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다
최다혜 지음 / 씨네21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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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아무렇지않다


불행은 늘 초대 없이 무례하게 찾아온다. 그리고 세상은 불행을 겪는 이들에게 그것이 그들 스스로 초래한 것이라 말하는 더 큰 무례를 범한다. 불행의 원인이 개인의 무능이라 말하거나 심지어 각자가 믿는 종교의 교리를 빌려와 그것이 업보 또는 신의 형벌이라 단정하기도 한다. 불행해 마땅한 존재로 개인을 몰아세우는 것이다. 살고자 불행과 맞서고 있는 이들에게 세상은 이렇게나 잔인하고 예의가 없다. 정말 속상한 것은, 불행에 지칠 대로 지친 이가 이 말도 안 되는 논리에 저항할 힘이 없어 스스로 체화하게 되는 것이다.

‘받아들이지 마라. 스스로 무례해지지 마라.’ _274p.


프리랜서 작가인 지현, 비정규직 강사인 은영, 예술인 지은 세 인물의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린 그래픽 노블이다. 요리가 흔히 접하는 디지털로 작업한 그림이 아니라 아크릴 물감으로 종이에 직접 그린 그림들이다. 붓으로 그린 생생하고 강렬한 색감이 현실적 배경과 인물들의 감정선을 더욱 부각시켜 스토리 전체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작가, 강사, 예술인으로 살아가는 세 인물은 자신만의 재능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뛰어나게 두드러지지 않는 재능이 오히려 삶의 발목을 잡게 된다. 좋아하는 일과 현실에서 살아가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 그리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체감하게 되는 경제적인 격차와 소외감은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데도 그림으로 충분히 전해지고 있다.


"종종 발목을 잡는 가난보다 미웠던 건, 가난을 떨쳐내지 못하는 나의 어쭙잖은 재능이었다. 차라리 그림을 그리지 않았더라면 나를 덜 미워할 수 있었을까?" _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작품은 최다혜 작가의 모습을 투영한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했으며, 2년여의 작업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레 타자화, 객관화되었다고 한다. 선택의 순간 갈등하는 작품 속 인물들이 어떤 삶을 선택했을지 또렷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현실을 그저 살아가는 것으로 보여지는 결말은 어떤 형태로는 삶을 계속해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아 더욱 빠져들게 된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흔들리고, 무너지는 일상을 어떻게 통과해나가는지 함께 생각해 보게 되는 담담하지만 깊어지는 그래픽 노블이다. 조금은 무겁다 생각이 들지만 추천하고 싶은 도서!


#최다혜 #그래픽노블 #하니포터2기 #한겨레출판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그래픽노블추천 #추천도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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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걸 보면 네 생각이 나 - 먼 곳에서 선명해지는 시간의 흔적들
청민 지음, Peter 사진 / 상상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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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좋은걸보면네생각이나


여행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기록하는 사람 청민, 책을 읽기 전 책에 실린 사진을 휘리릭 넘겨보며 사진 느낌이 참 좋은데? 싶어 작가의 프로필을 다시 찾아보니 저자의 아버지!! 부녀가 함께 만든 책이라니!! 너무나 멋있잖아. 온 가족이 14일간 국내가 아닌 해외여행을 한다는 건, 쉼 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웬만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지 않을까? (여행시기는 2006년) 이 시간 동안 가족이 함께 생활하고 여행하며 넓은 세상을 보고 경험 한 시간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 어떠한 기억으로 남았을까?


저자의 글을 읽으며, 어린 시절 차가 없어서 올망졸망 텐트와 각종 짐들을 나누어 이고지고 계곡으로 강으로 피서를 다녔던 시절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지금의 내 나이보다 젊거나 비슷했을 부모님, 주말이면 바빴던 한 주의 피로를 집에서 편히 쉬고 있었을 것 같은데 서울 근교, 놀이동산, 가까운 산으로의 등산 등 부지런히도 다녔고, 기억하지 못하는 날들의 기록은 사진으로 그 시간들을 보여주고 있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부족하지도 않았던 시절이었음에도 그 시절의 아름다운 풍경과 시간들을 품고 있었기에 오늘도 단단하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생생한 경험과 추억, 여행지의 이야기와 함께 아빠가 찍은 여행지의 사진들은 이 책을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던 것 같다. 예전처럼 자유롭고 쉽게 떠날 수 없는 요즘, 웅크린 몸도 마음에도 햇살이 드는것 같은 글이었다.


