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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
김도영 지음 / 봄름 / 2022년 1월
평점 :

#도서협찬 #교도소에들어가는중입니다
고백합니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 솔직히 저는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세상 끝에 서서 낭떠러지로 떨어지려는 사람들을 받쳐주어야 합니다. 그들은 다시 우리 사회로 돌아오니까요. 더 이상 그들이 다시 타인에게 해를 끼치고 이곳에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저는 오늘도 세상 끝에 서서 그들을 기다립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그들이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재생되어 다시 사회로 돌아가지 않은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들은 결국 우리 곁으로 돌아옵니다. 여러분이라면 그들과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는 지금부터 그동안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 안에서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시작하려 합니다. 담장 안과 밖의 경계선에서 저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_프롤로그
항공지도에도 표시되지 않고, 내비게이션에도 검색되지 않으며 카메라, 녹음기, 휴대폰을 소지하고 들어갈 수 없는 곳, '세상 끝'이라고 불리는 사회 최후 전선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 대한민국 교도관 김도영.
매일 담장 안으로 출근하는 그가 마주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범죄 이력을 가지고 수감 중인 사람들이다. 누구보다 가까이 그들과 생활하며 직접 경험한 교도소 안에서의 생생한 에피소드는 죄와 벌, 사람과 사회, 죄와 벌, 가해자와 피해자 등 치열한 고민이 담겨있는 교도소의 일상은 여느 직업과 다르게 그 난이도나 스트레스가 엄청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다 읽은 지금, 그 스트레스의 강도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걸...)
형기를 마친 사람들은 결국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쉽게 넘길 수 없었지만 읽고 나서도 수많은 생각들과 안타까움에 묵직한 여운이 짙게 남았던 글이기도 했다. 담장 뒷면에서 직접 겪고 보고 들은 일들을 기록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들을 '교정' 역할을 하는 교도관의 에세이는 부족한 예산과 인력난 속에서도 어떻게든 교육과 치료를 이어가려는 교도관들의 노력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높은 담장에 가려진 진짜 교도소 이야기
세상 끝을 떠받치는 교도관의 번민과 다짐
"그냥 죽게 놔두시지..." "네?" 아니요,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그녀는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응급실로 다시 들어갔다. (···) 그로부터 1년 후. 우리가 살려낸 그 남자는 출소 후 두 달 만에 다시 구속됐고, 죄명은 살인이었다. _38~40p.
"어린 연령의 청소년들이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벌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특히 어린 나이에 구속된 사람들일수록 사랑으로 보살펴줘야 합니다. 그들도 이 사회가 만든 또 다른 피해자 일 수 있습니다." 사회가 만든 또 다른 피해자라... 내 생각에는 그 말이 그들에게 피해당한 피해자를 더 가슴 아프게 만드는 말 같다.
그 전문가는 단 하루라도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인과 24시간 붙어 대화하며 그들을 들여다본 적이 있을까. (···) 반성하지 않는 그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마주했을 때, 오히려 피해자인 그 책임을 돌리는 발언을 들었을 때, 나는 분노한다. 강력한 처벌과 교화. 그 갈림길에서 나는 매일 길을 잃는다. _68~69p.
구금의 목적은 무엇일까? 범죄 행위에 상응하는 형벌을 가하는 것? 아니면 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해 사회의 안전을 유지하며 아울러 범죄자 교화와 재범 예방에 힘쓰는 것? 교도관인 나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수용자들은 교도소에 처음 수감될 때 세상으로부터 단절되고 기본적인 자유조차 빼앗긴다는 박탈감을 느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교도소 안이 교도소 밖보다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 그들은 범죄 행위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이때 자신이 지은 죄를 죄로 생각할 수 있을까? _129p.
한 가정의 가장이자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어머니가, 또 누군가의 아들과 딸이. 나는 오늘도 교도소로 출근한다. 첫 출근 때 선배가 해준 말처럼 이곳은 정말 세상 끝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는 세상 끝에 서서 낭떠러지로 떨어지려는 사람들을 받쳐주어야 한다.
그들은 다시 우리의 사회로 돌아온다. 더 이상 그들이 자신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고 이곳에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나는 오늘도 세상 끝에 서서 그들을 기다린다. _229~2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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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