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병률 지음 / 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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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무엇이라는 걸 알려주는 이가 없고, 세상엔 사랑을 가르쳐주는 교실도 없었기에 당신은 물감을 짜놓고 막막해할 뿐 도화지에 점 하나조차 찍을 수 없다. 그러다 사랑은 배워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어느 날에는, 그래서 사랑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어느 날에는 체기를 누르고 누르다, 그저 흐릿하게 주저앉게 되는 것이다. (···) 사랑을 배운 적이 없어서, 사랑을 하지 못하는 당신이 사랑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도, 세상은 사랑의 풍경을 보여주며 페이지를 넘긴다. _48~49p.

 

이병률, 최갑수, 변종모, 오소희작가님등 개인적으로 애정하고, 책장에 늘어가는 책들을 정리하고 싶어도 이 책들만은!! 하면서 사수하게 되는 작가님들이 있다. 작가님마다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스타일이 있으신데, 이병률 작가의 글은 시인 특유의 감성이 느껴진달까? 가볍지 않으면서도 일상에 조금 더 깊이 와닿는 이야기와 사진들은 한 번에 읽어내기 아까우면서도 호로록 읽고 다시 페이지를 넘겨보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2005 #끌림

2012 #바람이분다당신이좋다

2015 #내옆에있는사람

2019 #혼자가혼자에게

2022 #그리고행복하다는소식을들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읽는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에는 사랑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살아가는데 왜 '사랑'이 있어야 하는지 우리는 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지에 대해 읽어가다 보면, 사랑쯤이야 없어도 살아가는데 괜찮지 않을까?라는 시니컬했던 마음이 '왜 사랑하는 마음 없이 살아가려 하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좋은 일이요? 생깁니다. 곧, 그거"라는 저자의 사인처럼, 일상에 스며든 작고 사소한 사랑의 흔적들을 반짝! 하고 찾을 수 있기를... 책 읽기 참 좋은 계절, 추천하고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우리가 사는 삶이란 그저, 사랑하는 모두가 빠져나간 자리의 뒷전을 자주 느끼는 일이며, 사랑이 사랑의 힘만으로 도달할 수 없다는 불가능을 여러 번 체험하는 일이며, 도무지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는 신산한 시절을 그저 견디고 견뎌야만 하는 일. 피할 수 없어서 우리는 그 모든 것들의 쓸쓸함을 삼키고 또 삼키며 삽니다. _160p.

 

당신이 행복하다는 소식을 또 들었습니다. 당신의 행복은 당신 혼자 만든 것이기를 바랍니다. _162p.

 

행복하려고 사랑을 하는 걸까? 사랑을 하면 행복해지는 걸까? 설교 투의 이 질문은 '파도는 밀려오는 것인가, 돌아가는 것인가' 하고 따지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랑과 행복은 한몸이어서 그것을 생선 바르듯 뼈와 살로 발라낼 수는 없다. 다만 사랑이 무엇이라고는 말은 못 해도 행복의 다른 말은 '충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_172~173p.

 

#그리고행복하다는소식을들었습니다 #이병률 #에세이 #에세이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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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위니 호텔
박설미 지음 / 비자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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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달위니호텔


나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나를 비롯한 손님들이 그에게서 따뜻한 위로를 받았듯이 말이다. 나는 눈을 감고 만약 내가 이 호텔에 오지 않았다면, 그래서 지배인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쯤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아마도 낮에는 카페에 앉아서, 새벽에는 편의점 카운터에 서서 쓸쓸한 얼굴을 한 채 지루하게 시간을 흘러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 세상은 가슴이 아릴 정도의 슬픈 일들로 넘쳐흐르지만 그 안에 분명히 소소한 기적들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한 기적들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_257~258p.


취업에 연이어 실패하고 가족들에게 천덕꾸러기인 것 같은 취준생, 가족의 부재로 설 곳을 잃은 이복남매, 아픈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 등 달위니 호텔은 이런 이들에게 그저 편안히 쉬어가라고 초청장을 보내온다. 적절한 타이밍에 어떻게 알고 보내오는 것인지...


