내는 순간 결정되는 거예요. _212~213p.


이야기는 민이 아파트 헌 옷 수거함에서 낯선 여자가 검은 모자를 쓰고 자신의 집을 감시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는 것을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검은 모자를 쓴 여자는 정말 자신의 집을 보고 있었던 걸까? 작지만 소중한 일상, 아이와 늘 다니던 약수터 산책길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기묘한 사고로 아이를 잃은 여자 민. 첫아이 은수를 잃고 상처가 컸던 민이 일상을 조금씩 회복해갈 즈음 눈 내리는 겨울밤 그들 앞에 나타난 아이와 검은 고양이는 부부의 삶의 빈 공간을 메워 주는듯했지만... 과연 이 선택이 옳았던 걸까?


민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실재와 허구,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미스터리 심리 상황극이다. 마지막에 이르러 앞의 이야기들을 조금이나마 짐작해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지키지 못했던 민의 죄책감, 그리고 의심들은 점점 커지는 고통을 마주하며, 그녀의 삶을 통해 고통과 불행은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에 빠져들며 더한 고통 속으로 빠져들게 된 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된다. 책장을 덮고도 며칠을 다시 펼쳐보고 또 보았던 <검은 모자를 쓴 여자>, '검은 모자를 쓴 여인'과 어느 날 그들 앞에 나타난 동수와 검은 고양이의 존재가 민의 삶에 드리운 그림자가 민의 상상인지, 실재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게 할 것이다.


거실로 나온 민은 잠든 고양이를 어둠 속에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직감적으로 민은 고양이가 자지 않고 자신을 살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주인이 없는 길고양이가 아닌가. 혹시 목사 부부가 기르던 고양이가 아닐까? 동수도 혹시 그들의 자식이 아닐까.... 불안해서 자라난 온갖 억측이 민의 마음을 괴롭혔다. _68~69p.


거실에 서 있는 껍데기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앞의 존재는 썩어가는 육신의 마지막 번민일까. 민은 거실로 나와 창문을 열었다. 썩는 냄새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아이 방으로 가보았다. 그곳에도 시체가 놓여 있었다. 아이의 얼굴은 부패가 꽤 진행된 듯 이미 알아볼 수 없었다. 형체 없는 얼굴에 죽은 은수의 얼굴이 겹쳤다. 죽은 자의 얼굴 위에 수의가 놓이고 관이 놓이고 상여 소리가 지나갔다. 죽음이 저희끼리 다투며 반복해서 산 자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타다닥, 날갯짓 소리. 민은 눈을 크게 떴다. 나비 떼였다. 송장 나비가 날갯짓하고 있었다. _172p.


#권정현 #자음과모음 #새소설09 #새소설 #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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