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부부 오늘은 또 어디 감수광 - 제주에서 찾은 행복
루씨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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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고양이부부오늘은또어디감수광


제주의 아름다움에 반해 제주에 살면서 제주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동양화가 루씨쏜, ‘루씨쏜 아뜰리에’라는 제주 민화 갤러리를 운영하며 그림 수업도 하고 전시도 하며 사랑하는 가족들과 살아가고 있다. 인생에 좋기만 한 날들이 있을까? 어쩌면 지난 시간들이 있기에 오늘의 행복이 있는 게 아니었을까, 서퍼들이 파도를 타기 위해 수없이 물에 빠지는 것처럼 그런 시간들이 있기에 지금의 시간들이 더 소중한 게 아닐까? 저자가 살아온 시간들과 제주에서의 삶, 그리고 저자만의 색감과 느낌으로 재해석되어 그려진 민화는 아기자기하면서도 부드러움을 품고 있는 느낌이었다. 에세이를 읽는 중간중간 등장하는 작가의 작품은 책 속의 작은 그림이 아닌 원작 그대로를 감상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게 한다.


코로나 시국이 2년을 넘어가면서 여행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져가고, 그래서 국내여행지인 제주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여행지로서의 '제주', 현지인으로 서의 '제주'는 그 온도차가 클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결국 어디에 사는지,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있는 곳, 그 자리에서 만족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지난 몇 년간 여행은커녕 일상의 쉼표도 없어 뾰족했던 요즘, 뭉근한 위로가 되었던 에세이였다. 저자의 그림만으로도 힐링! 선물하기도 좋은 책으로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매일 똑같아 보이는 일상의 풍경도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이 있다. 우리는 때때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삶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큰일처럼 느껴졌던 일들이 작은 점으로 느껴지고, 시끄러웠던 머릿속이 오름의 풍경처럼 고요하고 잔잔해진다. (…) 나를 위로하는 것도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도 모두 나다. 삶이 힘들 땐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높은 곳에 올라가 풍경을 바라본다. 거기를 두고 본 내 삶은 그 풍치만큼이나 언제나 아름답다. _51p.


하루하루 삶을 균형 있게 잘 가꾸어야만 행복이란 파도에 올라탈 수 있다. _234p.


제주는 육지 사람들이 와서 자연을 느끼고 쉬어 가는 휴식처이며 이곳의 동식물과 도민에겐 삶의 터전이다. 모두가 제자리에서 평화롭게 공존할 때 자연은 더 아름다울 수 있다. 무분별한 개발과 이주민과 원주민 사이의 분쟁은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나는 그런 제주가 안타깝다. (…)

나의 그림 속 제주는 그 어떤 아픔도, 척박함도, 쓸쓸함도 없다. 파스텔 빛으로 밝게 빛난다. 제주의 실제 모습은 이런 빛깔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제주 도>는 나의 이상향을 그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연과 동물 그리고 인간이 모두 조화롭게 행복한, 내가 꿈꾸는 ‘공존의 제주’는 어쩌면 제주인들이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전설의 유토피아 ‘이어도’와 닿아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나는 오늘도 모두가 평화로운 공존의 제주를 꿈꾼다. 나의 사랑하는 제주가 모두의 파스텔 빛 파라다이스로 남길 바라며…. _293~294p.


#루씨쏜 #자음과모음 #자모단3기 #에세이 #에세이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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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릉 산책
정용준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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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하루였다. 분면 내게 일어난 일이지만 그 경험이 실제 하지 않았다. 속은 것도 같고 뭔가에 홀린 것도 같고. 집으로 걸어가면서 한두운 생각을 좀 했다. 어쩌면 그의 삶은 오해되고 왜곡되었는지 모른다. 아니, 우리를 속이고 있는지도 모르지. 솜씨 좋은 작가처럼 거짓을 진짜처럼 혹은 진실을 가짜처럼. 영혼은 편하게 침대에 눕혀놓고 하루 종일 내 손을 잡고 유령처럼 산책하다 집으로 돌아간 것일지도 모른다. _108p.


지난 10월부터 들쑥날쑥한 컨디션과 이어지는 이 사 준비로 책 읽기도, 일상생활도 살짝 떠있는 기분으로 지내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떤 책을 읽어도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고, 끊이지 않은 준비와 매일 이어가야 하는 일상들로 지쳐가고 있을 즈음, <내가 말하고 있잖아>를 읽고 궁금해진 작가 정용준의 신간 『선릉 산책』을 읽기 시작했다.