내비게이션에도 잘 잡히지 않는 주소, 호텔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장소에 빼꼼히 자리 잡은 호텔은 분명히 있었다. '달위니 호텔' 달콤한 까눌레, 커피 한 잔, 푹신한 침대와 48시간 온천과 디저트, 뷔페 등이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는 초대장을 받은 이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텔로 향하게 되고 조금은 시크하고 엉뚱해 보이는 호텔 지배인 장만옥과 치즈 무늬 고양이를 만나게 될 것이다. 살짝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는 부분이 느껴져 아쉽긴 했지만, 마법이 깃들어 있는 듯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따스한 온기를 건네주는 소설이다.


#박설미 #비자림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 #힐링소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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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
경민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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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나는실수투명인간을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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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얘기하자는 뜻으로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 순간 평생 느껴본 적 없는 이질감이 엉덩이로 느껴졌다. 커다랗고 두꺼운 물주머니를 깔고 앉은 느낌이었다. 엉덩이를 보니 소파에서 한 뼘쯤 떨어진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소파 위에 보이지 않는 물컹한 덩어리가 하나 있고 내가 그 위에 앉은 모양새였다. 술이 덜 깼나? 싶었지만 그 순간 들려온 기영의 한마디가 완전히 술을 깨게 만들었다.

"아까 말했잖아. 투명인간을 죽였다고." _20p.


이렇다 할 직업 없이 연기학원을 다니는 한수는 연락이 끊겼던 동창에게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장난일 거라 생각했던 문자였는데, 기영의 집 소파에 투명인간이라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성인 남자 크기의 물컹한 무언가가 있다. 기영을 도와 투명인간 시체를 파묻고 이틀 뒤 기영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휩싸인다. 기영의 죽음은 투명 인간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기영의 형과 기영의 집을 정리하다 발견한 한수으로 남겨진 편지엔 특정 장소를 방문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 일에 끌어들여 미안하다는 말이 적혀있는데... 기영이 죽기 전에 빌린 돈을 갚지 못했던 채무감에 거기까지만,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건의 시작이었을까? 설마 했던 존재의 실체를 맞닥뜨리고 그들의 일에 개입하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기분에 페이지를 넘길수록 보이지 않는 존재, '투명인간'의 존재감은 더욱더 입체적으로 다가오면서 등골이 서늘하면서도 정말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자'들이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말하기 위해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라는 프롤로그의 마지막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우리와 비슷한 크기, 같은 언어를 쓰며 살아가지만 볼 수 없는 존재들로 표현된 투명인간이 우리 사회 소외된 이들을 표현하고, 이 존재들을 돕는 사람들인 기영과 한수를 등장시켜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활약으로 이야기는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보이는듯하다. 쌤앤파커스와 리디북스가 공동 주최한 K-콘텐츠 공모전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미스터리 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한 <나는 실수로 투명 인간을 죽였다> 흥미로운 소재와 열린 결말로 투명 인간들과 한수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되는 소설이다.


#경민선 #소설 #소설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K_스토리공모전 #미스터리최우수작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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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그게 맞아?
이진송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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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아니근데그게맞아


넷플릭스, 왓챠, 티빙, 웨이브, 디즈니 플러스, 쿠팡 플레이, 유튜브 등 (진짜 많네...) 언제든 터치만 하면 다양한 OT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세상, 때론 봐야 할 영상들이 너무도 많다 싶다가도, 이렇게 많은 영상들이 있는데 볼 만한 게 하나도 없다 싶어 허무할 때도 있다. 드라마, 영화, 소설, 다큐, 예능, 유튜버까지 다양한 방면의 최근 이슈가 될만했던 이야기 속에 '아니 근데'라고 생각해 봄직한 이슈와 이야기들을 폭넓게 이야기하고 있어 때론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들에 그동안 너무 얕은 생각을 하며 살아왔던 건 아닌지, 뿌리 깊은 편견 속에 살아가고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기도 했다. 대중문화가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이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이렇게까지 풀어낼 수 있다는데 놀랍기도 하고 새삼 흘려버릴 것이 하나도 없구나,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책은 2주에 한 번씩 『경향신문』 토요판에 연재된 「이진송의 아니 근데」 중 일부를 엮은 책이다. 미디어 비평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지만 친구들과 수다 떠는 기분으로 썼다는 저자의 말처럼 '아! 이건 나도 불편했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정말 시원하게 긁어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비슷한 결의 생각을 가진 이들이라면 무섭게 빠져들 것이고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에겐 새로운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요즘 대중문화 시원하게 긁어주는 <아니 근데 그게 맞아?> 시즌별로 만들어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언론이 논란을 만든다. 피해가 논란이 되는 순간, 피해자는 자신을 해명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_21p.