살다 보면 감당하기 힘든 감정이 나를 찾아오곤 했다. 이걸 내가 넘을 수 있을까. 오르기 전부터 포기하고 싶은 모래 산이 많았다. 어쩌다 겨우 두 걸음을 내디디면 '너는 할 수 없어'라고 하는 듯한 사막의 모래 알갱이 같은 말들이 한 걸음을 도망치게 했다. (···) 내가 쌓아온 작은 시간들을 믿어보기로 다시금 다짐했다. 두려워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_71~72p.


때로 여행은 물건으로 기억된다. 살다 보면 좋았던 일도 나빴던 일도 조금씩 모서리가 둥그러지며 사라지는데, 물건 속에 담긴 기억은 여전히 처음처럼 생생히 남아선 나와 함께 살아간다. 일상과 섞여서 잊혔다가, 다시 발견됐다. 그렇게 섞이고 섞여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또 다른 의미가 붙는다. _169~170p.


어릴 적 내 바람처럼 한 동네에 심어지진 못했지만, 엄마의 사랑에 단단히 심긴 사람이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품을 베이스캠프로 두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는 힘은 한 동네서 오래 살기만 한다고 가질 수 있는 무엇이 아니었다. 그건 때로는 길을 나섰다 넘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달빛 아래서 눈물을 훔치기도 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반짝이는 선물이었다. 그러니 떠날 수 있을 때 떠날 수 있는 삶이란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어른이 된 나는 가끔 달빛 아래서 울고 있던 어린 나에게 가서 말해주고 싶었다.

"우리 인생은 나그네 같아서, 떠나야 할 땐 언제든 바로 떠날 수 있어야 해. 그러니 괜찮을 거야. 다 괜찮을 거야."_215p.


#청민 #Peter #에세이 #여행에세이 #상상출판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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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
렌조 미키히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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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백광


꽁꽁 얼어붙은 겨울날, 만세 소리와 일장기가 소용돌이치는 고향 역 플랫폼에서 남편은 죽음의 전쟁터로 향하는 열차에 오르고, 아내는 뿌연 유리창 너머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부정을 고백한다···. 모든 죄의 악연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_314p.

_

"충격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더할 나위 없는 렌조 미키히코표 미스터리의 걸작"이라는 극작을 보내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각 장마다 화자가 바뀌며 고백하는 형태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때마다 사건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되는데, 고백이 끝날 때마다 독자들로부터 '뭐, 정말 그랬던 거야?'라는 비명이 절로 터져 나오게 만드는 충격적일 정도로 놀라운 반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_이사카 고타로


평범한 가정에서 네 살 난 조카딸의 사체가 발견된다. 여동생이 문화센터를 다니며 매주 목요일 돌보게 된 조카를 잠시 치매 증상이 있는 시아버지에게 맡기고 외출한 사이 벌어진 일. 흐드러지게 핀 진한 오렌지색 능소화 나무 아래 묻혀있던 네 살 소녀의 죽음으로 평범한 가족의 일상이 흔들리게 된다. 아이와 함께 있었던 시아버지는 치매로 인해 사건에 대한 설명조차 힘든 상황이지만 사건 시각 당시 그 집을 들어갔다 나오는 젊은 남자를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사건은 다른 방향으로 전환되는듯했다.


자신의 아이를 언니에게 맡기고 그 시간 호텔에서 불륜남과 있었던 동생 유키코, 조카의 죽음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은 사토코,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고 확신하면서도 아무 말 없이 가정을 지켰던 다케히코, 마지막 즈음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토코의 남편 류스케등 일곱 명이 사건에 대한 고백들이 이어지는데, 평범해 보였던 일가족의 음울한 진실들이 밝혀지며 각자의 마음속 깊은 이야기들에 빠져들게 된다. 진실된 고백을 읽으며 과연 진실인가? 거짓인 것일까? 진범이 맞는 걸까? 등등을 추리하게 된다.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드러나는 듯 의외의 반전 이미지를 갖게 하는 인물이 있어 소름이 돋는다. '와.... 이렇게까지 했다고?' 할 정도로 빈틈없는 구성은 '그래서 대체 범인이 누구라는 거야?'라는 반전을 거듭하며 파국을 향한다. "범인의 정체에 놀라지 않았다면 전액 환불해 드립니다" 환불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은 그만큼 작품에 자신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스튜디오 오드리 공식 계정 @studioodr에서 확인 가능하다. 강렬한 책표지만큼이나 매력적인 소설, 반전에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도전!


