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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소매 붉은 끝동 세트 - 전2권
강미강 지음 / 청어람 / 2017년 4월
평점 :

다른 책들을 읽는 짬짬이 읽으려고 시작했던 책이,
다른 책들을 다 접어두고 매달려 읽는 책이 되었다.
날밤 새다 싶이 읽게 하는 매력...
임금으로 키워져 임금으로 밖에 살 수 없었던 남자와 가늘고 길게 가능한 조용히 살고 싶었던 궁녀.
왕의 눈에 들면서 뜻하지 않은 인생을 살게 되었지만 자신을 사랑한다는 왕이 싫지 않았고
자신만을 바라봐 주는 한 남자이자, 아이들의 아빠일 수 없고, 엄마일 수 없는 삶이
함께 지냈던 친구의 죽음 앞에서도 온전하게 슬퍼할 수 없고
가족이 자신으로 인해 불편한 삶을 감내해야 하는 것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없었던 시대,
왕으로 태어나 왕으로 살았던 이의 사랑은 참으로 엄격하고 혹독해서 차라리 여느 왕들처럼 그렇게 자신의 마음이 가는대로 살지 그랬냐...라고 말하고 싶었다. 덕임이 마지막 가는길에 왕에게 남기는 유언이 그렇게 구구절절 꽂힐수가...
역사 로맨스는 맞지만 꽤 묵직하고
조금 발랄한가 싶으면 사건들이 터지고,
이러다 꽁냥꽁냥도 좀 나오겠지 하면 다시 묵직해지지만
마지막 권에서 폭풍오열하고는 가볍지 않아 좋은 글이었다고...
언제고 다시 한번 꺼내 읽을 글로 킵!
작가님 다른 글 또 써주세요~
드라마 방영이 시작되고 다시 읽은 소설,
왕의 여자라 단정 지어진 궁녀의 삶,
이토록 주체적으로 깨인 여성이라니..
궁녀로 일하며 동무들과 즐겁게 살았던 삶이 발랄했다면 왕의 사랑을(?) 받으며 힘들고 아팠던 덕임의 삶이 아프고 또 아팠다. 덕임이 떠나고 홀로 남은 왕의 삶 또한 참 아파 보여서 마음이 가는 소설.
드라마 정주행전 정독해 보는 것도 추천!
2018년 읽고, 2021년 재독
"그게 그렇게까지 대단한 걸까?"
"뭐가?"
"승은을 입는 거 말이야."
덕임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죽을 때까지 임금님 총애에만 기대야 하잖아. 말이야 좋지만 결국엔 자기 인생을 남의 손에 쥐여 주는 빛깔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걸." _2권
늙은 왕이 아직까지도 먼저 떠난 후궁을 그리워하며 그녀의 사당을 자주 찾는다는 소문을 들으면 내심 마음이 찜찜했다. 임금께서 의열궁을 얼마나 총애했는지 아느냐며 칭송하는 소릴 듣노라면 꼭 한 가지 부조리한 의문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임금님은 날 좋아해도, 난 임금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과연 의열궁도 왕을 사랑했을까?
후궁들을 한 줄로 세워놓고 누가 더 예쁨 받았나를 따지는 사람은 많아도, 그 후궁들은 과연 왕을 사랑했을까 의문을 품는 것은 금기시되었다. 왕의 손짓 하나면 주저 없이 옷고름을 풀어야 하는 시절이 과연 계집은 반드시 왕을 사랑해야 한다는 전제를 정당케 할 수 있을까? 임금이 내린 향기로운 옥석 첩지는 후궁의 머리를 짓누르던 한낱 돌덩이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서글픈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이다. _2권
"..... 너는 내 사람이 되고 싶으냐?"
전혀 통하지 않았다. 원점으로 돌아왔다.
"소인은 그저 스스로의 사람으로 살고 싶사옵니다." _2권
왕은 비로소 그녀가 왜 자신에게 화가 났는지를 헤아렸다. 임금은 평범한 사내처럼 여자를 사랑할 수 없다. 아끼는 마음이 간곡할수록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너무 높이 기어오르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지쳐서 떠나가도록 놓아주어서도 안 된다. 필요한 만큼 써먹고 가차 없이 버릴 준비를 늘 해야 한다. 임금은 여자를 그렇게 사랑해야 한다. _4권
"난 너를 힘들게 할 테고, 네 속을 상하게 만들 거다. 때문에 영영 네 마음은 얻지 못할지도 모르지. 접때 네 말이 맞다. 난 어쩔 수 없이 그런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 될 순 없어. 되고 싶지도 않고." _5권
"정년 신첩을 아끼셨사옵니까?"
"그렇다니까."
"하면 다음 생에선 알은체도 마소서."
그녀는 또다시 그의 애정을 무참히 밀어냈다.
"사소한 소망이 꽤 있었사옵니다. 나 하나만 최우선으로 여기는 지아비를 만나고,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어미라는 말을 가르치고, 거리낌 없이 아이 이름을 부르고, 외숙부들로부터 말 타는 법도 배우게 하고.... 하지만 전하 곁에서는 하나도 이룰 수 없었나이다."
울긋불긋한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임금이신 게 좋다고 하셨으니 그저 좋은 임금으로 사소서. 신첩은 평범한 계집으로 살겠나이다. 진실로 신첩을 아끼신다면, 다음 생에 선 알아보시더라도 모른 척 옷깃만 스치고 지나가소서." _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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