"타인의 삶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허물어가는 섬세한 감정적 파동의 기록" 이라는 평을 받으며 젊은 작가상,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한 '선릉 산책', 문지문학상 수상작 '사라지는 것들' , 2021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미스터 심플'등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7편의 단편소설을 수록하고 있는 『선릉 산책』.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 때론 인물들의 힘겨운 마음에 감정이입이 되어 며칠을 헤어 나올 수 없기도 했지만, 그래서 좋았다면 때로 옮겨 적어두고 싶은 문장과 마음을 만나기도 했고 상처받고 아픈 이들을 보며 그저 묵묵히 살아내는 그래서 격려하고 싶고 읽는 나도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를 생각하게 되는 글이었다. 산책하듯, 천천히 읽으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시작하는 한 해를 준비해도 좋을 것 같다.


우리랑 상의도 안 해놓고. 마음대로 할 말만 하고.

엄마가 고개를 돌렸다. 감정을 알 수 없는 시선이 오른쪽 뺨에 느껴졌다.

너희들은 언제 나랑 뭘 상의한 적 있었니? 그리고 내가 그걸 말한대도 너희들은 내 말 안 들어줄 거잖아. 상황을 바꿔줄 능력도 없고.

그렇지만.

원망하는 게 아니야. 사실이 그렇잖아. 너희들이 나한테 그 말 자주 했었지. 능력도 없으면서 걱정만 한다고. 그 말이 그렇게 짜증이 난다고. 니들 말이 맞다. 짜증나. 그러니까 그만해. 그리고 지금 죽겠다는 게 아니야. 더는 살려고 아등바등하지 않겠다는 거지. 그냥 힘 빼고 살아보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관두려고. _33~34p.


두려워하는 건 반드시 찾아와. (···)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길래 언젠가 그것이 찾아오리란 생각에서 이토록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그래서 일단 애썼다. 방어적으로 살았다. 사건 하나, 갈등 하나가 뭔가를 일으킬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것을 걱정하고 대비하며 지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어떤 일 때문에 무너지는 게 아니었다. 일이 일어나지 않게 버티는 힘으로 무너지는 거였다. 안에서 밖으로 점점 갈라지다가 스스로 무너지는 초라한 집 한 채. 그래서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어리석은 삶. _59p.


여기에 묶인 소설들은 모두 산책을 좋아하고 풀기 어려운 생각에 빠져 있다. 답은 없고 해답은 더 없는 오늘과 내일을 해결도 해소도 못하고 살고 있다. 한때는 그것이 슬픔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제 나는 안다. 슬픔. 맞는데, 그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도 맞는데, 뜻은 아닌 것 같다. 오후의 빛과 바람 속에서 보기 좋게 건조되어가는 물건과 그 물건을 닮은 사람을 많이 생각했던 몇 년. 세상은 엉망이고 진창이며 눈 씻고 찾아봐도 좋은 소식과 전망은 하나도 없지만 내가 소설로 쓰듯 누군가는 읽고 누군가는 일하고 누군가는 청소하고 누군가는 사람을 만나기로 결심한다.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트랙처럼 둥글게 산책하는 날들. 아무 변화도 없지만 그 사이 시간은 흐르고 종종 기분도 마음도 나아지는 밝은 밤들. _작가의 말 중에서.


#선릉산책 #정용준 #소설 #문학동네 #소설추천 #추천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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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365일 2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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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오늘 #365시리즈2



넷플릭스 심의 통과만 두 달이 걸린 문제작, 영화 <365일>의 원작 소설. 호텔 관리직이었던 라우라가 서른 살 생일을 맞아 남자친구와 친구들과 시칠리아로 여행을 떠나지만, 시칠리아 마피아 가문의 수장인 마시모에게 납치를 당하게 된다. 마시모는 자신이 죽을 고비를 넘긴 뒤 자신의 꿈에 라우라가 등장했었고, 현실에서 마주한 그녀를 놓아줄 수 없었다고 하는데… 365일간의 시간을 제안하며 라우라가 그 시간 동안 마시모와 사랑에 빠지지 않으면 보내주겠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365시리즈 1편의 간략한 줄거리이고 시리즈 2편의 <오늘>의 책표지가 라우라인 만큼 그녀 위주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친구인 올가도 마시모의 이복동생인 도메니코와 가까워지고 자신의 임신을 알게 된 라우라, 마시모와의 관계가 묘하게 틀어지고 안나가 마시모와 다시 만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고 그로부터 도망을 시도하게 된다. 라우라의 곁에 남자들이 몰려와~ 같은 임신 중임에도 매력을 발산하는 라우라에게 연하의 남자, 킬러가 자신만을 바라보며 그녀의 인생에 함께 하길 원하게 되는데… 마시모를 두고 흔들리는 거니? 사실 <오늘>에서 주인공은 절대적으로 ‘라우라’인 만큼 그녀의 욕망이, 섹스 판타지가 이거..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질 거지?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섬세하고 디테일하다. 이야기는 라우라와 임신 중인 아이에게 닥친 위험에서 끝이 났는데… 마시모! 넌 어떤 결정을 할 거지? 웬만한 19금 로맨스를 섭렵한 이들에게도 수위 조절이 필요하며, 후방 주의하며 읽어야 할 책! “살려야 할 쪽은…..” (2022년에 또 다른 365일에서 만나요..)