나는 먼저 목욕을 하겠다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하려다가 무심코 유키코와 나오코를 돌아봤는데 그 순간 문득 휴일 저녁의 평화로운 광경에서 거짓을 감지했던 것입니다. 그때까지 함께 노는 동안에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조금 거리를 두고 돌아본 내 시선은 그 방에 넘치는 행복이 그저 겉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했습니다. 그 행복이 오로지 나의 인내로만 버텨가고 있다는 것을, 나의 인내가 절벽을 떠도는 것처럼 위태로운 상태라는 것을. _118~119p.


지금까지도 이 집이 평범하고 평온했던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모두가 그런 척했을 뿐이다. 석고의 싸구려 가면에 금이 갔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그 깨어진 곳에서 흘러나온 거무칙칙한 콜타르 같은 것이 그날 아무 죄 없는 어린아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는데도... _193p.


#렌조미키히코 #양윤옥 #모모 #반전소설 #소설추천 #환불이벤트 #일본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스튜디오오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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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지 않을 권리
김태경 지음 / 웨일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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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용서하지않을권리


잔혹한 사건 뒤에 남겨진 사람을 생각한다.

"범죄의 잔혹함에만 주목하는 사회에 화두를 던지는 책!"


해마다 약간의 변동이 있기는 하나, 우리나라에서 연간 형법 범죄 발생 건수는 인구 10만 명당 1900~2000건 가량이다. 기대수명을 감안할 때 이는 국민 한 사람이 평생 살아가면서 형법 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1이 넘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 그러니 더더욱 주변 사람을 의심하여 불안해하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러니 누군가 범죄 피해자가 되었을 때 우리의 일부가 상처 입었다고 생각하고 그 아픔을 건강한 방식으로 공감해 주자는 말이고, 그들이 잘 회복해서 건강한 이웃으로 돌아오도록 돕자는 말이다. 여러 연구에서 범죄 영향을 벗어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요인은 '주변의 지지'임을 공통되게 보여준다.

이 말은 이 책을 읽는 당신이 범죄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누군가를 도울 유일한 자원일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_50~51p.


잔혹한 범죄 뒤에 남은 피해자, 지독히도 운이 나빠 범죄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어떻게 이후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사회와 이웃이 함께 도울 수 있는 일도 있을까? 범죄 피해자들이 후유증을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을 돕기 위해 힘쓰고 있는 김태경 교수의 이야기는 실제로 그가 경험한 다양한 사례를 기반에 두고 있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용서를 강요하는 사회' 과연 옳은 것일까? 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은 '그 시간들을' 회복할 시간이다.


내가 아직 범죄 피해자가 되지 않은 것은 그날, 그 시각, 그 장소에 있었던 피해자보다 좀 더 운이 좋아서 였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잔혹한 범죄를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 피해자, 또는 유족,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시간이 흘렀으니 범인을 용서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지금껏 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사건의 잔혹성이나 동기 등 가해자 위주의 보도가 넘쳐나고, 피해자의 존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져 갔다. 저자는 잔혹한 사건 뒤에 남겨진 피해자와 가족, 주변인에게서 나타나는 심리적 신체적인 반응과 직접적인 범죄 피해의 위험성에 주목했다. 수사와 재판 절차법체계 내에서 피해자가 경험하는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를...


많은 범죄 피해자가 내게 묻는다. "심리 상담을 받으면 사건 기억을 잊을 수 있나요?"라고. 안타깝게도 트라우마적 사건은 생존과 연결된 기억이기 때문에 결코 잊히지 않는다. 하지만 그 기억이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방해하지 않게 할 수는 있으며, 심리 상담이 그 과정을 도울 수 있다. _27p.


누군가 범죄의 표적이 되었다는 것은 그가 그날 그 시각 그 장소에서 지독히도 운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아직 범죄 피해자가 되지 않은 것은 그날 그 시각 그 장소에 있었던 피해자보다 좀 더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범죄는 피해자가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범인이 범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일어난다. 당신이 범죄 피해 없이 지내고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특별히 선하거나 잘나서가 아니라 단지 아직까지는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_90~91p.


국가의 다양한 노력에도 범인이 마음을 먹는 순간 누구나 쉽게 강력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지금부터라도 피해자들이 범죄 피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의 소중한 이웃으로 남아 살아가도록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기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이고 절박한 이유다. _104~105p.


