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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부터의 탈출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2월
평점 :

#도서협찬 #미래로부터의탈출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스스로의 운명을 맡기는 건 위험하다고 판단했어. 인류는 인공지능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야."
"그것 자체는 틀리지 않은 것 같은데."
"다시 말해 인공지능은 인류를 젖먹이 취급한 거야. 인류의 안전을 고려한다면 인류에게서 자유를 빼앗아야 했던 거지."
"인류가 충분히 진화하면 보호할 필요도 없겠지."
"인공지능은 진화를 인정하지 않아. 왜냐하면 인류가 인류라는 범위에서 벗어나는 건 인류의 멸망을 의미하니까. 그들은 어디까지나 종으로서 인류를 지키려고 해. 그래서 우리 변이 인류를 배제하려 하는 거지."
"그럼 그 시설, 안식처는 우리 인류를 죽을 때까지 사육하는 동물원 같은 곳인 건가?"
"죽을 때까지가 아니라 영원히."
(···) "인공지능은 인류가 발전하기를 바라는 게 아니야. 그들은 효율적인 관리로 인간의 존속을 꾀할 뿐이지. 세대교체를 시키지 말고 영원히 노인으로 놓아두는 편이 관리하기 쉽잖아." _ 211~212p.
노인 요양 시설에서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던 사부로는 문득,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주변의 다른 노인들은 그 사실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는 것일까? 평화로운 듯 보이지만 분명 오래전 방영했던 프로그램의 반복, 일본어, 한국어, 영어가 아닌 외계어 같은 언어를 쓰는 직원들은 그들끼리의 소통은 가능하지만 노인들과 의사소통은 되지 않는다. 외모상 100세 정도의 나이라 짐작한 사부로는 일기장을 들추다 비밀스러운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곳은 감옥이다. 탈출을 위한 힌트는 곳곳에 있다. 그 조각을 모아라.' 시설 내부에 '협력자'가 있다고 판단한 사부로는 함께 탈출할 의지가 있는 동료를 모으기 시작하는데... 탈출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기도 전, 탈출을 실행에 옮긴 동료 하나가 사라지고 며칠 후 돌아온 이는 그간의 기억을 잃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이 시설엔 뭔가가 있다.
<앨리스 죽이기>의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가 100세 노인들의 시설 탈출 모험기는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이동이 힘든 노인들이 시설 밖의 세계를 마주하게 된 사부로에게 상상보다 더 큰 충격을 안겨주게 되는데.. SF 적인 요소가 가득한 소설은 잔혹한 장면은 없지만 오히려 담담한 대화들이 더없이 오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안드로이드에게 관리되어 종으로서 생명을 유지하는 삶이라니! 어쩌면 곧 마주하게 될 일상이 될지도 모를 안드로이드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에 대해 생생하게 그려지기 때문이 아닐까? 고바야시 야스미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 소설이었지만, 독특한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매력적인 마성의 세계 '고바야시 월드'를 접해보지 못한 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해도 좋을듯하다.
이 메시지를 봤다면 신중하게 행동하라. 메시지를 봤다는 걸 들키면 안 된다. 여기는 감옥이다. 도망치기 위한 힌트는 여기저기에 있다. 조각을 모아라._34p.
부웅, 부웅, 부웅.
날갯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생각을 정리할 수 없었다.
사부로는 위를 올려다봤다.
파리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상당히 큰 파리다.
눈이 아물아물해서 파리들이 이중으로 보였다. 몇 마리인지조차 확실치 않았다.
그렇다. 파리들의 크기는 인간과 거의 비슷했다.
(···) "어서 와, 네가 돌아오기를 내내 기다렸어." _163~164p.
이것들은 도구야. 원래 우리에게 봉사해야 할 존재인데도 이제는 제 임무를 다하지 않지. 이것들이 내린 인간의 정의가 불완전하기 때문이야. 우리가 인간이 아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 명령에는 복종하지 않아. 하지만 인간일 가능성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기에 우리에게 해를 입힐 수는 없어. _198p.
#고바야시야스미 #김은모 #검은숲 #소설 #고바야시월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