마시모는 두 개의 영혼을 품고 있었다. 첫 번째 영혼은 나만 아는 그의 본질이었다. 자상하게 나를 사랑하는 수호천사 같은 영혼. 그리고 두 번째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냉정하고 무자비한 마피아의 아무 가치도 없다는 듯 사람을 죽이는 영혼이었다. 그를 끌어안고 침대에 누운 채로 지난 석 달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려보았다. 다 지난 일이라고 생각하니 놀랍도록 흥미로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평생 기억할 가치가 있고 계속 탐험하고 싶고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를, 매혹적인 면을 발견하는 모험. 이 남자에게 납치당했던 첫 순간에 어떤 기분이었는지 벌써 잊어버린 것이다. _117~118p.


나는 푹신한 소파에 털썩 앉아 쿠션에 얼굴을 파묻었다. 왜 이렇게 매력적인 남자들이 인생에 한꺼번에 나타나서 정신을 사납게 하는 거지? _469p.


마시모가 나를 찾으러 올 거야. 그러면 이 모든 게 없던 일이 될 거야.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쉽게 해결이 될까? (…) 내가 정말로… 아무 일 없다는 듯 곧바로 원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몸은 어른인데 마음은 아직 어린애인 이 남자를 만나버렸는데?_495p.


#365일 #블란카리핀스카 #심연희 #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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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봐
최민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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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나를봐


친구가 된다는 것, 그것은 바라보는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 조카들이 애정 하는 <문어 목욕탕>의 최민지 작가의 <나를 봐>는 서로를 잘 알지 못하던 두 아이가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보다"라는 과정을 통해 두 아이가 친구가 되어가는 이야기는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도 너를 생각하는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진심 어린 응원을 전하고 있다. 책표지에 그려진 서로의 눈동자에 비친 상대방, 그리고 친구를 찾는 또 한 친구의 모습은 그림만을 보면서도 아이들과 친해지고 친구가 되는 것,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관계와 우정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린이에게도 어른에게도 필요한 사랑스러운 단어가 아닐까? '나를 봐'


너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아무도 너를 보지 않는다고 생각할까?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을 때에는

눈을 감아도 괜찮아.

용기가 생길 때까지.

나를 봐.

내가 너를 보고 있어.


#최민지 #문어목욕탕 #그림책 #그림책추천 #창비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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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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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눈아이


겨울의 한 가운데서 눈아이를 만났다.


언제부터인가 춥고 추운 겨울이 반갑지 않았다. 눈은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쓰레기 같았고, 낭만을 잃어버린지 오래라, 빨리 봄이 오기를 차라리 여름이 오기를 기다리는 어른이 되어버린 지 오래. 조카들에게 달마다 그림책을 골라 선물하고 있는데, 안녕 달 작가 특유의 동글동글하고 포근한 색감이 좋아 조카들도 어른인 나도 애정 하는 그림작가님의 신간 <눈아이>를 조카들에게 선물하고, 나도 선물을 받아 읽어보게 되었다.


<수박 수영장> <당근 유치원>의 작가 안녕달의 겨울 이야기.


한 아이가 등교길에 우연히 마주친 눈사람에게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뽀득 뽀득' 어?? 내가 잘못 들은 걸까? 눈사람에게 팔다리와 눈 코 입을 만들어주고 눈아이가 된 눈사람과 친구가 된 아이와의 겨울 이야기는 오랜만에 눈사람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들판에 눈아이를 혼자 두고 싶지 않았던 아이의 상상은 눈아이와 함께하며 우정을 쌓아가고 눈아이를 배려하고 함께 하는 아이의 마음도 다정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겨울이 끝나가며 아이에겐 숨바꼭질을 하자며 사라진 눈아이, 봄, 여름 가을이 지나도록 눈아이를 찾는 아이의 시선이 다시 겨울로 돌아와 눈아이를 만나면서 뭉클한 감동도 선사한다. 커다란 여백이 주는 따스한 그림과 스토리. 때론 많은 말보다 몇 장의 그림이 큰 위로로 다가오는데, 지난달부터 이런저런 일들로 뾰족해 있던 감정들이 뭉근해지는 기분에 마음마저 따스해지는 안녕달 작가의 <눈아이>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선물 같은 이야기로 추천하고 싶다.


#안녕달 #수박수영장 #당근유치원 #그림책 #그림책추천 #창비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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