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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기쁨 - 산책과 커피와 책 한 권의 행복
최현미 지음 / 현암사 / 2022년 3월
평점 :

우리 인생엔 아직 가지 않은 길이 많이 남아 있다. 막다른 골목 같아도 그 옆엔 미처 보지 못한 길도 있다. 새로운 길은 아니라도 건너편을 살필 수 있는 작은 틈이라도 있다.
스트레스와 슬럼프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비가 내리면 일단 우산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을 발견하는 것이다. _1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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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엔딩은 오직 숨을 거두는 마지막, 그 단 한 번만이 아니다. 인생의 순간순간 코일처럼 숱하게 많은 해피엔딩을 만들어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해피엔딩 대사는 이렇다.
"그들은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가 아니라
"우리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 _245p.
<우리가 사랑한 소녀들>(공저),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공저),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공저) 등 이미 3권의 책을 출간했으나, 오롯이 작가로서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된 첫 에세이 <사소한 기쁨>이다. 30여 년간 기자 생활을 하며 글을 써온 저자는 문화부 취재를 하며 많은 책을 읽고 자연스럽게 취미이자 직업인 사람, 최현미 작가의 <사소한 기쁨>은 우연한 발견이었다.
에세이의 특성상 '나'를 드러내지 않고 이야기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이토록 빠져들 수가, 일상을 이야기하는듯하다가 어느새 영화의 한 장면이나 소설의 어느 부분으로 들어가 있다. 그러다 다시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돌아와 마무리를 하는 글이라니!
책과 영화에 대해 출간된 책들이 참 많지만, 일상이 책과 영화, 드라마를 산책하듯 가볍게 넘나들며 가벼운 듯 가볍지 않게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읽으며 활자와 영상들 사이로 산책하는 느낌이 들게 한다. 나만 알고 싶고, 만약 글을 쓴다면 이렇게 써보고 싶다!라는 작가를 알게 되다니! 한 달에 한 번, 온라인 서점에서 고르고 골라 책을 구입하고 있는데, 마지막까지 망설이다 구입한 이 책이 어쩌면 올해 들어 지금껏 읽어왔던 에세이들 중 베스트! 아니, 어쩌면 올 한 해를 통틀어 베스트 자리를 내어주고 싶은 책이다.
관계에는 아주 평범한 인생의 법칙이 적용된다. 우리가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일에 쫓겨 살다 보면 정말 만나고 싶은 친구는 후순위로 밀릴 때가 많다. 가끔 이러다 진짜 우주 외톨이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_108p.
그는 단 한 번의 실수도, 비난받은 적도 없는 무오류의 존재였다. 그런 그가 강의 도중 학교를 나가 다음날 아침 리스본으로 향한다. 스위스 철학자 페터 비에리가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필명으로 쓴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드라마틱한 시작이다. 누구나 한 번쯤 이제까지 살아온 삶과 전혀 다른 인생을 갈망한다. 가지 않은 길, 가지 못한 길을 꿈꾼다. 놓쳐버린 순간, 포기했던 일, 하나를 선택했기에 버려야 했던 것, 원했지만 허락되지 않았던 기회들이 있다. 우리 상상 밖에 있기에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_120~121p.
우리는 '문득', '충동적으로', '하루아침에' 같은 말을 쉽게 하지만 대부분 그 앞에 긴 역사가 놓여 있다.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사랑 고백은 오랫동안 설레는 마음으로 뒤척인 숱한 밤들의 결과이며, 여러 이유로 그만두지 못하다 어느 순간 말도 안 되는 계기로 낸 사표는 '충동적'일 수 없다. 어두운 밤에 결심했다 날이 밝으면 뒤엎기를 수십 번 한 끝의 결심이 '하루아침'일 리 없다. _1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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