#김태경 #인문에세이 #에세이 #에세이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웨일북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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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
김도영 지음 / 봄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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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교도소에들어가는중입니다


고백합니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 솔직히 저는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세상 끝에 서서 낭떠러지로 떨어지려는 사람들을 받쳐주어야 합니다. 그들은 다시 우리 사회로 돌아오니까요. 더 이상 그들이 다시 타인에게 해를 끼치고 이곳에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저는 오늘도 세상 끝에 서서 그들을 기다립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그들이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재생되어 다시 사회로 돌아가지 않은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들은 결국 우리 곁으로 돌아옵니다. 여러분이라면 그들과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는 지금부터 그동안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 안에서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시작하려 합니다. 담장 안과 밖의 경계선에서 저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_프롤로그


항공지도에도 표시되지 않고, 내비게이션에도 검색되지 않으며 카메라, 녹음기, 휴대폰을 소지하고 들어갈 수 없는 곳, '세상 끝'이라고 불리는 사회 최후 전선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 대한민국 교도관 김도영.

매일 담장 안으로 출근하는 그가 마주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범죄 이력을 가지고 수감 중인 사람들이다. 누구보다 가까이 그들과 생활하며 직접 경험한 교도소 안에서의 생생한 에피소드는 죄와 벌, 사람과 사회, 죄와 벌, 가해자와 피해자 등 치열한 고민이 담겨있는 교도소의 일상은 여느 직업과 다르게 그 난이도나 스트레스가 엄청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다 읽은 지금, 그 스트레스의 강도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걸...)


형기를 마친 사람들은 결국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쉽게 넘길 수 없었지만 읽고 나서도 수많은 생각들과 안타까움에 묵직한 여운이 짙게 남았던 글이기도 했다. 담장 뒷면에서 직접 겪고 보고 들은 일들을 기록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들을 '교정' 역할을 하는 교도관의 에세이는 부족한 예산과 인력난 속에서도 어떻게든 교육과 치료를 이어가려는 교도관들의 노력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높은 담장에 가려진 진짜 교도소 이야기

세상 끝을 떠받치는 교도관의 번민과 다짐


"그냥 죽게 놔두시지..." "네?" 아니요,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그녀는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응급실로 다시 들어갔다. (···) 그로부터 1년 후. 우리가 살려낸 그 남자는 출소 후 두 달 만에 다시 구속됐고, 죄명은 살인이었다. _38~40p.


"어린 연령의 청소년들이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벌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특히 어린 나이에 구속된 사람들일수록 사랑으로 보살펴줘야 합니다. 그들도 이 사회가 만든 또 다른 피해자 일 수 있습니다." 사회가 만든 또 다른 피해자라... 내 생각에는 그 말이 그들에게 피해당한 피해자를 더 가슴 아프게 만드는 말 같다.

그 전문가는 단 하루라도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인과 24시간 붙어 대화하며 그들을 들여다본 적이 있을까. (···) 반성하지 않는 그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마주했을 때, 오히려 피해자인 그 책임을 돌리는 발언을 들었을 때, 나는 분노한다. 강력한 처벌과 교화. 그 갈림길에서 나는 매일 길을 잃는다. _68~69p.


구금의 목적은 무엇일까? 범죄 행위에 상응하는 형벌을 가하는 것? 아니면 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해 사회의 안전을 유지하며 아울러 범죄자 교화와 재범 예방에 힘쓰는 것? 교도관인 나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수용자들은 교도소에 처음 수감될 때 세상으로부터 단절되고 기본적인 자유조차 빼앗긴다는 박탈감을 느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교도소 안이 교도소 밖보다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 그들은 범죄 행위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이때 자신이 지은 죄를 죄로 생각할 수 있을까? _129p.


한 가정의 가장이자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어머니가, 또 누군가의 아들과 딸이. 나는 오늘도 교도소로 출근한다. 첫 출근 때 선배가 해준 말처럼 이곳은 정말 세상 끝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는 세상 끝에 서서 낭떠러지로 떨어지려는 사람들을 받쳐주어야 한다.

그들은 다시 우리의 사회로 돌아온다. 더 이상 그들이 자신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고 이곳에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나는 오늘도 세상 끝에 서서 그들을 기다린다. _229~230p.


#김도영 #봄름 #에세이 #교도관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에세이추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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