하지 말자. 어린이의 취약한 특성에서는 다 벗어난 어른이, 어리고 약하기에 받는 보호와 관용을 탐하면 추하다. 요즘에는 'o린이'에서 한술 더 떠 '신생아'에서 따온 'o생아'가 등장했다고 한다. 역시, 하지 말자.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는 것과 다른 약자의 언어를 빼앗으면서까지 자신을 귀엽게 포장하는 것은 별개다. _85p


주변부에 있을 때는 관용을 베풀다가 나와 같은 권리를 누린다고 생각하면 좀 불편해서 치워버리고 싶다면 그건 차별과 혐오가 맞다. 아무리 차별과 혐오는 나쁘다고 배웠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도. 현실에서는 누구도 결백할 수 없다. '나'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고, 나의 소수자성이나 인격과 무관하게 종종 또는 생각보다 자주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받아들이자. _163p.


#이진송 #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에세이추천 #book #책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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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이는 사람들 - 영국 최고 법정신의학자의 26년간 현장 기록
리처드 테일러 지음, 공민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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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사람을죽이는사람들

 

살인은 단순한 범죄가 아닌, 세계 공중 보건에 있어 중요한 문제다.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살해당한 피해자의 수는 전 세계 46만 4천 명으로 매일 1천 건 이상의 사건이 일어났다. 테러 피해자만 2만 6천 명에 이른다. 계획범죄로 살해당한 여성의 수는 8만 7천 명, 그중 5만 명은 애인이나 가족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 유엔은 살인을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힐 의도를 가지고 공격하는 불법적인 행위'라고 정의한다. 영국 법률상 살인은 과실 치사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한 사람이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사회의 질서'하에 살아가는 '합당한 생명체'를 죽이거나 신체적으로 심한 손상을 입힐 목적으로 저지른 불법 행위를 말한다. _6p.

 

영국 최고 법정신의학자 리처드 테일러의 26년간 현장 기록을 담은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에서 저자는 살인은 단순한 범죄가 아닌, 세계 공중 보건에 있어 중요한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왜? 사람이 사람을 공격하고, 해치고, 살해하는가? 그러한 마음은 왜 생기는 것이며 이러한 상황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 진화되고 잔인해지는 것일까? 법정신의학자로 30년 이상 다양한 유형의 살인사건을 다루며 활약한 저자의 글은 그가 직접 마주하고 경험했던 상황들을 이야기하고 있어 더욱 생생하고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1부. 성적 살인

2부. 정신 이상 살인

3부. 영아 살해

4부. 연인을 죽인 남자들

5부. 연인을 죽인 여자들

6부. 범죄를 잊은 살인자

7부. 강도 살인

8부. 테러범들

9부. 남아 있는 삶

 

26년간 저자가 현장에서 해온 일을 위주로 기록한 책의 내용은, 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정신 상태와 사건을 분석함으로써 재발을 방지하고, 살인자가 되려는 사람이 보이는 조짐을 알아차리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범죄자 중 일부는 살인자로 태어나기도 하는데 조현병 발병률이 높은 상태로 유전된 경우, 정신병이 발병했을 때 살인을 저지른 경우, 정서 결여의 특정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경우가 그렇다고 하지만 조현병이라고 해도 유전자는 절반밖에 작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살인에 대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기도 한다니...) 다양한 실제 사건 이면에 '왜?' 죽여야만 했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을 심층 분석한 책은 때론 잔인하지만 살인자의 심리에 대한 첨예한 분석은 사건 이후에도 살아야가 하는 주변인들을 위해 누군가는 기록하고 해야 할 일들이 있음을 이야기한 기록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리처드테일러 #공민희 #인문 #범죄심리 #RHK #법정신의학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책 #책추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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